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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도시 이야기] 오리엔트 제국 도시들의 영광과 수난
오피니언 김영훈의 도시이야기

[김영훈의 도시 이야기] 오리엔트 제국 도시들의 영광과 수난

오늘날 세계 문명이 그리스나 로마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는 있지만 그들만이 찬란하거나 강성한 문화를 지녔던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당시 그들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경쟁자는 오리엔트 지역의 제국들이었다.

현재의 아나톨리아 반도 지역부터 시작하여 메소포타미아 지역 전역에 걸쳐 찬란하고도 용맹한 몇몇 제국과 그 도시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히타이트, 아시리아, 신바빌로니아, 페르시아가 그것이다.

최초의 맹주는 아나톨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원전 14세기 경 전성기를 이루면서 남서쪽으로는 이집트, 남쪽으로는 아시리아 등과 자웅을 겨루던 히타이트 왕국이었다. 해발 약 1천m의 고원 비탈면에 건설된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 하투샤는 동서 길이 약 1.3㎞남북 길이 약 2.1㎞ 규모에 약 8㎞의 이중 성벽으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특히 왕의 문과 스핑크스 문, 사자문 등 강력하고 용맹한 왕의 권한을 상징하는 시설들은 왕국의 위용을 뽐내기에 충분하였다.

히타이트의 뒤를 이은 것은 아시리아, 정확히 말하자면 신 아시리아였다. 기원전 670년 경 히타이트의 영토와 이집트 영토의 일부를 차지한 아시리아는 오리엔트 최초로 통일제국을 이뤘다. 이들은 축성이나 도시 건설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었으며 격자형 도시를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하였다.

나보폴라사르 왕이 이끄는 신바빌로니아는 아시리아를 멸망시키고 재차 맹주가 되었다. 특히 이 지역의 전성기를 이끈 네부카드네짜르 2세는 외벽 길이만 11.3㎞에 달하는 격자형 고대도시 바빌론을 건설하였으며 그 내부를 철옹성의 궁전과 푸른 벽돌의 이슈타르 문, 지구라트 등으로 화려하게 채워 나갔다.

그 이후 등장한 것이 키루스 왕이 건설한 페르시아 제국이었다. 신바빌로니아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방 심지어는 인도의 일부 지역까지 복속시키고 가장 방대한 영토를 이루게 되었다. 특히 페르시아의 전성기를 이끈 다리우스 1세는 활발한 건축 사업을 벌였으며 전국 각지의 기술과 재료를 총집결시켜 페르세폴리스라는 위대한 걸작을 건설했다.

페르세폴리스는 국가의 주요한 행사를 치르는 곳이자 보물을 보관하고 왕들의 안식처로 사용되는 특수 목적 도시로 건설되었다. 페르시아의 권력과 나아가서는 오리엔트의 영광을 자랑하던 이 도시는 페르세폴리스의 보물을 약탈하고 도시를 파괴하라는 알렉산더 대왕의 한 마디에 폐허가 되고 만다(BC 330). 아마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불태워 버렸던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에 대한 원한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적 보복에 아무런 죄가 없는 문화만이 피해를 본 셈이다.

무릇 승자만의 역사가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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