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복지예산 대폭 삭감’ 뜨거운 감자…정치권까지 번져 [집중취재]

경기도의 2026년도 복지 사업 예산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복지국 예산 중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이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경기도의회 여야 의원들이 뜻을 모았다. 김동연 지사 역시 이 같은 문제 인식에 공감하며 추가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이 김 지사에 대한 ‘견제구’로 노인 복지 예산 삭감을 꺼내면서 정쟁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내년도 복지 사업 중 총 214건(2천440억원 규모)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중 일몰에 따라 전액 삭감된 사업은 64건(240억원), 감액된 사업은 150건(2천200억원)에 달한다. 주요 삭감 사업에는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 10억원, 노인복지관 운영비 39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223억원,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지원 26억원, 사회서비스원 운영 지원 62억원, 경기도형 긴급복지 32억원 등이 포함됐다. 예산안이 제출된 뒤 도의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삭감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열린 복지국 대상 행감에서 황세주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예산규모에 따라 사업규모를 줄이는 게 맞냐”고 지적했고, 정경자 의원(국민의힘·비례)도 “예산심의 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며 복지 예산 확충을 주문했다. 최악의 경우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삭감 철회까지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전날 본회의에서도 같은 지적을 받은 김 지사는 여러 차례 복지 예산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7일 충북 청주시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가 노인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행정 편의주의가 노인 복지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이재명 정부의 확대 재정으로 국고보조금이 약 2조원 늘어나면서 지방 매칭 재원이 필요하게 됐다”며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지적하신 복지 예산은 상임위에서 꼼꼼히 검토하고,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이 전부 반영되지 못한 사업은 1차 추경에서 반드시 채워 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노후 발전소 도내 2곳... 해체 매뉴얼 ‘제각각’ [집중취재]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본보 6일자 인터넷 최초 보도)로 7명이 매몰되고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감사원이 올해 2월 발전소 해체 공정의 부실함을 지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기도내 시설 노후화로 철거가 예정된 발전소들 역시 통일된 해체 매뉴얼은 구비하고 있지 않아 구속력 있는 고위험 공정 매뉴얼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월 ‘주요 발전설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소들이 안전관리·정비·해체 표준 매뉴얼을 일관되게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화력발전소가 소속된 한국동서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가 소속된 한국남동발전 등은 산하에 발전소를 실제 운영하는 지역별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표준 매뉴얼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본사 차원의 통합 해체 표준 매뉴얼 마련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6일 울산 발전소 붕괴 사고가 발생했지만 도내 해체를 앞둔 발전소들은 별도의 해체 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력발전소는 철거 시 ‘해체 계획서 제출 및 허가’ 절차가 법적 의무지만 화력발전소 설비의 경우 이 같은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지역에는 △평택화력발전소(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포천복합화력발전소(포천파워㈜) △분당복합화력발전소(한국남동발전 분당발전본부) △일산복합화력발전소(한국동서발전 일산발전본부) △안산복합화력발전소(에스파워㈜) 등이 가동 중이다. 이 중 분당복합화력발전소는 올해 1월 발전사업 변경 허가를 받고 노후 설비 교체를 위한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또 평택에 위치한 한국서부화력발전소 평택본부는 2024년 12월 기력발전소 1~4호기 가동을 중단하고 수소복합발전단지 조성에 착수, 해체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정비·보수 단계별 안전매뉴얼은 갖추고 있지만 해체·전환 공정에 특화된 표준 절차서는 없는 상황이다. 분당복합화력발전소 관계자는 “현재 착공 전 단계로 위험 요인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착공 시점이 확정되면 별도의 관리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화력발전본부 관계자도 “향후 본격적인 전환 일정에 맞춰 해체 절차와 안전관리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발전소 해체는 고온·고압 설비와 중량물, 유해물질이 복합된 고위험 공정으로 자회사 자체 판단으로 철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본사 차원의 통일된 해체 매뉴얼 수립은 물론이고 정부가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단독]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근로자 7명 매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6580177

해체 앞둔 노후 발전소 2곳… 경기도 남일 아니다 [집중취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가 철거 과정에서 붕괴(본보 6일자 인터넷판 최초 보도)돼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에도 해체를 앞둔 노후 발전소가 두 곳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단지와 주거지에 전력을 공급하던 성남, 평택 내 화력발전소가 현대화 내지 재조성을 위한 철거를 앞두고 있는 데다 성남 내 발전소는 도심과 인접하기까지 해 유사시 피해 확산이 불가피해서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에 위치한 분당복합화력발전소는 1993년 준공, 가동 30년을 넘기며 노후해 현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은 2024년 말 시공사 선정을 거쳐 올해 10월 성남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었으며 기존 시설 철거 및 새 설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1980∼1983년 평택 포승읍 일원에 순차 완공된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역시 시설 노후를 이유로 2024년 12월31일 1∼4호기 가동을 중단, 발전 방식 전환을 위한 해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6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가 노후 시설 철거 중에 발생했고 발파로 철거하기 위한 ‘취약화 작업’(건물 기둥 등 구조물 일부를 제거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무너지게 하는 작업)이 주요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며 유사 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분당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맞은편 버스정류장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고 주변부에 상가와 공동주택 단지 등이 밀집한 상태다. 철거와 리모델링 과정에서 붕괴나 화재,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 피해와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인근 주민 A씨는 “이곳은 유동 인구와 주거 시설이 모두 많은 곳인데 혹시라도 (발전소에서) 붕괴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피하거나 대응해야 할지 몰라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발전소는 내부에 위험한 설비가 복잡하게 들어서 있어 해체 작업 시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기 지역 발전소의 경우 도심지에 위치한 곳이 많아 운영, 철거 등 모든 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안전 기준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소방청은 이날 김승룡 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인명수색, 해체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협의체 운영, 전문 구조대원 추가 투입, 24시간 연속 수색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 관련기사 : [단독]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근로자 7명 매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6580177 경기도 노후 발전소 도내 2곳... 해체 매뉴얼 ‘제각각’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7580197

