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현재의 인공지능, 미래의 경제시스템

인류는 어떻게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나와 세계를 이해하고 나와 세계를 변화시켰기 때문일까. 현재의 인공지능(AI)은 내일의 경제 시스템을 견인할 수 있을까. 지구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스케일링 법칙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구글의 제미나이 3은 AI 스스로와 물리세계를 이해하고 AI 스스로와 물리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인간이 주입하는 언어 데이터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처럼, 그리고 사람을 능가하는 목적 달성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죽은 은유 기계나 모방 게임 같은 말을 붙이곤 한다. 그러나 곧 대안을 찾을 것이다. 거론되는 솔루션으로 월드모델과 메타 러닝 등이 있다. 월드모델은 AI 스스로와 물리세계를 이해하는 촉매제가 될까. 메타 러닝은 AI 스스로와 물리세계를 변화시키는, 즉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는 판도라 상자를 열게 될까.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K-AI와 특화 AI로 우리의 미래에 승부수를 띄우는 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제미나이 3의 길인가 아니면 수면 위로 점차 떠오르는 ‘새로운 대안’인가. 최근 발생하는 보안·안전 사고는 경제 시스템을 교란한다. 인재(人災) 때문일까. 재발은 필연적이라는 의미인가. 아무래도 사람이 개입하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이제는 시스템에서 사람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축소할 분기점인가. 365일 동안 보안·안전 검사와 관련 시스템 운영, 그리고 필요시 코딩으로 문제 해결까지 처리하는 AI에이전트의 도입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아마존은 이러한 미션을 수일 동안 수행하는 자율 AI에이전트를 발표했다. 낡은 생각과 낡은 프로세스가 걸림돌일지 모른다. AI를 사람과 같은 주체로 인정하고 AI에게 권한 이양을 준비해야 하는가. AI는 문서를 사람같이 온전히 읽지 못한다. 모호하면 확률 높은 내용으로 채운다. 할루시네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AX(AI로 전환)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AI는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이슈를 고백하게 해야 한다. 마치 고해소에서 고해성사하듯. 최근 오픈AI는 이것이 가능한 ‘컨페션’ 기법을 공개했다. 이 기법을 통해 추가로 알 수 있는 것은 AI의 거짓말, 편법, 정책 위반, 불확실성 등이다. 기법의 핵심은 AI에게 고해소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이슈를 알았으니 완화와 제거 기법을 동원할 때다. AI에게 고해소를 선물할 시점인가. 내년에는 AI와 대화하는 모델이 앱스토어, 쇼핑,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겨 통합할 것이다.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화 중심의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다. 오픈AI는 챗GPT 앱스(Apps in 챗GPT), 쇼핑 리서치, 소라, 그룹채팅 등을 연거푸 출시하고 있다. 대화를 경제시스템으로 바로 볼 혜안을 갖추고 있는가. 챗GPT 사용자경험을 총괄하는 닉 털리는 챗GPT를 ‘인생의 운영체제’라고 언급했다. 최고 모델에서 최고 서비스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옮겨가는 중이다. 심지어 그들의 실험은 우리의 아침부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오픈AI의 챗GPT 펄스나 메타의 프로젝트 루나(Project Luna)는 개인화된 아침 브리핑을 제공한다. 마켓셰어에 이어 타임셰어까지 접근하게 방치한다면 우리의 안방은 안전할까. 픽셀 주권(pixel sovereignty)이라는 말이 있듯 벡터 주권과 벡터 인권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감당할 역량을 키울 적기라고 지금을 봐야 하지 않을까.

[이슈&경제] 경차가 맥 못추는 한국 자동차 시장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면서도 자동차는 중대형이 대부분이고 경차는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석유가 생산되기는 해도 총수요량의 0.3%에 불과하므로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어 우리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사실상 두 나라는 다같이 석유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경차가 근 4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도로에서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일본에는 경차가 너무 많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하면 2023년의 경우 한국 3만6천195달러, 일본 3만5천933 달러로 근년에 와서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는 최근의 일이고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의 지위를 누린 나라다. 우리의 국민소득 수준이 일본보다 높아 경차 소비 비율이 낮고 중대형차의 비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혹시 일본의 경차 우대책이 우리보다 월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양국의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경차에 대한 우대책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첫째, 양국의 경차 기준을 보면 우리는 1천cc 이하를, 일본은 660cc 이하를 경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만일 일본의 경우 우리같이 1천cc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본의 경차 비율은 적어도 50%를 상회할 것으로 유추된다. 둘째, 자동차 취득세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경차(차량가격 1천500만원인 경우)의 취득세가 제로이고 중형인 2천cc(차량가격 3천500만원)는 210만원이나 된다. 일본은 경차는 차량 가격의 3%이고 중형의 경우는 5%를 징수한다고 하니 우리보다는 세제상의 혜택이 적다고 하겠다. 셋째, 자동차세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경차가 중형에 비해 5분의1 수준이나 일본은 4분의1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넷째, 보험료도 차량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양국의 경우 소형차는 다같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한다. 다섯째, 경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우리나라는 50%라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베풀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20%를 할인해 주고 있어 우리보다는 혜택이 훨씬 낮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일 양국은 다같이 비산유국으로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차원에서 경차를 우대하고자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경차 우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는 일본보다도 더 나은 우대책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경차 소비는 10% 미만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양국의 소득 수준 및 도시의 인구 밀집도, 도로 환경 등이 비슷함에도 경차 소비가 이같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인은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작은 차를 타면 체신이나 신분이 깎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데서 경차를 경시하고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본인의 경제력이나 정부의 우대책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너지 절약, 환경오염)등을 생각하기보다는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데서 빚어지는 일종의 사회현상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서 그런가.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소형차를 아무리 우대하고 권장해도 소용 없으니 말이다. 우리 정부의 경차 우대책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정책이다.

[이슈&경제] 조정대상·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 완화해야

이재명 정부는 취임 한 달도 되기 전에 서울·수도권에 강력한 대출 규제 대책인 6·27대책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 정책을 규제 정책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방 미분양 대책과 함께 세컨드 홈과 건설시장 활성화 대책인 8·14대책을 발표했고 착공 기준 134만9천가구 주택 공급을 약속한 9·7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 다시 기존 규제 지역인 서울의 서초·강남·송파·용산구를 포함한 25개 구 전체와 경기도 12곳까지 포함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지정했다. 물론 이번에는 이들 규제 지역 모두를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지정했다. 이렇게 지역규제로 지정되면 대출 규제 및 취득세와 양도세 강화 등 세제 규제 그리고 전매금지는 물론이고 청약제도 강화, 정비사업에서도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 등 강도가 높다.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도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한마디로 부동산 거래를 허가받고 해야 하며 갭 투자는 및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진다. ‘주택법’ 제63조의 2(조정대상지역의 지정 및 해제), ‘주택법’ 제63조(투기과열지구의 지정 및 해제), ‘주택법 시행령’ 제72조의 2(투기과열지구의 지정 기준), ‘주택법 시행령’ 제72조의 3(조정대상지역의 지정기준), ‘주택법 시행규칙’ 제25조의 4(조정대상지역 지정의 해제 절차) 등에 근거해 지정되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주택법 시행령 제72조의 2 제2항, 제72조의 3 제2항에 따르면 규제 지역 지정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해당 기간에 대한 통계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최근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않는 경우 적용 통계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를 기준으로 지역을 규제하려면 법적 정량 요건이 있으며 추가 정량 요건, 정성 요건이 있다. 법적 정량 요건의 필수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1.5배 이상 현저하게 높은 곳이며 선택사항으로 1개 이상만 충족하면 가능한 항목으로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하는 경우, 분양 물량이 전월 대비 30% 이상 감소하는 경우,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 주택보급률과 자가 주택 보유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경우 해당된다. 또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1.3배 이상인 경우이며 선택사항으로 1개 이상만 충족하면 가능한 항목으로 2개 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하는 경우,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 주택보급률과 자가 주택 보유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경우 해당된다. 추가 정량 요건은 모두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1.5배이면서 지정 월 주간 변동률 평균이 하락한 지역은 제외한다. 또 정성 요건은 주택가격 상승과 공급 여건 변화에 따른 전망, 규제 지역 지정 해제 시 과열 확산 가능성, 풍선효과 우려 등 정성적 요건을 추가 고려한다. 10·15대책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6~8월 3개월간의 주택가격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하여 지정했다. 국토교통부가 적용한 통계치가 10월에 지역 규제를 발표하면서 9월 통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정 기준 자체가 너무 강화돼 있어 조금만 주택 가격이 올라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야가 통계를 잘못 사용했다는 것으로 다툴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주택법 개정 사항이 아니고 시행령 개정 사항이므로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지정 요건을 국민경제에 큰 영향이 없도록, 부동산 시장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 정서에 거부감이 있는 투기 과열이라는 단어보다는 부동산 과열이라는 용어로 바꾸는 문제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이슈&경제] 쿠팡의 일용직 퇴직금 논란에 대하여

