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유튜브 대선’-위험하지만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바꿨다. 퇴근 후 생활이 더 그렇다. 시간도 공간도 집콕이다. 실태를 조사한 통계가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했다. 예상대로 87%가 답한다. 늘어날 개인 시간에 뭘 보냐고 물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시청이 늘었다. 79%가 대답한다. 유튜브 등의 매력을 물었다.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다(62%). TV보다 다양한 주제와 콘텐츠를 담고 있다(41%). 지금 중년 직장인은 유튜브에 깊이 빠져 있다. 그 유튜브가 더 폭발하고 있다. 대선을 만나서다. 그럴만한 매력이 있다. 속 시원한(?) 편파 방송이다. 균형이나 중립 따윈 신경 안 쓴다. 언론은 상상도 못한 편들기 방송이다. 진실과 왜곡의 경계도 맘대로다. 제목부터 선정성 경쟁이다. ○○○ 감옥 간다 △△△ 난리 났다. 듣고나면 별 내용 아니다. 그런데도 수만 조회씩을 챙긴다. 욕하면서도 찾게 되는 중독성인가 보다. 밍밍한 정규 언론은 설 자리를 잃어 간다. TV 토론 평가가 딱 그 짝이다. 이쪽 후보가 더듬댔다 치자. 그래도 이쪽 유튜브는 극찬한다. 더없이 차분했다고 평한다. 저쪽 후보가 매섭게 공격했다 치자. 그래도 이쪽 유튜브는 나쁘게 평한다. 저질 질문이었다고 한다. 2~3시간 걸리는 토론회다. 전부 볼 사람이 몇이나 되나. 다들 후평(後評) 듣고 점수 매긴다. 그렇게 중요한 후평인데 다 뒤엉켰다. 유튜브가 엉망진창을 해놨다. 나쁜 선동가가 있었다. 나치스 괴벨스다. 국민에게 라디오를 사줬다. 거기에 나치즘을 주입했다. 모든 국민의 눈ㆍ귀를 가렸다. 거대 악(惡)-유대인 학살-을 방조토록 했다. 훗날 좋은 선동가가 이런 분석을 내놨다. 사람은 자유 의지로만 행동할 수 없다. 반복된 미디어에 지배를 받는다(에드워드 버네이스). 그렇다. 한국 대선판에 괴벨스가 어슬렁거린다. 유튜버라 불리는 괴벨스다. 그 괴벨스들의 먹잇감은 왜곡된 표심이다. 이쯤 되면 비난해야 한다. 일부 유튜브의 범죄적 왜곡을 경고해야 맞다. 그런데 그러기 무섭다. 너무 많이 컸다. 대선판이 이미 그들 손에 들어갔다. 막강한 영향력이 곳곳에서 발휘된다. 나쁜 여론도 좋게 바꾼다. 나쁜 짓도 통째로 덮는다. 후보와의 짬짜미는 오래전에 끝났다. 지지자들에 유튜버는 교주다. 논평은 설교다. 유튜브 대선이다. 유튜버들에게 넘어간 대선이다. 어른거리는 데자뷔가 있다. 다른 듯 닮은 추억, 노무현 추억이다. 중심에 노사모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뭉친 조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깔아준 밑거름이다. DJ 국정엔 이런 목표가 있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로드밴드다(소프트뱅크 손정의). 인터넷 가입자 1천만명 시대가 됐다. 그 1천만을 움직이는 노사모였다. 한나라당만 몰랐다. 돈 선거를 계속했다. 지고 나서야 당이 인정했다. 이번 대선은 인터넷 선거였고, 우리는 거기서 졌다. 이제 유튜브는 오락이 아니다. 내용과 주장에 동의해가는 학습이다. 앞선 설문에도 이런 답변이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다(26%). 정치로 오면 선택이다. 후보가 좋아질 수도 있고, 후보가 싫어질 수도 있다. 유권자 70%가 유튜브 앞에 있고, 그 70%의 26%가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 대선은 1% 승부였고, 이번에도 그렇다. 그래서 더 저들의 위세가 더 커 보인다. (섣부른 일반화로 모두에 화를 미칠 의도 없습니다. 본 칼럼은 노력하고, 취재하고, 공부하는 유튜브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슈퍼챗이나 구걸하고, 말장난이나 늘어놓고, 주작질이나 일삼는 유튜브는 논리에 넣지조차 않았습니다-필자 註) 主筆

[김종구 칼럼] 김포 점주 극단선택, 노조의 투쟁… 공산주의

김포에서 택배 점장이 사망했다. 스스로 선택한 비극이다.싸늘해진 품 안에서 유서가 나왔다. 노조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계속된 파업 위협을 받았다. 다양한 경로로 협박을 받았다. 그 시간들이 지옥 같다. 노조원 12명의 이름도 적었다.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곧 택배노조 입장 발표가 있었다. 조롱은 있었으나 폭언은 없었다. 그 며칠 뒤, MBC가 보도했다. 노조원 12명의 대화방 대화다. 점장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어따대고 XX들이 들이대 바로 X신 만들어주자. 점장이 쓰러졌다는 소식도 조롱하고 있다. 나이롱 아닌가요 질긴놈, 언제쯤 자빠질까. 점장이 대리점을 포기했다는 정보가 소개됐다. 그러자 대리점을 차지하자는 대화가 오간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을 해야 됩니다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죽음에 갈 사유가 넘친다. 살인 방조다. 집단괴롭힘에 의한 자살. 2011년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폭행, 폭언, 착취. 유서에친구 2명을 지목했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이 다 구속했다. 집단괴롭힘 자살 사건의 효시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집단괴롭힘은 살인이다. 살인 방조 등의 죄목을 적용한다. 미성년자라도 구속한다. 법원도 용서하지 않는다. 10대라도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을 선고한다. 하물며 성인들 일이다. 더 큰 범죄고, 더 엄히 벌해야 맞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이와중에도 노동을 말한다. 싸울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원청자 책임이 컸단다. 향후 조치도 당당하다.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조사에 왜 노조가 나서나. 경찰이 수사로 할 거다.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고 한다. 책임을 왜 노조가 말하나. 판사가 판결로 할 거다. 40대 가장이 죽어나갔다. 피를 토하듯 적은 가해자들이 있다. 그런데도 노동을 말한다. 모두가 놀란다. 이 당당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1848). 책의 명성만큼 유명한 첫 구절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동직조합의 우두머리와 직인, 요컨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항상 서로 대립하여, 때로는 숨어서 때로는 공공연한 투쟁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그리고 이 투쟁은 언제나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편으로 끝나든지 또는 서로 싸우는 계급의 쌍방을 함께 망하게 했다. 김포에서 억압받는 자는 노조원이었다. 억압하는 자는 점장이었다. 분구 갈등 등 현안이 생겼다. 노조엔 싸워야 할 명분이다. 한 켠에서는 파업ㆍ태업으로 투쟁했다. 공공연한 방식이었다. 다른 한 켠에는 대화방이 있었다. 숨어서 한 방식이었다. 점장은 어디에서나 적이었다. 대리점은 노동자들이 차지해야 할 생산수단이었다. 노조원 모두에게 갈 공산(共産)말이다. 그들이 책을 봤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흐름이 책처럼 갔다. 발간 173년 됐고, 그 사상으로 2억명이 죽었다. 그 책의 유명한 맺음이다.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숨기는 것을 경멸한다. 공산주의자는, 종래의 사회질서 전체를 강력한 힘에 의해 전복하지 않고는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공연히 언명한다.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이 혁명으로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김포 대리점 노조원들은 단결했다. 파업 때도, 태업 때도 뭉쳤다. 대화방에서도 한목소리였다. 마침내 적-점주-을 무너뜨렸다. 돌아올 수 없게 만들었다. 노조의 힘이 보여준 전복이다. 자본가들을 전율하게 했다. 노조원 12인을, 택배노조를, 민주노총을 전율하게 한다. 그들이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결과가 책처럼 간다. 공산당선언의 작은 완성이다. 자본의 멸망까지 이끌어내는 투쟁의 끝 말이다. 점장은 마지막 순간에 12명을 적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래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걱정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가짜뉴스? 지금 그 판단 자신있나

낚시 제목? 거긴 지렁이라도 달지. 이건 미끼도 없다. 그냥 날로 먹는 낚시다. 선정적 단어 몇 개면 끝이다. 충격 발언, 난리 났다, 발칵 뒤집혔다. 화면 배치도 거의 고정이다. 그냥 단어만 갈아 끼운다. ○○○ 충격발언 △△△ 난리났다 □□□ 발칵 뒤집혔다. 알 만한 사람들이 이런다. 어떤 이는 유력 언론사 출신이다. 조회 수로 환전(換錢)된다. 꽤 쏠쏠한 모양이다. 점점 거칠어지는 이유다. 30년 기자도 섬뜩섬뜩하다. 저렇게 막말해도 되나, 모욕이 될 텐데. 저렇게 단언해도 되나, 확인도 안 됐는데. 저렇게 선동해도 되나, 상대방 입장이 있는데. 그 사이 언론 환경만 혼탁해졌다. 자연스레 피해자도 많아졌다. 본디 언론 자유는 다의적이다. 누군가에는 자유다. 누군가에는 방종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 수단에는 논박이 없다. 더 견제돼야 하고, 더 책임 지워야 한다는 데 생각이 같다. 이런 때 나온 언론 법안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보도 책임을 세게 묻고 있다. 손해의 5배 배상, 연매출 1,000분의 1까지, 정정보도는 1면. 그런데 대상이 느닷없다. 인터넷 수단이 아니다. 정규 언론만 압제하는 법안이다. 말 많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이 정부에 많은 이들이 소망했던 제도다. 가까운 기억에 고(故) 박원순 시장이 있다. 언론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2019년 10월 25일). 그러면서 패가망신 수준의 손해배상를 말했다. 거기서 척결 대상으로 삼은게 가짜뉴스다. 이 정부 들어 쓰이는 단어다. 가짜뉴스의 판정은 늘 권력이 내리고 그 조치도 권력이했다. 개혁과 탄압의 경계는 모호했다. 잠입 취재 기자는 잡범이 됐다. 댓글 여론 공작 사건(드루킹 사건) 때다. TV 조선이 독점 보도했다. 관련 취재 중에 엉뚱한 사건이 생겼다. 기자가 드루킹 출판사에 잠입했다. 태블릿PC와 USB를 가져갔다. 누가 봐도 취재 욕심이 부른 행위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호했다. 즉시 입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TV조선 압수수색에 나섰다. 기자는 도둑으로 단정됐고, 방송사는 교사범으로 단정됐다. 드루킹은 유죄다. 그건 특종이었다. 그때 여권이 말했다. 시민이면 절도고 기자면 반출이냐. 취재 과정의 준법정신 강조였다. 얼마 전 MBC 기자가 경찰을 사칭했다. 말이 다르다. 옛날엔 다 그렇게 취재했다. 편지 때문에 구속된 기자도 있다. 채널 A 이동재 기자다. 여권 유시민 작가를 취재 중이었다. 취재 대상자가 수감 중이었다. 옥중 서신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편지 내용은 대충 이렇다. 나는 아무개 기자다. 취재하고 싶다.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부탁한다. 검찰 수사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검언유착으로 몰았다. 검사는 구속하지 못했다. 그러자 협박미수라면서 기자만 구속했다. 1심 무죄로 나왔다. 기자는 이미 직업을 잃었는데. 그때도 여권에서 그랬다. 검찰과 언론이 짠 나쁜 취재다. 악덕 기자로 만들었다. 판결문 아님 어쩔뻔 했나. 협박이라고 볼 어떤 부분도 없다. 그 여권들, 지금 조용하다. 그날, 박원순은 단언했다. 한 번에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징벌적 배상제도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누가 얘기하면 무조건 쓰고 나중에 무죄로 판결이 나와도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문제다. 패가망신해야 할 보도라고 단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한 근거로 말했다. 법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실제로 적용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조국 보도 언론사들은 모두 구속되거나 패가망신했을 것이다. 그 재판이 오늘 있었다. 정경심 피고인의 항소심 선고다. 자녀 스펙 7가지가 다 허위라고 했다. 입시 부정 맞다고 했다.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가짜뉴스 단정은 또 이렇게 틀렸다. 主筆

