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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성평등, 이제부터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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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성평등, 이제부터 내가 먼저

코로나19는 명절이면 ‘민족 대 이동’을 하는 우리의 풍습과 가정의 모습까지 바꾸었다. 올해는 어르신들의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명절 때 다시 가족모임을 반기는 눈치였지만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여행을 택했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미 몇 년 전부터 명절 연휴를 휴가처럼 쓰는 젊은 세대가 느는 추세다. 명절 때면 아직 미혼인 상태가 대화의 주제가 되고, 여성의 경우 음식준비에 시댁 눈치까지 살펴야 하니 가족모임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부모님들은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고, 우리 아들도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든다’고 하지만 각자가 느끼는 체감은 매우 다르다. 여성가족부에서 나온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남녀 맞벌이 가구 가사노동시간은 2019년 기준으로 남성 51분, 여성 3시간7분으로 3.5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 통계수치는 5년 전인 2014년보다 남성은 13분 증가, 여성은 6분 감소했다.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사람들은 체감할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씩 바뀌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다.

이런 작은 변화에 희망을 갖는 이유는 사람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를 바꾸는 일도 매우 힘들지만 사람은 더 바뀌기 힘들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포기하고 변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다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여성취업률은 더 낮아졌고, 휴교로 인한 돌봄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됐다. 항상 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작동되고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다. 사회적으로 코로나 방역성공을 외칠 때 여성은 아이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그나마 직장을 그만두지 않은 여성은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 돌봄을 함께 수행하느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한국 노동연구원에서 발행한 월간자료 ‘코로나19 팬데믹과 자녀 돌봄의 변화’의 코로나 전후 자녀 돌봄 시간을 보면 맞벌이 여성은 1시간44분 증가했는데 맞벌이 남성은 46분 증가에 그쳤다. 또한 전업주부는 3시간30분가량 증가한 반면 홑벌이 남성은 30분 정도 증가했다. 아직까지 여성이 사회적 약자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럼에도 사회 일부에서는 성 평등을 넘어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고 그런 주장을 하는 유튜버의 영상들이 조회수 상위를 차지하는 걸 보면 우리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얼마전 ‘남성 젠더인문학’ 교육에 참여했다. 예상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참여했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성 평등에 대한 소소한 실천을 하고 있었다. 흔히 사회문제는 쉽게 동의해도 내 삶을 바꾸는 성찰과 노력은 소홀한데, 작지만 중요한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면 가슴 아파하다가도 성평등 이야기만 나오면 절대 져서는 안 될 것처럼 언성을 높이지 말고, 내가 먼저 성 평등을 향해 내 삶을 조금씩 바꿔 보는 건 어떨까?

김광원 다산인권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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