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홍보도, 집계도 못해…위험에 방치되는 이주 아동들 [아이에겐 죄가 없다 中]

아이에겐 죄가 없다 中 정책 홍보도 못하는 지자체 경기도가 체류 자격 없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자녀(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고자 보육비 지원 사업을 시행했지만, 제도 공백으로 공전하면서 곳곳의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사회 안전망 바깥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비를 신청하려는 부모 신상을 출입국당국에 의무 통보해야 하는 규정 탓에 강제 추방 위협을 느낀 부모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수혜를 기피하고, 출입국당국의 눈을 피해 현금을 받아가며 아동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찾아 헤매거나 돌봄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전국에 약 3만명의 미등록 이주 아동이 있으며, 이들에게 보육비를 지원하고자 2월부터 시행한 ‘공적확인제도’ 수혜 규모는 약 1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 사업 규모와 달리 도와 각 시군은 사업 홍보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업무 중 미등록 외국인을 발견하면 즉시 출입국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 84조가 도, 시군 미등록 이주민 지원센터 모두에게 독려를 주저케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 시군 지원센터 관계자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돕고자 섣불리 나섰다가는 자칫 (우리에게)통보 의무가 생겨 부모를 추방 위기에 내몰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군 어린이집 관계자 역시 “이미 미등록 외국인 부모들은 단속이 두려워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현금으로 원비를 주며 아이를 부탁하는 실정”이라며 “그마저도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방치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현재 공적 확인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와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 방안 등 다방면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받으러 갔다가 걸리면 추방?…‘덫’이 돼버린 불법체류자 자녀 보육 지원 [아이에겐 죄가 없다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2580313 사전 협의했는데, 개정은 '깜깜'…엇박자 행정에 커지는 불신 [아이에겐 죄가 없다 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2580315 정책 홍보도, 집계도 못해…위험에 방치되는 이주 아동들 [아이에겐 죄가 없다 中]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4580513 국회·전문가 "통보 예외사항 법제화 시급"…공은 국회로 [아이에겐 죄가 없다 中]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4580515

‘1++ 등급 염소’는 왜 없을까?…단속 현장 속 드러난 ‘빈틈’ [염소고기 전성시대 下] ③

2인1조 단속반이 예고 없이 문을 연다. ‘특별사법경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쓰인 재킷을 입고 불시에 들이닥친 이들은 조사공무원증을 보이며 신분을 밝힌다.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설명한 후 곧바로 업소명, 조사종료 예정 시간 등을 적은 교부 문서를 건넨다. 경기도내 흑염소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원산지 표시 점검 현장이다. 단속반의 눈은 메뉴판과 포장재, 게시판 원산지 표시를 향한다. ‘국내산’ 문구를 뒤로, 냉장고에 보관 중인 흑염소 원료를 살피고 거래내역서 등과 대조한다. 이어 “국내산이라면서 왜 거래내역서에는 공급처가 불분명하죠?”, “같은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흑염소탕인데 어떻게 주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죠?” 등 질문이 뒤따른다. 염소고기는 소나 돼지와 다르다. 마블링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 부분육이나 반 마리 형태로 들어와서 베테랑 단속반이라도 육안으로 원산지를 가려내긴 어렵다. 결국 승부처는 ‘증빙자료’다. 서류가 미심쩍거나 훼손됐으면 매입처로 전화를 걸어 역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이 있다. 소·돼지 등 ‘메이저 축종’과 달리 염소는 아직 ‘비메이저’ 취급을 받고 있어서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타 축종은 도축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축산물 이력제가 적용되지만 염소는 예외다. 이력번호라도 확인해야 원산지 구분이 쉬운데 이조차 미흡한 게 현실이다. 그만큼 범람하는 게 ‘원산지 둔갑’ 문제다. 국내 염소고기 원산지 위반 적발 건수는 2021년 2건에서 지난해 62건으로 급증,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3건이 농관원 경기지원 관할(경기·인천·서울)에서 발생했다. 최근 수입 생육 대부분이 호주산이고, 속속 몽골산 가공품도 단속망에 걸리는 실정에서 타이틀은 ‘국내산’인 셈이다. 이러한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원산지 미표시는 과태료 부과 절차로 넘어가고, 거짓표시는 특사경 수사·검찰 송치까지 이어진다. 현장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업주 반발은 물론 정육점에선 흉기를 손에 든 채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단속반이 위험에 노출돼도 재킷을 벗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식탁에 정체불명의 고기를 올리진 말자’는 책임감 때문이다. 15년 넘게 단속 현장을 지켜온 김철호 농관원 경기지원 수도권농식품조사팀 기획정보팀장은 “조사관들은 장부·서류 조사 과정에서 원료수불내역, 거래내역서와 이력번호를 확인하는데 염소는 타 축종에 비해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우리 가족이, 그리고 우리 국민이 먹는 먹거리인 만큼 철저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표준화된 품질 등급 체계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개고기 대신 염소라더니” 도축장 찾아 삼만리…염소특화거리 ‘한숨’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9580408 염소는 억울하다… 사육·유통·가격 ‘불투명 오명’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409580405 ‘1++ 등급 염소’는 왜 없을까?…단속 현장 속 드러난 ‘빈틈’ [염소고기 전성시대 下] 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3580506 ‘급성장’ 염소 산업…“제도는 아직 걸음마” [염소고기 전성시대 下] 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3580625

염소는 억울하다… 사육·유통·가격 ‘불투명 오명’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②

‘개 식용 종식법’ 이후 보양식 시장의 지형이 변하며 개고기 대신 염소가 대체품으로 부상했지만 관련 제도는 수년째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염소 소비량은 2021년 6천600톤에서 2024년 1만3톤700톤으로 3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2024년 2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이 공포된 이후 보양식 수요가 개 중심에서 염소로 이동했고, 과거 어르신들의 ‘약용’에 머물던 염소 소비가 대중적인 ‘식용’까지 확대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소비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염소 산업은 부실하게 굴러간다. 사육 단계부터 지자체별 규제가 제각각인 데다가 도축·유통 기준마저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육 단계부터 적용되는 일관성 없는 규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자체별 사정이 다른 ‘축종별 악취 등급’이다. 안성시의 경우 조례상 염소(3등급)가 소(4등급)보다 악취 등급이 높게 책정돼 있다. 이로 인해 소를 키우던 빈 우사가 있어도 염소로 축종을 변경해 사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포천·화성·용인시 등은 이러한 악취 등급표를 두지 않고, 충남 천안·예산·서천 등은 두 축종을 동일 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형평성 없는 규제는 축산 전환을 희망하는 농가나 귀농 청년들에게 거대한 진입장벽이 된다. 안성시 등 염소 농가들은 “등급이 통일되면 고가의 축사를 새로 짓지 않고도 기존의 소 농장을 염소로 전환할 수 있다”며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표준화가 시급하고, 관련 조례도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과 소비 단계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소고기는 부위별(등심, 안심 등) 육질 등급(A++, A+ 등)이 철저하게 관리되지만, 염소고기는 표준화된 부위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처마다 부위 명칭과 손질 형태가 제각각이다 보니 소비자는 적정 가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는 시장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정부 관리 체계에서도 염소는 여전히 ‘비주류’다. 통계청과 농식품부의 가축 통계에서 염소는 토끼, 지렁이, 기러기 등과 함께 ‘기타 가축’으로 묶여 관리된다. 주요 축종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자 결국 그 빈틈은 ‘수입산 염소’가 빠르게 장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염소산업 동향 분석과 과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염소고기 수입량은 2015년 1천570톤에서 2024년 8천143톤으로 10년 새 5배 이상 폭증했다. 이 무렵 정육 기준 국내산 염소고기 자급률은 2019년 77.3%에서 2023년 37.7%로 반 토막 났다. 수입 물량 공세에 국내산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정작 소비자가 식당에서 지불하는 가격은 요지부동인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성남시 모란흑염소특화거리에서 영업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식당에 따라 국내산 또는 수입산 염소를 쓰는데 국내산의 경우 가격 안정이 안되다 보니 오를 때 너무 오르고 내릴 땐 확 내리는 특성이 있다”며 “소나 돼지처럼 정부 차원의 가격 관리와 유통 단계 강화, 안정화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염소 산업이 ‘반짝 특수’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소나 돼지처럼 유통 단계를 투명하게 강화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한 지원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현규 안성시 흑염소연구회 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살아있는 국내산 염소가 ㎏당 1만8천원~2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7천원 수준까지 떨어져 사룟값도 못 건지는 상황”이라며 “농가들이 사육부터 가공, 판매까지 직접 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홍보나 판로 확보는 꿈도 못 꾼다. 그 여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관련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개고기 대신 염소라더니” 도축장 찾아 삼만리…염소특화거리 ‘한숨’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9580408

