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요양원-병원…치료 후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재감염’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반복 감염 관리 공백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병원 치료를 마치고 요양원으로 돌아간 80대 환자가 재감염으로 숨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예후 관리 체계 공백이 도마에 올랐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성특례시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 지난달 숨진 고(故) 김용관씨(당시 83세)는 다제내성균 반복 감염 환자였다. 요양원에서 지내던 김씨는 2023년 4월 낙상 사고로 고관절 수술 등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2급 감염병에 해당하는 다제내성균인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김씨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 6개월에 걸친 격리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고 그해 11월 요양원에 재입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께 김씨는 폐렴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 CRE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반년여 만에 다제내성균에 재감염된 것이다. 김씨는 또 다시 수개월간 격리 치료를 받았지만, 12월 6일 끝내 숨졌다. 문제는 김씨의 재감염이 요양원 측 관리로 확인된 것이 아니라 요양원 내 다른 입소자 중 CRE 감염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씨 보호자가 병원에 검사를 요청하며 드러났다는 점이다. 김씨를 치료했던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의 요청으로 검사를 진행하면서 재감염 사실을 파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양원 측도 김씨 재입소 당시 결핵 검사 외 다제내성균 검사나 재감염 예방 조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치료 종료 후 재감염 방지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김씨 보호자가 요양원에서 재감염됐다고 의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요양원 관계자는 “(다제내성균)감염이 발생하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 검사를 의뢰하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어 요양원이 선제 검사, 예후 관리를 적극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전파, 재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요양시설이 감염 감시와 치료 환자 예후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제내성균은 음성 전환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지만 요양시설은 이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체계나 역량이 없다”며 “이는 환자가 치료를 받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순간 관리에 공백이 생겨 재감염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양시설에서 입소 전 다제내성균 검사, 치료 환자 관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제내성균이란?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균 ●관련기사 : 항생제 남발… 소리없이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 [현장, 그곳&]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8 신고·검진 의무 없는 복지시설… 예방·대응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9 코로나 팬데믹 기점… 감염·사망 폭증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7580300 죽음 부르는 다제내성균…사망진단서엔 배제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2 현실 반영 못하는 다제내성균 사망 통계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3 가성비 떨어지는 치료… ‘의료수가의 벽’에 막힌 다제내성균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4 감염 속출… 요양시설 방역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3 공공 격리병상 ‘대란’… 매달 1천명 환자 갈 곳 잃다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5 “요양원 관리, 격리치료 지원 절실”…재감염 사망자 딸 김영미씨 증언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27580498

감염 속출… 요양시설 방역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누구도 들추지 않는 ‘죽음의 장막’ 고령층 등 감염 취약층이 모이는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다제내성균이 퍼지고 있지만, 시설과 소관 지자체 어느 쪽에도 대응 의무나 예산이 주어지지 않은 탓에 확산이 방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과 지침상 비의료기관인 요양시설에 지자체가 예산을 수립, 투입할 근거가 없기 때문인데, 감염 대응 최일선에 있는 시설과 시·군이 즉각 ‘죽음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이 인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 위치한 A 요양병원은 경기도내 37개 요양시설과 합동으로 2024년 4월1일부터 지난해 12월1일까지 입소자 1천648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38.4%인 634명이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기준 도내 요양시설은 총 1천688곳으로 조사 대상이 2.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실제 감염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병원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감염 확인으로 인한 책임 전가 우려에, 시군들은 ‘(검사가)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현황 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입소자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이대로면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대규모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도내 31개 시군 중 요양시설의 입소자 다제내성균 감염 여부 검사 인력이나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선제 검사는 시설 자율에 맡겨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 위험 부담은 모두 입소자들이 부담하는 실정이다. 이희창 한양대 교수 연구팀 역시 2022년 ‘노인요양시설 감염관리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국 요양시설 대다수가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지침, 재원이 미비한 탓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시·군 관계자는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에는 전담 감염관리 인력이 없고 간호인력도 제한적인 탓에 실질적 감염통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요양시설은 의료기관이 아닌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감염병 관리 지침상 별도 예산 수립의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감염 확산 방지의 최일선인 요양시설과 지자체에 행정, 재정적 지원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원은 요양시설 내 다제내성균 확산 방치가 “지방의 감염병 대응 역할,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데 서 온 집행 공백”이라고 지적하며 “요양시설의 선제 검사·격리 등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다제내성균이란? 2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병원균 ●관련기사 : 항생제 남발… 소리없이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 [현장, 그곳&]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8 신고·검진 의무 없는 복지시설… 예방·대응 ‘사각지대’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07580299 코로나 팬데믹 기점… 감염·사망 폭증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7580300 죽음 부르는 다제내성균…사망진단서엔 배제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2 현실 반영 못하는 다제내성균 사망 통계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3 가성비 떨어지는 치료… ‘의료수가의 벽’에 막힌 다제내성균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1580324 공공 격리병상 ‘대란’… 매달 1천명 환자 갈 곳 잃다 [보이지 않는 지옥도, 다제내성균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119580505

문화재·도시 공존… 명소된 런던·도쿄 ‘쏠린눈’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⑤]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 ⑤ 문화재 인근 개발 해외 사례 문화재 규제에 따른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자 해외 사례가 이목이 쏠린다. 문화재 보존지역 내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거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곳에는 경관 등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지며 문화재·도시가 서로 공존하는 중심지로 만들면서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 평택, 안성 등에서 추진되는 각종 개발 사업이 문화재 규제에 막히면서 영국·일본 등 문화재 가치 상승 사례에 주목된다. 우선 초고층 빌딩이 인근에 들어선 영국 런던의 런던타워는 문화재와 거리, 경관 등을 고려한 설계로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한 채 도시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런던타워 주변 지역 고층 개발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유지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이끌었다. 이 일대 펜처치 스트리트(160m), 리덴홀 빌딩(225m), 세인트메리엑스(180m)가 인근에 들어서며 유네스코가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런던타워에서 500여m 떨어져 있고 경관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또 영국 런던의 ‘더 샤드’(높이 310m, 72층)도 거론된다. 런던 도심은 세인트폴 대성당 돔이 보이는 시야 내 고층을 금지하는 ‘역사경관 보호 정책’에도 샤드 건물을 유리 파편처럼 가늘고 뾰족하게 설계해 시야 차단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개발 완료 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며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자산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고층 건물 개발에도 문화유산을 유지한 사례도 많다. 1963년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일본 도쿄 황거 주변 개발은 우리나라 각종 세계문화유산 인근 개발 시 참고했던 사례다. 황거에 아직 일왕이 거주해 이곳에 가까울수록 고도 제한을 낮게 한다. 그러나 황거와 건물이 멀어질수록 높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렇게 조성된 마루노우치 지구는 ‘일본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경제 중심지이자, 관광지로 거듭났다. 또 프랑스 센 강변 주변도 대표적이다. 파리는 오랫동안 37m 정도의 고도제한을 유지해왔지만 2010년쯤 외곽지역에 대해 180m까지 높이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유네스코가 우려를 표했다. 삼각 타워가 180m 높이로 계획되자 시각적 통합성의 훼손 위협이 있다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지적에 파리는 고층 건물을 유산지구 밖으로 철저히 분리했으며 조망축 보호 계획을 강화했다. 고층 프로젝트 일부를 축소하고 ‘역사경관 보존’을 도시 정책으로 유지하며 시각적 통합성을 지켰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처럼 도심 개발과 재산권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도심 곳곳에 문화재가 있는 경우 문화재 보호에만 치중할 경우 지역이 슬럼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문화재 주변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닌,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도시 경쟁력 등을 위해 개발과 보존 사이에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규제보다 전통 문화유산과 현대적 건물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유연한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도시에서 활용된 사례가 있는 용적이양제도 문화재 인근 개발을 돕는 제도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꼽히고 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존 등으로 쓰지 못하는 용적을 다른 건물이나 지역 등으로 팔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뉴욕의 ‘원 밴더빌트’(93층), 일본 도쿄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 등이 용적이양제를 통해 탄생한 랜드마크 건물이다. 국내에선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처음 도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는 “문화재 인근 지역은 사유재산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발 권리를 이양하고 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주민들은 향후 기대이익에 대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문화재 인근 주민을 위한 현실에 맞는 보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문화재 규제로 인한 생활여건 개선도 공공의 이익으로 극대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명제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문화재가 보이는 시야를 지키느냐, 아니면 주민 편익을 높이는 개발과 조화를 이루느냐는 협의를 통해 조정돼야 한다”며 “‘필요한 개발’인지가 우선 돼야 하는데, 실 주거·생활 인프라 수요가 크다면 문화재와의 완충구역을 확보하고 배치·높이 조절 등을 통해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구역 규제는 지켜야 하지만, 그 안에서도 타협의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며 “문화재 보존 논리만으로 개발을 전면 차단하거나, 반대로 개발만 밀어붙이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만 키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양보하며 차선의 합의를 찾는 과정이 도시계획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문화재 인접 개발을 단순히 ‘막느냐·허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지연 가능성 등 현실적 변수까지 고려한 대비가 핵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심희철 국립공주대 부동산학과 조교수는 “문화재 지역 중 특히 지연 위험이 예상되는 곳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타당성 조사와 리스크 분석을 충분히 하고, 실제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적용할 대체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해두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승인기관 차원에서도 더 앞 단계에서 사전 검토와 대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10년째 개발 표류… 오산 독산성에 묶인 ‘재산권’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21580213 고층 아파트 속 ‘대동비’… 마을 ‘애물단지’ 전락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22580238 ‘안성 객사’ 규제 장벽에… 양복지구 개발 ‘스톱’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228580159 안양일번가 옥죄는 문화재…상권 침체 호소 [문화재에 가려진 주민의 삶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05580197

