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 해방감과 아쉬움 교차한 시험장 [2026 수능]

“결과를 떠나 무사히 수능 시험을 치러준 아이들이 너무 대견합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종료된 13일 오후 5시20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7시험장인 수원 효원고등학교. 굳게 닫혀 있던 정문이 열리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며 교문 앞을 지키던 학부모들은 함께 고생했을 모든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학생들도 감사를 표했다. 가장 먼저 교문을 나선 유영재군(19)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아버지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유군은 수능 직후 기분에 대한 질문에 “무덤덤한 것 같다”며 “끝났다는 게 아직 잘 실감 나지 않는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고서는 아버지의 얼굴을 흘깃본 뒤 “시험 끝나고 아빠 얼굴 보니 마음이 좀 편안한 느낌이 든다”며 웃어보였다.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 유병현씨(57)는 “우리집 막둥이가 수능을 마쳤으니 오늘은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으려 한다”고 화답했다. 지팡이를 짚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며 손주를 찾던 김형진씨(88). 손주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리를 지키던 김씨는 멀리서부터 걸어 나오는 손주 김군이 보이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을 손주에게 처음 건넨 말은 “고맙다. 고생했다”였고 김군은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와준 할아버지의 품에 한참을 안겨 있었다. 오후 3시께부터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인천고등학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이경진씨(57)는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과 포옹을 나눈 뒤 “우리 아이도 고3이 처음이지만, 수험생 엄마는 저도 처음이라 정말 떨렸다”며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긴 시험을 치른 딸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한편, 이날 지역 곳곳의 시험장은 ‘공중협박’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당국과 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교문 앞에는 경찰 대테러 기능과 기동대 등이 시험장 주변을 돌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도교육청도 올해 이례적으로 공중협박 및 위험물 사고 방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시행, 수험생의 책가방을 교실 밖으로 옮기는 등 사고 발생 위험을 미연에 방치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지역종합

“순식간에 사람들 덮쳤다”…아수라장 된 부천제일시장 [현장, 그곳&]

“‘꽝!’하는 굉음과 함께 평온했던 시장 일상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13일 낮 12시30분께 찾은 부천시 원종동 부천제일시장. 사고가 난 현장에는 트럭의 앞 범퍼가 그대로 떨어져 나간 잔해, 부서진 파라솔과 좌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시장 곳곳에 처참히 으깨진 채소들과 피해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신발과 가방은 사고의 참혹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 느껴졌다. 차량 한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시장 통로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톤 트럭의 돌진으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제일시장. 부천의 명물 시장으로 꼽혔던 이곳은 하루 아침에 참사의 현장으로 전락해 있었다. 사고 현장을 통제하려는 경찰들과 시장 내부로 들어가려는 시민들이 뒤섞여 혼란은 가중됐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울음과 탄식이 시장 안을 매웠지만 일부 상인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변의 상황을 인식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멍하니 사고 현장만 응시하고 있었다. 사고 목격자인 상인 A씨는 “평소처럼 너무나 평온했던 시장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차량 붕 뜨며 사람들은 충격했던 그 상황과 비명소리가 아직도 머리와 귓전에서 맴돌고 있다”며 두눈을 질끈 감았다. 한순간에 자신의 가게 터전이 사라져버린 상인들도 허망함을 나타냈다. 사고 여파로 처참히 부서진 붕어빵 좌대를 정리하던 상인 B씨는 “안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사람들이 시장을 오지 않을까봐 걱정된다”며 “도무지 가게를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이곳 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시민 C씨는 “오늘도 시장에 장을 보러 왔다 사고를 목격했다”며 “정리된 이후에도 시장 입구 근처만 지나가도 사고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사고가 난 부천 제일시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사고를 목격한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위로했다. 김 지사는 “부상자들 치료와 구호, 파괴된 시장 시설복구, (사고를) 목격한 상인이나 장 보러 오신 분들의 심리치료 등 세 가지를 잘 살펴달라”며 “시에 대책본부가 만들어졌다. 필요한 것을 도에 얘기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정오께 사고 소식을 보고 받은 후 ▲부상자 응급처치 등 병원 진료 차질 없도록 부천시, 소방에서 챙기고 추가 인명피해 여부 등 이후 상황 살필 것 ▲파손된 시설물 복구 지원 및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안전진단할 것 ▲사고 목격 상인과 시민들 심리안정 지원할 것 등을 지시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당한 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 차원에서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5시 시는 조용익 시장 주재로 재난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상인 지원과 사고 재발 방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침착하게 봐, 아빠 기다릴게”…수능 긴장감 속, 경찰·교육청 ‘공중협박 차단 촉각’ [2026 수능]