“개고기 대신 염소라더니” 도축장 찾아 삼만리…염소특화거리 ‘한숨’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①

민속 최대 5일장이 열리는 성남시 모란시장. 13개 구획 너머 한 골목을 따라 대형 가마솥들이 길게 늘어선 채 펄펄 끓었다. 곳곳에 놓인 판매대에는 국내산·호주산 정육 고기부터 72시간 달여 완성한 진액까지 여러 상품이 손님을 기다렸다. 달큰하고 눅진한 한약 냄새가 아침을 여는 곳, ‘모란흑염소특화거리’ 모습이다. 과거 보양의 왕좌엔 ‘개’가 있었고 그 중심에 ‘모란시장’이 자리했다. 하지만 2024년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차츰차츰 시장에도, 특화거리에도 ‘염소 붐’이 불기 시작했다. 수십년째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염소 캐릭터가 그려진 액기스 포장 박스를 층층이 쌓으며 “개고기가 금지된 뒤로 ‘대신 염소 먹자’는 손님이 확실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날(4일, 9일)이 아니더라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보양철이 되면 골목 전체가 활기차진다”며 “도축장이 가까이 있으면 더 밝게 웃었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2년 전만 해도 인근에는 닭과 염소를 처리하던 간이 도축장이 있었다. 불법 도축을 막기 위해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던 ‘이동식 도축장’이지만 민원과 부지 문제 등을 이유로 2024년 3월 폐쇄된 뒤 지금은 아스팔트 주차장이 됐다. 현재 경기도 내 합법적인 염소 전용 도축장은 0곳. 이곳 상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충남 천안이나 충북 청주까지 왕복 200㎞를 달려 ‘원정’에 나선다. 충청도에 물량이 쏟아질 때면 전라도까지 넘어가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식당과 건강원을 함께 운영하는 B씨는 “저는 천안에서 주1회 도축 작업을 하는데 왕복 이동에 작업까지 더하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간다”며 “물량이 밀리면 현장에서 대기해야 하고, 요즈음 같은 상황에선 기름값과 인건비 부담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염소 전용 도축장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두커니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옆 가게의 업주 C씨도 “저도 충주까지 간다.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염소 한두 마리 잡으려고 먼 거리까지 가면 유류비도 안 나오기 때문에 염소 가격도 안정되기 어렵다”며 “도축장이 가까이 있어야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태어 전했다. 이러한 ‘도축 공백’은 불법 유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위생의 사각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염소 도축장은 휴업 2개소를 포함해 총 23개소에 불과하며 경기도는 물론 인천에도 전무하다. 특히 2023년의 경우 전체 출하 물량 중 63.3%만이 이러한 전용 도축장을 거쳐, 나머지 약 40%는 암암리에 잡혀 유통되거나 수입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보양식의 위생과 안전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양식의 세대교체’라기엔 아직 농가도, 상인도, 소비자도 ‘글쎄’다. 모란흑염소특화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상인은 똑같이 말했다. “개 불법 도축으로 시끄러웠을 때 염소가 떠올랐잖아요. 그런데 염소와 관련된 기반도 같이 사라졌고 새로 생길 기미도 안 보여요. 이제는 그때와 상황이 다른데 많이 아쉽죠.” ●관련기사 : 염소는 억울하다… 사육·유통·가격 ‘불투명 오명’ [염소고기 전성시대 上] 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9580405

부모 거부하면 방법 없어…학대 정황 속 방치되는 위기 아동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③]

아동 학대 위기 가구에 대한 지자체의 현장 조사가 피해 예방 및 신속 대응책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의 미약한 권한 탓에 적극 발굴은 먼 이야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을 학대 중인 보호자가 지자체의 방문 시도나 연락을 회피해도 강제 조사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신속한 아동 보호를 위해 담당 공무원 권한 강화와 법적 보호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각종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구별 아동학대 징후를 수치화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활용해 학대 의심 아동을 선정, 지자체에 현장 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이후 지자체는 아동 학대 의심 가구를 방문해 대면 조사를 진행하고 실제 아동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전담 공무원 조사, 경찰 신고 등 후속 조처를 실시한다. 문제는 지자체 공무원의 방문 예고나 실제 방문을 보호자가 거부해도 강제조사 등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지자체들은 1분기(3개월) 내 방문 예고 3회, 실제 방문 3회 안으로 학대 의심 아동 및 보호자를 대면하지 못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보호자가 고의로 조사를 회피하면 최장 3개월 이상 위기 아동 구조 및 보호가 지체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내 e아동행복지원사업을 통한 대면 조사 대상자 중 70명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70명의 아동이 석달 이상 아동 학대 위험 속에 방치된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통장 등의 도움을 받아 주거침입 피고발 위험을 무릅쓰고 주거지에 찾아가도 보호자가 대면을 거부하면 사실상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분기별로 조사 대상 아동의 안전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의 신속한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현장 조사 공무원의 권한 강화, 사후 법적 보호망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학대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의심 사례에 대한 즉시 개입이 필수적인데 의심 가구로 지정된 후 최장 수 개월간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은 어불성설”이라며 “방문 거부 가정은 곧바로 강제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자체 권한을 강화하거나 경찰과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정인이부터 이름 없는 죽음까지…경기도서 매년 2명이상 죽는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9580302 아동 강력범죄 전조인데…재학대 가구 현황파악 없는 시군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9580303 숨기면 모르고, 실사가도 속아…'시흥 아동 살해사건'으로 드러난 아동복지 구멍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31580667 조사는 공무원, 관리는 민간...불통 구조에 통합기구 절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31580675 신고하면 민원 폭탄…발목 잡히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2580655 부모 거부하면 방법 없어…학대 정황 속 방치되는 위기 아동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02580615