“속은 것도 억울한데 처벌까지”... 보호 사각지대 놓인 사기 피해자들 [집중취재]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허위 신고자로 처벌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장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7개월간 투자 리딩방 특별단속 결과 총 7천232건(검거 인원 3천300명)이 적발됐으며 피해액은 8천949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리딩방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민 금융피해 방지 대책의 하나로 민생파괴 금융범죄 처벌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투자 리딩방 피해자 역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는 관행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기소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12월6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최근 기존 보이스피싱보다 지능화된 수법으로 투자 자문을 가장한 사기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불법 리딩방을 통한 사기 행위 역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전기통신을 이용해 일어나므로 현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판례와 수사 실무 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의 지급정지 신청 문제는 단순히 매뉴얼 부재가 아니라 법적 근거 자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며 “경찰이 판례만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명확한 법률이나 규정, 최소한 내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만으로 일선 경찰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기는 어렵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식 리딩방은 자본시장법상 규제 근거가 있지만 코인 리딩방은 관련 조항이 전무해 사각지대가 넓다”며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코인 리딩방을 명확히 포함시키고 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나아가 로맨스 스캠 등 신종 범죄까지 지급정지 범위를 확장해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좌 지급정지 했다가…리딩방 사기 피해자, 가해자 둔갑 [집중취재]

#1. A씨는 공모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해 200%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중개사의 말에 속아 1억원을 투자했으나 상장 후 배정받은 주식은 단 1주에 불과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지급정지를 시도했으나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해야만 가능하다는 안내를 들었다. 돈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지급정지를 신청한 A씨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2. B씨는 유튜브 광고를 보고 코인 리딩방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찾으려다 계정 업그레이드와 세금 납부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는 수 없이 요구한 금액을 입금했으나 연락이 끊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계좌 지급정지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급한 마음에 은행에 직접 지급정지를 신청한 B씨는 피의자가 됐다. 투자 사기 피해자들이 범죄 피해 복구를 위해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했다가 오히려 허위 신고자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해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규정된 조항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 피해자 역시 보이스피싱과 동일한 보호 대상으로 판단하는 판례를 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이 같은 판례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를 오히려 피의자로 수사하는 실정이다. 최근 투자 리딩방 등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정했다. 선물 투자 리딩 범죄 조직원에게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적용된다고 인정하면서 투자 리딩방 피해자들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지급정지 및 피해구제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 취지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리딩방이나 가상자산 사기를 보이스피싱으로 인정해 지급정지를 신청했다가 기소된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판례가 속속 나왔다. 그럼에도 현장 수사와 기소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최근까지도 주식 리딩방 피해자들이 허위 신고로 지급정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200여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경기지역 피해자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검찰에 송치돼 약식기소로 200만~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참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판례와 100%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리딩방 사기나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의 지급정지 신청은 사실에 기초한 구제 행위일 뿐 허위 신고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정당한 권리 행사로 판시했음에도 이들을 다시 허위 신고자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금난… 제약·바이오, 10년 넘는 신약 개발 중단 [집중취재]