“침착하게 봐. 아빠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오전 6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동원동우고. 정문 앞에는 수험생들이 입실 전 학부모와 포옹하고 기념 사진을 찍는 등 막판 긴장감을 떨쳐내는 모습이었다.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낸 학부모 오순옥(51)씨는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용기 그것만 있으면 된다”며 “아이에게 항상 내일은 있으니 오늘의 최강자만 되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모습으로 입장하는 수험생들도 더러 섞였다. 수원시해병대전우회 마크가 붙은 차량을 타고 들어온 수험생 A씨는 내리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군인 아버지와 입장한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시험 감독관들 역시 이른 시간부터 출입문 통제에 나서 입장하는 수험생들의 수험표를 확인했다. 혹여라도 시험장을 착각해 입실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한편, 폭발물 설치 등 시험장 내 테러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감독관 정영수(50)씨는 “폭발물 설치, 위험물 투척 등 시험장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신원확인 매뉴얼을 철저히 강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수험표 확인 후에는 “시험 잘 보세요”라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수원 효원고 정문도 수험생을 내려주는 학부모 차량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 감독관들로 장사진이 이뤄졌다. 차량 문이 열릴 때마다 “잘 다녀와, 평소처럼만 해”라는 낮은 응원이 새어 나왔고, 학생들은 두툼한 옷깃을 추켜세운 채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한 모습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효원고 3학년생 A양은 “아직은 떨리기보단 ‘드디어 왔구나’ 싶다. 평소처럼만 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친구들과도 이야기 하지 않고 곧장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지역 곳곳의 시험장은 ‘공중협박’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당국과 경찰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교문 앞에는 경찰관 4명과 모범운전자 2명이 거리를 지켰고 잇따라 들어오는 차량과 행렬을 예의주시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이례적으로 공중협박 및 위험물 사고 방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시행, 수험생의 책가방을 교실 밖으로 모두 옮기도록 했다. 실제 시험 시작 직전인 8시20분께 효원고 시험장 내 감독관들은 수험생 전자기기 반입 여부와 책상 위 필기구, 시계 확인을 거쳐 책가방을 모두 복도로 배치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수험생들 “고비 넘긴 우리 모두 수능 대박!” [현장, 그곳&]

“각자의 고비를 잘 넘겼으니 저와 친구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수능 대박!”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12일 수원특례시 장안구 수원북중학교. 예비소집일인 이날 이곳 체육관은 수험표를 받고자 두꺼운 외투를 입은 학생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날 학생들 사이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수능 응시라고 밝힌 김혜성(21)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장안구 수성고. 이곳은 교실에서 담임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수험표를 배부했다. 학생들은 시험장에 가기 전 다 함께 수험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서로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선윤정 교사(44)는 “그간 수능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아이들에게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내일 하루도 잘 해내리라 믿으며 자신감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건물부터 정문까지는 1,2학년생 후배들이 150m 길이 줄을 이뤄 시험장 사전 답사에 나서는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수성고 상징색인 파란 풍선과 격려의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흔들며 열기를 더했다. 2학년생 김경신(18)군은 “내년 이때 똑같이 수능을 볼 텐데 좋은 기운을 주고받고자 응원에 나섰다”며 “그간 노력해온 선배들이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며 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천 서구 청라고에서도 수험표를 받아든 학생들이 저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3학년생 선동혁(19)군은 “사실 2학년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지만 3학년 1년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좋은 대학에 진학해 부모님께 은혜를 갚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이날 임태희 교육감은 “수험생 모두 지금까지 잘해왔고 수고 많았다”며 “앞으로도 여러분의 꿈과 빛나는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가정역 1·2번 출구공사 또 연기… “출퇴근 힘들어” [현장, 그곳&]

“출입구는 지하철 개통 전에 만들었어야죠. 뒤늦게 만들려니 시민들이 이렇게 불편을 겪잖아요.” 11일 오전 8시께 인천 서구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가정역 1번 출입구 공사현장. 루원시티 동편에서 지하철을 타러 오는 시민들은 1, 2번 출입구가 없어 반대편 3, 4번 출입구까지 200m를 더 돌아가고 있었다. 3번 출입구를 통해 역사 안으로 들어서 보니 1, 2번 출입구는 가벽으로 가로막아 놓은 상태였다. 가정역에서 내린 사람들도 막아 놓은 1, 2번 출입구를 이용할 수 없어 3, 4번 출입구 쪽으로 한참 더 걸어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박지훈(47)씨는 “2호선이 개통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출입구를 만들고 있다니 이해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 서구 인천 2호선 가정역 1, 2번 출입구 준공이 지하철 개통 이후 9년째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미뤄지면서 교통약자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불편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날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가정역 1, 2번 출입구는 지난 2016년 인천 2호선 개통 당시에도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과 서곶로 개설 공사가 겹치면서 미뤄진 탓이다. 이후 2019년 서곶로 도로 준공에 따라 다시 출입구 설치를 추진했지만,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비 분담 문제로 중단됐다. 결국 2024년 5월에야 착공이 이뤄졌고 당초 목표는 지난 10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최근 인근 공원개발 준공 지연 등에 따라 내년 8월로 연기한 상태다. 가정역은 일평균 1만5천97명이 이용하지만, 출입구가 2곳 뿐이라 특히 출퇴근 길 교통약자들의 불편이 크다. 출입구가 적어 2개 뿐인 승강기에 지하철 이용객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정역 인근에 오는 2026년 8월 루원복합청사 개청이 예정돼 지하철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출입구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국민의힘·미추홀2)은 “공사가 늦어지는 기간을 감안하면 루원시티 동편 주민들은 수십 ㎞를 더 걷는 셈”이라며 “루원복합청사까지 들어오면 더 복잡해질게 분명하다. 한 번 공사가 늦어진 만큼 이번에는 꼭 예정일에 준공을 마쳐 주민 불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관계자는 “출입구 일대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공원 설치 사업이 먼저 끝나야 출입구 공사를 이어갈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평택 고잔리 분뇨·분진…주민 “숨쉬기도 힘들어” [현장, 그곳&]

