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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 “올해는 울지 않게 하소서”
오피니언 변평섭 칼럼

[변평섭 칼럼] “올해는 울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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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전국에서 제일 늦게 웃는 사람들” 또는 “충청도 사람이 웃어야 다 웃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이렇게 된 이유를 충청도 양반기질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은 충청도 출신 코미디언이 우리나라 코미디언의 40%를 차지 한다는 것.

충청도 인구가 전국의 7.3%인데 비해 코미디언은 40%가 넘는다면 정말 특이한 현상이다. 원로급인 자니윤, 최양락, 임하룡, 김학래, 황기순, 최병서, 이영자, 남희석부터 서경석, 신동엽, 그리고 몇 해 전 신인으로 인기를 모았던 장동민까지…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최병서의 역대 대통령 말솜씨 흉내 내기는 아직까지 누구도 추월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이들 코미디언들 중에는 방송국 MC로 빠져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웃음 시장이 넓지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방송인데 코미디 프로가 한정돼 있어 활동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코미디 프로도 자꾸만 시청률이 떨어져 이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혹평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를 무대 위에 올려놓아도 시청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 왜 이렇게 웃음에 인색한 것일까?

 

사실 외국 TV 코미디 프로의 내용을 보면 별로 웃기는 것도 아닌데 파안대소한다. 물론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억지로 웃기기 위해 손짓, 몸짓, 오버 액션이 오히려 TV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그래서 코미디 프로 PD가 제일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프로는 언제나 인기다. 연속극도 매우 비현실적인 환경을 설정해 놓아도, 현대판 ‘장화 홍련’식 스토리를 전개하여 눈물샘을 자극해야 시청률이 오른다.

우리 역사가 외침과 가난에 너무 많이 시달려 온 탓일까? 웃음보다 눈물에 익숙하다. 참으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울었다.

 

최근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 앞에 많이들 울었다. 불길 속에 갇혀 있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유가족들, 그 울음은 우리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 더욱 가슴을 조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장에 온 대통령앞에서도 울면서 외쳤다. “왜?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았는가?” 정말 너무 억장이 무너지는 울부짖음 이었다.

“왜? 우리 해경은 침몰하는 배 안에 뛰어 들지 않았는가?”

2014년 4월16일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를 향해 유가족들은 소리치며 울었다. 지금도 그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19일전에는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시배 추돌사고가 발생,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왜? 해경의 구조에서 골든 타임을 놓쳤는가”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우리에게 건망증이 있어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참사가 있었고, 그 때마다 ‘인재’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는 또 계속됐고, 많은 사람들은 그 때마다 울부짖었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보다 눈물에 익숙한 국민이 되었다.

“神이시여, 올해는 이 땅에 눈물이 없게 하소서!”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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