민주·국힘 경기도당,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 공천 반영’ 한목소리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유권자에게 제시한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나 평가 체제가 부재하다는 지적(본보 11월3일자 1·면 등 연속 보도) 이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경기도당이 내년 6·3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지방의원이 공약을 만들어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천을 준 정당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관련 지원 체제 마련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경기도당과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지방의원공약추적단의 연속 기획보도와 관련, 공약 공개 및 이행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각 정당의 방식으로 이를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민주당의 경우 공약 이행률을 평가하긴 했지만 형식에 그쳤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마다 다른 규정을 적용해 공약 이행률의 반영 여부가 불투명했다. 양당이 모두 공약의 내용과 이행률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공천 과정에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만큼 도민의 알 권리 충족은 물론이고 지방의원에게 공약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종전 현역 평가에서 공약 정합성 및 공약 이행 충실도, 공약 달성을 위해 운영한 세부 사업의 성과 등을 정량평가 형태로 반영하던 것과 달리 단순 정량지표를 넘어 주민의 삶에 실제로 기여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공약 이행률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정당의 역할이 선출직 공직자의 성공적 의정활동 지원에 있는 만큼 공약 이행률을 높일 수 있는 ‘전폭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약 수립부터 이행, 점검까지 이어지는 교육 시스템의 마련이 그중 하나다. 중앙당 차원의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를 최근 출범한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게만 한정된 평가 기준을 지방의원에게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지방의원을 평가하지 않지만 도당이 별도로 공직자평가위의 평가 기준을 활용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유해 공천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중앙당 공직자평가위의 평가 기준에는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 확보(국비 확보 목표액 대비 협상 성과 평가)와 공약 추진율 등 공약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진짜 일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현장에서 적합한 공약을 제시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바꿔 나가는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해 종전에 진행 중인 경기정치아카데미와 스피치아카데미를 활용, 지방의원으로서 지역을 어떻게 살피고 주민이 원하는 정책을 발굴해 공약해야 하는지를 꾸준히 교육하겠다고 했다. ● 관련기사 : 교육예산 권한까지... 광역의원 ‘손끝에’ 학생 미래 달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⑧]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10580443 경실련·지역경실련협의회 “지방의원 유일 정보지 ‘공보’, 공약 기재 기준 강화해야”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⑦] https://kyeonggi.com/article/20251203580252 “도민 알 권리 보장해야”… 경남도의회 ‘깜깜이 공약’ 자성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⑥]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6580309 내년만 전국 247조원 심의…광역의원은 '왜' 있어야 하나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⑤]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0580457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0580289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손해율 관리 vs 형평성 음주운전 구상권 ‘논란’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④]

完 기준 없는 구상권 강화 ‘갑론을박’ 음주 운전 사고 증가와 손해액 급증으로 손해보험사들이 가해자에게 청구하는 ‘구상권’을 강화하면서, 손해율 관리와 형평성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사고 유발의 경중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 없이 운전자에게 수천만원의 구상금이 일괄 부과되면서 ‘이중 처벌’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약 7%에 불과하지만, 사고 1건당 평균 보상액은 일반 사고의 두세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차량 첨단화로 수리비가 늘고 장기 치료·후유장해 보상이 동반되면서 손해율이 악화했고, 보험사들은 구상권 회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실제 2024년 이후 사고부담금 상한이 사실상 폐지되고, 음주·무면허 사고에 대한 구상 범위가 전액 청구로 확대되면서 가해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청구가 운전자의 경제력, 사고의 경중, 고의성 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일괄 적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가해자들은 “형사처벌·행정처분을 받은 뒤 다시 수천만 원 구상금 고지서를 받는다”며 이중 처벌을 호소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고는 피해자 치료비가 크게 발생해 보험사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을 전액 구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가능하고, 이미 보편화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교통사고 전문 이영진 변호사는 “구상권은 보험사가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낮거나 과실 비율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청구되는 경우가 있다”며 “음주 사실만으로 ‘전액 구상’이 자동 결정되는 구조는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4년 6월 대법원이 ‘운행지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차량 소유자도 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가 나오면서, 차량 소유자나 동승자 등 제삼자의 책임 범위까지 확장되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 판단이 구상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누적될 경우, 가해자뿐 아니라 차량 소유자 등까지 부담을 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주민 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은 “중상·사망 사고는 보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구상권은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논란을 줄이려면 사고 경중·경제력·과실 비율 등을 반영한 차등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관련기사 : 민간보험 밖 ‘전동보조기기’… 교통약자 이동권 ‘발목’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17580470 돈 안되면 외면… 교통약자 못 품는 ‘포용보험’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24580485 건수 적지만 파급력 커… 음주운전사고 손해율 악화 [커지는 보험 사각지대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26580368

동서울변전소 증설 ‘차질’… 국가전력 계획 ‘흔들’

국가기간 전력망 1호 사업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전면 재검토’ 시사로 빨간불이 켜지며 9월부터 시행된 전력망 특별법(경기일보 9월25일자 1·3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2일 하남시 감일동 주민센터에서 주민 및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5자협의체와 간담회를 갖고 동서울변전소 500㎸ 변환소 설치와 관련해 “대체 부지를 포함해 사업 전 과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혀 사실상 재검토 방침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국가기간 전력망 1호 사업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남시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HVDC)’의 종점으로 중장기적으로 동해안 발전 전력에 의존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기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전력계획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서울변전소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변환소 예정 부지가 감일동 주거지에서 직선거리 150m에 불과해 영유아, 청소년 등 4만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지역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소음·전자파 우려와 함께 2023년 10월 하남시와 한전이 주민 모르게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밀실 추진’ 논란도 갈등을 키운 요인이다. 전력망 특별법은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된 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60일 안에 허가 여부를 답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자동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주민 수용성과 절차적 하자 여부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별법에 따른 민원 패스트트랙제도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정고시가 11월5일 이뤄진 만큼 법 규정상 내년 1월5일부터는 공사 착수가 가능하지만 정부가 실제 강행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10월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위원회’는 동서울변전소를 포함한 99개 송·변전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일괄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부는 이 구간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에너지고속도로’의 0단계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며 조기 착공 의지를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은 “0단계부터 흔들리면 전력망 패스트트랙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계획 등 국가전략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관련기사 : 용인 반도체 전력 어쩌나... 에너지고속도로 지연 우려 http://kyeonggi.com/article/20251124580495 경기도 ‘송전망’ 숨통 튼다... 초강력 ‘전력망 특별법’ 시행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4580423 바뀐 전력 관련 정책…경기도 현장, 시험대 될 전망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4580421

내년만 전국 247조원 심의…광역의원은 '왜' 있어야 하나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⑤]

전국 광역의원 870여명이 내년도에만 247조원 규모의 시·도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공약을 이행하는 수단이자 지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인데, 정작 의원들이 제시했던 공약이 자취를 감춘 상태여서 주민들이 의원의 판단 기준과 책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광역의원 정수는 총 877명이다. 이 중 서울·부산·대전·세종·경기·충남·전남·경북·제주에서 1명씩 결원이 생겨 실제 현역의원으로는 868명이 활동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의원 정수’로만 표기했다. 지방의회 의원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으로 나뉜다. 지역주민과 밀접한 위치에서 시·군을 챙기는 게 기초의원이라면, 시·군과 함께 시·도 전반까지의 예산 심의 및 주민 대표 등 기능을 포괄하는 게 광역의원이다. 그래서 지방의원 중에서도 광역의원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52년 최초로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이뤄졌으나, 1961년 5·16군사정변을 이후로 지방의회가 해산됐다. 그 뒤 1991년 다시 부활하면서 제1기 지방의회가 문을 열었다. 현재 공식 자료가 있는 2기부터 9기까지 전국의 광역의원은 평균 705명으로 나타났다. 단 자료가 부재한 제2기 울산광역시의회 광역의원 수는 제외됐으며, 세종특별자치시의회 광역의원은 출범시기에 맞춰 제6기부터 포함됐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이 해마다 심의·확정하는 광역지자체 예산만 수백조원이다. 올해(2025년도 본예산안 기준)만 하더라도 877명이 전국 광역예산 234조207억원을 심의했다. 1인당 2천668억원의 예산을 심의할 정도의 막대한 권한이 있지만 정작 본연의 약속이던 ‘공약’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지역주민의이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철저한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을 말하는 시대에 지방의원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헌법적·법률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지방의원 역할 중 가장 핵심은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인데, 지방 재정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예속돼 있고 지방의원 정보 역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이 실질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원은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만큼 그에 걸맞은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알 권리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이고, 유권자가 공약을 통해 후보의 능력과 책임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 이정표인 ‘공약’… 이행률 공개, 신뢰 회복 필요 내년도 지역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전국 광역지자체와 광역의회가 예산 심의로 분주한 시점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중심으로 광역의원의 역할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광역의원의 공약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방법은 없고,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도 공약 이행 여부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들의 의정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가 예산이라는 점에서다. ■ 전국 광역의원 정수, 2기 972명→9기 877명…평균 705명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정수(비례 포함)는 제2기 972명에서 제9기 877명까지 줄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 조정 및 통폐합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수별 편차는 있으나 그럼에도 광역의원은 기수별 통상 705명씩 존재해왔다. 평균적으로 경기도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11명), 경북(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32명), 충북(31명), 울산(20명), 세종(17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다만 제1기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일괄 제외했고, 울산의 제2기 수치는 부재하며, 세종은 제6기부터 출범해 단순 비교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역 재정 운용의 핵심인 ‘예산 심의·확정’을 담당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복지·산업·행정 전반의 정책이 예산 속에 담겨 있으며, 선거에서 제시하는 ‘공약’은 이 예산 우선순위를 글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따라서 공약의 내용과 이행 정도가 중요한 이유는 곧 ‘지방재정의 방향’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 해마다 증가하는 광역 예산… 내년엔 247조원 심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은 해마다 급증했다. 과거 10년을 비교해봐도, 5기(2008년) 당초예산 순계 기준 일반·특별회계 규모는 48조5천629억원이었지만, 7기(2017년)엔 121조7천589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215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의회가 확정·의결한 본예산을 제외한 ‘순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광역의원이 직접적으로 심의하는 규모를 파악하려면 본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2025년과 2026년 전국 광역지자체 본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234조207억원에서 내년도 247조1천261억원으로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기준으로 서울 광역예산이 51조5천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39조9천46억원 ▲부산 17조9천330억원 ▲인천 15조3천129억원 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인천 광역의원 196명이 내년도 55조2천175억원을, 대구·경북 광역의원 93명이 25조7천441억원을, 광주·전남 광역의원 84명이 20조3천846억원을, 대전·충남 광역의원 70명이 19조5천210억원을 각각 심의한다. 내년도 247조원의 본예산안을 전국 877명의 광역의원이 심의하는 것으로, 의원 1명당 약 2천817억원의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광역의회에 입성할 의원들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다루게 된다. ■ 광역의원의 ‘존재 이유’… 예산·공약·대표성 광역의원 존재 가치의 핵심은 결국 ‘주민 대표성’이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정활동이며, 이 방향을 미리 약속하고 제시하는 것이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에 대한 공개 검증 체계도 부재한 현 상황은 지방정치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때때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은 바로 이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방자치 활성화의 일환에서 지방의회는 필수불가결하다. 국가 전체의 행정·재정 구조에서 광역의회가 사라진다면, 지역별 정책 결정의 균형과 주민참여의 기초가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스스로도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공약·예산·의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인 만큼, 정당 또한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주민도 지역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 조례 제정, 집행부 감시 등 핵심 기능을 갖춘 지역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상당히 발전해왔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약 중심의 평가 체계가 미비하고 정당 공천이 의원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공약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당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원 스스로 대표자로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방의원 공약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중앙정치 구도에 매몰된 탓에 현실적으로 광역의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도한 공약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도 지방의회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정책은 지방의회에서 다뤄지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이 부족하고 공개 수준도 낮아 지방정치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공약과 이행 여부가 공개적으로 평가돼야 공천 과정에서도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0580289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마을버스 위기 심화되는데…공공관리제는 여전히 ‘그림의 떡’ [벼랑 끝 마을버스下]

