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하단’도 몰라… 일상 파고든 문해력 논란

#1. 수원 행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의 대부분이 MZ 세대다. 그런데 이들에게 화장실을 ‘좌측’이라고 안내하면 엉뚱한 쪽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결국 그는 표현을 ‘왼쪽’으로 바꿨고, 그제야 혼선이 줄었다. #2. 성남 판교의 한 식당에서 근무했던 B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결제시 “영수증 하단을 참조하세요”라고 안내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앞뒷면을 뒤적이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해력이 떨어진 건지, 한자 단어가 낯선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30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기초 단어를 이해 못 하는 ‘문해력 논란’이 여전히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성인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벌어진 해프닝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회사 후배가 ‘쾌청하다’의 뜻을 몰라 알려주려다, 되레 “한자를 잘 아신다. 조선족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남성의 사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도내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육은 사고력 위주 활동이 대부분이고, 어휘 부분이 많이 축소됐다. 이로 인해 고학년인데도 문제에 나온 설명을 읽지도 않고 교사에게 먼저 질문하는 경우가 흔했다. 또, 학생들이 독서 시간에 글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에 사용되는 영상만 보는 경우도 많았다. 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똑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는 실제 수치가 뒷받침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교원 5천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8%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저하됐다”고 답하며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문해력 부족으로 난감했던 사례로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함’,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 못 하는 친구가 90퍼센트’ 등이 나왔다. 저하 원인으로는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이 1순위로 꼽혔고,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순이다. 또 다른 교사는 “우리가 쓰는 국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인데, 예전과는 다른 교육 과정 운영에 따라 한자 교육이 줄어들다 보니 한자어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뿌리 ‘전통시장’… 민초들 ‘희망’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9. 상업문화의 원형 ‘전통시장’ 광복 직후 아픔과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시간, 사람들은 ‘삶’을 꾸리기 위해 장터로 모였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위로를 나누기 위해 물건을 사고 팔며 서로의 말동무가 됐다. 오랜 기간 이어진 그 삶의 터전에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온기와 연대를 나눈 끈끈한 희망의 역사가 스며 있다. 지역경제의 심장이자 불굴의 개척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지역 유산, 바로 전통시장이다. 1945년 당시 정부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상설시장 34개과 정기시장 407개 등 총 441개의 재래시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반도 전체 인구가 약 2천500만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인구 약 5만6천명당 1개 시장꼴로, 극히 적은 수치였다. 일제강점기 아래 간신히 버텨온 열악함이 당시 서민들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게 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공간이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현실 너머의 새 시대를 향한 염원을 품었다.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 온 부천 자유시장과 문산 자유시장. 그리고 서울·대구·부산·제주·김천 등에 자리한 평화시장 등 전국 곳곳의 시장 이름에는 ‘자유’와 ‘평화’ 같은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이는 시대적 굶주림을 끊고 풍요를 전파하려 했던 민초들의 간절한 바람과 강인한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기·인천지역의 전통시장도 다르지 않다. 화성시 향남읍의 발안만세시장은 3·1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장소이자, 일제강점기 제암리 학살 당시 격렬한 항거가 이뤄졌던 역사적 공간이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정신을 이어오며 오늘날에도 시장은 독립과 자유를 염원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또한 국내 최초의 근대 상설시장으로, 도시의 성장과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살아있는 유산이다. 오래된 가게와 사람들, 익숙한 냄새와 활기는 그 자체로 도시의 기억이며 한국 상업 문화의 원형을 보여준다.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대형 마트와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에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는 총 357개의 시장이 있으며 이 가운데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곳은 162개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일반 상점가(67개), 골목형상점가(101개), 공설시장(25개), 무등록 시장(27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인천은 56개의 시장(등록 51개, 무등록 5개)을 보유하고 있고 별도로 40개 상점가가 지역 소비 기반을 형성하며 전통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은 “과거 전통시장은 서민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의 근간이자 정보 교환과 소통의 플랫폼”이었다며 “197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교통과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이 쇠퇴하고 거대한 대형 유통 채널과 경쟁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그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발맞춰 우리 진흥원도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시장 연구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획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경인지역 전통시장의 진화 사람 냄새 나는 ‘생활의 터전’ 시대의 풍파 속 수많은 이야기가 스러져갔지만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시장에서 계속됐다. 장터에 앉아 좌판을 깔고 정을 나누며 일상을 지탱해 온 상인들. 그들의 땀과 지혜는 시장을 지역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활력 넘치는 동력으로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끈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도 경인지역에 남은 전통시장들은 삶의 온도를 데우며 지역경제의 역사를 펼쳐내고 있다. ■ ‘만세’의 도시 화성, 경기도 백년 시장에서 피어난 ‘다문화 상권’의 새 얼굴 화성시 향남읍에 자리한 발안만세시장. 이곳은 3·1 만세운동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역사의 현장이자 선조들의 독립 염원이 깃든 신성한 땅이다. 발안만세시장이 간직한 100년의 개척 정신은 광복 80년을 맞은 올해, 활력과 다문화적 포용력으로 재탄생한 오늘날의 시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1919년 3월31일과 4월5일, 발안장에서는 독립과 자유를 향한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대규모 만세 시위가 벌어졌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발안 1교 바닥에는 당시 독립운동의 역사를 담은 문구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그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 도보 30분 거리에는 일본군이 양민을 학살한 제암리 3·1유적지가 자리해 그날의 아픈 역사를 묵묵히 증언한다. 이곳은 단순히 장터가 아닌 암울한 시대에도 나라의 독립과 지역의 자유를 염원했던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개척 정신의 상징이다. 과거 농수산물 위주의 5일장이던 발안만세시장은 이제 상설시장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특히 향남읍 주변 중소기업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면서, 시장은 이색적인 다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중국 식품점, 할랄 푸드코트, 태국, 인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의 요리와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발안만세시장 세계음식문화특화거리 선포식’은 이러한 변화를 공식화하며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지역 상권 활성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만세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모하마드 샤밈(42)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만세시장에 자리 잡은 이유를 묻자 그는 “시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활기가 넘친다. 시장 이름이 ‘만세’여서 기분이 좋았고, 국적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저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샤밈과 같은 외국인 상인의 존재는 이제 낯설지 않다. 실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 시장 내 외국인 운영 점포는 524개에 달한다. 이는 전통시장이 단순한 내수 공간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다문화 경제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생을 발안만세시장과 함께한 주민 조귀엽씨(80)는 시장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랑방’이라는 의미다. 그는 “야채도 싱싱하고 값도 좋지만, 동네 사람들하고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느끼는 시장만의 활기는 집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함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라며 “팍팍했던 옛날부터 지금까지 삶을 함께 해온 소중한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의 전통시장은 오랜 역사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양평 용문천년시장은 2019년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고객 편의시설과 특화 상품을 강화했고, 안양 아크로상가 인근 시장은 올해 시설환경개선 공모사업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높일 예정이다. 과천 굴다리시장처럼 소규모라도 지자체 보호 속에서 주민 친화적 정서를 유지하며 활성화되는 시장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시장은 전통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 편의와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미래형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항구도시 인천의 자부심, 상인회와 꽃피우는 ‘국제시장’의 꿈 인천은 일찍이 개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 도시다. 항구와 공항을 모두 갖춘 이 도시는 전통시장조차도 국제적인 기운을 품고 성장했다. 항구도시라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 인천의 시장들은 태생부터 역동적인 국제성을 안고 발전해 왔다. 특히 상인회를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을 헤쳐나가며 항구도시 특유의 고유성을 살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1890년대 말 개설된 중구 신포국제시장은 그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곳은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개항 초기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신포시장에서 2010년 신포국제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국제적 위상을 더했다. 중국인 상인들이 새로운 채소를 팔고, 어시장과 닭전 거리 등 전문화된 상점이 몰리면서 시장은 새 모습을 갖춰나갔다. 닭강정, 공갈빵, 오색만두, 쫄면 등 다채로운 먹거리로 발길을 끄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신현기 인천신포국제시장 상인회장은 “신포시장이 개항의 역사와 함께한 시장에서 이제는 국제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천이 항만과 공항을 모두 갖춘 독특한 지역임을 설명하며 “이런 이점 덕분에 한국의 전통시장 중 외국인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이 바로 신포국제시장”이라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국제시장 타이틀에 걸맞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는 그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25년째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시장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50대에서 70대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시장과 함께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온 이들이다. 그는 “이곳 상인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여전히 부지런하게 손님들을 대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다”며 존경을 표했다. 신포국제시장이 위치한 중구는 2026년 7월 제물포구로 행정구역 개편을 앞두고 있어 상인회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한다. 신 회장은 “‘제물포구 상권발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상인들이 모여 더 큰 틀에서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찾고있다”고 밝혔다. 상인 개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시장의 운명을 공동으로 고민하고 책임지는 상인회의 집단적 움직임이 인천 전통시장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인천의 또 다른 대표적인 시장은 소래포구전통어시장이다. 1960년대 초 개설된 이곳은 2017년 대형 화재로 큰 아픔을 겪었지만, 현대화 사업을 거쳐 2021년 재개장하며 더욱 굳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곳의 역사는 1930년 염전 개발과 함께 시작된다. 일제가 소금 수탈을 위해 건설한 협궤열차가 인천과 수원을 오가면서 사람이 모여들었고, 포구가 발전하며 소형 어선들이 새우와 생선 등을 팔며 명성을 얻게 됐다. 소래포구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상인들의 끈끈한 공동체 정신과 어우러져 오늘도 인천의 싱싱한 바다 내음을 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경기도와 인천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광복 이후 80년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서민 경제의 든든한 기반으로 뛰어왔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불굴의 상인 정신과 공동체의 지혜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이 시장들은, 오늘도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미래를 향한 힘찬 개척의 길을 밝히고 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43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 정통 산업의 뿌리 ‘제조업’…경인지역 제조업 선구자 발자취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237 지역발전 동반자 ‘건설업’… 대한민국 역사를 짓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www.kyeonggi.com/article/20250429580267 사통팔달 ‘자동차 산업’… 경기·인천 꿈 싣고 달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57 불모지서 싹틔운 전자산업… ‘기술강국’ 꽃피우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8580432 국민경제 주역 식품업, ‘K-푸드’ 맛있는 기적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24580047 생활경제 지켜낸… 소상공인이 곧 ‘지역경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7580396