숨기면 모르고, 실사가도 속아…'시흥 아동 살해사건'으로 드러난 아동복지 구멍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시흥 비극에 드러난 관리 공백 시흥에서 세 살배기 딸아이를 살해한 30대 모친이 6년 간 이를 숨긴 채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부정수급 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행정편의주의적 아동 복지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수당 지급 여부와 아동 상태 확인을 부모의 신고, 즉 보호자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어 아동 학대나 살해를 은폐할 경우 사실상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지난해 아동 64만명에게 7천800억여원의 아동수당을, 보호자 2만6천844명에게 325억 규모의 양육수당을 지급했다. 이들 수당은 모두 보호자의 신청에 따라 집행됐다. 문제는 수당 지급 정지조차 보호자의 자녀 사망 신고, 출입국당국이 제공하는 90일 이상의 해외 체류 사실 등 제3자가 전달하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다. 이같은 맹점을 이용해 시흥 사건 모친 A씨는 2020년 3월 딸을 살해한 후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지난해 하반기까지 5년여간 1천만원 상당의 수당을 부정 수급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수급 아동을 직접 점검하는 유일한 수단인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있다. 조사 대상 아동이 3세에 국한된 데다, 아동 지문이나 사진 등 정보가 없다시피 해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시흥시는 B양 피살 이후 점검차 A씨 거주지를 방문했지만, A씨는 다른 아이를 내세워 조사를 회피했고 그렇게 B양의 사망 사실은 6년여간 숨겨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 인력과 정보 부족으로 수급 대상 아동 전체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시가 뒤늦게 A씨에게 지급된 수당 전액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수급제와 아동 확인 제도의 허점으로 인명 피해와 혈세 누수는 피하지 못해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전수 조사 아동 연령 및 점검 주기 확대, 아동 지문 정보 수집 의무화 등 아동 강력범죄 감시와 부정 수급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방접종 이력 등 보건의료서비스전담체계를 활용해 수급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 위기 징후를 신속히 포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 점검 대상 아동 연령과 점검 주기도 강화해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정인이부터 이름 없는 죽음까지…경기도서 매년 2명이상 죽는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9580302 아동 강력범죄 전조인데…재학대 가구 현황파악 없는 시군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9580303 숨기면 모르고, 실사가도 속아…'시흥 아동 살해사건'으로 드러난 아동복지 구멍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31580667 조사는 공무원, 관리는 민간...불통 구조에 통합기구 절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31580675

정인이부터 이름 없는 죽음까지…경기도서 매년 2명이상 죽는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①]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 ‘필요’에는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지, 혹시나 학대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는 ‘관심’도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2020년 양부모가 생후 6개월 아기를 잔인하게 학대, 살해한 ‘정인이 사건’에 충격을 받고 재발방지를 외쳤지만 정작 같은 해 발생한 ‘시흥 세 살배기 딸 살인사건’ 역시 6년간 인지하지 못했다. 경기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아동학대와 살해가 끊이지 않는 지금, 경기일보는 아동학대 대응 제도의 맹점과 앞으로의 대안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① 위기아동 선제 보호망 한계 시흥시에서 세 살배기 딸을 학대 끝에 살해한 30대 모친의 범행이 6년 만에 드러난 가운데 경기 지역에서 매년 2명꼴로 아동들이 학대 받다 죽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나 의사 등 신고 의무자에 의존하는 경찰, 지자체 대응 방식이 재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경기도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모두 4천433건이다. 2023년 4천87건, 2024년 3천926건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아동학대 발생량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도내 아동학대 치사, 아동학대 살해 등 학대가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도 ▲2022년 치사 2건, 살해 1건 ▲2023년 치사 2건 ▲2024년 치사 2건 등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한국 사회에 ‘이웃집 아동학대 의심신고’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점을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 책임을 교사, 의사 등 신고 의무자에게만 지우고 있어 경찰이나 지자체가 학대 정황을 인지, 선제 대응할 창구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도내 한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 내 보호자에게서 발생하는데, 주변 신고가 없다면 사실상 학대 발생 후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주변 아동 학대 정황 신고 요령을 적극 교육하며 신고자에 대한 보호도 철저하다”며 “학대당하는 아동을 이웃이 구원할 수 있다는 문화를 정착하는 한편, 무고죄 적용 배제 등 신고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 아동 강력범죄 전조인데…재학대 가구 현황파악 없는 시군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잔혹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9580303

매년 재선충병 피해 입는데…경제 논리에 막힌 ‘수종 다변화’ [신음하는 경기 산림下]

경기지역 산림이 매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핵심 대안인 ‘수종(나무 종류) 다변화 정책’은 경제 논리에 가로막혀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재선충병에 취약한 침엽수종 대신 병해충에 강한 활엽수종을 심어 감염을 최소화한다는 게 정책의 골자인데, 민간 산주(山主)는 활엽수종 대비 수익이 큰 침엽수림 재배를 선호해 재산권과 정책 취지가 충돌하고 있어서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지역 산림 중 침엽수림은 12만5천여㏊로, 전체 산림(51만여㏊)의 24.4%를 차지한다. 매년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도내 산림 4분의 1이 확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에 산림청과 도는 매년 1천억원대 예산을 투입, 소나무재선충병이나 산불로 침엽수가 소실된 자리에 활엽수를 심어 수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는 도내 산림의 72.7%가 개인 소유인 데다, 산주들이 수익 악화를 이유로 수종 전환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침엽수는 ▲송이버섯 재배 ▲관상용 소나무 재배 ▲목재 가공 등으로 활엽수 대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활엽수 식재 시 핵심 수입원인 고부가가치 버섯 재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전문임업인협회 관계자는 “목재, 관상목 판매와 더불어 재배 가능한 버섯의 가치도 (활엽수보다)크기에 임업계는 침엽수종을 선호한다”며 “활엽수 재배로 생산되는 목재나 임산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산주가 소나무재선충병 위험을 감수하며 침엽수종을 재배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도내 산림의 대다수를 소유한 산주들이 수종 다변화 정책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산림 붕괴 위험 방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수종 다변화에 영향을 받는 산주와 농가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종합 ● 관련기사 : 재선충병 습격… 사라지는 소나무 ‘속수무책’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3580547 피해는 늘고, 예산은 줄고…소나무 ‘재선충병’ 대응 한계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60323580607 매년 재선충병 피해 입는데…경제 논리에 막힌 ‘수종 다변화’ [신음하는 경기 산림下]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5580498 더 미룰 수 없는 산림 대전환…“단순 권고 넘어 실질적 당근 필요” [신음하는 경기 산림下]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5580499

피해는 늘고, 예산은 줄고…소나무 ‘재선충병’ 대응 한계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경기 지역 곳곳의 침엽수에 소나무재선충이 확산, 피해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막기 위한 시군 방제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선제 방역과 신속한 감염목 제거가 핵심 대책임에도 부족한 재원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데, 정부의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 평택, 성남 등 소나무재선충으로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들은 올해 방제 대상 면적과 침엽수 규모를 늘린 상태지만 방제 예산은 감액을 겪었다. 평택시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2023년 165본에서 지난해 1천323본으로 8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올해 편성된 방제 예산은 1억8천460여만원으로 지난해 3억1천960만원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화성특례시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화성시는 최근 1년 사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가 뚜렷해지며 방제 대상 면적을 113㏊로 설정, 전년(99㏊) 대비 14㏊ 확대했다. 하지만 올해 방제 예산은 2억1천만원 규모로 지난해(약 3억9천만원) 대비 절반 수준 감액을 겪었다. 이는 산림청, 즉 정부의 예산 축소 영향이다. 소나무재선충 방제 예산은 국비 46%, 도비 16%, 시비 38% 등 국·지방비 매칭 구조로 편성되는데, 국비가 줄어들면서 지방비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방제 예산도 139억667만원으로 지난해(287억5천만원)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일선 시군들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확산 대응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선충병은 초기 대응이 핵심인데, 예산이 부족해 전면 방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용 재원 범위 내에서 선별 대응을 전개하고 있지만 국·도비 지원이 확대되지 않으면 피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는 20일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이력이 있는 22개 시군과 실무 간담회를 열고 확산 저지와 방제 대응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 대응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산림청으로부터 산림재해대책비 등 추가 예산을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만큼 재원 확충과 방제 등 대응 강화를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은 “매년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는 늘고 있지만 항상 예산 부족으로 적기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관련 예산 대폭 확충과 적기 활용, 방제 지원을 병행해 산림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종합 ●관련기사 : 재선충병 습격… 사라지는 소나무 ‘속수무책’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3580547