경기도 마을버스 업계가 고사 직전에 놓인(경기일보 13일자 1·3면) 가운데, 도가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완료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서는 공공관리제가 ▲마을버스 수요 감소와 운수업자 수익성 악화 ▲대체교통수단 증가에 따른 이용 분산 ▲민영제 운영 구조에서 누적되는 재정 적자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무협의회 구성·조례 제정·운영위원회 설치 등 9단계 절차를 제시했지만, 일선 시군에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인력·조직 여건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2억원 들인 연구용역… 현장에서는 “작동 안 한다” 14일 도에 따르면 도는 2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표준모델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되지 않은 수요, 고령화로 인한 기사 인력 부족, 운행 횟수 축소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 체계로는 지속가능한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며 공공관리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와 시군이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통합 정산·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며, 협약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안양·광명·의왕·광주시 등 경기도 평균보다 노선 중복도가 낮고 대체교통수단이 사실상 없는 지역을 우선 도입 대상으로 꼽았다. 이들 지역은 마을버스 의존도가 높아 공공관리제 도입 시 서비스 안정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용역 결과물에 대한 시군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일선에서는 “이론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실행은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시군의 경우 이미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준비와 재정 투입이 겹치며 여력이 고갈된 데다가, 공공관리제 추진 시 운행주체 설립·인건비 증가·노선 재편에 따른 혼란 등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에 사실상 마을버스 공공관리제 도입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도내 한 시군 관계자는 “용역 취지 자체는 타당하지만 기존 준공영제와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만으로도 재원 압박이 극심한데 마을버스까지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공관리제는 결국 운영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인데 지금 구조에서는 시군 단독으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군 교통 부서 관계자는 “용역에서 제시한 절차를 따르려면 전담팀 신설부터 조례 제정, 업체 협약까지 최소 1~2년이 더 필요하다”며 “시내버스 공공관리제가 2027년 완성되기 전까지는 마을버스에 손을 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역 결과는 올해 초 전 시군에 전달했지만, 마을버스 공공관리제는 조례상 시군 사무라 도가 직접 추진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2027~2028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며, 이후 시군의 도입 의사와 재정 여건을 종합해 마을버스 제도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간 3천400억원대 적자에 환승손실도 700억원…업계 “전담조직부터 만들어달라” 마을버스 업계의 위기 타개를 위한 ‘공공관리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공관리제의 첫 단추로 경기도 차원의 마을버스 전담 조직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청에는 시내버스·광역버스·시외버스를 담당하는 팀이 각각 존재하지만 마을버스를 전담하는 조직은 없다. 업계는 전담 조직 없이 공공관리제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도 설계·손실보전금 현실화·표준운송원가 검증 등 핵심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려면 전담팀 구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경기도 마을버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마을버스의 연간 적자는 3천449억원에 달한다. 1대당 하루 평균 운송원가는 58만5천726원인데, 실제 수입금은 26만6천529원에 그치며 대당 하루 31만9천197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환승할인제 손실도 크다. 지난해 기준 환승건수 1억5천만건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1천7억원, 이 중 보전받는 금액은 288억원뿐이어서 업체가 떠안는 손실은 21%인 719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관련 예산 삭감으로 보전율이 다시 24%로 떨어지면서 손실은 8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공공관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공공관리제는 재정 부담을 둘러싼 시군 여건, 조직·인력 부족 등으로 당장 현실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도 논의보다 먼저, 공공관리제를 뒷받침할 행정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버스정책과 내 시내버스팀 8명, 광역버스팀 5명과 버스관리과 시외버스팀 5명 등 영역별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버스만은 버스관리과 버스관리팀 소속 2명이 전담팀 없이 업무를 맡는 구조로, 도 전역의 생활권을 촘촘히 연결하며 하루 약 70만명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임에도 행정 기반이 가장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담 조직을 신설, 정산체계·원가 검증·노선 관리 등 기본적인 행정 기능을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지금처럼 담당자 2명이 3천억원대 적자 산업을 관리하는 구조에서는 어떤 제도도 정상적으로 논의될 수 없다”며 “공공관리제 논의의 첫 단추는 조직 신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문병근 건설교통위원회 부위원장(국민의힘·수원11)은 “마을버스는 도민의 ‘생활 교통’인데도 정책 관리체계가 가장 취약한 영역”이라며 “전담 조직 없이 공공관리제 논의만 반복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마을버스 사무는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되고 있어 1~2명이 담당하고 있다”며 “향후 업무 규모가 커지거나 제도 전환이 필요할 경우 전담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승객 줄고 인력 떠나고…경기도 마을버스 ‘휘청’ [벼랑 끝 마을버스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12580568