생활경제 지켜낸… 소상공인이 곧 ‘지역경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8. 거리서 피어난 ‘소상공인’ 거대한 공장이 세워지고, 고층 빌딩이 도시를 뒤덮을 때도 언제나 문을 열고 불을 켜던 가게가 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소상공인은 수십 년간 지역 주민의 하루를 책임지고 위기 때마다 지역을 굳건히 붙잡아 온 가장 오래된 경제 주체다. 소상공인은 ‘소기업’ 가운데에서도 규모가 특히 작은 자영업자들을 뜻한다.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등은 5인 미만의 사업자를 말한다.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가장 넓고 촘촘한 생활 경제의 그물망을 이뤄낸 주역들이다. 광복 직후, 절대적인 식량 부족과 사회 혼란 속에서 생존을 건 장사를 시작한 수많은 가게가 아직 남아 있다. 1945년 문을 연 동두천 떡갈비집 ‘송월관’, 평택의 중식당 ‘영빈루’, 의정부의 국숫집 ‘부흥국수’, 인천의 ‘남창문구사’, 그리고 이듬해 문을 연 인천의 설렁탕집 ‘삼강옥’까지. 이들은 대규모 공장이나 수출 기업처럼 거창한 타이틀은 없었지만, 척박한 땅에서 끈질기게 생존하며 지역의 기억과 상권을 온몸으로 지켜낸 진정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이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 ‘2022년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 종사자 수는 약 1천74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약 284만3천명, 인천은 약 57만2천명으로, 두 지역을 합치면 전국 소상공인 종사자의 약 32%를 차지한다. 생활밀착형 자영업이 밀집한 경인지역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지탱하는 생활경제의 현장이었다. 특히 오래된 간판을 지켜낸 노포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으로 지역 정체성과 경제 생태계의 중심축을 형성해 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가게를 넘어 한 세대의 생존과 다음 세대의 생업을 동시에 품어냈다는 데 있다. 단골손님과 정을 쌓고, 자녀에게 기술과 철학을 물려주며, 지역의 시간과 문화를 고스란히 이어온 것이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킨다는 건 치열한 경쟁과 변화의 파고를 견뎌낸 결과이자 지역 사회에 변치 않는 신뢰를 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소상공인은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작은 기록자이자, 새로운 시대에도 뿌리 깊은 정체성을 지닌 채 기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 주체’다. 이들의 생존이 곧 지역 경제의 회복과 직결되는 이유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오늘의 경제가 대기업 중심의 고속도로라면 소상공인은 여전히 가장 많은 국민이 지나는 생활도로”라며 “80년간 우리 경제의 밑바탕이 되어준 소상공인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조명받고, 더 튼튼히 지원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인 경제의 뿌리 ‘소상공인’ 80년史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은 어느덧 누군가의 추억이 되고 지역의 역사가 됐다. 국수의 쫄깃한 면발 사이로, 설렁탕의 진한 국물 속으로 수많은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이 녹아들었다. 그렇게 음식은 곧 삶이 됐고, 가게는 기억이 됐으며 소상공인은 오늘도 불을 지피는 ‘경제의 온기’로 남아 있다. 그렇게 80년. 누군가는 그 맛을 지키고, 누군가는 그 뜻을 잇는다.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삶의 온도를 조용히 끓이고 있다. ■ 면발 위에 새긴 ‘부흥’… 의정부 국수, 80년 삶을 삶다 시대의 고통이 스민 자리를 채운 온기 어린 한 그릇의 국수. 그 쫄깃한 면발 속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희망을 좇아 끈질기게 삶을 일궈온 한 남자의 인생이 담겨 있다. 1945년 ‘다시 일어선다’는 염원을 안고 태동한 ‘부흥국수’. 그 이름처럼 혼돈의 시대를 지나 80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텨온 이곳은 63세의 권완구 사장이 묵묵히 스승의 정신을 잇고 있는 삶의 터전이자, 작지만 깊은 지역의 역사다. 부흥국수의 뿌리는 1945년, 고(故) 이길훈 스승이 국수 공장을 설립하며 시작된다. 당시 밀가루는 귀한 쌀을 대신해 허기진 배를 채우던 서민의 주식이었고, 부흥(復興)이란 이름에는 피폐해진 조국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1988년, 권완구 사장은 27세의 나이에 이 스승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며 국수와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전국 오일장을 돌며 가방, 과일, 생선 등을 팔던 ‘장돌뱅이’였다. 장사 수완은 좋았지만 “나이 들어서도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어느 날, 장터 식당에서 들은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 “요즘 국수는 옛날 맛이 안 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국수와의 질긴 동행이 시작됐다. 권 사장은 “내 인생은 인복 덕분에 풀렸다”고 말한다. 부모의 손을 일찍 놓쳤지만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이 삶의 방향을 잡아줬고, 무엇보다 스승 이길훈에게 배운 기술과 철학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특히 스승이 개조한 브이벨트 방식의 국수 기계를 그대로 이어받아 기술을 발전시키며 자신만의 감각을 쌓아왔다. 파주에서 시작한 공장을 스승 권유로 의정부로 옮긴 뒤, 권 사장은 음식점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는 의정부와 양주에 각 한 곳씩 매장을 운영 중이다. 쫄깃한 면발에 담긴 장인의 손맛은 “눈으로 보면 퍼진 것 같지만 먹으면 쫄깃하다”는 손님들의 평처럼 오랜 내공에서 비롯된 결과다. 특히 의정부 재개발로 옮겨간 양주 매장에도 “그 옛날 맛이 난다”며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 전통에만 기대지 않는 것도 권 사장의 강점이다. 그는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퇴보”라는 신념을 고수한다. 식당 2층에 ‘부흥국수 역사관’을 만들었다. 오래된 메뉴판과 포장지, 스승의 칼, 표창장 등 그간의 발자취를 모아 작은 전시 공간을 꾸몄다. 이곳은 단골뿐 아니라 처음 찾은 손님들에게도 국수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권 사장의 다음 꿈은 ‘국수 박물관’이다. 그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남는 게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국수 인생과 그 안에 담긴 한국인의 삶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끝으로 그는 “국수처럼 쫄깃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가고싶다”며 “전통을 지키되 늘 새롭게 발전해야 진짜 ‘부흥’이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4대의 손맛을 잇다”... 인천의 시간을 끓여온 ‘삼강옥’ 삼강옥의 공식적인 사업자 등록은 1963년이지만, 인천시민과 함께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개성에서 설렁탕집을 하던 1대 박재황 사장은 해방 직후인 1946년 인천 중구 경동에 내려와 삼강옥의 문을 열었다. 루핑(기름종이 지붕)의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이곳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1946년은 인천고(당시 인천상업고) 야구부가 재창단된 해이기도 하다. 국물이 진하고 고기가 푸짐한 설렁탕은 선수들에게 보양식으로 제격이었다. 야구부원들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꼭 삼강옥을 찾았고, 인천으로 원정을 온 다른 지역 팀들도 들러 설렁탕을 먹고 돌아갔다. 하지만 호황을 누리던 삼강옥도 한국전쟁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박재황 사장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폐허가 된 거리를 보며 절망했지만, 다시 가게를 세우고 장작을 때며 손님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박 사장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1970년대 며느리 김주숙 씨가 2대 사장으로 삼강옥을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교직을 그만두고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980~90년대 이곳은 인천에서 가장 큰 상업지구였다. 가게 인근에 경기은행, 국민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등 은행만 10곳이 넘었고, 하루에 쌀 한 가마니가 팔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삼강옥이 있는 동인천역에서 배다리 철교로 이어지는 거리는 예전에 ‘채미전거리’라고 불렸다. ‘채미’는 참외의 사투리로, 이곳은 과일과 각종 채소들을 도매하는 시장이 몰려 있던 자리다. 새벽부터 바삐 움직이던 도매상들은 이른 아침 삼강옥에 들러 허기를 달래곤 했다. 이제 도매시장은 사라지고 북적거리던 거리는 추억이 됐지만 삼강옥은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며 4대째 온기를 전하고 있다. 도매시장이 구월동으로 이전하고, 2000년대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 일어나며 발길은 줄었지만 김 사장의 다짐은 여전했다. 가게를 물려받으며 “삼강옥을 100년 가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다짐은 현재 3대 박영기 사장과 그의 딸 박민경 씨에게 이어지고 있다. 삼강옥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맛만큼은 79년 전 그대로다. 박영기 사장은 옛맛을 지키기 위해 매일 고기를 손질하고 사골을 직접 끓인다. 그는 “손님들이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손잡고 목욕탕 다녀온 길에 꼭 여기서 설렁탕을 먹었다고 하실 때마다 가게를 물려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 가게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며 “100년, 그리고 그 이상 손님들이 찾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경인지역 소상공인 80년: 통계로 본 ‘동네 경제’의 힘 이 같은 소상공인은 농업부터 제조업, 유통, 서비스업까지 전 산업을 아우르며 생활경제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다. 광복 이후 2000년대 이전까지는 현대적 개념의 ‘소상공인’과 통계 시스템이 없었지만, 1952년 통계청 통계연감에 종업원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체가 3천492개로 가장 많았다는 기록은 당시 영세 자영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짐작하게 한다. 자영업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오늘날 소상공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1963년부터 연간 자료가 확인되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로 본 전국 자영업자 수는 1963년 281만7천명에서 지난해 565만7천명으로 늘었다. 행정구역별 집계가 시작된 1989년에는 전국 505만1천명 중 경기도 59만1천명, 인천 13만4천명이 자영업에 종사하며 지역 기반을 다졌다. ■ 생활 경제의 핵심 축, 경인지역 ‘소상공인’ ‘소상공인’은 2000년대 들어 명실상부한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각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00년 경기도 소상공인 종사자는 약 79만명, 사업체는 약 38만개였으며, 인천은 종사자 약 22만명, 사업체 약 11만개 규모를 기록했다. 이후 20여 년간 이들의 규모는 한층 더 비약적으로 커졌다. 2022년 기준 경기도 소상공인 종사자는 약 284만명으로 2000년 대비 약 3.5배 증가했으며, 사업체 수는 약 200만개로 약 5.2배 늘었다. 인천 또한 종사자 수가 약 57만명으로 약 2.5배 증가했고, 사업체 수는 약 41만개로 약 3.5배 늘어났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소상공인 매출액은 약 1천273조원 규모였으며, 경인지역은 약 431조2천억원을 기록, 전국 소상공인 매출액의 약 33.9%를 형성하며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 생존의 길 넘어…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달 4일 발간한 ‘경기도 소상공인 경제이슈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기도 전체 개업 점포의 3년 생존율은 50.9%에 불과하며, 1년 생존율도 76.3%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음식점업은 대부분의 시·군에서 3년 생존율이 50% 미만으로 나타나며 취약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역을 굳건히 지켜온 소상공인들은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 특히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지키고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현재 경기지역 ‘백 년 가게’(30년 이상 업력)는 192곳, ‘백 년 소공인’(15년 이상 숙련 제조업)은 231곳에 달하며, 인천 또한 백 년 가게 45곳, 백 년 소공인 39곳이 지정돼 있다. 이러한 노포들은 단지 오래된 가게를 넘어, 지역의 귀한 자산이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소상공인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상공인이 ‘생존의 역사 ’를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 주체’로 길게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 자금 2조원을 운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 안정에는 4천500억원을 지원한다. 허승범 경기도 경제실장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낮추고 성장 기반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노포 현황을 기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소상공인’ 지정 제도와 연계해 실질적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백년소상공인으로 지정되면 판로 지원, 홍보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인천시는 신청부터 심사까지 행정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24일 노포 초청 간담회에서 “노포는 시민의 추억이 깃든 삶의 기록이자 소중한 지역의 문화 자산”이라며 “노포가 자긍심을 갖고 이어질 수 있도록 시가 앞장서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43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 정통 산업의 뿌리 ‘제조업’…경인지역 제조업 선구자 발자취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237 지역발전 동반자 ‘건설업’… 대한민국 역사를 짓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www.kyeonggi.com/article/20250429580267 사통팔달 ‘자동차 산업’… 경기·인천 꿈 싣고 달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57 불모지서 싹틔운 전자산업… ‘기술강국’ 꽃피우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8580432 국민경제 주역 식품업, ‘K-푸드’ 맛있는 기적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24580047