국내 제약·바이오 현장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직면해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장기적·비수익적인 신약 개발 ▲제한적인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한 자금난 이유로 시장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치고 나가는 사이 한국의 제약·바이오계는 여전히 현실과 목표 간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제약·바이오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한미 협상으로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 제네릭은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관세는 불확정이어서 업계는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 정세와 함께 내부적으로도 산적한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부담은 ‘길고 비싼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은 ▲유망 물질 탐색 ▲동물실험 ▲임상 1~3상 ▲당국 승인 등 과정이 필요하고 약 10~15년이 걸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평균 비용은 약 3조원(22억 달러), 임상 실패 비용은 1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임상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업계에서는 이를 ‘죽음의 계곡’이라 부른다. 연구개발(R&D) 자금 대부분이 기업 부담인데 세제 지원도 충분치 않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혁신 기술이 있어도 상용화 단계에서 좌초된다”는 토로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매출 1위 제약사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으로 75조원을 기록했고 애브비·머크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운난백약그룹도 약 7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 글로벌 13위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선전했지만 5조원 이상 기업은 없다. 경기도내 한 바이오기업 연구소장 A씨는 “최근 바이오 투자가 급감하며 벤처사들이 자금난에 직면했다”며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선별적 집중투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B씨는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 임상 3상까지 시간이 길어지는데 R&D 15% 이상을 투자해도 제도 지원이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역량 강화가 국민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 향하는 韓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속병’ 新처방전 ‘발등에 불’ ■ AI로 심사 빨라진다지만…현장은 속도보다 ‘균형’ 세계 10위권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수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는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재명 정부는 관련 산업을 5대 강국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으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을 발표하고 다양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현장에선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과 함께 시장 수요에 맞는 효율적인 R&D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은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임상시험 3위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수요자 체감형 규제로의 대전환 ▲기술·인력·자본 연계로 혁신 성장 가속화 ▲앵커·바이오텍 기업 동반 성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세워졌다. 정부는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신약을 심사하는 구조를 마련, 400일 이상 소요되는 허가심사 기간을 240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인력을 늘리고, 인공지능(AI) 심사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심사는 1단계가 지나야 2단계를 시작하는 순으로 자료를 검토해 절차가 길어지는데, 이를 1단계+2단계 동시 체계로 바꾸는 방식이다. 또한 AI 신약개발과 로봇 자동화 실험실 등 ‘AI-바이오 의약기술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해 연구 생산성을 높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현재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지 점검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디지털바이오, AI 바이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개발 중인 1천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 물질과 연구 과제 등을 유지하고 있어 현장 수요와의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 만큼 현장에서의 수요를 고려해 상호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연구개발비 90% 기업이 부담…“뒷받침할 정책 절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2023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제약 산업의 총 연구개발비는 4조1천748억원으로, 이 중 94.2%가 기업 자체부담금이었다. 정부 등 외부 재원은 5.8%에 그쳤다. 제약·바이오 현장에서는 정부가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음에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직접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연구개발 지원이 대기업·중견·벤처스타트업 등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게 세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를 들어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현재 벌어들이는 ‘돈’이 없기에 세제 혜택에서 소외된 그룹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조세지원 체계가 매출 기반으로 돼 있어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개발에만 12년 이상이 걸려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무엇보다 신약 연구는 실패 위험이 높은 만큼, 이를 뒷받침할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위한 메가펀드를 꾸준히 확대하고, 세액 공제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특성상 국민 건강의 증진과 공공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관련 지원을 ‘국가적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KIET 산업연구원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 및 발전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제네릭의약품 출시 이후, 약 1천여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이사는 “연구개발의 성과는 결국 국가로 돌아간다”며 “어떤 신약이 개발돼 치료 효과가 높아지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절감은 물론 기술수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국부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당시처럼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에 의존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신약 개발을 단순한 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안보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각축전 속…“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만들어야” 미국에 뒤이어 세계 2위 바이오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10년 장기 계획을 세워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과 인재 투입을 대폭 늘려 성장에 속도를 내고, 세계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가 10년 만에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적극적인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R&D 투자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혁신 거점, 네트워크 강화로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바이오 클러스터 거점 구축 ▲주요 글로벌 전문의학회 참여 확대 ▲해외마케팅 지원 서비스인 ‘K-바이오 데스크’ 확대 등이다. 다만 업계는 이 방안이 현장의 요구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서 제약 산업 450곳 중 60.3%가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금융지원’을 꼽았다.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정책이 물리적 네트워크나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9.3% 늘려 편성했다. 바이오, AI, 방산, 에너지, 제조 등 6대 첨단산업에 올해보다 2조6천억원 증가한 10조6천억원을 세웠다.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 예산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때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기업과 기술 분야에 적재적소로 배분되는지 시스템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진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국가 R&D 예산이 35조원을 넘어선 만큼 한정된 재원을 바이오 산업에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정책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역시 “연구개발 실적에 따라 세제 지원이나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통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신약 및 첨단의약품 개발 촉진 등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비·홍보 부실… ‘열악한 환경’ 점자 문맹률 부채질 [집중취재]

집중취재 멈춘 손끝, 가로막힌 세상 읽기 경기도내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점자를 사용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부족한 점자정보단말기 보급과 교육 기관 확충, 홍보 등이 지목되고 있다. 점자 교육 장비가 수요를 한참 따라가지 못하는 데 더해, 점자 교육을 언제 어디서 하는지조차 시각장애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인데,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으로 재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으로 점자정보단말기를 지원한 도내 시각장애인 수는 이날 기준 761명이다. 1천89명이 지원받았던 2023년과 비교하면 30%.1% 줄어든 수치며, 올해 신청자 수 3천600명 대비로는 21.14%만 기기를 제공받은 것이다. 점자정보단말기는 점자와 음성을 모두 활용해 문서 읽기와 작성, 인터넷 활용을 돕는 기기로 대당 5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보조 기기다. 현재 정부는 재원 부담을 이유로 단말기 지원 대상을 축소하고 있는데, 이는 시각장애인이 비용 부담으로 점자 습득을 포기, 문맹률이 높아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점자 교육에 대한 지자체의 부족한 홍보, 장소 확충도 시각장애인의 문맹률을 높이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고은 수원시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는 “점자 교육을 희망하는 시각장애인은 많지만 실제로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심지어 교육 시설이 있는 지역에 사는 시각장애인조차 언제, 어디서 교육을 진행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도내 유이한 점자 교육 시설인 양주시 경기시각장애인복지관, 수원시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조차도 홍보 부족 탓에 수강생이 수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재활에 필요한 예산을, 지자체는 교육 수혜 기회를 확대해 시각장애인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 확충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점자 교육을 받고 사회에 효과적으로 재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또 지역별 점자 교육 수요를 정확하게 조사, 상응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점자정보단말기 지원 사업은 정부 사업으로 도가 보급 대수나 예산을 늘리긴 어렵다”면서도 “시각장애인 점자 교육 수요를 조사, 시각장애인 단체와 복지 시설을 중심으로 점자 교육 주기와 수업 횟수를 늘려나가도록 세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점자 교육시설 태부족…가로막힌 ‘손끝 세상’ [집중취재]

