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범한 일상 속 보훈, 문화로 자리 잡아야

매년 6월은 푸릇푸릇함과 함께 경건함이 느껴지는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호국 보훈의 달’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물줄기가 위태롭게 흔들리던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며 기꺼이 ‘지키는 선택’을 했던 이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몰아치는 바람 앞에 온몸으로 맞섰던 독립유공자들,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청춘을 바친 호국영웅들, 그리고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며 이 땅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민주열사가 바로 그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이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세워진 위대한 유산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다. 6월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무척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보훈은 일 년 중 단 한 달만 기억하고 지나가는 가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보훈이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훈의 가치가 미래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와 아이들에게 보훈은 자칫 무겁고 딱딱한 교과서 속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즐기며 스스로 깨닫는 체험형 보훈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국가보훈부는 일상 속 보훈문화 확산과 국가유공자 예우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경기남부보훈지청은 6월26일 오후 5시 수원 화성행궁광장에서 대한민국의 뿌리가 된 독립, 호국, 민주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메모리얼 테마파크: 기억의 광장’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꾸며진다. 과거의 역사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흥미진진한 체험을 통해 보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게임과 활동을 통해 교과서 밖의 생생한 역사를 만나고 어른들은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분 좋은 초여름의 주말 길목,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보훈의 의미를 미래로 잇는 뜻깊은 동행에 참여하기를 소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이천호국원

짧았던 봄이 지나고 국립이천호국원에는 여름을 준비하는 풍경이 완연하다. 아이를 동반한 참배객들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묘역뿐 아니라 태극기가 가득한 태극동산과 무궁화 사이를 거니는 일도 많아졌다. 늘어난 참배객들에게 새로 단장한 건물과 전시실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을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우리나라를 떠올릴 때 태극기와 무궁화가 가지는 위상은 남다르다. 국가기념일이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국제 스포츠 등의 대회에서도 국위를 선양하면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우리 민족의 얼과 염원을 담은 태극기의 태극 문양은 우주 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생명을 얻고 발전한다는 진리를 내포하고 건곤감리는 우주의 원리나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한다. 무궁화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옮겨 심거나 꺾꽂이를 해도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해 우리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잘 나타낸다. 국립이천호국원은 진입 도로에 무궁화를 심었고 호국원 울타리는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또 호국원 내부에는 무궁화동산을 조성하고 주변 산림지역과 연계한 호국원 둘레길을 만들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추모하는 신성한 곳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방문객의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변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호국전시실에는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현대적 전시 기법을 도입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텔링과 전시 환경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웅들에게 영광을 바치고 그들의 희생으로 지켜진 대한민국의 가치를 미래의 유산으로 전하는 공간이다. 세대와 시대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주는, 영웅들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전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린이체험관도 별도로 마련했다. 어린이들이 놀이와 체험활동을 통해 호국영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새기고 미래세대가 지켜 나가야 할 소중한 역사를 배우는 등 나라 사랑 정신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국립이천호국원은 국립묘지의 엄숙한 추모 공간 역할을 넘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청소년, 일반 국민 누구나 찾고 싶은 호국 테마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7년 4월 국가유공자 5만위 안장이 완료됐고 수도권에 위치해 방문이 용이한 국립이천호국원으로의 안장을 희망하는 유가족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실내 봉안당 5만기 증설을 추진해 지난해 준공했다. 지난해 7월7일 국가유공자 안장을 재개한 이후 1년여 만인 올해 6월 기준으로 배우자를 포함해 유공자 1만여위를 모시게 됐다. 참전유공자의 고령화 및 소방 및 경찰공무원 등으로 안장 대상이 확대돼 이천호국원에 안장하려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들의 공훈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국가유공자 안장 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천호국원에서는 평일, 주말, 공휴일, 명절을 가리지 않고 매일 유공자들의 안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명절 연휴에는 호국원 직원들이 무연고 묘소에 참배하고 호국원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을 대신해 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유골이 없는 유공자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해 향후 위패 봉안탑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볼 것이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다.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미래세대에 소중한 자산으로 전승해야 할 것이다. 태극동산을 지나는 길에 밝은 얼굴로 사진을 찍는 가족 참배객을 만났다.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조상을 좋은 곳에 모셨다는 자부심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웃고 있던 초등학생 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직 그러한 대의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 속에 어렴풋이나마 이곳의 경험을 살려 호국보훈의 가치를 마음에 새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전자담배, 안전하다는 착각이 더 위험하다