인천 어촌 부활, 현장교육 및 상품화 기술개발 확대 필수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完]

풍요롭고 사람이 찾아들던 인천 어촌, 이제는 아득한 옛 이야기다. 생선 굽는 냄새를 풍기던 선주 집은 성인 키만 한 풀들로 뒤덮였고, 강풍에 부서졌지만 고쳐 살 사람 하나 없다. 정부는 어촌 활성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도로를 깔고, 창고를 짓지만 운영하고 유지할 인력이 없다. 이 때문에 풍요가 넘치는 어촌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본보는 인천 어촌의 현실을 살펴보고, 어촌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귀어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못 버텼을 거예요. 앞으로 귀어 교육과 기술개발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중구 영종도 한 어촌으로 귀어한 ‘1년차 어부’ 정의창씨(37).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그는 귀어한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비록 쉴 틈 없이 주꾸미 등을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야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이 같은 정씨의 안정적인 귀어 생활에는 ‘인천시 귀어학교’ 제2기 수강이 큰 도움을 줬다. 귀어학교는 귀어를 결심한 시민들에게 각종 정책 설명은 물론 수산업 기초 등 기본적인 이론 교육, 실제 어촌 현장의 실습까지 제공한다. 정씨는 “바다에 마땅한 연고가 없었는데, 귀어학교에서 배운 현장 실습이 도움됐다”며 “특히 현장과 어민을 연결하는 멘토링에서 어부 선배들로부터 받은 현실적인 조언이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귀어를 꿈꾸는 시민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프로그램으로 어업 기술 교육을 꼽았다. 그는 “어촌 현장에서 뛰어보니 물고기를 잡는 기술 교육이 너무 필요했다”며 “나만의 기술이 있으면 판로 개척도 이뤄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옹진군 연평도로 귀어해 꽃게 잡이를 해온 김기호씨(63)는 이제 사업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조업 중 그물에 남아 버려지는 꽃게 껍질 등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을 해 상품화할 방법을 고민했다. 김씨는 “매일 바다에 나갔다 오면 버려지는 꽃게 껍질이 그물 한가득이고 너무 아까웠다”며 “처리하기도 곤란해 새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2023년 인천어촌특화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남은 꽃게 부위를 세척 및 가공해 육수팩으로 파는 ‘연평도 꽃게 육수팩’을 개발했다. 이 육수팩은 버려지는 유휴수산물을 활용해 쓰레기도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김씨가 만든 제품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의 ‘2023 어촌 특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장관상)과 인천시장상 등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성공적인 귀어는 센터로부터 상품화 개발을 지원받았기에 가능했다”며 “귀어한 뒤 정착하는 어민을 늘리려면 정부가 수산물을 잡는 데 필요한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활용한 상품화 개발 지원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 어촌 활성화를 이뤄내려면 어업 기술 교육과 함께 상품화 개발 지원 등 프로그램의 확대가 시급하다. 1일 인천시수산기술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시작한 인천 귀어학교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모두 129명이 졸업했다. 귀어학교를 나와 실제 인천 어촌에 정착한 졸업생들은 실습 교육과 기술 개발 지원에 대해 만족하며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졸업한 5기 귀어학교의 수강생들의 72%는 실습 수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송병훈 인천시수산기술지원센터 소장은 “귀어 때 어촌에 대한 이해나 기술이 부족해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부 등에 이 같은 귀어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 관계자는 “인천을 비롯한 전국 귀어학교의 운영 및 사업 예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종전 귀어학교 예산 확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귀어학교를 더 확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천 귀어민, 꿈 안고 빚내지만 수입 적어 정착 실패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310 인프라 개선에만 4천억 몰빵… 인천 어촌마을 ‘빛좋은 개살구’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6580347 어촌인구 10년 만에 '절반'…10년 후 사라질 위기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5580399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듬해(1949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채법’이 제정됐다. 임시정부를 거쳐 새로운 대한민국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세입 부족·재정 적자를 타파하기 위한 방책이 ‘국채’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 재건, 국방력 강화, 치안 유지에 목적을 두고 발행된 국채는 ‘건국국채’로 명명됐고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대량으로 풀렸다. 호국의 탄환이 된 건국국채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지난해 12월,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이 작고한 큰오빠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큰오빠의 서재에 생전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 <나의 생활자욱>이 꽂혀있는 게 보였다. “3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희 가족에게 각자 2권씩 본인의 자서전을 주셨어요. 큰오빠도 보관하고 있던 거죠. 별 생각 없이 펼쳐봤는데 그 안에서 종이 봉투가 하나 나왔어요. 아버지 필체로 ‘건국국채(建國國債)’가 쓰인 봉투요.” 장성숙 씨는 조심스레 봉투를 펼쳤다. 그 안에는 자주색, 초록색, 주황색 등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의 종이 수십장이 고이 보관돼 있었다. ‘오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D352768, 5년 만기, 연 3푼5리, 제2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일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A335075, 5년 만기, 연 5푼, 제4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그렇게 ▲오천원 2개 ▲이천원 4개 ▲일천원 10개 ▲일백환 6개 등 총 22장의 건국국채 증서가 나왔다. 장성숙 씨의 부친인 장래복 씨가 1952년 무렵 ‘5년 만기 연 3.5%~5% 이율’의 재무부 발행 국채를 2만8천600원(환 포함) 사들였다는 의미였다. “저희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아라’,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하셨지만 건국국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셨어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1919년에 태어난 장래복 씨는 과거 인천시(당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다 건국 과정에서 ‘집’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자갈·모래를 실을 트럭이 필요했기에 화물업에도 종사해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1972년)까지 됐다. 중간중간엔 기와·벽돌공장도, 가구공장도 운영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살라고 하셨죠. 어려운 청소년, 힘 써주는 군인, 열악한 대한민국 환경 정비에 매진하시면서 ‘미래 우리나라가 먹고 살 게 없어지면 안 된다’고 다방면에서 갈고 닦으라고 하셨어요. 6·25전쟁 직후에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아요. 큰오빠도 참, 이걸 혼자만 알고 있었다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재무부에서 5년 만기로 냈던 국채, 이젠 국채법상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이 어렵다. 그럼에도 장성숙 씨가 아버지의 가슴 속 사무치는 건국국채를 꺼내든 이유는 하나다. “일흔이 넘은 저도 ‘이게 뭐지’ 했을 정도이니 자라나는 많은 분들은 더욱 건국국채를 모르실 거에요. 근데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광복 80주년에, 6·25전쟁 75주년에 건국국채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금 모으기 운동처럼 ‘이런 게 있었구나, 이름도 흔적도 없지만 경제를 위해 애쓴 분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거면 돼요.” 너도나도 ‘나라 살리자’… 전쟁 폐허 속 ‘韓 경제’ 기틀 마련 6·25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돈 얘기를 꺼내보려 한다. 호국보훈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국채·채권·주식 얘기다. 연관이 없어보여도 묘하게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국채·채권·주식이 사실상 건국 초기 ‘나라 재건’을 위한 ‘애국’의 일환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6·25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는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국채 등이 대량 발행, 한국 경제 움직임의 기틀이 됐다. ■ 대한민국 출범과 함께 재정 적자…국채법 탄생 23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채는 1949년 제정된 ‘국채법’에서 출발한다. 미군정 시기까지만 해도 통치 자금은 한국은행 차입금을 통해 해결했지만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임시정부를 지나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만성 적자에 직면했기에 ‘국채’를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채법을 세운 후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국국채(건국공채)’를 발행했다. 당시 국채발행요강에 따라 건국국채는 1950년부터 1963년까지 총 17회 발행됐다. 금액상 가장 적었던 건 제1회(1억환)였고, 가장 많았던 건 1958년 제11회(180억환)였다. 특히 6·25전쟁 발발 이후엔 국군 양병 및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건국국채가 대량으로 발행됐다. 이 여파로 가치는 소폭 떨어졌으나 휴전(1953년) 이후 안정을 찾으며 다시 그 가치를 회복했다. 건국국채 제1~4회 발행분은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이었다. 제5~6회는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제7~9회는 ‘3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제10회 이후는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등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등 국채 발행 조건이 달라졌다는 건 실질적으로 국가가 ‘상환 능력’이 부족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일부는 상환 등 조처를 취했다는 게 현재의 기획재정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국국채 상환 혹은 보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건국국채는 1952년부터 1975년까지 총 98억5천300만원 상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법상 원금 및 이자 상환에 관한 소멸시효가 규정돼 있었고, 해당 국채 증서상에도 상환 조건과 소멸시효 등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최종 소멸시효는 만료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나라 세우게 돈 보태자”…채권시장 확대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들의 상환 시점이 지나도 정부(당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는 갚을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국국채가 ‘종잇조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세수 충당이 절실했다. 광복 및 전쟁 이후엔 ‘상장회사’라고 할 곳도 적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키울 수는 없고 유일한 수단이 ‘채권’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건국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터라, 새 금융 안정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게 ‘주택채권’ 등의 발행이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애국의 일환으로 매도·매수한 채권들이 각종 폭등·폭락으로 연결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외환거래 관련 세금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각 ‘지방은행’들이 태어났다. 1969년 창립한 인천은행의 경우 19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며 경기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당시 인천이 경기도에 속해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방 경제를 육성하면서 자금을 선순환해야 했기 때문에 건국국채처럼, 주택채권처럼, ‘국가 주도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지방은행의 주식 매입을 독려했다는 전언이 있다. 장래복 씨의 경우 정부로부터 상환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애국심’ 하나로 건국국채 등을 평생 소유했다. 그가 보관했던 ‘애국심’들은 ▲건국국채 2만8천600원(환 포함·1952년) ▲주식회사경기은행 및 주식회사한국상업은행 주권 51만5천원(1987~1993년) ▲제1종국민주택채권 8만원(1993년) 등이다. 당시 돈의 가치를 현재에 맞춰 환산하긴 어렵지만, 1962년 우리나라가 화폐개혁을 통해 1환을 10원으로 대체한 만큼 적어도 10배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탕 한 근(600g)이 16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5천원으로 가정해도 30배 이상의 차이다. 장래복 씨의 딸인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은 “어려운 시절을 딛고 경제대국이 된 우리나라의 이면엔 치안부터 경제까지 곳곳에 국민의 애국심이 묻어 있다”며 “아버지가 남긴 건국국채 등을 지역사회에 기증해 후손들이 건국 세대들의 애국심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인터랙티브로 한 눈에

민선자치 30주년인 올해, 지방의회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경기α팀은 내년 6월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유권자의 날(5월10일)을 맞춰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조명했다. 약 50일간 이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를 추려내고, 하나하나의 이행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경기α팀 취재 및 분석 결과, 개개인이 각각의 입법기관이자 국민·지역민의 대변인인 지방의원의 공약은 어떠한 '검증'도 받고 있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기준 공약 이행률도 23.6% 수준에 그쳤다. 이들의 공약 실태와 관련된 내용은 기획 기사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를 통해 연속 보도됐다. 이번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추적기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를 공개한다. 경기α팀 ●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 https://kyeonggi-tracer.netlify.app/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개편, 의원 공약 공개됐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358011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 공천 반영되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6580367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실련 “공약 공개 '의무 규정'으로”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7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정부, 지방의원 공약 공개 검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8580327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정부, 지방의원 공약 공개 검토

