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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바이든 행정부의 北 비핵화 회담 가능성과 한계
오피니언 김열수 칼럼

[김열수 칼럼] 바이든 행정부의 北 비핵화 회담 가능성과 한계

내일이면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회담이 가능할까? 북한의 행동과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로 지명된 인사들의 과거 언사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에 못지않은 장애물들도 있다.

미국의 리더십 교체 시마다 빈번하게 전략적 도발을 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도발인 듯 도발 아닌 도발과 같은 효과를 가진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회색지대 전략이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직접적인 도발 대신 직접 도발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을 말한다. 김정은은 제8차 당 대회 총화 보고를 통해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강대강(强對强)과 선대선(善對善)의 원칙을 가지고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 발언의 신뢰성을 보여주고자 열병식을 통해 향후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극성 5형을 공개했다. 전략적 도발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왜 회색지대 전략을 썼을까? 북한은 바이든 당선인이나 백악관 참모 또는 장차관으로 지명된 사람들의 과거 발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유추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은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토니 블링컨은 2018년 기고문을 통해 북핵 협상에 이란식 핵합의 모델의 적용을 강조한 바 있다. 국무부 부장관으로 내정된 웬디 셔면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이란 핵합의의 산파역할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북한과 이란 핵문제에 정통하고 이란식 핵합의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 볼 것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강력한 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면도 공통점이 있다. 이란 핵합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자회담의 결과로 핵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교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모델이 북한에 적용된다면 북한의 과거 핵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현재 및 미래 핵만 동결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회색지대 전략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비핵화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지만 장애물들도 많이 있다. 우선 내일 당장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가 첫 번째 허들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치유와 화해, 세계적 리더십의 회복,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 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워낙 큰 이슈들이 많아서 북한 문제만을 특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바이든이 김정은을 깡패(thug)라고 표현하거나 북한 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를 특별히 부각할 경우 조기 회담의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 고비는 3월에 찾아올 것이다. 김정은이 제8차 당 대회 총화 보고를 통해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재차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는 계획된 한미연합연습을 실시할 것이다. 이럴 때 북한은 한미연합연습을 빌미로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회담의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한반도 위기가 부상할 수도 있다.

과대성장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오히려 북한을 옥죄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버틸 수 있는 국가는 이 세상에 없다. 북한 인민을 잘 먹이고 잘 살게 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려면 북한 스스로가 허들의 수와 높이를 낮춰야 할 것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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