[김종구 칼럼] 불편한 올림픽 똥물 보도, 편안한 아사히 신문 사설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개막 전부터 끓어올랐다. 문재인-스가 회동이 무산됐다. 책임 소재는 중요치 않았다. 국민이 받은 실망감이 컸다. 일본 외교관 막말이 터졌다. 우리 대통령을 향한 말이었다. 국민에 안긴 분노가 컸다. 이순신 장군 현수막까지 충돌했다. 선수촌에 내 건 신에게는 아직다. 일본 항의로 철거해야 했다. 이 문제엔 북한까지 가세했다. 일본 요구를 불망나니 짓이라며 비난했다. 갑자기 든든해진 민족애(?)다. 그리고 개막식이다. 우리 보도가 예상대로였다. 비판 기사로 도배됐다. 장례식 같아서 보기 힘들었다 역대 올림픽 최악의 개막식이었다 전문가들 혹평 감동 약해 아쉽다. 갑자기 일본 사람 하나가 유명해졌다.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74)다. 개막식이 창피했다고 혹평했다. 세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언론이 좋은 근거로 써먹었다. 일본 영화 거장조차 혹평이라는 결론이었다. 반일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대회 초반 부진한 성적이 한몫했다. 태권도와 유도, 탁구가 다 그렇다. 금 몇 개 나올 때가 지났다. 그런데 없다. 태권도는 20년만에 노골드다. 유도는 아직 결승전 구경도 못했다. 이쯤 되니 언론에 먹거리가 필요했다. 그게반일(反日)로 채워지는 거다. 아닌가. 비난 안 해도 될 일인데, 그걸 비난한다. 한 번 비난해도 될 일인데, 며칠씩 우려먹는다. 금메달과뒷얘기넘쳤으면 안 아랬을 거다. 그 정점이 똥물 보도다. 표현부터 부적절하다. 통상 X로 표기한다. 예였다면 X물이라 써야 했다. 그런데 대놓고 똥물이라 썼다. 기자 생활 30년인데도 쓰기가 거북스럽다. 이런 표현을 막 써대고 있다. 경기 후 탈진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사진을 실었다. 그 옆에 똥물 속 트라이애슬론이라 썼다. 누가 봐도 똥물 먹고 쓰러진 선수처럼 됐다. 아예 똥물 올림픽이라고 쓴 기사도 있다. 유튜브 아니라 언론인데 이런다. 억지도 많다. 경기장은 오다이바 해변 공원이다. 평소 오수가 흘러드는 곳 맞다. 기준치 넘는 수질 문제가 늘 있다. 하지만, 경기 당일에는 달랐다. 수질과 수온 모두 기준치에 적합했다. 선수들이 먹은 물은 똥물이 아니었다. 인용되는 외신이 주로 블룸버그 통신과 폭스스포츠 보도다. 경기장 수질을 우려한 보도 맞다. 하지만, 그건 개막식(23일) 이전인 14일과 19일 보도다. 당일 얘기가 아니다. 오보다. 왜곡이거나. 저런 기사들 하나하나가 참으로 읽기 불편하다. 화끈거림을 감출 수 없다. 이런 때, 이 불편함을 가셔주는 사설이 있다. 한국 사설이 아니라 일본 사설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27일자 사설(私說)이다. 산업혁명유산, 약속 지켜 전시 고쳐라.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2015년에 등재됐다. 추진 당시 우리 항의가 있었다. 인권 착취에 대한 미화 우려다. 일본도 인정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약속했다. 막상 등재되자 이걸 안 하고 있다. 사설은 이 약속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조선인 등 희생자를 기리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 또 있다. 이 신문의 4월7일자 사설이다. 일본의 정의를 묻고 또 묻는다. 조선인 태평양전쟁 전범 이학래 옹 얘기다. 그의 별세에 즈음한 사설이다. 전남 출신인 그는 귀국하지 못했다. 친일파라는 낙인 때문이었다. 일본에 남았지만 역시 이방인이었다. 60년간의 보상 요구를 일본 정부가 외면했다. 신문은 일본인의 통렬한 반성을 강조했다. 정치의, 그리고 그 정치의 부작위를 못 본체한 국민의 책임을 묻는다고 말한다. 저런 사설이 우리에겐 없다. 누군가 썼다면 토착왜구가 됐을거다. 최악 도쿄 올림픽 똥물 속 경기 불망나니 짓. 올림픽은 열흘 남았고, 반일 기사는 계속될 거 같다. 主筆

[김종구 칼럼] 교묘하거나 절묘하거나

4일 주목을 끄는 기사가 떴다. 이재명 경기지사 소환 기사다. 경찰이 통보했다고 전했다. 성남 FC 후원금 모금 얘기다. 시장이던 이 지사가 구단주였다. 기업에서 후원을 받고 대가를 줬다는 의혹이다. 두산 건설이 42억원 냈다. 그 후 정자동 소재 부지가 용도 변경됐다. 이런 식의 논리다. 전체 후원금이 160억원, 관련 기업만 6개다. 일부 돈이 유용됐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고발이 있다. 수사해야 맞다. 부르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택일(擇日)이다. 대통령 예비 경선이 출발할 때다. 첫 번째 TV 토론일 전후다. 안 그래도 이 지사 협공이 신문을 도배했다. 거기에 경찰, 이재명 소환 통보가 뜬 거다. 후원은 2015~2017년 있었다. 4~6년 지났다. 고발이 있었던 건 2018년 지방 선거다. 3년 지났다. 그 이후 이 지사는 쭉 국내에 있었다. 기업들도 성남 등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소환 통보가 이뤄졌다. 대선 TV토론과 절묘하게 맞았다. 이 지사가 반발했다. 수사권을 남용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 꼭 이 지사 아니어도 그렇다. 왜 하필 지금인지 갸웃한다. 하필 그때부터 판도가 변했다. 이전까지 이 지사는 1등이었다. 다 더해도 안 됐다. 그게 바뀌었다. 이제 2등과 오차범위 내다. 딱 그것 때문이라 꼬집을 순 없다. 원인은 많다. 하지만, 이 지사 지지자는 안 그렇게 본다. 초반 경찰 악재가 컸다고 본다. 경찰의 대선 개입으로 단정한다. 또 있다. 다른 듯 닮은 일이다. 경찰이 정찬민 의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명 투자로 부당이 득을 챙겼단 의혹이다. 경찰이 밝힌 혐의를 보자. -시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 내 S 건설에 인허가 편의를 봐줬다. 대가로 개발 부지 인근 토지를 차명으로 샀다. 이후 땅값이 올라 10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 영장 신청은 두 번째다. 지난 6월4일에도 했었다.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걸 보강해 다시 신청한 것이다. 여기서도 택일이 절묘하다. 영장 재신청이 공개된 건 19일이다. 오전 11시께 기자실에 알려졌다. 정식 브리핑은 아니었다. 수사 책임자가 들러 설명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에는 몇 시간 뒤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다. 정 의원이 출마했다. 방패용 출마라는 지적도 있었다. 본인은 펄쩍 뛰었다. 현직 수석 부위원장이다. 관례대로면 무투표 차기 위원장이라고 했다. 이 투표 직전에 영장이 공개된 것이다. 될 턱이 있나. 떨어졌다. 604표를 얻었다. 1등과 71표 차이 났다. 패인 분석이 여러 가지다. 사건 구설수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다. 초선 의원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 후보가 훌륭했다는 평도 있다. 사람마다 분석이 다르긴 한데, 정 의원은 다르게 말할 것이다. 경찰 때문에 졌다고 할 것이다. 그를 찍은 604명은 다르게 볼 것이다. 경찰이 빼앗아간 71표라 볼 것이다. 딱 떨어지는 이 빌미를 준 게 바로 경찰이다. 이재명 소환일ㆍ정찬민 영장일. 과거라면 경찰 책임 아니었다. 그땐 검사가 지휘했다. 택일도 검사가 했다. 이제 아니다. 수사권 독립이다. 경찰이 결정한다. 경찰이 필요한 날 부르고, 경찰이 필요할 때 청구한다. 권한 확대다. 그러면서 따라붙은 책임 확대가 있다. 과거라면 검찰로 갔을 원성이 이제 경찰로 온다. 하필 경선 시작할 때냐는 정치 원성, 하필 선거 당일 오전이냐는 정치 원성이 다 경찰 몫이 됐다. 수사 판단은 경찰이 한다. 그 판단 평가는 국민이 한다. 경찰이 보는 건 수사의 공정이다. 국민이 보는 건 과정의 공정까지다. 경선일 소환 통보, 선거일 영장 신청. 경찰은 공정한 수사를 말한다. 당당하다 할 거다. 국민은 불공정한 과정을 말한다. 의도 있다 할 거다. 그들의 최종 유무죄와는 별개다. 이런 게 국민 눈이다. 이걸 소홀히 알던 조직이 있었다. 그들만의 기준으로 국민을 보던 조직이다. 이제 그들은 개혁대상이다. 검찰. 그 덕에 지금의 경찰이 있다. 시작부터 그걸 흉내내서야 되겠나. 교묘 혹은 절묘했던 이번 두 개의 과정, 둘 다 국민 눈에 거슬렸다. 主筆

[김종구 칼럼] “시민은 언제나 옳은가”