눈이 아닌 손끝으로 세상을 읽는 이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여섯 개의 점은 세상의 모든 글자를 번역 해주는 언어이자 삶의 통로다. 그러나 점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시각장애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점자 교육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고 접근성도 낮기 때문이다. 혼자 세상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들에게 점자교육의 부재는 또 다른 벽이 된다. 경기일보는 이들의 손끝에 멈춘 ‘배움’의 현실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집중취재 멈춘 손끝, 가로막힌 세상 읽기 11월4일 점자의 날이 99주년을 맞는 가운데 시각장애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후천적 시각장애, 즉 중도시각장애인에 대한 점자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중도 시각장애인의 경우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주기적인 점자 교육 환경이 필요하지만 이같은 교육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시각장애인 수는 24만6천182명으로 경기도(5만4천566명)에 22%가 집중돼 있다. 특히 전체 시각장애인의 92.6%는 질환이나 사고로 빛을 잃은 중도시각장애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점자 교육 기관은 도내 없다시피 하다. 청소년의 경우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성인에 대한 교육 기관은 도내에서는 양주시 경기시각장애인복지관과 수원특례시 소재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두 곳이 전부기 때문이다. 이외 시·군에는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와 지회가 강사 파견 형식으로 일부 교육을 산발적으로 진행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점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시각장애인은 100명 중 4명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 2023년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시각장애인의 96%는 ‘점자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거나 현재 배우는 중’이라는 응답층은 4%에 불과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성인 중도 시각장애인은 곧바로 사회 생활에 복귀해야 해 점자 교육이 절실하지만 교육 기관은 물론 교육 횟수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점자 교육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지역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서울 또는 교육 시설이 있는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는 재활 포기로 이어진다”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회혁신복합단지’ 3년째 제자리…경기도, 청사진만 남고 실행은 ‘제로’ [집중취재]

경기도가 도청사 이전과 함께 조성하겠다던 ‘사회혁신복합단지’가 3년째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그 사이 구청사 인근 상권과 교육 등의 문제로 주민 불편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 긴급 대책 추진과 조속한 준공이란 투트랙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지난 2022년 5월 도청사를 광교로 옮기면서 구청사 부지에 ‘도민에게 돌려주는 기회공간’을 주제로 올해까지 ‘사회혁신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옛 도청사 건물 11개 동(5만8천659㎡) 중 6개 동(3만8천707㎡)을 ▲문화예술관(의회동) ▲사회혁신1·2관(신관·구관) ▲아이놀이동(민원실동) ▲스포츠건강동(인재채용동) ▲몰입콘텐츠존(충무시설)으로 재편하고, 청년·사회적기업·문화예술이 어우러진 혁신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도는 ‘기회제공·혁신경제·사람중심·미래구현’ 4대 키워드 아래 사람들이 찾아오고 문화를 누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 청년과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좋은 일자리와 연계되는 공간 등 도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민선 7기 당시 입주계획에 따라 당시 설계 등이 진행되고 있었던 5개 동 역시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제2별관을 제외한 ▲제3별관(데이터센터, 기록원) ▲제1별관, 행정도서관동, 가족다문화동(기록원 활용시설)은 완공되지 못했다. 결국 당초 목표했던 올해까지 11개 동 중 의회동과 제2별관 외 9개이 지어지지 않은 셈이다. 그마저도 의회동은 ‘문화예술관’으로 꾸민다는 계획과 달리 현재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나머지 9개 동은 2026~2028년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도 관계자는 “현재 업무 담당자가 모두 변경돼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다만 도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나 기업 생태계 조성을 같이 고려하다보니 기존 계획에 변경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도의 계획 변경으로 ‘도민에게 돌려주는 공간’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고, 사업이 늦어진 만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만큼 책임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속한 준공과 병행 대책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조기 준공을 이뤄야 한다”며 “그전까지는 축제나 문화행사를 재개하고, 인근 공무원이나 기관 종사자가 지역 상권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청 이전 3년… 상권 침체 '쓰나미' [집중취재]

2022년 5월 경기도청이 광교 신청사로 떠난 뒤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수원 팔달구에 남은 옛 도청사 일대는 버려진 유령도시가 됐다. 도청 공무원과 도민들로 붐비던 식당가와 카페는 손님을 찾기 어려워졌고, 지역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져 가고 있다. 특히 권역 내 중학교는 단 한 곳 뿐이라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하지만, 학교 신설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28일 옛 도청사 인근에서 9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이미령 팔달산상인회장의 카페가 텅 비어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던 그는 “도청 이전 직후 경기도가 약속한 ‘사회혁신복합단지’ 조성에 기대를 걸며 3년을 버텼지만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이제는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토로했다. ‘도민의 공간’으로 사회혁신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경기도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건 이 회장 만이 아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아구찜집을 운영하는 김진옥씨도 “유일하게 사람을 불러 모았던 벚꽃축제마저 2년간 열리지 않으니 그야말로 ‘죽은 상권’이 됐다”고 했다. 비단 상권 침체만 문제 인 건 아니다. 인근 초등학교는 다섯 곳인 데 반해 중학교는 단 한 곳 뿐이라 아이들이 40~50분의 통학길을 오가고 있지만, 구청사 내 중학교 신설에 대한 논의는 지자체의 관심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구도청부지 중학교추진위원회’ 김직란 공동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아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를 세우지 않는 건 행정 편의주의”라며 “도청사를 저렇게 방치할 게 아니라 중학교를 신설해 도민을 위한 교육·문화 공간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사업 중간중간 기록원, 소방재난본부 등 입주 계획이 추가·변동되면서 설계 등을 다시 해야 했고, 그로 인해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간 내 준공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16만대 몰리는데…통행량 증가세 못 따라가는 '의왕TG'

