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구하려고 선 대기줄은 길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인증샷이 가득했다. 달콤함에 열광하던 기세는 점차 누그러지더니 입춘(立春) 무렵엔 ‘봄동비빔밥’이 그 자리를 꿰차는 듯했다. 제철 나물이 드디어 유행의 주류가 되나 싶었지만 반가움도 잠시 이제는 ‘버터떡’이 젊은층의 미각을 장악하려 등장했다. 음식 유행은 항상 있었다. 허니버터칩, 먹태깡, 마라탕, 탕후루가 그랬다. 대만식 카스텔라, 소금빵, 십원빵, 흑당버블티가 유행을 탄 적 있다. 가게가 많으면 많을수록, 대기줄이 길면 길수록 인기는 치솟았다. 유행 음식은 제각각 다른 듯해도 공통점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달콤하거나 고소하다. 강렬한 첫인상이 있다. 그리고 소수만 남고 빠르게 사라졌다. 유행 음식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행 덕에 몰랐던 재료도 알게 됐다. 두쫀꾸 아니었으면 카다이프이란 재료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평범한 식재료가 뜻밖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봄동이 그렇다. 겨울 끝자락 밭에서 묵묵히 자라던 채소가 어느 날 갑자기 젊은 세대의 입에 오르내릴 줄 누가 알았으랴. 다만 두쫀쿠, 봄동, 버터떡으로 이어지는 미각의 유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음식은 음미하는 것이었는데 먹는 행위가 유행을 쫓는 일이 돼버렸다. 한 입 먹고 ‘나도 안다’고 말하기 위해 달려가는 풍경은 어쩐지 허기보다 조급함처럼 느껴진다. 맛을 보기보다 먹었다는 인증을 SNS에 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봄은 유행처럼 단박에 오지 않는다. 천천히 제 속도로 올라온다. 봄기운에 자라는 냉이, 달래, 봄동 역시 그렇다. 유행도 좋지만 오래 남는 것은 유행의 이름보다 천천히 먹던 한 끼의 맛일지 모른다. 제철 음식을 제때 먹는 것도 행복이다. 봄이다. 봄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봄을 맞아보길 기대한다.
민현배 기자
2026-03-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