최근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층 사이에 전자담배가 냄새가 적고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역시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며 이를 안전한 대안으로 여기는 인식은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자담배는 연기가 아닌 증기를 흡입하기 때문에 인체에 큰 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담배 액상에는 니코틴뿐만 아니라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전자담배 액상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프로필렌 글리콜, 식물성 글리세린, 가향첨가제는 모두 기름 성분이 있어 가열된 코일과 만나 물질이 탈 때 블랙카본이 검출된다. 블랙카본은 천식 등 호흡기질환, 조산, 심장마비, 폐암 발생과 관련이 있어 장기간 사용 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는 더욱 위험하다. 다양한 과일향과 달콤한 향을 첨가한 제품은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다. 성장기에 니코틴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니코틴 의존성이 형성되면 이후 일반 담배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자담배가 금연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흡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간접흡연의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에는 다양한 위험물질인 초미세먼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10m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도 이에 노출될 수 있다. 궐련 연기처럼 역한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배출물에 노출되는 것은 인체에 위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자담배 역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공공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전자담배 산업은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 건강에 위해하다는 결과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전자담배의 편리함이나 이미지보다 건강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 ‘담배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자담배도 새롭게 담배로 규정돼 단속 대상이 됐다. 전자담배는 결코 무해한 제품이 아니다.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 건강한 미래를 위해 전자담배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흡연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현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신호

“아이가 계속 울고 있는데 이상합니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렇게 시작되는 신고를 자주 접한다. 짧은 한마디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걱정과 용기가 담겨 있고 전화 한 통이 한 아이의 삶을 지켜내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무겁다. 혹시 아이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지금도 두려움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짧은 이동 시간 동안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은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을 긴장으로 채운다. 현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은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방치된 채 혼자 시간을 보내던 아이, 반복된 폭언과 체벌 속에서 그것이 일상이라 여겨진 아이. 그 눈빛에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어느새 익숙해진 체념이 담겨 있다. 어떤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며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 짧은 말이 진심이 아님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말보다 더 많은 신호를 읽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는 경우도 많고 아이는 두려움에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부모는 훈육이었다고 말하며 상황을 부인하기도 한다. 법과 절차 속에서 즉각적인 개입에 한계가 있을 때 무력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린아이가 방치와 학대 속에서 결국 생명을 잃은 그 사건은 우리가 놓쳤을지도 모를 작은 신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남는다. 아동학대는 결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울음소리, 평소와 다른 아이의 모습 같은 작은 변화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기에 주변 어른들의 관심과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고는 결코 지나친 간섭이 아니다. 한 아이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그래서 오늘도 경찰은 현장에서 아이들의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모든 아이가 두려움이 아닌 웃음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인구위기 시대의 새로운 제안, ‘혼인지속특별공제’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2025년 0.80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를 구조적 반전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코로나19 시기 감소했던 혼인이 일부 회복됐고, 90년대 초반 출생한 에코붐세대가 30대 핵심 출산연령에 진입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출산의 구조적 중심도 20대에서 30대로 이동했다. 모의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2025년 기준 30대 초반 여성이 1,000명당 73.2명으로 가장 높고, 다음은 30대 후반 52.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정책의 한계는 정책 부재가 아닌 현실과의 괴리에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준비되어야 결혼하는 세대’로 사회 기반이 갖춰져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데, 현실에선 노력해도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부모 자산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미래 계획이 달라지지만, 현행 정책은 소득 기준만으로 수혜 대상을 구분한다. 기업마다 출산 및 육아 제도도 많지만,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기 어려운 문화 속에 갇혀있다. ‘민생지원금’처럼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이 있다면, 인구위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혼인지속특별공제’ 도입을 제안한다. 혼인 유지 기간과 자녀 양육 여부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등 확대하는 방식이다. 현행 ‘결혼세액공제’가 생애 1회 50만원 지원에 그쳤다면, ‘혼인지속특별공제’는 매년 적용돼 혼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정적 가족 관계에 대한 혜택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비혼이나 이혼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부정하자는 뜻이 아닌, 가정 유지와 돌봄이 국가 존속을 위한 기여임을 인정하고 공동체가 책임을 나누자는 문화적 제안이다. 한국은 2024년에도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5.8% 수준으로 여전히 혼인 기반 출산 구조가 강한 사회이며, 둘째 이상 출산은 부부 관계 등 생애 전망 안정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저출생의 직접 해결책은 아니라도 인구문제라는 만성질환에 대한 유기적 처방이며, 저출생·고령화 예산 재구조화와 기금 조성 등 단계적 확대를 통해 재원 역시 설계 가능하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편한 ‘인구전략위원회’에 예산 사전 협의권이 부여될 것이라는 내용이 공개됐지만, AI미래기획수석 출마와 인구 조직 인선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인구위기를 관리 가능한 현안 수준으로 보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미래세대가 한국 사회를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신뢰하며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회를 유지하는 것은 사람이며,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생애 전략이다. 단순히 해외 우수 제도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이 고려된 인구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부처 단위 분절된 정책이 아닌 국가 운영의 통합적 과제로서 다뤄야 한다. 