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아닌 시나리오로 봉쇄된 수원, 책임 회피한 지역정치와 행정

수원은 집값이 폭등해서 규제된 도시가 아니다. 그당시 폭등하지 않았고, 폭등이 결정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폭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먼저 봉쇄됐다. 지난해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논리 구조에 의한 결론이다. 정부는 10·15 대책 발표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매매거래량 증가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표현을 반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특정 지역의 급등이나 과열을 지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언어는 ‘결과’가 아니라 ‘가능성’에 맞춰져 있었다. 이는 이번 규제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서울 규제 이후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기초한 사전 차단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판단의 전제는 ‘풍선효과’다. 서울을 규제하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정부는 서울 전역뿐 아니라, 서울과 인접하고 출퇴근이 가능하며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 대도시를 함께 묶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가 직접 밝힌 ‘풍선효과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는 이 논리 흐름에 따른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수원은 ‘이미 오른 도시’가 아니라, ‘상승 흐름의 경로’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 판단이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부합했느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0·15 대책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10주간, 경기도 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0.93%로 집계됐다. 고강도 규제로 도내 지자체 12곳의 거래가 제한됐음에도, 대책 이전 10주간 상승률(0.66%)보다 오히려 오름폭이 커졌다. 규제가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기보다, 최소한 상승 흐름을 꺾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미다. 더 역설적인 점은 이 상승세를 주도한 곳이 다름 아닌 규제지역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규제 대상인 경기도 12곳 가운데 용인시 수지구(4.25%), 성남시 분당구(4.16%), 과천시(3.44%), 광명시(3.29%), 안양시 동안구(2.76%), 하남시(2.76%), 의왕시(2.39%), 수원시 영통구(1.95%) 등 11곳이 경기도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규제지역 중 평균 아래에 머문 곳은 단 한 곳, 수원시 장안구(0.48%)뿐이었다. 이 지점에서 수원은 정부 정책 실패의 희생양임이 명백해졌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장안구다. 장안구는 규제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은 물론, 다른 모든 규제지역보다도 훨씬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장안구는 ‘억제해야 할 급등 예상 지역’이라는 전제와 가장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통·팔달과 함께 일괄 규제되면서 토지거래허가, 대출 제한이라는 가장 강한 규제 부담을 동일하게 떠안았다. 가장 안정적이었던 지역이, 가장 강한 규제를 받은 셈이다. 두 번째 사례는 규제 집행 방식의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로 ‘매교역 팰루시드’다. 이 단지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같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구 경계 하나로 규제 여부가 갈렸다. 팔달구에 속한 일부 동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어 주택담보대출 LTV가 40%로 제한됐고, 권선구에 속한 동은 비규제 지역으로 분류돼 70%까지 가능했다. 이는 정책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편의가 만들어낸 인위적 시장 왜곡이다. 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 차별과 혼란을 만들어냈다. 이 두 사례는 우연이 아니다. 정책 판단은 생활권과 수요 이동을 기준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집행은 행정구 경계를 기준으로 이뤄진 데 따른 명백한 정책 실패다. 그 결과 수원은 실제 가격 움직임과 무관하게 묶였고, 그중에서도 장안구민은 가장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으며, ‘매교역 팰루시드’는 겪지 않아도 되는 혼란을 감내해야 했다. 결국 수원은 데이터에 근거해 규제된 도시가 아니라, 서울 규제 이후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예측 시나리오를 가장 거칠게 적용받은 것이다. 사전 규제 자체가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전 규제일수록 집행은 정밀해야 한다. 그 정밀함이 무너진 순간, 정책은 안정이 아니라 불공정을 낳는다. 지금 수원에서 벌어진 일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에 따른 비용 부담 구조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가격이 많이 오른 주택만을 골라 적용하는 제도가 아니다. 집값 변동이 크지 않은 단지까지 포함해 허가 신청, 실거주 증빙, 행정 처리 기간, 대출·잔금 일정 불확실성 등 확정적인 거래비용을 발생시킨다. 반면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는 앞선 통계에서 보듯 불확실하다. 실제로 토허제 이후 수원 내 규제 지역은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멈췄지만, 가격이 뚜렷하게 안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안정이 아니라 ‘경직’이다. 정책학적으로 가장 불합리한 구조, 즉 ‘불확실한 편익과 확정적 비용’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수원시의 태도다. 규제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비용은 분명하게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음에도, 이 과정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수원시와 지역 정치권의 실질적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수원시가 중앙정부에 이번 규제의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거나, 실거래·상승률 데이터를 근거로 재검토를 요청했거나, 토지거래허가제 집행으로 발생하는 실수요자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보완책을 제시했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시민의 혼란을 설명하기 위해 지역 언론만 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중립이라기보다 책임의 공백에 가깝다. 사전 통제라는 정책 결정으로 인해 금융·행정·거래 비용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거나 시민의 부담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 수원시와 지역 정치권이 수행해야 할 설명·조정·요구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정한 정책이라 해도, 책임 있는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자치권을 지닌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다. 첫째, 수원시는 실거래·상승률·거래량 데이터를 근거로 한 공식 재검토 요청을 했어야 한다. 수원이 실제 폭등 지역이 아니라 ‘가능성 경로’로 묶였다는 점은 통계로 확인된다. 이를 수치로 정리해 재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 철회를 주장하는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정책 판단의 전제와 결과가 어긋났음을 바로잡는 행정 절차다. 둘째, 행정구 경계로 인해 같은 단지 내에서 규제가 갈리는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했어야 한다. 동 단위·단지 단위 적용, 동일 사업지 일괄 적용 원칙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집행의 정합성을 요구하는 납득가능한 제안이다. 이 요구조차 없었다는 점은 집행 과정의 불공정을 방치했다는 의미다. 셋째, 토지거래허가제 집행으로 실수요자에게 행정·금융·거래 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어야 한다. 피해를 공적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 한, 어떤 보완책도 출발할 수 없다. 침묵은 문제의 부재가 아니라 문제 인식의 부재로 읽힌다. 넷째, 허가 지연과 금융 일정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완화 대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전담 창구 설치, 처리 기한의 명확화, 금융기관과의 협의 가이드, 기준의 표준화는 중앙정부 권한이 아니라 지자체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는 규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규제로 인한 비용을 관리하는 행정의 영역이다. 다섯째, 사전 규제 지역에 대한 정기적 효과 평가와 공개를 요구했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규제가 유지·조정되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 정책은 책임 행정이라 할 수 없다. 평가 없는 사전 통제는 예방이 아니라 방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확인되는 수원시의 입장은 “중앙에서 정한 규제라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뿐이다. 이는 대리인으로서의 책임 회피다. 수원은 폭등 지역도 아니고, 정책 수혜 지역도 아니다. 위험 시나리오의 완충재로 선택됐을 뿐이며,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비용과 피해는 시민에게 집중됐다. 중앙정부는 “예방적 조치”라고 말하고, 지자체는 “집행만 할 뿐”이라고 잡아뗀다. 그 사이에서 시민은 왜 규제대상이 됐는지, 실제로는 언제 해제되는지, 어떤 보완이 가능한지 설명받지 못한 채 불확실성과 혼란, 그리고 수반하는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의 지역 정치는 누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가. 정치는 중앙의 결정을 전달하는 중계 통로가 아니다. 중앙의 판단이 지역 현실과 어긋날 때, 그 간극을 설명하고 조정하며, 필요하다면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 지역 정치의 존재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명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중앙의 언어를 반복하는 뻐꾸기 정치가 아니라, 수원과 수원시민의 언어를 더 크게 퍼트리는 확성기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말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중앙정부를 향해 정당하게 요구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수원은 부동산 폭등 도시가 아니다. 수원시민은 정책 실험의 완충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침묵이 계속된다면, 문제는 더 이상 정책을 잘못 만든 정부가 아니라 수원을 대변하지 않는 지역 정치 그 자체가 된다. 데이터가 아니라 시나리오로 봉쇄된 도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정치와 행정. 지금 수원이 마주한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수원 시민들께서 알고 싶은 것은 집 값이 아니다. ‘누가 수원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사실혼, 아는만큼 보호 받는다