서수원~의왕간 고속화도로 의왕 톨게이트에서 반복되는 정체, 사고 요인으로 불어난 통행량 대비 턱없이 부족한 하이패스 차선, 지지부진한 다차로 하이패스 조성 사업이 지목되고 있다. 일대 도시 개발로 하루 평균 통행량이 매년 증가, 현재 16만대를 돌파하고 있지만 다차로 하이패스 등 대안 사업은 영업소와 지자체 간 협약 미비로 2013년 개통 당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경기도와 경기남부도로㈜에 따르면 서수원~의왕간 고속화도로의 최근 5년간(2020~2024년) 누적 통행량은 2억7천899만여대로 집계됐다. 2020년 5천313만대에서 출발, 2024년 5천805만대까지 9.2% 증가한 결과로, 하루 평균 통행량 역시 16만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의왕 백운밸리 등 인근 지역이 개발되며 유입 인구가 증대, 해당 지역을 오가는 통행량이 기존 통행량에 합세한 영향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하이패스 차선은 통행량 증가세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이패스 차선을 늘리려면 추가 차선을 개통하거나 기존 차선에 대한 구조 변경이 필요하지만 ▲톨게이트 영업소 주변이 고가도로와 방음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추가 차선 조성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기존 차선 개량을 통한 하이패스 확보는 비용 부담 주체 등 이해관계가 얽혀 답보 상태인 데다 ▲공사 기간 중 교통 혼잡 증대 우려 역시 겹쳐 있는 탓이다. 실제 경기남부도로㈜는 의왕톨게이트 혼잡도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다차로 하이패스(M-HiPass) 도입을 추진, 2021년 기본 설계를 완료했다. 하지만 도와 25억~30억원의 사업비 부담, 민원 해결 주체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사측은 다차로 하이패스 도입으로 교통 효율이 높아지면 현금 결제 차선에 투입되는 인건비 절감분을 계산, 통행료 인하에 반영하라는 도 측 조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 역시 톨게이트 공사 시 소음·환경 관련 민원 응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도와 경기남부도로㈜는 다차로 하이패스 도입보다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 사업 재추진 여부를 검토히고 있다. 경기남부도로㈜ 관계자는 “사업 재개를 위해 협약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법률 자문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이후 도와의 협의, 예산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양방향 다차로 하이패스를 개통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양성평등 예산 쏟아부어도… 임신 ‘일터퇴출’ 악순환 [집중취재]

인천시가 해마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양성평등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 이후 일터에서 밀려나는 여성들의 현실은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26일 시에 따르면 인천은 지난 2024년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과 ‘일·생활균형 정책’ 분야에 총 625억원을 편성했으나, 예산 집행률은 70~80%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여성 경력개발 프로그램 및 여성 일자리 확충,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의 정책을 추진하지만, 대부분이 실현시키기 어렵거나 사업이 미뤄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의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 결과 여성 근로자 10명 중 8명이 ‘결혼·임신 후 직장생활이 어렵다(83.3%)’고 답했으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응답도 75.8%에 이른다. 특히 유연근무제나 대체인력 제도도 제자리걸음이다. 시간선택제(19.8%), 시차출퇴근제(13.4%), 탄력근무제(30.6%) 모두 도입률이 절반 이하이며, 출산이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인력 활용제도’의 인지율도 28.2%에 불과하다. 이는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는 일·생활 균형 직장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가족친화 인증기업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녀 출산 및 양육 지원, 유연근무제, 가족친화 직장 문화 조성 등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심사해 인증을 부여한다. 그러나 전체 약 1만4천개 기업 중 인증을 받은 곳은 278개(1.9%)에 불과하다. 시는 인증을 받기 위해선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민간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은 더딘 것으로 보고있다. 이 밖에도 임금격차와 여성고용 문제는 개별 부서 단위로 추진되고 있어 사업 간 연계가 부족하고, 청년 여성의 경력개발 프로그램 등도 제한적인 성과에 그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확대 역시 공무원으로 한정되어 있고, 돌봄시설 확충이나 종사자 지원 사업은 예산 부담으로 해마다 일부 계획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상황이다. 지역 안팎에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사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미선 인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2025 양성평등의제토론회’ 발제 자료를 통해 “지금의 양성평등 정책은 개별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나 행정이 중앙기본계획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부서 간 협업 구조를 강화하고, 과제별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평등가족부 개편에 발맞춰 지자체 차원의 성평등 거버넌스 확대와 정책 통합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신·출산의 벽에 부딪혀… 일터 떠나는 여성들 [집중취재]