“가축 분뇨 냄새에 폐기물 냄새까지… 시골마을 삶이 무너졌어요.” 5일 오전 9시20분께 평택시 청북읍 고잔1리 노인회관 입구 앞.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을 인근에 새로 들어오는 폐기물 처리업체를 가리키며 울분을 토했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코끝에 머물던 시원한 내음은 묘한 냄새로 바뀌었고 길가에는 폐기물 처리업체 등에서 날라온 분진 등이 쌓여 있었다. 주민 A씨(62)는 “집 근처에 돼지·소·닭 농장 및 폐기물 처리업체 등 혐오 시설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며 “창문을 열면 냄새가 들어와 하루종일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74)는 “폐기물을 적재하는 화물차가 거리상 가깝다는 이유로 집 앞을 하루에도 수십번 지나가 먼지는 물론 아찔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며 “근처 에어컨 분쇄공장 등에서 날라온 분진 등이 하루가 지나면 창문 틀에 수북이 쌓인다”고 호소했다. 현재 고잔리에는 폐기물 등을 취급하는 자원순환시설이 49곳, 돼지농장 등 축사가 78곳 등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도 마을 인근에 새로운 폐기물 처리업체가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인근에 폐기물 처리업체가 또 들어선다”며 “행정이 주민을 철저히 배제한 채 업자 편만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일대는 평택에서도 농촌 마을과 공장이 혼재된 곳으로 축사·폐기물 처리업체·공장 등이 밀집해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시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호소했다. 또 고잔1리 등 마을 8곳이 연접해 있어 시설이 들어올 때 마다 주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C씨(74)는 “유독 폐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도와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교통 불편 등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 행정과 관심을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새로 들어오는 폐기물 처리시설은 지난 2005년 이미 신고가 돼있는 상태에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이라며 “주민들의 냄새 등 각종 환경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차 차고지 전락...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 [현장, 그곳&]

“대형 화물차들이 주차장을 온통 차지하고 있으니, 손님도 불편하고 저희도 장사하기 힘듭니다.” 4일 오전 3시30분께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공영주차장. 캠핑카부터 이삿짐 사다리차, 대형 화물차들이 여러개 주차면들을 차지한 채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 3대가 나란히 주차된 화물차들은 주차구역 20면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삼산도매시장 공영주차장은 일반 차량 1천134면, 경차 68면, 장애인 차량 39면, 전기차 30면, 대형 화물차 전용 28면 등 모두 1천299면 규모다. 그러나 상당수를 대형 화물차들이 점령 중이다. 무·배추동 인근 상인 A씨는 “1년 넘게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대형 화물차도 있다”며 “손님 차량이 대형차에 가려 물건을 싣는 데도 불편이 크고 야간에는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도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채소동 건물 인근도 주차난이 심각했다. 시장 이용객들이 화물차가 점령한 공영주차장을 피해 건물 주변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강영미(67)씨는 “대형 화물차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주차할 곳이 없어서 결국 건물 주변만 맴돌다가 겨우 차를 댔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공영주차장이 대형 화물차들의 장기 주차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시민과 상인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5조는 사업용 화물· 여객자동차는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1시간 이상 지정한 공간을 벗어나 주차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단속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부 대형 화물차들은 전용 주차구역이 아닌 일반 차량 구역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을 점령, 주차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앞서 구는 지난 2~9월 단속을 통해 154건의 과징금(개인 10만원, 법인 2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과징금이 대형 화물차 전용 주차장 6개월 이용료(48만원)에도 훨씬 적어 계도 효과는 크지 않다. 유경희 시의원(더불어 민주당, 부평2)은 “대형 화물차 전용 주차면도 밤샘 주차는 불법”이라며 “주민들은 물론 상인들까지 불편을 겪으니 강력한 단속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단속 인원에 한계가 있지만, 오는 2026년부터는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에 들어가면서 불법·장기 주차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때까지는 시와 협력해 계도 캠페인과 단속을 이어가 쾌적한 주차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 산곡동 주택가 ‘골프연습장’ 흉물 방치 [현장, 그곳&]

“흉물처럼 축 늘어진 골프 연습장 그물이 훤히 보이니까 집에서 창문도 안 열어요.” 31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산곡동 한 주택가. 2천여 가구가 넘는 규모의 아파트 밀집지역 한복판에 녹색 골프연습장 그물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물이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 보니 바람이 강하게 불면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잠긴 골프연습장 정문 너머로 보이는 골프연습장 부지에는 각종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처럼 아파트 5층 정도 높이의 골프연습장 그물이 주택가 한복판에 방치 중인 상황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수미씨(41)는 “집 바로 앞에 거대한 녹색 그물이 축 늘어져 있으니 보기에도 좋지 않고, 밤에 주변을 지나다닐 때는 무섭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 아파트 밀집 지역에 폐업한 골프연습장이 1년 넘게 방치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구 등에 따르면 산곡동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던 골프연습장은 운영상 어려움으로 2024년 2월 폐업했다. 이후 골프연습장 측은 이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출입구를 잠근 채 펜스에 현수막을 걸고 구매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골프연습장 그물과 낡은 부대시설들이 버려져 있어 주민들은 안전과 경관 문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구는 조만간 현장을 방문해 개선책을 찾아볼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보고, 골프연습장 측에 개선을 권고하는 등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골프연습장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민 민원이 회사 측으로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만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면허증 없이는 불법”…인천 연수구,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추진 [현장, 그곳&]