‘사실혼’이란 법적으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부부처럼 함께 생활을 영위하는 관계를 뜻하며, 특히 이중에서도 사실상 법적 부부와 같이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나 재혼 가정 등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젊은 세대들이 대출·청약 등 경제적 이유로 단독 가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거나 자유로운 교제 관계 등에 따라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사실혼’ 상태의 가족 형태가 우리 사회 속 차지하는 비중이 보다 증가함에 따라 관련 법적 분쟁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일정 기간 같이 살면 사실혼이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훨씬 까다롭다. 사실상 혼인신고를 한 부부와 같이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관계였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대법원 역시 사실혼에 대해 “단순한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 실제 필자가 담당했던 사례에서도 법원의 이같은 판단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의뢰인 A씨는 연인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며 일시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했다. 그러나 이들은 성격차이 등 갈등을 이기지 못해 헤어지게 됐는데, 이후 전 연인이 사실혼을 주장하며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청구해 갈등이 시작됐다. 필자는 소송 과정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점, 구체적인 사례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부부로서 상대방의 친지, 가족들과 배우자로서 역할을 하거나 소통하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하여 사실혼이 성립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법원 역시 이들의 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혼 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실혼’임이 인정되지 않자 그에 따른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역시 모두 기각됐다. 이처럼 사실혼 분쟁에서 법원의 잣대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객관적 지표들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혼이 보편화됐다고 해서 쉽게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막상 분쟁이 생기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므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아야 한다거나 혹은 그 성립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자신의 상황을 법률적 관점에서 미리 점검해봐야 한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이 없어지거나 혹은 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함께 살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인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는지, 실제 부부 내지 가정을 꾸렸다고 볼 근거가 있는지, 이를 입증할 증거는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혼 여부는 사후에 다툴 문제가 아니라, 분쟁이 생기기 전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자신의 관계와 권리를 정확히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그들은 누구인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매년 800명 안팎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사망 사고 만인율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 평균이 0.39인 반면 경기도는 이보다 높은 0.4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노동자 수와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모두 전국의 30%에 육박하는 지역으로 경기도의 산업재해율을 낮추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전체의 산업재해율 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경기도는 산업재해 예방을 행정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노동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노동과 산업안전을 독립적인 정책 영역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산업재해를 개별 사업장의 책임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 차원에서 예방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 것이다.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은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민선 7기부터 현장 중심으로 도입된 산업재해 예방 제도다. 제조업과 건설공사장을 중심으로 산업현장의 잠재적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안내·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단속이나 처벌보다는 예방과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 인력과 체계가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은 현장의 여건을 반영한 실천적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업은 이후 행정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정책 방향을 유지하며 민선 8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이 단기간의 성과로 판단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과 축적된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정책 전반에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112명의 노동안전지킴이가 도내 약 2만5천개 사업장을 방문해 10만건이 넘는 위해·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하며 산업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이는 반복 사고 가능성이 높은 작업환경을 사전에 개선하고 사업장의 안전관리 인식을 높이는 데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산업재해 예방은 제도나 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을 이해하고 노동자와 사업주가 함께 참여하는 과정이 병행될 때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 경기도의 산업재해율을 낮추는 일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산업재해를 줄이는 길이다. 현장 중심 예방 정책이 지속될 때 보다 안전한 일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이천 ‘균형·민생’ 향해 힘찬 질주