세계가 한국의 상황을 우려하는데도, 정작 우리는 국가가 무너지는 속도에 비해 무감한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고령 운전자 조건부 운행은 생명 지키는 약속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운전은 고령자에게 병원 진료, 가족 방문, 생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 기반이며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도로 위 안전은 개인의 권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나 조작 실수는 운전자 본인은 물론이고 보행자와 동승자 그리고 다른 운전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어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떻게 하면 더욱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3년 3만9천여건, 2024년 4만2천여건, 2025년 4만5천여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 또한 2023년 745명, 2024년 761명, 2025년 843명으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는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령 운전자 사고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고령 운전자를 일방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농어촌이나 중소 도시 외곽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병원, 약국, 시장 등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고령자에게 운전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 수단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야, 야간 시력, 반응속도, 판단력이 저하될 수 있고 특히 교차로 좌회전, 차선 변경, 주차장 내 페달 조작 등에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 정책도 단순한 면허 반납 중심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운전 금지가 아닌 개인의 운전 능력과 생활환경에 맞춘 조건부 운행 제도가 필요하다. 조건부 운행은 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운전 제한, 장거리 운전 제한, 거주지 반경 내 운전 허용, 병원·시장 등 필수 생활권 중심 운전을 일정한 조건 안에서 운전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운전의 자유를 빼앗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는 범위에서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장치다. 낮 시간대에 익숙한 동네를 운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 오는 밤이나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은 위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실질적인 운전 능력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의 적성검사와 인지검사에 더해 시뮬레이터 평가, 도로 주행 평가, 의료적 소견 등을 종합하되 고령자를 위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안전 운전을 안내하는 상담형 평가로 운영해야 한다. 또 자동 긴급 제동장치, 차선 이탈 경고장치, 후측방 경고장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보급도 확대해야 한다. 면허 반납자와 운전 제한 대상자를 위한 대체 교통수단도 중요하다. 택시 바우처, 병원 동행 교통 서비스, 마을 순환버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등을 확대해야 정책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처음부터 면허 반납을 요구하기보다 ▲야간 운전 줄이기 ▲비 오는 날 운전 피하기 ▲장거리 운전은 가족과 동행하기 처럼 실천할 수 있는 약속부터 시작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고령 운전자 조건부 운행은 규제가 아니라 배려다. 운전대를 빼앗는 제도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다. 운전 조건을 조정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지혜로운 선택이다. 우리나라의 교통환경과 고령자의 생활 현실에 맞는 세심한 제도 설계를 통해 고령 운전자가 더욱 안전하고 당당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기후위기 시대, 바다 안전의 기준도 달라져야

여름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바다를 찾는다. 갯벌 체험과 낚시, 수상레저와 캠핑까지 해양활동은 이제 특별한 취미가 아닌 일상 속 여가문화가 됐다. 그러나 바다를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변화와 이상 기후가 반복되면서 바다의 위험 역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지성 돌풍과 풍랑, 짙은 안개 등 급격한 기상 변화로 인한 해양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평온하던 바다가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으로 바뀌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연안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갯바위 고립, 해루질 사고, 소형 선박 표류 같은 사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고가 거대한 재난보다 순간적인 방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함, 기상정보를 확인하지 않는 습관, 위험구역 출입에 대한 경각심 부족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기존의 경험과 관행만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는 재난 대응 방식도 사후 수습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얼마나 빨리 구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정부 역시 재난안전관리 체계의 고도화와 예방 중심 안전정책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단속이나 계도 수준을 넘어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촘촘한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국민의 안전의식이 함께하지 않으면 한계는 분명하다. 안전은 특정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면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듯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 준수가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또 출조 전 물때와 기상 정보를 확인하고 반드시 2인 이상 함께 움직이며 야간에는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아주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반대로 말하면 작은 실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 실천에서 완성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며 바다 역시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공간 중 하나다. 변화한 환경에 맞춰 우리의 안전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바다를 찾는 모두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을 생활화할 때 비로소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의 바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귀엽다고 쓰다듬었다가 형사처벌?...아동 성추행, 법원 판단 기준은

아이들에 대한 애정 표현이 일상적인 호의를 넘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마주친 아이가 귀엽다는 이유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본인은 선의였다고 항변할 수 있으나, 최근 법원의 판단 기준은 과거보다 훨씬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인지 여부다. 강제추행은 반드시 강한 물리력이 수반되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이른바 ‘기습추행’은 그 자체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손등이나 어깨처럼 일반적으로 민감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부위라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경우에는 사안이 매우 치명적이다. 이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다. 아동은 상황 인지능력이 성인에 비해 낮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은 실무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 접촉이 없었더라도 신체 부위를 향해 손을 뻗는 등 실행에 착수했다면 강제추행 미수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 법원이 이렇게 엄중한 잣대를 대는 이유는 아동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주관적인 동기보다 ‘사회적 통념’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성적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인 기준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다. 단순히 귀여워서 만졌다는 주장이 법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접촉 부위, 아동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가’를 엄격히 따지게 된다. 법무법인 대륜 김진원 변호사는 “아동 성추행 혐의에 예기치 않게 휘말렸다면, 당황하여 피해 아동이나 부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행위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자칫 혐의를 인정하는 정황으로 비치거나 추가 가해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사건 초기 단계부터 성범죄 전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당시 행동에 성적 목적이 없었음을 법리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블랙박스나 CCTV 영상 등 객관적 자료를 신속히 확보하여 당시 상황이 일상적인 호의의 범주에 있었음을 소명하는 것만이 억울한 성범죄 낙인과 취업 제한 등의 중대한 불이익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특별기고] 선거에 밀린 의병의 날