“전동킥보드 이용, 면허증 없이는 불법입니다.” 29일 오전 8시께 인천 연수구 연송고등학교 정문. 이재호 연수구청장과 교통행정과 관계자, 연수경찰서 관계자 등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교통안전 수칙이 담긴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다. 전단지를 주면서 “헬멧 꼭 쓰고 타야 돼요” 등 안전 수칙을 알리기도 한다.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무면허 운전은 범죄입니다’, ‘보도 통행 금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킥보드 안전수칙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천 연수구가 학원가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 등을 추진한다. 29일 한국도로교토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인천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 사고는 총 75건으로, 이 중 31건(41.3%)이 19세 이하 청소년들에 의해 발생했다. 최근에는 송도에서 30대 여성이 어린 딸을 보호하려다 중학생 2명이 타고 달리던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채로 전동킥보드를 몰았고, 안전모 착용과 1인 탑승 원칙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5월 개정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PM은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킥보드 대여 사업자의 면허 확인 절차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업체는 인증 절차를 최소화, 면허가 없어도 손쉽게 킥보드를 빌릴 수 있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구는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운전자의 면허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관리하는 방안을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다. 특히 송도와 동춘동 등 학원이 밀집해 있고 보행자가 많은 구역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할 방침이다. 올해 안으로 인천경찰청에 킥보드 금지 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를 요청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례 제정도 준비하고 있다. 이재호 구청장은 “조례에는 구가 할 수 있는 행정적 대책을 모두 담고, 현재 하고 있는 킥보드 견인 단속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동킥보드 사고는 법과 제도가 미흡해 생기는 인재”라며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건물벽 점령한 불법 광고… 미관·안전 ‘와르르’ [현장, 그곳&]

“정신 사나워서 알아보기도 힘들 뿐더러 안전사고도 우려되네요.” 27일 오전 인천 남동구 한 상가건물. 건물외벽에 입점업체 간판들이 경쟁하듯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한 업체는 벽면간판, 돌출간판, 지주간판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6개나 달아놓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서구 한 상가건물도 마찬가지. 건물 외벽에 걸린 4개의 현수막들은 창문들 마저 모두 가린 상태였다. 건물분양 광고부터 입점업체 홍보, 심지어는 식당메뉴판을 걸어 놓은 곳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인근 주민 A씨는 “가게를 찾으려 해도 정신없는 간판과 현수막 때문에 오히려 더 찾기가 힘들다”며 “또 저렇게 많이 걸어두면 떨어지지는 않을까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 곳곳 건물들이 불법 간판·현수막 등으로 뒤덮혀 도시미관을 해칠 뿐더러 시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 등에 따르면 광고물을 설치하려면 크기 등에 따라 구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벽면간판은 5㎡ 이상이면 신고, 한변 길이가 10m 이상이면 허가 대상이다. 현수막은 크기 30㎡를 기준으로 신고·허가대상이 나뉜다. 간판은 업체 1곳 당 건물입지에 따라 최대 3개까지 달 수 있으며. 현수막은 게시틀을 갖추지 않으면 건물에 걸 수 없고 창문 등을 덮어서도 안된다. 이를 어기면 철거는 물론, 크기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22년 1천127건, 2023년 1천58건, 2024년 959건 등 해마다 1천여 건의 불법간판을 적발했다. 건물에 내걸린 불법현수막도 해마다 100~200건 적발됐다. 그러나 불법 간판과 현수막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지역 안팎에서는 불법광고물에 따른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수막은 불이 나면 불길을 더 크게 번지게 하거나 내부확인 및 구조·대피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종식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 화재 사례를 살펴보면 불길이 외벽을 타고 번진 경우도 많아 외벽 부착물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며 “겨울철이 다가오는 만큼 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물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조례 개정 계획은 없으나 당장은 간판정비지원, 현수막수거보상 등을 활성화해 불법광고물 처리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이패스 차로 태부족… 의왕TG ‘정체 악몽’ [현장, 그곳&]