겨울의 마침표이자 봄의 시작점이라는 입춘(立春)이 갓 지났다. 매서운 추위가 여전한 듯해도 땅 밑에서는 이미 물이 오른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절기는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이천시의회 역시 이 생동하는 계절에 맞춰 새해 첫 임시회의 돛을 올렸다. 지난 한 해, 이천시의회에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매서운 질책은 우리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유일한 동력이었다. 그 깊은 신뢰에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신뢰에 화답하기 위해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으로 ‘균형’과 ‘민생’이라는 두 마리 말을 이천의 대지로 달리게 하려 한다. “현장의 울림, 도시의 잠재력을 깨우는 동력” 제8대 후반기 이천시의회는 ‘시민중심 민생의회, 시민을 위한 맞춤의회’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겠다는 처절한 약속이었다. 우리는 책상 위 서류뭉치 대신 먼지 날리는 현장을 택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안일함을 걷어내고 시민이 체감하는 온도를 의정의 표준으로 삼았다. 시민단체와의 간단회와 연구단체 활동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시민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정책이라는 정교한 틀로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이자 SK하이닉스를 품은 첨단산업의 심장부다. 농업과 기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도시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도시의 잠재력은 결코 저절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성장 가속도 이면의 그늘, 균형의 미학(美學)이 필요하다” 지금 이천은 반도체 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도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산업구조의 편중성 극복, 도시 정체성 강화, 그리고 균형 있는 개발과 삶의 질 보장이라는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는 이천의 거대한 자산인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과 산업 안정성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이천시의회는 첨단산업과 함께 문화·관광·농업·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균형 잡힌 도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축제 콘텐츠와 체류형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과제다. 이천의 역사와 가치를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공동주택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 환경, 소음 등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안이다. 개발과 정주의 균형, 성장과 삶의 질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 기준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2026년 의정 운영의 세 가지 이정표” 올해 이천시의회는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을 책임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 세 가지 방향으로 의정을 운영하고자 한다. 첫째, 시민의 삶을 현장에서 변화시키는 ‘생활밀착형 의회’가 되겠다. 복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세심함에서 시작된다. 전국 최초로 24시간 운영되는 아이돌봄센터 ‘아이다봄’은 이천형 복지의 상징이다. 이를 더욱 확대해 맞벌이 부부의 독박 육아 공포를 해소하고 주거밀집 지역 돌봄 서비스를 촘촘히 확충하겠다. 고등학교 졸업앨범비 지원 같은 체감형 교육 복지는 물론이고 다자녀 연계형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결혼-출산-양육-주거’로 이어지는 전 생애주기별 버팀목을 세우겠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이천의 골목에서부터 혁파해 나가는 저력을 보이겠다. 둘째,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경제 의회’를 구현하겠다. ‘관내 업체 우선, 이천시민 우선’이라는 원칙은 지역경제 생태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천시 지역화폐 분석 연구회’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개선안을 도출하겠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비명이 희망의 목소리로 바뀔 때까지 물품 우선구매 간담회를 지속하고 시정 현안 사업의 하도급 계약 시 관내 인력과 장비가 1순위로 투입되도록 행정·정책적 강제성을 높이겠다. 지역 내 자금이 선순환해 소상공인과 대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상생의 경제지도’를 그려내겠다. 셋째, 주거·환경·정주 여건을 혁신하는 ‘미래 도시 의회’로 도약하겠다. 도시의 외연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정주 여건의 혁신이다. 공동주택 주민의 숙원사업을 우선 지원하고 역세권 개발을 체계화해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을 꾀하겠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생활소음과 비산먼지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고 화물 전기차의 보급을 확대해 숨 쉬기 편한 도심 환경을 구축하겠다. 도농복합도시의 매력인 녹지 환경은 보전하되 의료·교육·문화 인프라는 대도시 못지않게 확충해 ‘인구 30만 중형도시’에 걸맞은 품격 있는 이천을 만들어 가겠다. “초심(初心)을 잊지 않는 마무리” 흔히 ‘마무리로 갈수록 초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제8대 이천시의회 임기 마무리를 향해 가는 지금, 저와 의회는 더 낮은 자세,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 시민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 말이 아닌 결과로 신뢰받고, 약속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 의회가 되겠다. 시민과의 약속을 금과 같이 여기며 반드시 지켜나가겠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마중 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온다. 이천시의회는 언제나 시민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도시, 희망과 자부심을 느끼는 이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겠다. 항상 건강하고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어르신 심정지… 요양원 초기대응에 달렸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목격자’의 대응이다. 특히 어르신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요양원에서는 종사자의 응급처치 역량이 곧 어르신의 생명과 직결된다. 안산소방서가 지난해 요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교육을 시행하고 이를 정책 제안으로까지 연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어르신의 안식처인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기관 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안산시는 경기도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142개의 요양원이 운영되고 있어 무엇보다 세심한 안전 관리와 대비가 필요한 곳이다. 2024년 기준 안산시의 요양기관 내 심장정지 발생률은 8.16%로 전국 평균인 6.2%를 상회하고 있으며 2025년 발생률은 11.81%로 2024년 대비 3.65%포인트 증가했다. 안산소방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이러한 ‘현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25년 심장정지 환자 소생률 향상을 위한 요양원 관계자 교육 및 정책 제안’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안산 내 요양원 심장정지 발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68.3%가 심장이 완전히 멈춘 ‘무수축’ 상태로 발견됐다. 이는 최초 목격 및 발견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발생 사례 41건 중 10건(24.4%)에서 신고 지체가 발생했으며 지체 시간은 평균 14분에 달했다. 심장정지 환자에게 1분1초는 생사가 갈리는 골든타임이다. 종사자가 심장정지를 조기 인지하고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소생률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다. 요양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CPR 교육을 실시하고 언론보도, 안내문 발송 등 집중 홍보를 통해 즉각적인 응급처지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장정지 현장에서 소생률을 높일 수 있는 AED 장비도 필요하다. 안산시 내 요양원 142개소 중 AED를 보유한 곳은 단 1개소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요양원은 AED 의무설치기관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안산소방서는 교육 사업을 넘어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 ‘안전제안 정책오디션 2025’에 공모해 정책을 제안하고 보건복지부에 요양원 내 AED 의무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해 실질적인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지난 1년간의 노력으로 요양원 종사자의 목격 시 CPR 시행률은 81.8%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록 2건의 소생(4.9%)이라는 결과가 아쉬울 수 있으나 이는 전년도 안산지역 소생률 0%와 비교했을 때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으로도 안산소방서는 보건소, 장기요양기관 협회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업해 교육 체계를 공고히 하고 심장충격기 설치 예산 지원 등 지역사회 전체가 어르신의 안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심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손길은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요양원 관계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내 손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질 때 어르신의 일상은 더욱 안전하고 평온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북한산성∙한양도성∙탕춘산성

북한산성, 한양도성, 탕춘산성 등 한양 성곽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경기도와 서울시, 고양특례시가 지난달 27일 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산은 양주·고양·서울의 구역에 속해 있으나 조선 시대에는 양주군이 관할하는 구역이었다. 1700년대에 한양으로 이관됐다. 북한산의 동쪽은 양주·서쪽으로는 고양·남쪽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고구려 시절 북한산군·남평양, 신라는 한주·한양군, 백제에서는 북한산주, 고려는 양주·남경에 속한 북한산이었다. 기원전 5년 백제가 북한산성을 처음 축성했다. 고구려에 점령당했다가 백제가 되찾아 133년에 다시 수축했다. 475년 고구려에 점령당한다. 555년 고구려와 신라는 북한산 덕수계곡을 경계로 삼고 있었다. 조선 숙종 시절 한양도성 축조을 완성한 후 곧바로 북한산성이 축조됐던 능선를 따라 수축했다. 12개의 성곽 문을 조성해 놓는다. 단군 시절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북한산은 나라의 반석으로 여겨 왔다. 임금들이 찾아 제례를 올린 산이다. 고구려 주몽의 서자였던 비류와 온조는 주몽의 친아들 유류가 왕위에 오르게 되자 위험을 느끼고 모친 소서노와 께 남부지역으로 피신하면서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 나라를 건국할 터를 고르려 살폈던 산이다. 조선 태조도 즉위 전 유신들과 북한산을 찾아 예를 올렸다. 조선시대에도 군사들이 북한산성을 경계하고 있었다. 1881년 1월 인천 제물포에 낯선 명칭 개항장이라고 지정하자 전국 각 지역 대표 수천명이 한양에 모여 경복궁을 향해 일본에서 사용한 개항장 명칭을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가 매서운 추위 속에 열렸다. 낯선 명칭 개항장을 지정했던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는 고종에게 조선 군대 폐지를 요구하기도했다. 조선 조정에서는 북한산성에 있던 군사관청을 폐지하고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기도 했다. 북한산은 고려시대에 가장 숭경받은 산이다. 고려 임금과 왕비들이 수시로 북한산을 찾아왔다. 승가사, 장의사, 향림사, 신혈사, 중흥사 등에서 예를 올렸다. 북한산에 많았던 사찰들이 대한제국 시절까지 태고사, 부왕사, 문수사,승가사 이외는 모두 폐허가 됐다. 북한산 부근에 대원군 별장 석파정이 있다. 석파정 아래 세검정에서 광해군과 능양군이 모의를 하다 군사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일이 있던 세검정 계곡 건너 마주하고 있는 산성이 탕춘산성이다. 관방이 머물던 곳이다. 고려는 북한산성으로 왕도를 옮기려 왕궁 건립을 결정하기도했다. 고려 숙종 때 최사감, 윤관, 부임의 등이 찾아와 지세를 살피고 북한산에 왕도를 세우는것이 좋다고 임금에게 전하자 1102년에 북한산 주변으로 궁궐 공사를 하기도했다. 예종. 충렬왕, 충선왕 등이 차례로 북한산 순시에 나섰다. 공민왕이 북한산에 고려 왕도를 건설한다는 발표를 하자 민중이 거세게 반대하는 일도 있었다. 고려는 북한산과 부근에 기초공사에 나서지만 완성시키지 못했다. 공민왕도 선왕들이 고려 왕도를 세우려던 북한산을 순시했었다. 고려가 가장 숭경했던 북한산에 왕도를 건립하려던 역사적 사실들이 있었던 것이다. 북한산성, 한양도성, 탕춘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전 세계는 드론전쟁... 국방부 ‘안보 시계’ 거꾸로