6월1일은 국가가 법정기념일로 정한 의병의 날이다. 그러나 정작 오늘, 국가 차원의 의병의 날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6월3일 지방선거 일정을 이유로 기념행사가 7월27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의병의 날 기념행사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의병과 관련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국가기념행사다. 2011년 경남 의령에서 첫 행사가 열린 이후 매년 6월1일 개최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연기를 단순한 일정 조정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념일은 평범한 행사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기억하고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역사와 정신, 그리고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의병의 날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일어섰던 의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국가가 정한 날이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지방선거가 3월 초에 있다면 3·1절 기념행사를 연기할 수 있을까. 선거 일정이 겹친다고 현충일 추념식을 다른 달에 개최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국민은 그런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의병의 날만은 예외가 됐다. 이는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의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3·1운동 과정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는 800~1천100명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말 의병전쟁 과정에서 전사하거나 순국한 의병은 1만8천명이 넘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의병의 희생은 우리 사회의 기억 속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고 역사 서술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특히 전사하거나 순국한 의병 대부분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들은 이름도, 얼굴도, 묘비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 바로 무명의병들이다. 최근 들어 무명의병을 기억하고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변화다. 그러나 이번 의병의 날 기념행사 연기는 그러한 사회적 흐름과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점에서 의병의 날 국가기념행사가 정치 일정 때문에 연기된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의병을 기억하는 일이 여전히 국가적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물론 지방선거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가 스스로 정한 기념일조차 정치 일정에 따라 변경된다면 국민들은 그 기념일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가기념행사와 별개로 6월1일 지방자치단체 몇 곳에서 의병을 기억하는 행사가 열리는 점이다. 특히 춘천에서는 의병항쟁 130주년을 맞아 ‘무명의병, 우리가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의병들을 기억하려는 시민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의병의 날은 달력에 적힌 하나의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의병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후손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역사 앞에 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흔들릴 때 잊히는 것은 하루의 행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기억이다. 오늘 의병의 날, 국가 차원의 기념행사는 없지만 기억은 멈춰서는 안 된다. 이름도 남기지 못한 1만8천여 의병의 희생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그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는 하루가 되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의병의 날을 지키는 가장 진정한 방법일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공분의 시대, 공론장의 책임

최근 스타벅스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기업 마케팅 실패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공론장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후 등장한 이른바 ‘탱크데이’ 표현과 세월호 참사 10주기 당시의 ‘사이렌 머그’ 논란은 기업 비판을 넘어 불매운동과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과 브랜드는 단순한 소비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태도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나이키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이후 거센 정치적 논쟁에 휘말렸고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 이후 테슬라 차량 로고를 제거하는 소비자들까지 등장했다. 소비 행위 자체가 ‘어느 편에 서 있는가’를 드러내는 정치적 신호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주에서 5·18은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폭력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동체의 살아 있는 기억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와 집단적 기억을 남긴 비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적 폭력이나 사회적 참사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상업적 맥락 속에서 소비될 때 시민이 이를 단순한 실수 이상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는 역사적 기억에 기반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 주체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의 광고와 언어, 이미지와 상징은 사회적 의미를 생산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문화적 행위가 됐다. 특히 민주주의의 희생과 공동체의 아픔이 담긴 역사적 기억을 다룰 때 기업은 시장논리 이전에 공공적 책임과 사회적 감수성을 고민해야 한다. 무심한 표현 하나가 오래된 상처를 다시 현재로 불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역사적 상처에 대한 시민적 공감과 공분은 민주주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감수성이다. 다만 그 공분이 온라인 공간의 즉각적 감정 구조 속에서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변질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를 정치적 입장의 증거처럼 해석하거나 상대를 조롱과 낙인의 대상으로 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 역시 감정의 흐름에 올라타 상대를 향한 비난과 규탄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소비의 영역마저 진영 대립의 언어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정보보다 반응이 먼저 움직이고 맥락보다 진영이 앞서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디지털 공간은 공감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동시에 분노 역시 증폭시킨다. 문제는 그 속도 속에서 성찰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분노는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힘이지만 숙고 없는 분노는 쉽게 또 다른 적대의 언어가 된다. 공론장이 설득의 공간이 아니라 단죄의 공간으로 변질될 때 민주주의 역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버마스는 민주주의를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는 동일한 생각을 강요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억과 입장을 가진 시민이 끝내 대화를 지속하려는 노력 속에서 유지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거센 감정 경쟁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에 대한 깊은 공감 위에서 공론장의 책임과 절제를 회복하려는 시민적 성숙이다. 민주주의는 분노만으로도, 무관심 속에서도 유지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느냐만이 아니라 그 분노를 어떤 언어와 태도로 사회 속에 남기는가다. 