인천 여성 근로자들이 여전히 출산과 돌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일터를 떠나고 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 2021년 7만5천명(15~54세 이하 기혼여성 대비 15.4%)에서 2022년 8만1천명(16.8%), 2023년 7만8천명(16.7%), 2024년 8만1천명(17.8%)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 1천123명을 대상으로 퇴직 사유 등을 조사한 결과,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그만둔 비율이 4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 육아·교육 23.1%, 근로조건 13.9%, 가족 구성원 돌봄 11.9%, 결혼 10.4% 순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있지만, 여성 근로자는 눈치가 보여 휴직을 꺼리고, 기업은 출산 휴가자의 대체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여성 근로자 고용을 기피하기도 한다. 결국 출산휴가 등이 법적 권리가 아닌 ‘민폐’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이 퇴직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A씨(28)는 최근 임신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지난 2024년 6월 인천의 한 학원에 강사로 취업했다. 당시 면접관은 A씨의 경력보다 결혼이나 출산 여부에 더 관심을 보이며, “아이는 언제 가질거냐”, “얼마나 일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A씨는 “아직 계획이 없다”며 웃어 넘겼지만, 입사 6개월만에 예기치 않게 임신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로부터 A씨를 향한 회사 분위기는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회의나 업무 배제는 물론, 뒷담화까지 이어졌다. A씨는 “처음에는 축하한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퇴사 압박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출산 전 스스로 퇴직을 선택했다. 이 밖에도 인천지역 여성의 10년 이상 근속률은 8.3%로 남성(16.5%)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20~24세)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나타내는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59.8%로 남성(40.2%)보다 높으나, 30대로 진입하면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30~34세에서는 42.8%, 35~39세 40.5% 등 여성이 출산 및 육아 시기에 접어들면서 경력단절이 집중된다. 출산 및 육아로 직장을 떠난 여성들은 재취업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맞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물론, 기업의 부정적 인식 탓에 채용 불이익도 크기 때문이다. 인천의 여성 월평균 임금은 평균 202만원으로, 남성(289만원) 대비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건·복지·교육·서비스업 등 여성근로자 종사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도 임금은 남성 대비 40~70% 수준이다. 시는 남녀 임금격차의 가장 큰 원인을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분석하고 있다. 여성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과정에서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거나 호봉이 깎이면서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산업별 임금수준 차이까지 겹치면서 구조적 불평등이 지속된다는 이유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인사 불이익은 명백한 차별이지만, 여전히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 진다”며 “중소기업 일수록 인사평가나 배치 등에서의 암묵적 퇴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에 대한 기업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장기간 육아휴직 뒤 업무 공백이나 조직변화 등에 따른 적응의 어려움도 있기에 유연근무제나 근로시간 단축제 등 노동시장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과 공공기관 실태조사를 병행해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몸집만 키운 경기도 공무직원, 열악한 처우 ‘찬밥신세’ 여전 [집중취재]

경기도 공무직원이 7년 새 3배 넘게 증가했음에도 임금뿐 아니라 수당·휴가 등 복지 체계에서도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에 타 광역지자체와 최소 동일한 수준의 임금 체계와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공무직원은 2017년 443명에서 2024년 1천461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조리, 행정 업무 보조, 시설·환경 관리 등 공무직 업무에 대한 도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행정사무직 기준 경기도의 수당 체계는 정액급식비와 명절휴가비 두 가지가 전부다. 반면 광주광역시는 정근수당, 정근수당가산금, 대민활동비, 직급보조비 등 6종의 수당을 지급한다. 서울도 식대·정근수당·위험수당을, 인천은 식대·정근수당·명절휴가비를, 충남은 정근수당·정근수당가산금·명절휴가비·급식비에 더해 교통보조비까지 지급한다. 휴가 제도 역시 큰 격차가 있다. 공무원은 1년차부터 재직 기간에 따라 3~25일의 장기재직휴가를 부여받지만, 공무직은 10년 이상 근무해야 10일, 20년 이상 근무하면 15일(공무원은 25일)의 장기휴가가 주어진다. 생일휴가, 질병휴가 등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공무원은 매년 1일의 생일휴가와 최대 3년의 유급 질병휴가(2년 동안 임금 50~70% 보전)를 보장받지만, 공무직은 생일휴가도 없을뿐더러 질병휴가는 1년 무급에 불과하다. 이 같은 문제 속에서 도는 올해 ‘공무직원 직무 및 임금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사업비는 1억원, 기간은 5개월이다. 도는 이 용역을 통해 공무직 직무분석과 임금체계 진단, 전국 17개 시·도 비교, 직종 재분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는 이미 타 시·도와의 임금 격차, 수당, 휴가 등의 차이를 인지, 이런 상황에서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용역을 진행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른다. 도 관계자는 “현재 도내 공무직 직종은 26개인데, 급히 분류되다 보니 직무 불부합 사례가 많다. 공무직 중 위험도가 높은 직무가 있음에도 별도 수당이 없는 만큼, 어떤 보직이 위험수당을 받을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제도화할 것”이라며 “공무원과 공무직의 휴가 제도 격차도 개선 중이며, 생일휴가는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30년 일했는데 고작 월급 270만원...경기도 공무직 임금 ‘전국 꼴찌’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023580435

30년 일했는데 고작 월급 270만원...경기도 공무직 임금 ‘전국 꼴찌’ [집중취재]

“10년을 일했는데도 월급은 그대로입니다, 경력 인정이 안돼도 직장을 옮겨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10년째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조리원 A씨는 요즘 퇴사를 고민 중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수백인분의 식사를 준비하지만, 월급은 처음 들어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그는 “10년 일해도 방금 입사한 후배와 비교해 월 10만원 정도 더 받는다”며 “같은 일을 하는 서울의 조리원 친구는 50만원 넘게 더 받는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청사에서 근무 중인 B씨 역시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A씨와 같은 이유다. B씨는 “공무직은 타 지자체로 이직하면 경력이 인정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기도보다 급여도 많고 대우가 좋아 준비 중”이라며 “후배들 역시 오래 버티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청 산하 기관에서 근무 중인 공무직 직원들의 한숨은 깊다. ‘정규직’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현실은 ‘저임금·저처우’이기 때문이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공무직원 30호봉의 연봉은 3천237만원(2022년 기준) 수준으로 전국 광역 시·도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공무직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으로 일하는 근로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신분으로, 도내에서는 사무보조원·조리사·경비원 등이 속한 ‘가’직군, 실험보조원·운전원·전산관리원 등 ‘나’직군, 산림조사원·설비관리원 등이 속한 ‘다’직군으로 분류된다. 2022년 기준 도내 공무직 1호봉의 연봉은 약 2천932만원, 30호봉은 3천237만원으로 30년차 공무직과 1년차의 격차는 300만원에 그친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로 바로 위인 대구(3천908만원)와 비교해도 700만원 차이가 난다. 반면 전남은 1호봉 3천212만원에서 30호봉 6천29만원으로 30호봉 기준 경기도와 비교하면 연봉이 두배가량 차이난다. 이 외에도 서울은 2천720만원에서 5천309만원으로, 제주는 2천541만원에서 3천931만원, 인천은 2천589만원에서 4천703만원으로 늘어난다. 2024년 기준으로 봐도 경기도 가직군 공무직은 1호봉 월 252만여원에서 시작해 31호봉이 돼도 290만원 수준이다. 나직군은 255만원에서 303만원, 다 직군은 264만원에서 326만원으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황미영 경기도청공무직노동조합위원장은 “임금뿐 아니라 휴가, 복지, 시선 등에서도 차별이 심하다”며 “같은 도청에서 일하지만 공무원과 공무직의 대우 차이가 너무 커 취직 후 2~3년 내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공무직 호봉표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생활임금보다 낮은 구간을 올리는 과정에서 1~8호봉은 타 지자체보다 평균적으로 높지만, 이후 호봉 간 상승폭이 좁아져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며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몸집만 키운 경기도 공무직원, 열악한 처우 ‘찬밥신세’ 여전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023580437