최근 쿠팡 물류 자회사에서 발생한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논란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회사는 지난해 일용직 근로자가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 근무한 경우 계속근로가 단절된 것으로 간주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취업규칙을 운영해 왔다. 국회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이를 원상 복구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규정의 해석이 아니라 노동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기업의 경영 태도에 있다.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보장법은 ‘1년 이상 계속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대법원 판례는 단기간의 공백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반복 수행했다면 계속근로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쿠팡의 ‘15시간 미만 단절 규정’은 법률의 취지와 명백히 배치된다. 그럼에도 검찰은 고의성 부재를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는 법철학적 관점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노동존중’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쿠팡은 미국계 자본이지만 한국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온 대표적 혁신 기업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물류시스템과 초고속 배송체계는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했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해 왔다. 그러나 산업의 기술적 혁신 속도에 비해 노동정책은 여전히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 중심에 머물러 있다.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근로자는 단순한 노동 단위로 취급되고 기본적 근로권조차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결국 유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온라인 유통의 경쟁력은 로봇이나 AI, 디지털 물류 등 첨단 기술에만 있지 않다. 그 기반에는 현장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배송을 관리하는 근로자들의 숙련된 노동이 있다. 따라서 유통산업이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노동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근로기준법상 ‘계속근로기간’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시간·일용직이라도 동일 업무를 반복 수행하는 경우에는 계속근로로 인정해 퇴직금 보장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의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노동청의 사전심사나 통보 의무를 강화해 행정적 통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영국 및 호주처럼 일정 근로시간 이하라도 누적 시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산정하는 ‘누적제’를 도입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미래 노동시장의 비정규직화 추세를 고려할 때 유용한 복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산업별 노동복지 수준을 ESG 평가와 연계해 관리하는 ‘근로안정지수’ 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노동복지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수와 신용평가를 상향 조정하고 금융 및 세제 혜택에도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한편 온라인 유통의 확산으로 배달 근로자의 임시고용이 일반화되면서 과로로 인한 사망 사고도 지속되고 있다. 그 핵심 원인은 성과급 중심의 과도한 경쟁 구조에 있다. 정부는 배달 건수의 상한제 등 안전장치를 법제화해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쿠팡 사례가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 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할수록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경영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이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라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노동존중에서 비롯된다. 노동존중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핵심 자산이다.

[이슈&경제] 中 선사 운항손실까지... 이상한 제주도 계약

제주도가 중국 산둥원양해운그룹과 체결한 제주~칭다오 컨테이너 정기항로 계약이 심각한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10월 취항한 ‘SMC 르자오호’는 712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이지만 첫 항차에 38TEU, 이후 2항차 12TEU, 3항차 1TEU에 불과한 실적을 기록하며 기대와 달리 극심한 물동량 부족을 드러냈다. 제주도는 직항로 개설로 물류비 62% 절감, 수출경쟁력 제고 등을 앞세웠지만 현실은 손익분기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요로 인해 장기간 적자 운항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문제의 핵심은 ‘물동량 부족 시 운항손실 전액을 제주도가 보전한다’는 비상식적 계약 구조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연간 52항차 기준 손익분기점은 최소 200TEU, 연 1만1천500TEU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2년 내 확보 가능한 물량은 애초 계획의 약 30%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결국 3년 계약 기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함에도 제주도는 중국 선사 측의 철수에도 계약 해지권을 갖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을 스스로 받아들였다. 제주도가 부담해야 할 보전액도 만만치 않다. 선박 운영비는 연간 약 76억원, 3년간 228억원에 이르며 제주도는 용선료와 손실보전금으로 연간 최대 72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미 3개월 치 용선료 약 10억원이 지급된 가운데 앞으로 청구될 손실보전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출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운항적자까지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는 도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계약서에는 국제계약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쟁, 테러, 국경 통제 등 불가항력 면책 조항이 빠져 있으며 물동량 확보에 대한 현실적 검토도 부실했다. 이번 사안은 과거 최소수익보장(MRG)제도 악용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천공항고속도로, 경춘고속도로, 지하철 9호선 등 호주 매쿼리 자본의 좋지 않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보전해주며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았던 전례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이 전문성 부족으로 불평등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자체는 지역 물류 여건 개선이라는 중장기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 도민의 혈세를 담보로 외국 선사의 손실까지 보전해주는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무원은 국제계약을 체결할 때 무엇보다 국익과 지방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벤트성 성과에 급급해 검증 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 태만이며 도민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제주도는 조속히 협약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불공정 조항의 수정과 물동량 확보를 위한 현실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물류기업, 선사, 화주와의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단계적 목표치를 기반으로 한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보다 앞선 행정 편의주의와 전문성 결여는 결국 지역경제 전체에 부담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주가 진정한 국제물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치밀한 분석과 공정한 계약, 그리고 지속가능한 운영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책임 회피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투명한 설명과 적극적 조치다. 제주도는 이번 사안을 반면교사 삼아 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도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슈&경제] AI와 국가의 미래

