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7천만원짜리 전세가 어디 있습니까?”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변제금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소액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최우선변제금을 전셋값 상승세에 맞춰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셋값 상승세 등을 고려, 올해 5월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인의 범위와 금액을 확대시켰다. 이에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구분되는 용인ㆍ화성ㆍ김포 등의 경기지역에선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가 보증금 1억원에서 1억3천만원까지 상향조정됐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도 3천400만원에서 4천300만원으로 900만원 올랐다.
이 밖에 안산ㆍ파주ㆍ광주ㆍ이천ㆍ평택 등은 보증금 7천만원 이하 주택에서 임차인이 2천300만원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셋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는 현재 임대주택의 보증금 시세를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기준이다. 더욱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경기지역의 연립ㆍ다세대 주택 평균 전셋값이 과밀억제권역의 우선변제 금액인 1억3천만원을 넘어서면서 최우선변제금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용인에서 빌라 전세 매물을 찾고 있다는 A씨(35)는 “최근 빌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 범위에서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면서 “취지는 좋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 선부동의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아무리 빌라라도 1억원 이하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보증금 7천만원 이하 매물은 월세 매물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우선변제금이 지나치게 낮아 현실에 맞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소액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이지만, 현재 집값 상승세를 보면 무용지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서민주택가격 상승에 맞춰 지역별이나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유형별로 적절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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