-책임은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추궁하는 것이니 권한 없는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고, 시장 탄핵이 이와 같으니 시장의 권한 없는 일로 탄핵하면 안 되는 것이고,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권한 아닌 일로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것이다.- 주민소환은 불발했다. 유권자 21.7%만 투표했다. 필요한 투표율은 33.3%였다. 개표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관위 창고에 짐만 하나 늘었다. 참으로 어수선했던 몇 달이다. 길거리 곳곳에서 서명이 있었다. 목청 높인 참여 호소도 이어졌다. 과천 주민 소환 기사가 뿌려졌다. 구호는 하나같았다. 과천시장 주민소환! 이래놓고 얻은 결과가 겨우 이거다. 남은 거라곤 민망한 기록뿐이다. 시장 두 번 소환하고, 두 번 모두 실패한 과천시. 반년 이상 허비했다. 그 기간, 과천 행정은 휘둘렸다. 막판에는 시장직도 정지됐다. 비용으로 혈세까지 들어갔다. 7억여원쯤 된다고 한다. 물론, 필요한 제도다. 선출직은 교만할 수 있다. 임기가 성역될 수 있다. 그걸 견제해야 한다. 주민소환제 취지다. 과천시장 소환이 그거다. 적법하게 시작했다. 필요한 서명도 받았다. 조건이 맞아 투표에 부쳤다. 형식부터 절차까지 정당했다. 추진위도 할 말은 있다. 우리 행위는 다 정당했다. 하지만, 반대쪽 주장이 있다. 추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다. 특히 소환 사유가 논란이다. 시민을 분노케 한 8ㆍ4 대책이었다. 멋대로 청사 부지를 쓰겠다고 했다. 숨도 못 쉴 도시를 만들자는 거였다. 국토부 발표였다. 과천시장은 문구 하나 거든 적 없다. 미리 알았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 정서적 책임까지 없을 순 없다. 시장이니 고개 숙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실에서 쫓겨날 일은 아니다. 표심의 최종 결과가 그랬다. 투표 안 한 78.3%다. 시장도 옳소추진위도 옳소. 양비론으로 덮을 생각 없다. 추진위는 끝났다. 지켜야 할 중립도 없다. 이제 판단을 말해야 한다. 잘못된 거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은 잘못한 거다. 시민 분노를 도구 삼았다. 그 분노에 정치가 올라탔다. 처음엔 그럴 수 있었다. 시민들도 소환을 말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해졌다. 대열에서 내리는 시민이 많아졌다. 막판엔 말리기까지 했다. 철회하자. 그런데 추진위가 밀어붙였다. 그렇게해서 얻은 21.7%다. 주민 소환은 다른 곳에도 있다. 올해 도내에서만 네 번 있었다. 사유는 다 다르다. 가평군수는 공동 화장장 문제, 고양시장은 측근의 건설비리 의혹, 구리시장은 언론에 제기된 의혹, 이천시장은 화장시설 문제다.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소환이 정당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네건은 그 시장들의 일이었다. 그들이 서명한 일,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아는 사람의 일이었다. 과천시장처럼 생억지 소환은 없었다. 주민소환제도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민은 옳다. 민원은 정당하다. 형성된 여론에 정치는 없다-. 과연 그런가. 주변의 주민 소환 주체들이 그런가. 늘 옳고, 늘 정당하고, 늘 순수한가. 누군가 던질 법한 이 화두. 이걸 염태영 수원시장이 말했다. 나는 요즘 이런 고민을 합니다. 과연 시민은 언제나 옳은가, 과연 민원은 언제나 정당한가. 마침 과천 주민 투표 날이었다. 안타까움을 말하면서 말했다. 굳이 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책임 아닌 일로 그를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거였고, 주민소환의 권한을 주장해온 만큼 그 결과의 책임도 져야 하는 거였고, 얻어낸 21%의 자부심을 말하는 만큼 얻지 못한 79%의 부끄러움도 말해야 하는 거였다.- 主筆

[김종구 칼럼] 염태영 시장의 1년, 그리고 다음 정치 자산

한걸음 더(The) 기획단이라 했다. 수원시가 만든 시민 참여 기구다. 이렇게 물어볼 만도 하다. 뭘 하는 기구라더냐. 그런데 하는 질문은 대개 이렇다. 왜 만들었다더냐. 염태영 시장이 밝힌 취지가 있다. 지나간 수원시정을 지적해 달라. 남은 임기 1년에 할 일을 정해 달라. 수원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 달라. 실제 운영도 그렇다. 그런 토론 과제가 부여됐다. 갈등 해소 분과가 있다. 고질적 갈등을 정리하고 조언한다. 미래 행정 분과가 있다. 시정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행정 분과도 있다. 지금 부족한 행정에 충고한다. 사실 수원에선 흔한 일이다. 거버넌스 행정이라고 한다. 염 시장이 11년간 끌고 온 소신이다. 정책 제안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그것이 행정사회에서 맞닥뜨려져 행정으로 녹아 실천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수원시 거버넌스다.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이미 곳곳에 그런 조직이 있다. 좋은시정위원회, 시민배심원제,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등이다. 한걸음 더(The) 기획단도 그런 행정의 하나다. 늘 보던 염태영식 자문 기구다. 그런데도 왜 만들었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 3선(2010ㆍ2014ㆍ2018년)이다. 시장직은 마지막이다. 시장직만 마지막이다. 뭐로 보나 놀 거 같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물어본다. 시원히 답한 적은 없다. 지금 도는 건 전부 남이 지어낸 얘기다. 염 시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다 9월에 출마 선언할 것이다. 이러니 궁금해하는 거다. 한걸음 더 기획단을 수상스럽게 보는 거다. 음절 뜻풀이까지 하면서 도지사에 연결하는 거다. 어쩌다 볼 수 있었다. 하는 일도 알게 됐다. 정치라곤 없다. 구성원부터가 그렇다. 정치와 담 싼 시민들이다. 그냥 연구하는 연구원, 그냥 사업하는 사업가, 그냥 학생 가르치는 교수다. 정해진 토론 방향도 없다. 저마다 각자의 언어로 원하는 걸 말한다. 거기 무슨 도지사 선거가 있나. 흔하디 흔한 시민 참여 기구다. 출범식 때 한 염 시장 우스갯소리도 그랬다. 무대 그림이 하필 석양이네요. 잘 마무리하게 조언 부탁합니다. 3선들이 더러 있다. 세 번 뽑히는 것이다. 연달아 뽑히는 것이다. 무탈히 끝내는 것이다. 떠난 뒤에도 시민의 입은 기억한다. 여전히 시장님으로 부른다. 이천에 유승우 시장님이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이었다. 과천에 여인국 시장님도 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시장이었다. 양평에 김선교 군수님도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군수였다. 꽤 전에 퇴임했다. 누구는 3년, 누구는 15년이다. 나중에 국회의원을 한 이도 있다. 그런데도 시민에겐 ○○○ 시장님이다. 3선이 새긴 기억이 그렇게 깊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의 마지막이 흐릿하다. 퇴임 전 1년의 기억에 희미하다. 앞선 11년은 또렷한데, 그보다 나중인 마지막 1년이 그렇다. 시민들에도 그렇고, 그들에도 그렇다. 이런 시간의 어긋남이 왜 생길까. 짐작해 본다. 두 개의 시선이 있다. 하나는 시장을 보는 시선이다. 현직 시장에서 눈을 뗐다. 다음 권력으로 옮아갔다. 그러니 기억 못 하는 거다. 다음은 시장이 보는 시선이다. 시장 스스로 기억 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정리하고 마감하면서 1년을 보냈다. 그러니 기억할 게 없는 거다. 3선이란 옥(玉)에 남은 티다. 시장을 보는 시선은 세상 몫이다. 어차피 세상은 야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보는 시선은 본인 몫이다. 시민에겐 다를 바 없는 1년이다. 11년과 달라지면 안 된다. 행정 바로 잡고, 미래 구상하고, 현장 챙겨야 한다. 염 시장이 한걸음 더(The) 기획단에 주문한 게 그거다. 알토란같이 채워갈 지혜와 쓴소리를 주문했다. 이런 걸 120만이 다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새 역사를 기대한다. 11년보다 중한 1년으로 남길 본(本)이다. 11년보다 더 꽉 찬 1년, 11년보다 더 바쁜 1년, 11년만큼 행복한 1년. 혹시, 도지사에 도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절실해졌다. 거기 보태질 가장 큰 가산점(加算點)이기 때문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비행기 굉음’(소닉붐)이 서수원에?

짧은 야구 얘기 하나다. 인천시민은 야구시민이다. 40년간 한결같았다. 처음 우승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프로야구 27년만이었다. 150년 전통의 미국 야구도 아닌데. 구단은 또 왜 그리 자주 바뀌었는지.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SK가 거쳐 갔다. 그때마다 구단 이름도 바뀌었다. 슈퍼스타스, 핀토스, 돌핀스, 유니콘스, 와이번스. 그래도 인천시민들은 변함없었다. 이게 인천의 야구다. 조건 없는 사랑이다. 그냥 사랑한다. 올해 또 바뀌었다. 이번엔 유통업 재벌 신세계다. 개막 전부터 파격이 계속됐다. 팀 작명도 그랬다. SSG 랜더스. 상륙자(landers)란 뜻의 보통명사다. 형상화하기에 애매하다. 반대가 많았다. 싫어요가 줄을 이었다. 그래도 구단은 밀어붙였다. 인천과 연계된 뜻을 민 거다. 6ㆍ25때의 인천 상륙 작전이다. 인천과 묶으면 상륙(lander)은 고유명사가 된다. 인천만의 이름이 된다. 오직 인천시민을 생각하고 배려한 거였다. 요 며칠 수원은 농구 얘기다. KT 농구단 소닉붐이 수원에 왔다. 시민에겐 더 없는 행복이다. 기쁨을 가늠할 반대 증명이 있다. 원래 연고 부산의 분노다. 그 지역 언론이 사설로 전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전제하며 부산 팬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수원으로의 이전을 야반도주라고 썼다. 부산시와의 마지막 대화는 뒤통수라고 썼다. KT 불매운동도 얘기되는 모양이다. 그만큼이 수원 기쁨이다. 격세지감이잖나. 2001년, 수원이 저랬다. 모두가 좌절에 휩싸였다. 팬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삼성 썬더스가 야반도주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여기 있었다. 상상도 안 했다. 그 믿음을 버린 배신이었다. 옮겨 간 곳은 서울이다. 이유는 지금과 같다. 돈 되는 시장이다. 경영, 효율, 홍보, 관객 모든 게 서울이 위였다. 가지 말라는 읍소. 불매운동한다는 협박. 소용없었다. 그 좌절은 지금 부산보다 더 컸다. 나 때는이라면 꼰대 되던가. 우리 땐 수원이 농구의 중심이었다. 남자부는 삼일고가 최고였다. 하승진 아버지 하동기가 있었다. 여자부는 수원여고가 있었다. 문경자가 코트를 장악했다. 그런 우리 세대에도 KT 농구는 선물이다. 허훈에 환호할 젊은 팬은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수원은 프로스포츠 왕국까지 됐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를 다 가진 유일한 지자체(기초)다. KT 소닉붐을 환영한다. 잘 자리 잡기 바란다. 그런데 청이 있다. 사실, 이 얘기 하려고 빙빙 돌렸다. 구단 이름 좀 바꾸면 안 되겠나. 이제 KT 소닉붐은 수원팀이다. 정확히는 서수원이 둥지다. 서수원칠보체육관이 홈이다. 그 서수원엔 아픈 역사-지금도 진행 중인-가 있다. 비행기 소음이다. 삼복더위에도 문을 못 연다. 난청 피해 주민도 많다. 지역 개발에서도 매번 밀렸다. 이 고초를 당한 게 이미 반백 년이다. 주민 20만명이 참여한 굉음 소송까지 있었다. 옮긴다고 하지만 먼 얘기다. 이런 주민들에게 비행장은 한(恨)이다. 비행 굉음은 고통이다. Sonic boom의 해석이 이렇다. -제트기 등이 비행 중에 음속(音速)을 돌파하거나 음속에서 감속했을 때 또는 초음속 비행을 할 때 생기는 충격파가 지상에 도달해 일으키는 큰 충격음을 말한다. 7천500m 이하로 비행할 경우 소닉붐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심할 때엔 건축물에도 손상을 가한다-. 서수원권에 피해를 그대로 표하는 단어다. 모두가 잊히길 바라는 단어다. 하필 그 비행 굉음이 이름이다. 듣기에 참 불편하다. KT 농구단 이름은 다섯 번 바뀌었다. 여섯 개 이름-플라망스, 클리커스, 푸르미, 맥스텐, 매직윙스, 소닉붐-이 있었다. 매번 이유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어떤 개명(改名)의 사유도 이번처럼 절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안 그렇겠나. 팬들이 섬뜩한데. 인천시민에게 야구단 랜더스(landers), 그건 부르고 싶은 자랑일 거다. 서수원 시민에게 농구단 소닉붐(sonic boom), 이건 부르기 싫은 고통일 거다. 틀림없다. 主筆