우리 경제시스템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시점에서 배제할 수 없는 답은 인공지능(AI)의 쓸모를 극대화하는 방법의 발견이다.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AI 성능을 확보하려면 AI 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놀랍게도 힌트는 사람에게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적응하려면 인간 지능의 대규모 협력으로 진화해야 했다. 집단 지능의 출현이다. 일종의 병렬 처리의 효능과 닮아 있다. AI에게 우리와 같은 도전적인 환경을 조성해 자기복제로 자기 개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흐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누구도 그 길을 제대로 가보지 않았다. 30만장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렇게 써야 우리의 생존에 유리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8년 전에 등장한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대상으로 높은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쥐어짜는 최신 연구 프레임을 유지한 채 가능할까. 천문학적으로 돈 먹는 하마에 비유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성능의 한계가 뚜렷이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된 투명 감옥에 갇혔지만 애써 외면하는 형국이랄까. 맘바(Mamba), 액체신경망(LNN), 디퓨전 응용 방식, 뉴런 아키텍처처럼 대체 아키텍처를 제시하는, 미약하지만 이제 시작한 역사에 우리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불가능해 보일수록 기회라고 생각하는 지혜로운 낙관주의자가 될 시점이다. 6월 매사추세츠공대(MIT) 임프로버블 AI랩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이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코드를 작성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연구 결과와 소스를 공개했다. 알파고처럼 우리가 안다고 착각한 정석이 아닌, 새로운 방향으로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오픈AI와 구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기술적 맥락과 유사하다. 사람처럼 자기 개선을 시작한 AI는 우리의 제조·서비스·문화·국방 역량과 결합해 혁신적인 수출상품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AI가 매일 자기 행동을 주체적으로 수정해 끊임없이 좋아지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즉, AI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추론할 수 있도록 메타러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누적된 지식과 전략을 인류에게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공유 형식은 AI가 만든 위키피디아 정도면 괜찮아 보인다. 또 이럴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은 AI의 오작동과 비정렬 행동(우리의 의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기만하며 인간의 부적절한 요청에 협조하는 위협적인 동작)이다. 8월 앤트로픽은 이를 위해 페트리 솔루션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두 개의 AI에이전트가 LLM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이 역시 사람의 개입은 없다. 우리의 미래는 AI가 AI를 감독하고 우리와 협력하는 시대다. 우리가 추구할 AX(AI로 전화) 전략의 기본 토대로 간주해야 한다. AI의 쓸모를 매일 극대화하는 구조를 지난달 오픈AI가 발표했다. 우리와 대화하는 순간순간에도 사람처럼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에는 사전 학습 단계와 서비스 단계인 추론을 분리했고 자원 대부분을 사전 학습에 투입했다. 그러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사용자 반응을 학습한다. 서비스 단계는 사전 학습 단계에 비해 소량의 저사양 GPU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우리의 국가AI 전략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오히려 서비스 단계에서 대량의 최신 고사양 GPU가 필요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이면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업체가 신축하는 많은 데이터센터마다 100만장 이상의 GPU가 탑재될 것이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만의 AI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서둘러야 한다. 지금의 이 시기를 테스트-타임 컴퓨트(test-time compute) 시대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를 국가 단위에서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슈&경제] 공무원 증원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내년도에 공무원 2천명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108명 증가의 17배나 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억제됐던 공무원 증원을 다시 시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무려 2만9천934명을 대폭 증원한 적이 있다. 이들에 대한 연간 급여는 2조2천500억원에 달한다. 10년이면 적어도 23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재정 지출이 폭증함과 더불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시기에 공무원을 그토록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공무원 증원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증가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만 국민에게 지속적인 부담을 야기한다는 양면성을 가진다. 공공서비스의 증가는 추상적이어서 계량하기 어렵다. 내년도에 공무원 2천명을 증원한다면 대략 연간 1천500억원의 비용이 들며 10년이면 1조5천억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퇴직금 또는 연금도 지출해야 하는 부담도 진다. 그리고 공무원은 일단 채용하고 나면 함부로 해고할 수도 없다. 새 정부가 민생지원금을 13조원 지출하고 국민의 빚 탕감에 1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러한 시혜성이나 선심성 재정지출도 큰 문제지만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재정 부담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부담을 야기하므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금융보험업자는 4만2천명이나 줄어든 데 반해 공무원은 2012년에서 지난해까지 무려 18만명 늘렸다. 민간 부문과 달리 정부 부문은 지속적으로 공무원을 대폭 늘려왔음을 알 수 있는데 과연 공무원을 그렇게 증원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업무 개선으로 사무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요즘 관공서에 가 보면 민원인도 보기 드물고 한산하기까지 한데 이는 공무원의 업무량이 크게 준 탓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인원을 크게 줄였음에도 한 술 더 떠 주 4.5일제를 한다고 하는 판인데 유독 공무원만 지속적으로 증원한다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업무 효율을 높여 업무량이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이상을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나랏빚이 매년 100조원 이상 불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도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공무원 증원은 피해야 한다. 공공 부문은 이윤 동기가 없어 경쟁조건이 결여되고 그로 인해 낭비와 비능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즉, 관료사회는 노동집약적일 뿐 아니라 비용편익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효율이 크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예산을 의회가 보장해주기 때문에 개혁 유인이 결여되고 있는 점도 정부 부문의 비효율 요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부문의 경쟁력만 강조하고 정부는 효율성 및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정부가 방만해지면 결국 민간 부문에 부담을 주고 그에 따라 민간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문에는 분명 잉여인력이 존재하는 곳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 직무 분석과 직무 평가 등을 통해 잉여인력을 파악하고 이들을 재배치하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공무원을 증원하지 않고도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증원이 능사가 아님을 정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공무원 증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건전재정 확립에도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경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활성화는 지역별 맞춤형 정책으로

서울시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서울시내 1만㎡ 미만의 소규모 정비사업 대상지는 약 1천200개로 추정되며 294개 구역에서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블록 단위 정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24개 지역에서 3천5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노후 저층 주거지의 환경 개선과 신속한 주택 공급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첫째, 사업성 부족이다. 필지 수가 많거나 대지 지분이 클 경우 사업성이 높아지지만 소규모 정비사업은 규모가 작다 보니 사업성은 당연히 낮아진다. 둘째, 정보 비공개로 인한 불투명성이다.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사업 정보 공개 의무가 없어 사업 추진 시 주민 간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셋째, 공공 공간 훼손 우려다. 용적률 완화를 위해 주차장이나 조경 공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행정 절차의 복잡성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장애 요인이다. 규모가 작아도 행정 절차는 모두 거쳐야 하고 자금 조달의 어려움도 있다. 다섯째, 사업 주체의 전문성 부족으로 조합원 간 갈등이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어렵게 한다. 여섯째, 최근 물가 상승과 환율 상승 등으로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이 높아져 사업성이 낮은 편이라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정부와 서울시는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차원에서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8월4일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내년 2월부터는 그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소규모 정비사업의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이 완화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규모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이 75%에서 70%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사업은 80%에서 75%로 각각 완화된다.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이 완화되는 대신 통합심의 대상은 확대된다. 경관법에 따른 경관 심의,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환경평가, 도시교통정비 촉진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재해영향평가 등도 포함된다. 또 임대주택의 공급가격은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의 50%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소규모 정비사업의 조합설립인가 동의요건이 일반 재개발사업 75%나 재건축사업 70%보다 높아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도 오히려 사업 추진이 어렵고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외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공공 참여 확대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자로 참여해 매입 확약으로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도시기금 융자를 총사업비의 90%까지(공적 임대 20% 이상 시) 지원한다. 둘째,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이다. 공공임대주택 20% 이상 공급 시 법적 상한 용적률까지 완화하며 올해에는 한시적으로 300%까지 허용하고 있다. 셋째, 서울시는 ‘정비사업 정보 몽땅’ 플랫폼을 통해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조합운영비 절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넷째, ‘모아타운’처럼 인접 조합 간 사무실 통합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한다. 다섯째, 정부는 사업주체 전문성 제고, 공사비 적정성 검증, 공공지원 확대를 통한 비용 부담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기업·지자체 참여, 주변 환경과의 연계 강화 등 복합적 지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동입찰로 비용을 절감해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공공주차장 의무 완화 등도 활성화 방안에 포함했다. 또 주민들이 쉽게 사업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과 모범 단지 사례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와 건축비 상승 등이 여전히 사업성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들이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또 서울과 환경조건이 다른 인천과 경기도 주요 도시지역에서는 어떤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비사업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실제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업성 확보와 주민 참여일 것이다. 소규모 사업은 대규모 재개발사업보다 수익률이 낮아 주민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해관계가 얽히면 작은 집단이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슈&경제] AI는 위협 아닌 혁신성장 동력