지금 전 세계는 드론전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변혁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장은 이제 값비싼 미사일이 아니라 저렴하고 정밀한 드론이 승패를 결정짓는 시대임을 증명했다. 미·중·러 등 군사 강국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며 드론 전력 강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 국방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드론작전사령부 폐지라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천시는 70여년간 국가 안보라는 거룩한 명분 아래 모든 불이익을 감내해 왔다. 사격장의 굉음과 각종 중첩 규제로 인해 지역 발전은 멈췄고 시민은 재산권 행사는커녕 생존의 위협까지 견뎌야 했다. 드론작전사령부의 포천 배치 역시 시가 주도적으로 원한 일은 아니었으나 포천시민은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선택이라는 정부의 설명을 믿고 이를 수용했다. 오히려 포천시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드론 및 첨단 방위산업을 미래 전략으로 설정하고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부대 존폐를 논하는 것은 국가 정책을 믿고 헌신해 온 포천시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 행위다. 국방부에 묻고 싶다. 전 세계가 목숨을 거는 드론 전력을 우리는 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는가. 국가의 핵심 국방 정책이 불과 몇 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어느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일관성 없는 안보 정책은 국민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안보는 실험 대상이 아니며 지역의 희생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국방부는 무책임한 폐지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드론 산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간 포천이 감내한 희생과 투입된 행정력에 합당한 책임 있는 대안 및 확실한 보상책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국가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수원시민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 재정자주도와 가족돌봄 수당

수원, 용인, 화성,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생활권으로 보면 하나의 도시처럼 엮여 있는 이 지역들 가운데, 수원시민만 적용받지 못하는 정책이 있다. 부모의 맞벌이·다자녀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을 지원하는 ‘경기형 가족돌봄수당’이다. 조부모나 친인척이 아이를 돌볼 경우, 아동 1인당 월 30만 원, 최대 6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예산은 경기도와 해당 시·군이 함께 부담하는 구조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6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서 수원과 수원시민은 빠져 있다. 한 시민께서 “수원도 포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도 보완’ 등의 이유로 ‘사업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수의 시·군에서 시행 중인 정책에 대해, 이제 와서 ‘제도 보완’을 이유로 참여가 어렵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같은 경기도민,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 수원시민만 정책에서 배제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유독 수원에서 발생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수원의 재정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재정자립도’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재정자립도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지표다. 도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시민이 재정 구조를 공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수원에서는 그 ‘당연함’이 이미 깨지고 있다. 수원의 재정자립도는 한때 경기도 내 상위권이었다. 2011년 재정자립도는 62.2%로 도내 3위였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5년 51.8%, 2019년 48.1%로 내려갔고, 2022년에는 44.2%까지 떨어졌다. 2023년에 46.0%로 소폭 반등했지만, 문제는 한 번 떨어진 이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수요는 늘어났지만,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든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보다 더 우려스러운 지표가 있다. 바로 ‘재정자주도’다. 재정자립도가 ‘도시가 스스로 얼마나 벌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재정자주도는 ‘도시가 돈을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가’ 즉, 재량권의 크기를 보여준다. 정부나 경기도가 용도를 정해 내려보낸 예산이 많을수록, 지자체의 재량권은 작아지고, 그만큼 선택의 폭 또한 좁아진다. 수원의 재정자주도는 재정 운용의 구조적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2011년 75.1%로 도내 7위였던 수원의 재정자주도는, 2016년 63.4%(17위), 2019년 56.2%(25위)로 급격히 하락했고, 2022년에는 27위까지 떨어졌다. 31개 시·군 중 하위권이다. 이는 수원이 단순히 돈이 부족한 도시를 넘어, 있는 재원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도시, 다시 말해 재량권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원은 인구 규모와 행정 수요가 가장 큰 도시임에도, 재정자주도는 중소 도시보다 낮아 규모가 클수록 선택이 어려워지는 ‘규모의 불이익’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같은 특례시인 성남, 화성, 하남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2022년 기준 성남시의 재정자주도는 70.6%, 화성시는 69.1%, 하남시는 62.0%다. 반면 수원은 55.7%에 그친다. 인구와 행정 규모는 도내에서 가장 크지만, 정작 지역과 시민에 필요한 맞춤형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은 가장 적은 축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필수가 아닌 정책 즉, 선택형 정책이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된다. ‘가족돌봄수당’처럼 시·군이 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은 “검토 중”, “여건상 어려움”이라는 표현 속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일지라도, 행정의 관점에서는 단지 선택의 결과다. 수원시민들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수원시민만 가능한 특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같은 생활권에 살고 있는데, 인접 지역 시민들은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걸 왜 이런 정책에서 수원시민만 반복적으로 제외되는가”라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와 같은 재정 구조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원은 이미 시민이 직접 재정 지표를 공부해야 하는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행정은 정책을 시행하고, 정책은 정치의 결과물이며, 정치는 결국 선택이다. 선택이란,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재량권이 적다면 선택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당연히 수원시민을 최우선적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수원시민 또한 ‘가족돌봄수당’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원시가 경상북도 봉화군에 캠핑장을 조성하는 데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 시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것은 예산 배정이나 재정 운용과 같은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해왔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겨울철 꼭 지켜야 할 화재 예방법