[김종구 칼럼] 시민이 정부 이긴 ‘좋은 선례’... 인구 6만 과천이 만든 역사

시장이 대들면 다쳤다. 맞서선 안 되는 중앙정부였다. 그때 쓴 칼럼도 이런 역사다. 90년대 말 심재덕 수원시장 얘기다. 법무부가 구치소 증축계획을 짰다. 당시 부지를 아파트 업자에 주려고 했다. 주민들이 다 반대했다. 시장이 나섰다. 절대 안 해주겠다고 했다. 공원부지로 묶겠다는 말도 했다. 법무장관의 노여움을 샀다. 수원지검에 하명 사건이 떨어졌다. 시장이 구속됐다. 무죄가 됐지만 다 잃고 난 뒤였다. 그땐 그랬다. 지방이 중앙에 대들면 안됐다. 칼럼의 붙인 제목이 이랬다. 교도소 반대하는 시장, 구속 시켜라. 2012년 2월2일자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전화가 왔다. 칼럼은 잘 봤는데, 나를 구속하라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다라며 웃었지만 사실 그의 얘기 맞았다. 안양교도소 신증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살벌하게 법무부와 대치 중이었다. 불행하게도 칼럼은 맞았다. 그 뒤 측근들이 다 잡혀갔다. 그도 낙선했다. 국토부 위력도 컸다. 역시 안양시에 남은 역사가 있다. 2005년 국토부가 100만호 건설을 추진했다. 소형 임대 아파트 중심의 공급계획이었다. 안양 관양지구 등 4개 지구를 지정했다. 2만2천700가구를 짓겠다고 했다. 신중대 안양시장이 반대했다. 하수처리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까지 하며 국토부와 맞섰다. 얼마 뒤 그도 털렸다. 공무원에게 인터뷰 자료 쓰게 한 혐의로 엮였다. 벌금 500만원으로 중도 하차했다. 중앙에 맞서면 안 되는 거였다. 교도소 짓겠다면 그러라고 해야 했다. 아파트 짓겠다면 지으라고 해야 했다. 그래야 탈 없이 갈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이 사회 질서였다. 관선(官選) 반백년 행정을 지배했다. 민선(民選) 26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중앙 정부는 명령권자다. 지방 정부는 복종자다. 이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주는 그룹까지 있다. 언론, 특히 중앙 언론이다. 저들에게 그 시장들은 분수 모르고 나 댄 이들이었을 거다. 과천 청사 아파트 계획이 철회됐다. 작년에 국토부가 냈던 안이다. 시민들이 반대했다. 열 달 동안 싸웠다. 국토부가 물러섰다. 이 결정을 그 언론들이 썼는데. 나쁜 선례란 표현이 많다. 과천청사 4천가구 주민 반발로 급제동나쁜 선례 남겼다(A 신문). 과천청사 주택공급 백지화, 나쁜 선례 되지 않도록 해야(B 통신). 과천 이어 태릉용산까지 84 공급대책 줄줄이 차질 빚나(C 신문). 보는 과천시민은 서운하다. 도대체 8ㆍ4대책이 뭔가. 그 속에 갖가지 문제는 안 보나. 검토도 없이 급조된 대책이다. 짜투리에 아파트 짓자는 거다. 과천 청사 유휴지가 특히 그랬다. 과천 시민엔 공원이고, 운동장이고, 주차장이다. 거기에 갑자기 금표(禁標)를 세웠다. 과천 사람 다 나가라우리(국토부)가 아파트 짓겠다고 발표했다. 좋아할 시민이 어디 있나. 국토부가 봐도 심했을 거고, 그러니 철회한 걸 거다. 뭐가 나쁜 선례인가. 혹시 여전히 이런 추억을 그리는 건가. -법무부가 교도소 증축을 계획한다. 일개 수원시장이 겁 없이 대든다. 검찰을 동원해 한 방에 무너뜨린다. 교도소는 법무부 생각대로 세워진다-. 이런 향수라면 그런 표현이 나올 수 있다. 중앙이 지방에 밀리는 나쁜 선례로 보였을 것이다. 저들에게 좋은 선례란 아마 이런 걸거다. 지방은 중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설사 틀렸더라도. 참으로 반(反) 분권적 발상 아닌가. 제대로 된 교훈을 이번 과천 투쟁에서 본다.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개발의 주체도 지역민이다. 중앙이 틀렸으면 말해야 한다. 말했는데, 안 되면 따져야 한다. 따져도 안 되면 싸워야 한다. 그날 저들의 기사는 오보였다. 과천시민을 주어로 이렇게 썼어야 했다. -과천 주민 힘 합쳐 개발 제동좋은 선례 남겼다 정부 일방 계획 과천에서 백지화, 좋은 선례 됐다 과천 이어 다른 지역도 개발 계획 꼼꼼히 따져봐야-. 主筆