정부가 지방행정 종합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이는 지방의원들의 공약 미공개로 유권자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경기일보 8일자 1·5면 등 연속보도)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방의회가 자체 홈페이지에 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행안부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들은 경기α팀의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를 두고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내고장알리미’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방의원의 공약 공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 조직 운영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내고장알리미에는 지자체 인사 운영이나 기구 정원 등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 여기에 공약이 공개될 경우 국민들이 지방의원의 공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2022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이듬해(2023년)부터 ▲회의일수 ▲의원 회의 출석률 ▲의안 발의건수 등 5개 항목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2024년)엔 ▲업무추진비 ▲정책연구실적 ▲행정사무감사결과 등 3개 항목이 추가 공개됐다.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오는 7월)부터는 ▲의회운영(회의일수, 의안 처리현황) ▲의원활동(국제교류, 행사 개최 내역, 겸직현황) ▲의회사무(예결산 분석 지원, 의회발간물 현황) 등 19개 항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안에 신규 공개 항목으로 ‘지방의원 공약’도 담을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단계다. 주목되는 부분은,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지방의회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할 수 있게끔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행안부는 경기도의회 등을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에 관련 공문 발송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경기일보 보도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행정안전부도 지방의회들이 자발적으로 의원들의 공약 및 공약 이행률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회에 권고 공문을 발송해 홈페이지에 공약 공개를 독려하는 방법 등을 구상 중이며,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공약을 공개할 경우 이를 행안부 차원에서도 일괄 취합해 관리하는 식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보 투명성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실련 “공약 공개 '의무 규정'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경기α팀의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보도(경기일보 15일자 1·5면 등)와 관련, 지방의원들의 공약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들은 현역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률 등을 공천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경실련은 27일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이참에 바로잡자’ 성명을 통해 부실한 공약 관리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선관위의 공약 관리 부실과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 후보들의 경우 최근 선거조차 공약집이 게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로 확인됐다. 단순히 기록 관리의 부족에 그치지 않고 공약에 대한 책임 회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약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기도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공약 이행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 이후 공약 정보가 제대로 게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일도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현 공직선거법 제66조7항의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약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임의규정이라, 이를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당들도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점검해 공천에 반영하는 등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유권자의 알 권리는 투표일이나 선거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기에 선관위가 책임 있게 공약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서도 각 시도당이 현역의원평가위원회를 두고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공약이행률을 평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실련 성명 전문 > □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이참에 바로잡자’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022년 홈페이지 개편 이후, 이전 대선의 공약집을 제대로 게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고(세계일보, 「대선 끝나면 공약도 ‘끝’… 기록관리 손 놓은 선관위」, 2025.04.28), 지방선거의 공약집 관리가 더욱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경기일보,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 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2025.05.15).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의례적으로 강조해온 선관위의 이런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관위의 공약 관리 부실과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책선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선관위가 우선적으로 자료를 잘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선거 시기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 및 현직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 여부도 함께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선관위의 부실한 공약 관리와 제도적 미비로 인해, 유권자들은 과거 후보들(이 중 일부는 실제 당선자)의 공약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 경실련이 중앙선관위 도서관 페이지를 통해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대선부터의 공약서 공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선관위는 76명의 후보 중 32명(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 포함)의 벽보만 공개하고 있으며, 2명(20대 대선 안철수, 김동연 후보 포함)은 공보만, 1명은 공약서만 공개하고 있다. 23명의 후보(이명박 전 대통령 포함)는 공보와 벽보만 공개돼 있다. 온전한 형태로 공약 관련 자료가 모두 공개된 후보는 고작 17명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16대 이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벽보만 남아 있어 유의미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 대선조차 이런 상황인데, 총선과 지방선거의 공약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 후보들의 경우, 최근 선거조차 공약집이 게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보들은 점점 더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선거가 끝나면 공약의 공개성은 사라지고 만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록 관리의 부족에 그치지 않고, 공약에 대한 책임 회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약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기도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공약 이행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정책지원관직을 신설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돕는다 해도, 사회적 감시가 약화되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 유인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더불어 선거 이후 공약 정보가 제대로 게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일도 벌어진다. 이는 악순환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이번 기회에 이러한 공약 관리 부실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누락된 벽보, 공보, 공약서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언제든 과거 공약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전체 공약집이 존재하는 경우, 선관위 홈페이지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은 상황이 더 심각하므로, 선관위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초단체의 ‘기초’는 말 그대로 시민들과 가장 밀접한 행정의 기본 단위이며,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뿌리인 이 기초단체 선거의 공약 관리에 각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편, 공약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건, 공약을 기반으로 한 평가 체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권자의 알 권리는 투표일이나 선거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 이후에도 공약을 기반으로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이미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공약을 기준으로 하고, 이를 공천에 반영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각 시도당이 현역의원평가위원회를 두고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공약이행률을 평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허술한 공직선거법도 손봐야 한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66조(선거공약서) 제7항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약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할 수 있으며, 당선인 결정 후에는 그 임기만료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의규정으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이를 의무규정으로 개정해, 선관위가 책임 있게 공약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유권자의 권리 행사는 투표일이나 선거 한철에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행사한 한표가 올바르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고 또 바로잡을 권리가 유권자에게는 존재한다. 우리 경실련은 앞으로도 민주주의 수호와 유권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저질체력’인데도 입시가 먼저…“체육 수업 늘려야” [청소년건강]

매년 아동·청소년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경기도교육청이 매년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에 따르면 학교급별 저체력(4~5등급) 학생 비율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학생건강체력평가는 오래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의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1등급 ‘매우 우수’ ▲2등급 ‘우수’ ▲3등급 ‘보통’ ▲4등급 ‘미흡’ ▲5등급 ‘매우 미흡’ 등으로 나뉜다. 2021년을 보면 초·중·고등학교의 저체력 학생 비율은 각각 17.7%, 19.7%, 28.8%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면서 조금 비율이 늘어났다가 고등학교에서 10%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별 저체력 학생 비율은 16.7%, 16.3%로 비슷했지만 고등학교에서 24.8%로 10% 이상 증가했다. 고등학생 4명 중 1명은 체력이 좋지 않은 셈이다. 아동·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교육 과정 내에서 체육 교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3~4시간을 체육 교육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체육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든다. 체육수업이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정도라는 뜻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매일 아침마다 정규 수업 시작 전 한 시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운동하는 ‘오아시스 아침운동’을 실시하고 매년 ‘경기학교스포츠클럽축제’ 등을 개최하며 학생들의 체력 증진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이조차도 참여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경기학교스포츠클럽축제의 경우 지난해 참여인원은 ▲초등학생 3천898명 ▲중학생 4천2명 ▲고등학생 2천461명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학교 생활이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에서는 학생들이 신체활동보다 스마트폰, 공부에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현 상황에서라도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장려 프로그램을 만들어만 놓는 것이 아니라 참여도를 높이고 체육 수업 자체도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에 치중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체육 활동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모든 학생이 체육 활동에 더 참여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치고 힘들어요”…스트레스 속 잊혀지는 아이들 건강 [청소년건강]

#1. 수원특례시에 사는 이모양(18)은 가족들의 압박에 시달리다 최근 건강 적신호를 받았다. 가수를 꿈꾸는 이양에게 부모님은 늘 “우릴 호강시켜줄 정도로 성공해야 한다” 등의 요구를 했다. 스트레스 받던 이양은 언젠가부터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밥을 제대로 못 먹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지만 이양에게 손 뻗는 이는 없었다. 혼자 견디던 그는 최근 마비와 저림 증상까지 호소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2. 과천시에 사는 송모군(14) 또한 최근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매일 하교 후 학원에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 2~3시간씩 스마트폰을 보며 잠드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양쪽 눈 1.5였던 시력이 0.3까지 하락한 것이다. 하루 13시간씩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거북목도 심해져 송군은 늘 목과 어깨가 아프다. 10일 교육청 등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건강이 매년 악화하고 있다. 교육청·질병관리청의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건강 인지율’은 지난해 66.1%로 5년 전인 2019년에 비해 3.5% 낮아지고 목표치인 73%보다 훨씬 밑돌았다. 구체적으로 2019년 70%, 2020년 69.6%, 2021년 64.7%, 2022년 63.1%로 계속 감소하다가 2023년 64.4%, 2024년 66.1%로 약간 반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점점 저조해지고 있다. 이 추세는 학년이 더할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중1 73.5% ▲중2 68.2% ▲중3 66.2% ▲고1 65.5% ▲고2 62.2% ▲고3 60.6% 등으로 입시 스트레스에 가장 많이 시달릴 것으로 평가되는 고3 학생들에게서 주관적 건강 인지율이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입시생을 둔 가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고3 아들의 입시를 돕고 있는 학부형 김모씨(49)는 “아이가 하루에 5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입시에 매달리느라 늘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면서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쉬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처님 힙하시다”… MZ 저격 ‘불교’ 붐

#1. 수원시민 이선화씨(23·무교)는 불교에 대한 또래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라는 친구들, 불교박람회에서 특이한 굿즈를 사오는 언니. 엄숙하게만 느껴졌던 불교가 힙(Hip)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호기심으로 참여한 지역 연등제에서는 만화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진 연등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2. “극락도 락이다” 김승현씨(27·무교)는 요즘 이 불교 밈(meme)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밈이나 ‘반야심경 리믹스’ 노래 같은 유쾌한 콘텐츠들 덕분에 딱딱한 종교라고만 생각했던 불교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행사나 굿즈를 구경하는 것에도 흥미를 느껴 조만간 가까운 지역의 불교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4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교 문화를 즐기는 것이 인기다. 지난달 3~6일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선 방문객 수가 역대 최대치인 20만명을 기록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작년의 약 2배 수준이며 개막 전에는 사전등록자가 4만명을 넘겨 조기 마감됐다. 특이한 점은 장·노년층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던 지난 행사와 달리 올해는 전체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 청년들이었다는 것이다. 절반에 달하는 47.5%는 무종교인이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힙한’ 행사들이 진행됐다. 젊은 층의 참여가 특히 많았던 프로그램은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보는 ‘임종 체험’ ▲사진에 AI 필터를 입혀 승려가 돼 보는 ‘AI 출가 체험’ ▲‘한 입에 극락으로’ 보내준다는 슬로건을 내건 디저트 시식 등이었다. 종교와 유머의 조화가 돋보이는 불교 굿즈도 인기였다. 2030세대는 ‘사랑아 중생해’, ‘번뇌 멈춰!’, ‘야, 너도 부처 될 수 있어’ 등 이른바 불교 밈이 적힌 상품을 많이 구매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소유 실천하러 갔다가 풀(Full)소유 하고 왔다”며 구매 인증이 끊이지 않았다. 불교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에 젊은 방문객들이 많았다”며 “원래 연세가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올해는 젊은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방문해줬다”고 당시 현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종교 행사이기도 하고, 젊은층의 관심은 적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다. 부스에 참여한 업체 등 행사 관계자들도 불교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부처핸섬' 음악에 '뉴진스님'까지...불교계의 노력과 MZ문화의 '시너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01580395

