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돌’을 오래 들여다보고, 자세히 관찰해본 적이 있을까. 전시장에 들어서면 자연이 만든 예술품 돌을 오감으로 느끼고, 알아가는 공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수백만 년 뜨거움과 차가움을 견디며 때로 화산에서 탄생하고, 파도와 바람으로 깎여나간 돌은 저마다 특별한 무늬, 색깔, 질감이 있다. ‘아이’와 ‘돌’의 만남을 주제로 한 동두천의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기획 전시 ‘아이돌’은 동심의 눈높이에서 돌을 관찰하고, 돌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상을 낯설고, 새롭게 관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박물관과 맞닿은 경기북부의 명산이자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소요산은 가을철 단풍과 자재암, 폭포 등 다채로운 풍경이 특징으로 추석 연휴에 전시와 함께하는 온 가족 나들이를 떠나기에도 좋다. 아이들에게 ‘돌’은 가장 친숙한 존재이자 오래된 친구 중 하나다. 놀이터에서, 길가에서, 가족과 함께 놀러 간 계곡에서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장면엔 ‘돌’이 있다. 너무 흔해서, 언제든 접할 수 있어 오히려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던 돌에는 지구와 자연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돌 속엔 하양, 검정 등 반짝이며 빛나는 작은 광물 알갱이가 숨어있는데 이것이 돌의 알록달록한 색을 만들어낸다. 감람암에 들어있는 광물 감람석·각섬석·휘석, 화강암에 자리한 석영·백운모·장석을 마치 움직이는 현미경으로 밀어서 관찰하면 동심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릴 테다. 이번엔 화산에서 태어난 돌을 만져보는 순서다. 어떤 돌은 화산에서 태어나 뜨거운 용암과 화산재가 식으며 돌이 됐다. 어떤 돌은 딱딱하고, 어떤 돌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다. 유리와 비슷한 물질인 규소가 많이 들어가 매끄럽고 반짝이는 흑요석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현무암, 마그마로 만들어진 화강암 등과 마주한다. 구석기의 대표 돌이자 연필의 재료이기도 한 ‘흑요석’은 겉보기에 단단하지만 다른 돌과 달리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반전의 특성이 있다. 투명한 유리 상자 너머 각각의 돌에 손을 갖다 대면 상자 안에 불이 켜지며 감각을 깨운다. 돌이 만들어낸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편경’은 돌로 만든 우리나라 전통의 악기로 전시장엔 김형곤 악기장이 제작한 편경을 직접 연주할 수 있다. 맑고 청아한 종소리 같기도 한 악기는 위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데 어린이 관람객에게 인기다. ‘돌’과 ‘사람’이 함께한 시간을 다룬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성문 작가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돌’에서 고인돌을 주제로 이를 만드는 과정과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3차원 실물 모형(디오라마)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단순한 권력자의 무덤을 넘어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그 시절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서로가 믿고, 협동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고인돌의 탄생 과정을 떠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거칠고 단단했던 돌은 시간이 지나 잘게 부서진다. 흙은 물을 머금으면 말랑한 반죽이 됐다가, 인간의 무언가를 담는 도자기가 된다. 도예가인 장유정 작가는 ‘새롭게 태어난 돌’에서 돌이 흙이 되고, 사람의 손길과 불을 거쳐 도자기로 태어나는 과정을 소개하며 돌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수능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며, 아픈 자식의 건강이나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돌을 쌓는 경험을 해보거나, 손바닥만한 크기부터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돌탑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품은 돌’에서 진귀원 작가는 소원을 빌며 돌로 탑을 쌓는 놀이를 투명한 색의 레진으로 구현했다. 검정 혹은 회색의 단단할 것 같은 돌이 주황, 노랑, 파랑, 초록 등 영롱하면서도 투명한 색으로 쌓아올려진 모습과 함께 소원을 비는 벽이 어린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진귀원 작가는 “돌을 쌓는 행위는 전 세계,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다”며 “돌은 쌓는 것은 원초적인 놀이이기도, 바벨탑이나 신전처럼 간절한 마음을 보이며 무언가를 염원하는 건축물이 되기도 했다. 인류의 공통 경험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무리는 조용히 돌이 품은 지구와 자연의 소리를 돌아보는 순서다. ‘바람과 파도를 담은 돌의 방’에서 하석홍 작가는 미생물로 숙성한 종이(펄프)라는 색다른 소재로 현무암을 연출하며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돌, 자연, 지구가 살아 숨쉬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현무암의 모습을 한 조각품은 공중 위에 마치 구름처럼 떠 있으며 무게를 무색케 하고, 벽면에 자리한 조각품은 종이라는 소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설면서도 거친 표면을 표현했다. 그는 “돌은 지구의 뼈대이자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 표현했다. 전시는 내년 7월 19일까지.
공연·전시
이나경 기자
2025-10-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