[김종구 칼럼] 1년 남은 임기, 당신에겐 마지막일 수 있다

복에 겨웠을까. 결과만 보면 그랬다. 서울시장 자리를 걷어찼다. 나가라 한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내걸더니, 던지고 나갔다. 무상급식 정책 반대 주민투표였다. 투표율이 미달하면 사퇴하겠다. 본인이 약속했다. 미달하자 퇴임했다. 2011년 8월의 일이다. 취임은 2010년 7월이었다. 연임이니 5년쯤 했다. 거기서 직을 내려놨다. 버린 임기가 3년여다. 그랬던 그가 다시 뛰어들었다. 이번 시장 자리는 1년짜리다. 보장된 3년도 버리더니. 10년 뒤에 1년짜리를 두고 사생결단했다. 1년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겼다. 업무 시작이 곧바로 말년(末年)이다. 그런데 열심히 뛴다. 그때와 다르다. 브리핑룸에 뻔질나게 들른다. 취임 한 달간 아홉 번 찾았다. 공식 기자회견만 사흘에 한 번꼴이다. 큰 현안이다 싶으면 다 나선다. 서울시 조직은 덩달아 팍팍 돌아간다. 진작에 좀 그러지. 뒤늦게 철든 오세훈 시장의 임기 1년이다. 나라가 온통 임기 1년이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 1년 남았다. 도지사ㆍ시장도 1년 남았다. 대통령도 1년 남았다. 시장도지사대통령이 행정의 단계다. 이 세 단계가 모두 1년 시한부다. 2017 대선 일정이 꼬여서 이렇게 됐다. 임기는 4년과 5년으로 다르다. 다시 벌어질 것이다. 관건은 올해다. 2021년이 온통 마지막 1년이다. 말년 1년, 혹은 자투리 1년에 몰려 있다. 행정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경험 많은 3선들이 있다. 그들에게도 딱 1년 있다. 세 번 연임의 마지막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이 그렇다. 그에게 1년은 어떨까. 직접 들을 기회는 없다. 대신 3년 전 인터뷰를 봤다. 취임 1주년 때였다. 말미에 시민에 전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 오산에서 BTS가 나올 것이다오산에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가 나올 것이다. 교육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다. 혁신 교육, 창의 교육에 대한 꿈이다. 2년이 지났다. 바뀐 건 없다. 오산 BTS는 나오지 않았다. 오산 빌 게이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거짓말인가. 아니다. 그건 목표다. 시민이 꾸는 꿈이다. 애초 4년 임기에 결판 볼 게 아니다. 1년 남은 지금도 똑같이 해가면 된다. 교육도시 오산으로 계속 가면 된다. 하루하루 성실히 가면 된다. 1년 뒤 퇴임식이 있을 거다. 그때 거기서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어제까지 꿈 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다 갑니다. 도지사 이재명의 시간도 짧다. 대권 후보가 되면 9월까지다. 후보 안 되면 임기 다 채운다. 그래서 잘 되면 100일, 안 되면 1년이다. 그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취임 초 인터뷰가 여럿 있다. 도민에 전하는 말이 있다. 도민들의 기본권을 교통, 주거, 환경, 건강, 문화, 노동, 먹거리로 확장시켜 삶의 변화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게 하겠다공정의 효과를 증명하겠다. 그가 추구할 도정 목표였다. 계곡 불법 장사를 없앴다. 불법과 합법의 구분이다. 공정이 완성된 건 아니다. 아주 작은 공정의 예일 뿐이다. 산하기관 북동부 이전도 선언했다. 소외 지역에 대한 공정이다. 그렇다고 불균형이 끝나진 않았다. 많은 정책 중 하나일 뿐이다. 공정이란 게 그렇다. 왔지만, 갈 길이 많은 목표다. 남은 100일, 또는 1년. 계속 더 해놔야 한다. 그래도 이런 퇴임사를 할수 있다. 도민 여러분, 공정행정 피부로 느끼셨지요. 3선엔 마지막 1년이다. 초선에도 마지막 1년일 수 있다. 업무가 태산이다. 공약 이행률 점검해야 한다. 3년 전 공약 다 이뤘나. 못한 거 많을 텐데. 시민과 소통 늘려야 한다. 충분히 만났나. 코로나 핑계로 뜸했을 텐데. 모든 게 평가 항목이다. 시민이 심판하고 있다. 성공한 시장ㆍ실패한 시장 또는 또 맡길 시장ㆍ바꿔야 할 시장. 이런 데 말년 폼 잡을 시간이 있나. 정치 쫓아다닐 시간 있나.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다시는 임기 말 1년을 못 볼 이들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저주받은 이 대학생들, 이런 세대는 없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이다. 휴강 대자보가 붙었다. 캠퍼스에 방송이 흐른다. 교내 방송을 시작합니다.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영철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동해 바다 절벽에 섰다. 이내 몸을 던진다. 노래 고래사냥이 비장하다. 병태는 입영열차를 타고 떠난다. 영자가 차창에 매달린다. 입맞춤이 오래 못 간다. 노래 새는이 애처롭다. 7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세상 고민은 다 하는 듯 폼 잡는다. 2021년 대학생. 이제는 휴강도 부럽다. 다 폐쇄다. 입학식도 건너뛰었다. 오리엔테이션, 축제 따윈 구경도 못했다. 교수도 만나본 적 없다. 방구석이 강의실이다. 노트북이 교수다. 웬만하면 A 준다. 웬만 안 해도 B 준다. 분별력 없는 학점이다. 사회가 인정해 줄지 모르겠다. 영화 속 모든 게 사치다. 병태 영자의 고민에는 자유라도 있었다. 지금의 고민엔 좌절 말고 아무것도 없다. 영화 속 입영열차도 부럽다. 언제나 군(軍)은 힘들다. 군대 식판 사진이 돌았다. 깍두기 두 쪽이 보인다. 건더기 없는 국도 보인다. 그런 군대를 못 가서 난리다. 미래가 불안해 찾으려는 도피다. 이것마저 맘대로 못 한다. 4월 육군 입대 경쟁률이 4.9 대 1이다. 신검 후 6개월 대기는 보통이다. 해병대(4.7 대 1)ㆍ공군(7.3 대 1)은 더 높다. 70ㆍ80학번의 꼰대담이 있다. 데모하다 잡혀 다음 날 군대 끌려갔다. 이 꼰대담마저 지금은 부럽다. 고(高)학년은 더 미친다. 4월 고용 동향을 보자. 실업률이 4.0%다.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이건 노년을 다 포함해서 얘기다. 청년층 실업률은 0.7%포인트 늘었다. 더 적나라하게 대졸 실업만 따져 보자. 처음 취업시장에 뛰어든 실업자를 취업 무경험 실업자라 한다. 4월 통계가 전년 동기 30.1%포인트나 늘었다. 여기서 대졸자만 뽑았다. 51.8%포인트 폭증이다. 코로나19 탓이 아니다. 우리만 이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졸자 실업률을 보자. 2009년 이후 10년간 추이가 있다. 6.1%에서 5.3%로 0.8%포인트 개선됐다. 그 기간 한국은 거꾸로 달렸다. 5.0%에서 5.7%로 0.7%포인트 악화됐다. 당연히 실업률 순위도 곤두박질 쳤다. 10년 전 14위, 2020년에 28위다. 애들이 무서워서 학교를 안 나선다. 휴학, 졸업유예로 버틴다. 그런 학생들로 캠퍼스가 차 간다. 병(病)이 안 생기고 배기겠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가 있다. 올 1분기 조사치다. 모든 연령대에서 우울감이 심해졌다. 코로나 블루다. 주목할 건 20대다. 우울 위험군 비율이 30.0%다. 30대 30.5%와 함께 전세대에서 가장 높다. 30대는 원래 그랬다. 줄곧 높았다. 20대는 다르다. 1년 전까지 가장 낮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치솟은 거다. 이제 60대(14.4%)보다 심각하다. 대학이 우울 병동이 돼 간다. 이런 언급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대구시가 엊그제 보도자료를 냈다. 대학생 자살 예방 활동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에게 했다. 대학생들의 자살 예방 지킴이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도입 배경을 시가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 실직 가정의 등록금 불안, 코로나 위기로 인한 취업 불안, 코로나 통제로 인한 사회 격리그래서 대학생 자살이 늘고 있다. 참담하다. 어쩌다가 이런 행정까지 듣게 되는가. 우리가 저들만 할 때. 아버지들은 달랐다. 우골탑 세워주셨고, 일자리 늘려주셨고, 자리까지 내어주셨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 즉 우리. 멀쩡하던 대학을 지옥으로 만들었고, 많던 일자리를 다 말아 먹었고, 2천조원 빚더미까지 남기려 한다. 애들이 진작에 눈치챘다. 꼰대와 나때맨 속에 증오를 담는다. 그런데 이걸 저들만 모른다. 젠더(gender)가 어쩌니, 이념이 저쩌니. 여전히 엉뚱한 분석만 늘어 놓는다. 정말 모르는 건가. 이토록 뻔한 답을. Its the job, stupid!(바보들아, 문제는 일자리야). 主筆

[김종구 칼럼] 송영길ㆍ김진표의 ‘수인선 정치’

송영길은 대표적 586이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 세대다. 치열했던 젊은 날이다. 그런 그지만 다른 586과 다르다. 보수의 언어라 여기는 성장을 강조한다. 부자들 돈을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일지매ㆍ임꺽정 리더십은 안 된다(2014년 1월22일). 당내 쓴소리도 그의 몫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해야 한다(2019년 1월11일). 대통령 철학에 대한 반박이었다. 문빠가 들고 일어났다. 공공의 적이었다. 그가 당 대표가 됐다. 인천이 정치 고향이다. 김진표는 관료 출신의 상징이다. 국민의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했다. 참여정부에서 두 부총리(경제ㆍ교육)를 했다. 영혼 없는 공직자완 거리가 멀다. 고집 강한 소신파다. 경쟁국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2003년 3월 4일). 당의 방향과도 자주 충돌한다.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거나 한시적으로 감면해주자(2021년 1월 정책 건의서). 진보가 그를 싫어한다. 선명성을 들어 자꾸 밖으로 몬다. 그가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됐다. 수원 사람이다. 딱히 친하진 않다. 그렇게 보인다. 2018년 몇 달은 경쟁자이기도 했다. 대표 선거였다. 둘 다 낙선했다. 1등은 주류였다. 친노부터 친문을 아우르는 거물이었다. 둘은 그 바위에 던져진 계란이었다. 안 싸워도 될수원과 인천이었다. 어차피 2등이든 3등이든 낙선인데. 영영 다른 길을갈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결합한 것이다. 송 대표가 김 의원을 찾았고, 김 의원도 기꺼이 받았다. 내 칼럼 속둘은 이렇다. 송영길의 신(新) 진보 정신, 답이다(2014년 1월 23일ㆍ김종구 칼럼). 문재인 정부 선공, 김진표 경제당이 답이다(2018년 7월12일ㆍ김종구 칼럼). 어쩌다가 이런 날을 보게 됐을까. 사고다. 당이 선거에 참패했다. 대통령 인기도 추락했다. 1년 뒤 대선까지 어둡다. 상황이 변했고 주류가 주춤했다. 그래서 이 날이 온 거다. 탈원전을 겨냥했던 송 대표다. 안 그랬으면 당 대표 됐겠나. 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김 위원장이다. 안 그랬으면 특위를 맡겼겠나. 위기가 만든 송-김 체제다. 그래서 불안하다. 언제 날아들지 모를 칼이있다.비주류 대표와 위원장을 향할 주류의 칼이다. 목소리는 이미 냈다.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높이자. 지극히 원론적인 방향이다. 세계가 가는 공통의 길이다. 선거로 확인된 여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대가 많다. 그제는 총리까지 가세했다. 그냥 반대다.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하기야 남은 게 있겠나. 20번이나 냈었다. 더 늘릴 공급도 없다. 역대 정권 최대다. 그런데도 이렇다. 이러니 기본으로 가 보자는 것이다. 이게 왜공격받을 건지. 수인선(水仁線)이 있었다. 수원에서 인천을 오갔다. 1937년 일본인이 만든 사철(私鐵)이다. 수원 쌀과 시흥 소금을 날랐다. 수탈의 상징이다.해방 후에는 비루했다. 기차에 생선 냄새쿰쿰했다. 두 냥에서 나는 기적 소리버거웠다. 청소차와 충돌한 날 기차가 넘어갔다. 그 수인선이 다시 태어났다. 2020년 9월의 일이다. 2조74억원짜리 고급 철길이 됐다. 수원~인천을 90㎞/h로 달린다. 이제 수도권의 대동맥이다. 세계로 가는 출발이다. 80년만에 핀 수인선 역사다. 수인선 정치라고 하자. 수원과 인천이 정치로 연결됐다. 정치의 역사도 철길의 그것을닮았다. 변방을 돌았었고, 소외됐었다. 그 인천ㆍ수원 정치에 온 작은 별의 순간이다. 순탄하지는 않을 거 같다. 벌써부터 곳곳에 장애물이다. 반대, 비판에 비아냥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주눅 들일은아니다.인천ㆍ수원 정치는 늘 이랬다. 무시당하고 배척당했다. 그냥 또 그러려니치면 된다. 묵묵히 가려던 길로가면 된다. 그렇게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잘 됐으면 좋겠고. 主筆