콜포비아 비대면 문화 생기며 확산…“노출 훈련이 해법”

콜포비아 현상은 최근 10여년 사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정신의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타인과 전화로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유년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사람들이 성인이 됐을 즈음 코로나19를 겪고 그로 인해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늘면서 젊은 층의 전화공포증은 더욱 심화됐다. 거기에 틱톡, 유튜브 등 상호작용이 필요 없는, 일방적인 즐길거리는 소통하지 않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대화를 어색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울러, 지나치게 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콜포비아 현상을 확대한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 비해 자신의 상태를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주변에서는 개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화공포를 손쉽게 납득하다보니 개선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강지연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콜포비아는 사실 전화가 두려운 게 아니라 관계가 두려운 것”이라며 “목소리만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경험과 이해 부족의 결과가 콜포비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콜포비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학계에 따르면 현재 콜포비아는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진단 기준이 마련돼있진 않지만 ‘사회 불안장애’라는 큰 틀 안에서 분석할 수 있다. 신다운 고대안암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의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불안장애에는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치료가 동반돼야 하지만 불안장애에 가장 효과가 좋은 비약물 치료는 ‘노출 치료’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콜포비아’ 치료법으로 ▲전화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30초 미만의 통화 후 편안함을 느낀다면 ▲조금씩 시간을 늘려 전화에 대한 긴장도를 낮추고 ▲스스로 식당 예약을 해보거나 음식 주문을 하는 등 낯선 사람과의 통화를 시도 등을 제시했다. 5년째 ‘전화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스피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민정 라이프스피치 대표는 “자신의 통화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타인과의 통화로 다양한 소통 단서와 방법을 학습하다보면 두려움을 극복한다”며 “2030세대에 소통을 정확하게 학습해야 사회적 어른이 됐을 때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 “여론조사도, 상사 전화도 피하고 싶어요”…확산하는 ‘콜포비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24580302

참혹한 현장 목격하는데…경기소방, 심리안정휴가 사용률 ‘저조’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의 심리 안정을 위해 특별 휴가를 부여하는 ‘심리안정휴가’ 제도(이하 안정 휴가)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실사용 사례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휴가 사용이 트라우마를 앓는 것으로 비쳐 인사상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조직 분위기와 3일 이상 휴가 사용 시 심리 상태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구조가 맞물린 탓인데, 전문가들은 소방대원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 조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3년 안정 휴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 3월까지 휴가를 사용한 소방대원은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3년 ‘0명’으로 출발해 지난해 2명, 올해 들어 3개월간 19명이 사용했다. 안정휴가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경찰 공무원의 휴식, 심리 안정을 지원하고자 2023년 7월 도입됐다. 휴가는 해당 지역 소방서장, 경기도지사 등이 부여할 수 있으며 최대 4일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6월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지만 단 두명만 안정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사례 19건도 지난해 12월 ‘무안 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파견된 소방대원 중 일부로,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출동 대원 중에는 안정휴가 사용자가 없었다. 소방노조는 미진한 휴가 사용의 요인으로 안정 휴가 사용이 곧 심리적 트라우마 호소로 직결되는 조직 분위기를 지목한다. 박진규 전국공무원노조 경기소방지부 지부장은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알려지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돼 추후 승진이나 인사 발령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안정휴가 사용이 기피되는 게 현실”이라며 “3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려면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증빙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데,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직 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리·정신 문제는 빠른 해결이 중요하기에 안정휴가 제도는 시급히 활성화돼야 한다”며 “안정휴가가 인사상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조직이 제시하고, 내부에 전문가를 둬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소방청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소방대원은 지난해 기준 4천375명으로 집계됐고 3천141명은 자살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잿빛 폐허 위에서 희망을 설계한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과 전쟁의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지역의 경제 발전을 일궈낸 이들. 우리는 그들을 ‘지역경제의 개척자’라 부르기로 했다. 1950년 삼백산업(三白産業)과 광공업의 불씨를 댕기고 중화학 공업과 IT·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계 시장에 진출한 기업부터, 지역 주민과 호흡하며 삶의 애환을 나눈 소상공인의 이야기까지.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역 경제의 개척자들을 조명해 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1. 불모지서 ‘기회의 땅’으로 “대한 독립 만세!” 1945년 8월15일. 억압의 어둠을 뚫고 두 손이 하늘을 갈랐다.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던 희망의 불씨가 뜨거운 태양 아래 솟구쳤다. 3·1운동으로 시작된 외침은 8월의 환희로 타오르고, 광복의 깃발이 억센 바람을 타고 펄럭였다. 그날, 광장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함성을 품은 사람들은 무너진 폐허 위로 다시 일어섰다. 고난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새로운 역사의 길을 걸었다. 이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기적은 경기도를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경제 심장부로 만들고, 인천을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우뚝 세웠다. 대한민국 경제의 태동을 알리고 중심을 지켜온 지역 경제. 그 안에는 광복 전후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기업들이 숨 쉬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40년대부터 지역 곳곳에서는 산업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안양의 노루페인트는 광복과 함께 건설·산업 현장에 색을 입히며 성장했고, 삼성제약은 1950년대 국민 건강을 책임지며 국내 제약 산업을 선도했다. 1951년 인천의 공성운수와 이천 애경개발은 교통과 생활용품 산업을 기반으로 도시 재건의 초석을 다지며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제분은 1952년부터 한국 밀가루 산업을 재건하며 국민 식생활을 책임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같은 시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대한전선과 가온전선은 전력과 통신망 구축을 주도하며 경제 회복의 기틀을 다졌다. 팍팍한 삶 속에서 꿋꿋이 희망을 노래한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도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오산 할머니집 설렁탕은 광복 전부터 지금까지 설렁탕 한 그릇으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왔다. 1945년, 의정부의 부흥국수는 피란민들이 모여드는 시장 한편에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자리를 잡으며 오늘날 국수 공장을 세우는 역사를 만들었다. 같은 해 문을 연 인천 영제한의원은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침술을 이어왔고, 수원 만빈원은 1950년부터 짜장면 한 그릇에 고향의 맛을 담아내며 지역 경제의 뿌리를 지켜왔다. 