재선충병 습격… 사라지는 소나무 ‘속수무책’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경기도 산림이 소나무재선충병에 속수무책으로 뚫려 신음하고 있다. 해마다 반복하는 감염병이지만 방제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번번이 ‘뒷북’에 그쳐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에 산림 대다수를 차지하는 침엽수 대신 병해충에 강한 활엽수를 심는 '수종 다변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도 각종 이해관계에 부딪혀 답보하는 실정이다. 경기일보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반복의 실태와 대응 과정 속 한계, 대안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이번엔 다른 때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요. 지금 상태가 이어지면 산림 전체가 고사(枯死)할지도 모릅니다.” 23일 경기일보 취재진이 찾은 양평군 서종면 한 야산.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을 베어내는 전기톱 소리가 여기저기서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매우 높은 전염성 탓에 감염목에 대한 조처는 벌목과 파쇄, 소각뿐인 터다.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진 아름드리 소나무는 하얀 단면을 드러냈지만, 가지 끝은 불에 그을린 듯 붉게 변색돼 있었다. 감염 확산으로 곳곳이 붉었던 소나무 군락지는 어느새 밑동들만 남겨져 벌목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사읍에 위치한 산림도 비슷한 사정이었다. 일대 잣나무 군락지 사이사이로 붉게 변해 마른 감염목들이 섞여 있었으며 손으로 나뭇가지를 쥐자 힘없이 부러졌다. 성남시 한 산림에서는 지자체 방제 속도가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가 포착됐다. 곳곳에 잘려나간 나무 밑동마다 약제를 주입한 작은 구멍들이 눈에 띄었지만, 주변에는 이미 붉게 말라죽은 나무들이 즐비해 있었다. ‘치사율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이 경기 지역 침엽수를 빠르게 잠식, 일선 시군이 손 쓸 틈 없이 산림 붕괴가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침엽수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매개충을 통해 확산하는 병해충이다. 나무 내부에서 증식해 수분 이동을 막아 고사를 유발하며, 감염목은 붉게 마른다. 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2023년 7만1천760본 규모였던 감염목은 2024년 7만2천129본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만5천937본까지 늘었다. 더욱이 시군들은 지난해 상반기 진행한 소나무재선충병 실시설계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감염 확산세가 예년 대비 심화, 한정된 인력으로 진행하는 방제 속도가 감염목 확산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평, 용인 등 다른 시군 역시 감염목을 베어내고 약제를 주입하는 방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방제 구역 인근 나무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특례시는 올해 방제 면적을 지난해 99㏊에서 올해 112㏊로 확대하고 방제 및 벌목 나무 수도 대폭 확대했지만 전체 감염목 제거는 하반기께로 예정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감염목 벌목과 방제를 병행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이미 번진 피해를 잡고 확산을 예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접 지역에서의 확산도 겹치고 있어 항공 예찰 및 방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종합 ●관련기사 : 피해는 늘고, 예산은 줄고…소나무 ‘재선충병’ 대응 한계 [신음하는 경기 산림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323580607

메시지로 본 경기도지사 후보군의 5인5색 ‘청사진’

윤곽을 드러낸 여권의 경기도지사 후보군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공통 기조로 내세우는 가운데 경기도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한 후보부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채 도민과의 소통 행보에 시동을 건 이들까지 각자가 내놓은 메시지 속에서 서로 다른 정책 설계 방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출마 예정자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화성병)·한준호(고양을) 의원(가나다순)과 양기대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3명이다. 여기에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현역의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국회의원까지 5파전의 구도가 명확하게 짜여졌다. 5명의 후보군은 공통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는 제1의 도시가 되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공통의 메시지로 밝히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도정의 청사진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출마선언문을 발표한 3명의 후보별로 보면 권 의원은 ‘피로’와 ‘기본’을 반복하며 도민의 일상 부담을 문제로 제기했고 한 의원은 ‘실용주의’와 ‘구조’를 통해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양 전 의원은 ‘대변혁’과 ‘전환’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서울과의 구조적 격차 해소를 강조했다. 또 권 의원은 ‘피로를 줄이는 생활 도정’을, 한 의원은 ‘산업·교통 구조 재설계형 도정’을, 양 전 의원은 ‘서울 종속 구조 탈피와 대변혁’을 정책 과제로 제시한 점도 달랐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김 지사는 신년 기자간담회를 비롯한 공식 석상에서 RE100 정책의 완성과 반도체·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도를 기후경제와 산업 재편의 거점으로 삼는 등 성장 기반 확대에 방점을 찍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추 의원은 ‘수도권 구조 개혁의 출발점’을 경기도에 두고 격차 해소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권한 구조 재정비를 거론하며 도의 제도적 역할을 부각하는 언급이 잦았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예정자들의 출마선언문 등 대외적 공식 자료에 담긴 반복적 단어와 정책 배열 방식은 그들의 사고와 신념을 나타내는 동시에 향후 경선 과정에서 정책 우선순위와 노선 경쟁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 생활·제도·공간·구조…경기도지사 출마예정자 도정 전략 분석해보니 [6·3스포트라이트]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223580490

병원-요양원-병원…치료 후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재감염’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반복 감염 관리 공백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병원 치료를 마치고 요양원으로 돌아간 80대 환자가 재감염으로 숨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예후 관리 체계 공백이 도마에 올랐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특례시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 지난달 숨진 고(故) 김용관씨(당시 83세)는 다제내성균 반복 감염 환자였다. 요양원에서 지내던 김씨는 2023년 4월 낙상 사고로 고관절 수술 등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2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다제내성균인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김씨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 6개월에 걸친 격리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그해 11월 요양원에 재입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께 김씨는 폐렴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 CRE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반년여 만에 다제내성균에 재감염된 것이다. 김씨는 또 다시 수개월간 격리 치료를 받았지만, 12월 6일 끝내 숨졌다. 문제는 김씨의 재감염이 요양원 측 관리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요양원 내 다른 입소자 중 CRE 감염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 보호자가 병원에 검사를 요청하며 드러났다는 점이다. 김씨를 치료했던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의 요청으로 검사를 진행하면서 재감염 사실을 파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양원 측도 김씨 재입소 당시 결핵 검사 외 다제내성균 검사나 재감염 예방 조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치료 종료 후 재감염 방지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김씨 보호자가 요양원에서 재감염됐다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요양원 관계자는 “(다제내성균)감염이 발생하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 검사를 의뢰하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어 요양원이 선제 검사, 예후 관리를 적극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전파, 재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요양시설이 감염 감시와 치료 환자 예후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제내성균은 음성 전환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지만 요양시설은 이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체계나 역량이 없다”며 “이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순간 관리에 공백이 생겨 재감염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양시설에서 입소 전 다제내성균 검사, 치료 환자 관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제내성균이란?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균 ●관련기사 : 항생제 남발… 소리없이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 [현장, 그곳&]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8 신고·검진 의무 없는 복지시설… 예방·대응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9 코로나 팬데믹 기점… 감염·사망 폭증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7580300 죽음 부르는 다제내성균…사망진단서엔 배제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2 현실 반영 못하는 다제내성균 사망 통계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3 가성비 떨어지는 치료… ‘의료수가의 벽’에 막힌 다제내성균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4 감염 속출… 요양시설 방역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3 공공 격리병상 ‘대란’… 매달 1천명 환자 갈 곳 잃다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5 “요양원 관리, 격리치료 지원 절실”…재감염 사망자 딸 김영미씨 증언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27580498