[김종구 칼럼] 공공기관 이전, 가난한 순서 말고 뭐 있나

-경제과학진흥원은 가평으로 간다. 주택도시공사는 포천으로 간다. 경기연구원은 의정부로 간다. 신용보증재단은 연천으로 간다. 농수산진흥원은 여주로 간다. 복지재단은 양평으로 간다. 여성가족재단은 남양주로 간다-. 이게 먼 소리냐 할 거다. 빠진 지역은 더 그럴 거다. 맞다. 이건 헛소리다. 그런데도 해두고 가야 할 이유가 있다. 이 헛소리를 해야 다음 설명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은 뭔지, 지역 선정의 기준은 뭔지. 북동부 시군들이 들떠 있다. 내걸린 경품이 큼직하다. 경기도 공공기관 7개다. 이재명 도지사가 걸었다. 경쟁해서 이기는 쪽에 주겠다. 그러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이걸 경매라고 봐야 하나. 아님 입찰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기대에 찬 축제다. 왜 안 그렇겠나. 인력도 예산도 꽤 되는 기관들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하나다. 살림 팍팍한 북동부다. 유치에 목맬 만하다. 그런데 딱히 기준이 없다. 뭘까. 이 지사가 말했다. 우리나라의 최고 문제는 국토 불균형 발전이다 소외감과 억울함이 크다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4월22일 공공기관 이전 난상 토론). 이 속에 힌트가 있다. 하긴 이거 말고도 힌트는 많다. 공공기관 이전은 벌써 20년 된 화두다. 노무현 대통령이 던지면서 시작됐다. 국가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는 얘기다. 부의 지역적 재분배다. 잘 사는 곳 부를 빼서 못 사는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여기서 받을 동네의 조건도 나온다. 못 사는 동네다. 여럿일 땐 제일 못 사는 동네다. 못 사는의 척도는 재정(財政)이다. 몇 개 개념이 있다. 총예산이 있는데, 정확지 않다. 예산 많아도 쓸 곳이 많으면 꽝이다. 자체 수입도 있는데, 이것도 정확지 않다. 많이 벌어도 인구가 많으면 꽝이다. 결국엔 재정 자립도다. 총 예산을 분모에 놓고 자체 수입의 크기를 계산한다. 그나마 널리 쓰이는 기준이다. 정부 정책도 이 표를 쓴다. 그 2020년 치를 펴자. 옆에 기관 신청 시군을 놓자. 그리곤 다음 세 조건을 맞추자. 첫 번째, 한 지역에 한 기관만 준다. 그래야 여러 시군에 공정(公正) 할 수 있다. 두 번째, 재정자립도 낮은 동네를 우선 주자. 소외ㆍ억울함 해소라는 이전 목적에 맞다. 세 번째, 선호(選好) 하는 기관부터 배정하자. 선호 기관은 경쟁률, 기관 규모로 정해진다. 이렇게 기준이 만들어졌다. -못 사는 동네부터, 좋은 기관부터, 하나씩.- 도내 31개 시군이다. 재정자립도 30위가 가평이다. 경제과학진흥원을 원해서 줬다. 29위가 양평이다. 복지재단을 원해서 줬다. 28위가 연천이다. 신용보증재단을 원해서 줬다. 27위가 포천이다. 주택도시공사를 원해서 줬다. 26위 여주에 농수산진흥원을, 25위 의정부에 경기연구원을, 22위 남양주에 여성가족재단을 각각 그렇게 줬다. 중간에 빠진 시군은 원하는 기관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31위 동두천의 1차 탈락은 안쓰럽다. 출근은 세종에 하고, 업무는 서울서 본다. 십수 년 봐온 공공기관 이전 모습이다. 여기 무슨 합리성이 있나. 이 건도 마찬가지다. 도 본청과의 접근성? 이 기준대로면 최적지는 수원이다. 그런데 수원서 빼 간다는 거다. 그러니 기준이 달라진다. 도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소외 지역이다. 주변 인프라? 이 기준으로도 최적지는 수원이다. 이걸 수원서 빼 간다는 거다. 역시 기준이 달라진다. 아무 인프라도 없는 소외된 동네다. 공정의 가치는 주관적 영역이다. 받으면 공정, 뺏기면 불공정이다. 시군 간의 경쟁이라서 더 그렇다. 지방자치가 만든 생존 생태계다. 북동부에는 반세기 만에 온 기회다. 이들에게 양보는 사치일 뿐이다. 이들이 매길 공정의 가치는 오로지 선정 여부다. 지금은 축제의 시간이다. 머지않아 좌절의 시간이 온다. 그때 모두에게 설명할 기준이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합목적적인데, 더 이상 변명조차 필요하지 않은 그런 기준 말이다. 제일 가난한 동네부터 순서대로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이게 전부다. 主筆

[김종구 칼럼] 백신, 목표대로 잘 간다며 여긴 왜 안 오나

목표대로 가는 중이라고 한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이 말했다. 상반기 1천200만명 접종 목표에 차질 없다5~6월 중에 500만회 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말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는 것은 국민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날 언론이 약속처럼 백신 부족을 썼다. 이 기사들을 지적한 것이다.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것이다.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얘기다. 트집 잡지 말라는 얘기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도 목표를 말했다. SNS에 국민들께서 지금처럼 협조해주시면 상반기 1천200만명의 접종과, 11월 집단면역의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회의에서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인구 두 배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고,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상반기 목표를 1천300만명으로 상향한다고 했다. 올 초 우린 우왕좌왕했다. 백신 확보 혼란이었다. 그때 세운 목표가 있다. 접종할 순서는 이랬다. 1분기에 요양 병원ㆍ노인 의료 복지시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접종이다. 2분기에 65세 이상, 의료 기관ㆍ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접종이다. 3분기에 만성질환자, 성인(19~64세) 등 접종이다. 4분기에 2차 접종자, 미 접종자 접종이다. 집단 면역 형성은 11월이 목표였다. 상반기 1천200만명 목표도 있었다. 최악은 피해보려는 목표였다. 1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목표를 얘기했다. 취임 100일까지 1억명 접종하겠다. 백신 사정이 계속 좋아졌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공장을 신ㆍ증설했다. 존슨 앤 존슨도 가세했다. 바이든이 목표치를 수정했다. 처음의 2배로 높여 잡았다. 취임 100일 내 2억명을 접종하겠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4월21일, 2억명 접종을 공식 선언했다. 그날조차 취임 100일까지는 8일 남아 있었다. 당당했다. 내가 취임했을 때 페이스대로였다면 2억명을 접종하는 데 거의 7개월 반인 220일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우리 행정부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미국인이 자랑스럽다. 팍스 아메리카니즘이 진동한다. 중국을 향한 셈법도 속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나무랄 거 없다. 목표를 달성했다. 그것도 두 배나 상향해 이뤘다. 나스닥 시장이 폭등으로 화답했다. 이제 바이든은 일상(ordinary)을 말한다. 그 속엔 언론 공세와 전문가 압력이 있었다. 최초 목표가 공격받았다. 하루 100만명 접종은 적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 턱밑에서도 치고 올라왔다.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 파우치 소장의 말이다. (100일 내 1억명 접종은) 바닥이지 천정이 아니다우리는 항상 목표 이상을 해내기를 원한다. 백악관 자문역이기도 한 그다. 바이든은 수용했다. 가짜뉴스라 하지 않았다. 그리곤 다 해냈다.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총리 대행은 말한다. 5, 6월 중 500만명 분이 들어올 예정이다. 접종이 아니라 확보다. 미국에선 이틀치도 안 된다. 한국의 대통령도 말한다. 상반기 목표치를 1천300만명으로 상향한다. 6개월에 100만명이다. 미국 하루치도 안 된다. 목표 달성을 트집 잡는 게 아니다. 목표 자체를 말하는 거다. 팔에 놓는 접종을 목표 삼지 않는다. 백신 샀다는 확보에 몰입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 느낌과 따로 가는 거다. 용인에 85세는 오늘도 기다린다. 이달 말에는 64~74세란다. 한 달이 또 갈 모양이다. 백신 정책에 노발대발한다. 이 분노가 가짜뉴스인가. 멀쩡하던 경기 경찰관이 전신마비가 됐다. 전북 경찰관은 반신불수로 실려갔다.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경찰관들이 우리가 실험쥐냐며 난리다. 이 반발이 가짜뉴스인가. 목표대로 잘 간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국민이 불안한가. 왜 4일 현재 80만 도즈만 달랑 남아 있다는 건가. 오늘(미국 시각 4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목표를 말했다. 독립기념일까지 미국인 1억6천만명에 2번 완전 접종 끝내겠다. 그 내용을 한 번 들여다봤다. 확보도 없고, 계약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접종했다 접종한다 접종하겠다다. 우리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나. 主筆

[김종구 칼럼]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의 무기인 것을

박근혜-이재용은 동일 범죄 당사자다. 뇌물을 받은 사람, 뇌물을 준 사람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범죄는 이렇다.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원, 정유라 말 3마리 34억원, 동계 스포츠 영재 센터 지원금 16억원. 86억원이다. 박 전 대통령엔 다른 죄도 있다. 그래서 징역 22년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죄만 있다. 징역 2년 6월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있다. 이 부회장도 거기 있다. 그랬던 둘이 또 같은 화두로 엮였다. 사면(赦免). 출발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정치권이 시작했다. 정확히는 국민의힘이 만들었다. 친박ㆍ중진들이 앞장섰다. 오세훈ㆍ박형준 시장이 전달했다. 대통령과의 오찬장에 들고 갔다. 해주십사고 청했다.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시작이 명확치 않다. 그만큼 다양했다. 물론 산업계 목소리가 제일 컸다. 바이든이 띄운 반도체 전쟁이라 더 급했다. 뒤늦게 정치인 몇도 끼어들고 있다. 이것도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측정치가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물었다. 긍정-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 40.3%다. 부정-사면을 말하기에 이르다- 52.2%다. 긍정은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이다. 60세 이상, 대구ㆍ경북, 보수다. 부정엔 화이트칼라가 많다. 중도다. 불과 20일 전, 이들도 국민의힘을 밀어줬다. 결과치가 이 부회장의 그것과 비교된다. 긍정-광복절 사면에 찬성-이 70%, 부정이 26%다. 이런 흐름과 수치를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안 믿는 쪽이 몰락한다. 작년 총선에선 보수가 그랬다. 선거 당일까지 숨은 보수를 말했다. 막상 열어보니 참패였다. 올 보궐에선 진보가 그랬다. 당일까지 샤이 진보를 말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타박 그만해야 한다. 그냥 믿고 따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물은 여론조사다. 반대가 많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믿어야 한다. 맞붙으려 들면 안 된다. 그런데 안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의힘 몇몇 의원이다. 탄핵될 만큼 잘 못했느냐(서병수 의원). 탄핵 불복이다.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다(홍준표 의원). 사면 요구다. 신임 오ㆍ박 시장도 그걸 들고 간 거다.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다. 1주일간 있었던 사면 얘기다. 국민이 다 지켜봤다. 그리고 냉정한 관전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추락이다. 1주일만에 4.9%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은 1.9%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 하락폭이 민주당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국민의힘에 원인이 있음이다. 전문가들도 분석에 망설이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2020 총선의 추억이 이랬다. 선거 중반 박 전 대통령 육필편지가 등장했다. 지지자들이 감동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선거의 여왕은 어디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박근혜 타임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차피 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게 현재 여론이다. 눈앞 정치를 보는 냉정함이 중요하다. 객관화를 보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2021년 4월 말 지금.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 쪽 단어다. 정당 지지 1등에 대뜸 민주당을 복귀시켰다. 흩어지던 진보층을 벼락처럼 뭉치게 했다. 꺼져 가던 대선 희망에 더없는 자신감을 줬다. 다 국민의힘에 몇 의원들 덕이다. 부끄러운 과거 끄집어 내는 의원그래서 국민 분노 되살려 내는 의원. 그런데 또 있다. 이걸로 모자란 모양이다. 윤석열 전 총장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적폐 수사 지휘를 따지겠다고 한다. 이 또한 박근혜 신기루가 준 자신감인가. 보궐 승리 한 번에 가도 너무 간다. 主筆

