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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 분노폭발장애에 수긍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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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 분노폭발장애에 수긍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문제다

분풀이 범죄로 세상이 시끄럽다. 슈퍼마켓 인수계약이 불발하자 상대방 영업장에 가서 분신을 하며 홧김에 방화까지 벌여 현장에 있던 손님과 형사를 다치게 한 아주머니, 운전 중 양보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삼단봉을 꺼내 상대 운전자를 마구 내리친 멀쩡한 젊은이, 이별을 통보한 애인이 계속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차량으로 몰아붙여 무고한 길가 전시장으로까지 차량을 돌진시킨 구애자,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사건들이 연일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건강보험심사원은 최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2009년도에는 3천700여 건, 2011년에는 4천400여 건, 2013년에는 4천900여 건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이는 최근 자신의 충동적인 분노를 억제하기 못해 폭력사건에 연루되는 사람들의 증가추세가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를 추론하게 만든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병, 왜 생기는 것일까? 혹자는 지나친 경쟁으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에 지치다보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런 경우에는 한계상황에 되기 전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곁들이는데 혹자는 아주 정반대의 설명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신의 충동이나 사소한 분노를 참는 훈육에 아주 익숙한 사회였는데 요즘 세대들은 거의 모두 혼자 성장하다 보니 분노나 충동을 애초에 억제할 줄 모른다고 지적한다. 전자의 설명은 분노의 지나친 조절이 문제가 된다는 입장인데 반해 후자의 입장은 분노의 조절력 부재가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반대 입장인 듯도 보이는 이 두 원인론은 근본적으로 보자면 동일한 뿌리를 지니는데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보자면 분노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가 문제라는 것이다. 바람이 꽉 찬 풍선처럼 가슴에 분노와 적개심이 가득 차게 되면 언젠가는 ‘펑’하고 터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들의 맹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최근 발생하는 분노범죄의 원인을 개인 안에서만 찾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예전에도 이런 사소한 이유로의 다툼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헌데 왜 유독 요즈음 이런 사례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다양화된 매체를 통해 지상파와 인터넷 방송으로 비이성적인 분노의 순간이 캡쳐되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판단된다.

이런 장면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것은 ‘비제지(disinhibition)’ 효과 때문인데 이렇게 자주 보도가 되고 있으니 이런 분노폭발행동은 실상 제지(inhibition)되고 있지 않는 것이며 그러니 무의식중에 ‘나도 화를 참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의 상태로 사람들의 생각을 빠지게 만드는 효력이 문제다.

이것이 바로 분노가 사회적으로 만연되게 만드는 기제가 될 것이다. 결국 분노의 과도한 노출은 경각심을 일으키기보다 분노 폭발을 시대적 트랜드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사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은 특정 개인의 비이성적인 문제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둔감화의 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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