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할걸…너무 후회되네요”
수원에 거주하는 A씨(39)는 3년 전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2018년 4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알아보던 A씨는 부동산의 권유에도 불구, 매매가 아닌 전세 연장을 택했다. 당시 A씨는 수원 정자동 소재 전용면적 59㎡의 아파트(매매가격 2억3천만원)를 1억6천만원에 세들어 살았다. 3년 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2억8천만원, 매매가격은 6억원으로 뛰었다. A씨는 “지금의 전셋값이면 당시에 아파트를 매매하고 인테리어까지 새로 할 수 있었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푸념했다.
안양 호계동에 사는 회사원 B씨(36)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3월 신혼집을 알아본 B씨는 전용 59㎡의 신축 아파트를 2억8천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당시 매매가격은 4억5천만원으로 은행 대출을 받으면 매매가 가능했지만 다달이 빠져나가는 수십만원의 이자를 아끼려고 포기했다. 이후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을 비웃듯 아파트값은 치솟았고, 지난달 기준 전셋값은 6억5천만원, 매매가격은 11억원을 기록했다. B씨는 “부동산 앞을 지날때마다 미래를 예견하지 못한 내 자신을 탓하고 있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평생을 일해도 내 집 장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3년여 전 매매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4억4천15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월 당시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4억4천67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10.23%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0.26%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넘어섰다. 지자체별로는 올해 8월까지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이 10.67%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9.95%)을 추월했고, 인천은 12.76% 상승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6.18%)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같이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큰폭으로 오름세를 보이지만, 매매가격은 더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경기도 66.4%, 인천 68.3%, 서울 55.3%로 꾸준히 하락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낮아지는 추세인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도 용이해진다”며 “전셋값이 급등하면 곧이어 다시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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