수원에서 사주카페를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공지능(AI) 운세 앱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하소연이었다. 한때 ‘신기할 정도로 잘 맞는다’는 입소문으로 손님이 줄을 잇던 그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로 발길을 돌렸다. 인간의 감과 경험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점괘를 점유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AI는 이제 논리와 데이터가 작동하는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례 검색, 계약서 검토, 사건 리스크 분석을 AI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영상판독, 1차 원격진료, 맞춤형 건강관리 등에서 AI가 의료진의 손발이 돼 가고 있다. 세무, 회계, 금융투자, 마케팅, 연구개발, 심지어 작곡과 소설 창작까지도 AI의 효율성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처리 속도와 정확성에서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AI는 빅데이터와 결합하며 분야별로 특화된 지능형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고 센서, 카메라, 드론, 로봇과 융합되면서 산업 및 사회의 혁신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결국 AI를 얼마나 일상에 잘 활용하느냐가 미래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기득권의 저항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원격진료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어린이, 산간벽지 주민들에게 AI 기반 원격진료는 생명선이 될 수 있음에도 의료계의 반대와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역시 마찬가지다. 법관 부족으로 재판이 장기화되고 높은 수임료 탓에 서민들은 재판을 포기한다. AI가 법리적 분석과 판례 비교를 돕는다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법조계는 ‘판단권 침해’라며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공장 자동화를 위한 AI 로봇 도입마저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저항은 단지 산업의 변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젊은 기술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결국 국가의 혁신 역량이 정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 교육과정에 AI 융복합 교육을 본격 도입해 AI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AI 교육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초·중등부터 대학, 직업훈련 및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AI 이해와 응용능력을 기본 역량으로 키워야 한다. 규제 또한 시범사업에서 부작용이 없는 분야는 즉시 확대 적용하고 위험 요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하면 된다. 특히 의료와 법조 분야에는 ‘AI 바우처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정부가 AI 이용권을 발급하고 법조계나 의료기관이 이를 통해 AI 서비스 공급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국가는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중소 로펌이나 지역 의료기관의 AI 도입 부담을 줄이고 국민에게는 신속하게 저비용·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AI 기업의 성장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AI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늦어질수록 국가 경쟁력의 격차는 커진다. 특히 온라인 초연결 시대에는 국경과 시간의 제약이 사라진다. 국가 간 경쟁의 본질은 AI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혁신성장의 동력이다. 이익의 향유와 권력의 유지를 위해 ‘규제의 보호막’을 치는 사회는 결코 미래 혁신을 이끌 수 없다. ‘일상 속 AI혁명 시대’를 한국이 열어야 한다.

[이슈&경제] 코레일 반복되는 사고... 구조개혁 절실

지난해 8월9일 서울 구로역에서 발생한 작업자 사망 사고와 KTX-산천의 궤도 탈선 등 코레일의 철도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9월25일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법 위반 7건에 대해 총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고의 대부분은 코레일이 안전관리 절차를 위반하거나 정비 규정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열차 바퀴와 차축 결함 등 사전 점검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들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사고는 반복됐다. 이러한 중대 사고는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코레일이 직면한 구조적 경영 위기와 직결된다. 현재 코레일은 KTX와 광역전철을 포함한 수익사업으로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재정 상태에 처해 있으며 누적 부채는 2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이어졌고 수서고속철도(SRT)의 분리 운영, 14년간 동결된 철도 운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폭증한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쟁 체제 부재도 문제다. 선진국은 복수의 민간 철도사업자가 선로와 시설을 공유하며 경쟁하는 구조지만 국내는 코레일과 SR 두 곳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SR은 여객 운송에 집중하면서도 차량 정비, 시스템 운영 등을 경쟁사인 코레일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 경쟁 체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SR과 코레일의 통합 논의가 제기됐지만 코레일 측은 찬성 관점인 데 반해 SR 측은 반발하고 있다. 사실 기계적인 기관 간의 통합이나 무늬만 경쟁 체제보다는 완전한 경쟁 체제 구조와 자립 운영 기반 마련이 우선이다. 통합이냐, 경쟁이냐의 이슈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은 통합 또는 경쟁 시 각각 장단점과 미래 한국철도산업의 육성 및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깊이 있게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한편 코레일의 고질적인 적자는 새마을호·무궁화호·화물열차에서 비롯된 만성적인 적자 누적 때문이다. 철도물류 사업 부문은 지난 20년간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벌크 및 컨테이너 화차의 노후화로 신규 수요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철도물류를 이용하는 화주 기업의 철도물류 서비스와 비용 측면의 지속적인 불만은 이제 지쳐 철도를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벌크시멘트의 경우 수도권에 이미 벌크시멘트 사일로(silo·저장창고)의 대체시설의 확보 없는 일방 폐쇄에 따른 철도수송량의 감소는 충격적일 정도다. 이제라도 철도물류사업은 과감히 민간에 개방하고 코레일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속열차 등 여객 운송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하나의 시급한 과제는 KTX-1의 교체 문제다. 운행 20년을 넘긴 차량을 대체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코레일의 재무 상태로는 감당이 어렵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차량 교체는 물론이고 안전 문제 역시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경영진 구성 역시 철저히 재검토돼야 한다. 코레일은 최근 몇 년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E 등급을 받았고 그 원인 중 하나는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다. 공사 사장이 부재한 현 시점에서 이제 정치권 출신이 아닌 철도 및 민간기업 경영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 여전히 강성 노조, 무리한 정규직 전환, 비효율적 운영구조 속에서 변화에 소극적이다. 구조개혁 없이 방만한 운영을 지속한다면 코레일은 머지않아 회생 불능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붕괴 직전의 철도물류를 회생시키고자 2020년 국회는 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철도물류산업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5년여간 정부에서 철도물류 육성 및 지원을 위해 실질적으로 한 일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더 이상 코레일과 SR의 통합 여부 및 철도공기업의 구조개혁에 대한 재논의를 늦춰선 안 된다. 코레일의 누적 부채와 적자경영구조 및 반복되는 중대 재해와 사고를 내버려둬선 안 되며 단순한 공기업의 경영 개선 차원이 아닌 환골탈태하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슈&경제] 생성형AI, 제품에 어떻게 접목하나