공분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절제를 잃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배제와 대립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성숙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그 분노를 공존의 언어로 바꾸는 능력 속에서 드러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심각한 노인 빈곤율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 6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높은 자살률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드러난 현실은 말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인력이 예산 부족으로 정원에조차 미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사람이 죽어가는 동안 상담사 한 명 더 고용할 돈이 없었다고 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살하는 사람은 노인이다. 자살률은 나이가 들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며 65세 이상, 특히 80세 이상 남성의 자살률은 전체 평균을 압도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오랫동안 놓지 못하고 있다. 만성 질환의 고통, 배우자를 잃은 뒤 찾아오는 극단적 고독,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 평생을 일하고 자식을 키운 사람들이 노년에 선택하는 것이 죽음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의 실패다. ‘내가 죽어야 자식이 편하다’는 말이 망상이 아니라 현실로 느껴지게 만든 구조, 바로 이 나라가 만들어낸 구조가 노인을 죽이고 있다. 일본을 보라. 한때 연간 3만명이 넘는 자살자를 냈던 일본은 2007년 자살을 국가 책임으로 공식 선언하고 2009년에만 약 1천600억원의 예산을 자살 예방에 쏟아부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혼자 죽어가는 국민을 국가가 직접 찾아가겠다는 의지였다. 그 결과 16년 만에 자살자를 1만명 가까이 줄였다. 정책이 생명을 살린다는 명백한 증거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역대 정부는 노인 빈곤과 고독 문제를 수십년째 알면서도 구조적으로 방치해 왔다. 기초연금은 생활을 지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정신건강 인프라는 여전히 도시에 집중돼 농촌 노인에게는 닿지 않는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상담 인력조차 채우지 못하면서 정작 국방예산과 대형 토목사업에는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나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인 자살은 예고된 재난이었다. 그런데도 국가는 그 재난을 개인의 불행으로 처리해 왔다.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노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스템을 버리고 국가가 먼저 찾아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초연금 현실화와 의료비 부담 경감은 복지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고독과 고립을 전담하는 국가 컨트롤타워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무회의의 대통령 발언이 또 한번의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노인 한 명이 홀로 생의 마지막을 결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죽음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사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가장 무거운 책임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복합 해양 위기 시대의 해군력 건설 전략

최근 중동 분쟁에서 목격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행보는 현대전에서 제공권·제해권 장악이 전장을 지배하는 절대적 요소임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는 연안을 포함한 자국 영해의 방어는 물론이고 공해상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안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해군력 유지가 필수적임을 일깨워 준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해양 안보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특히 미군이 중동과 아태지역이라는 두 개의 전장에 동시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전략적 자산 운용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동맹의 지원과 함께 안보 불확실성에 대비해 독자적이고 효율성 높은 해상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아태지역은 중국발 영유권 분쟁과 해상교통로 위협으로 인해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미국은 더 많은 함대를 관련 해역으로 전환 배치하며 역내 국가들과 더불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중국 역시 해군력 증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지난 20여년간 군 현대화에 집중 투자해 왔으며 그 결과 중국 해군은 막강한 전력으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세계 2위 규모인 중국의 국방비는 2021년부터 7% 내외로 꾸준히 증액돼 2026년에는 공표한 금액만 408조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 방위예산의 약 4.4배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중국 해군력 증강의 핵심 원천이 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이미 전투함정 수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반접근·지역거부 전력을 통해 미군의 개입을 원거리에서 차단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미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의 관할권 침범과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은 이미 우리에게 실질적인 충돌 위험으로 다가와 있다. 해외 물동량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해상교통로는 국가 생존의 대동맥과 다름없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 수준을 넘어 역내 전략적 균형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양해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특정 국가를 적대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안보 환경에 대비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강의 차원이다. 이를 위해 한미 관계는 단순한 원조 관계를 넘어 호혜적인 기술 및 생산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무인 체계 등 공동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허브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유사시 공동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군 단독으로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통합전력 구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연합전력의 지원이 제한적일 경우 제한적 권역에서나마 독자적인 공중 및 해상 우세권을 장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고성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서 출발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 군의 거부적·응징적 억제력의 핵심이 되는 비대칭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첨단 무인기 항모를 포함한 한국형 항공모함과 비대칭 미사일 화력지원함 등 미래형 전투함 확보를 통해 입체적인 전력 설계를 완성해야 한다. 해군력 강화는 국가 지도부의 확고한 정치적 의지와 국민적 성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현 정부가 스마트 강군 육성의 비전 아래 핵추진 잠수함과 유무인 복합 체계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자강 안보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국가의 안위와 생존을 먼 바다로부터 연안까지 빈틈없이 책임질 수 있는 강군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비책 마련과 전력 강화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영상으로 전하는 농업기술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에서 공공기관의 홍보 방식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농업기술원 같은 현장 중심 기관은 기존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넘어 도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이 있다. 