26일 오후 찾은 서수원~의왕간 고속화도로 의왕 톨게이트(수원방향). 고속도로 본선에서부터 속도를 잃은 차량들은 진입 전부터 길게 늘어섰다. 넓게 확보된 차로와 달리 실제 통행이 가능한 하이패스 전용 차로는 양쪽 끝에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패스를 이용하려는 차량이 양쪽 끝으로 몰리면서 긴 줄이 생겼고, 중앙의 현금 결제 차로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체가 심해지자 빈 차로로 급히 방향을 바꾸는 차량이 나타났고,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운전자가 뒤늦게 현금 결제 차로로 빠지려다 접촉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도 더러 연출됐다. 통행 차량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뒤엉켰고, 곳곳에서 경적 소리가 울리는가 하면 일부 차량은 아예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서 있기도 했다. 수원특례시에 거주하며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주말마다 의왕 톨게이트만 오면 정체가 반복돼 긴장된다”며 “차로는 넓은데 하이패스가 끝에만 있고 숫자도 부족해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안양에 사는 20대 자영업자 이모 씨도 “평일 저녁에도 종종 막히는데, 주말에는 톨게이트가 주차장이 된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수원~의왕간 고속화도로 의왕TG가 주말마다 반복되는 정체에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끝에 배치된 하이패스 전용 차로로 통행량이 일시에 몰리는 비효율이 정체는 물론 사고 위험까지 키운다는 지적이 인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서수원~의왕간 고속화도로는 경기 서남부 지역의 상습 정체 해소를 위해 2013년 개통됐다. 해당 구간은 지방도 제309호선에 속한 민간투자도로로, 10차선으로 구성돼 경기남부도로㈜가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곳 수원방향 톨게이트 내 하이패스 차선은 4개뿐이다. 이마저도 1개 차선은 화물차량용으로 일반 하이패스 차로는 좌측 끝 2개와 우측 끝 1개가 전부다. 상황이 이렇자 톨게이트 진입은 물론, 직후 봉담, 의왕, 안양, 북수원 등으로 진출하려는 차량이 엉키며 접촉사고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5년간(2020~2024년) 의왕TG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366건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45건 ▲2021년 63건 ▲2022년 57건 ▲2023년 88건 ▲2024년 113건으로, 2020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2.5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량 통과 효율을 높이는 ‘다차로 하이패스’를 도입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정체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 강등 1년 만에 K리그1 승격·창단 첫 우승…경남에 3대0 완승 [현장, 그곳&]

인천 유나이티드가 안방에서 경남 FC를 상대로 3대 0으로 승리를 거두며, 지난 2003년 창단 이후 첫 우승과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을 확정했다. 26일 오후 3시51분께 인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인천 선수들이 얼싸 안고 어린 아이처럼 K리그1 승격의 기쁨을 만끽한다. 벤치를 지휘하던 윤정환 감독도 경기장으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응원 깃발과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며 기뻐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팬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천 팬 신준하씨(37)는 “지난해 홈에서 강등의 아픔을 안고 눈물을 흘렸는데, 1년 만에 K리그1로 승격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며 “윤정환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은 이날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 경기에서 제르소(34), 무고사, 바로우(33)의 골에 힘입어 3대 0로 승리했다. 승점 77점의 인천은 2위 수원(승점 67점)과 10점 차 이상 벌어지면서 잔여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인천은 지난해 K리그1 최하위로 자동 강등됐지만, 1년 만에 홈에서 K리그2 우승 및 K리그1 자동 승격까지 달성하는 쾌거를 누렸다. 최근 3경기에서 1승 2무(4득점 3실점)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인천은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 측면 침투로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인천은 경남에게 역습 찬스를 내주기도 했으나, 바로우, 이주용(33)의 좌측 라인과 개인 플레이에 능한 제르소의 활약이 전반 내내 이어졌다. 특히, 전반 34분 제르소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전매특허인 스텝 오버 후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인천은 볼 점유율을 높였고, 경기를 주도하며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인천이 주도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명주(35)와 정원진(31)의 탄탄한 중원을 앞세워 경남을 몰아붙였고, 후반 7분 이명주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더로 연결한 무고사의 리그 20호골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 15분에는 무고사가 찬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바로우가 다시 슈팅하면서 경남의 골문을 흔들었다. 인천은 3점 차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경남에 3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인천은 1시즌 만에 다시 1부로 승격한 역대 6번째 팀이 됐다. 2013년 상주 상무(현 김천), 2014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2015년 상주,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현 제주SK), 2021년 김천, 2022년 광주FC, 2023년 김천이 1년 만에 곧바로 승격했다. 한편,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할 수 있는 팀은 최대 3팀이다. K리그2 2위는 K리그1 11위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3~5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를 먼저 치른 뒤, K리그2 플레이오프 최종 승리팀이 K리그1 10위 팀과 또 다른 승강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대결을 펼친다.

인천 주안·부평산단 의료시설 태부족...근로자 ‘건강권 위협’ [현장, 그곳&]