무용지물 경기도의회, 윤리특위·권한없는 자문위 [집중취재]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의원의 윤리 강령 준수 감시 등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11건의 역대 최다 안건이 상정돼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윤리특위를 개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 같은 유명무실 윤리특위 논란은 의원들이 정당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동료에 대한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는 맹점에 더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외부 조직, 자문위마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도의회 윤리특위에 상정돼 결론을 내지 못한 안건은 총 11건이다. 현행 경기도의회 윤리특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7조에는 징계요구안 회부일로부터 14일 이내 위원회 회의, 지체 없는 자문위 자문 요청, 자문 요청 후 21일 이내 자문 회신, 징계요구안 회부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심사 종료 등 세부적인 시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윤리특위에 회부된 징계요구안 11건은 모두 ‘3개월 이내 심사 종료’ 규칙을 위반했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정한 시한을 넘기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윤리특위에 참여했던 일부 의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 자문위가 보낸 자문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징계수위를 정하는 게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사실상 자문위가 의원의 품위유지 위반 등 징계사유 발생 시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자문위 역시 현행 규정상 제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 현재 윤리특위 관련 규칙에는 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준수 여부 및 의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 ‘자문위의 의견을 들여야 한다’거나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의원이 아닌 외부 인물로 꾸려진 자문위가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징계수위를 정하더라도 의원들이 이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 자문위가 의견을 내고 난 뒤 지금처럼 윤리특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때 이를 제지할 방법도 없다. 여기에 자문위의 구성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관련 규칙에는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자문위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7명인 자문위 중 절반가량은 교섭단체나 의장 등이 추천하는 인물로 임명돼 정치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자문위원을 지낸 한 외부 인사는 “자문위가 제 역할을 하고 도민의 눈높이에 맞춘 징계를 하도록 하려면 외부의 전문가 조직을 제대로 구성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자문위가 의견을 내놨음에도 차일피일 회의 조차 열지 않는데도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규칙을 지켜 분야별 전문가로 자문위를 구성하고 의견을 바탕으로 징계수위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며 “윤리특위가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도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년만의 인천 국감… 계엄·선거법·행정체제 개편 ‘도마위’ [집중취재]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계엄과 선거법 관련 논란 등 정치 쟁점과 포뮬러원(F1) 그랑프리(GP) 대회 유치, 인천사랑 전자상품권(인천e음), 행정체제 개편 등의 지역 현안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일 국회와 시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신정훈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전남 나주·화순)을 반장으로 한 ‘지방감사 1반’은 오는 20일 시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한다. 이는 지난 2023년 이후 2년만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우선 유정복 인천시장을 상대로 정치 쟁점인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인천시청 청사 폐쇄 여부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앞서 김병주 의원(경기 남양주을) 등은 계엄 직후 시청사 폐쇄 여부와 시간대별 조치 현황 등은 물론 유 시장 등의 당일 일정 및 동선, 지시사항까지 시에 자료를 요구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이달희 의원(비례) 등이 당시 청사 폐쇄와 관련한 민주당의 공격으로부터 같은 당인 유 시장을 엄호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지난 4월 유 시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출마 당시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슈화 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찰의 수사가 오는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노린 의도적 수사라는 주장을 펴며 유 시장의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인천지역 현안 중에는 F1 대회 유치와 인천e음, 행정체제 개편 등 시의 핵심 사업이 도마에 오른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은 이미 시의 F1 유치 사업계획안과 각종 용역 계약서 및 예산 집행 내역 등 각종 자료를 요구했다. F1 유치는 유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지만, 지역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대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는 코나아이㈜를 정조준, 인천e음에 대한 집중 질타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e음은 코나아이가 운영 대행을 맡고 있다. 앞서 고동진 의원(서울 강남병)은 최근 인천e음의 발행·판매·결제 실적 등을, 박수민 의원(서울 강남을)은 시가 코나아이에 지급한 비용의 세부 내역 등의 자료를 시에 요구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같이 이뤄지는 인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모경종 의원(인천 서구병)이 유 시장에게 따져 물을 예정이다. 모 의원은 시에 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이뤄진 주민 의견 및 여론 조사 결과, 그리고 행정체제 개편 효과 분석 자료 등을 광범위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30년만에 이뤄진 행정체제 개편은 인천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이라며 유 시장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유 시장의 성과로 치켜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수도권매립지의 대체매립지 공모는 물론 수도권매립지 파크골프장 관련 현안도 다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박홍배 의원(비례)는 최근 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그동안 파크골프장 운영 관련 협의 사항과 예산 집행 및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는 내년 선거를 앞둔 만큼, 여야의 정치 다툼으로 인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유 시장의 각종 사업을 겨냥한 송곳 질의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현 정부 정책 관련 질의와 함께 유 시장의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시 '주정차CCTV' 운영도 미온…타 도시는? [집중취재]

