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쿠팡 사태가 통상 이슈가 되는 이유

전순환 중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前 한국무역학회장 유럽연합(EU)이 최근 플랫폼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로 규정하며 통상 긴장을 예고했다. 국제 통상 관계의 상호 신뢰가 마찰의 불꽃으로 변하는 변곡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규제 자체의 옳고 그름을 넘어 그 조치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했다는 ‘신호’로 읽히는 순간 국내 정책은 글로벌 신뢰를 흔드는 통상 이슈로 비화한다.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둘러싼 정부의 파상공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정책 목표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이 사안은 이미 국내 담론을 넘어 국제 투자 및 통상 질서의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현대 통상 질서와 분리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는 소비자 권익인 동시에 외국인 투자 보호, 비차별 원칙, 그리고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해외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정부 부처 11곳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입하고 경찰과 국회까지 전례 없는 강도로 가세한 현 상황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미국계 디지털 기업 전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기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여타 기업 사례와 비교해 봐도 이번 대응은 유독 이례적이며 압도적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은 정책 당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해외시장에서 특정 국적의 기업을 겨냥한 ‘과잉 대응’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인식되기 쉽다. 국제 통상 질서에서는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의 정당성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식이다. 그리고 일단 형성된 인식은 정부의 해명만으로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특히 한미 통상 환경이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관세와 공급망 이슈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과잉 대응 논란은 불필요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내 투자자와 의회 및 행정부 차원에서 이 사안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응의 ‘강도’를 높이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행정적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쿠팡에 대한 조사는 국내법에 따라 엄정히 집행하되 그 과정이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특정 기업을 비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의 정책 환경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공표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나 과도한 공권력의 결집이 아니다. 국내 정책 목표를 관철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오해를 사지 않는 정교한 균형 감각이다. 한국의 규제 행정이 ‘국내용 정서’에 머무를지, ‘글로벌 규범’으로 인정받을지는 이번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생각 더하기] 한국식 옴부즈만제도의 필요성

현재 전 세계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수일 전 트럼프는 다보스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 중심의 보호관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이제 글로벌 경제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한국은 아직도 동남아 및 남미 국가 수준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전 세계인의 눈에는 한국이 정치와 경제 및 문화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한국이 정치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의 삼권분립제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입법부 다수당의 횡포로 인해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교착 상태에서 입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행정부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다. 방법론적 차원에서 법의 한계를 넘어선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으며 정권 역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입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 역시 한 방법이다. 그중 현재 48명인 서울시의 국회의원 수를 4명(동서남북)으로 줄여야 한다. 서울시는 광역 및 기초지방의회가 충분히 정책을 대신할 수 있다. 나머지 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국회의원 44명의 비용을 이용해 한국식 옴부즈만제도를 체택해야 한다. 옴부즈만제도란 유럽에서 공직자의 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서울시 등에서 옴부즈만제도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는 옴부즈만제도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 옴부즈만제도에서 선택하는 감시자는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정치는 예술 중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의 이상국가론에서 철인정치를 주장하면서 정의를 가진 자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 즉 지혜, 용기, 절제 및 열정을 겸비한 사람들만이 사회정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정의를 갖춘 감시자로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 국회의원 자격은 현재 당이 규율을 정해 공천하고 있다. 그러나 장래 공천은 국가가 엄격한 절차(인격 및 전문성)를 거쳐 통과한 자에게만 국회의원 출마할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여야의 정치권 및 국민 공청회,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국민 전체의 의사를 반영, 결정해야 한다. 현재 케이팝을 비롯해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가 경제와 같이 선진화된다면 이제 한국은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사료된다.

[생각 더하기] 전쟁의 신이 된 알고리즘

필자는 오랫동안 안보와 보훈의 현장에서 교육을 해왔다. 전쟁의 그 무게와 책임을 어떻게 시민에게 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판단으로 자신을 지키고 결국 나라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르치고, 쓰고, 조용히 활동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점점 분명해진 질문이 있다.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시대에 인간의 판단은 과연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전쟁을 바라보며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인류의 전쟁사는 언제나 도구의 진화와 함께 잔혹해졌다. 돌과 창에서 화약으로, 다시 핵무기로 이어진 파괴의 역사는 결국 ‘더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지금, 전쟁은 인공지능이라는 차가운 두뇌를 장착한 채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의 전장은 더 이상 병사들의 함성이나 포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표적을 고르고, 전기를 끊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테크노 전장’의 실험실처럼 보인다. 전쟁은 이제 물리적 충돌을 넘어 시스템과 인식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를 점령하고 국기를 꽂는 일이었다면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전쟁의 목표는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다.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은 문명의 혈관인 에너지 인프라다. 인공지능은 어디를 끊어야 가장 넓은 지역이 암흑에 빠지는지, 어떤 순서로 차단해야 복구 의지를 꺾을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 미사일이 날아오기 전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기가 끊기고 난방이 멈춘다. 도시는 서서히 얼어붙는다. 더 서늘한 장면은 인간의 정신을 향한 공격이다. 딥페이크로 조작된 지도자의 영상과 AI 봇이 퍼뜨리는 거짓 정보는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할 시민의 능력을 마비시킨다. 이는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인지 전쟁이다. 총성이 울리기 전 전선은 이미 우리의 스마트폰 화면과 생각 속으로 옮겨 왔다. 전장에서의 살상 방식 또한 점점 기계의 얼굴을 닮아간다. AI 드론은 은폐된 병사의 체온을 순식간에 포착하고 얼굴 인식 기술은 생명을 데이터로 치환한다. 이름과 사연을 가진 인간은 ‘처리해야 할 정보’로 바뀐다. 연민과 망설임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확률과 연산뿐이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의 효율이 극대화될수록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남는가. 알고리즘의 오판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될 때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그동안의 교육 현장에서 필자는 한 가지를 반복해 강조해 왔다. 나라를 지키는 힘은 언제나 무기보다 먼저 사람의 판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멈출지 밀어붙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전쟁의 신이 된 알고리즘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편리함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넘겨준 판단을 우리는 다시 되찾을 준비가 돼 있는가. 기술은 중립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은 중립일 수 없다. 이 시대의 마지막 방어선은 코드가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의 의지다.

