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외교력에서 찾는 시대에 들어섰다. 외교는 더 이상 정치·안보만을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다.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문화 확산, 산업 협력, 관광 수요까지 외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이미 정착됐다. 한국 정부가 연이어 추진한 정상외교와 중동·유럽·아시아 각국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20년간 K-콘텐츠는 한국을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문화원, 공관, 공공외교, 민간 교류 등 외교적 기반이 꾸준히 축적돼 있었다. 일본의 ‘쿨저팬’,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처럼 선진국은 외교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만들고 이 이미지를 관광·산업 확장으로 연결해 왔다. 한국 역시 이러한 선진 외교 흐름의 중앙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이미지 산업’이다. 사람들은 비행기표를 구매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어떤 나라를 좋아하고 어떤 나라에 가고 싶은지 선택한다. 이미지 형성의 최전선은 바로 외교다. 특히 올해 한국이 APEC 의장국을 맡으며 제시한 디지털 전환, 기후·에너지 협력, 청년·문화교류 확대 같은 주요 의제는 관광산업과도 긴밀한 연계성을 지닌다. 한국이 국제협력의 중심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관광객에게는 한국이 더욱 매력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비친다. 단순한 국제행사 주관이 아니라 한국 관광산업의 신뢰도와 매력도를 강화하는 강력한 국가 브랜드 자산이 된다. 최근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2025년 1~9월 기준 약 649만명, 연말까지는 1천800만명 수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국가의 외교력이 한층 높아졌다. 그 상승세로 관광대국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외교와 관광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해외 공관을 단순 행정기관에서 벗어나 한국 관광·문화의 현지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 한류체험, K-푸드 클래스, 드라마 촬영지 홍보 등 현지인들이 한국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콘텐츠와 관광을 연계하는 외교 전략도 중요하다. 드라마·영화 촬영지 투어, 케이팝 공연 연계 관광상품, 지역 축제와 해외문화원의 공동 기획 등은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진다. 셋째, 비자·항공 접근성 개선은 외교 의제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무비자 협정 확대, 복수비자 완화, 지방공항 직항노선 확보는 관광객 유입을 단숨에 증가시키는 핵심 요소다. 세계 관광강국은 모두 ‘항공·비자 외교’를 공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넷째, 지역 관광의 국제화를 위한 지역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의 독창적 스토리를 가진 로컬 콘텐츠를 외교사절단 방문, 해외 언론 팸투어, 국제문화포럼과 연계하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관광객의 흐름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교는 국가 홍보의 최전선이며 관광은 그 외교적 신뢰가 만들어낸 경제적 결실이다. 관광지는 많지만 외교적 신뢰가 약한 나라가 관광대국이 된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이 진정한 관광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외교에서 시작해 관광으로 완성되는 국가 브랜드 전략이 핵심이 돼야 한다. ‘외교력이 곧 관광력’이며 ‘외교의 품격이 대한민국 관광의 미래’를 결정한다.
경기일보
2025-11-30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