“돌아오면 끝” 아냐…유턴기업 정착 위한 ‘처절한 전쟁’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버티기 어려운 ‘현실 장벽’ 정부가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돌아와도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에 둔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도모해도, 인건비·노동규제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한 데다 기존 지원사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정착’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복귀한 기업 수는 2021년 26개에서 2022년 24개, 2023년 22개, 지난해 20개로 감소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유턴기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실효가 낮다. 전국에서 유턴기업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16개 복귀기업에 26억8천만원 규모의 국내 복귀 지원사업이 제공됐다. 올해만 한정하면 6개 복귀기업이 제조자동화와 회계감정비용 등 직접 지원으로 복귀 이후 정착에 도움을 받고 있다. 컨설팅 용역비로 집행하는 중대재해 예방 안전진단도 함께 실행된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세밀하고 장기적인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꺼낸다.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웠다가 2023년 일부 라인을 안산으로 옮기며 단계적 유턴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으로 초기 부담을 줄였으나, 자동화 설비 구축만으로도 빠듯한 5개월이라는 짧은 지원 기간 탓에 대규모 전환에는 한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기술 작동력을 시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1997년 중국 위해에 진출했던 놋반안성방짜유기는 2018년 안성으로 복귀해 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 기반을 안정화했다. 하지만 세법과 행정 절차 변화에 적응이 어려웠고, 기술 인력 비자 제도 등 초기 정착 지원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경기도는 광역 지자체 중 복귀기업 선정 수로는 1위를 달성하는 등 도내 복귀기업 유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 방향이 비수도권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도내 복귀 기업 유치에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계감정비용과 제조자동화 지원 등은 경기도가 산업부 지원제도에 추가로 자체 인센티브를 발굴해 지원하는 항목”이라며 “기업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상호 소통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턴기업’ 모시기?… 현실은 ‘가시밭길’ 국내 복귀는 해외 공장을 닫는 행정 절차로 끝나지 않는다. 설비 재배치와 공정 재설계, 인력 재편, 제도 적응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경기도내 유턴기업들은 “결심보다 돌아온 뒤 준비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세기콘트롤, 국제관계 리스크 벗어났지만…높은 인건비, 자동화 고난 안산의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전자 온도 제어장치를 생산한다. 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연료를 차단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전류를 재공급하는 장치로 각종 기기 내부에 들어간다. 현재 국내외 50여 고객사에 납품하며, 수출국은 미국·일본·인도 등으로 다양하다.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우며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가공하고, 중국에서 단순 조립해 국내로 들여와 검사·출하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20여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행정 리스크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균열이 생겼다. 고정우 세기콘트롤 대표는 “중국에서는 언제든 행정 점검이나 전력 차단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며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품질과 납기 대응 속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2023년부터 일부 조립라인을 안산 공장으로 옮기며 자동화 라인 구축을 시작했다. 설비를 들여와도 끝은 아니었다. 공장 내부에는 조립기와 검수장비가 섞여 들어서 있고, 공정마다 새 소프트웨어가 붙으며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회사는 국내 기준에 맞춰 공정을 다시 설계했다. 고객사마다 다른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정렬과 파라미터 조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테스트와 불량 데이터 축적을 거쳐야 라인이 비로소 안정화되기에 필연적인 작업이었다. 현재 세기콘트롤의 생산 비중은 국내 20%, 중국 80% 수준이다. 고 대표는 완전 복귀까지 최소 3년을 보고 있다. 그 사이 공정 자동화를 단계별로 확대해 사람이 적게 움직여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고정비다. 고 대표는 “국내 인건비는 중국의 3배 수준”이라며 “휴일제도, 노동 규제, 환경·안전 비용까지 더하면 자동화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하며 “결국 자동화가 생존 조건이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원 사업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자동화 과제의 대부분이 5개월 내 완성을 요구하지만 라인을 설치하고 디버깅·튜닝을 거쳐 수율을 맞추려면 최소 1년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지원규모의 3~5년짜리 다년형 총량 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국내 생산은 품질관리·고객 대응 속도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정착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놋반안성방짜유기, 20년 만의 귀환…숙련 기술진 비자 ‘발목’ 안성의 전통 방짜유기 제조업체 ‘놋반안성방짜유기’는 국내 복귀를 ‘재창업’이라고 표현했다. 1997년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해 최대 3곳의 공장을 운영하던 이 회사는 2018년 ‘전통 제품은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경쟁력’이라 판단하며 복귀를 결심했다. 20년만의 귀환이었지만, 한국은 이미 낯선 땅이었다. 이윤정 놋반안성방짜유기 대표는 “법인 설립부터 세무, 노무, 인허가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며 “20년 전과는 제도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사실상 처음부터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구축은 더 큰 시련이었다. 사용하던 설비를 들여왔지만 UI와 코드가 모두 중국식이라 국내 기준에 맞춰 재세팅이 필요했다. 안전·전기 규격이 달라 인증 절차도 다시 밟아야 했다. 금속 온도와 타격 강도, 가열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유기 제작은 한 번 세팅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 대표는 “공정마다 미세한 차이를 조율해야 해 튜닝과 반복의 싸움인 작업 속, 3개월 만에 기술을 옮기라는 건 불가능했다”고 복귀 초기를 회상했다. 비자 제약은 현장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그는 “기계는 들어왔지만 사람이 없었다”며 “중국 기술진을 온전히 데려올 수 없어 C-3 단기비자로 3개월 체류, 출국, 재입국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출입국 사무소가 없는 안성에서 매번 평택까지 이동하는 수고가 더해졌다. 이 대표는 “번호표를 뽑고 하루를 꼬박 기다린 적도 있다”며 “한 번은 ‘며칠만 더 있으면 공정이 완성된다’며 사정하다가 창구에서 울음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서류상 문제를 남기고 싶지 않아 불법체류자는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숙련자 부재 속 회사는 국내 기술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해 공정을 다시 짰다. 하지만 초기에는 납기가 밀리고 불량률이 높았다. 그는 기술 전수에는 최소 1~3년 체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비 감각과 손맛이 몸에 배는 기간이 필요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에 연속 선정되면서 자동화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운전자금 대출보다 최대 70% 지원이 더해지는 설비 매칭 보조가 훨씬 현실적이었다”며 “1억짜리 설비면 7천만원 지원에 3천만원 자부담으로 바로 도입할 수 있었다. 단순히 돈을 넣는 게 아니라 공정을 바꾸는 지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오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기반을 다지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복귀 7년째인 지금, 회사는 공방과 쇼룸, 온라인몰, 전시회 협업 등으로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는 이 대표는 “기술은 결국 사람이 옮기는 것이기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정책의 무게, 이제는 ‘유치’보다 ‘정착’으로 두 기업의 목소리는 닮아 있었다. 돌아오라는 구호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요구다. 세기콘트롤은 자동화와 품질 고도화를 위한 3~5년 장기 총량 지원제도를, 놋반안성방짜유기는 숙련자의 장기 체류 허용과 법·세무 입문 컨설팅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정책의 초점을 단기 유치보다 지속 가능한 정착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로 돌아온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숙련 인력 확보”라며 “해외 기술자가 일정 기간 머물며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 개선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비자 절차 간소화와 현장 맞춤형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턴기업 정책의 무게 중심은 이제 ‘유치’보다 ‘정착’에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기획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관련기사 : "인건비 상승·수도권 규제 부담"…'돌아올 결심' 없는 기업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4580383 가격 싸고 인력 넘쳐… 韓 기업, 중국행 러시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2580424 해외기업 유치 사활 건 태국… 전 세계 ‘쏠린 눈’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27580487 싱가포르·말레이… K-기업, 新시장서 미래 개척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4580171

보일러타워, 규제 사각지대… 해체 앞둔 성남·평택 발전소 우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가 해체 중 붕괴되며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보일러타워는 지자체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규제의 구멍’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 경기도내 철거를 앞둔 노후 화력발전소의 유사 사고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현행 건축법은 보일러타워를 ‘공작물’(철근, 콘크리트로 구성된 구조물)로 분류, 건축물과 달리 해체 시 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 계획서를 제출하거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지자체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93년 준공된 성남 분당복합화력발전소, 1980년대 초반부터 가동됐던 평택 화력발전소는 모두 시설 노후화에 따른 시설 현대화가 예정돼 시설 해체를 앞두고 있다. 두 발전소는 화력발전소 특성상 붕괴 사고를 겪은 울산화력발전소와 동일하게 보일러타워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 원인으로 ▲보일러타워를 건축물로 규정하지 않는 건축법의 맹점▲울산남구청에 대한 해체계획서 미제출 ▲부실한 작업 계획과 불안정한 시공 등이 꼽히며 보일러타워가 구조적으로 관리감독 범위에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진보당 윤종호 국회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보일러타워가 건축물이 아닌 탓에 해체 계획서 제출,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불안정한 공사를 유발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평택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A씨는 “주기적으로 보일러타워 골조 유지보수를 진행하며 한국전력이 일정 주기로 점검을 진행했다”면서도 “지자체가 시설 점검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평택, 성남 지역 화력발전소에서 시설 해체가 실제 진행될 경우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당시와 동일한 위험 요소가 내포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발전소 내 모든 시설물을 건축물로 규정, 해체 계획 의무 제출과 지자체 관리감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발전소 시설물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 해소와 더불어 운영 주체와 지자체 모두 현장 내 정기 감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게 제도적 근거가 확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평택 화력발전소 관계자는 “현재 보일러타워를 포함한 내부 시설 철거 또는 재활용 여부를 정하지 못해 평택시에 해체 계획서 등을 내지 않은 상태”라며 “철거 단계에서 철저한 계획 수립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붕괴사고가 발생한 보일러타워 5호기 양옆 4, 6호기 발파를 완료하고 중장비 투입 증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본격 재개했다.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지방선거가 7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의 평가 시스템은 가동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정치 특성상 후보자 개인의 역량과 함께 ‘정당’ 역시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방선거 때마다 공천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나 치열했던 공천 전쟁이 끝나면 정당은 선출직 공무원, 즉 지방의원에 대한 감시를 내려놓는다. 당의 이름을 걸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공천을 주고도 주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주민에게 내놓은 약속이 공염불은 아닌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10일 지방의원공약추적단의 취재를 종합하면 각 정당은 지방선거 전 자당의 현역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평가를 한다. 올해도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평가 시행 세칙’에 따라 시·도당별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만 활동은 12월께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앙당 차원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긴 했지만, 시·도당별 조직은 꾸리지도 못했다. 내년 2월20일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이 시작되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실제 검증 가능 기간이 두 달여에 그치거나 그마저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후보자의 공약을 선거 전에만 반짝 검증하는 정당의 현실은 지방의회 발전을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 제도가 조기에 마련되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아직 아무런 심사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당 간 비교조차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결국 서류 검증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방의회에서의 공약 이행 여부가 공천이나 당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며 “특히 일부 지역은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구조를 깨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도 “공약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이미 전담조직과 시스템이 갖춰졌어야 한다”며 “현 속도로는 의원별 공약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이 평가 기준을 만들어도 공천 과정에서 계파나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쉽게 무력화된다”며 “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검증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공천 제도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책임없는 약속, 감시없는 정당… 상시 평가체계 갖춰야 지방의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역 주민과의 밀접성에 있다. 지방의원이 제시한 공약은 곧 주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삶의 질을 바꾸는 길이 된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정작 공약의 적정성과 이행 정도를 점검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각 정당의 감시 시스템이 없어 ‘지켜도, 안 지켜도 그만’식의 공약(空約)으로 전락해서다. 결국 공약이 제대로 지켜져 지방자치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책임있는 자세로 상시적인 공약 이행사항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주당, 공천 이행률 고작 10% 반영…4년 간 한 번 점검 민주당의 경우 각 시도당별로 일관된 현역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대해 논의할 때만 공약 이행률을 따진다. 반영 비율 역시 10%로 턱없이 부족하다. 4년 간의 공약 이행 정도를 한꺼번에 점검하다 보니 의원이 제출한 서류에만 100% 의존하는 한계도 나타난다. 경기도의 경우 70명이 넘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을 점검해야 하는데, 검증 기간은 충분하지 않다. 민주당의 시도당별 현역 평가 조직 가동 시기가 12월께, 예비후보 등록 시작 시점이 내년 2월께로 예정돼 있어 두 달여 만에 검증을 마칠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공약 이행률에 대한 검거만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후보자가 낸 서류만 살피는 식의 검증이 이뤄지게 된다. ■ 일관된 기준 없는 국민의힘…선거 때마다 달라지는 기준 국민의힘은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 기준 자체가 없다. 지방선거 때마다 홈페이지에 시행세칙을 공개하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의 평가 기준은 내부적인 자료로만 쓰여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지방선거 당시 어떤 평가 기준이 적용됐는지 유권자가 직접 찾아볼 방법이 전무하다. 공천 과정에서 공약 이행 실태를 반영할 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TF 등 당 기조나 전략에 따라 생성된 조직이 지방선거마다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게 되는데, 누가 지방선거를 이끄느냐, 지방선거의 전략이 무엇이냐에 따라 공약 이행 정도는 평가 항목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현역 평가 관련 TF가 구성됐음에도 국민의힘 시·도 당에서 “지침이 없다”거나 TF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전문가들 “임기 전반 상시 평가 체계 마련돼야”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약은 4년 임기 마지막에 결과만 평가할 게 아니라, 중간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며 “주민이 주기적으로 공약 이행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의원은 지속적으로 책임감을 갖게 되고, 유권자는 자신의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준규 경기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도 “공약 이행에 대한 정량평가보다 의원이 지역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풀었는지를 중심으로 한 상시적·정성적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가 참여한 독립적인 시민 평가 플랫폼을 제안했다. 최 실장은 “지역 언론·학계·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독립적인 ‘시민평가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회의 자기평가는 한계가 있다. 시민의 손으로 지방정치를 감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운행 못 할 수도” 벼랑 끝 내몰린 마을버스, 정책 ‘대수술’ 시급 [위기의 마을버스下]

