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는 또 작곡가 박영란의 ‘피아노 협주곡’으로도 탄생해 광주에서 연주되어 큰 호응이 있었다. 우리 근현대사에는 이념 갈등으로 인해 작품들이 묻힌 경우가 많았다. 윤이상이 그랬고, 정율성이, 홍난파, 조두남 등 많은 작곡가들이 고통을 받았다.
이번 광주문화재단이 촉발시킨 창작은 그간 선배 작곡가들에 의해서도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조두남 칸타타 ‘농촌’ (1942년). 김동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1943년), 김성태 ‘빛나라 내 조국’(1978년). 최영섭 ‘아름다운 내 강산’ (1962년) 등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초연(初演) 후 재연(再演)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묻히고 말았다. 최영섭 작곡가의 칸타타 ‘아름다운 내 강산’에서 나온 것이 ‘그리운 금강산’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엔 필자가 대본을 쓰고 임준희 작곡가의 ‘칸타타 한강’과 ‘송 오브 아리랑’이 국내외에서 레퍼토리로 뿌리내리고 있음은 발전적이란 자평(自評)이다.
최근의 문화재단들도 달라지고 있다. 창작의 관심을 물론, 국·공립 예술단체들 역시 전임 작곡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창작에 집중하려는 자세다. 사실 귀 밝은 클래식 청중들은 반복만 되는 레퍼토리에 식상해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창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뭔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부산의 지역 공간인 을숙도 문화회관에서 창작페스티벌을 하는가 하면, 전남 보성에서 채동선 작곡가의 작품을 복원하려는 움직임, 대구 오페라페스티벌에 창작오페라 ‘사의 찬미’가 대구문화재단 지원으로 작품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 경기도립 국악관현악단은 외국 작곡가들에게 작품 공모를 하는 등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엔 우리 작곡가들의 작품이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각광 받으면서 해외로 나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K-클래식 우리의 창작음악의 국제화에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음악에 대한 외국 청중들의 반응은 그들 역시 수 백 년된 레퍼토리에서 탈피해 새로운 메뉴를 찾는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연주하느냐? 보다 무엇을 연주하느냐?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 지원기관 역시 창작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때마침 창작 쿼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 콩쿠르, 대학교 강사 임용에서 창작 의무화를 한다면 창작에 불이 붙을 것 같다. 한국영화가 외화를 물리치고 역전된 것에는 스크린 쿼터제가 있었다. 이 빛나는 성과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윤기 광주문화재단 대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대중화와 세계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창작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해야 음악의 지평이 열린다”는 소신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바야흐로 내년은 3·1절 100주년이다. 우리 문화 독립성을 키워야 하는 큰 전환기가 오고 있으니 잘 준비해야 하겠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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