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9월은 순교자 성월
오피니언 삶과 종교

9월은 순교자 성월

한국 천주교회에선 9월을 순교자 성월(聖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증거하다가 죽임을 당한 한국의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리는 달입니다. 이 성월은 한국의 순교 선열들을 현양할 뿐만 아니라, 오늘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그들의 정신과 삶을 본받아 시대가 요구하는 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8세기부터 중국으로부터 전해온 천주교의 서적과 교회정신에 대한 연구가 양반층에서 조심스럽게 연구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조정에선 당파 싸움으로 끊임없는 암투와 피의 보복이 자행되었고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족벌 정치가 무섭게 뻗치게 되면서 산골 오지에 까지 권세가 등등하게 퍼지다 보니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여러 지역에서 민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양식있는 많은 지식층인 선비들이 특히 성호 이익이 주창하고 있는 실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벽, 권일신, 권철신, 정약전 등도 이분의 제자들로서 실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천주교를 학문으로 접하게 됩니다. 후에 이분들이 천주학을 신앙으로 받아드리고 천주교의 실천가로 승화하게 됩니다. 당시 서양에선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학풍이 돌기 시작하면서 마침 서양 특히 독일에서 온 중국의 천주교 선교사들이 과학 등의 실증적 학문 뿐만 아니라 천주교 교리도 갖고 오게 됩니다.

 

천주교 창립의 주역 중에 한분이셨던 다산 정약용이 주축이 되어 수원 화성을 설계, 축조할 때에도 노동력의 보다 효과적인 방법, 즉 성과제나 할당제나 임금직불은 물론 거중기같은 건축 장비 등을 개발하여 사용함으로써 건축기간을 단축하였을뿐만 아니라 견고하면서도 아름답고 실용적인 성이 축조되었습니다.

 

여기엔 좀 색다른 건축 양식이 있는데 방화수류정의 서쪽 벽에는 십자가가 잔뜩 박혀 있어 해질 무렵엔 그 현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당시에 정약용은 온 집안들이 천주교에 심취되어 있었던 때라서 아마도 예수님의 십자가 모습을 벽에 문양으로 은밀이 표현하고자 한 뜻은 아니었는가 묵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당시에 많은 학자들이 서학 즉 천주학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이런 사상을 받아드린다면 틀림없이 멋진 나라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사상 즉 사랑과 계급이 없는 평등한 사회 그리고 용서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엔 이런 사랑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고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면서 백성들을 힘들게 하고 양반과 천민등 계급사회가 사회의 틀이었고 복수는 끊임없이 이어졌었기에 바로 이 때에 예수님의 사상을 받아드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많은 선비들이 천진암 등에서 강학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새로운 조선을 계획했습니다. 후에 이들은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 주역들이 됩니다. 물론 신앙으로 승화되어 내세라는 확신을 깨우치게 되면서 신앙의 틀이 형성되고 드디어 우리나라에 명실공히 천주교회가 시작됩니다.

 

당신 조정에선 이런 천주교 신자들의 모임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엉뚱한 착각을 하게 되고 특히 정조대왕 이후로 무선운 박해가 여러차례 일어나게 됩니다. 조정의 당파싸움에서는 그 화풀이를 모두 천주교 신자들에게 덮어씌우는 자행을 하게 됩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약 100여년간 모질고 무서운 박해를 겪으면서 그동안 약 1만 여명이 훨씬 넘게 희생되었습니다. 이들을 우리는 순교자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수원화성에선 더 혹독한 박해가 일어나면서 약 1천 여명 이상이 순교를 하게 됩니다. 이분들 중에 순교하신 자료가 충분한 103분을 교황께서 지난 1984년 우리나라에 오셔서 전 세계가 공경을 드릴 수 있도록 성인(聖人)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지금도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사회곳곳에서 때론 힘차게 그리고 꾸준히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순교자분들을 우리 교회에선 어떤 분들보다 더욱 소중하게 모시고 있으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크신 사상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나라나 집단은 그 만큼 살기좋은 행복한 곳이 됩니다.

 

이렇게 매해 9월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수원순교성지를 비롯하여 방방곡곡 100여곳이 넘는 순교성지를 찾아 그 뜻을 기리고 순교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