겨울철은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화재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다. 기온이 떨어지면 전기히터, 전기장판, 화목보일러 등의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부주의로 인한 화재도 잦아 소방서 출동이 증가한다. 특히 전국적으로는 숙박시설과 주거용 화재가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화재 예방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 부천소방서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화재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 화재 건수는 137건으로 지난해보다 약 30% 감소했으나 여전히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 2명, 부상 5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고 보고됐다. 이는 예방 활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화재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겨울철 화재의 주요 원인은 난방 기기 주변 부주의, 노후 전기설비, 가연물 근접 등이다. 전기히터와 전기장판을 사용할 때는 가연물을 멀리하고 장시간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피해야 한다. 전기장판은 접어서 보관하면 내부 발열체가 손상될 수 있어 평평하게 두는 것이 안전하다. 구조대원은 화재 발생 시 현장에서 인명 구조와 대피 유도, 잔불 정리, 2차 사고 예방 등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연기와 열기로 가득한 실내에서도 침착하게 이동하며 구조 대상자를 찾고 대피로 확보와 안전한 대피 유도까지 책임지는 것이 구조대원의 핵심 임무다. 철저한 장비 점검과 반복적인 훈련은 구조대원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기반이다. 예방 역시 구조대원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화재 위험이 큰 시기에는 지역주민 대상 화재 예방 교육, 소방시설 점검 안내, 위험 요인 경고 등을 통해 사전에 위험을 줄이고 있다. 부천소방서도 지속적인 화재 예방 홍보와 소방안전교육을 통해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화재는 한순간의 방심에서 시작되지만 예방은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 난방기기를 사용할 때 주의하고 집 안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비치하는 등 기본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올겨울 따뜻함과 함께 사고 없는 안전한 일상을 모두가 만들 수 있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걱정 없이 아이 키우는 도시 꿈꾼다

필자는 맞벌이 부부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일이 아닌 양육이었다. 아이들이 열 살 무렵까지 굉장히 힘겨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째가 네댓 살쯤 됐을 때니까 25년 전 이야기다. 비상소집이 발령됐는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밤중에 두 아이를 데리고 시청에 왔다. 당시 과장님은 “비상 상황에 애들을 데리고 오면 어쩌자는 거야”라며 질책했다. 애들 데리고 오느라 고생했다고 격려라도 해주길 내심 바랐는데 서운했다. 서울연구원이 9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한 ‘서울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주소’ 인포그래픽스(2024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돌봄 공백’(53%)이었다. 필자가 아이를 키우던 20여년 전보다는 환경이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여전히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2025년 1월 신설된 여성가족국의 첫 국장으로 부임한 후 최우선 목표는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수원 만들기’였다. 워킹맘·워킹대디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출생률도 증가한다. 2024년 수원시 출생아 수는 6천575명으로 전년보다 9.0% 상승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3.1%)의 3배 가까운 수치였다. 2025년은 7천60명이다. 출생아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전(2015년 1만2천36명)보다 40% 넘게 감소한 수치다. 한때 1천100개에 달했던 수원시 어린이집 수는 현재 600여개로 감소했다. 아이가 줄어들면서 어린이집은 1년에 수십개씩 사라지고 있다. 수원시는 시대적 과제인 저출생에 대응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생 학부모 직원을 대상으로 10시 출근제를 도입하는 중소 사업장에 단축근무 장려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아빠와 5~9세 자녀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육아 프로젝트 ‘수원 육아하는 대디들’은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아 올해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간제 보육제공기관 59개소(68개반)를 운영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임산부,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가사지원서비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신규 채용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인적성 검사도 도입했다. 지난 1년간 보육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세심하게 지원하려 노력했다. 작은 도움을 제공했는데 “수원시 덕분에 큰 힘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여성가족국장으로 일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가족국에는 여성정책과, 가족정책과, 아동돌봄과, 이주민정책과가 등 4개 과가 있다. 저출생 대응뿐 아니라 ▲양성평등 정책 수립·시행 ▲여성 인재 육성 ▲여성권익 보호 ▲4대 폭력(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 예방 ▲보육 정책 ▲1인 가구 지원 ▲아동 학대 예방·대응 ▲이주민·다문화가족 지원 ▲외국인복지센터 운영 등의 업무를 한다. 여성과 아동, 이주민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지난 1년이 신설된 여성가족국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을 펼치는 해가 될 것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여성이 능력을 펼치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이주민과 선주민이 어우러져 사는 도시를 만드는 데 여성가족국이 힘을 보태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천~한강 뱃길 재활성화를 기대하며