“입주 기업이 3천개가 넘고 근로자 수는 2만7천명인데... 그 흔한 약국이 없습니다.” 22일 오전 9시께 주안국가산업단지. 산단 안 상가 구역에서 약국과 병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 유일하게 한 곳 입점해 있던 약국도, 유일하게 상비약을 팔던 편의점은 최근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산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회사에 출장을 내고 약을 타러 가거나 점심 시간을 이용해 병원이나 약국에 가야 한다. 산단에서 일하는 A씨(38)는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단지 밖 약국도 걸어서 20분을 가야 한다”며 “외근 나간 동료 직원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 구입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부평국가산단도 상황은 마찬가지. 산단 안 약국이 고작 한 곳 뿐이라 출근 시간임에도 약을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른 약국을 가려면 차로 왕복 20분은 걸리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24시간 문을 열지도 않고 상비약을 팔지 않는 곳이다. 인천 주안·부평산단 내 병·의원과 약국이 턱없이 부족해 2만6천여 근로자들의 건강권이 위협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에 따르면 주안·부평산단은 상가단지인 지원시설구역에 병원과 약국이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부평산단에는 병·의원 3곳에 약국은 1곳 뿐이고 주안산단은 1곳도 없다. 이처럼 병·의원이 적다 보니 약국 역시 잘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평일 업무 시간 외 주말, 연휴 등엔 근로자가 없어 수지가 맞지 않는 문제도 입점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산단 밖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78)는 “약국 입장에서 공단은 불모지에 가깝다”며 “저녁과 주말 장사를 못 하면 임대료 내기도 빠듯해 운영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선 이들 산단에 입주 기업만 3천 곳이 넘고 2만6천856명이 일하고 있는 만큼 의료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명규 인천시의원(국민의힘·부평구1)은 “병원과 약국은 일을 하거나 생활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라며 “인천시가 산단에 공공병원이나 약국을 운영하거나 약국이 없는 산단에 민간 약국이 들어서면 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산업단지공단 등과 함께 대책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가을 장마’로 추수 비상… 강화 농가들 ‘울상’ [현장, 그곳&]

“피 땀흘려 키운 벼가 비 때문에 다 무너졌어요. 가슴이 찢어집니다.”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강화도 송해면 신당리의 한 논. 노랗게 익은 벼들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논에는 지난 9월 말부터 계속 내린 비가 빠지지 않아 성인 발목 위까지 가득차 있다. 이 때문에 한창 벼 수확을 위해 바삐 돌아다녀야 할 콤바인은 바퀴가 진흙에 빠져 시끄러운 소리만 낼 뿐,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한다. 농민들은 이처럼 쓰러진 벼 이삭과 진흙탕으로 변한 논바닥 탓에 정상적인 추수를 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농민 송명근씨(63)는 “보통 추석 전후로는 비가 내릴 시기가 아닌데, 올해는 갑자기 비가 많이 왔다”며 “농사를 지은지 40년이 넘도록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때 추수를 못하면 아예 벼 이삭을 버려야 해 올해 쌀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올해 농사는 망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인천 강화지역 농가들이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가을 장마’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강화지역의 벼 재배 면적 9천493㏊ 가운데 약 4천250㏊(45%)만 수확이 끝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천678㏊(9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벼 이삭이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도복’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강화에 지난 9월28일부터 ‘가을 장마’가 시작해 추석 연휴인 6~12일에는 무려 100㎜가 넘는 비가 왔다. 특히 벼가 쓰러지는 도복 현상 이외에도 바닥에 주저앉은 벼 이삭에서 다시 싹이 자라는 ‘수발아’ 현상까지 일어나 한창 수확의 기쁨으로 넘실대야 할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싹이 난 벼는 수확을 하더라도 상품가치가 없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확이 늦어지면 수매와 건조 등도 잇따라 지연, 쌀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볏짚 확보도 어려워진다. 이는 일대 축산 농가의 사룟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기온이 고온다습하지는 않아 전라남도 일대처럼 깨씨무늬병이 발발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군은 농가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한편, 지원 대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군은 벼 재배 면적의 10~20%가 도복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 12일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 부서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농업기술센터와 읍·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상시 현장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례적인 비로 농가 피해가 큰 만큼,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며 “피해 농민들이 신속히 재해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다른 지원이 가능한지 예산 등을 검토해 농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추석 지난 지가 언젠데… 인천 ‘명절 현수막’ 몸살 여전 [현장, 그곳&]

“현수막 하나라 사소하게 생각하겠지만, 정당이 약속을 어기면 되겠어요?” 15일 오전 인천 동구 한 사거리. 길었던 명절 연휴가 지난 지 한참이지만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명절 인사 정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게시기간을 확인해 보니 모두 기간을 넘긴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미추홀구 또다른 사거리도 마찬가지. 정당을 가리지 않고 기간을 넘긴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인근 대학생 A씨는 “정당이 규정을 어기면 되겠느냐”며 “철 지난 정치색 명절인사에 오히려 신물이 날 지경”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인천 거리 곳곳에 게시기간을 넘긴 현수막들이 방치되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 ‘정당현수막 설치·관리 요령’ 등에 따르면 정당현수막에는 게시기간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기간이 끝나면 자진 철거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지자체가 게시자에게 철거명령을 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한다. 인천에서 기간 위반으로 적발된 정당현수막은 지난해 3천122건, 올해(9월 기준)는 3천464건으로 전년도 적발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적발된 건수보다 더 많은 불법 정당현수막들이 방치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현수막은 군·구에 신고하고 걸어야 하는 반면, 정당현수막은 신고하지 않아도 게시할 수 있어 지자체가 개수나 위치, 기간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들이 지역을 돌며 위반 현수막을 확인하거나 시민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지역 안팎에서는 지자체 점검 강화뿐만 아니라 정당현수막의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현수막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옥외광고물과 동일하게 취급·관리돼야 한다”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위반 시 철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군·구와 함께 위반 현수막을 점검하겠다”며 “아직 관련 조례 개정 계획은 없으나,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기껏 안정되나 했더니"…또 규제지역에 '한숨 푹' [현장, 그곳&]