[생각 더하기] 구조적 차별 넘어 ‘생존·존엄’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변경했을 때 반가웠다. 성평등부보다는 미흡하지만 그래도 새 정부 들어 조금씩 제 길을 찾아가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성평등정책 전반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주무 부서인 성평등정책과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남성 역차별을 조사 및 분석하기 위해 신설된 성형평성기획과가 대통령실의 의지로 주무 부서를 꿰찼다. 역차별은 사전적 의미로 ‘부당한 차별을 받는 쪽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나 장치가 너무 강해 오히려 반대편이 차별을 받음’이다. 여성들이 차별과 안전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나. 성차별은 임금이나 승진 같은 지표를 넘어 이제 여성의 생존과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로 치닫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한국의 심각한 구조적 차별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5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9.3%, 회원국 평균 11.3%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 1위다. 영국의 유리천장지수에서도 12년 연속으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함으로써 가부장제를 유지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방증한다. 더욱 참혹한 것은 여성들이 마주하는 안전의 격차다. “남자는 여자가 무시할까 봐, 여자는 남자가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은 현재의 젠더 위계를 적확히 포착한다. 한국의 여성들은 남자의 기분을 망쳤다는 이유로 삶의 기본과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대검찰청 강력범죄 통계를 보면 흉악범죄 피해자의 85~90%가 여성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 상담 통계는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138명으로 1.3일에 한 명꼴로 여성들이 죽음의 문턱에 서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급증한 딥페이크 성범죄 또한 여성을 성적 도구로 소비하려는 여성 혐오적 인식이 기술 발전과 결합해 폭발한 결과다.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졸업 앨범에서 얼굴을 지우는 등 일상 속에서 불안함을 전제로 살아가며 자신의 의견조차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비참한 현실 앞에서 성평등가족부가 남성 역차별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여성도 군대 가라’는 정치권의 젠더 위계 물타기 대신 병역을 1년 반의 억울함과 징벌처럼 생각하게 만든 군대의 비민주적 형태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단순히 역차별로 치환한다고 해서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이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의 ‘여성 징병’ 국민투표에서 여성에게는 이미 돌봄과 가사 노동이라는 무급 노동이 있기에 추가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가 84.15%나 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차별과 여성 혐오의 해소는 특정 성별만을 위한 시혜가 아니다. 공동체의 절반이 공포와 차별 속에서 산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너무나 암담하다. 디지털 성범죄와 혐오 표현에 강력히 대처하고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여성이 안전하게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생각 더하기] 붉은 무지개로 차별을 넘어

우리는 모두 일상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다. 사실 차별 속에서 일상을 경험한다. 여성이어서, 장애인이어서, 성소수자여서, 민족이 달라서, 노동자여서, 키가 커서, 작아서, 살이 쪄서, 너무 말라서…. 모두 다른 조건 때문에 차별받지만 우리는 이른바 ‘정상’이 아니어서 차별받는다. 이 모든 부당한 차별을 모두가 견디고 살고 어쩌면 익숙해진다.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에는 너무나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차별 속에서 일상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광장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평등수칙의 이름으로 든든한 성벽을 제공하는 안전하고 평등한, 하지만 닫힌 공간이었다. 광장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었다. 광장에서 본 세상은 금방이라도 모두가 해방될 듯한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공간이었다. 우린 자유로웠고, 우리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고, 모든 게 다 잘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탄핵 이후 광장이 쪼그라들고 그 밖에서 다시 마주한 세상은 차갑기 짝이 없었다. 광장의 결과로 탄생한 대통령은 광장의 요구보다는 자본의 요구와 ‘협치’를 중요시 여기며 중도보수 대통령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런 대통령이 대표하는 사회의 일터와 학교에서, 그리고 더 많은 세상과 부딪치는 공간은 마치 광장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거기서 뼈가 시리도록 느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차별을 경험한 게 아니었다. 평등을 겪고 나서는 더욱 확실해졌다. 우리는 차별로 가득한 세상에서 평등수칙이라는 일상에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던 것이다. 평등수칙이라는 너무도 달콤하고 꿈같은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는 또다시 비일상의 억압 속에 내던져졌다. 윤석열이 1년 전 계엄령을 내리기 전에도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계엄 상태였던 것이다. 민주당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외쳤지만 애초에 차별받고 혐오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일상이란 없었다.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건 절벽에 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 일상은 우리가 이제부터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연대와 투쟁의 무기로 낡은 세상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일상을 쟁취해야 한다. 복귀할 일상을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가 돌아갈 일상은 차별금지법이 있는 일상, 동성혼이 법제화된 일상, 혐오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일상, 비동의강간죄가 있는 일상, 법적 성별 자기 기입제가 있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 ‘일상’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차별철폐대행진이란 결국 이 세상을 철폐하기 위한 행진이 돼야 한다. 우린 차별을 넘기 위해 이 세상을 넘어야 한다. 광장에서 넘쳐 흐른 평등의 파도로 세상을 뒤덮어 지우기 위해, 혐오의 먹물로 점철된 세상을 뒤집어엎기 위해. 이재명이 만든 개혁의 허상을 지워내고, 이준석이 만든 새로운 혐오를 쫓아내고, 윤석열이 만들어낸 노골적인 억압의 반동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아 나가며.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서 차별을 철폐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행진이 세상이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도시 성장, 개발과 공익의 ‘균형’