인천~한강 뱃길 인천 해역의 도서지역과 충청·전라로 가는 뱃길은 물론이고 한강으로 올라가는 뱃길이 1940년대에도 있었다. 준설되지 않아 위험성 있는 지점을 경험 많은 선원들이 알고 있어 첨단 항해 장비가 없었던 시절에도 안전하게 뱃길을 오갈 수 있었다. 선박에 발동기가 장착되지 않은 크고 작은 돛단배가 더 많았다. 인천에서 출항하는 뱃길 노선은 여러 곳이 있었다. 진남포로 가는 뱃길에는 용당포~용호도~옹진~호도~구미포~덕동~몽금포~백령도~연평도~소청도 등 근해 도서를 순회하는 뱃길이다. 도서지역에서 필요한 물품을 인천에서 구매해 가져가고 섬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인천으로 가져와 판매했다. 충남 당진~목포~구도~어천~군산~어청도~법성포~위도~안마도~임자도~모도~고군산도~지도까지 순회하는 충청도와 전라도 뱃길 노선도 있었다. 인천~해주 뱃길은 강화~교동~초지~고미~갑곶으로 가는 노선이 있었다. 강화 마니산에서 채석했던 청석·석회·사자발 쑥·돗자리·소금·말린 해산물·새우·굴·수어·민어·게·완초·담뱃잎 ·토하·소라·황석어·청게 등 특산품들을 인천으로 가져와 판매하기도 했으며 한강 뱃길로 용산~마포로 올라가 판매하기도 했다. 개성으로 가는 뱃길도 있었다. 황강 연안에 있는 풍덕은 물류 집산지였다. 부근 지역의 특산품인 옥모래 ·석회·석수어 ·수어·굴·토하·백하·말굽 등을 인천으로 가져와 판매했다. 임진강 연안에 있는 장단지역에서도 명주실·마·송담·위어·납어·은구어·콩 등을 인천으로 가져와 판매했다. 개성 부근 고량포지역은 물류집산지다. 부근 파주·연천·적성에서 생산되는 특산품 도기·오미자·자초·박채·석창포·수어·위어·게·칠기·적토 등을 인천으로 가져와 판매했다. 인천 바닷물 만조 시간에 순풍이 있어 준다면 돛단배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뱃길이었다. 당시에는 운송비용이 저렴한 큰 규모의 돛단배를 이용했다. 물품 수송에 있어 활발했던 곳은 인천~한강으로 오르는 뱃길이다. 용산~마포~양화진~동막 등으로 오가는 뱃길이었다. 인천에서 한강 수로를 따라 용산, 마포 등으로 가려면 바닷물 만조시간이어야 순조롭게 선원들의 경험에 의해 위험지역을 벗어나 갈 수 있었다. 돛단배들이 물품을 가득 싣고 수송력을 발휘하는 큰 몫을 담당했다. 한강으로 오가는 크고 작은 돛단배의 정박지는 인천 만석포구였다. 강화·장단·고량포 지역의 특산품을 인천으로 가져와 한강으로 올라가 용산·마포 상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일제 초기에도 만석포구에서 한강으로 오가는 뱃길은 정기적으로 운항했다. 만석포구~용산~마포~뚝섬~서빙고~양화진~동막 등으로 가는 뱃길과 멀리 가평~청평~춘천으로까지 운송됐다. 여주~목계~충주로 왕래하는 뱃길도 있었다. 1930년대 일본인 기무라, 와다, 가네코, 마쓰모토 등 재력가들이 한강을 기반으로 한 뱃길 교통을 발전시키려고 용산운하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강에서 인천으로까지 뱃길로 왕래하자는 계획이었다. 한강은 두 갈래로 나뉘어 인천 바다로 합수된다. 예성강과 만나 인천 해역으로 합수되고 강화도 남단으로 흘러가 인천 바닷물에 합수됐다. 인천~한강을 오가는 새로운 뱃길이 완공된 지 오래됐다. 5천t급 대형 선박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뱃길이라 교통·관광·운송 등 여러 분야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뱃길이 준비돼 있는 것이다. 아라뱃길은 경제성으로나 효율성 면에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서울과 달리 인천에서는 수상택시 또는 수상버스로 활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선박이 많이 있다. 정책,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인천바다 패스 정책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송도~연안부두~월미도~만석포구~강화~아라뱃길~용산~마포~서빙고~동막 등 운항 코스를 인천시와 서울시가 합작품으로 운영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한 아라뱃길의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성실함 처벌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수학적 무지인가 행정편의주의인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둘러싸고, 법조계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징계처분, 징계개시의 신청·청원 또는 소비자기본법 제55조에 따른 피해구제의 신청 건수가 통상적인 건수보다 많은 경우, ‘사건의뢰 주의 변호사(법무법인)’로 지정해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위 ‘문제 있는 변호사(법무법인)’를 선별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의 가장 큰 맹점은 징계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된 ‘통상적인 건수’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피해구제의 신청 건수가 통상적인 건수보다 많은 경우‘를 징계 요건으로 명시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기준은 법률에 담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일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할 때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변호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명예라는 중대한 권리를 제한하는 사안임에도, ’통상적‘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기대어 구체적 기준 마련을 미뤄서는 안된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이 법안이 ‘모수(총 사건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절대적 건수’ 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간 10건을 수임해 3건의 민원을 받은 변호사 A(피해율 30%)와 연간 1,000건을 수임해 30건의 민원을 받은 변호사 B(피해율 3%)를 비교해보자. 실질적인 위험도는 전자가 훨씬 높다. 그러나 개정안의 논리대로라면 압도적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낮은 피해율을 유지한 성실한 변호사 B가 단지 '민원 발생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런 기준이 현장에 실제 적용된다면,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의뢰인의 선택을 받는 변호사일수록 오히려 제재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성실하게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이러한 구조는, 결국 변호사들로 하여금 사건 수임 자체를 줄이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사건을 회피하게 만드는 소극적 업무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양질의 법률 조력을 받아야 할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아울러 이 법안은 업무 분야별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변호사 업무는 민형사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개인과 기업 사건으로 나뉘기도 하며, 각 사건의 성격은 판이하다. 기업 자문은 분쟁 발생 빈도가 낮지만, 이혼이나 형사 등 감정적 대립이 극심한 개인 송무의 경우 결과에 불만족한 의뢰인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직역을 '통상적 건수'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빠진 주장이며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필자는 소비자 보호라는 입법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수단이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제재는 오히려 법률서비스 시장에 혼란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실제 법조계 내부에서는 해당 개정안을 둘러싸고 “추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이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통상적 건수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절대적 건수가 아닌 피해율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업무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기준을 마련하거나, 최소한 업무분야를 고려할 수 있는 재량 규정을 두어야 한다. 통계적 합리성과 시장의 특수성을 외면한 입법은 법조 시장의 또 다른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법부는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두쫀쿠 거래합니다”…무심코 한 중고거래, ‘범죄’ 될 수 있다?

바야흐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전성시대다. 두바이 초콜릿을 재해석해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마시멜로로 감싸 쫀득한 식감을 살린 이 디저트는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카페나 베이커리가 아닌 디저트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초밥집이나 국밥집 같은 일반 음식점에서도 두쫀쿠를 만들어 파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헌혈을 하면 두쫀쿠를 준다는 소식에 청년들이 헌혈의집 앞에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등 온 세상이 두쫀쿠 열풍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살펴보면 매장에서 구입한 두쫀쿠를 웃돈을 얹어 되팔거나 '두쫀쿠 구합니다'라는 구매 요청 글이 쇄도하고 있다. 나아가 카다이프 면이나 피스타치오 등 두쫀쿠 제조에 필요한 재료들을 재판매하는 게시글도 다수 확인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소소한 용돈 벌이로 시작한 일이겠지만, 개봉된 식품을 소분해 판매하는 행위는 위생상의 위해 우려가 있어 당근 등 플랫폼 자체에서 금지하고 있을뿐더러 자칫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이기에 법의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우선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에 따르면 식품을 제조·가공해 판매하려는 자는 관할 관청에 영업 신고나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신고 없이 영업할 경우 동법 제9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더 무거운 처벌 규정도 존재한다. 식품위생법 제4조 제7호는 '영업자가 아닌 자가 제조·가공·소분한 것'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94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즉, 영업 신고 없이 가정집에서 만든 두쫀쿠를 판매하거나 매장에서 구입한 두쫀쿠를 임의로 소분해 판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소량 판매한 행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초범이거나 사안이 경미할 경우 행정지도나 과태료 처분이 우선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수사기관의 감시망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이버조사팀을 통해 온라인상의 불법 광고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인 당근마켓 또한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개인이 직접 가공·제조한 식품 거래를 금지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즉 누군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시스템적인 감시와 단속망에 걸려들 소지는 언제든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 이같은 거래로 인해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 됐다면 막연히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해당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음과 영업성이 현저히 낮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식품위생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속적·반복적 의사가 내재된 영업 행위가 전제돼야 하므로 판매 횟수가 단발성 내지 일회성에 그쳤거나 실제 취득한 수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또한 전문 판매업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법률적 부지로 인한 우발적 행위였음을 구체적인 거래 내역 및 정황 증거와 함께 소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사 단계에서 확실하게 혐의를 벗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천 동구 ‘물치도’, 공공 매입만이 유일한 대안