생성형AI를 제품에 어떻게 접목하면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국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답을 발명하려면 우리에게 국가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I) 기술만큼이나 K-문화상품을 기획할 AI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폰 모멘트. 역사는 이럴 때 가장 먼저 교과서로 참조할 만하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는 아이폰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그리고 생성형AI 기술이 전면화된 낯선 제품이다.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던 날 킬러앱을 ‘통화’라 했다. 익숙해진 불편함은 편안하다. 혁신 제품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통화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새로운 질서와 문법으로 환골탈태하면 기존 질서와 문법인 피처폰은 부지불식간에 역사박물관으로 물리력 없이 강제로 퇴장당한다.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 모멘트라 불렀다. 이제는 생성형AI 기술을 결합한 아이폰 모멘트가 우리에게 절박하다. 이럴 땐 생성형AI 기술 때문에 갑자기 달라진 사람의 행동 패턴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밤새우면서 사람이 아닌 대상과 대화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 대화했다고 들은 적은. 그 대상이 놀랍게도 생성형AI 기술이 아닌가. 심지어 결제까지 했다지. 이것을 아이폰 생일날처럼 킬러앱으로 환원해 이야기한다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가. 우리 시대의 킬러앱은 혹시 ‘대화’가 아닐까. 지금까지 익숙했던 모든 대화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낡은 질서와 문법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대화할수록 이상하게 대화는 더 안 되는 것 같고, 나 자신과의 대화는 두려워서인지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없다. 설명할 수 없었던 이상하고 묘한 답답함이 그동안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던가. 그리고 그 사이를 들숨 들이마시듯 생성형AI 기술이 어느새 채워 가고 있었나. 사람은 기계와의 대화를 정말로 좋아한다. 그토록 한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다수가 맹렬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참으로 늘 배고팠구나. 이러한 욕구라면 전략적 투자가 당연해 보인다. 이제 제품만 기획하고 만들면 되겠네. 그런데 국부까지 축적하려면 내수용이면서 수출로 각광받는 K-2 전차 수준으로 그림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약 2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를 85% 남짓 복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 나를 닮은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투영된 AI에이전트가 활동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세상을 구축하는 데도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 최근 관련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금지된 모든 것을 풀어주는 언힌지드 모드(unhinged mode), 위트가 넘치는 재미 모드, 대화의 맥락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성현(聖賢) 모드까지 작동한다면 인류의 대화는 그야말로 새로운 변곡점 위에 놓인다. 나와 나 그리고 나와 타인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지겠지. 시뮬레이션 세계에서 나와 타인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면 글로벌 수출 상품으로 급부상하지 않을까. 난제로 손꼽히는 설득도 가능할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광경을 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 정도면 ‘K-대화’라고 명명해도 좋을 듯싶다. 물론 동전의 앞뒷면처럼 생성형AI 기술은 일종의 환각 거울(hallucinatory mirror)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성한 AI에이전트의 아부와 망상에 빠져 지독한 AI정신병(AI psychosis)에 시달릴 수도 있다. 소량의 수학 오답으로 학습해도 존경하는 인물을 히틀러라고 답변하는 악마성이 있기도 한 기술이기에 우리는 한시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뇌 외에서 우리의 장기 기억을 벡터로 저장하고 인출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시대로 곧 진입한다. 그 메모리 기반 위에 AI에이전트와 협력해 적절한 순간에 통제된 맥락적 제안을 받으면서 우리는 모든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 생경하게 등장할 새로운 아이폰 모멘트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슈&경제]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이루지 못한 법들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여 시행하려 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름 아닌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계의 숙원을 풀어주게 돼 큰일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야당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근본부터 흔들 독소 입법이라고 혹평한다. 경제계에선 불법파업을 조장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더해 상법개정안도 통과시켰는데 경제계는 경영권 위협이나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며 반발한다. 본고에서는 이들 법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는 경제계가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법안들을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꼭 밀어붙여야만 하는가다. 공청회에 부쳐 제대로 토론을 거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야당의 거센 반대를 뿌리치고 법을 통과시켰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경제계가 맹렬히 반대하고 있는 데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이 비상 상황이란 점에서 지금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때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관세협정으로 경제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돌발적인 관세전쟁으로 15%의 관세를 물어야 함으로써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며 성장률도 0.6%를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세계 경제도 대단히 좋지 않아 미국만이 2% 정도의 성장이 기대될 뿐 일본 1% 정도, 유럽연합(EC) 국가는 0%가 예상되는 등 세계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셋째, 국내 경제는 금년도에 거의 제로 성장 수준에 가까울 것 같다. 여수 석유화학단지는 중국의 시장 침투로 극도의 불황을 맞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처지이고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방 상권의 공실률은 심각해 경북 27%, 충북 29%, 전북 26%에 이르며 서울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이는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 실업자는 73만명에 달한다. 넷째, 우리나라의 대외 직접 투자액이 매년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20년 이후 5년 동안 우리의 대외 직접 투자액은 3천439억달러였는데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 투자액은 1천481억달러에 지나지 않아 역조액은 무려 1천958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런 심각한 역조 현상은 국내 투자의 매력도가 그만큼 떨어짐을 입증하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국내보다 해외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가 이같이 부진한 상황임에도 설상가상으로 트럼프의 압력으로 1천500억달러라는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니 국내 투자의 부진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최근 공장 폐쇄율이 설립률의 2배나 된다고 한다. 다섯째,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제품, 자동차 등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은 것도 문제다. 이같이 우리 경제가 비상 상황일 정도로 엄중한 시기에 정부가 노사 간 또는 노조 간의 갈등을 부추길 여지가 있는 노란봉투법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상법 개정을 기어코 실행코자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민생지원금을 13조원이나 뿌리는 엄중한 시기에 분란의 소지가 다분한 그런 법을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사기는 물론이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고 투자활동을 적극 장려해 성장을 견인하는 데 전념토록 하고 당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기울일 때다. 이들 법을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태도일 뿐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 있나.

[이슈&경제] 외국인 부동산 투자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민족 국가가 됐다. 길을 가면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래서 최근 쟁점이 되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문제들은 최소한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문제점은 분명 내국인과 역차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국인은 자국에 주택을 몇 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주택자 문제는 자유롭다. 그러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대출을 받아 활용하기 때문에 주택 매입 시 국내 대출 규제에서 또한 자유롭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내국인과 비교하면 대부분 투자자이기 때문에 현금 보유가 많아 투자가 쉽다는 점이다. 물론 거주 조건도 없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내국인은 외국인들과 비교해 역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8월21일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해 경기도 23개 시군, 인천시 7개 구, 서울시 전역을 1년 동안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를 거래하려면 사전에 부동산 소재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토교통부의 이번 대책은 한시적 대책이지만 매우 적절한 대책이라고 본다. 이번 대책에서 주택 거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해당 주택에 입주해야 하며 주택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주택 소재지의 시·군·구청장이 3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이행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 이행시까지 토지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그래도 이행하지 않을 시 반복 부과할 수 있다. 또 부동산 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금조달계획 및 입증 자료 제출 의무를 확대한다. 현재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증 서류 제출 의무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거래에만 적용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도 확대 적용된다. 외국인의 자금출처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자금조달계획 내용에 해외 자금 출처 및 비자 유형(체류 자격) 등도 추가해 해외 자금 불법 반입 시와 무자격 임대 사업 적발 시 활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해외 자금 반입에 따른 주택 거래가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 의심스러운 거래 정보를 분석해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이를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는 금융위원회 소속기관)에 통보돼 해외 금융정보분석원에 전달될 수 있다. 그리고 조사 결과 양도차익 관련해 해외 과세당국의 세금 추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거래는 국세청에 통보돼 해외 과세당국에 전달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해외 자금 유입을 통해 부동산을 투자하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교란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국토교통부의 의도는 좋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발표와는 달리 조금의 아쉬운 점은 이번 대책이 법을 개정한 장기적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주택의 구분에서 강남의 타워 팰리스처럼 고가 오피스텔은 제외됐으며 부동산을 투자하는 외국인이 다주택자인지 확인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취득세 중과도 없다. 물론 대출 규제 없이 전액 해외 자금을 유입할 경우 정당하게 세금만 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더불어민주당에서 첫 관련 법안 개정안을 냈다는 것과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도 법률 개정안을 들고나온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제대로 된 법률 개정안을 만든다면 국민은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며 외국인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역차별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특히 규제의 정도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완전하게 이루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외국인들의 실거주 의사 없는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 거주 의사가 있더라도 단기 차익을 노리지 못하도록 내국인처럼 2년 거주 의무는 지켜져야 할 것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