법정 내구연한이 다가와 차량을 교체해야 하지만 국산차로는 친환경 전기버스를 들일 여력이 없어 중국산을 택해야 하는 상황, 현재 우리나라 ‘마을버스’들이 안고 있는 고충이다. 업계에선 공공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하고 국산 공급망 확충 등이 절실하다고 피력한다. ■ ‘친환경’ 발 맞추려 해도 국산 소형 전기차 없어…보조금도 ‘흔들’ 18일 경기버스정보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내 22개 지자체에서 운행 중인 마을버스 노선은 834개로 집계됐다. 지역 생활권을 촘촘하게 이어주며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노선이 닿지 않는 교통 소외 지역의 ‘주민 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을버스 업계는 지금 차량 교체·보조금 불균형·운영 적자라는 삼중고에 빠지면서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고 호소한다. 일부 업체는 노선 축소를 검토 중이며, 폐업을 고민하는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내부에선 “차량 교체가 막히면 노선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심각한 위기감을 내비치는 게 공공연하다. 마을버스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국산 소형 전기버스 부재와 복잡하고 불안정한 보조금 정책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으로 친환경 전기버스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등 대형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마을버스 노선 특성상 7~9m급 중소형 전기버스 수요가 압도적인데, 국내 제조사들은 9m 이상 중·대형 모델 생산에만 집중해 국산 소형 전기버스의 공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버스 업체들은 결국 중국산 BYD·하이거 등 제조사의 7m급 모델을 울며 겨자 먹기로 들여올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공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나, 과거 대우버스 사례처럼 부품 수급 및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는 단순한 차량 교체 문제를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와 안정적인 교통망을 위협하는 딜레마로도 이어진다. 또한 국산 소형 전기버스 부재와 보조금 정책의 불안정성 등으로 신차 교체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는 만성적인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존폐 기로에 서 있다. 특히 통합환승 할인제가 시행됐지만 마을버스는 대상이 아니어서 제도 시행 이후 수입이 오히려 줄어 현재 요금 체계로는 운행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된 하소연이다.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는 노후 차량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며, 친환경 전기버스 공급 지연과 보조금 축소까지 겹치면서 교체 수요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 “정부, 지자체, 업계 함께 협의체 구성해 정책 반영해야”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을버스 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한 정책과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시방편으로는 주민들의 이동권을 지켜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절실한 건 보조금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장기 로드맵 구축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지원 규모로는 업체들이 체계적인 교체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 5년 단위의 로드맵을 통해 실제 대·폐차 대상에 맞는 충분한 보조금 배정을 보장하고, 국산 전기버스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서 국내 인증을 통과한 수입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제한을 완화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영세 개인 사업자에게 불리한 보조금 차별 역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히며, 법인 전환 시 세금 부담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는 개인 사업자가 없도록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국산 중소형 전기버스 공급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제조사들이 마을버스 수요가 많은 7~9m급 중소형 전기버스 라인업을 서둘러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독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차량 생산을 넘어 부품, 정비, 서비스망 등 지역 경제와 연계된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차량 구매 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리스나 장기 할부 같은 금융 수단을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와 함께 재정 지원 확대 및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내 의견이다. 마을버스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공의 역할을 하는 만큼 준공영제 도입이나 운행 적자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보조금 미배정이나 공급 지연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 내구연한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노선 단절을 막는 유연한 제도 운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그리고 마을버스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정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보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윤상원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본부 광역버스팀장은 “친환경 버스 전환은 필요하나, 민간 업체인 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값비싼 전기나 수소 버스로의 전환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재원과 정책 기조가 바뀌는 부분도 있어 업계에서도 일관성 있는 대응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난점들을 잘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교수는 “자가용 중심의 교통 시스템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는 필수 불가결한 과제이며 마을버스는 최종 목적지까지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전했다. 이어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이지만, 특정 국가 의존 심화로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라며 “정부 부처 간 유기적협업을 통해 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고, 마을버스 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물론 우리 교통 시스템의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다지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낡은 버스, 녹슨 이동권… 벼랑 끝 내몰린 ‘경기도 마을버스’ [위기의 마을버스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22580473 국산 마을버스 전무… “중국산 없인 못 달린다” [위기의 마을버스中] https://kyeonggi.com/article/20251013580327

깊어진 유대감…화목한 가정 이끄는 ‘우리집 할빠’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完]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 完 편견을 깨고 평등을 세우다 ‘할빠 육아’ 돌봄 자원 우뚝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손주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할아버지들의 삶은, 그 이전 가족의 울타리를 단단히 지켜왔던 할머니나 엄마와는 또 다른 결이다. 육아를 누가 더 잘하고, 양육을 누가 마땅히 해야 하느냐는 비교·분석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을 지키고 피워내는 과정에서 할아버지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가정에도,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육아 참여·주도는 과거의 ‘여성상’을, 그리고 현재의 ‘남성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마지막 가부장 세대인 오늘날 할아버지들의 ‘우당탕탕 육아일기’가 화목한 집을 만든다는 데 공감대를 얻길 바랄뿐이다. 그 마음은 박이준군(17)과 박하윤양(14)에게 특히나 가까이 와 닿는다. 어린 시절 8년 동안 할아버지 품에서 자란 이준·하윤 남매는 할아버지가 “제 인생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고 했고, 할아버지와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이라고도 했다. ‘그 할아버지’ 박연규씨(68·용인특례시)는 손주들을 바라보며 육아 이전의 삶을 회상했다. “아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저희 부부와 같이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식사 시간도, 생활 습관도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3대가 모두 불편을 겪었고 결국 아들 부부가 새 집을 얻어 나가게 됐어요.” 공간을 분리하자 오히려 아이도, 어른도 숨통이 트여 가족 관계가 부드러워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집은 갈라져도 아이들을 포기할 순 없었기에 박연규씨는 육아를 이어가기로 했다. “저에게 육아는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기에 혼자만의 원칙을 세웠어요. 초기에는 '아이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며 신뢰를 쌓자', 저녁에는 '며느리와 육아 토의를 하자'. 그렇게 한 팀처럼 움직이다 보니 며느리는 저를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고 저희 가족 모두가 더 끈끈해졌어요.” 아들과의 관계도 한껏 달라졌다. 서먹했던 부자 사이가 손주 육아를 계기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들과도 대화도 자연스러워지고 집안에 웃음소리가 늘었다”며 활짝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며느리 김은옥씨는 “시아버지 덕분에 남편과 저는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었고 가족 모두가 화목해졌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때 친구들로부터 ‘왜 네가 육아를 하느냐’는 타박을 받기도 했다. 마음이 무거워진 때도, 차가워진 시선이 걱정일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별 일은 아니다. 도리어 손주들과 어울리는 그를 보며 지금은 주변에서 “존경스럽다”고 한다. 박씨는 “육아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은 오히려 새로운 시각에서 돌봄 활동을 하기 때문에 편견 없이 임할 수 있다”며 “저는 아이들에게 경험을 전해주고, 아이들로부터 인생의 낙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생활전선 익숙했던 ‘아빠’⋯ 육아전선 뛰어든 ‘할빠’로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1580320 ‘배우는 할빠’의 등장…진화하는 조부모 육아 지원 프로그램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902580232 육아하며 활력 되찾아… 새로 배우는 인생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9580421

