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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한국오페라 70주년, 대중에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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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한국오페라 70주년, 대중에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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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국오페라가 7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심포지움, 기념음악회, 한국오페라 70년사 출간, 이인선 기념흉상 건립 등이다. 그러니까. 1948년 1월 16일 시공관, 국내 오페라의 선각자로 불리는 이인선 선생이 베르디의 오페라 ‘La Traviata <춘희>’ 를 무대화한 것이 이 땅에 오페라를 첫 알린 최초의 일이다.

 

물론 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오페라가 400년이 넘은 것에 비하면 일천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짧은 세월동안에 놀라운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이중 괄목할만한 것이 국제수준에 이른 성악가들의 탄생이다.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을 비롯해 연광철 등 메트로폴리탄과 빈슈타츠오퍼에 당당하게 주역을 맞는 가수들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 기량이 세계적임을 중명한다. 일취월장이란 말에 어울리는 성악가들이 한국의 성악을 크게 빛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찍이 파바로티의 선생인 깜보갈리아니가 생전에 한국이 세계 성악을 이끌 것이라 예언한 것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세계무대의 영광에 비하면 우리 현실은 안타깝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홈런을 칠 선수는 길러졌는데 제대로의 오페라하우스가 없다거나 설상가상, 오페라 관객층이 얼마나 있는가? 라는 물음 앞에선 맥이 빠진다.

 

관객이 형성되지 못해 무료로 청중을 모아야 한다면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특히 지역에선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오페라를 관람할 기회가 줄어든다. 때문에 오페라에 대중의 이해가 낮고 특히 우리 소재, 우리 내용의 창작오페라가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이번에 한국오페라 70주년사의 10년간 창작오페라를 정리하면서 많은 창작 활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반가웠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대부분 일회성 공연에 그치는 작품이 많아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정책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기금지원을 받기위해서 역사, 영웅 소재 인물에 집중된 탓이다.

 

경기도에도 많은 역사 인물과 스토리뿐만 아니라 전통 콘텐츠의 寶庫(보고)라 할 만 것들이 산재해있다. 대표 브랜드로 내 놓을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해외시장을 개척할 오페라 한 편이 있는가가 궁금하다.

 

‘누군가 오페라를 왜 봐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림 보고, 음악 듣고, 연극 보는 행위에 이유가 있을까.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느끼고 누리지 못한다면 그만큼 손해가 아닐런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오페라가 정착되지 못하고 대중과의 거리가 멀기만 하다.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오페라가 K- 팝에 이어 K-오페라로 세계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라보엠, 리골레토, 아이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 수많은 명작처럼 명작 하나가 탄생하면 그 힘은 실로 위대하다.

 

오페라정책을 바로 세운다면 예술 인력의 활동은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종합예술의 다양한 요소들이 융합되는 과정애서 예술이 크게 발전한다. 솔로 중심의 음악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오페라가 문화 중심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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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체험이다. 못보고 살아온 오늘의 기성세대여서 거리가 먼 것 같다. 자라나는 미래 아이들의 오페라 관람은 인생을 격조있게 살아갈 바탕을 만들어 준다.

 

바야흐로 배고픔의 시대를 넘어 정신의 허기짐을 풀어야 할 때다.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가 문화를 통해 시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왔으면 한다. 복지 중 최고의 복지가 문화 복지이고, 이를 나누는 행위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의 가치요 보람이 아닐까 싶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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