[김종구 칼럼] 사과할 글을 쓰지 않았다...-경기도 공무원노조의 성명에 대해-

사과(謝過)는 언론인의 숙명이다. 정정(訂正) 또한 피할 수 없다. 사과든, 정정이든 용기다. 30년쯤 글 쓰고야 깨달았다. 이제 사과할 건 사과한다. 정정할 건 정정한다. 하지만, 이번 요구는 아니다. 사과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 혐오가 머릿속에 자리한 적 없다. 그렇게 보이도록 실수한 부분도 없다. 그렇게 보인다는 제3자 평가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이를 설명해야 할 듯하다. 이 또한 독자에 대한 도리라 본다. 경기도청 3개 노동조합이 연대 성명을 냈다. 본보 3월31일자 사설을 지적하고 있다. 불법 투기를 공무원 부인 탓으로 돌리고 공무원 부인의 역할에 따라 패가망신한다는 시대정신을 벗어나 성인지 감수성을 거스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공직자 불법 투기 문제를 공직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오해하도록 사설 논조를 내고, 불법 땅 투기를 한 공무원 당사자의 책임을 공무원 부인 탓으로 돌려서라고 밝혔다. 제목 속 부인들이 전체 공직자 부인이 아님을 설명해야 할 것 같고, 공직자 문제를 부인 탓으로 돌리는 논조가 아님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제목 속 부인들을 보자. 투기마다 등장하는 공무원 부인들공무원 남편 망치고 패가망신하다. 시점을 현재진행형으로 했다. 지금 망치고, 지금 패가망신하는 행위다. 지금 투기ㆍ구속ㆍ몰수가 진행형인 공무원은 딱 둘이다. 포천 공무원과 경기도청 전 공무원. 패가망신도 눈앞 그대로의 표현이다. 대출했던 전 재산이 몰수 보전됐다. 패가(敗家)다. 존경받던 공무원인데 수갑을 찼다. 망신(亡身)이다. 모든 게 판사의 엄한 결정이다. 책임을 여성에 돌렸는지 보자. 성명은 사설의 논조를 거듭 지칭하고 있다. 논조라 함은 특정 사안에 대해 언론이 지속적ㆍ일관적으로 견지하는 판단 또는 가치다. 이번 공무원 투기에 대한 경기일보 논조는 분명하다. 범죄의 출발은 공무원에 있다. 남편에서 시작됐다. 다소 지겹도록 이 논조를 써왔다. 사설 작성자인 나도 칼럼을 썼다. 본보 3월25일자에 게재된 칼럼-[김종구 칼럼] 그날, 공무원 아니라 땅투기꾼이었다-이다. 선량한 다수 공직자 부인들을 매도했는지도 보자. 사설 네 번째 문단을 그대로 옮기겠다. 평생 공직자의 퇴임은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30여년을 공복의 자세로 살아온 데 대한 존경이다. 그런 퇴임식에는 늘 배우자가 함께한다.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함께 받는다.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들의 희생과 절제 없이는 올곧게 수행할 수 없는 길이다. 많은 공무원 배우자를 소중히 평가하고 있다. 시대착오가 아님도 그 문장 속에 있다. 이 부분에선 부인이라 쓰지 않았다. 배우자라고 썼다. 남편은 공직자, 아내는 내조자야말로 시대착오적 표현이다. 남녀가 공히 주인인 세상이다. 배우자라는 표현이 옳다. 이 또한 범죄 가담자로 특정된 앞선 부인들과 구분하는 표현이다. 사설 마지막에 또 한 번 대비했다. 30년 공직 뒤에 배우자, 투기 공직 뒤에 배우자, 많은 부인들은 전자(前者)에 산다. 무엇을 매도했다는 건가. 본 사설이 게재된 날(3월31일) 이후 상황은 달라진다. 부인 둘로의 비난 정황이 더 중해졌다. 포천 공무원 부인은 함께 입건됐다. 그도 공무원이었단다. 경기도청 전 공무원의 부인 개입 정황이 더 커지고 있다. 회사 설립 외에 부인 쪽 금전 유입도 밝혀졌다. 선량한 공직 배우자는 절대 이러지 않는다. 나는 이걸 충분히 기획하고 썼다. 문구 하나, 음절 하나에도 오해가 없도록 썼다. 지금이 아니다. 3월30일, 그런 자세로 썼다. 여성 혐오 인식 소유자, 성인지 감수성 부족자. 참담한 표현이다. 회복 안 될 명예 훼손이다. 나의 뇌(腦)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인식이 1천180자 어딘가에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증명해주기 바란다. 끝까지 다 읽고, 정확히 찍어 주기 바란다. 단, 어느 경우에도 분노의 크기는 평가하지 마라. 가혹하든, 훈훈하든, 그건 여론에서 전달받은 언론의 영역이다. 20억, 70억 벌었다는 그 공무원들과 그 부인들을 향한 국민 분노의 크기다. 主筆

[김종구 칼럼] 그날, 공무원 아니라 땅투기꾼이었다

-경찰 내 거악(巨惡)이다. 대규모 보험 사기였다. 데니 로맨(사무엘 잭슨 분)이 파고든다. 한참 조사 중 파트너가 죽는다. 로맨이 용의자로 몰린다. 일이 꼬이며 인질사태까지 간다. 모두들 그를 의심한다. 시경장(市警長)인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만 다르다. 늘 따뜻한 눈으로 로맨을 봐준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그렇다. 반전이 너무 극적이라서 식상하기조차 하다.-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다. 더러운 부패를 소재 삼고 있다. 2019년 3월27일. 경기도가 보도자료를 낸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용인 에스케이 하이닉스 산업단지 공급 물량 의결. 의미도 부여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ㆍ생산을 위한 대ㆍ중ㆍ소기업 동반성장 기대. 이재명 도지사의 워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준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겠다. 1조6천억원이 투자되고, 448만㎡가 개발되는 일이다. 보도자료에 4명의 이름이 적혔다. 그 일을 해낸 자랑스런 공무원들이다. 그땐, 그런 줄로만 알았다. 참담한 반전은 엊그제 일어났다. 그 넷 중 한 명이다. 서비스산업유치팀장: 김○○. 그의 아내는 이미 원삼면의 지주였다. 2018년 10월 폐가(廢家) 3채를 샀다. 차 타고 오더니 훅 샀다고 한다. 땅값에 두 배나 쳐 줬다. 그 다섯 달 뒤 보도자료다. 땅은 대충 25억여원 짜리가 돼 있었다. 매입비 5억 중 3억이 대출이다. 자기 돈 2억 넣어서 만든 25억원이다. 한 달에 5억씩 불린 셈이다. 이런 투자가 있었나. 본적 없다. 그날 보도자료에 이런 문구가 있다. 최대 19개 라인에 8만9천명의 인력이 일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전망이다. SK 반도체 초봉이 5천만원(대졸)이다. 그들이 40년 받으면 20억원이다. 그 20억원을 보도자료 속 공무원은 다섯 달만에 챙겼다. 자료엔 이런 예상도 있다. 상권 등 지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밥장사해서 1년 버는 돈은 4천248만원이다(통계청 2021 자료). 그런 밥장사 47년 해야 찍을 매출이다. 그걸 댓 달 만에 챙긴 공무원이다. 그에게는 노다지였다. 직접 만든 황금 금맥이었다. 훤히 꿰차고 있었다. 그냥 고르면 됐다. 1㎜도 빗나가지 않았다. 수용 경계선을 정확히 찍었다. 노다지 중 노다지, 원삼면 중 원삼면이었다. 궁금하다. 이제 뭐라 할 건가. 그 흔하디 흔한 변명을 할 건가. 내부 정보 이용하지 않았다. 땅 살 때도, 보도자료 낼 때도 그는 투자진흥과 팀장이었다. 원삼면 단지는 거기서 추진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면 모를까. 그런 변명 들먹이면 안된다. 22일, 이재명 지사가 말했다. 지금 이 기회에 투기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청산했으면 좋겠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매우 면목없는 일이 되었지만우리 사회가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방향은 옳게 말했다. 그렇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를 빼먹었다. 공정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출발이다. 수사, 구속, 몰수, 박탈이다. -프로스트의 마각이 결국 드러난다. 상해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냈다. 로맨의 동료도 그가 살해했다. 영화 말미, 로맨에게 총을 쏜다. 쓰러진 로맨을 보며 비웃듯 고백한다. 이 고백이 생중계된다. 그렇게 부패가 끝난다. 부하들이 그를 끌고나간다.- 우리도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 무대 원삼면, 배우 공무원, 장르는 도민 배신ㆍ부패 스릴러다. 많은 도민이 이 영화의 결말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가 이기고, 부패가 끌려나가는 모습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정부도 수사대상인데, 총리가 수사 지휘?

경찰이 알아서 살핀 권력의 심기다. 당초 사건 배정은 경기남부경찰청이었다. 시민단체 고발의 관할이 시흥이었다. 그러다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노 이후다. 연이틀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그러자 다시 국수본으로 옮겼다. 밑에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청와대까지 다 조사하라는 대통령 노기. 그 불편한 심기를 알아서 살핀 결과다. 그사이 3~4일이 후딱 지났다. 수사는 하나도 못했다. 투기꾼 소환도, 압수수색도 없었다. 다음엔 총리의 수사 지시가 시작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로 불렀다.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 받았다. 수사 조직도 꾸려줬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들어가라고 했다. 먼저 만든 수사단이 애매해졌다. 수사할 내용도 일러줬다. 차명거래까지 철저히 뒤지라고 했다. 조사할 자금 흐름의 기준을 2천만원까지라고 정해줬다. 경찰이 그제야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권력ㆍ정부에 의한 수사 지휘를 다 받고서다. 내 눈에만 큰 일 날 일로 보였나. 정치도, 언론도 별 지적은 없다. 다들 방역 본부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건 질병 막는 조직이다. 당연히 수사ㆍ행정이 함께 간다. 그런데 이건 부패 수사다. 수사하는 쪽과 수사받는 쪽이 다르다. 하는 쪽이 경찰이고 받는 쪽은 전부다. 그 전부에 국토부가 있고 국토부는 정부 소속이다. 그 정부의 대표자가 총리다. 그런 총리가 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수사권 강화인가 정부 지휘권 강화인가. 더구나 이게 어떤 수사인가. 정치인이 줄줄이 엮여 있다. 현직 시의원 딸이 나왔다. 알박기를 했다. 현직 도의원 투기설도 있다. 자치단체장 연루설도 나돈다. 누구는 서둘러 탈당했다. 당에 부담 안 준다는데. 그래도 수사해야 하고 처벌해야 한다. 공교롭게 총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정치인이 수사받게 될 수사를, 민주당 소속 총리가 지휘하는 셈이다. 고생해서 밝힌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어줄 거 같지 않다. 야당은 벌써부터 한 자락 깔아놨다.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이 주장의 노림수는 뻔하다. 여당 정치인 봐준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여권에 유리하게 만든 수사라고 하려는 거다. 그래서 경찰은 안 된다고 던져놓는 것이다. 총리가, 그리고 경찰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계속 빌미를 준다. 총리가 수사 지휘했다고 뿌리더니 격노했다며 포장까지 한다. 경찰은 지시 듣고 보고까지 끝대고야 움직인다. 경찰이 아주 싫어할 얘기하나 하겠다. 검찰은 이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사건 배당 바꾸지 않았다. 서류 들고 가 보고 하지 않았다. 총리도 이러지 못했다. 총장 불러 보고하라고 못했다. 총장에 수사 방향 주지 못했다. 유명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란 논란이 그거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을 향해 했던 발언이다. 정답을 떠나 그런 게 수사기관의 의지다. 누구 지휘도 받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경찰에 그게 없다. 하나의 거악(巨惡)을 찾는 수사라면, 그건 검찰 몫이다. 넓은 판을 훑어 나가는 수사라면, 그건 경찰 몫이다. 신도시를 뒤지겠다는 수사다. 경찰이 맡는 게 옳다. 여기에 경찰이 갖는 시대적 사명도 있다.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이다. 원년에 보여줘야 할 능력이다. 경찰이 잘할 수 있다. 잘하길 바란다. 총리도 그날 강조했다. 경찰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서 아이러니다. 그런 총리가 왜 오해받을 수사 지휘를 하고 있나. 검경수사권이 조정. 70여년만의 제도 변화다. 이 역사적 변화를 사람이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정부는 여전히 지시하려 한다. 박정희 내무부처럼. 경찰은 여전히 눈치 보려 한다. 이승만 경무국처럼. 主筆