끈끈해진 가족들, 육아는 값진 선물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④]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④ 가정·사회에 도움 주는 ‘할빠’ “할아버지 육아 참여, 양성평등 확산 계기” 황혼 육아에 뛰어든 조부모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돌봄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할빠(할아버지+아빠)’로 일컬어지는 남성 조부모의 육아 참여가 전통적인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흔들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오늘날 ‘내 아이의 아이’를 돌보는 할아버지는 대부분 60~70대, 즉 베이비붐 세대다. 여타 세대보다 인구 수도 많거니와 사회적 경험도 풍부한 만큼 이들의 육아 행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돌봄 문제의 해결이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기에 다양하고 세심한 지원책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민간 기업 시작으로 지자체까지 번진 日 조부모 특별휴가 15일 국내외 양육 관련 지원책 등을 살펴본 결과, 저출생 문제를 겪는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조부모를 위한 육아 휴가 또는 특별 휴가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민간 기업 ‘제일생명보험’이 손주 돌봄을 위한 특별 휴가 3일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 식품 업체 ‘에자키글리코’, 곡물 가공설비업체 ‘사타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조부모 휴가를 지급하며 사회 전반적인 지원책이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특별 휴가 등은 공휴일과 주말을 합쳐 최장 9일간의 휴가 활용이 가능, 자녀 부부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할 때나 손주 출산 당일 등 비상시에 유용하게 쓰이며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기업의 움직임은 지자체로도 확산되는 결과도 낳았다. 가나가와현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조부모 직원이 손주 출산 시 최대 3일, 육아 중 최대 5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했고, 오카야마시 또한 손주 출산 전후 3일의 유급 휴가와 만 3세까지 총 6개월의 무급 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조사(2021년)를 보면 일본 내 기업·지자체가 조부모 육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배경은 “고령화로 인한 정년 연장과 맞벌이 자녀 증가 때문”이기도 했다. ■ 실질적 보탬도…육아휴직과 급여로 책임 분담하는 유럽 일본의 ‘단기 휴가’를 넘어, 더욱 실질적으로 돌봄 책임을 분담하는 사례도 있다. 조부모에게 수개월에 달하는 육아휴직와 급여를 지급하는 국가들이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실제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육아휴직 권한을 부여하며, 양성평등한 돌봄을 사회의 기본 가치로 삼는 문화와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호주에선 ‘조부모 휴가’를 통해 특정 조건 하에 조부모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주 양육자일 경우 정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리투아니아는 2018년부터 일정 기간 사회보장세를 납부한 조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제도 도입 첫해 500명 이상의 조부모가 이를 활용했다. 헝가리 역시 2020년부터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독일·포르투갈·핀란드 여타 유럽 국가에서는 부모가 질병, 장애, 사망 등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조부모 등 실제 돌봄 제공자에게 육아휴직급여 수급 자격을 부여하여 돌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운다. 이러한 사례들은 육아 부담을 사회 전체가 함께 지고, 돌봄이 필요한 곳에 성별과 관계없이 직접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하며, 남성에게도 적극적인 돌봄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정책적 장치로 기능한다. ■ “할아버지 육아, 인식 변화 이끌고 양성평등 확산 계기” 차츰차츰 우리나라에서도 부모가 육아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조부모에게 육아휴직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진전이라면 진전이지만 아직 별다른 결과물은 없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육아는 성별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데서 의의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조부모 육아의 사회적 가치 강화를 위해 단순한 금전적 보상 이상의 체계적 지원이 보태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남성 조부모의 육아 참여 증가가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현재 할아버지 세대들은 학력과 사회활동 경험이 풍부한 특징이 있어, 과거 세대보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육아를 남성 조부모가 적극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부모 육아는 자녀 세대의 일·가정 양립을 돕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며, 저출생 문제 완화에도 기여하는 중요한 돌봄 자원”이라며 “조부모의 헌신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더불어 육아휴직 확대·돌봄 수당 현실화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조부모 개인의 부담을 줄이고 가정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생활전선 익숙했던 ‘아빠’⋯ 육아전선 뛰어든 ‘할빠’로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1580320 ‘배우는 할빠’의 등장…진화하는 조부모 육아 지원 프로그램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902580232 육아하며 활력 되찾아… 새로 배우는 인생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9580421

인천 재외동포 사업... 알맹이 없이 포장만 요란 [심층취재]

인천시의 각종 재외동포 사업이 실속은 없고 겉치레만 요란한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시는 올해부터 5년간 5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작 재외동포만을 위한 사업은 20%에 그치는데다, 나머지도 종전 사업에 ‘재외동포’ 간판만 얹거나 1회성 사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3일 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9년까지 재외동포협력과 175억원, 도시균형정책과 140억원, 청년정책담당과 59억원 등 15개 부서가 총 570억원 규모의 40개 사업을 재외동포 정책 예산에 편성했다. 그러나 이 중 시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재외동포 전용사업은 재외동포웰컴센터 운영(50억원), 3UP 지·산·학 협력 거버넌스 구축(30억원), 차세대 리더 워크숍(30억원) 등 110억원(19%)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웰컴센터 예산의 40% 이상은 임대료일 뿐이라, 재외동포를 위한 전시 프로그램 및 콘텐츠 기획 사업비는 30억원에 불과하다. 다른 사업은 정부 사업과 맞물려 있어 실제 추진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히 나머지 460억원의 예산도 다른 목적 사업에 ‘재외동포’라는 간판만 얹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140억원 규모의 고려인과 함박웃음 사업은 사실상 도시재생사업이고, 59억원의 재외동포 청년 인턴십은 종전 지역 청년 인턴십에 일부 동포 청년을 포함한 수준이다. 외국인환자 유치(41억원)와 재외동포 인천시민카드(25억원) 등도 종전 사업을 일부 확대했을 뿐이다. 또 전 세계 한인 경제인 및 기업가들과의 교류·협력을 위한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등 대규모 재외동포 행사 유치도 상담 및 전시 등 단순 이벤트성 행사다. 인천이 단순 개최지 역할에 머물러 행사 이후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가 지난 2023년 재외동포청 유치 이후 이뤄지는 관련 사업을 이 같은 단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재외동포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전용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수한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연구위원은 “현재의 재외동포 정책은 단기적·이벤트 중심의 사업에 편중해 있고, 국내 거주 동포 정책과의 연계도 제한적”이라며 “인천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아스포라 거버넌스’를 제도화해 장기적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디아스포라 거버넌스나 상설 포럼 같은 구상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계라 장기적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외동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인천 재외동포 정책, ‘디아스포라 거버넌스’ 구축 시급 [심층취재]