인천 동구의 유일한 섬이자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물치도(옛 작약도)’가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단순히 사유지 하나의 거래 문제가 아니다. 인천 해양 주권의 위기이자 지역 행정의 무관심이 빚어낸 참사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물치섬이 겪은 ‘비운의 역사’를 똑똑히 기억한다. 1975년 유원지로 도시계획이 결정된 뒤 개발 계획을 앞세운 민간 세력의 손을 타며 섬은 방치됐고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아 경매에 부쳐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이번 경매 역시 이 섬이 기획부동산의 먹잇감이 돼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제는 이 비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인천시와 동구가 즉각 ‘공공 매입’에 나서는 것이다. 첫째, 민간 개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공공 관리만이 해법이다. 물치섬 전체 면적 7만2천923㎡ 중 약 15%에 달하는 1만975㎡는 기재부와 해수부 소유의 국유지다. 섬 곳곳에 국유지가 포함된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개발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데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섬을 흉물로 썩히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민간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공공이 매입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 행정의 기본 책무다. 둘째, 물치섬 없는 제물포 르네상스는 허울뿐인 구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원도심 부흥을 위해 제물포 르네상스를 천명했다. 하지만 정작 제물포 앞바다의 보석 같은 유일한 섬이 투기판을 떠돌도록 방치한다면 그 정책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셋째, ‘해양 친수 도시’의 미래를 위해 지금 결단해야 한다. 월미도와 물치섬을 잇는 해양 생태·관광벨트는 동구와 중구를 아우르는 인천의 미래 자산이다. 헐값에 팔려나가는 지금이 역설적으로는 인천시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시민들에게 해양공원을 선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물치섬은 누군가의 사유재산이기 이전에 300만 인천시민과 동구 주민이 공유해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인천시와 동구청은 더 이상 ‘사유지라 개입이 어렵다’는 소극적 태도 뒤에 숨지 말라. 즉각적인 현황 파악과 함께 물치섬을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지켜내기 위한 공공 매입 절차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제특구 성패’ 실행에 달렸다

지역경제의 돌파구로 ‘경제특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이있다. 경제특구는 지정 그 자체가 성과가 아니라 지정 이후 무엇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최근 안산의 안산사이언스밸리(ASV)가 경기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닌 안산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많은 특구가 지정됐지만 상당수는 부지 조성에 머물거나 간판만 남긴 채 표류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이 들어올 이유는 물론이고 사람이 머물 이유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경제특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명확한 산업 정체성이다. 모든 산업을 다 하겠다는 특구는 아무 산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안산은 기존 제조 경쟁력 위에 연구개발(R&D), 첨단 제조, 인공지능(AI), 로봇, 안전·환경 기술을 결합한 ‘현장형 첨단 산업 특구’로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사람 중심의 설계다. 연구자와 기술자가 머물 수 있는 주거, 교통, 교육, 문화 등이 함께 설계되지 않을 경우, 즉 수준 높은 정주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경제특구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이어야 한다. 셋째, 행정의 속도와 책임이다. 규제 완화가 핵심인 특구에서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경기도 그리고 안산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원스톱 인허가와 전담 조직으로 실행력을 담보하고 기업에 신뢰를 줘야 한다. 경제특구는 도시의 미래를 거는 선택이다. 성공하면 청년 일자리가 늘고, 인구가 돌아오며, 도시의 체질이 바뀐다. 실패하면 값비싼 땅과 공허한 약속만 남게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다. 투자액도 아니다. 실제로 일자리가 늘었는지, 청년이 정착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경제특구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서 증명된다. 안산의 경제특구는 말이 아닌 실행의 속도와 결과로 답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는 일터, 평등한 경기도의 출발점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시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씩 말하며 외쳤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 외침의 공통된 요구는 분명했다. 나와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그 이유로 일터와 삶터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 삶이, 우리 지역이 변해야 진정한 개혁이 완성된다”는 요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노동 현실은 이 요구와 거리가 멀다. 모범 사용자여야 할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부터 계약직과 초단시간 노동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내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초단시간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던 공공 부문 개혁은 직접고용 단기 계약직과 초단시간 노동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과 권리가 갈리는 구조적 차별이 공공 부문에서조차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민간으로 확산됐다. 경비, 청소 등 고령 노동자가 많은 현장에서는 3개월 단기계약이 일상이 됐다. 불안정 고용의 책임에서 공공 부문은 자유롭지 않다. ‘비정규직 공정수당’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불평등한 일터를 가릴 수 없다.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 사업체의 약 70%가 5인 미만 사업장이며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은 해고, 산재, 병가,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역시 법 밖에 방치돼 있다. 일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차별이다. 안전 문제는 참담하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반복되는 중대재해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외주화, 다단계 하청 구조,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의 결과다. 처벌 없는 예방, 책임 없는 대책으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이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차별이 있다.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성별·이주 여부·장애에 따른 차별,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적 차별이다. 차별은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불평등은 안전을 위협한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터져 나온 평등의 요구는 대통령 교체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에서, 일터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경기도는 다시 노정교섭을 복원하고 공공 부문부터 평등하고 안전한 고용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생활임금 결정 과정에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고 특수고용·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포괄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차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언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성별, 국적,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은 노동권 박탈로 이어진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멈춰 있는 지금 경기도 차원의 차별금지·평등조례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평등조례 제정은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일터의 차별을 방치한 사회에 정의와 공정은 존재할 수 없다.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는 일터, 모두가 존중받는 일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경기도에서부터 사회 변화는 시작돼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초고령사회, 신탁으로 준비하는 존엄한 노후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노후와 질병, 상속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에 머물 수 없으며 지역사회와 공공이 함께 대응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후에는 본인의 뜻에 따라 자산이 이전되도록 설계하는 제도로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판단 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개인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신탁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낯설다.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것이 지금 우리 지역사회에 요구되는 역할이다. 부천희망재단은 신탁을 금융상품이 아닌 시민의 권리로 바라본다. 재단은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를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민사신탁을 은행을 통하지 않고 시민 스스로 설계하고 법원 등기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표준 양식과 기초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민사신탁은 시민이 직접 설계하는 신탁으로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를 본인이 직접 정한다. 노후 재산 관리, 치매·질병 대비, 상속 분쟁 예방과 사후 기부·사회 환원 설계를 가능하게 해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천희망재단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시민이 직접 신탁 내용을 작성하고 법원 등기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연계한 상담·교육·절차 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신탁을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삶의 설계 도구로 확장하는 시도다. 부천희망재단은 올해부터 우선 시니어 시민을 대상으로 유언대용신탁과 웰다잉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농협부천시지부를 비롯한 지역 금융기관과 함께 ‘유언대용신탁 기반 웰다잉 교육’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 프로그램은 노후 준비와 상속, 그리고 유산의 사회적 기부를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는 지역 기반 공익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웰다잉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이며 신탁은 그 태도를 제도로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신탁으로 준비하는 웰다잉, 이제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공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술맛은 쌀맛에서 시작

