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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자살예방법, 비교하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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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자살예방법, 비교하지 않는 삶

주말이라도 한국인들은 다들 바쁘다. 고속도로는 평일보다 더 막히고 주요 간선도로들도 흐름이 느리긴 마찬가지다. 새벽부터 골프나 등산 등 운동을 나가는 인파에, 오전 시간대엔 교회를 다녀오는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저녁 귀갓길까지, 심지어 휴일이라도 하루 종일 번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일찍이 사회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보려는 심리를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라고 지칭했지만 한국에서 이 개념은 상호경쟁주의와 더불어 더욱 극대화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학업이나 일의 영역에서만 서로 비교하고 경쟁할 뿐 아니라 휴일 여가 시간마저 내가 제일 잘 놀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 같다. 한동안 너나할 것 없이 골프에 매달리다가 요즘에는 또 캠핑이 대세인 것 같다. 간혹 산이라도 오를라치면 대부분 등산객들이 비슷비슷한 복장을 한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 고유의 상호비교와 경쟁의 원리에서 유래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세로부터 뒤처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은 심지어 휴일까지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게 된다.

우리의 지나친 비교의식과 경쟁주의가 한국인 특유의 성실·근면성과 결합되면 더욱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 것 같다. 매년 수백억 단위의 자살예방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8년째 자살통계가 OECD 국가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리들의 심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쟁적인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보려는 쉼 없는 몸부림, 그래도 여전히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조급한 좌절감, 이것이 악순환 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결국에는 극단적인 결말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끔 외국에 나가보면 현지인들의 생활이, 평일이나 주말이나 너무나 한가롭고 단조롭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우리는 국회에서, 청와대에서, 혹은 광화문 시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내 일인 양 관여하고 개입하지만 외국의 경우 이런 문제가 관심의 중심이 되는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다.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적 영역, 본인이나 가족의 안위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터에서는 최소한의 시간만을 보낼 뿐 저녁시간대는 늘 가족과 함께 한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이 우리로서는 주말에나 보낼만한 그런 시간들로 채워진다. 정치나 경제 이슈는 저 건너 이야기일 뿐 아내와 자식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가 늘 화제의 중심에 가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잘 나가는 사람들과의 비교는 중요한 삶의 준거가 아니다.

치솟기만 하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정신보건 예산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항우울제의 투약이 근본적으로 삶의 패턴을 바꿔 놓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추정케 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오래된 삶의 패턴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인구 십만 명당 거의 삼십 명이 자살하며 아동청소년기 사망의 제 1원인이 자살인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지 말자. 바깥일로 바쁜 일상을 살기보다는 내 집 식구들의 일상을 챙기자. 퇴근 후 술좌석도 줄이고 주말까지 일하는 경우도 줄이자. TV도 끄고 식구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그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자.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세상의 중심이 돼야 남들로부터의 소외감과 열등감으로 세상을 등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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