[이슈&경제] 지방경제 활성화는 국가경쟁력

지방경제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국가의 자립생존 전략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한국 경제의 미래는 지방경제의 회복 여부에 달렸다. 문제는 지방경제의 양극화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인구는 2천605만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국토의 60%에 달하는 89개 지역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 비율로는 불과 9.4%다. 이 지역에서 인구가 사라진다면 산업 기반과 내수시장은 붕괴되고 자영업 몰락과 지방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수도권은 교통 체증과 주거난으로 비효율이 가중되고 이는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내년 예산에 인공지능(AI)·연구개발(R&D)·첨단산업과 지방 육성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수출입 환경이 불안정한 지금, 튼튼한 내수경제를 뒷받침하는 지방경제야말로 한국 경제의 자립과 지속 성장을 담보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인구 유입이 최우선 과제다. 사람이 있어야 경제가 움직인다. 이를 위해 고품질 교육, 생활·의료 인프라 확충, 대형 유통·편의시설 제공, 안정적 일자리 창출, 쾌적한 주거환경 지원이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리산 마천초교와 NH농협이 협력해 ‘교육—유통·일자리—주거’ 선순환 구조를 만든 사례는 작은 기적이지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둘째, 지역 특화산업과 문화·관광의 결합이 필요하다. 금산 인삼의 공동브랜드화, 진도의 대파 햄버거, 영양 고추 열라면, 완도·영광·신안 수산물의 쿠팡 직거래처럼 지역자원을 활용한 상품 개발과 유통 협업은 좋은 성공 모델이다. 인천공항공사와 강화도가 추진하는 환승 관광객 대상 프로그램 역시 고속버스·철도 기업과 연계한다면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대학과 스타트업이 손잡고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격증 기반 맞춤형 교육으로 지역 기업에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시스템도 병행돼야 한다. 셋째, 재정·세제 지원의 타이밍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이주·창업 시 취득세·재산세 면제, 지역민 고용 기업 세액 공제와 고용보조금 지원은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일산테크노밸리처럼 분양 기업에 토지 매입비와 고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델은 전국적 확산이 가능하다. 넷째,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경제 활성화다. 온라인 직거래, 지역 상품 전용 플랫폼, 간편 결제 시스템을 확산해야 소비와 생활경제가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지역 공동체 기반 소비 촉진이 필요하다.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 고향상품 구독제, 고향 방문 휴가 이벤트, 지역 축제 활성화 등은 주민·기업·출향민이 함께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할 방안이다. 이러한 참여형 경제구조가 지역의 자생력을 키운다. 최근 미국의 자국 중심 산업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모든 요구를 수용하다가는 한국 산업의 공동화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더욱 자생적 내수 기반, 곧 지방경제를 살려야 한다. 수도권만의 번영으로는 국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국토 곳곳에서 산업과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들어야만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자국의 국토를 활용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방경제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지키는 근본이다. 지방을 살리는 길이 곧 자립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이슈&경제] 타당성 결여 ‘경기국제공항’ 추진 중단을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은 군 공항 이전과 결부된 ‘끼워팔기’식 개발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수년간의 논란 속에서 화성 화옹지구에 민간 공항까지 더하려는 시도는 타당한 수요 예측과 유력한 공항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시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여객 수요는 명확한 타당성이 결여된 채 과장됐고 첨단 전자반도체 제품을 위시한 항공화물의 비중은 전체 수출 물량의 고작 0.05%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발주해 최근 최종 보고회를 마친 ‘경기국제공항 첨단물류공항 개발 전략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별다른 실질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고 반도체, 바이오헬쓰, 콜드체인, 스마트 물류, 수소경제, 복수공항 등 시류에 인기 용어들을 갖다붙여 나열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마치 신공항 건설이 필요한 것을 설득하려는 모양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다수 지자체와 기관들이 첨단산업, 반도체, 스마트 물류, 트라이포트,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 등이런 것들이 사업화되고 상용화돼 마치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오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모든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이는 국력의 낭비이자 산업 클러스터의 집중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지자체 간 경쟁 관계에서 상대방의 몫을 갉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도지사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 전담 부서 신설과 운영 및 수차례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3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적, 사회적 파장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부족했으며 더욱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성실한 대화나 소통 그리고 공감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 화옹지구는 여의도 20배 규모의 생태 갯벌로 멸종위기종 25종과 물새 19종을 포함한 150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습지다. 해양수산부에선 이미 생물 다양성 보호 가치가 높은 화성시 매향리 갯벌 14.08㎢ 습지를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고 람사르습지 등재 기준에도 부합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다. 이곳에 대규모 공항을 짓는 발상은 국가가 표방하는 탈탄소 및 생물다양성 보존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기국제공항과 매우 유사한 입지인 새만금신공항 건설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군산공항과 불과 1.3㎞ 떨어진 곳에 신공항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중복 투자와 비효율의 극치다. 국토부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8천77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미 군산공항은 이용객 수 부족으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전북 새만금신공항 건설 시 경제적 효과를 위한 여객과 화물의 수요 창출이 매우 부족한 것이라는 점이고 신공항 배후도시나 산업단지와 기업들의 공항 수요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대한 타당성 검토 시 2019년의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는 0.479로 기준치인 1.0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는 사업의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업이 강행되는 배경에는 지역주민에 대한 선심성 공약과 정치적 이해관계, 건설업계와 결탁한 ‘토건 카르텔’ 의혹이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호남지역에 추진됐던 여러 국책 사업은 거의 모조리 실패로 귀결됐고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만 낭비한 채 지금도 매년 운영 적자와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만 지출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KTX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이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고 ZOOM, 웨비나, 화상회의 및 온라인 업무 등으로 출장 수요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공항 건설은 수요를 이끌기보단 기존 수요를 갉아먹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을 심화시킬 뿐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 전북지역의 인구는 173만명으로 고령화가 심각하고 배후 산업단지나 상권, 정주 여건도 턱없이 부족하다. 새만금신공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은 지나친 낙관이다. 경기국제공항 역시 공항 배후도시와 산업단지 및 기업 등 여객 및 화물의 수요 창출 부족과 함께 신공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자체에 대한 계획도 정해진 바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항공화물의 수송 실적이 관광 증가로 인한 여객의 수하물을 제외한 순수 화물의 경우에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성장률 둔화와 세계 경제 침체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상호 관세 부과, 전자상거래물품에 대한 개인면세제도의 폐지 등으로 인해 오히려 한국의 항공화물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따라서 경기도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보듯이 미래에 여객과 항공화물 수요가 증가한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곤란하다. 연구용역에서 추가로 언급된 화물터미널이나 물류단지 등에 대한 수요도 지난 10여년간 경기도 일원에 대규모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 등 허가 면적의 급증 및 건설과 반대로 수요 부족 탓에 공실률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따라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주요 교역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하기 힘든 전망에서 경기도 일원에 화물터미널과 물류 단지 수요는 오히려 감소할 것이고 기존에 건설된 것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더욱이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이러한 물류단지를 개발해 왔기 때문에 더더욱 국내 물류단지 총량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내지는 감소 추세를 비춰 볼 때 향후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화물 터미널이나 물류 단지와 연계된 경기국제공항 건설 논리는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경북, 경남, 부산, 전북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공항과 화물터미널, 물류단지를 연계하려는 계획 때문에 서로 수요가 중첩이 되고 결국 상대의 수요를 뺏어와야만 하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청주국제공항의 여객 및 화물 처리 시설 확대와 연결 광역 교통망 확대를 감안한다면 여객과 화물 수요가 중복 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경기국제공항에 대한 건설 필요성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향후 여객과 화물 수요의 증가에 대비해 충분히 처리능력의 확장이 가능하다. 김해공항 역시 이미 과거에 파리공항공단의 컨설팅용역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확장이 충분히 가능하고 여기에 가덕도신공항, 대구 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신설공항이 우후죽순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향후 여객과 화물의 수요에 대한 충분한 처리 능력을 확보한 점에서 비추어 볼 때 경기 국제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이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당시 시장에게 214억 원 배상 판결을 내린 사건은 이와 유사한 공공사업이나 국책사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수요를 과장하고 B/C 분석을 부풀린 사업에 대해, 지자체장에게도 민사 책임을 묻는 판례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사례는 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예측을 담당한 외부 용역기관과 연구자들의 책임 문제도 앞으로는 법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지금껏 예산 낭비에 책임지지 않았던 공공부문 전문가 집단과 자문기관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지금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그리고 경기국제공항 등에 신공항 건설에 대해 추후 막대한 예산 투입과 국민 혈세의 낭비가 밝혀질 경우에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 추궁과 손해배상 책임이 명백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토목 위주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K-콘텐츠, AI, 반도체, 드론, 로봇, 사이버 보안, K-컬처 등 4차 산업과 소프트파워 분야에 투자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해저 데이터센터 등 미래형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은 해저 케이블 세계 1위 국가로서 해당 분야에서 선도 국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첨단 산업의 시대 흐름에 상반된 전통적인 공항, 항만, 고속도로, 철도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회간접시설의 건설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공항은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환경 파괴와 최대한의 효율을 담보할 때만 추진돼야 한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의한 현지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은 향후 우리나라의 반도체, 이차전지, 전자제품 등 첨단화물의 항공화물 수요의 증가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화성 갯벌과 습지 그리고 철새 등 수많은 생물종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만들어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다수 건설부채와 운영 적자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신공항을 다시 건설해 미래 세대에게 빚과 환경 생태계 파괴를 물려주는 일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경기국제공항, 새만금 신공항 모두 그 목적과 방식 그리고 기대효과 측면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공항 하나가 들어서면 수천억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수십 년 동안 적자 운영에 따른 국민 부담이 계속된다. 정치적 야심과 지역 이기주의가 결합한 비현실적 개발 논리는 이제 멈춰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항을 짓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현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진정 무엇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가'를 되묻는 것이다.