최근 들어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품종별로 구매할 수 있는 쌀 전문점이 생기고 백화점에서는 20여종의 단일 품종 쌀을 판매한다. 이는 ‘좋은 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과거 지역명 중심으로 홍보하던 쌀이 이제는 품종 중심으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이 트렌드는 쌀밥을 먹는 소비자뿐 아니라 술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전통주의 주원료는 쌀, 누룩, 물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은 중요한 재료이지만 국내에서는 전통주 제조용 쌀 연구가 부족하다. 반면 비슷한 양조문화를 가진 일본은 주조용 쌀 연구와 품종 개발이 활발하다. ‘주조 호적미’라 불리는 이 쌀은 입자가 크고 심백(전분만이 모여 있는 부분)이 있어 일본주에 적합하다. 일본은 신품종 개발과 오래된 품종 부활로 술의 품질과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전통주 전용 쌀 품종이 없고 많은 양조장이 수입쌀이나 묵은 정부미(나라미)를 쓴다. 양조 전용 품종이 나온다 해도 제조 방법 변경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쉽게 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또 농가의 재배 여부, 양조장의 활용 가능성 등 실제 사용을 위한 조건에는 가격과 공급 안정성 등 다양한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새로운 양조용 품종 개발보다는 현재 재배되고 있는 밥쌀용 품종 중 전통주 제조에 적합한 품종을 파악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경기도 개발 쌀 품종 네 가지(참드림, 가와지1호, 꿈마지, 연진)로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품종 간 차이가 크다는 사실에 놀랐다. 막걸리의 경우 참드림에 대해 ‘깔끔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특히 여성과 20대, 50대 연령층에서 기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증류식 소주는 여성 20대와 50대에서 가와지1호에 대한 관능 평가 점수가 높았다. 이처럼 현재 소비되는 쌀의 양조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주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쌀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일본 사케처럼 ‘품종’이라는 요소를 확립하고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젊은 양조인들이 많아지면서 쌀을 굽거나 죽을 만들어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전통주는 산업화와 대량생산이라는 이름 아래 저렴하고 한정된 원료를 사용해 왔다. 맛이 획일화돼 가는 전통주 시장에서 품종 중심의 원료 사용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내가 빚은 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술의 특성에 맞는 쌀 품종을 찾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경기도 ‘1형당뇨병 환자’ 정책 변화를 환영하며

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생성되지 않아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현재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한는 질환이다. 같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시간대, 신체 활동량, 스트레스, 날씨와 온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혈당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1형당뇨병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 혈당을 확인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관리해야 한다. 흔히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부모의 부담은 일상 전체를 뒤흔든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혈당 변화 속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학습권과 건강권이 함께 보장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사회의 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저혈당은 단 몇 분 만에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교육기관 및 지방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은 생명과 직결된다. 경기도는 2020년 경기도 당뇨병환자 지원 조례, 2021년 경기도 당뇨병학생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나 오랜 기간 실효성을 갖추지 못한 채 정체돼 있었다. 실태조사 부재와 의료비 지원 공백, 공적 관리 체계 미비로 조례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제도’에 머물렀고 그 결과 경기도의 1형당뇨병 학생과 성인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인슐린당뇨병가족협회는 2023년 인천에서 전국 최초로 1형당뇨병 맞춤형 컨설팅과 학교 현장 의료비 지원을 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부터 경기도에 지속적인 정책 제안을 이어 왔다. 최신 의료기기 도입과 제도 개선, 의료기기 접근성 확대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하며 2025년에도 예산 배정과 제도 도입을 요구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26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경기도 1형당뇨병 환자 지원 사업비와 경기도교육청 당뇨병학생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됐고 관련 예산도 확정됐다. 이로써 경기도의 1형당뇨병 환자와 학생들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공적 의료비 지원을 받는다. 이번 결정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1만6천158명의 1형당뇨병 환자들에게 공공의 책임이 비로소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인구가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의 변화는 아직 1형당뇨병 지원제도가 없는 다른 지역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1형당뇨병 학생과 성인이 사는 지역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각 광역자치단체와 교육청, 지방의회가 한발 앞서 제도의 계단을 놓아 주기 바란다. 공공의 관심과 정책은 한 아이의 삶과 한 가족의 일상, 그리고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토대가 된다. 경기도의 이번 변화가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생활 불편’ 반복, 자원봉사 공동체로 풀어야

남동구 곳곳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생활 민원이 되풀이되고 있다. 가을이면 인도에 가득 쌓이는 은행 열매와 낙엽, 겨울이면 폭설 이후 제때 치워지지 않는 눈이 주민 불편을 키우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높인다. 짧은 기간에 문제가 집중되는 특성상 구청의 인력과 예산만으로는 신속하고 충분한 대응에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동구는 녹록지 않은 재정 여건 속에서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공서비스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행정 인력 중심의 기존 방식만으로 계절성 민원을 해결하려 한다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주민 체감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 이제는 행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민관 협력형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남동구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한 ‘계절별 생활민원 대응 자원봉사 공동체’ 구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공동체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계절별 특성에 맞춘 인도 내 은행·낙엽 정리, 동절기 제설 지원, 생활환경 정비 등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회성 봉사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연중 운영체계를 갖춘 지역 상시 협력 플랫폼으로 키우는 구상이다. 자원봉사센터가 참여자 모집과 교육, 배치와 관리를 전담하고 동 행정복지센터와 관련 부서가 민원을 공유하며 함께 대응하는 협업 체계를 정례화한다면 민원이 나올 때마다 ‘생활 밀착형 공동 대응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는 한정된 재정으로도 민원 처리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자원봉사자에게는 의미 있는 지역 봉사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봉사활동 기회 확대’와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자원봉사센터가 지역 봉사 수요를 상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연계한다면 봉사 참여율은 높아지고 주민의 생활 불편은 줄어들며 행정의 재정 부담도 완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주민은 더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리고 자원봉사자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보람을, 행정은 효율적인 예산 집행의 효과를 얻는 ‘모두가 이익을 얻는 모델’이 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민·관 협력 공동체의 구축은 남동구가 지향하는 ‘깨끗하고 살맛나는 남동구’를 실현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행정 역량에 주민의 자발성, 지역 공동체의 힘을 더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 모델이 완성된다. 남동구가 자원봉사 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진정한 시민 참여형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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