미래 도시는 단순히 외형적 성장이 아닌 도시의 활력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도시개발은 강력한 동력이지만 이 역동적인 힘이 공익이라는 지속가능한 가치와 균형을 이뤄야만 진정한 도시 번영이 가능하며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용도지역 변경 등으로 발생하는 ‘계획 이익’은 도시 발전에 활용하는 한정적인 공적 자원이다.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단기적인 재정 이익에만 집중하면 학교, 상하수도, 공원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인프라 부족을 초래해 도시의 미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반면 자치단체가 특혜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해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신중하게 다루는 행정의 경직성이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기회마저 잃게 만드는 비효율성을 낳는다. 결국 도시 관리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지 못하면 발전 대신 정체를 가지고 온다. 그러므로 도시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변화와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행정이 필수다. 이 유연성이 특혜로 변질되지 않도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시민 신뢰를 얻는 것이 행정의 핵심이다. 유연성을 상실한 계획은 민간 투자와 혁신 동력을 잃게 해 도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도시관리계획 변경은 도시 혁신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사회·경제적 변화 그리고 지역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민간의 창의적인 개발 동력을 지원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적정하게 환원받아야 한다. 개발과 공공기여의 균형 잡힌 ‘조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다. 이 공공기여는 개발 이익을 공원, 도서관, 주차장 등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공복리로 전환하는 현명한 장치다. 결론적으로 공공기여 사전협상제도의 성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 강화는 필수다. 도시의 질서 유지와 성장동력을 위해서는 공정성 확보와 도시관리의 효율성이라는 두 핵심축에서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네 가지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 연계성 강화다. 도시계획, 교통, 환경 등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배치해 환수하는 공공기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래 수요에 맞춰 부족한 교육, 복지, 문화 인프라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공공기여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둘째, 협상 역량 강화다. 잦은 순환 보직을 지양하고 전문가 배치를 확대해 민간과의 협상 역량과 행정 서비스의 일관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공공기여 성공의 열쇠는 상호 신뢰다. 공공기여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민간 등 상호 신뢰가 부족한 공공기여는 행정적 마찰 비용을 증가시키고 예측 불가능한 추가 이행 요구를 낳아 사업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여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자치단체는 법과 조례를 벗어난 임의적 부담 요구를 금지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투명한 업무 처리 원칙을 확립해 자의적이거나 불공정한 행정 판단을 배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개발과 공익의 균형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함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현명한 방향 설정의 핵심이다. 결국 도시 성장은 개발과 공익 확보라는 두 기둥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

[생각 더하기] 사설 장애인 이동권 위한 민주주의

1981년 유엔 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12월3일을 세계장애인의 날로 선포했다. 매년 정부는 이날을 전후로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을 열고 여러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의 삶을 돌아봤을 때 명확한 것은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것만으로는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는 매년 12월3일 세계장애인의 날에 거리로 나선다. 1박2일간 집회와 노숙 농성을 결의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외쳤다. 지난해도 국회 앞을 낮부터 밤까지 지켰다. 그리고 국회의사당역에서 100여명의 활동가가 남았을 무렵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다음 날까지 국회 앞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외쳤고 하루도 빠짐없이 광장에 나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말하고 ‘평등’, ‘정의’, ‘차별 철폐’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울려퍼졌던 날들이 지나간 이후에도 장애인 권리를 말하는 활동가들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올해 12월3일에도 여전히 추위 속에서 국회 앞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장애인은 아직까지도 이동권, 노동권을 비롯해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다. 비장애인들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네에서조차 위험과 불편에 노출돼 시설로 배제되고 격리돼 왔다. 경기도 또한 그렇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 거주시설이 있는 데다 저상버스는 아직도 탑승이 어렵고 장애인 특별교통수단도 한번 타려면 2시간씩 기다려야만 한다. 경기도는 2021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름으로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선언문’을 선포했으나 여전히 정책과 예산은 부족하고 단기적인 지원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그 어떤 정책도 충분하게 보장돼 있지 않다.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과정은 대부분 비장애인 위주로 돼 있고 장애인에게 돈을 쓰는 건 후순위라는 시혜적인 시선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누군가를 빼놓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약자를 배제하고 먼저 챙길 수 있는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0여년 전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참사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시작됐다. 투쟁으로 만들어진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을 비롯한 노인, 유아차 이용자 같은 사람들이 이동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의 권리는 장애인만의 권리가 아니다. ‘누구도 뒤에 남겨 두지 않을 때’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차별 철폐의 길을 지금부터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생각 더하기] 당신의 이름으로 짓는 미래

‘뚜안’, ‘강태완’, ‘속헹’, 이 이름을 아는가. 누군가에겐 낯설 수도 있는 이름, ‘뚜안’, ‘태완’, ‘속헹’으로 불렸던 청년들은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이름이 알려졌다. 그들이 꿈꾸던 미래와 수고로웠던 일상, 사랑하는 이들과 나눴던 희망과 좌절의 이야기도 죽음의 소식 뒤에 우리에게 다가왔다. 뚜안은 10월28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안의 자동차부품공장에 들이닥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강제 단속으로 목숨을 잃었다. 25세의 여성, 대학 졸업 후 다른 대학으로 편입까지 해 학사 학위를 두 개나 받고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는 것까지만 들으면 주변 여느 사람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 좋아했다던 볼 터치, 늘 덮었던 무릎담요는 평범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다름으로 빛났을 뚜안을 상상케 한다. 뚜안은 단지 공장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에 떨다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렀다. 대구출입국은 무작위로 사람들을 체포한 뒤 ‘명단’을 대조해 미등록 노동자로 확인된 34명을 골라내 끌고 갔다고 한다. 그 무자비한 현장에서 ‘뚜안’이라는 이름은 제압해 붙잡고, 감금하고, 추방해도 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만 불렸다. 그날 붙잡혀 간 34명의 미등록 노동자들은 단속 과정의 공포와 동료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식 앞에서 애도할 시간도 없이 구금되고 추방됐다. 목격자들은 그렇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증언자로서의 자격조차 얻지 못하고 이 땅에서 사라졌다. 강태완, 다섯 살에 한국에 와서 20여년간 미등록 이주민 신분으로 살다 천신만고 끝에 안정적 체류 자격을 얻은 지 4개월여 만에 산업재해로 작년 이맘때쯤 사망한 서른두 살 청년의 이름이다. 속헹, 2020년 난방이 되지 않는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 속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청년 여성 노동자의 이름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강태완은 미등록 이주 아동을, 속헹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있는 농촌 이주노동자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 그 존재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사회적 존재로,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 매긴다. 뚜안과 강태완과 속헹은 출입국통계월보 속 데이터의 숫자 더미로 존재하는 체류 외국인, 미등록 체류자, 난민, 외국 국적 동포 중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의 곁에서 다정하게 이름 불리며 관계맺고 살아왔던 고유한 존재인 것이다. 11월6일 밤 세종로에서는 고(故) 뚜안을 추모하고 죽음을 초래하는 강제단속을 규탄하는 추모집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고인 또래로 보이는 청년들이 다수 참석했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뚜안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보였다. 11월5일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들은 ‘우리가 가르친 학생 중 하나’라며 뚜안의 죽음을 애도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체류권을 보장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출입국의 단속 대상 명단이 차별과 분리,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호명이라면 그 반대편에는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말 거는 다정한 호명이 있다. 피부색으로, 성별로, 나이로, 종교로, 성적 지향으로, 그 어떠함으로도 차별하거나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외치는 이름 부름이 있다.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인 박준의 시구처럼 뚜안, 강태완, 속헹, 이 이름은 차별과 혐오로 병들고 아픈 한국 사회를 치유하고 일깨우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이름으로 밥을 짓고 약을 짓고 집을 지어 든든히 연결된 존재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 그것이 우리의 미래다.