성남시가 예산을 줄여 불법 주정차 관련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인구 규모에 비해 고정형 불법 주정차 단속용 CCTV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타 지자체들은 불법 주정차 단속용 CCTV 운영에 따른 주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단속시간으로 출퇴근시간대를 피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데 반해 성남시는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시는 타 지자체보다 고정형 불법 주정차 CCTV 예산 사용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요 도시가 운영 중인 CCTV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수원시(인구 118만9천여명) 주정차 CCTV 519곳, 용인시(109만3천여명) 484곳, 서울 서초구(41만1천여명) 414곳, 서울 강남구(인구 55만6천여명) 359곳 등이다. 또 인구 60만4천여명인 평택시는 829곳의 주정차 CCTV가 운영되는데 인구 90만7천여명의 성남시에는 315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성남시는 시간단속제를 적극 활용하는 타 지자체와 달리 주정차 CCTV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택시의 주정차 CCTV 단속시간은 오전 8시~오후 6시로 주정차 단속을 우려하는 시장·상가 상인들과 단독주택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자 협의 등을 통해 상인과 주민들의 편의를 살릴 수 있는 범위에서 단속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용인시는 주정차 CCTV 단속시간으로 오전 7시~오후 7시를 설정했다. 차량과 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에는 단속시간을 늘리는데 비교적 주차공간이 부족한 단독주택 주민들의 상황을 감안해 출퇴근시간대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의 주정차 단속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성남시는 ‘민원 대응’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정차 CCTV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난색을 표하는데 이런 이유로 단속구간별 상황을 고려해 단속시간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인접 지자체와 달리 소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성남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단속용 CCTV는 도시 상황에 따라 설치·운영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주민) 요청이 있으면 상황을 고려한 시간단속제 도입을 검토하고 점심시간은 단속을 유예 중”이라고 말했다.

민원 잠재우기인가… 성남 불법 주정차 단속 CCTV ‘뭉그적’ [집중취재]

성남시가 불법 주정차 단속용 폐쇄회로(CC)TV 예산 편성·운영과 관련, 소극적으로 일관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따른 민원 제기 등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타 지자체는 ‘보행자 안전’을 강조하며 매년 예산을 늘리는 반면 성남시는 불용처리하는 데다 내년 본예산에선 아예 제외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따른 주민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는 인접 지자체들과 비교해 ‘고정형 불법주정차 단속 CCTV’(이하 주정차 CCTV) 예산 사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수원시는 올해 관련 예산이 8억2천500만원, 평택시는 16억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자체는 지난해도 각각 7억원, 10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등은 각각 올해 3억4천만원, 11억8천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자체의 공통점은 모두 주정차 CCTV 관련 예산 ‘조기 집행’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들 지자체는 주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거나 차량 통행이 원활한 흐름이 필요한 곳은 주정차 CCTV 설치를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속 목적도 있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되는 만큼 빠른 예산 소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2020년 3월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행자 안전 확보가 강화된 것과 맞물려 있다. 반면 성남시는 주정차 CCTV와 관련해 지난해 예산 8억원을 편성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전액 불용 처리하려다 1억3천만원을 남기고 나머지 6억7천만원을 올해로 이월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주정차 CCTV 관련 예산은 세우지 않았고 이월 예산 중 3억9천여만원만 쓰고 남은 2억4천여만원은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성남시는 내년 주정차 CCTV 관련 본예산 편성에도 소극적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됐는데 이를 놓고 주정차 단속에 따른 주민 불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성남시 관계자는 “예산은 각 지자체의 중요 판단에 따라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편성되는데 타 지자체와 예산 규모는 당연히 다를 수 있다”면서도 “내년 주정차 CCTV 관련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 설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바뀐 전력 관련 정책…경기도 현장, 시험대 될 전망 [집중취재]

경기도가 26일부터 적용될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 새로운 전력 환경 정책의 성패를 가장 먼저 체감할 ‘시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수도권 전력망의 핵심 구간이자 산업단지와 신도시가 밀집한 지역이어서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는 등 송전망 관련 민원이 지역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월 여주시 지역 주민들은 ‘신원주~동용인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전자파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하남시 감일지구에서도 동서울변전소 증설 계획을 두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전자파와 소음, 경관 훼손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특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3개 노선이 지나가는 안성시는 지역 전역이 송전탑에 둘러싸이게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처럼 초고압 송전선과 대형 변전소 증설 계획이 동시다발로 추진되는 지역인 데다 송전 선로가 산업단지와 주거지, 농지, 산지가 맞물린 생활권을 가로지르고 있어 바뀐 전력 수급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시행에 따라 그동안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온 복잡한 인허가, 보상·참여 절차의 불명확성, 중앙·지방 간 조정 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가 경기도 현장에서 바로 검증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라 이 부처가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원 도입, 계통 운영 효율화를 총괄하면서 전력망 건설 과정의 갈등 관리와 환경 영향 저감 방안을 함께 다루는 단일 창구 역할을 할지도 관건이다. 특히 경기도처럼 전력 다소비 산업벨트와 대규모 주거지가 맞닿아 있고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 분산 자원의 계통 접속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선 중앙정부-지자체-사업자 간 협의 구조 재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용인갑)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제도 변화가 송전망 확충 속도를 높이고 정책 일관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속도와 함께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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