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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칼럼] 게임, 브레인 그리고 포럼
오피니언 김종민 칼럼

[김종민 칼럼] 게임, 브레인 그리고 포럼

상당수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건강의 유지나 질병의 치유를 위해서 진통제, 진정제, 수면제, 최면제, 각성제, 환각제 등이 의학적 처방 아래 사용된다. 이런 물질들이 감정을 바꾸는 용도로 과다하게 지속 사용될 경우, 알콜중독, 니코틴중독, 아편중독, 약물중독 등이 되며 학술적으로는 화학적 중독 또는 물질중독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식사하고, 쇼핑하고, 섹스하고, 운동하고, 노름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일상을 꾸려 가는데, 이 중 어떤 특정행위를 강박관념 속에서 반복적으로 할 경우, 쇼핑중독, 섹스중독, 운동중독, 노름중독 등으로 부르며, 비화학적 중독 또는 행동중독이라고 한다. 디지털 사회의 생필품이 되어 버린 게임도 과다 사용할 경우, 사회적 접촉을 끊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등 비화학적 행동중독현상을 일으키며, 이를 게임과몰입이라고 부른다.

화학적 중독의 경우, 술을 많이 마시면 간암이 올 수 있고,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 될 수 있고, 아편 같은 마약을 많이 하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만져보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물질적 독성이 인체에 악영향을 가져 오는 것으로 쉽게 이해한다. 운동, 섹스, 쇼핑, 식사, 노름, 게임 등을 과다하게 할 경우, 독성물질이 관여하지 않기에 화학적 중독으로 몸을 상하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행동중독이 신체적 위해보다는 뇌를 변화시킨다고 쉽게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 들어 청소년의 학내외 일탈이 심각해지면서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되었다. 게임을 학업부진, 일진폭력, 학내왕따, 학생자살 등 모든 것의 원인으로 몰았다. 우리 사회의 게임 관련 담론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자극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렀다.

게임때리기의 정점은 게임을 하면 뇌가 변형된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많이 하면 사람 뇌가 짐승 뇌로 바뀐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MRI나 CT의 천연색 뇌사진을 내놓고 게임을 하면 전두엽 혹은 후두엽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학부모들이 게임 좋아하는 자기 자식의 뇌가 짐승 뇌처럼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자지러지게 만들기에 넘치고도 남았다. 게임은 사회적 골칫거리의 속죄양으로 순식간에 포박되었다. 어떤 현상의 나쁜 면만을 부각시키거나, 축적된 충분한 사례 없이 일반화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단맛을 주고 피로회복에 효과가 높은 설탕물을 진하게 타서 쥐에게 주사하면 2~3분 경련 끝에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설탕을 독극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게임 과몰입이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게임과 뇌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충분한 연구 없이 둘의 관계를 단정 짓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사회를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뇌가 짐승 뇌처럼 된다는 주장은 사회적 충격과 반향을 가져 오는 데 성공했을지 모른다. 연구와 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단정적이고 자극적 표현으로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면 레토릭이 된다. 수사적 과학이 실체적 과학을 일시적으로 배척할 수는 있겠으나 오래 가지는 못한다. 게임을 하면서 커온 세대들이 어느덧 우리나라 정신의학 연구와 임상의 중추가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소아정신의학 그리고 게임과몰입을 상담 치료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얼마 전 게임브레인포럼을 만들었다. 긍정과 부정 양날의 칼 게임을 균형 있게 보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객관적 과학적으로 게임을 연구하는데 뜻을 두고 있다. 횡단적, 종단적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져 게임 미신이 없어지게 되기를 바란다.

불광미급(不狂未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불광과 과유의 조화 속에서 바른 게임문화가 정립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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