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대학교육도 수출상품이다

이번 학기 필자는 대학원에서 리더십을 강의하는데 수강생 18명 중 한국인 학생은 불과 5명밖에 되지 않는다. 네팔 학생이 4명이고, 독일 학생이 3명, 중국이 2명이며, 파키스탄, 몽골, 카메론, 타이완 학생도 있다. 필자의 강의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이제는 경영학과 대학원의 모든 강의에서 볼 수 있으며 또 학부강의도 비슷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독일 트리에 대학의 비르켄펠트 환경캠퍼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막스밀리안은 우연히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인 한국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사람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구내 커피점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과 대화를 했는데 그는 12시간 일을 한다고 하고, 같이 기숙사 방을 쓰고 있는 한국인 룸메이트는 실험실에서 일하느라 밤 12시가 넘어야 들어온다고 한다. 막스밀리안 같은 외국인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한국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으며 그들이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한국에 대해 어떤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 줄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국제화는 한국인을 한 명이라도 해외에 내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학생을 내 보내는 학생파견에 못지않게 외국인 학생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학생이 한국대학에 와서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교육이라는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AFSA(나프사)라는 국제기구가 있다. 1948년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을 지도하고 있던 사람들의 모임이었던 이 조직은 이제 대학에서 국제화 교육을 담당하는 교직원의 모임으로 확대되었으며, 회원수가 1만 명에 이르고 참여하는 국가도 150개국에 이른다. 

나프사는 연례대회(Annual Conference)를 열고 있는데 2016년 대회는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덴버에서 열렸다. 각 나라의 대학들은 행사 중간에 열리는 EXPO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필자도 이번에 두 번째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EXPO가 열리는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 2층은 그야말로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EXPO에서는 대학들이 나라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부스를 차려놓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협의하거나 또 자신의 대학을 홍보한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16개 대학이 참가했는데, 9개 대학은 단독 부스를 차렸고, 7개 대학은 공동부스를 운영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또 부스의 외양도 제법 갖춰가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아직 그 위상이 약해 보였다.

 

일본은 무려 59개 대학이 거대한 공동부스를 차려 전시장 한켠을 완전히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벚꽃으로 온 공간을 장식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식사까지 대접하면서 “일본으로 공부하러 오세요” 하며 공격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었다. 프랑스도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영어로 강의를 늘리고 “왜 프랑스에서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홍보물을 돌리고 있었다. 뉴질랜드는 마우리 전통공연팀까지 초청하며 대사가 설명회까지 했다.

 

가히 학생유치를 위한 무역전쟁이라 할만 했다. 대학교육도 세계시장에서 팔려야 한다. 이 무역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다른 상품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이제 ‘대학이라는 상품의 수출경쟁력’에 눈을 떠야 한다.

 

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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