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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담론, 게임 엑소더스
오피니언 김종민 칼럼

시대의 담론, 게임 엑소더스

사람은 생각과 말을 하고 기구를 만들어 쓰며 사회를 만들어 사는 동물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되는데, 산다는 것의 행태는 먹고 일하고 놀고 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논다는 것, 게임한다는 것은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일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J 하위징아는 놀이는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보다 오래된 현상이며,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즐거움을 찾아 놀이를 하며, 게임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 즐겁고 재미난 게임이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회적 위기의 탈출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역사’에서 게임으로 사회체재의 붕괴를 막아낸 사례를 기술했다. 약 3천년 전 소아시아의 리디아 왕국에 18년 대기근이 닥쳤을 때 아티스 왕은 하루 먹고 하루 굶는 방법으로 고난을 극복했다.

 

굶는 날에는 주사위놀이, 공기놀이, 공놀이 등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여 사람들이 놀이의 즐거움으로 식욕을 잊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리디아 사람들은 게임하면서 기나긴 배고픔을 이겨 냈던 것이다.

 

게임은 소극적 도피나 일과성 소비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적극적이며 유익한 생산의 기능을 해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의 미디어는 원시사회 동굴에 그린 벽화에서 알파벳을 거쳐 시, 소설, 음악, 만화, 영화의 장르를 지나, 라디오, TV, 엠피 3, PC, 스마트폰 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놀이보다 재미나고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는 디지털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매출이 700억 달러에 육박한다.

 

등장한지 일천하나 전세계의 젊은이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천 만명이 즐긴다. 재미난 몰입과 가상현실 체험의 기회를 손 쉽게 경제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려 질풍노도처럼 디지털 놀이에 빠져 들고 있다. 현대판 엑소더스가 디지털게임을 향하여 일어 나고 있는 느낌이다.

 

배고픔을 이기려 주사위 놀이에 빠졌던 리디아인들이나 현실의 정신적 기근에서 벗어나려 가상현실게임을 찾는 현대인들은 본질적으로 서로 닮았다. 사회적 소통 촉진과 위기의 해결에 게임은 시공을 초월하여 비슷한 기능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디지털 선각적인 사회에서는 게임의 순기능 극대화에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의 비리와 비효율을 고치고, 인류적 문제에 전세계의 참여를 가능케 하며, 곡물 적립게임으로 기아문제를 풀고, 게이머들이 모여 수퍼컴퓨터 기능을 만들어 암을 고쳐 나가는 등 디지털 게임에게 현실세계 구원의 퀘스트를 부여하고 있다.

 

‘석유 없는 세상’ 놀이로 지구적 생존의 해법을 모색하고, 대형 예측게임 ‘수퍼스트럭쳐’로 미래 위기에 대처 하며, SNS 게임 ‘이보크’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문제를 푸는 등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디지털 게임이 미래 구원의 미디어로 등장하고, 활용되며, 적극 육성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 일각에서 일부 기관, 사회단체, 언론들은 시대의 첨단, 디지털 게임을 일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일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순기능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공론화 없이 너무 쉽게 단선적으로 대처하면서 속죄양을 만들고 있다. 게임이 지닌 생산적 기능, 사회 소통과 위기 해결의 긍정적 능력에 대한 통찰이 아쉽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 놀이의 주인공은 디지털 게임이라는 기본적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시대 문화담론의 핵심을 눈 앞에 도도히 전개되는 디지털 게임 엑소더스로 삼아야 할 때이다.

 

풍성한 기획 디자인으로 현실문화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통해 보다 풍요롭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참 미디어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디지털 게임은 마녀사냥의 대상이 아니며 많은 노벨상이 나오게 될 새로운 지평이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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