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이 시작됐다. 한 해의 시작은 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경기도 지역혁신(RISE) 사업 역시 이제 2차 연도에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은 성과를 나열하기보다 지난 1차 연도의 방향을 차분히 되짚어볼 때다. 우리는 과연 지역에 사람을 남기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진지하게 노력해 왔는가, 아니면 또 하나의 잘 수행된 사업이라는 말로 서로를 안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이름 아래 과밀과 경쟁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안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도심과 외곽, 산업단지와 주거지, 성장 지역과 소멸 위험 지역이 동시에 공존한다. 청년은 많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일자리는 있지만 삶의 기반은 불안정하다. 경기도의 문제는 사람이 없는 지역이 아니라 사람이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에 가깝다. 사람이 머문다는 것은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주거, 예측 가능한 생활 리듬, 안전한 이동, 그리고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품위가 보장될 때 비로소 정주는 가능해진다. 여기에 더해 사람은 빵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머물게 하는 힘은 언제나 기본요건 위에 놓인 감성에서 비롯된다. 공간의 질감, 빛과 소음의 밀도, 걷고 머물 수 있는 여백, 관계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장면들. 이러한 환경적 조건이 결여된 지역은 결국 다시 떠나게 된다. 1차 연도 RISE는 대학과 지자체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동반자가 돼 지역혁신을 실험한 시기였다. 의미 있는 출발이었지만 이제는 한계도 분명하다. 프로그램 수, 참여 인원, 예산 집행률 중심의 평가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경기도 RISE가 주목해야 할 핵심 주체는 성인학습자다. 이들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책 대상이 아니라 이미 지역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거나 떠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교육이나 자격증이 아니다. 다시 배울 수 있고, 다시 일할 수 있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지속가능한 확신이다. 그리고 그 확신은 교육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이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다는 정서적 신뢰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 따라서 지금 경기도에는 새로운 형태의 파일럿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형 공동숙소와 학습·작업공간을 결합한 통합 실험이 그것이다. 이는 삶의 조건을 하나의 장면으로 설계하는 정책 실험이다. 공동숙소는 하루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생활 공간이어야 한다. 채광과 소음, 공용 공간의 비율, 휴식과 집중이 공존하는 구조, 지역의 풍경과 연결되는 개방성까지 고려돼야 한다. 숙소 내부에 소규모 학습·재교육 공간과 작업 공간을 함께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동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과 노동이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잘 설계된 공간은 사람에게 계속 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을 남긴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결합이다. 주거는 중장기 체류를 전제로 한 안정성을 갖춰야 하고 학습은 역량 중심의 재교육으로 전환돼야 하며 작업공간은 지역 산업과 프로젝트, 창업과 프리랜서 노동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소득 경로와 연결돼야 한다. 동시에 이 모든 조건은 인간적인 규모와 심미적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는 순간 정주는 목표가 아니라 구호에 머문다. 이러한 파일럿 정책의 성과는 취업률이나 수료율로 평가될 수 없다. 경기도 RISE 2차 연도의 진정한 성과 지표는 지역 정주율이다. 6개월, 1년, 2년이 지난 뒤에도 이들이 여전히 이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일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무엇이 사람을 떠나게 했는지를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다음 정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역형 공동숙소와 학습·작업공간 파일럿은 건축 사업이 아니다. 이는 경기도가 사람의 삶을 기능이 아닌 장면으로 이해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다. 사람들이 떠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남을 수 있는 조건, 그리고 남고 싶어지는 풍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RISE 2차 연도는 바로 그 설계를 시작할 시간이다. 경기도의 지속가능성 전환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는가에 달려 있다. 사람이 머무는 지역은 언제나 기본이 단단하고 일상이 아름다운 곳이다. 경기도 정주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일보
2026-03-02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