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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세종시, 國會가 오고 장사가 돼야 산다
오피니언 변평섭 칼럼

[변평섭 칼럼] 세종시, 國會가 오고 장사가 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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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레이시아로부터 날아온 뉴스가 우리 언론에서도 관심 있게 다뤄졌다.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야당과 연합한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bin Mohamad)가 총리에서 물러난지 16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것, 특히 그의 나이가 93세로 현존 세계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최고령이라는 것 등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는 과거 총리시절 그의 승용차 번호판을 ‘2020’으로 할 정도로 말레이시아의 ‘비전 2020’을 제시하며 산업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고 그 정책의 일환으로 ‘푸트라자야’라는 행정수도를 만들어 냈다. 최첨단 정보통신이 집약된 능률적인 행정도시, 3천명 수용이 가능한 현대적인 컨벤션시설, 인공호수와 아름다운 경관, 이슬람국가로서 말레이시아 정신이 숨쉬는 대형 모스크… 이렇게 말레이시아를 변화시킨 모하마드이지만 몇 가지 점에서 비판도 받고 있다.

 

첫째, 수도권 분산을 위해 만든 신 행정수도인데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확대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둘째, 최첨단 정부청사와 공공시설은 잘 되어있지만 시민들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공교롭게도 말레이시아의 새 행정수도를 만든 모하마드가 16년 만에 재집권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날 세종시는 인구 3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마치 이제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서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듯이….

 

물론 이와 같은 인구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당장 올해 아파트 1만4천여 가구가 분양되고 내년에도 1만1천여 가구가 분양될 계획이다. 거기에다 내년 안에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입주하게 되면 인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평균연령이 전국에서 제일 젊은 36.8세에 출산율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1.67명 그러니까 모든 가능성을 다 갖춘 세종시다.

 

그러나 국무총리 관저는 경찰이 경비근무를 서고 있지만 총리는 주로 서울에 있고 장관들 역시 관사가 비어있는 날이 많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서울 출장으로 바쁜 세종시다. 물론 총리도 주민등록상 세종시민이고 관저는 340억원이나 들여 지어진 것이며 장관들도 그렇게 국민세금으로 관사가 마련되어 있다. 경제부처 70%가 세종시에 있지만 주요 경제회의는 언제나 서울에서 개최된다.

 

결국 이대로 두면 말레이시아의 신 행정수도가 수도권 분산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 세종시도 다분히 그럴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고비용 저효율’의 행정도시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무원을 서울로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하는 국회, 그 국회의 분원이라도 하루속히 설치하는 것이다. 상임위가 이곳에서 활발히 전개되어야 국회와 행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고 공무원들이 길에다 버리는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세종시는 ‘공무원의 도시’라든지 ‘공무원의 외로운 섬’이라는 소리를 면하기 어렵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세종시가 ‘젊은 도시’, ‘대한민국의 행정이 이루어지는 행정중심도시’라는 것에 만족해서는 ‘외로운 공무원의 섬’으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국회가 오고, 자족기능을 살려야 아파트는 붐비는데 상가는 썰렁한 지금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울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사람보다 거리와 상가 골목이 북적거려야 도시가 산다. 세종시도 예외가 아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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