[김종구 칼럼] 갑자기 사라진 종족-수원 지역 정치인

오래전 일인데 생각난다. 쓰레기 봉투값이 올랐다. 인상 폭이 아주 컸다. 기억에 두 배는 됐을 거다. 시장 결정이었다. 시민 불만이 컸다. 주부들은 분노했다. 그래도 시장은 꿈쩍 안 했다. 풀어 가는 논리가 이랬다. 쓰레기 봉투값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가격에 부담을 갖는다. 그러면, 쓰레기 배출량이 줄 것이다. 결국,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소신이 워낙 강했다. 거의 시민을 교육하는 수준이었다. 그리 알고 따라 오라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KBS 마감 뉴스에 출연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나갔다. 역시 자신 있게 설명했다. 듣고 있던 앵커가 작심한 듯 말했다. 저의 동네라면, 시장께서는 선거에 떨어질 겁니다. 거칠게 던져진 경고였다. 그리고 현실이 됐다. 시민 저항이 거세졌다. 안 겪어도 될 고행(苦行)이 시작됐다. 검찰 정보관은 시청을 대놓고 뒤졌다. 결국, 구속-훗날 무죄-됐다. 적수가 없다던 그였지만 다음 선거에서 졌다. 회복하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다. 재선이 화(禍)였다. 그에게 시민이 달라졌다. 섬길 대상에서 가르칠 대상이 됐다. 시정도 달라졌다. 소통 행정에서 강행 행정이 됐다. 반면, 시장을 보는 시민 시각은 그대로였다. 시장은 여전히 시민을 모셔야 했다. 여전히 충실한 공복(公僕)이어야 했다. 시장과 시민의 이 차이가 교만이 됐다. 1년의 옥고, 낙선의 좌절, 재기의 고통. 모두 거기서 출발했다. 존경받는 수원 정치인 고(故) 심재덕, 이 또한 그가 남긴 교훈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시끄럽다. 도 공공기관 16개가 북ㆍ동부로 간다. 그중에 12개가 현재 수원에 있다. 수원 지역에는 악재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권중로 46번지에 있다. 이들을 손님으로 받던 밥집, 맥줏집들이 꽤 된다. 경기문화재단은 서둔로 166번지다. 단골 삼던 삼겹살집, 횟집이 많다. 기관 빠져나가는 곳이 다들 이렇다. 국가기관을 대규모로 빼앗겨 본 수원시민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지는 공동화ㆍ공백을 잘 안다. 그래서 걱정이 여간 크지 않다. 그런데 지역 정치권은 이상하다. 국회의원이 말이 없다. 시장은 차분하다. 도의원들은 성명을 냈는데,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시의회 집행부가 항의방문했는데, 도지사실이 아니라 도 의장실이다. 나오는 얘기도 이상하다. 균형발전 필요하다 북ㆍ동부 지원 동의한다. 맞긴 한데, 수원 정치가 지금 남 걱정할 땐가. 지역 피해 없다 다시 채워질 것이다.. 한 집 건너 공실(空室)이다. 뭔 재주로 이 구멍들을 채울 건가. 지역 정치인은 지역을 대의(代議) 한다. 그게 분수에 맞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옮기는 일이다. 경기 북ㆍ동부 주민은 환영한다. 그래서 북ㆍ동부 지역 정치인들도 환영하고 있다. 잘하는 것이다. 분수에 맞는 일이다. 수원 주민은 반발한다. 그러면 수원 지역 정치인들도 반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다. 거물이 많다보니 맘대로 판단한다. 균형론 말하고, 북부 발전 얘기한다. 멋진 정치로 보일진 모르나, 분수에는 안 맞는다. 쓰레기 때는 당당이라도 했다. 심재덕 시장이 그랬다. 환경 살리겠다고 외쳤다. 책임지겠다고 했다. 혹독한 대가도 치렀다. 공공 기관 이전엔 그런 게 없다. 삐딱히 가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그 속을 말하는 이가 없다. 공공기관 12개가 왕창 빠지는 일이다. 당연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역 정치인의 존재 이유다.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못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말해야 한다. 언제까지 반대 시늉 하면서 정치 눈치를 볼건가. 주민 분노는 이제 주민소환까지 갔다. 원래 저렇지들 않았다. 누가 봐도 뻔한 이기주의, 그런 데까지 찾아가 함께 했다. 누가 봐도 뻔한 입장, 그런 발표까지 TV 앞에서 했다. 누가 봐도 뻔한 동네 민원, 그런 일에도 지방 사무라며 모른 체하지 않았다. 그러던 이들이 저렇게 변했다. 왜? 열심히 반대 중인 A와 통화했다. 다들 공천도 있고, 정치 일정도 있고나도 조금만 해야지. 맞다. 이게 본질이다. 그들은 개인의 목적과 시민의 요구를 바꿔 먹고 있다. 집단의 교만이다. 주민소환 사유로 충분하다. 수원에서는. 主筆

[김종구 칼럼] 판결, 임기를 정치 위에 놓다

사건의 책임자는 한찬식 검사장이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라 명명됐다. 전직 장관, 현직 수석이 대상이었다. 압수수색 팀이 청와대까지 갔다. 모든 언론이 그의 입을 지켜봤다. 약속은 수사 전부터 있었다. 취소할 이유가 없었다. 서로 한계는 지켰다. 사건을 말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관련 발언은 딱 두 개다. 증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온다. 내 검사 생활이 여기서 스톱(끝날) 할 수도 있다. 하긴, 더 없는 귀띔이었다. 6개월 뒤, 그 불길한 예상은 맞았다. 2019년 7월 말, 그에게 전화가 왔다. 검찰총장이었다. 고검장 자리가 없다. 나가라는 얘기였다. 한 검사장은 즉시 사표를 냈다. 그때도 약속이 있었다. 양복 아닌 간편복 차림이 어색했다. 아쉬울 거 없다고 했다. 다만, 수사팀 얘기를 자꾸 했다. 이제 이것도 오래된 얘기다. 바로 그 판결이 엊그제 나왔다. 전 환경부장관이 법정구속됐다. (수사 검사에게) 감격에 겨운 전화가 왔다. 그가 보낸 톡이다. 도대체 무슨 수사였나. 뭐였길래 수사팀이 풍비박산-검사장 잘리고, 차장 검사 잘리고, 부장검사 잘리고- 난 것일까. 언론은 수사의 외형만 쫓았다. 청와대에 진친 압수수색만 조명했다. 소환되는 장관ㆍ수석만 보도했다. 검찰과 권력의 대결로만 써댔다. 흥미를 끌려니 그랬을 것이다. 그 통에 수사의 본질이 흐려졌다. 30년 검사직을 걸었던 사건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1년 이상 잊혀졌다. 구문(舊聞)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이런 때 잊고 있던 판결이 나왔다. 그리곤 모든 걸 정리했다. 임기 남은 임원에 대한 사표 요구, 직권남용 범죄라 했다. 사퇴 거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강요 범죄라 했다. 내정자에 대한 과도한 점수 부여, 업무방해 범죄라 했다. 원하는 내정자 탈락하자 전원 불합격 처리, 업무방해 범죄라 했다. 내정자 합격 처리 못 한 담당 공무원 전보 조치, 직권남용 범죄라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낯이 익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본 것들이다. 가까운 기억을 보자. 2018년이었다. 도(道)가 직원 8명 고발 방침을 흘렸다. 취임 6개월도 안 된 李 사장이 사표를 냈다. 도가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임기 2년 남았던 金 사장이 사임했다. 산하기관 여러 곳에서 그랬다. 감사 으름장이 공공연히 있었다. 압박에 밀린 임원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그때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규모나 정도가 차라리 덜한 측면이 있다. 그 4년 전, 또 4년 전은 더 했다. 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시ㆍ군들도 그랬다. 지방 정부가 겁 없이 저지르던 블랙리스트 범죄다. 임기 남았는데 사표 요구한 죄(직권남용), 거부하면 표적 감사로 압박한 죄(강요)다. 많은 사람이 그래서 나갔다. 지금 보면 나갈 의무 없는 거였다. 많은 공무원이 압박에 동원됐다. 지금 보면 그럴 권리 없는 거였다. 이게 블랙리스트 수사의 본질이다. 환경부라서 죄 된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라서 죄 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지방정부든 다 처벌받을 범죄인 거였다. 자리는 선거의 논공행상이다. 억대 연봉자가 되고, 권력자가 되는 선물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이걸 기대한다. 그런 이들이 선거 캠프에 진친다. 그러면서 서로를 부른다. 미래 대표님, 미래 원장님, 미래 사장님. 이기면, 그들이 들어간다. 전임자를 가혹히 쫓아낸다. 관행이라고 말한다. 입성하는 게 순리고, 쫓아내는 건 권리라 한다. 그런데 이제 보니 범죄였다. 누군가는 감옥 갈 죄였다. 달라져야 할 적폐였다. 옳은 검찰? 제 할 일 하는 검찰이다. 정의로운 수사? 범죄 처단하는 수사다. 동부지검은 옳았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정의로웠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이었고, 적폐를 바로 잡은 수사였다. 법으로 정해진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 강제로 쫓아내는 모든 행위는 범죄다. 그 수사가 정치권에 던진 경고다. 우리 주변에도 자리는 많다. 도지사가 주는 수십 개, 시장ㆍ군수가 주는 수백 개다. 그 모든 자리의 임기는 판결 이후 정치력보다 위다. 당연히 할 수사였는데. 한찬식 검사장은 왜 그런 예언-검사 생활을 스톱해야 할지도-을 했을까. 문무일 검찰총장은 왜 그런 종용-당신이 갈 고검장 자리는 없다-을 했을까.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들은 왜 블랙리스트가 됐을까. 판결문을 읽을 수록 더해 가는 아이러니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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