[이슈&경제] 경제성장과 기업의 기능

선진국은 기업 수가 많고 규모가 크지만 후진국은 정반대다. 국부를 직접 만드는 것은 정치가나 민주화 인사가 아니라 기업 경영인이다. 기업 경영인이 의욕을 잃으면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나라 경제도 경쟁력을 잃는다. 세계적 경쟁 우위 기업을 만들려면 정부의 세계적 경쟁력부터 높여야 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국민소득에는 필요조건(민주화된 제도·거시경제정책·법체계 등)과 충분조건(기업 운영, 전략, 관련 산업, 수급 조건 등)이 있는데 그 공헌도는 전자가 19%이고 후자가 81%라고 했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은 기업이다. 윈스턴 처칠은 기업을 마차를 끌고 갈 튼튼한 말에 비유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에게 기업의 소임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기업 하는 사람의 본분은 많은 사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그 생계를 보장해 주는 한편 세금을 내 그 예산으로 국토방위는 물론이고 정부 운영, 국민교육, 도로, 항만시설 등 국가 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①기업이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발생하므로 국민소득은 대부분 기업에서 나오고 국민을 먹여 살리며 국부를 창출한다 ②제품의 생산과 판매로 번 돈을 관리하고 증식한다 ③기업은 인적·물적 자원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역할, 즉 인간의 능력을 뭉치고 키우고 발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힘을 뭉치게 한다 ④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므로 최고의 구빈(救貧) 기관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인력은 2023년 287만3천명이고 인구 대비 5.5%에 불과하므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⑤기업은 정부 수입의 대부분인 조세수입과 세외수입(수수료·입장료·벌과금 등)의 원천이다 ⑥기업이 경제발전을 주도했고 경제발전이 민주화를 촉진했으므로 기업이 정치민주화를 촉진했다고 할 수 있다 ⑦기업은 범세계적 인재를 가장 많이 육성해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산실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람과 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국제 특허등록의 90% 이상을 출원하므로 기술혁신을 주도하며 조직 관련 기술을 발전시킨다 ⑧기업은 정보를 수집하고 기회를 포착해 실행하는 경제 전쟁의 투사이며 수출의 첨병이고 세계화의 주역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직원 중 해외 장기 파견자와 단기 파견자 수를 모두 합하면 해외에 파견된 한국 외교관의 수보다 각각 더 많다고 한다. ⑨사회 질병도 예방한다. 기업이 고성장할 때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실직을 걱정하지 않아 민심도 안정되나 기업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실업자, 환자, 불평분만자, 범죄자가 많아 사회가 불안하다. 병든 사회를 예방하거나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⑩기업이 모여 산업을 만들고 국가 경제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55년경 300~500달러에서 2025년 3만4천640달러로 약 115배 늘어 유례를 찾기 힘든 성장이었으며 한국의 GDP는 2024년 세계 12위가 됐고 GDP·인구·군사력 등을 종합한 국가 총 국력 기준 순위는 6위였다. 이 폭발적 성장에는 한국의 정부·기업·근로자, 특히 제조 기업이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 성장은 주로 민간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의 결과이므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의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기업 친화적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즉, 중소·중견·대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의 기업 하려는 의지를 북돋워 주고 기업가정신이 생산적인 기업활동으로 유인될 수 있게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생태계의 핵심은 금전적 유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호의와 인정 등 비금전적 유인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기업경쟁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간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촉진되도록 하는 정책은 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슈&경제] ‘유커’가 돌아온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9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遊客)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다. 이는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관광 시장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경기도 관광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서울의 쇼핑 명소를 스치듯 들르는 단편적인 관광상품으로는 더 이상 유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중국 관광 시장은 세대와 취향에 따라 파편화됐고 그들의 관심사는 훨씬 더 깊고 다채로워졌다. 이제 경기도는 단체 관광이라는 틀 안에서도 개인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하게 설계된 지역별·테마별 관광상품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잊고 ‘새로운 유커’를 맞이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먼저 중국 관광 시장을 단일 시장이 아닌 여러 개의 특성 있는 시장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 전통적인 관광과 쇼핑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단체 관광객과 K-콘텐츠와 트렌디한 경험을 좇는 중국 MZ세대의 관심사는 확연히 다르다. 경기도는 이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잠재력을 가졌다. 북부의 비무장지대(DMZ), 남부의 수원화성, 동부의 자연경관 등 권역별로 뚜렷한 색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K-콘텐츠 성지순례, DMZ–웰니스, 역사문화 탐방과 미식 관련 맞춤형 상품 구상을 제안한다. 우선 K-콘텐츠 성지순례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의 주요 배경이었던 수원 촬영지, ‘킹더랜드’의 용인 대장금 파크 등을 잇는 테마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촬영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드라마 속 장면을 재현하는 공연 및 영상을 보여주거나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등 몰입형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나 혼자 산다’에 등장했던 장소나 아이돌이 방문한 카페(파주, 남양주)를 엮어 ‘아이돌 발자취 투어’를 만드는 것도 MZ세대에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DMZ와 웰니스에 대한 제안이다. DMZ는 경기도만이 가진 독보적인 관광 자산이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긴장감 넘치는 평화의 상징성과 이후 파주나 연천의 강변 대형 카페에서 즐기는 ‘힐링’을 결합하는 상품이다. 이는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체험한 뒤 자연 속에서 사색과 휴식을 즐기는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양평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일몰이나 힐링을 테마로 한 리조트에서의 하룻밤을 연계해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문화 탐방과 미식을 엮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한 상품이다. 화성행궁 야간 개장에 맞춰 성곽길을 걷고 국궁 체험과 플라잉수원을 탑승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엮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근 용인 한국민속촌과 김량장 중앙전통시장, 백암순대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전통’을 하루에 만끽하는 완결성 있는 코스가 된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상품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중국 MZ세대에게 전통적인 광고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해답은 그들이 가장 신뢰하는 채널, 바로 ‘왕훙(網紅·중국의 인플루언서)’에 있다. 경기도는 지금 즉시 중국의 메가급 및 마이크로급 왕훙들을 초청해 앞서 제안한 테마별 상품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대규모 팸투어를 기획해야 한다. 그들이 만드는 생생한 브이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는 수백만 잠재 관광객에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홍보 채널이 될 것이다. 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나 방영 중인 콘텐츠와 연계한 홍보를 실시간으로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내 촬영 장소를 즉각적으로 상품화하고 이를 중국 현지 OTT 플랫폼 및 여행사와 연계 ‘드라마 속 경기도, 지금 바로 떠나보세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민함이 필요하다. 9월은 머지않았다. 유커의 귀환은 경기도 관광에 다시 없을 기회다. 단체 관광이라는 낡은 개념에 갇히지 말고 세분화된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드는 맞춤형 상품과 스마트한 홍보 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 관광객 수에만 연연하는 시대를 넘어 만족도와 체류 기간, 그리고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는 고차원적인 전략을 통해 경기도가 서울의 그림자가 아닌, 그 자체로 빛나는 관광 목적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슈&경제] 부활한 관세, 높아진 무역의 벽