[생각 더하기] 버스요금 인상... 반드시 서비스 개선 뒤따라야

지난달 25일부터 경기도 버스요금이 200~400원 인상됐다. 유가 인상과 인건비 상승, 차량 안전 설비 개선 투자 확대, 광역교통망 확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금 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서비스 개선이다. 요금이 오르면 시민의 기대도 함께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현실의 버스 서비스는 여전히 시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차벨을 잘못 눌렀다고 출발을 하지 않고 승객을 노려보는 사례, 급출발로 승객이 넘어져도 사과 한마디 없이 그대로 출발하는 사례, 승객들의 안전은 뒤로하고 장시간 휴대폰을 보거나 통화하는 사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며 막무가내로 끼어드는 사례,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례 등은 아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경험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안과 불쾌감, 불신을 남긴다. 버스요금 인상 전에 열렸던 공청회에서 버스사업자 측 참석자가 “햄버거값이 오른다고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느냐”고 질문하는 것을 보고 일부 버스업계 종사자의 서비스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햄버거값이 오르면 사 먹지 않을 수도 있고 김밥이나 라면을 사 먹을 수도 있다. 즉, 다른 대체수단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버스요금이 오르면 택시나 전철로 대체하기 어렵다. 전철은 노선이 제한적이며 택시나 자가용은 고령자나 청소년, 장애인 등에게는 비용이 많이 들어 대체수단이 될 수 없다. 농어촌이나 전철 택시 등이 없는 지역에서는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버스요금 인상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시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적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버스업계는 이번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급출발과 난폭운전, 불친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고령자, 청소년, 농어촌 주민 등 교통약자를 세심히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아울러 요금 인상분은 반드시 버스 운전기사와 정비사 등 현장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반영돼야 한다. 시민들은 버스업체의 배를 불리기 위한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현장의 근로자들이 안정되고 자부심을 느낄 때 비로소 서비스의 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지역 공동체를 잇는 공공의 발이다. 공공 서비스 성격이 강한 버스요금 인상이 시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운 만큼 그 이상의 서비스 개선과 책임 있는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이 버스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고 불가피한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승차할 때 따뜻하게 인사하는 사례, 고령자가 좌석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례, 정차 전에는 일어서지 말라고 안내하는 사례, 버스카드나 현금이 없어 당황하는 시민을 친절하게 태워준 사례 등 미담이 많이 들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생각 더하기] 이동권과 친환경

경기도의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9.3%다. 국가 전체에서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13%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심상치 않은 수치다. 자동차는 이렇게 온실가스를 신나게 내뿜으며 돌아다니는데 도시의 주인인 사람들은 이동에 제약이 있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 쟁취 투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는 도시를 질주하고 사람은 최소한의 권리인 이동권마저 쟁취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 장애인 이동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다. 똑같은 시민이지만 누군가에겐 당연한 권리이고 누군가는 쟁취해야 할 과제가 된다.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사람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 역할은 도로 턱과 볼라드가 수행한다. 턱과 볼라드를 통과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주저앉거나 타인의 도움으로 그 길을 건너야 한다. 대중교통은 어떨까.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해 출근길이 불편하다는 호소가 담긴 보도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투쟁을 이어가는 당사자인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연대자는 이 시위를 ‘지하철 탑승 투쟁’이라 부른다. 누구나 운임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건데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극악스럽게 막아선다. 전쟁 시기가 아닌 일상 시기임에도 장애인들에겐 보행로도, 대중교통도 넘어야 할 고지다.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일상에서의 전쟁이다.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턱과 볼라드를 넘어 모두가 평화롭게 걷고 이동하는 도시를 향한 투쟁이다. 자동차 중심 도시체계로 인해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고 누군가는 기본권을 빼앗긴다. 그 이면에는 자동차 회사들의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최초의 자동차는 환경 문제의 대안이었다. 마차가 다니던 1900년대 뉴욕은 거리에 말의 분변이 끊이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자동차가 도로를 거닐었다. 자동차 공정이 발달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포드사는 자사 노동자들도 자동차를 탈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췄다고 자랑했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이 빨리, 많이 자동차를 바꾸도록 종용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더 크고 새로운 자동차를 사라고 시민들을 현혹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그린워싱도 빼놓지 않는다. 유행을 부추기는 자동차 회사 때문에 중형차에 들어가는 차체와 부품도 자원 고갈과 지구온도 상승을 가속화한다. 그 과정에서 걷는 사람들과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삭제된다. 대안은 느리고 포용적인 도시다. 자동차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 도시의 템포를 늦춰야 한다. 걷거나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도시를 더 많이 누벼야 한다. 자동차로 인해 생긴 턱과 볼라드, 다차선 대로를 줄여 시민들 사이에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터 안에 주거와 일, 여가, 의료, 교육, 복지 등 사회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파리의 15분 도시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도 좋은 사례다. 슈퍼블록은 소규모 블록 안에서 대부분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 최고 속력은 매우 느리게 규제하는 도시정책이다. 막막하고 먼 길이지만 그렇다고 첫걸음부터 망설이면 안 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생각 더하기] 용기없는 자들의 정의, 공정, 평등이란 가면 뒤에 숨은 차별 드러내기와 평등한 경기도 만들기