농업기술원은 연구개발과 교육, 현장 지도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무엇보다 실용적인 기술 전달이 중요하다. 그러나 재배기술 및 병해충 방제 등의 정보는 문서나 강의만으로는 전달에 한계가 있다. 병해충 초기 증상 및 작업 방법, 적기 방제 시기 등은 영상으로 보여줄 때 이해도와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유튜브는 연구 성과를 ‘보고 따라할 수 있는 기술’로 전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최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제작한 ‘영농부산물 안전파쇄 지원’ 영상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영상은 게시 후 단기간에 조회수 1만회를 돌파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영상은 영농부산물 소각 금지 정책과 함께 파쇄 지원사업의 필요성 및 현장 작업 과정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담아냈다.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은 농가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불법 소각을 방지해 산불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장 밀착형 사업이다. 이러한 정책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업 장면과 농업인의 반응을 영상으로 전달하면서 공감과 이해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업기술원의 핵심 기능인 지도사업은 유튜브와 결합할 때 더욱 확장성을 갖는다. 현장 컨설팅 사례, 문제 해결 과정, 작목별 성공·실패 사례 등을 영상으로 공유하면 동일한 문제를 겪는 농업인에게 반복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디지털 지도사업’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유튜브는 도시민과 농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농업 체험, 청년 농업인 이야기, 농산물 생산 과정 등의 콘텐츠는 도시민에게 농업을 친근하게 전달하고 농업의 가치에 대한 공감 형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향후 귀농·귀촌 관심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실용성이다. ‘지금 필요한 기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정보’, ‘짧고 명확한 전달’이 핵심이다. 실제 사례 기반 콘텐츠는 단순한 조회수를 넘어 정책 이해도와 현장 활용도를 동시에 높인다. 앞으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유튜브는 현장 중심, 사람 중심, 문제 해결 중심으로 더욱 발전하고자 한다. ‘얼마나 현장에 도움이 됐는가’로 평가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공적 소통 ‘유물’과 ‘실감영상’

수원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 구축 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전시공간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박물관이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시민과 어떤 방식으로 역사와 유물에 대해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미 수많은 국공립 박물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소통과 교감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수원박물관도 늦었지만 그 소통의 과정에 동참하고자 한다. 디지털실감영상관은 많은 장비와 시설 공간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도 공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콘텐츠 제작이 가장 중요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수원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의 개관은 유물을 보존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의 소통에 중심을 둔 역사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이번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콘텐츠 제작이었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공간을 갖추더라도 그 안에 담기는 이야기가 부족하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 기술은 앞서가고 있고 그 안에서 수원박물관이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수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박물관이 지닌 자산을 어떻게 하면 관람객에게 보다 생생하고 공감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가장 우선에 뒀다. 이러한 고민 끝에 핵심 콘텐츠로 마련한 것이 ‘수원박물관은 살아있다’와 ‘수원팔경’이다. ‘수원박물관은 살아있다’는 박물관이 더 이상 조용히 유물을 바라보는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유물과 기록, 시간과 기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는 점을 전달하고자 기획했다. 단순히 화려한 영상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본질과 의미를 놓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시간을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박물관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다른 콘텐츠인 ‘수원팔경’은 수원의 자연과 역사, 지역의 정서를 디지털 영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업이었다. 수원팔경은 익숙한 경관의 나열이 아니라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적 자산이다. 그렇기에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 전통적 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일이 중요했다. 제작 과정에 고증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동안 수원박물관이 축적해 온 연구 결과를 담아내 완성할 수 있었다. 디지털실감영상관의 완성은 사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번 사업은 수원박물관의 다음 가능성을 열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수원박물관이 과거의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며 시민과 더욱 가까이 호흡하는 수원 역사문화의 중심 박물관이 되도록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원곡동의 상생

만물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5월, 우리 곁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날이 있다. 바로 ‘세계인의 날’이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며 살아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이날은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다문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원곡동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원곡동에는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동네를 지켜온 ‘상호문화자율방범대’가 있다. 초기에는 10여명의 중국인 주민들로 시작했던 이 작은 움직임이 이제는 태국, 필리핀, 러시아 등 국경을 넘어 순찰 때마다 25명이 넘는 대원이 모이는 커다란 상생의 물결이 됐다. 물론 경찰과의 합동순찰을 통해 경범죄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120여% 증가했고 거리에 버려지던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그 수치보다 값진 것은 국적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땀 흘리며 우리 동네를 청소하고 순찰하는 ‘연대’ 그 자체다. 다문화거리가 깨끗해지며 시민이 보내주는 미소는 그 연대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결실이다. 우리는 서로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안전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경찰관의 주도하에 운영 중인 ‘찾아가는 범죄예방교실’은 단순히 법률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다. 내 나라에서는 괜찮았지만 한국에서는 범죄가 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대화하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는 소중한 소통의 시간이다. 이러한 소통을 뒷받침하기 위해 10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25명의 ‘통역 인력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어에서부터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에 이르기까지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억울함을 겪는 이가 없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고 있다. 언어는 다르지만 ‘안전한 다문화특구 원곡동’을 향한 간절함은 모두가 같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옆집 이웃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보다 우리가 함께 이 거리를 가꾸고 지키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이제 갈등을 극복한 다문화의 상징을 넘어 주민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상생을 실천하는 글로벌 치안의 표준이 돼가고 있다. 원곡다문화파출소는 앞으로도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그리고 주민 여러분의 든든한 이웃으로서 이 상생의 길을 묵묵히 함께 걷겠다. 세계인이 하나 돼 안전한 내일을 꿈꾸는 곳, 이곳은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 원곡동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밤낮없는 폭염… ‘대응 체계’ 변화