“또 규제…”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갭투자가 몰리자 정부가 다시 부동산 잡기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책과 9·7 대책에 이은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인데, 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된다는 게 골자다.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장 16일부터 서울 전역(25개 자치구)과 경기도 12개 지역(▲과천 ▲광명 ▲성남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의왕 ▲하남)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된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이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인다. 이에 따라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DTI(총부채상환비율)도 40%로 제한되며,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불이익이나 청약 제한 등도 적용된다. 경기권에선 한숨이 짙은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규제로 묶여있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피해 부동산 수요가 한강벨트(성동·마포·광진)를 비롯해 성남시·과천시 등으로 뻗어가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지역 지정은 어느 정도 점쳐졌던 상황이라, 대상지역들의 실망감이 높다. 성남 분당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를 희망하는 수요자들로부터 대출금을 끼고 어떻게 집을 사야하는지에 대해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당분간 지역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 중앙동의 다른 공인중개사 또한 “최근 과천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면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조치로 다시 매수세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까지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지역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의왕시의 부동산 관계자는 “의왕 지역은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규제 대상에 포함돼 허탈하고 혼란스럽다”며 “규제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돼 당분간 매매가 줄어들고, 재개발 분양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강벨트 과열’과 같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수도권에 강력한 규제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정확한 상황 판단 없는 규제 되풀이는 ‘집값 잡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관계자는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 규명도 없이 단편적인 규제강화 내용만 담고 있어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잡기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역종합

경기 광주시청사 이틀 연속 '주차전쟁'…만성 주차난 심각 [현장, 그곳&]

“오늘은 정말 최악입니다. 주차장 통로마저 차량이 주차돼 오도가도 못했습니다.” 14일 오전 11시께 광주시청 주차장 입구. 이곳에서 만난 공무원 A씨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도로까지 흘러 나왔고, 출근길 정체에 업무 시작 전부터 피로감이 몰려 와서다. 광주시청사 주차장 입구가 추석연휴 직후인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혼란을 빚었다. 1층부터 3층까지, 총 750면에 달하는 주차 공간은 오전부터 밀려오는 차량에 일찌감치 만차였다. 통행로를 침범한 이중 주차 차량들이 속출하면서, 출근하는 직원들은 물론,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의 불편이 극에 달했다. A씨는 “시청사 주차난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 민원인들의 짜증이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시청의 대민 서비스 이미지가 훼손된다”고 토로했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시청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주차장을 40분이나 맴돌다 겨우 차량을 주차한 민원인 B씨의 분노는 터져 나왔다. “주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이거야말로 시청이 시민 편의를 외면하는 게 아니냐”며 공공기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틀 연속 주차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13일과 14일 양일간 청사 10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160여명 규모의 '인구주택총조사 교육' 때문이었다. 이틀간 교육에 참여한 160여명의 차량이 주차공간을 종일 점유했다. 문제는 이날 교육뿐만 아니라 시청사 10층에 위치한 대강당의 뛰어난 접근성 때문에 예비군 교육, 인구주택총조사원 교육 등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가 이곳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교육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시청 주차난은 구조적으로 ‘고질병’화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청이 교육장소로 선호될수록 주차장은 만성 포화상태를 면치 못하며, 주차장 설계 당시 예상했던 하루평균 주차수요를 훨씬 넘어선 차량들이 매번 청사로 쏟아져 들어온다. 이처럼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자, 공공 청사의 본래 목적인 '시민 편의 제공'이 주차 문제로 인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들은 물론, 직원들 조차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닌 항구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직원 C씨는 “시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외부 주차장 유도는 문제의 불씨를 다음 교육 행사로 넘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주차공간 750면이 감당해야 할 만성 주차난은 지속될수 밖에 없다. 주차문제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항구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내년 본예산에 3층 주차장 뒤편 타워 주차장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비를 책정했다"며 "각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교육장소를 로컬푸드센터 등 외부 시설로 분산하거나, 경안배수펌프장 등에 차량 주차 후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대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겨우 지나가”… 화재시 '속수무책' 인천 전통시장 [현장, 그곳&]

“바퀴 달린 장바구니도 겨우 지나다니는데, 불이 나도 소방차는 못 들어온다 봐야죠.” 13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종합시장. 폭이 약 4m 정도인 시장 중심 통로 한가운데에 과일, 채소 등을 파는 매대가 줄지어 있었다. 이 때문에 매대와 상점들 사이 통로는 성인 2명이 나란히 걷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지혜씨(31)는 “곳곳에 매대가 들어서 있어 통로가 너무 좁다”며 “2명이 동시에 지나기 어려운 곳도 있어서 다른 사람이 마주 오면 비켜주려 멈춰 서기도 한다”고 했다. 같은 날 미추홀구 신기시장과 동구 현대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기시장 ‘순대 골목’에는 가게 앞 좁은 통로에 순대 찜기까지 설치해 성인 1명이 겨우 오갈 정도였다. 또 현대시장 일부 공간은 층고가 낮고 통행로도 좁아 한눈에 봐도 폭 2.5m의 중형 소방펌프차가 들어설 수 없어 보였다. 인천지역 전통시장 10곳 중 4곳꼴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갑)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인천의 전통시장 57곳 중 23곳(40.4%)이 ‘소방차 진입이 곤란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국 광역 시·도 중 서울(34곳)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미추홀구와 부평구가 각각 5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구가 4곳이었다. 특히 동구에서는 2020~2024년간 6건의 전통시장 화재로 12억5천835만원의 재산 피해가 나기도 했다. 허 의원은 “전통시장 화재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다”며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협력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시장을 중심으로 맞춤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점포 수가 많은 전통시장은 화재예방강화지구로 지정해 소방시설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자체 등과 함께 긴급차량 이동을 위해 시장 내 가게들이 설치한 매대가 황색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지도·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왕길동 공단 ‘화마’ 겪고도… 또 ‘다닥다닥’ 복구 [현장, 그곳&]