‘정의’, ‘공정’, ‘평등’이란 단어는 정치인들의 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그 말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을 실천할 용기가 따라야 한다. 불평등을 드러내고 기득권의 불만을 감수하는 용기 없는 정의는 결국 가면에 불과한 정의다. 최근 몇 년간 ‘공정’이라는 말은 사회적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그 공정은 종종 기회의 평등만을 강조하며 불평등한 결과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쓰인다. 청년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여성과 장애인,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차별받고 지역 간 격차가 커지는 현실은 외면한 채 ‘노력하면 된다’는 말 혹은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들’로 치환된다. 이는 불평등의 구조를 가리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말이다. 진짜 정의와 평등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내게 주어진 특권을 돌아보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제도의 벽을 바꾸는 일은 언제나 저항을 부른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외면한 정의는 공허하고 행동하지 않는 공정은 결국 차별을 유지하는 방패가 된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다양한 노동과 삶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산업단지의 노동자, 돌봄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농민, 장애인, 청년, 이주민 등 수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간다. 이 거대한 공동체에서 ‘평등한 경기도’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식의 전환과 함께 수반되는 행정의 방향과 정치의 자기 책임 다하기다.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의 권리를 지키며 사회적 약자의 생활권을 보호하는 일은 ‘복지’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예산이 들어도, 시간이 걸려도 해야 할 일이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성평등 예산 확대, 청년·이주민 지원 강화 같은 정책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다. 물론 이런 정책은 항상 반발을 부른다. 누군가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하고 누군가는 세금 부담을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사회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과정이 모두에게 편할 수는 없다. 진짜 공정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 있는 결정에서 비롯된다. 행정과 정치 역시 그 용기를 내지 못하면 평등은 언제나 미뤄지고 말뿐인 구호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똑같이’가 아니라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다.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 즉 불평등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적극적 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복지, 노동, 교육, 교통, 돌봄 등 일상의 영역에서 차별을 줄이는 구체적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누구의 공정인가. 용기없는 정의는 기득권의 언어이고 평등 없는 공정은 차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차별 없는 경기도를 지향한다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행정의 용기를 보여야 한다. 평등은 이상이 아니라 방향이다. 그 길의 첫걸음은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다. 우리가 그 용기를 낸다면 가면 뒤에 가려진 차별을 드러내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을 차별금지조례, 평등조례 제정으로 하자.

[생각 더하기] 세종대왕, 창조농업∙도시재생... 여주의 미래

대한민국 229개 시·군·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과 거점시설을 조성했지만 사업 종료 시점에 이르자 지속성 확보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지원금에 의존해 온 공동체가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세대 단절로 활동 인원이 급감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여주시도 이를 피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최근 전북의 농촌마을인 송학동 ‘다모이길 텃밭정원’은 도시농업을 매개로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립적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고령층은 재배 지식을 전하고, 청년층은 벽화를 그리고, 아이들은 텃밭에서 물을 주며 배운다. 단순한 공간 개선이 아닌 공동체 회복의 실험이자 도시재생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심어 넣은 우수 사례다. 여주시가 주목해야 할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주는 역사와 농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세종대왕이 중시한 남한강의 맑은 물이다. 한강 발원지인 태백 검룡소에서 여주 남한강을 지나 한양으로 흐르는 강물은 예부터 풍요로운 농업을 가능케 했고 조선 왕실에 올려지던 진상미 여주쌀은 지금도 여주의 대표 브랜드다. 여주 땅콩과 고구마 역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이러한 자산을 단순한 생산품에 그치지 않고 도시농업 기반의 창조적 도시재생 콘텐츠로 발전시킨다면 여주는 다른 도시와 확연히 차별화된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예컨대 마을 거점시설 주변에 남한강 물을 활용한 친환경 텃밭 정원을 조성하고 주민들이 함께 키운 여주쌀 벼 모종과 땅콩·고구마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내기와 농산물 수확 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배우고 청년들은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며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어르신들은 농사 지식을 전수하며 세대 교류의 매개자가 된다. 이처럼 여주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명력 있는 재생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거점시설에서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을 운영해 주민을 전문가로 키우고 다시 마을 정원 활동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면 여주는 도시농업 기반의 자립적 도시재생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종대왕의 지혜와 남한강의 풍요로움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진상미 여주쌀과 농특산물, 그리고 마을정원이 어우러진 창조농업 도시재생’은 여주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2025년 ‘여주 관광 원년의 해’를 맞아 여주시는 단순한 관광지로의 도약을 넘어 역사·문화·농업 자산을 바탕으로 도시농업과 도시재생, 청심루 복원사업 등 도시정원 등을 접목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재생의 선도 정원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여주시가 인구소멸도시 가운데 희망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결국 산·학, 민관 거버넌스의 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주시가 먼저 성공의 길을 보여줄 때 다른 지역에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종대왕의 숨결이 깃든 여주가 전국 소멸 위기 지역의 희망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생각 더하기] 도시의 품격, 밀도와 높이의 ‘조화’에서 시작된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춘 성장 도시다. 송도국제도시의 마천루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상징처럼 우뚝 서고 청라·영종국제도시의 초고층 건축물은 성장의 에너지를 더한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면 개항장, 자유공원, 수봉공원 등 원도심의 오래된 공간이 도시의 뿌리를 묵묵히 지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인천은 지금 고층과 저층, 새로움과 오래됨이 공존하는 도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발밀도와 건축물 높이 관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한다.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중구 자유공원·수봉공원 일대 고도지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단순히 규제를 푸는 것을 넘어 도시의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시스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의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획일적인 기준 대신 지역 특성에 맞춰 개발밀도와 건축물 높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송도같이 적정 밀도와 고층 건축이 적합한 지역은 환경, 경제,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경제적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반면 개항장과 같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은 과거의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복합용도 개발을 유도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도시 중심과 신도시의 관리기법을 구분해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 그리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공공성 확보와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건축물의 높이 완화가 민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시의 질적 성장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여를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예컨대 공개공지, 보행 친화적 가로, 옥상 녹화 등 공공시설 확보를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뉴욕시의 허드슨 야드 개발 사업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하나다. 원래 철도차량 기지였던 이곳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해 복합 개발을 추진했으며 일자리 창출, 저렴한 주택 공급, 공공 공간 조성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하면 개발자는 사업성을 확보하고 시민은 더욱 쾌적한 환경을 누리는 상생 구조가 가능하다. 셋째, 개발밀도와 교통 인프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개발밀도는 필연적으로 교통량 증가를 유발한다. 원도심의 경우 좁은 도로와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하므로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구조로 전환하고 주차장 공급을 늘리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광역교통 계획과 시설 투자가 담보되지 않으면 그로 인한 부작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개발에 따른 교통 문제는 고스란히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시스템, 도로망, 주차 공간 등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원도심을 통과하는 철도 등 대중교통망 확충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비로소 지속적이 균형 잡힌 도시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개발밀도와 건축물 높이의 합리적 관리는 도시의 변화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질적 도약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인천은 더욱 살기 좋고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과거 규제에 얽매이지 않되 미래 세대가 누릴 도시 가치를 지키는 현명한 도시 설계가 지금 인천에 요구된다.