감염 속출… 요양시설 방역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누구도 들추지 않는 ‘죽음의 장막’ 고령층 등 감염 취약층이 모이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다제내성균이 퍼지고 있지만, 시설과 소관 지자체 어느 쪽에도 대응 의무나 예산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확산이 방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과 지침상 비의료기관인 요양시설에 지자체가 예산을 수립, 투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인데, 감염 대응 최일선에 있는 시설과 시·군이 즉각 ‘죽음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이 인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 위치한 A 요양병원은 경기도내 37개 요양시설과 합동으로 2024년 4월1일부터 지난해 12월1일까지 입소자 1천648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38.4%인 634명이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기준 도내 요양시설은 총 1천688곳으로 조사 대상이 2.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실제 감염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병원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감염 확인으로 인한 책임 전가 우려에, 시군들은 ‘(검사가)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현황 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입소자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대로면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대규모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도내 31개 시군 중 요양시설의 입소자 다제내성균 감염 여부 검사 인력이나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선제 검사는 시설 자율에 맡겨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 위험 부담은 모두 입소자들이 부담하는 실정이다. 이희창 한양대 교수 연구팀 역시 2022년 ‘노인요양시설 감염관리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국 요양시설 대다수가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지침, 재원이 미비한 탓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시·군 관계자는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에는 전담 감염관리 인력이 없고 간호인력도 제한적인 탓에 실질적 감염통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 아닌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감염병 관리 지침상 별도 예산 수립의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확산 방지의 최일선인 요양시설과 지자체에 행정, 재정적 지원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원은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확산 방치가 “지방의 감염병 대응 역할,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데 서 온 집행 공백”이라고 지적하며 “요양시설의 선제 검사·격리 등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제내성균이란?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균 ●관련기사 : 항생제 남발… 소리없이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 [현장, 그곳&]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8 신고·검진 의무 없는 복지시설… 예방·대응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9 코로나 팬데믹 기점… 감염·사망 폭증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7580300 죽음 부르는 다제내성균…사망진단서엔 배제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2 현실 반영 못하는 다제내성균 사망 통계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3 가성비 떨어지는 치료… ‘의료수가의 벽’에 막힌 다제내성균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4 공공 격리병상 ‘대란’… 매달 1천명 환자 갈 곳 잃다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5

문화재·도시 공존… 명소된 런던·도쿄 ‘쏠린눈’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⑤]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 ⑤ 문화재 인근 개발 해외 사례 문화재 규제에 따른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자 해외 사례가 이목이 쏠린다. 문화재 보존지역 내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거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곳에는 경관 등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며 문화재·도시가 서로 공존하는 중심지로 만들면서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 평택, 안성 등에서 추진되는 각종 개발 사업이 문화재 규제에 막히면서 영국·일본 등 문화재 가치 상승 사례에 주목된다. 우선 초고층 빌딩이 인근에 들어선 영국 런던의 런던타워는 문화재와 거리, 경관 등을 고려한 설계로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한 채 도시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런던타워 주변 지역 고층 개발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 일대 펜처치 스트리트(160m), 리덴홀 빌딩(225m), 세인트메리엑스(180m)가 인근에 들어서며 유네스코가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런던타워에서 500여m 떨어져 있고 경관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또 영국 런던의 ‘더 샤드’(높이 310m, 72층)도 거론된다. 런던 도심은 세인트폴 대성당 돔이 보이는 시야 내 고층을 금지하는 ‘역사경관 보호 정책’에도 샤드 건물을 유리 파편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설계해 시야 차단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발 완료 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며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자산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고층 건물 개발에도 문화유산을 유지한 사례도 많다. 1963년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일본 도쿄 황거 주변 개발은 우리나라 각종 세계문화유산 인근 개발 시 참고했던 사례다. 황거에 아직 일왕이 거주해 이곳에 가까울수록 고도 제한을 낮게 한다. 그러나 황거와 건물이 멀어질수록 높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렇게 조성된 마루노우치 지구는 ‘일본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경제 중심지이자, 관광지로 거듭났다. 또 프랑스 센 강변 주변도 대표적이다. 파리는 오랫동안 37m 정도의 고도제한을 유지해왔지만 2010년쯤 외곽지역에 대해 180m까지 높이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유네스코가 우려를 표했다. 삼각 타워가 180m 높이로 계획되자 시각적 통합성의 훼손 위협이 있다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지적에 파리는 고층 건물을 유산지구 밖으로 철저히 분리했으며 조망축 보호 계획을 강화했다. 고층 프로젝트 일부를 축소하고 ‘역사경관 보존’을 도시 정책으로 유지하며 시각적 통합성을 지켰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처럼 도심 개발과 재산권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도심 곳곳에 문화재가 있는 경우 문화재 보호에만 치중할 경우 지역이 슬럼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문화재 주변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닌,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도시 경쟁력 등을 위해 개발과 보존 사이에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규제보다 전통 문화유산과 현대적 건물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유연한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도시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는 용적이양제도 문화재 인근 개발을 돕는 제도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꼽히고 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존 등으로 쓰지 못하는 용적을 다른 건물이나 지역 등으로 팔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뉴욕의 ‘원 밴더빌트’(93층), 일본 도쿄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 등이 용적이양제를 통해 탄생한 랜드마크 건물이다. 국내에선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처음 도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는 “문화재 인근 지역은 사유재산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발 권리를 이양하고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은 향후 기대이익에 대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문화재 인근 주민을 위한 현실에 맞는 보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문화재 규제로 인한 생활여건 개선도 공공의 이익으로 극대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명제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문화재가 보이는 시야를 지키느냐, 아니면 주민 편익을 높이는 개발과 조화를 이루느냐는 협의를 통해 조정돼야 한다”며 “‘필요한 개발’인지가 우선 돼야 하는데, 실 주거·생활 인프라 수요가 크다면 문화재와의 완충구역을 확보하고 배치·높이 조절 등을 통해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구역 규제는 지켜야 하지만, 그 안에서도 타협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며 “문화재 보존 논리만으로 개발을 전면 차단하거나, 반대로 개발만 밀어붙이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만 키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양보하며 차선의 합의를 찾는 과정이 도시계획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문화재 인접 개발을 단순히 ‘막느냐·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지연 가능성 등 현실적 변수까지 고려한 대비가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심희철 국립공주대 부동산학과 조교수는 “문화재 지역 중 특히 지연 위험이 예상되는 곳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타당성 조사와 리스크 분석을 충분히 하고, 실제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적용할 대체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해두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승인기관 차원에서도 더 앞 단계에서 사전 검토와 대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10년째 개발 표류… 오산 독산성에 묶인 ‘재산권’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21580213 고층 아파트 속 ‘대동비’… 마을 ‘애물단지’ 전락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22580238 ‘안성 객사’ 규제 장벽에… 양복지구 개발 ‘스톱’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28580159 안양일번가 옥죄는 문화재…상권 침체 호소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05580197