봄부터 한여름 같은 더위가 찾아오고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낮에는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고 밤에는 후끈한 열대야가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일상, 산업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재난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폭염에 대한 정교한 인식과 그에 맞는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기에 기상청은 새로운 폭염특보 체계를 신설한다. 국민 건강 보호와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폭염 중대경보’가 도입된다. 이는 기존 폭염주의보, 폭염경보보다 높은 최고 수준의 특보다. 6월1일부터 운영될 예정이며 장기간 극심한 고온현상이 이어져 인명 피해와 사회·경제적 피해 우려가 매우 큰 경우 발효된다. 구체적으로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는 지역 중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는 관계기관의 비상 대응체계 강화와 취약계층 보호, 현장 안전관리의 기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야간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국민의 수면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열대야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열대야 주의보’도 도입된다. 열대야 주의보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중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예상되는 곳에 발표된다. 다만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심이나 해안가, 도서지역은 밤 최저기온 26도 이상, 제주지역은 27도 이상일 때 발표될 예정이다. 신설 제도 시행 외에도 기상청은 폭염을 포함한 위험기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년 5월15일경부터 ‘여름철 방재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은 집중호우와 태풍뿐 아니라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본격 가동하는 시기다. 최근 이른 폭염 사례가 늘면서 폭염 영향 예보를 발표하는 등 방재 대응 시점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방재 기간에 폭염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높이고 촘촘하고 강력한 대응 체계로 기후위기 속에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실천도 중요하다. 폭염특보가 발표되면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가급적 삼가고 충분한 물을 마시며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노약자나 어린이 등 취약 가족과 이웃의 건강 상태를 자주 살펴야 하며 기상청 날씨누리와 재난문자, 방송 등을 통해 폭염특보와 기온 전망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 역시 중요하다.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되면 반드시 다음의 3단계 행동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 첫 번째는 ‘중단(Stop)’으로 생계와 직결된 필수업무가 아니라면 모든 야외 활동을 멈춰야 한다. 두 번째는 ‘이동(Move)’이다. 야외에 있는 경우 즉시 지자체가 지정한 무더위 쉼터나 시원한 실내로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확인(Check)’이다. 차 안에 남겨진 생명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가족과 이웃,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폭염 인명 피해를 줄이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열대야는 단순히 잠을 설치는 불편함을 넘어 피로 누적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열대야 주의보가 발령되면 실내온도를 적절히 관리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다음 날 야외 활동이나 작업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고령자와 영유아, 야외근로자 등 취약계층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은 앞으로 더 강하게,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폭염을 단순히 더운 날씨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하나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국민과 정부, 지역사회가 모두 함께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도 촘촘한 더위 감시 체계와 선제적인 예보·특보, 기상정보 발표로 폭염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120년 전 ‘양심전’의 울림, 교육 나침반 되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옛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인 만큼 교육 현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행정에는 그 어느 분야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성적 평가나 입시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 혹은 교육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 소식은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신뢰를 뼈아프게 흔들곤 한다. 촘촘한 감사와 제도의 강화만으로는 교육계의 온전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답은 교단을 지키는 교사부터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교육공무원까지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양심’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120여년 전 한국 역사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던 한 인물의 결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윤성근의 ‘양심전(良心錢)’ 사건이다. 1903년 윤성근은 깊은 내면의 각성을 경험한다. 그는 과거 인천 주전소(화폐 주조 관청)에서 일할 당시 자신이 부당하게 챙겼던 정부의 돈이 떠올라 괴로워했다. 그냥 침묵하면 평생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타협 대신 뼈를 깎는 실천을 택했다.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땀 흘려 모은 뒤 대한제국의 재무부 격인 탁지부를 찾아가 자신이 유용했던 국고를 반납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양심전 영수증’이다. 윤성근의 양심전 사건은 오늘날 교육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매우 뼈아프고도 선명한 교훈을 던진다. 교육공무원과 교육자들에게 요구되는 공정은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윤성근이 20년 전의 잘못을 스스로 직면하고 대가를 치른 그 결연한 용기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다루는 교육자들이 마음에 품어야 할 최고 수준의 직업윤리다. 제도를 운영하는 어른들의 양심이 무뎌지고 적당주의와 타협한다면 우리는 결코 아이들에게 정의와 공정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120년 전 탁지부 관리의 손에서 건네진 한 장의 영수증은 지금 우리 교육계에 묻고 있다. 우리 교육의 공정을 다는 저울은 과연 얼마나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아이들의 미래를 떠받치는 모든 교육자와 교육공무원이 각자의 가슴속에 작은 ‘양심전’의 정신을 새길 때 비로소 우리 교육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고 진정한 백년대계를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화재원인 절반이 부주의... 안전의식 높여야