인천 재외동포 정책, ‘디아스포라 거버넌스’ 구축 시급

인천이 지속가능하고 전략적인 재외동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 이벤트 중심의 구조를 정책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즈니스 이벤트 레거시 전략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3일 인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025년 기획연구과제로 추진한 ‘인천 재외동포 정책의 발전 방향 및 체제 정비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인천시 재외동포 정책의 초기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성과와 한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전략적인 재외동포 시정 추진을 위한 정책 과제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재외동포 시정을 위해 이벤트 레거시 전략의 도입·실행, 인천 디아스포라 거버넌스 토대 마련, 인천 특화 사업·연계망 마련, 인천형 재외동포 인재 유입·육성 등 4대 중점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오는 2026년 4월 인천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계기로 재외동포 시정의 방향과 과제를 종합적으로 실행하는 정책 프레임 워크 ‘인천 디아스포라 이니셔티브(IDI, Incheon Diaspora Initiative)’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DI는 비즈니스 이벤트 레거시 전략의 본격 실행, 디아스포라 거버넌스의 제도적 정착, 인천 특화형 재외동포 사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재외동포 인재 유입 및 육성 등을 중심으로 한인비즈니스대회와 연계해 추진하는 종합 정책 프로그램이다. 인천연구원 관계자는 “IDI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핵심 과제는 ‘인천 디아스포라 거버넌스’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라며 “민관산학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협력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인천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공공기관, 시 및 기초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평가회의를 구성해 이해관계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유정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전임연구원은 “평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한인비즈니스대회 지원을 위한 ‘민관산학 협력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회 이후에는 ‘인천 이주·동포 포럼’으로 전환해 시 재외동포 정책을 뒷받침하는 거버넌스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육아하며 활력 되찾아… 새로 배우는 인생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③]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③ 초보 육아 할부지의 성장기 “처음엔 막막… 이젠 육아 베테랑, 자아실현 도와” “손주 지후를 돌보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입니다.” 4년 전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 김지후군(4)을 키우게 된 김희석씨(64·인천 계양구). 퇴직 후 한동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그의 하루는 이제 육아로 시작해 육아로 끝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린이집 등원부터, 밥챙기기, 양치, 목욕 등의 돌봄을 맡고, 주말이면 키즈카페와 놀이터로 함께 나들이를 나선다. 기저귀도 제대로 못 갈던 ‘초보 할아버지’는 이제 ‘육아 베테랑’이 됐고, 말끝마다 “사랑해”를 붙이는 다정한 할아버지가 됐다. 무뚝뚝한 아버지로만 살아온 그는 손주를 통해 다시 감정을 배워가고 있다. 김씨는 지후와 함께하는 순간이 단순한 돌봄을 넘어, 퇴직 이후 잃어가던 활력을 되찾는 시간이라 말한다. 그는 “예전엔 하루가 길고 지루하기만 했는데, 아이와 함께 뛰고 웃으니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삶의 리듬도 체력도 되살아났지만, 늘어나는 생활비 부담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김씨는 “손주가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생활비만으로는 빠듯하다”며 “아이의 웃는 얼굴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동구에 사는 박창수씨(59·가명)도 마찬가지다. 7년 전 아들의 이혼으로 세 손주를 맡게 된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가며 홀로 육아를 감당해왔다. 당시 네살, 여덟살이던 아이들은 어느덧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됐고, 갓난아이였던 막내는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손주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 많이 참고, 기다리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가는 중이다. 박씨는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예전엔 몰랐던 감정을 느끼고,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퇴직을 1~2년 앞둔 그는 여전히 생계를 이어가며 육아까지 병행하고 있다. 아들로부터 매월 용돈을 받지만, 세 아이의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경제적 부담과 불안에 매일같이 마음이 무거워진다. 박씨는 “사실상 아이를 전담해 키우는데 조부모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 힘들다”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손주 돌봄에 나선 할아버지들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형성 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손주를 돌보면서 발생하는 정서적 안정과 건강 회복 등 긍정적인 효과와는 별개로, 조부모 돌봄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이 없어 조부모들은 양육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양육을 전담하고 있음에도 법적 보호자가 아니란 이유로 각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아동 수당이나 아이돌봄 서비스 등도 정작 돌봄을 맡고 있는 조부모는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지역 안팎에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조부모 육아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을 ‘사적 희생’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닌, ‘공적 책임’으로 전환해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기 육아는 자기 실현과 건강 회복의 통로가 될 수 있으나, 경제적·심리적 부담까지 함께 떠안는 구조에선 쉽게 지칠 수 있다”며 “수당이나 맞춤형 교육, 심리지원 등과 같은 제도적 뒤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주 돌보는 조부모 누구나 지원… 정책 제도화 ‘시동’ 맞벌이 부부 600만 시대. 자녀 양육의 부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조부모가 손주의 양육을 전담하는 ‘황혼육아’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온 가족의 따뜻한 품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양육에 대한 금전적, 신체적 부담을 고스란히 할아버지·할머니들가 짊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 “저긴 주는데 우린 없네”…일부만 시행 중인 ‘조부모 돌봄수당’ 자녀의 맞벌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꺼이 손주를 품에 안았지만 홀로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육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체력적 한계와 경제적 부담에 부딪히는 ‘황혼육아’ 가정이 늘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 경기, 서울, 충남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정에 월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부모 돌봄수당’을 신설, 운영하며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현재 경기도는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에서 부모의 맞벌이·다자녀 등 다양한 이유로 생후 24~36개월 아동을 보육하는 조부모와 4촌 이내 친인척에 대해 돌봄 수당을 지원하는 ‘경기도형 가족돌봄수당’을 시행 중이다. 아동 1인당 월 30만~60만원 수준의 돌봄수당을 지급하며, 2026년에는 올 하반기(14개)보다 13개 늘어난 27개 시군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는 2세 영아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30만원의 돌봄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을 운영 중이다. 충청남도의 경우 지원 내용은 타 시군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소득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는 육아 조력자를 위한 아동 돌봄 수당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조부모 돌봄수당’은 지원 기간이 고작 1년인 데다 전국적인 제도가 아닌 탓에 대부분의 조부모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2024년 전국보육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동거 친·외조부모 및 비동거 친·외조부) 중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원받는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49.1%가 사실상 무보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천광역시의 경우 조부모 돌봄 수당 도입을 검토했지만 재정 여력 부족과 국가 단위의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정책 도입을 보류하고 있어 많은 조부모가 아이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책 지원도 미비하다. 채은경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부장은 “인천시는 조부모 관련 수당보단, 건강한 노년을 보내도록 돕는 ‘건강수명’ 중심의 정책이 논의 중”이라며 “기초연금 및 요양보호 예산이 전체 복제 예산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조부모 관련 수당 등) 새로운 수당 도입에는 재정적 부담이 큰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조부모 육아 지원 제도화…‘황혼육아 지원법’ 등장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조부모 육아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국회에서도 서서히 시작됐다. 지난 6월24일 발의된 ‘황혼육아 지원법’(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아이돌봄 지원법’ 지원 대상을 부모 외에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까지 확대, 조부모의 육아를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부모가 단순한 가족 구성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돌봄의 중요한 주체임을 명문화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또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조부모 돌봄수당이나 교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지원 대상, 금액, 기간 등을 일률화해 지원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황혼육아’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나 가족에서 벗어나 사회적 돌봄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양육 당사자인 조부모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법을 대표 발의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은 “현행법은 지자체가 아이를 직접 돌볼 여력이 부족한 부모를 위해 아이돌봄사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부모는 낯선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는 데에 대한 불안감과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장기간 대기 불편 때문에 아이돌봄 서비스보다 조부모에게 돌봄을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황혼육아’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법에는 조부모에게 수당을 지급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황혼육아는 특정 가정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범국가적 과제가 됐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황혼육아를 사회적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하며 저출산 대응과 일·가정 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책 너머의 가치…‘사회 활동’이자 ‘개인 건강’ 위한 황혼육아 황혼육아는 중노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부분도 있다.특히 남성 노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주로 사회활동 참여와 역할 재정립이라는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축소돼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남성 노인들에게 손주 돌봄은 새로운 일상이자 중요한 사회활동이라는 의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손자녀 양육과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2022)에 따르면 손주를 양육한 조부모의 우울감 점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낮았다. 또 손주를 돌보며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 노인에게 정서적 지지와 가족 내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랜 기간 가정 내 육아는 대부분 여성의 역할로 여겨져 왔으나 남성 노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서적인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고정된 성 역할을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은퇴로 상실감을 겪기 쉬운 남성 노인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손주와 함께 산책하거나 놀아주는 등 신체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도 증진돼 노년기 신체 건강과 활동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시에 손주와의 상호작용이 노인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개인을 넘어 가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황혼육아에 뛰어드는 노인이 증가함에 발맞춰 경기도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적 돌봄의 책임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더 많은 도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경기형 가족돌봄수당’ 참여 지자체를 지난해보다 올해 더 확대, 시행 중”이라며 “올 상반기에는 17개 시·군이, 하반기에는 14개 시·군이 함께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7개 시·군에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생활전선 익숙했던 ‘아빠’⋯ 육아전선 뛰어든 ‘할빠’로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1580320 ‘배우는 할빠’의 등장…진화하는 조부모 육아 지원 프로그램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902580232