[생각 더하기] 지방소비세 배분체계 개편 필요성

지방자치의 근간은 안정된 재정이다. 지방소비세는 2010년 지방세수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신설됐다. 부가가치세의 25.3%를 재화·용역의 공급과 재화의 수입에 대해 시·도가 과세하는 지방세다. 현재 각 지방정부의 자주재원 확충을 위한 핵심 재원이며 인천의 지방세입(2024년 4천717억원) 중 취득세(36.6%), 지방소비세(19.2%)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소비세 배분체계에서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점이 있어 이번 글을 통해 문제점을 알아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세의 일정 비율(25.3%)을 재원으로 ▶민간최종소비지출 기준 5%포인트 방식 ▶주택취득세 감소 보전분 6%포인트 방식 ▶1단계 전환사업 10%포인트 방식 ▶2단계 전환사업 4.3%포인트 방식 등 네 가지 단계별 복잡한 배분체계를 거쳐 각 시·도의 지방세입으로 배분한다. 그중 ‘민간최종소비지출(5%포인트) 배분 방식’은 시·도별 소비지수에 가중치를 적용한 값이 전국 합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안분(일정한 비율에 따라 고르게 나눔)하는데 가중치는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세수쏠림 방지를 위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00%, 타 광역시 200%, 도 300%를 각각 적용하고 소비지수는 매년 1월1일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민간최종소비지출을 백분율로 환산한 시·도별 소비지수(서울 22.520%, 부산 6.528%, 대구 4.597%, 인천 5.297%, 경기 25.329%)를 말한다. 여기서 인천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서울·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지수가 낮고 재정 여건이 열악함에도 서울·경기와 함께 가중치 100%를 적용받아 가중치 200%를 적용받는 부산, 대구 등 타 광역시에 비해 지방소비세 세입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단계별 배분체계를 거친 산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 2조9천412억원, 부산 1조5천972억 원, 대구 1조1천254억원, 인천 8천707억원 등 타 시·도에 비해 인천이 불합리하게 배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지방기금법’ 및 ‘지방기금법시행령’에 따라 지역상생발전기금은 2010년 지방소비세 도입과 함께 수도권·비수도권 간 재정 격차 발생을 완화하기 위해 매년 지방소비세 5%분에 한해 35%를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분담해 출연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는 타 시·도보다 재정 여건이 우수하지만 인천의 재정은 넉넉지 못하다. 타 광역시보다 지방소비세를 적게 안분받으면서도 수도권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매년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납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재 누적 출연금액은 6천608억원이고 올해도 700억원 이상 출연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소비세는 배분체계의 지나친 복잡성, 1·2단계 전환사업 보전에 대한 일몰도래 등으로 법률 개정 수요가 발생했고 한국지방세 연구원에서도 현행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법령의 일몰도래에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인천은 소비지수 산정 시 가장 낮은 가중치를 적용받는 불합리성과 지방소비세의 적은 안분에도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등에서 그동안 이중으로 재정 부담을 안고 왔음을 보여준다. 정부에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인천시에서는 의회 및 정치권 그리고 타 시·도와의 협력을 통해 지방소비세의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배분 및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돌봄은 끊김 없이, 삶은 존엄하게!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돌봄이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다.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해 시민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법의 취지다. 그러나 법 제정만으로 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돌봄은 결국 지역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 해답을 동 행정복지센터를 기반으로 한 ‘동별 돌봄통합지원센터’ 운영에서 찾고자 한다. 현재 동 행정복지센터는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초생활보장, 복지 상담, 생활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돌봄통합지원 기능을 더하면, 시민 누구나 가까운 동네에서 한 번의 방문만으로 상담과 연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 독거노인,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모두가 동네에서 끊김 없는 돌봄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리 돌봄통합 협의체’ 역시 동별로 구성하고, 기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통합 운영할 수 있다. 기존 협의체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리면서, 동 단위에서 의료기관, 복지기관, 비영리단체,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협의체를 만들면, 각 동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돌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원을 연결하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방식은, 동네 단위에서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인 지역 통합돌봄을 위해서는 돌봄 거버넌스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을공동체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참여소득조례’ 제정을 제안한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돌봄 활동에 참여할 경우, 그 기여를 지역화폐나 타임뱅크(시간은행)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주민이 돌봄에 참여하면 지역화폐를 받아 지역 상권에서 사용하거나, 타임뱅크에 시간을 적립했다가 자신이나 가족이 돌봄이 필요할 때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봉사를 넘어, 마을 공동체가 돌봄의 주체로 서고 민간자원이 돌봄 생태계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민관 협력은 이러한 체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축이다. 구리시는 돌봄 계획 수립과 재원 확보를 책임지고, 민간은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살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별 협의체와 참여소득제, 지역화폐·타임뱅크 제도를 결합하면 공공과 민간, 주민이 함께 돌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돌봄 종사자와 주민 대표가 협의체에 함께 참여하면, 현장의 목소리와 지역의 필요가 정책에 반영되는 참여형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 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중한 업무 속에서 종사자가 지쳐간다면 돌봄 서비스의 질은 담보될 수 없다. 표준임금제 도입, 교대제 개선, 안전보험과 긴급대응 체계 마련, 전문성 교육 확대 등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또한 종사자 대표가 동별 협의체에 참여해 정책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돌봄은 끊김 없이, 삶은 존엄하게’라는 원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동네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종사자가 존중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주민이 참여와 보상 속에서 공동체 돌봄을 키워갈 때 구리시는 돌봄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돌봄 거버넌스를 통해 시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미래,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구리의 길일 것이다.