이들은 단순 사업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한 역사의 증인이다. 1941년 설립돼 국내 전선 산업의 포문을 연 ‘대한전선’ 관계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경기도 경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2025년 우리에게 여전히 뜨거운 울림으로 남아있는 1945년 8월15일 그날의 함성. 그 80년의 역사 속 경기도와 인천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며 성장의 발판이 된 기업들과 소상공인을 만나 이들의 역사와 시대상을 조명해 본다. ■ 광복 이후 ‘대한’의 이름으로…대한민국 불 밝힌 대한전선의 태동 대한민국 ‘빛’의 역사를 되짚어가면 국내 전선 산업의 시작을 알린 대한전선이 있다. 대한전선의 역사는 조선전선에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조선전선’은 일본이 물러나며 대한민국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됐다. 故 설경동 회장은 이를 불하받아 경기도 안양에 자랑스러운 ‘대한’의 이름을 내걸고 대한전선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한전선 초대 회장인 설경동 회장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이름을 날리던 사업가였다. 설경동 회장이 1936년 세운 동해수산공업주식회사는 연 1천만원(현재 가치 1조원)에 달하는 동해안 정어리어업 및 가공 산업을 주산업으로 삼았다. 1945년에는 선단 70여척을 보유하면서 그 규모를 더욱 키워 나갔다. 그러나 설 회장은 광복 당시 친일파로 몰려 공산당에 재산을 몰수당했고, 남은 어선 몇 척만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와 조선수산과 무역회사 대한산업을 설립했다. 당초 사업에 소질을 보였던 설 회장은 회사를 굳건히 성장시켰고, 수원의 성냥공장까지 인수하며 한국전쟁 전 성냥업계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한국전쟁과 함께 설 회장의 전 재산은 먼지가 돼 사라졌다. 그러나 설 회장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1953년 방직공장을 인수, 대한방적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또 1954년에는 대동증권을 세웠다. 그리고 드디어 설 회장은 일본의 잔재였던 조선전선을 불하받아 이듬해 대한전선으로 재창업했다. 굴곡진 설 회장의 인생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내팽개쳐 있던 과거 조선전선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전선으로 대한민국을 밝히기 시작했다. 대한전선은 ‘조선’이라는 사명(社名)을 벗고 ‘대한’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전무했던 전선 산업의 시초가 되는 등 여러 의미의 개척을 일궈냈다. ■ 어둠 속 한 줄기 빛…광복과 함께 전선 산업 선도한 ‘대한전선’ 광복 이후 1955년 조선전선은 현재의 사명인 대한전선으로 사명을 변경,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1957년 PVC 피복 전선을 생산했으며 1959년 국내 최초 용동 압연기 설치, 1961년 국내 최초 연피통신케이블 생산 등 ‘최초’의 기록을 세워나갔다.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서며 대한전선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1960년 초반 국가 주도의 인프라 구축 사업 등 수많은 현장에 전선을 공급했으며, 1964년 국내 최초로 전선을 해외에 공급하며 대한전선이라는 사명과 대한민국을 알리는 국위선양을 이뤄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196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한전선은 당시 재계 5위까지 성장했다. 대한전선은 1969년 텔레비전을, 이듬해인 1970년에는 현재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산업 발전의 고도화가 진행된 1970년대 후반, 대한전선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초고압 OF 케이블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최초 광섬유를 개발하면서 전선 산업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국내외 전력 및 통신망 구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전선은 1980년대에 ‘제2의 창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내 전선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본격적인 기술 연구 및 생산을 위해 기술연구소와 안양 광통신케이블 공장을 설립, 해저용 광케이블과 누설 동축케이블, 국내 최초 Kraft 절연 345kV OF 케이블 등을 개발해 냈다. 대한전선은 기술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며 경기지역의 제조업에 한 획을 그었다. 수출 등 세계 무대로 영역을 확장한 대한전선은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5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 해외에서 대한전선의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세계 10대 종합 케이블 기업으로 성장한 대한전선은 자동화, 4차산업의 등장 등 전 산업에 변화의 파동이 일었던 2010년대에도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내공으로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지난 2011년 대한전선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당진공장을 준공했으며 2023년 국내 최초로 525kV 전압형 XLPE HVDC 케이블 국제 인증을 받았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비전과 경영이념, 중장기 전략 등을 수립해 도약과 전진을 이뤄 나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을 채워 나간 대한전선은 앞으로의 대한민국 100년과 세계 최고의 케이블&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 하에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음도 치료합니다…1945년 의료 산업의 포문을 연 ‘영제한의원’ 경기인천지역의 경제를 이끌어 온 ‘지역경제의 개척자’는 기업뿐만이 아니다. 빽빽한 보도블록 틈에서도 푸릇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 듯, 척박했던 광복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지역 경제를 성장시킨 소상공인도 주역이다. 현재는 구도심이 돼 버린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자리하고 있는 영제한의원은 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광복 이전 문을 연 영제한의원은 길 영(永), 구할 제(濟), 생명을 영원히 구한다는 염원을 담아 이름 붙여졌다. 이는 한의학의 핵심인 ‘구제창생(救濟蒼生)’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염원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인간적이며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 이것이 영제한의원 경영 방침이자 역사의 시작이다. 영제한의원은 노학영 초대 원장, 노두식 2대 원장, 노승조 3대 원장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3대째 지역 주민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주치병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여러 시대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창업주인 노학영 1대 원장은 대한민국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노학영 원장은 1940년대 초 인천 도원동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복숭아밭이 많아 ‘도산정(桃山町)’이라고 불렸던 도원동은 일제강점기 병참기지화로 노동자들이 살 집이 부족해지자 인천부 즉, 지방관청이 직접 집을 지어 분양하는 방식으로 주택난을 해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이 대거 도원동에 자리를 잡았으며 영제한의원을 찾는 일본인 환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길고 긴 일본의 통치가 끝난 1945년, 노학영 원장은 광복을 기념하며 1945년을 개원 원년으로 삼고 지금의 위치인 숭의동에 터를 잡았다. 노학영 원장은 ‘동의보감’, ‘변증기문’, ‘방약합편’ 등 한의학 처방 서적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일일이 옮겨 적거나 목판, 금속활자로 찍어내 의술을 연구했으며, 노 원장의 영제한의원은 광복의 감동과 함께 활짝 문을 열고 지역민과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됐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자주 국가로의 모습을 갖춰가던 꽃 같은 시절이 지속될 줄 알았지만, 불과 5년 뒤 6·25전쟁이 발발하며 세상은 암흑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노 원장은 영제한의원과 그 일대를 뒤로 한 채 무의도로 피난을 가게 됐고, 인고의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영제한의원은 흔적도 찾기 어려울 수준으로 폐허가 돼 버린 상태였다. 절망만이 남아있던 노학영 원장은 영제한의원이 지역민의 웃음꽃이 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일념 하나만을 가지고 재건에 힘을 쏟았다. 노 원장은 전쟁 잔해를 정리하며 수천 번의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항상 그의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응원해 준 주변 상인들과 노 원장은 영제한의원과 숭의동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1978년 아버지인 노학영 원장으로부터 병원을 물려받은 노두식 2대 원장은 아버지 노학영 원장과 한의원이 80년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지역에 대한 ‘애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노두식 원장은 “아버지인 노학영 초대 원장에 이어 47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야 병을 잘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서 “‘영제’라는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힘이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지역민과 함께하고, 지역 경제 역사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8