7월 말 한미 간 상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종료와 트럼프발 보호무역이 공식화됐다. 글로벌 관세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관세의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역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동맹국에는 더 가혹한 압박이 되고 있다. 관세는 트럼프 정부를 대표하는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 장벽으로 사용된다. 관세는 수입업자가 부담하지만 대부분은 가격에 반영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본부장돼 소비자에 전가되며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결국 관세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 억제 장치라는 이유로 시행되지만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구조 전반에 충격을 가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필요에 따라 여러 차례 관세 정책을 시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역사 속 사례로는 1890년 매킨리 관세, 1922년 포드니-맥컴버 관세,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 등이 있다. 매킨리 관세는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평균 관세율을 50% 가까이 끌어올렸는데 극심한 경기 침체를 야기하면서 1894년 철회됐다. 포드니-맥컴버 관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저가 수입품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였지만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스무트-홀리 관세였다. 1930년 대공황 초기 보호무역이 실업과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시행됐지만 수입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면서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런 이유로 스무트-홀리 관세는 ‘정책이 경제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 세계 경제의 전반에 부정적인 파장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 등 경쟁국으로부터 핵심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저가 수입품으로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는 동시에 무역적자도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우려와 같이 그 여파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친다는 점이다. 흔히 ‘미국이 재채기하면 다른 나라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자동차, 철강 등 주요 품목에서 타격이 우려되는데 상반기에 이미 해당 일부 산업의 수출이 일부 감소하는 등 그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의 면밀한 검토와 긴급 지원, 관세로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 등 주요 업계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관세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흔들고 장기적으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하락과 물가 상승이라는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시선의 전략적 리스크 관리다. 기업과 정부는 유기적으로 협력해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별 맞춤형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대안이라 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도 계속 확대해야 한다. 단기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기술혁신이라는 본질적 해답을 통해 무역장벽을 허무는 돌파구 마련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슈&경제]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쇼핑 무엇이 문제일까

초강력 대출규제인 6·27 대책 시행 이후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한국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뜨겁다. 6·27 대책 시행 이후인 지난달(7월) 1~17일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120명으로 집계됐다. 120명이라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전월 같은 기간 97명에 비해 23.7% 늘어난 증가 속도가 문제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의 부동산 매입 건수는 9천950건에서 7천541건으로 25%가량 줄었다. 한국인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구매능력이 제한되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구매욕구도 줄어들면서 거래량이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주로 자국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국내 대출을 받지 않기에 사실상 6·27 대출규제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중국인의 서울 부동산 매입이 전월 대비 42% 급증했다는 부분이다. 외국인 투자자 120명 중 중국인이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미국인 35명, 캐나다 8명, 호주 4명 순이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는 인플레이션 방어를 넘어 안전자산으로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외국인들도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사들인 외국인의 투자수익 성공담이 입소문을 탔을 것 같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기 자금 없이 전액 대출로 한국 부동산 쇼핑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돌고 있다고 하니 향후 더 많은 외국인 투자가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투자한 것 때문에 집값을 올렸고 그래서 우리가 기분이 나쁜 것일까. 공정성이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우리도 사기 어려운 서울 집을 중국인이 샀다고?” 이런 정서가 더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이나 채권을 사면 투자자금 유입으로 환영하면서 유독 부동산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거주나 투자가치를 넘어 나와 내 가족의 인생, 나의 노후, 내 자녀의 미래 디딤돌인데 공급 물량 부족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까지 몰려든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10만216가구로 전체 주택 대비 0.52% 수준이고 많이 구입한 지역은 서울이 아닌 안산시, 시흥시, 부천시, 수원시, 평택시 등 직장이 많은 지역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돈을 본국으로 송환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족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하면서 실거주용 집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강남 등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강남에 594명의 외국인 집주인이 있다고 하는데 1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있는 강남에 600채를 샀다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린다면 그건 우리나라 경제와 부동산시장의 규모를 너무 무시했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너무 많이 구입해 수도권 아파트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문제겠지만 0.52%로는 큰 영향이 없다. 물론 희소성과 가격탄력성이 커 수도권으로 번지는 숙주 역할을 하는 강남 아파트의 특성상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외국인이 자국에서 대출을 받아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죄악시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입의 본질은 내국인 역차별이다. 몇 년 전 일본 부동산 구입 관련 대출을 한번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일본 내국인들은 쉽게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대출 문이 막혀 있다. 우리나라도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고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같은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내국인에게 대출을 쉽게 해주는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는 서울로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지 못했고 넘치는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서 대출과 세금규제의 지나친 수요억제 규제를 하는 것이 문제다. 5~6월 서울의 한강벨트 집값이 워낙 갑자기 과열됐기 때문에 불가피했지만 공공 주도로 공급하고 계속된 수요억제 규제를 고집하면 외국인 역차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후 25년이 지나 다시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선진국으로 진입한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규제지역의 아파트는 외국인 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은 오히려 외국인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투 트랙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 또 외국인이 구입 후 임대를 줄 경우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 마련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중국에 자유로운 투자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중국인이 한국 부동산을 자유롭게 구입하는 수준만큼 한국인이 중국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슈&경제] 기업가 이윤의 정당성과 기업가 정신의 역할

한 사물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는 용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만드는 기업가 이윤은 본질적으로 우수한 지식과 정보에서 파생되고 기업가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를 발견함으로써 얻을 수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은 기업가의 창조물이므로 정당하다. 기업가가 정의의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증거가 없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기업가 이윤이 정당하지 않다고 의심하는 것은 기업가 이윤에 대한 무지와 관련이 있다. 누군가가 공정한 수단으로 이윤을 만들었다는 것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한 무언가를 알았다는 의미다. 기업가 이윤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정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사회적 정의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가정신은 질식될 것이고 모두가 장기적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사회적 정의에 대한 요구를 다루는 데 필요한 첫 단계는 사과나 달래는 것이 아니고 기업가 이윤이 정당하다고 확신을 갖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 사물을 다른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기업가가 발견하는 한 사물의 가치 있는 용도에 대한 지식이다. 지식은 가치를 창조한다. 그러므로 기업가 이윤은 창조자를 위한 당연한 보수다. 모두가 기업가인 우리 중에서 누군가의 발견은 많은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의 발견이 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정당하다. 더구나 사물이 가치 있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가치가 없는 사물을 가치 있는 사물로 전환해 부를 창출할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 있는 지식을 발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쟁은 소득 불평등 심화와 개인 부의 무제한 축적을 가로막는 자생적 힘이 작용하도록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기업가적 경쟁의 본질인 창조와 혁신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타인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이윤 기회를 포착하는 기민성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과 경쟁은 무한정으로 부를 축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마차를 공급해 큰돈을 버는 백만장자가 있으면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기존의 마차보다 값싸고 질적으로 우수한 자동차나 기차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혁신가가 등장한다. 대체상품을 개발하거나 생산비용을 낮추는 기술개발을 통해 싼값으로 공급하는 혁신 경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산자의 기업가치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지금까지 누리던 부자의 위치가 흔들린다. 따라서 기업가정신과 경쟁은 경쟁자들이 기존의 부자를 추격하고 추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 부자는 늘 그런 추격과 추월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혁신적 기업가가 등장해 현재의 부자를 추격하면 그의 부는 감소하고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 추격 과정에서 기존의 부자가 누리던 이윤의 일부 또는 전부가 경쟁자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은 소유 재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 저렴한 필요 재원을 발견하는 것 자체도 기업가정신의 소관이기에 자원 소유가 기업가정신의 전제조건일 수 없다. 미제스는 기업가정신은 교육도 필요없다고 한다. 기업가정신은 예리한 통찰력·판단·직관 및 인지적 지도력에서 오고 미지의 것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려진 것을 가르치는 교육과 무관하므로 재산도 없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돈도 없는 가난한 사람도 기업가정신이 왕성할 수 있다. 경영학 교육은 경영자가 되는 교육일 뿐이다. 사업 실패자, 학교 중퇴자 혹은 이민자처럼 가난한 야심가는 이윤 기회의 인지 전략에서 매우 유연하지만 부자는 경직적이고 보수적이다. 기업가정신은 ‘굶주림 정신’이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부자가 부를 유지하기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추격해 추월할 가능성이 더 크므로 혁신 경쟁에서 가난한 사람이 기존의 부자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우지 못했어도 거부가 된 인물로 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무일푼의 빌 게이츠나 윤윤수가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휠라코리아를 설립한 것도 기업가정신 덕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과 경쟁을 통해 부의 축적을 견제하는 게 자유시장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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