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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푸른 눈의 금광을 캐는 외국인 작곡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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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푸른 눈의 금광을 캐는 외국인 작곡가들

▲ 모지선 作 매회가 피면
▲ 모지선 作 매회가 피면
산에서 나는 것 중의 최고가 ‘산삼’과 ‘금’이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의 독창적인 전통문화도 금광이다. 그런데 변화에 따른 시대 문법을 만들지 못해 과거에 묶여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세상이 변한만큼 산뜻한 옷을 입고 시류(時流)에 적응하는 것이 창조 예술의 힘이다.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안목을 가져야 할까. 작가의 몫이다. 예술감독이 그래서 중요하다.

 

오는 17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국제음악작품 공모를 통해 얻은 결실을 발표한다. 경기도립국악단이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를 만든 것이다. 외국작곡가의 창작은 그 자체가 호기심이다. K-Pop 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조용한 혁명이다. 적어도 한국, 중국, 일본의 동방문화에 관심을 갖는 작곡가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긍심을 갖게 한다. 근자에 외국의 대학에서 우리 국악 연주가나 작곡가를 초청해 한국음악을 이해하려는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푸른 눈의 작곡가들이 우리 금광을 캐겠다고 달려 온 것이 새로운 음악사의 세상을 만드는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신라, 고려시대에도 조선왕조에도 국제교류는 있어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통악기의 기보법이 만들어지고, 악기론이 체계화된 것이어서 차원을 달리한다. 동일한 소재로 음악을 만드는 선의의 경쟁시대가 오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간 수없이 만든 창작에서 과연 좋은 작품이 얼마나 있는가에 물음이 생긴다. 작품이 좋으면 서양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받는다. 엊그제 독도를 테마로 유럽 투어를 한 ‘라메르에릴(바다와 섬)’이란 단체는 가는 곳 마다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의 앞날을 예측하는 시금석이다. 따라서 도립국악단의 이번 국내외 작곡가의 향연으로 창작 의욕 고취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번 공모콘서트에 각계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그동안 100년이 넘게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배웠던 것처럼 앞으로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원 아카데미를 통해 장구, 단소, 가야금 배우기가 활성화될 것이다. 음악의 전파력은 빨라서 우리 아리랑 산조 가락이 은은하게 유수의 공연장에서 울려 퍼질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세계 거대한 음악사의 편입에 전초전이 되는 셈이다.

 

문명사는 돌고 도는 순환의 구조다. 한 때 영향이 컸던 동양문화가 새롭게 떠오를 시점이다.

 

외국인들이 만든 정서가 좀 다른 국악요리에서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프랑스의 청소년들사이에는 한글을 쓰는 것이 자랑이고, 장구치고, 피리를 부는 것이 앞서가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면 ‘선진화’ 개념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하와이대학교 교수 Donald Womack(도널드 워맥)과 Thomas Osborne(토마스 오스본)의 참여는 그래서 희망적이다. 아울러 독일 유학파인 작곡가 라재혁과 Song yang(송양)과 중견작곡가 김대성이 K-오케스트라 챌린저에 도전장을 내민 것 역시 새로운 음악을 쏘아 올리는 신호탄이다.

 

콘서트 로비에서는 전시회도 열린다. 세계적인 드로잉 작가로 알려진 모지선 화가의 ‘K-클래식을 그리다’가 음악과 미술로 만난다. 변화가 두려울 수도 있지만 실험과 도전은 창조자의 기쁨이다. 이제 우리 끼리만이 아니라 세상의 여러 눈인 다초점으로 보는 변화가 오고 있다. 누가 금을 많이 캐느냐보다, 어떻게 가공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평가는 결국 소비자인 관객의 몫이 아니겠는가.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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