민주·국힘 경기도당,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 공천 반영’ 한목소리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유권자에게 제시한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나 평가 체제가 부재하다는 지적(본보 11월3일자 1·면 등 연속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경기도당이 내년 6·3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지방의원이 공약을 만들어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천을 준 정당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관련 지원 체제 마련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경기도당과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지방의원공약추적단의 연속 기획보도와 관련, 공약 공개 및 이행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각 정당의 방식으로 이를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민주당의 경우 공약 이행률을 평가하긴 했지만 형식에 그쳤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마다 다른 규정을 적용해 공약 이행률의 반영 여부가 불투명했다. 양당이 모두 공약의 내용과 이행률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공천 과정에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만큼 도민의 알 권리 충족은 물론이고 지방의원에게 공약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종전 현역 평가에서 공약 정합성 및 공약 이행 충실도, 공약 달성을 위해 운영한 세부 사업의 성과 등을 정량평가 형태로 반영하던 것과 달리 단순 정량지표를 넘어 주민의 삶에 실제로 기여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공약 이행률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정당의 역할이 선출직 공직자의 성공적 의정활동 지원에 있는 만큼 공약 이행률을 높일 수 있는 ‘전폭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약 수립부터 이행, 점검까지 이어지는 교육 시스템의 마련이 그중 하나다. 중앙당 차원의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를 최근 출범한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게만 한정된 평가 기준을 지방의원에게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지방의원을 평가하지 않지만 도당이 별도로 공직자평가위의 평가 기준을 활용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유해 공천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중앙당 공직자평가위의 평가 기준에는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국비 확보 목표액 대비 협상 성과 평가)와 공약 추진율 등 공약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진짜 일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현장에서 적합한 공약을 제시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바꿔 나가는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해 종전에 진행 중인 경기정치아카데미와 스피치아카데미를 활용, 지방의원으로서 지역을 어떻게 살피고 주민이 원하는 정책을 발굴해 공약해야 하는지를 꾸준히 교육하겠다고 했다. ● 관련기사 : 교육예산 권한까지... 광역의원 ‘손끝에’ 학생 미래 달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⑧]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10580443 경실련·지역경실련협의회 “지방의원 유일 정보지 ‘공보’, 공약 기재 기준 강화해야”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⑦]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3580252 “도민 알 권리 보장해야”… 경남도의회 ‘깜깜이 공약’ 자성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⑥]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6580309 내년만 전국 247조원 심의…광역의원은 '왜' 있어야 하나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⑤]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0580457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0580289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손해율 관리 vs 형평성 음주운전 구상권 ‘논란’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④]

完 기준 없는 구상권 강화 ‘갑론을박’ 음주 운전 사고 증가와 손해액 급증으로 손해보험사들이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구상권’을 강화하면서, 손해율 관리와 형평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사고 유발의 경중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 없이 운전자에게 수천만원의 구상금이 일괄 부과되면서 ‘이중 처벌’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약 7%에 불과하지만, 사고 1건당 평균 보상액은 일반 사고의 두세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차량 첨단화로 수리비가 늘고 장기 치료·후유장해 보상이 동반되면서 손해율이 악화했고, 보험사들은 구상권 회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실제 2024년 이후 사고부담금 상한이 사실상 폐지되고, 음주·무면허 사고에 대한 구상 범위가 전액 청구로 확대되면서 가해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청구가 운전자의 경제력, 사고의 경중, 고의성 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일괄 적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가해자들은 “형사처벌·행정처분을 받은 뒤 다시 수천만 원 구상금 고지서를 받는다”며 이중 처벌을 호소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고는 피해자 치료비가 크게 발생해 보험사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을 전액 구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가능하고, 이미 보편화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교통사고 전문 이영진 변호사는 “구상권은 보험사가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낮거나 과실 비율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청구되는 경우가 있다”며 “음주 사실만으로 ‘전액 구상’이 자동 결정되는 구조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4년 6월 대법원이 ‘운행지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차량 소유자도 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가 나오면서, 차량 소유자나 동승자 등 제삼자의 책임 범위까지 확장되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 판단이 구상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누적될 경우, 가해자뿐 아니라 차량 소유자 등까지 부담을 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주민 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은 “중상·사망 사고는 보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구상권은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논란을 줄이려면 사고 경중·경제력·과실 비율 등을 반영한 차등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관련기사 : 민간보험 밖 ‘전동보조기기’… 교통약자 이동권 ‘발목’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17580470 돈 안되면 외면… 교통약자 못 품는 ‘포용보험’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4580485 건수 적지만 파급력 커… 음주운전사고 손해율 악화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26580368

동서울변전소 증설 ‘차질’… 국가전력 계획 ‘흔들’

국가기간 전력망 1호 사업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전면 재검토’ 시사로 빨간불이 켜지며 9월부터 시행된 전력망 특별법(경기일보 9월25일자 1·3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2일 하남시 감일동 주민센터에서 주민 및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5자협의체와 간담회를 갖고 동서울변전소 500㎸ 변환소 설치와 관련해 “대체 부지를 포함해 사업 전 과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혀 사실상 재검토 방침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국가기간 전력망 1호 사업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남시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HVDC)’의 종점으로 중장기적으로 동해안 발전 전력에 의존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기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전력계획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변환소 예정 부지가 감일동 주거지에서 직선거리 150m에 불과해 영유아, 청소년 등 4만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지역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소음·전자파 우려와 함께 2023년 10월 하남시와 한전이 주민 모르게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밀실 추진’ 논란도 갈등을 키운 요인이다. 전력망 특별법은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된 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60일 안에 허가 여부를 답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자동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주민 수용성과 절차적 하자 여부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별법에 따른 민원 패스트트랙제도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고시가 11월5일 이뤄진 만큼 법 규정상 내년 1월5일부터는 공사 착수가 가능하지만 정부가 실제 강행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10월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위원회’는 동서울변전소를 포함한 99개 송·변전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일괄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이 구간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에너지고속도로’의 0단계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며 조기 착공 의지를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은 “0단계부터 흔들리면 전력망 패스트트랙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계획 등 국가전략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관련기사 : 용인 반도체 전력 어쩌나... 에너지고속도로 지연 우려 http://kyeonggi.com/article/20251124580495 경기도 ‘송전망’ 숨통 튼다... 초강력 ‘전력망 특별법’ 시행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4580423 바뀐 전력 관련 정책…경기도 현장, 시험대 될 전망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4580421

내년만 전국 247조원 심의…광역의원은 '왜' 있어야 하나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⑤]