‘신종 보이스피싱’ 활개…경기도민 1인당 ‘810만원’ 뜯겼다 [신종 보이스피싱]

신종 보이스피싱이 활개(경기일보 21일자 1·3면)치는 가운데 경기도민의 평균 피해액이 1인당 8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3년 12월 전부 개정된 ‘경기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본인 또는 직계가족 중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경험이 있는 도민 1천195명을 모집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현황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 ▲전기통신금융사기 사전예방 ▲전기통신금융사기 인지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사례 기초통계 자료 수집 등을 조사했다. 도 조사 결과, 피해유형으로는 ‘기관사칭형’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메신저 피싱’ 25.6%, ‘대출사기형’ 19.7%, ‘문자메시지를 통한 스미싱’ 13.6% 등 순이다. 피해 횟수는 1회가 94%, 2회 이상이 6%로 한 번 피해를 보면 다시 피해를 보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피해 금액은 809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100만 원 미만’이 28.0%, ‘100만 원 이상 1천만 원 미만’이 45.3%,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이 24.2% 등으로, 1천만 원 이상 고액 피해가 4분의 1에 달했다. 주요 피해 이유로는 ‘신뢰할만한 인물로 가장해 의심할 틈이 없었음’(38.4%), ‘긴급성과 공포감 조성’(26.9%) 등이 꼽혔다. 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서 시행할 수 있는 피해자 예방정책을 발굴·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두석 경기도 경제실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민에게 필요한 피해예방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 도민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돈 못 받을 것 같아서... 피해자 절반은 ‘신고 포기’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7580288 목소리 훔친 AI, 당신의 지갑 노린다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0580289 경기도 작년 피해액 2천억 훌쩍… 실제 배상은 2%뿐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0580288

목소리 훔친 AI, 당신의 지갑 노린다 [신종 보이스피싱]

생성형 AI로 얼굴·목소리를 차용하거나 해외발신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주는 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 되고 있다. 수많은 제도 개선에도 신종 범죄를 막긴 역부족이다. 경기도에 집중해 향후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A씨는 지난달 말 한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 접속해 ‘전자기기 매입 및 판매’, ‘중계기 설치 및 관리’, ‘변작기 설치 및 이동관리’ 등 채용공고가 봤다. 개인 정보를 입력하자 모르는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변제일이 다가왔는데 돈을 갚을 여력이 안 되시나요? 저희 업체가 광고업을 병행하고 있어 휴대폰 번호가 많이 필요한데 사업에 필요한 유심칩 발급을 도와주시면 대출금 일부를 변제해드리겠습니다.” A씨는 전화기 너머 상담원과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었다. 공고도 상담원도 모두 가짜였다. 어눌한 한국어나 발신번호 070으로 시작하던 단발성 사기의 시대가 지고, AI를 활용한 조직적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여간 전국에선 연평균 2만4천414건의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됐다. 평균 건수는 ▲서울(6천763건) ▲경기도(6천252건) ▲인천(1천387건) ▲부산(1천323건) 순이다. 지난해로 한정하면 경기도가 5천226건으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고건수는 매년 감소세지만 1인당 피해금액은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사기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천965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70.8% 감소했고, 피해자도 1만1천503명으로 77.2% 줄었다. 하지만 1인당 피해금액은 1천708만원으로 28% 증가했다. 임형준 법무법인 주인 대표변호사는 “범죄 발생 자체는 줄었을 수 있지만 수법이 교묘해지며 여타 범죄와 결합해 1건당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며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계좌를 우선 정지 시키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벼 재배 면적 감축’ 뿔난 농심… 정부도 지자체도 외면 [집중취재]

