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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칼럼] 디지털빙하기 속에서 기상천외한 매머드 사냥꾼
오피니언 배기동 칼럼

[배기동 칼럼] 디지털빙하기 속에서 기상천외한 매머드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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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무슨 매머드 사냥꾼? 아직도 매머드가 살아 있었나? 그런 생각이 먼저 일어날 것이다. 매머드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묘한 매력이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매머드는 상상의 동물이 아니지만 모든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흥미를 느끼는 우리에게는 친근한 동물이다. 매머드는 코끼리의 한 종류로, 가장 늦게 지구상에 나타났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실물을 볼 수 없는 화석동물이다. 

워낙 대중적인 인기가 좋다 보니 과학계에서는 이 매머드를 복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매머드는 아마도 지구상의 뭍동물로서는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였고 툰드라의 그 추운 기후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면 놀랄 일이지만 더욱 놀랄 일은 무슨 이유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바로 이들이 기후가 따뜻해져서 절멸한 일일 것이다.

매머드가 절멸한 지금으로부터 만 년 전 경에 툰드라나 초원지대에 살았던 체구가 큰 거대 동물들이 많이 절멸하였는데 지구상의 제5의 절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 이유는 아직도 과학계의 미스터리의 하나로 남아 있는 숙제다.

 

몇 년 전에 매머드로 유명한 야쿠티아, 즉 러시아의 사하공화국을 여러 외국학자 기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만년 동토의 북극이지만 기후 온난화로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지낼 만하여 과학자들도 이 계절에 조사를 한다. 겉으로는 이끼류의 식물이 파랗게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만년동토대가 있다. 그 속에 고대의 동물들의 시체가 냉동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동물들이 재수가 없어서 얼음 구덩이 빠지게 된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썩어서 없어지기 전에 얼어버려 만년빙이 되면 그 속에 있는 동물의 사체가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보존되는 것이다. 그래서 살이 잘 붙어 있는 시체를 발굴한다면 세포의 복제도 가능하여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살이 붙어 있는 매머드 사체는 이제까지 여럿 발굴되었다. 아마도 정말 복제될 날도 멀지 않을 수 있을 듯싶다.

 

그런데 이미 절멸한 동물인데 사냥꾼이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나도 그 말을 동행한 프랑스의 기자로부터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만년빙하 속에 얼어서 보존된 매머드의 상아를 찾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바로 매머드 사냥꾼이라고 부른단다. 물론 매머드의 온전한 골격을 찾는다면 더욱 값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코끼리류 동물의 상아는 어느 나라에 가든 엄청나게 고가로 판매된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이 툰드라의 만년빙이 있는 지역에는 기상천외한 사냥이 이루어지는데 강물로 얼음을 녹여 그 속의 화석이나 상아를 찾아내는 것이다. 고고학적으로 본다면 새로운 기법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날을 소비하고도 별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상아를 하나 찾는다면 그 여름은 대박이 나는 모양이다. 요즈음은 국가 간의 교역이 금지되어 더욱 고가에 판매되는 모양이고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욱 애타게 만드는 모양이다.

 

시베리아 대륙의 북쪽 끝에서 만난 그 매머드 사냥꾼의 모습을 보면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너무 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매머드나 그 사냥꾼의 강인함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생물의 의연함이라고 느껴졌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툰드라 이끼류와 그 속에 나는 작은 식물열매를 먹고 살아남은 매머드나 만년빙을 녹여서 언제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 매머드의 상아를 머리에 상상하며 셀 수 없는 날을 기다리며 물을 퍼붓는 그 사냥꾼의 의지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만년빙을 녹이는 것은 그 강물이 아니라 그 사냥꾼의 열정이고 바로 끈기인 것이다. 디지털로 점차 차가워지는 세상 속에 살아남는 비결은 결국 환경에 적응하는 기상천외한 지혜, 강인한 의지와 끈기이고 바로 오늘날 우리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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