전국 광역의원 870여명이 내년도에만 247조원 규모의 시·도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공약을 이행하는 수단이자 지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인데, 정작 의원들이 제시했던 공약이 자취를 감춘 상태여서 주민들이 의원의 판단 기준과 책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광역의원 정수는 총 877명이다. 이 중 서울·부산·대전·세종·경기·충남·전남·경북·제주에서 1명씩 결원이 생겨 실제 현역의원으로는 868명이 활동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의원 정수’로만 표기했다. 지방의회 의원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으로 나뉜다. 지역주민과 밀접한 위치에서 시·군을 챙기는 게 기초의원이라면, 시·군과 함께 시·도 전반까지의 예산 심의 및 주민 대표 등 기능을 포괄하는 게 광역의원이다. 그래서 지방의원 중에서도 광역의원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52년 최초로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이뤄졌으나, 1961년 5·16군사정변을 이후로 지방의회가 해산됐다. 그 뒤 1991년 다시 부활하면서 제1기 지방의회가 문을 열었다. 현재 공식 자료가 있는 2기부터 9기까지 전국의 광역의원은 평균 705명으로 나타났다. 단 자료가 부재한 제2기 울산광역시의회 광역의원 수는 제외됐으며, 세종특별자치시의회 광역의원은 출범시기에 맞춰 제6기부터 포함됐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이 해마다 심의·확정하는 광역지자체 예산만 수백조원이다. 올해(2025년도 본예산안 기준)만 하더라도 877명이 전국 광역예산 234조207억원을 심의했다. 1인당 2천668억원의 예산을 심의할 정도의 막대한 권한이 있지만 정작 본연의 약속이던 ‘공약’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지역주민의이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철저한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을 말하는 시대에 지방의원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헌법적·법률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지방의원 역할 중 가장 핵심은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인데, 지방 재정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예속돼 있고 지방의원 정보 역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이 실질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원은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만큼 그에 걸맞은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알 권리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이고, 유권자가 공약을 통해 후보의 능력과 책임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 이정표인 ‘공약’… 이행률 공개, 신뢰 회복 필요 내년도 지역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전국 광역지자체와 광역의회가 예산 심의로 분주한 시점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중심으로 광역의원의 역할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광역의원의 공약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방법은 없고,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도 공약 이행 여부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들의 의정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가 예산이라는 점에서다. ■ 전국 광역의원 정수, 2기 972명→9기 877명…평균 705명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정수(비례 포함)는 제2기 972명에서 제9기 877명까지 줄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 조정 및 통폐합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수별 편차는 있으나 그럼에도 광역의원은 기수별 통상 705명씩 존재해왔다. 평균적으로 경기도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11명), 경북(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32명), 충북(31명), 울산(20명), 세종(17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다만 제1기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일괄 제외했고, 울산의 제2기 수치는 부재하며, 세종은 제6기부터 출범해 단순 비교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역 재정 운용의 핵심인 ‘예산 심의·확정’을 담당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복지·산업·행정 전반의 정책이 예산 속에 담겨 있으며, 선거에서 제시하는 ‘공약’은 이 예산 우선순위를 글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따라서 공약의 내용과 이행 정도가 중요한 이유는 곧 ‘지방재정의 방향’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 해마다 증가하는 광역 예산… 내년엔 247조원 심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은 해마다 급증했다. 과거 10년을 비교해봐도, 5기(2008년) 당초예산 순계 기준 일반·특별회계 규모는 48조5천629억원이었지만, 7기(2017년)엔 121조7천589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215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의회가 확정·의결한 본예산을 제외한 ‘순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광역의원이 직접적으로 심의하는 규모를 파악하려면 본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2025년과 2026년 전국 광역지자체 본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234조207억원에서 내년도 247조1천261억원으로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기준으로 서울 광역예산이 51조5천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39조9천46억원 ▲부산 17조9천330억원 ▲인천 15조3천129억원 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인천 광역의원 196명이 내년도 55조2천175억원을, 대구·경북 광역의원 93명이 25조7천441억원을, 광주·전남 광역의원 84명이 20조3천846억원을, 대전·충남 광역의원 70명이 19조5천210억원을 각각 심의한다. 내년도 247조원의 본예산안을 전국 877명의 광역의원이 심의하는 것으로, 의원 1명당 약 2천817억원의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광역의회에 입성할 의원들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다루게 된다. ■ 광역의원의 ‘존재 이유’… 예산·공약·대표성 광역의원 존재 가치의 핵심은 결국 ‘주민 대표성’이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정활동이며, 이 방향을 미리 약속하고 제시하는 것이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에 대한 공개 검증 체계도 부재한 현 상황은 지방정치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때때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은 바로 이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방자치 활성화의 일환에서 지방의회는 필수불가결하다. 국가 전체의 행정·재정 구조에서 광역의회가 사라진다면, 지역별 정책 결정의 균형과 주민참여의 기초가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스스로도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공약·예산·의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인 만큼, 정당 또한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주민도 지역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 조례 제정, 집행부 감시 등 핵심 기능을 갖춘 지역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상당히 발전해왔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약 중심의 평가 체계가 미비하고 정당 공천이 의원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공약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당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원 스스로 대표자로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방의원 공약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중앙정치 구도에 매몰된 탓에 현실적으로 광역의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도한 공약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도 지방의회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정책은 지방의회에서 다뤄지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이 부족하고 공개 수준도 낮아 지방정치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공약과 이행 여부가 공개적으로 평가돼야 공천 과정에서도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0580289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마을버스 위기 심화되는데…공공관리제는 여전히 ‘그림의 떡’ [벼랑 끝 마을버스下]

경기도 마을버스 업계가 고사 직전에 놓인(경기일보 13일자 1·3면) 가운데, 도가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완료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서는 공공관리제가 ▲마을버스 수요 감소와 운수업자 수익성 악화 ▲대체교통수단 증가에 따른 이용 분산 ▲민영제 운영 구조에서 누적되는 재정 적자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무협의회 구성·조례 제정·운영위원회 설치 등 9단계 절차를 제시했지만, 일선 시군에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인력·조직 여건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2억원 들인 연구용역… 현장에서는 “작동 안 한다” 14일 도에 따르면 도는 2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표준모델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되지 않은 수요, 고령화로 인한 기사 인력 부족, 운행 횟수 축소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 체계로는 지속가능한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며 공공관리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와 시군이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통합 정산·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며, 협약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안양·광명·의왕·광주시 등 경기도 평균보다 노선 중복도가 낮고 대체교통수단이 사실상 없는 지역을 우선 도입 대상으로 꼽았다. 이들 지역은 마을버스 의존도가 높아 공공관리제 도입 시 서비스 안정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용역 결과물에 대한 시군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일선에서는 “이론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실행은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시군의 경우 이미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준비와 재정 투입이 겹치며 여력이 고갈된 데다가, 공공관리제 추진 시 운행주체 설립·인건비 증가·노선 재편에 따른 혼란 등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에 사실상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도입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도내 한 시군 관계자는 “용역 취지 자체는 타당하지만 기존 준공영제와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만으로도 재원 압박이 극심한데 마을버스까지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관리제는 결국 운영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인데 지금 구조에서는 시군 단독으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군 교통 부서 관계자는 “용역에서 제시한 절차를 따르려면 전담팀 신설부터 조례 제정, 업체 협약까지 최소 1~2년이 더 필요하다”며 “시내버스 공공관리제가 2027년 완성되기 전까지는 마을버스에 손을 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올해 초 전 시군에 전달했지만, 마을버스 공공관리제는 조례상 시군 사무라 도가 직접 추진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2027~2028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며, 이후 시군의 도입 의사와 재정 여건을 종합해 마을버스 제도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간 3천400억원대 적자에 환승손실도 700억원…업계 “전담조직부터 만들어달라” 마을버스 업계의 위기 타개를 위한 ‘공공관리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공관리제의 첫 단추로 경기도 차원의 마을버스 전담 조직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청에는 시내버스·광역버스·시외버스를 담당하는 팀이 각각 존재하지만 마을버스를 전담하는 조직은 없다. 업계는 전담 조직 없이 공공관리제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도 설계·손실보전금 현실화·표준운송원가 검증 등 핵심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려면 전담팀 구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경기도 마을버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마을버스의 연간 적자는 3천449억원에 달한다. 1대당 하루 평균 운송원가는 58만5천726원인데, 실제 수입금은 26만6천529원에 그치며 대당 하루 31만9천197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환승할인제 손실도 크다. 지난해 기준 환승건수 1억5천만건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1천7억원, 이 중 보전받는 금액은 288억원뿐이어서 업체가 떠안는 손실은 21%인 719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관련 예산 삭감으로 보전율이 다시 24%로 떨어지면서 손실은 8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공공관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공공관리제는 재정 부담을 둘러싼 시군 여건, 조직·인력 부족 등으로 당장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도 논의보다 먼저, 공공관리제를 뒷받침할 행정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버스정책과 내 시내버스팀 8명, 광역버스팀 5명과 버스관리과 시외버스팀 5명 등 영역별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버스만은 버스관리과 버스관리팀 소속 2명이 전담팀 없이 업무를 맡는 구조로, 도 전역의 생활권을 촘촘히 연결하며 하루 약 70만명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임에도 행정 기반이 가장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담 조직을 신설, 정산체계·원가 검증·노선 관리 등 기본적인 행정 기능을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지금처럼 담당자 2명이 3천억원대 적자 산업을 관리하는 구조에서는 어떤 제도도 정상적으로 논의될 수 없다”며 “공공관리제 논의의 첫 단추는 조직 신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문병근 건설교통위원회 부위원장(국민의힘·수원11)은 “마을버스는 도민의 ‘생활 교통’인데도 정책 관리체계가 가장 취약한 영역”이라며 “전담 조직 없이 공공관리제 논의만 반복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마을버스 사무는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되고 있어 1~2명이 담당하고 있다”며 “향후 업무 규모가 커지거나 제도 전환이 필요할 경우 전담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승객 줄고 인력 떠나고…경기도 마을버스 ‘휘청’ [벼랑 끝 마을버스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12580568