다음 달 시행 예정인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두고 영농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책 마련은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정책이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제도를 마련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의무가 아닌 자율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정제 관련, 개별 감축 면적을 할당받은 도내 29개 시·군은 지역 내 농가별 세부 감축량이 얼마인지 등 조정제 이행 계획을 오는 28일까지 국가 농민지원관리시스템 ‘아그릭스’에 입력해야 한다. 조정제는 전국적인 감축 목표면적(8만㏊)을 시·도 상황에 맞게 배분하고 쌀 대신 전략작물(콩, 가루쌀, 밀)이나 지역 특화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지자체가 이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 나가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재배면적(7만2천914㏊)의 11.1%에 달하는 8천108㏊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화성 1천245.5㏊ △평택 1천206.1㏊ △이천 898.9㏊ △여주 855.6㏊ △안성 844.5㏊ △파주 688.3㏊ △김포 462.3㏊ 등이다. 아그릭스 입력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경작 활동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지자체는 드론 등을 활용해 감축된 면적에서 벼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농가는 벼 재배지를 휴경지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내 농민들은 표면적으로만 ‘자율 선택’일뿐 강제적·일방적으로 조정제를 추진, 영농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평택시농민회 관계자는 “감축했을 때만 공공비축미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농기계나 비료값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사실상 강제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여주시농민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내 땅에 뭘 심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영농권인데 이걸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며 “농업인의 생업이 달린 재배면적 감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해도 되는 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그릭스 입력 마감 기한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벼 재배면적 축소에 따른 타 작물 재배 등에 있어 농가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서로 책임 소재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농가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서 하위기관인 지자체가 나서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농민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우리 입장도 곤란하다. 사실상 정부가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전부터 예고됐던 정책인 만큼 시행을 하긴 해야 한다. 농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떠넘기기가 아니라 지역 특색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책을 이행하도록 하려는 조치”라며 “농식품부도 조정제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농가 “정부 쌀 소비량 감소세 통계 부실하다”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18580336

‘대박’ 유혹 ‘쪽박’…‘개미들 피눈물’ 이젠 끝내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下]

‘고수익 보장, 원금보장’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유인해 투자금을 편취하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본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 이후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투자리딩방 범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주의보 下 피해 예방책 시급 2022년 말부터 투자리딩방 범죄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범죄조직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 검거가 어려운 탓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거를 통한 근절이 아닌 투자리딩방 범죄 수단의 차단과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먼저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가캠페인으로 투자리딩방 사기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지훈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금융계장은 “현재 투자리딩방 범죄는 캄보디아, 골든트라이앵글(미얀마, 태국, 라오스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조직들의 소행으로 한국 경찰이 직접 검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가 심각한 만큼 국가적인 캠페인을 통해 위험성을 홍보하고 예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초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해 국가적인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국은 개별적인 주체들이 범죄를 알리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정부와 민간기관, 언론 모두가 나서서 통합적인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투자리딩방을 포함한 다중사기에 대한 새로운 제도 마련도 강조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은 “재산범죄의 경우 예방단계가 중요한데 형량을 높이는 것으로는 효과가 높지 않고 형량보다는 실제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직접 수사기관이 된만큼 사기를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 등이 필요하다. 또 투자리딩방 사기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다중사기 범죄에 대한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심 계좌와 통신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를 원천 차단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준배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투자리딩방에 대응하는 전세계적인 추세는 처벌이 아닌 사기 방지법 도입이다. 현재 영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에서 사기 방지법을 도입해 행정적인 처분으로 예방에 나서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되는 금융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또는 의심 전화번호에 대한 통신 차단 등으로 즉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국회에서 ‘다중피해 사기 방지법’이 지금 계류돼 있는 상황으로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관련기사 : 1년간 8천370억…서민 주머니 탈탈 털렸다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0580300 눈 뜨고 코 베이는 ‘오픈채팅방’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中]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2580283

1년간 8천370억…서민 주머니 탈탈 털렸다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上]

‘고수익 보장, 원금보장’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유인해 투자금을 편취하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본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 이후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투자리딩방 범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주의보 上 피해 눈덩이 경찰이 지난 2023년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약 1만여명, 피해금액은 8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특별단속을 통해 확인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자는 9천556명, 피해금액은 8천370억원 규모다. 현재 경찰이 특별단속 중인 투자리딩방 범죄는 원금보장, 고수익 창출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거짓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피해자를 기만하는 등 고래협력프로젝트와 유사한 수법의 범행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3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편취한 일당의 경우, 유명 국제투자자문사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종목 및 매매시점을 추천해주겠다”며 가짜 HTS에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투자금을 빼돌렸다. 이들 일당이 속한 조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활동 중이며 총 책임자는 중국인 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를 2022년 말부터 인식했으며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 2023년 초부터는 ‘민생침해 금융범죄’ 집중단속 계획에 포함해 단속해왔다. 이후 2023년 9월25일에는 범죄 증가추세와 피해규모 등을 고려해 별도의 단속유형으로 설정하고 특별단속을 실시해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 특별단속은 올해 10월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 경찰서에 나뉘어 접수된 사건들은 경찰청에서 직접 분석하거나 집중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전화, 문자, SNS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며 “원금보장, 고수익을 내세우는 것은 피해자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무조건 안전한 투자는 없다”고 당부했다. 캄보디아·골든트라이앵글 조직 국내 진출로 투자리딩방 범죄 급증 이 같은 투자리딩방 범죄가 최근 급증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선 환경적 요인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소재한 범죄조직들이 투자리딩방 사기 등 사이버 범죄로 진출한 점이 꼽힌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골든트라이앵글은 과거 아편과 메스암페타민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마약생산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불법 카지노와 도박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현지 당국들이 방역 등을 이유로 이들 조직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서 카지노 등의 수익이 줄어들자 해당 조직들이 불법리딩방 등 범죄로 눈을 돌렸다는 것. 경찰은 이들 조직들이 투자리딩방 등 관련 범죄가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범죄에 사용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범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범죄피해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에 자리 잡은 이들 조직들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해당 조직들에는 콜센터 상담원, 번역인력 등으로 한국인들이 범행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직 총책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체불명의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투자리딩방 범죄의 배후인 셈이다. 또 범죄조직들이 위치한 해당 국가에서는 한국의 사법권이 적용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경찰의 협조가 있어야만 이들 조직의 검거가 가능해 근절하기 어려운 것도 피해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조직들은 그동안의 범죄 경험으로 자금세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가상자산, 카지노 등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세탁해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사회상에 따라 범죄도 진화 투자리딩방 범죄가 대두하는 현상에 대해 수사기관에서는 스마트폰만으로도 범죄가 가능해지면서 범행이 글로벌화되고 범죄의 트렌드와 환경 자체가 변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신종범죄로 분류되는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사기 범죄에 맞춘 법과 제도가 아닌 투자리딩방 범죄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는 다중 사기 대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기 범죄의 직접 수사기관이 경찰로 바뀐 만큼 별도의 조직을 갖추는 등 경찰이 사기 범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좇는 사회분위기도 이 같은 범죄 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나온다. 송효종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범죄사회학 전공)는 “투자리딩방 범죄를 포함한 재산범죄는 어려워진 경제사정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나만 돈 벌면 된다는 신념들로 인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이제 우리나라에서 좀 더 돈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사회 보장 시스템 등의 부족도 범죄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개성만점’ 우리 동네… 숨은 매력 알린다 [오직, 경기도만의 크리에이터]

지역 가치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지역경제, 자연, 문화를 테마로 ‘새로운 우리 동네’를 발굴하는 창업자들이다. 곳곳을 누비며 지역을 알리지만 상황이 마냥 녹록지는 않다. 옅은 지역색, 형식적인 교육, 그리고 부족한 교류가 고충이다.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를 키우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다양한 분야로 재해석해 경기도를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수원특례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로컬러는 지역 마스코트를 활용한 상품을 제작하는 곳이다.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를 비롯해 활용도가 낮았던 여타 경기지역 마스코트들을 다양하게 상품화한다. 이와 더불어 인기가 많았던 고양시 마스코트 ‘고양고양이’ 등 사라지는 지역 캐릭터를 조명하기도 한다. 정현빈 로컬러 대표(30)는 “경기도는 인구 유출입이 많아 토박이도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기 힘든데 출신 지역 캐릭터 상품을 소지하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고객 대부분이 고향이나 거주 지역의 캐릭터 상품을 사러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대표는 “(고양고양이처럼) 경기도내 지역 자원을 지킬 필요성을 느끼고 캐릭터 복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결국 로컬러는 ‘지역 자원을 지키는 회사로 나아가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흥시 오이도에 위치한 ‘영글공간’도 대표적인 경기도 로컬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지역적인 문화 활동에 갈증을 느낀 시흥시 문화예술인들이 ‘프로젝트영글협동조합’을 꾸려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게 활동의 발단이다. 시흥에 거주하는 2030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젊은 감각으로 오이도를 새롭게 해석했다. 최진영 영글공간 대표(31)는 “방문객들이 영글공간을 찾아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체험을 하며 오이도에 긴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이라며 “산책하며 보는 창작극이나 사운드투어(헤드셋을 끼고 준비된 이야기나 음악을 들으며 하는 관광) 등을 통해 오이도를 돌아다니면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보길 바랐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학교와 연계해 지역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어시장·갯벌체험장에 협업을 제안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내 로컬크리에이터들은 경기도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라면서도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교육이나 만남의 장은 부족해 ‘로컬크리에이터 유지’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금 살아남은 팀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기도에서 폐업한 사장님을 많이 봤다”며 “같은 지역 로컬크리에이터끼리 만나 사업장을 방문하고 정보도 교류하는 등 상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서울 가깝고 인구이동 잦아… ‘경기도 가치’ 못살려 [오직, 경기도만의 크리에이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06580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