최근 5년(2021~2025년)간 경기도 화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5천558건으로 전체 화재 원인의 50.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절반 이상이 일상 속 작은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관심과 안전 의식이 필요하다. 부주의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는 담배꽁초 무단 투기, 음식물 조리 중 자리 이탈, 쓰레기 소각, 전기·가스 사용 부주의 등이 있다. 무심코 한 행동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생활 속 화재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조리 중 자리 비우지 않기,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 전원 차단, 가스 밸브 확인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실천해도 화재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용인서부소방서 관할 지역은 공동주택 비율이 높아 화재 발생 시 연기와 불길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공동주택 화재 시 무조건 밖으로 대피하기보다 화재 상황을 먼저 확인하는 ‘살펴서 대피’가 강조되고 있으며 복도와 계단에 연기 및 불길이 확인될 경우 무리하게 대피하지 말고 집 안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반대로 우리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즉시 대피 후 119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예방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외출 전 전기와 가스를 확인하고 조리 중 자리를 비우지 않는 작은 실천과 함께 평소 대피요령을 숙지하는 습관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용인서부소방서는 앞으로도 시민 안전을 위해 화재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생활 속 화재 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0.418% 음주측정 수치에도 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합리적 판결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8%이상을 운전면허 취소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과정에서 이보다 높은 수치가 확인되면 대다수는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운전면허 취소는 기계적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행정처분은 그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가 객관적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재확인하는 합리적 판결을 내렸다. 의뢰인은 이륜자동차 운전 중 음주단속에 적발되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418%이었다. 이는 면허 취소 기준의 5배를 상회하는 수치로, 의식 저하나 호흡 곤란이 동반되는 위험한 수준이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운전면허를 취소하였다. 의뢰인은 형사사건과 별도로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역시 기각되었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을 맡은 담당변호사들은 당시 CCTV를 확인하여 당시 상황을 파악하였다. 의뢰인은 신호를 준수하며 주행하였고, 교차로에서 갑자기 나온 택시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조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음주적발 이후에 출동한 경찰관과 또렷한 대화를 나누는 등 만취 상태와 거리가 먼 정황도 있었다. 담당변호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음주측정 수치가 당시 실제 상태와 부합하지 않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법원은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통하여 의뢰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음주측정 수치와 당시 실제 정황 사이의 모순을 종합적으로 살핀 결과였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의뢰인이 0.08% 이상의 주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중대한 행정처분일수록 객관적 자료와 적법한 절차에 근거해야 함을 명확히 한 사례다. 실무적으로 음주단속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계적 음주측정 수치와 실제 운전 상태 사이의 명백한 불일치는 결과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단속 당시의 주행경로가 담긴 블랙박스나 주변 CCTV 경찰관과의 대화 내용 등 실제 상태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주측정 수치가 주는 압박에 함몰되지 않고, 실체적 진실과 데이터 사이의 괴리를 법리적으로 증명해낸다면 면허 취소라는 가혹한 처분에서도 구제받을 수 있다. 특히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수치가 나왔으니 끝났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와 함께 객관적 정황을 면밀히 재구성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한강에서 선도하는 K-RE100의 여정

최근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은 전례 없는 거친 풍랑 속에 놓여 있다. 만성화된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군사적 충돌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충격파를 던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과 국제 유가 변동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에너지 자립 없는 국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정학적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서 대한민국이 ‘K-RE100’이라는 해법 꺼내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K-water 한강유역본부는 K-RE100의 성공을 위해 물이 가진 잠재력을 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강 수계의 댐과 보가 있다. 댐 상류 수면에는 수상태양광이 펼쳐지고 댐 하류 내에는 육상태양광이 자리한다. 한강이 에너지 자립의 자산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깊은 ‘신뢰’와 공공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검증된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상 가까이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관을 해친다거나 강한 빛 반사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이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은 다름을 알 수 있다. 먼저 경관에 대한 사실이다. 수상태양광은 댐 상류의 넓은 수면 위에, 육상태양광은 정수장 및 펌프장 같은 기존 시설의 유휴부지에 들어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미 있는 공간에 햇빛을 더하는 일석이조의 시설이다. 빛 반사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태양광 패널은 빛을 최대한 흡수해야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 이에 반사를 최소화하는 저반사 코팅 기술이 적용된다. 실제 패널의 빛 반사율은 약 5% 수준이다. 일반 강화유리(8%)는 물론이고 푸른 초원이나 수면 자체의 반사율보다 낮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수상태양광은 엄격한 환경 모니터링으로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입증했다. 육상태양광 역시 기존 시설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추가적인 자연 훼손이 없다. 태양광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걷어내면 시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특히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여러 마을에서는 주도적으로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태양광은 단순 발전소를 넘어 지역 주도 성장을 이끄는 ‘효자 자산’으로 그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민 신뢰와 함께 기관 간 협조도 중요하다.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원활한 인허가 협조는 K-RE100으로 향하는 필수 과정이다.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규제 혁신과 신속한 행정 절차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모든 기관이 ‘국가적 에너지 안보’라는 한곳을 향해 원팀(one team)으로 움직여야 비로소 K-RE100이라는 목표는 현실이 된다. 에너지 위기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자립의 길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강유역본부는 K-RE100의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물과 함께 만드는 청정에너지가 우리의 경쟁력이 되고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대응의 선두 주자가 되는 그날까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며 꾸준히 그 길을 선도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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