“돌아오면 끝” 아냐…유턴기업 정착 위한 ‘처절한 전쟁’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버티기 어려운 ‘현실 장벽’ 정부가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돌아와도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에 둔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도모해도, 인건비·노동규제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한 데다 기존 지원사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정착’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복귀한 기업 수는 2021년 26개에서 2022년 24개, 2023년 22개, 지난해 20개로 감소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유턴기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실효가 낮다. 전국에서 유턴기업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16개 복귀기업에 26억8천만원 규모의 국내 복귀 지원사업이 제공됐다. 올해만 한정하면 6개 복귀기업이 제조자동화와 회계감정비용 등 직접 지원으로 복귀 이후 정착에 도움을 받고 있다. 컨설팅 용역비로 집행하는 중대재해 예방 안전진단도 함께 실행된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세밀하고 장기적인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꺼낸다.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웠다가 2023년 일부 라인을 안산으로 옮기며 단계적 유턴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으로 초기 부담을 줄였으나, 자동화 설비 구축만으로도 빠듯한 5개월이라는 짧은 지원 기간 탓에 대규모 전환에는 한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기술 작동력을 시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1997년 중국 위해에 진출했던 놋반안성방짜유기는 2018년 안성으로 복귀해 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 기반을 안정화했다. 하지만 세법과 행정 절차 변화에 적응이 어려웠고, 기술 인력 비자 제도 등 초기 정착 지원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경기도는 광역 지자체 중 복귀기업 선정 수로는 1위를 달성하는 등 도내 복귀기업 유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 방향이 비수도권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도내 복귀 기업 유치에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계감정비용과 제조자동화 지원 등은 경기도가 산업부 지원제도에 추가로 자체 인센티브를 발굴해 지원하는 항목”이라며 “기업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상호 소통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턴기업’ 모시기?… 현실은 ‘가시밭길’ 국내 복귀는 해외 공장을 닫는 행정 절차로 끝나지 않는다. 설비 재배치와 공정 재설계, 인력 재편, 제도 적응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경기도내 유턴기업들은 “결심보다 돌아온 뒤 준비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세기콘트롤, 국제관계 리스크 벗어났지만…높은 인건비, 자동화 고난 안산의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전자 온도 제어장치를 생산한다. 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연료를 차단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전류를 재공급하는 장치로 각종 기기 내부에 들어간다. 현재 국내외 50여 고객사에 납품하며, 수출국은 미국·일본·인도 등으로 다양하다.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우며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가공하고, 중국에서 단순 조립해 국내로 들여와 검사·출하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20여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행정 리스크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균열이 생겼다. 고정우 세기콘트롤 대표는 “중국에서는 언제든 행정 점검이나 전력 차단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며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품질과 납기 대응 속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2023년부터 일부 조립라인을 안산 공장으로 옮기며 자동화 라인 구축을 시작했다. 설비를 들여와도 끝은 아니었다. 공장 내부에는 조립기와 검수장비가 섞여 들어서 있고, 공정마다 새 소프트웨어가 붙으며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회사는 국내 기준에 맞춰 공정을 다시 설계했다. 고객사마다 다른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정렬과 파라미터 조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테스트와 불량 데이터 축적을 거쳐야 라인이 비로소 안정화되기에 필연적인 작업이었다. 현재 세기콘트롤의 생산 비중은 국내 20%, 중국 80% 수준이다. 고 대표는 완전 복귀까지 최소 3년을 보고 있다. 그 사이 공정 자동화를 단계별로 확대해 사람이 적게 움직여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고정비다. 고 대표는 “국내 인건비는 중국의 3배 수준”이라며 “휴일제도, 노동 규제, 환경·안전 비용까지 더하면 자동화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하며 “결국 자동화가 생존 조건이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원 사업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자동화 과제의 대부분이 5개월 내 완성을 요구하지만 라인을 설치하고 디버깅·튜닝을 거쳐 수율을 맞추려면 최소 1년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지원규모의 3~5년짜리 다년형 총량 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국내 생산은 품질관리·고객 대응 속도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정착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놋반안성방짜유기, 20년 만의 귀환…숙련 기술진 비자 ‘발목’ 안성의 전통 방짜유기 제조업체 ‘놋반안성방짜유기’는 국내 복귀를 ‘재창업’이라고 표현했다. 1997년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해 최대 3곳의 공장을 운영하던 이 회사는 2018년 ‘전통 제품은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경쟁력’이라 판단하며 복귀를 결심했다. 20년만의 귀환이었지만, 한국은 이미 낯선 땅이었다. 이윤정 놋반안성방짜유기 대표는 “법인 설립부터 세무, 노무, 인허가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며 “20년 전과는 제도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사실상 처음부터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구축은 더 큰 시련이었다. 사용하던 설비를 들여왔지만 UI와 코드가 모두 중국식이라 국내 기준에 맞춰 재세팅이 필요했다. 안전·전기 규격이 달라 인증 절차도 다시 밟아야 했다. 금속 온도와 타격 강도, 가열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유기 제작은 한 번 세팅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 대표는 “공정마다 미세한 차이를 조율해야 해 튜닝과 반복의 싸움인 작업 속, 3개월 만에 기술을 옮기라는 건 불가능했다”고 복귀 초기를 회상했다. 비자 제약은 현장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그는 “기계는 들어왔지만 사람이 없었다”며 “중국 기술진을 온전히 데려올 수 없어 C-3 단기비자로 3개월 체류, 출국, 재입국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출입국 사무소가 없는 안성에서 매번 평택까지 이동하는 수고가 더해졌다. 이 대표는 “번호표를 뽑고 하루를 꼬박 기다린 적도 있다”며 “한 번은 ‘며칠만 더 있으면 공정이 완성된다’며 사정하다가 창구에서 울음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서류상 문제를 남기고 싶지 않아 불법체류자는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숙련자 부재 속 회사는 국내 기술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해 공정을 다시 짰다. 하지만 초기에는 납기가 밀리고 불량률이 높았다. 그는 기술 전수에는 최소 1~3년 체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비 감각과 손맛이 몸에 배는 기간이 필요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에 연속 선정되면서 자동화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운전자금 대출보다 최대 70% 지원이 더해지는 설비 매칭 보조가 훨씬 현실적이었다”며 “1억짜리 설비면 7천만원 지원에 3천만원 자부담으로 바로 도입할 수 있었다. 단순히 돈을 넣는 게 아니라 공정을 바꾸는 지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오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기반을 다지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복귀 7년째인 지금, 회사는 공방과 쇼룸, 온라인몰, 전시회 협업 등으로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는 이 대표는 “기술은 결국 사람이 옮기는 것이기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정책의 무게, 이제는 ‘유치’보다 ‘정착’으로 두 기업의 목소리는 닮아 있었다. 돌아오라는 구호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요구다. 세기콘트롤은 자동화와 품질 고도화를 위한 3~5년 장기 총량 지원제도를, 놋반안성방짜유기는 숙련자의 장기 체류 허용과 법·세무 입문 컨설팅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정책의 초점을 단기 유치보다 지속 가능한 정착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로 돌아온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숙련 인력 확보”라며 “해외 기술자가 일정 기간 머물며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 개선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비자 절차 간소화와 현장 맞춤형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턴기업 정책의 무게 중심은 이제 ‘유치’보다 ‘정착’에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기획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인건비 상승·수도권 규제 부담"…'돌아올 결심' 없는 기업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4580383 가격 싸고 인력 넘쳐… 韓 기업, 중국행 러시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2580424 해외기업 유치 사활 건 태국… 전 세계 ‘쏠린 눈’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7580487 싱가포르·말레이… K-기업, 新시장서 미래 개척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458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