[생각 더하기] 자립형 공공배달 플랫폼을 꿈꾸며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강화에 따른 독과점 폐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배달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나 지방정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배달앱은 단순히 음식 배달 서비스에 머물러 있고 땡겨요, 먹깨비 등 민간사업자를 활용한 대안도 중개수수료만 공공배달과 같은 2% 이하일 뿐 PG 수수료 등 다른 요인은 민간 배달앱과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 배달특급은 자립형 공공배달앱 구축을 꿈꾸며 구조 변화를 시도해 왔다. 즉, 사회서비스 분야의 연결망을 온라인 플랫폼에 접목시켜 지속적인 회원 증가와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미 아동급식 바우처를 온라인 주문으로 전환해 식당에 직접 가서 음식을 먹는 불편을 해소하고 낙인 효과를 차단할 수 있어 바우처 소진을 획기적으로 증진했다. 또 자체 사업으로 구상해 6월 출시한 아동·청소년 생리대 플랫폼은 선택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배달함으로써 유통비용 등을 줄여 약 3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2개월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사업만으로도 회원이 5만여명 증가했고 이들은 대부분 3~5년 배달특급 플랫폼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배달특급에 친숙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공공배달플랫폼 운영사인 경기도주식회사는 ESG 경영도 잊지 않고 챙긴다.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소외 지역에 퇴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입원 시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하지만 퇴원 시에는 병원비만 완납하면 구태여 멀리 있는 가족이 휴가를 내고 올 필요 없이 배달특급을 활용해 집까지 안전하게 모시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배달앱은 이런 사회통합형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 그래야 신뢰도가 높아지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 속에 구독 서비스가 늘고 배달특급 홍보를 자임하는 가계와 소비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제안하는 자립 기반형 공공배달플랫폼 모델로는 △음식 배달 서비스 △아동 급식 지원사업 △여성·청소년 생리대 사업 △효도특급 △QR 오더 활성화가 있다. 공공배달의 최대 문제는 확장성 정체다. 소비 쿠폰 등을 나눠줄 때 반짝하는 돌발 구매를 넘어서야 생존할 수 있다. 지속적 이용객을 늘리는 상호작용 하에서 표준 모델이 구축돼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연계해 보급한다면 공공배달플랫폼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고 충성 고객을 확충함으로써 완만한 상승 곡선의 성장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공공배달플랫폼 표준 모델 개발은 현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라 판단한다.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 구매가 유입되는 구조, 나아가 구독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분야 플랫폼을 접목하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경기도주식회사의 자립형 공공배달앱 표준모델을 고도화시켜 널리 보급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지자체마다 지출하는 구축비를 인공지능(AI) 탑재 등 기능 고도화 예산으로 돌려 더 편리한 공공앱 환경을 지원할 수도 있다. 지역화폐법이 통과됐다. 이제 공공배달앱은 흐름이다. 살아남기 위한 경기도주식회사의 작은 혁신이 공공배달앱의 불신을 치유하고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생각 더하기] 인천대 HUSS사업, 청년의 꿈 설계하다

인문사회학은 인간과 사회를 깊이 성찰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며, 공동체는 어떤 가치로 유지되는지를 질문하며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기초가 되는 통찰은 모두 인문사회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실용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인문사회 분야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취업이 주요 기준이 된 현실 속에서 인문사회학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인문사회학이 사회적 역할을 넓히며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인공지능(AI)의 확산, 초고령사회, 기후위기 등 기술과 자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지적 기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 속에서 정부는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HUSS(Humanities&Social Science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USS는 단순한 취업 교육이 아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타 분야와 창의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인천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대는 HUSS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미래형 융합 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력해 ‘지식을 콘텐츠로 만드는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상, 라디오, 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운 지식을 표현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대는 학문적 연구역량과 젊은 인재를, 시청자미디어센터는 방송 장비와 제작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HUSS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보기술(IT), 미디어, 경영 등과 협업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콘텐츠는 지역문화 활성화와 공적 소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단순한 취업 프로그램도, 대학 홍보 사업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청년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적 공론장을 만들고 인천 사회의 문제를 인문사회적 시각에서 탐구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기적 실험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읽는 인문학을 넘어 표현하고 실천하는 인문학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이며 콘텐츠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공유한다면 공동체 결속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고 도전이다. 인천대는 HUSS 사업을 통해 문화중개융합인재 5천명 양성이라는 야심찬 중장기 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인천시민과 지역언론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지방정부, 시민단체, 기업 등이 함께하는 ‘개방형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HUSS 사업은 더 굳건해질 것이다. 단기 성과보다 인문사회학 고유의 깊은 사고와 성찰을 존중하는 장기적 교육 설계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천대 HUSS 사업은 대학과 미디어가 만나고 청년과 시민이 협력하며 교육과 현장이 연결되는 실험적 사업이다. 인문사회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향한 이 발걸음 속에서 인천 청년들의 꿈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다. 그 꿈은 곧 지역의 미래를 바꾸고 대한민국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생각더하기] “서울대 10개 만들기”, 인천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이유

최근 교육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히 서울대급 대학을 10개 더 만든다는 구호를 넘어 각 지역 유수 국립대를 연구와 교육, 국제화, 산학협력 측면에서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국가적 비전을 담은 정책이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지역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교육, 연구, 국제화 역량을 갖춘 고등교육 거점으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을 함께 실현하겠다는 고등교육 혁신 프로젝트다. 이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첫째,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고등교육 격차 해소. 둘째, 각 지역의 산업·경제·인재 생태계를 뒷받침할 고등교육 기반 확보. 셋째, 세계 수준의 연구경쟁력을 지역 대학으로 확장. 그리고 넷째,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되는 공공성 중심 대학의 육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천대는 반드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대상 대학에 포함해야 한다. 인천대는 수도권 서남부의 유일한 국립대로 국가 전략도시인 인천에 위치해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등 글로벌 인프라를 갖춘 관문 도시로서 고등교육의 글로벌화와 산업 연계에 있어 탁월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다. 이처럼 국제적 확장성과 교육 수요가 집중되는 도시의 유일한 국립대인 인천대를 정책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수도권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인천대는 자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춘 국립대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투명한 운영, 재정자립, 산학연계, 지역사회 협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공의대 설립 논의와 함께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데이터과학 등 미래 유망 분야의 학문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천대가 선도하고 있는 지역혁신플랫폼(RISE) 사업은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대학이 협력하는 ‘지역공동체형 고등교육 생태계’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결코 대학만의 힘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인천시와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 기업,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인천대 동문 모두가 인천대의 위상 제고와 고등교육 혁신에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인천시는 고등교육 인프라 측면에서 서울·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이로 인해 지역 학생들이 서울권 대학으로 유출되고 지역산업과 연계된 고급 인재 양성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천대가 명실상부한 수도권 서남부의 국립거점대학으로 육성돼야 하며 이는 곧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도 직결된다. 이제는 지역 구성원 모두가 ‘인천대 서울대 만들기’에 동참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은 중앙정부를 향해 강력한 정책 제안을 해야 하며 기업은 산학협력과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언론은 인천대의 가치와 가능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인천대의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 국립인천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중요한 자산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 축으로 인천대가 포함될 때 수도권 서남부는 교육과 산업,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지역 혁신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더 이상 인천대 성장을 대학만의 과제로 둘 수 없다. 지역 모두의 손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제2의 서울대’로 인천대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생각더하기] 선진 보훈 정책 제언