“좁은 간격에 위치한 공장들을 불길이 삽시간에 집어삼켰었는데…또 다닥다닥 붙여 지어 놨네요..” 9일 오전 인천 서구 왕길동 64의 52 일대 공장 단지. 지난해 화재로 잿더미가 됐던 공장 건물터 그 자리에 다시 같은 규모로 새 공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 공장과 주변 다른 공장들간의 간격은 2m도 채 되지 않아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도 비좁았다. 이 공장뿐만 아니라 지난해 불에 탄 공장 부지마다 겨우 1.5~2m 간격을 두고 공장들이 다시 지어져 있었다. 이곳 한 제조 공장 대표 A씨는 “지난해 우리 공장 바로 옆까지 불이 옮겨 붙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불에 탔다가 새로 지어진 공장들마저 옛 모습 그대로 다닥다닥 붙어있다”며 “또 불이 나면 큰 불로 번질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용접 작업을 주로 하는 공장들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공장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상태였다. 지난해 공장 건물 76개 동이 불에 탔던 인천 왕길동 공장 단지에 다시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종전 불길의 확산 원인으로 지목됐던 공장 간 좁은 간격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어져 대형 화재 참사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이 곳은 공장 규모가 작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적용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서구와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왕길동 64의 52 일대 공장들 화재 복구율은 약 80% 정도로, 화재 이후 공장을 계속 운영할 업체들은 대부분 복구를 마쳤다. 앞서 지난 2024년 10월20일 오전 이곳에 있는 한 공장 건물에서 발생한 불이 11시간여 동안 꺼지지 않고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의 공장·창고 등 건물 76개 동을 태웠다. 소방 당국은 당시 바람이 강하게 분 데다 공장 건물들 간격이 좁아 불이 빠르게 번졌고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화재 전 위치와 규모 그대로 공장·창고 건물을 새로 지어 운영하면서 화재 시 1년 전과 같은 불길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화재 이후 공장들 간격에 대해 검토했지만, 민간 업체들의 건물 간격을 더 벌리도록 강제하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대규모 화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 확인 결과, 공장·창고 건물들과 가설건축물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신 배전반·분전반에 설치하는 소공간용 소화용구나 투척용 소화액 등 용품을 업체들에게 지원했다”고 했다. 이어 “해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학교 방음벽 상태 불량… 관리 책임도 부실 [현장, 그곳&]

“너무나 낡아 보기 싫은 건 둘째 치고 방음이나 제대로 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1일 오전 인천 남동구 한 중학교. 교차로쪽 학교 담장에는 높이 솟은 방음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플라스틱과 철판으로 만든 방음벽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곳곳이 크게 갈라져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갈라진 틈 사이로 학교 안이 다 보일 만큼 균열이 컸다. 깨진 방음벽 플라스틱 판넬은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같은 날 오후 부평구의 다른 중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섬유재질로 만든 방음벽은 곳곳이 삭아 패어있었고, 그 위를 덮은 나무 장식도 갈라지거나 아예 떨어져 있었다. 학교 안쪽 방음벽 아래에서도 바깥에서 지나는 차량들의 경적 소리 등 여러 소음이 또렷하게 들렸다. 이 학교 학부모 A씨는 “방음벽이 너무 낡아 떨어져 내릴 때도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려고 했으나 학교나 구청에서도 관리주체를 몰라 조치하기가 어렵다고 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학교들의 방음벽이 낡아 안전사고와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지만 관리주체도 불분명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교 방음벽은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가 방음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날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환경부 행정규칙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은 방음벽 관리주체가 안전성과 방음성능을 수시로 점검·보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인천 지역 방음벽을 설치 학교는 82곳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점검을 받지 않았거나 받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곳이 67곳(82%)에 이른다. 특히, 방음벽은 관리주체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설치 당시 관계기관 간 협의에 따라 관리주체를 정한다. 이에 따라 인천 학교 방음벽의 관리주체는 학교 46곳(56%), 인천시 7곳(9%), 군·구 20곳(24%) 등으로 제각각이다. 방음벽을 만든 지 오래 돼 기록이 없거나 관리주체를 정하지 않아 불분명한 곳도 9곳(11%)에 이른다. 지역 안팎에서는 관리주체를 명확히 해 점검·보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규 시의원(국민의힘·부평1)은 “관리주체가 각기 다르거나 불분명해 문제 발생 시 신속대응이 어렵다”며 “문제 방음벽들에 대한 보수와 함께 관리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지역 학교 방음벽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시·군·구와 협의해 보수 및 관리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