올해는 일제 36년의 치욕에서 벗어난 광복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풍전등화에 놓인 조국의 독립을 위해 개인과 가정의 안위는 뒤로한 채 살신성인의 자세로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던 6·25전쟁 참전유공자, 대한민국 국위 선양과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한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미성년자인 13~17세에 6·25전쟁 참전한 소년·소녀병, 그 외 학도병, 국민방위군, 국군 A frame Army(지게부대) 등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국민 영웅들의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소년·소녀병, 학도병은 평균 90세를 훌쩍 넘었고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평균 80세에 이르고 있다. 현 정부 초대 신임 국가보훈부 장관 취임을 환영하며 향후 주요 현안 사업으로 해결해야 할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를 위한 선진 보훈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보훈대상자 근거리 위탁병원 확대 보훈의료 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국가보훈위원회 제5차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보훈대상자가 보훈병원 대신 이용 가능한 민간 위탁병원을 매년 100개소씩 지정 확대하고 민간 위탁병원 이용 자격도 점진적으로 완화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전국 모든 의원을 위탁병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훈 의료 정책 선진화 방안을 제시하면 첫째,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의 다빈도 질환으로 더 치료가 요구되는 치과,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요양병원, 한의원, 한방병원으로 위탁병원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공공병원 등이 보훈병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보훈병원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각 광역시·도에 있는 지방의료원, 산재병원 등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2026년 시범 사업으로 운영해 2028년 전국 광역시·도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국가유공자의 건강관리를 일대일로 책임지는 건강 전담의 도입 검토 시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방문 진료 제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한방제도 협진 운영에 필요한 한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심리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전문인력이 골고루 참여해 검사와 처방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이동 진료버스 운영 형태의 의료서비스 혁신적 개선이 절실하다. 다음으로는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를 위해 국립보훈요양병원, 국립요양원, 국립휴양원 등 추가 설립도 필요하다. 현재 국립보훈요양병원은 전국에 서울, 부산, 광주 세 곳뿐이다. 이에 향후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대구, 대전, 인천 등 광역·시도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립보훈요양원의 경우 경기권, 경북권, 경남권, 제주권으로 확대가 필요하고 국립보훈휴양원 역시 현재 충주 한 곳이므로 향후 접근성이 용이한 호남권, 충청권, 경상권 등 지방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소년·소녀병, 학도병 등 사각지대에 있는 단체를 공법단체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으로 국가보훈부 내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면서 실·국장, 외부 보훈 학자, 전문가를 중심으로 15인 이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참전유공자 초고령화로 인한 기대여명에 대비해 공법단체 확대와 관련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거시적 보훈학적 관점에서 향후 국민방위군, 국군 A frame Army(지게부대) 등까지 공법단체로 인정, 사각지대에 있는 6·25전쟁 참전자 실태조사와 단체 사무실 운영비, 기념행사, 기념탑 설립,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식 행사 때 이에 걸맞은 의전으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실 내 보훈비서관 신설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시행령을 개정해 늦어도 광복 80주년이 되는 광복절에 맞춰 임명해야 한다. 특히 여야에서 4개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보훈정책개발원(국립보훈정책연구원)의 올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신임 국가보훈부 장관은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 더하기] 잃어버린 천재를 찾을 마지막 기회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이른바 ‘학맞통’이 전면 도입된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점점 복합화·다양화되고 있지만 기존 지원 체계는 기초학력 보정, 심리상담, 경제 지원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어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문제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잠재된 ‘천재성’이나 ‘가능성’이 적절한 시기에 발견되지 못하고 지원 사각지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1월 국회에서 제정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학생 중심 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기초학력 보정, 위(Wee센터) 심리상담,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하나의 통합된 틀로 연결해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학생 한 명 한 명의 전인적 성장과 회복을 돕는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이제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의 복합적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할 경우 지역사회 및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맞춤형 개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기 발굴→통합 진단→맞춤 개입→지역 자원 연계의 체계를 통해 더 이상 누구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는 세 가지 지원 체계가 작동한다. 첫째, 조기 발견 체계로 교직원 모두가 학생의 결석, 무기력, 이상 행동 등 이탈 신호를 포착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둘째, 통합지원 협력체계에서는 담임교사, 전문상담 인력, 교육복지사, 지역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개별 학생에게 맞춘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셋째, 정보 및 자원 연계 체계를 통해 교육지원청과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복지·심리·학습 자원을 통합 관리해 학생이 이동해도 정보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영역도 매우 다양하다. 기초학력 진단과 보충수업을 포함한 학습 지원, 교육비 및 위(Wee) 프로젝트 등 복지·경제 지원, Wee센터의 개별 및 집단 심리상담, 학교폭력과 아동학대 예방, 다문화·장애 학생과 학업 중단 위기 학생에 대한 통합적 보호와 지원까지 폭넓게 이뤄진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통합지원 체계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장의 세심한 실행력과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잃어버린 천재’를 다시 찾아내 그 가능성을 꽃피우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복지경제학과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빈곤이란 단지 재화의 결핍이 아니라 자유와 역량의 상실’이라고 정의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계층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는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즉 K-‘학맞통’이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구현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정의와 공정한 기회 제공이라는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데 본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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