‘배우는 할빠’의 등장…진화하는 조부모 육아 지원 프로그램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②]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② 조부모 커뮤니티 “금쪽같은 내 새끼”… 손주 잘 키우는 법 배워요 “시엘아, 이게 뭐지? 그렇지, 사과야. 사과는 무슨 색일까?” 7월24일 찾은 고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한 강의실. 그림카드를 든 김정백씨(65)가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짝꿍’인 조부모들에게 스토리텔링을 이어갔다. 할머니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수업이 한층 활기를 띠었다. 이날 진행된 ‘지혜로운 조부모의 요즘 육아’ 수업은 영유아 발달 단계 이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그림책 활용법 세 가지 파트로 꾸려졌다. 수업엔 총 20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다섯 명이 ‘할아버지’였다. “손주를 잘 키워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모인 이들은 낯선 사이임에도 금세 오래된 벗처럼 서로를 손주에 빗대며 스토리텔링 놀이법을 배우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그림책 활용법을 익히기 위해 동물, 과일, 탈 것 등이 그려진 그림카드를 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꼬리 질문을 더하며 상상력을 펼쳤다. ‘깡충깡충’, ‘반짝반짝’ 같은 의성·의태어와 형용사를 덧붙여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도 배웠다. 각 팀은 카드를 이어 붙여 가장 긴 기차를 만들거나,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낸 사람을 뽑는 미니게임을 열었고 박수와 환호가 뒤따랐다. 한 할아버지는 발표 도중 긴장한 나머지 엉뚱한 대사를 읊조렸다가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했고, 참가자들도 덩달아 폭소를 더하며 강의실이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다. ‘할머니’ 한서경씨(74)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표하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연신 웃었다. 한씨는 “여기 와서 교육 듣는 할아버지들은 엄청난 용기와 열정을 가진 분들이다. 집에 가서 남편에게 얘기하니 ‘나도 갈 걸 그랬다’며 멋쩍게 웃더라. 옛날엔 남자가 아기 보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그때 못했던 걸 할아버지가 돼서 다시 배우고 노력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2팀의 장을 맡은 ‘할아버지’ 연용호씨(67)는 “맞벌이로 바쁜 아들 부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다 보니 아내와 늘 작은 갈등이 있었다”며 “이번 교육 속 퀴즈에서 아내의 답변 솜씨를 보니 ‘난 백전백패구나, 내가 아는 건 완전히 바꿔야 하는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그는 “엄마나 할머니 만큼은 못하더라도,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날 수업을 펼친 황영미 와이스토리 강사는 “조부모 육아가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나의 또 다른 성장을 돕고, 사회적 역할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특히 할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 깊다”고 말했다. 성진경 고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예전엔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조부모가 주 양육자가 되는 사례가 늘며 공원이나 구청 등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곳에서 오프라인 설문을 진행했고 조부모 육아에 대한 응답이 많아 정식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할아버지들의 참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교육을 평일 낮뿐 아니라 야간·주말로 다양화할 계획”이라며 “관련 분야의 정부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식·기술 다루는 다양한 교육, 생활 밀착 진화하는 육아수업 이제는 조부모도 육아를 배운다. “우리가 너 키울 때는”으로 시작하던 옛날식 이야기가 아니라, 손주를 위해 분유 타는 법부터 응급처치까지 다시 새롭게 익힌다. 책과 영상, 지역센터 방문까지 방식도 가릴 것 없다. 여기에 적극적인 ‘할빠’(할아버지 아빠)들의 등장이 더해지면서 육아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조부모의 육아 참여가 필연적이자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경기·인천지역 곳곳에서도 조부모 대상 육아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과거에는 ‘책 읽어주기’나 ‘손주와 함께하는 놀이 한마당’ 같은 일회성 강좌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영유아 발달 단계별 놀이법, 올바른 식습관 지도, 스토리텔링 기법 등 실제 돌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다루는 정기 과정과 심화 교육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부모가 단순히 ‘보조자’가 아니라, 양육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 내용의 변화와 함께 돌봄 주체인 조부모를 위한 공간·시간적 지원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천중구공동육아나눔터의 ‘배워서 아이주자’ 프로그램이나 의왕시의 ‘돌봄 참여 조부모 소통 강좌’처럼, 기존의 특정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기반 시설을 활용하거나 평일 낮 이외의 시간대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조부모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조부모의 생활 반경과 패턴을 고려한 프로그램 운영은 양육 부담 경감뿐 아니라, 이들이 능동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또 교육 참여는 조부모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해 육아로 인한 고립감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육아 현장에 뛰어든 할아버지들의 참여도 점차 두드러진다. 2016년 인천 부평구에서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조부모 교육을 시행했는데, 당시 참여했던 할머니 50여명 사이에서 ‘청일점’ 할아버지 한 분이 활약하며 초기 할아버지 육아 참여의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보도가 화제를 끈 바 있다. 이러한 추세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가시화됐다. 지난 7월 고양시건강가족지원센터가 연 ‘지혜로운 조부모의 요즘 육아’ 수업에 전체 참가자 20명 중 다섯 명이 할아버지였고, 이들이 조별 대표를 자처하며 수업을 주도한 사례도 그 예시다. 각 지자체들도 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있다. 군포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조부모 교육 연간 과정을 운영하며 응급처치, 연령별 놀이법, 간식 만들기, 생활원예 등 실생활에 밀착된 주제를 다룬다. 안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아빠들의 육아데이’를 통해 남성 양육자가 서로 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었고, 파주시와 용인시 역시 조부모 교육이나 공동육아 지원을 제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지자체들의 노력은 과거 단편적 강의 수준을 넘어 조부모가 실제 돌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흐름을 확산시키고 있다. 관련 조사들도 ‘배우는 조부모’의 필요성과 의미를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부모 돌봄 비율은 2018년 7.4%에서 2023년 8.5%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에서도 손주가 있는 부모의 절반 이상(51.1%)이 ‘황혼 육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부모가 단순히 부수적 지원자가 아닌, 사실상 육아의 중심 역할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국제학술지 ‘IJFMR’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초보 조부모 경험’ 연구도 흥미롭다. 이 연구에서 할아버지들의 절반에 가까운 48.8%는 손주를 키우는 데 있어 ‘지나친 간섭보다는 곁에서 지지해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꼽았다. 반면 다수의 할머니들(60%)은 ‘잘 들어주고 개방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성공적인 조부모 역할 수행의 핵심으로 답했다. 즉 할머니들이 주로 경청과 대화를 통한 돌봄을 강조한다면, 할아버지들은 아이가 스스로 주도할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방식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곧 달라진 시대의 육아 환경 속에서 조부모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배워가며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된 육아 방식의 차이에 따라 교육과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정학과 명예교수는 “할머니들이 주로 공감과 대화를 통해 돌봄에 나선다면, 할아버지들은 돌봄과 함께 공놀이, 자전거 가르치기 등 신체 활동성을 활용한 방식에 더 익숙하다”며 “이런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보완적 특성이므로, 교육 과정도 남성 조부모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소통 능력을 보강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조부모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성별·세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조부모 스스로 육아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생활전선 익숙했던 ‘아빠’⋯ 육아전선 뛰어든 ‘할빠’로 [우당탕탕 할아버지 육아일기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901580320

‘좌측·하단’도 몰라… 일상 파고든 문해력 논란

#1. 수원 행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의 대부분이 MZ 세대다. 그런데 이들에게 화장실을 ‘좌측’이라고 안내하면 엉뚱한 쪽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 결국 그는 표현을 ‘왼쪽’으로 바꿨고, 그제야 혼선이 줄었다. #2. 성남 판교의 한 식당에서 근무했던 B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결제시 “영수증 하단을 참조하세요”라고 안내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앞뒷면을 뒤적이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해력이 떨어진 건지, 한자 단어가 낯선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30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기초 단어를 이해 못 하는 ‘문해력 논란’이 여전히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성인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벌어진 해프닝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며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회사 후배가 ‘쾌청하다’의 뜻을 몰라 알려주려다, 되레 “한자를 잘 아신다. 조선족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남성의 사연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도내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육은 사고력 위주 활동이 대부분이고, 어휘 부분이 많이 축소됐다. 이로 인해 고학년인데도 문제에 나온 설명을 읽지도 않고 교사에게 먼저 질문하는 경우가 흔했다. 또, 학생들이 독서 시간에 글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에 사용되는 영상만 보는 경우도 많았다. 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똑똑한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는 실제 수치가 뒷받침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교원 5천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8%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저하됐다”고 답하며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문해력 부족으로 난감했던 사례로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함’,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 못 하는 친구가 90퍼센트’ 등이 나왔다. 저하 원인으로는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이 1순위로 꼽혔고,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순이다. 또 다른 교사는 “우리가 쓰는 국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인데, 예전과는 다른 교육 과정 운영에 따라 한자 교육이 줄어들다 보니 한자어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뿌리 ‘전통시장’… 민초들 ‘희망’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9. 상업문화의 원형 ‘전통시장’ 광복 직후 아픔과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시간, 사람들은 ‘삶’을 꾸리기 위해 장터로 모였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위로를 나누기 위해 물건을 사고 팔며 서로의 말동무가 됐다. 오랜 기간 이어진 그 삶의 터전에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온기와 연대를 나눈 끈끈한 희망의 역사가 스며 있다. 지역경제의 심장이자 불굴의 개척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지역 유산, 바로 전통시장이다. 1945년 당시 정부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상설시장 34개과 정기시장 407개 등 총 441개의 재래시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한반도 전체 인구가 약 2천500만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인구 약 5만6천명당 1개 시장꼴로, 극히 적은 수치였다. 일제강점기 아래 간신히 버텨온 열악함이 당시 서민들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게 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공간이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현실 너머의 새 시대를 향한 염원을 품었다. 현재까지 자리를 지켜 온 부천 자유시장과 문산 자유시장. 그리고 서울·대구·부산·제주·김천 등에 자리한 평화시장 등 전국 곳곳의 시장 이름에는 ‘자유’와 ‘평화’ 같은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이는 시대적 굶주림을 끊고 풍요를 전파하려 했던 민초들의 간절한 바람과 강인한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기·인천지역의 전통시장도 다르지 않다. 화성시 향남읍의 발안만세시장은 3·1운동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장소이자, 일제강점기 제암리 학살 당시 격렬한 항거가 이뤄졌던 역사적 공간이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정신을 이어오며 오늘날에도 시장은 독립과 자유를 염원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또한 국내 최초의 근대 상설시장으로, 도시의 성장과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살아있는 유산이다. 오래된 가게와 사람들, 익숙한 냄새와 활기는 그 자체로 도시의 기억이며 한국 상업 문화의 원형을 보여준다.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대형 마트와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된 오늘날에도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는 총 357개의 시장이 있으며 이 가운데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곳은 162개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일반 상점가(67개), 골목형상점가(101개), 공설시장(25개), 무등록 시장(27개)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인천은 56개의 시장(등록 51개, 무등록 5개)을 보유하고 있고 별도로 40개 상점가가 지역 소비 기반을 형성하며 전통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은 “과거 전통시장은 서민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의 근간이자 정보 교환과 소통의 플랫폼”이었다며 “197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교통과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이 쇠퇴하고 거대한 대형 유통 채널과 경쟁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그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발맞춰 우리 진흥원도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시장 연구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획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경인지역 전통시장의 진화 사람 냄새 나는 ‘생활의 터전’ 시대의 풍파 속 수많은 이야기가 스러져갔지만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시장에서 계속됐다. 장터에 앉아 좌판을 깔고 정을 나누며 일상을 지탱해 온 상인들. 그들의 땀과 지혜는 시장을 지역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활력 넘치는 동력으로 만들었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끈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도 경인지역에 남은 전통시장들은 삶의 온도를 데우며 지역경제의 역사를 펼쳐내고 있다. ■ ‘만세’의 도시 화성, 경기도 백년 시장에서 피어난 ‘다문화 상권’의 새 얼굴 화성시 향남읍에 자리한 발안만세시장. 이곳은 3·1 만세운동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역사의 현장이자 선조들의 독립 염원이 깃든 신성한 땅이다. 발안만세시장이 간직한 100년의 개척 정신은 광복 80년을 맞은 올해, 활력과 다문화적 포용력으로 재탄생한 오늘날의 시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1919년 3월31일과 4월5일, 발안장에서는 독립과 자유를 향한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대규모 만세 시위가 벌어졌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발안 1교 바닥에는 당시 독립운동의 역사를 담은 문구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그 흔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 도보 30분 거리에는 일본군이 양민을 학살한 제암리 3·1유적지가 자리해 그날의 아픈 역사를 묵묵히 증언한다. 이곳은 단순히 장터가 아닌 암울한 시대에도 나라의 독립과 지역의 자유를 염원했던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개척 정신의 상징이다. 과거 농수산물 위주의 5일장이던 발안만세시장은 이제 상설시장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특히 향남읍 주변 중소기업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면서, 시장은 이색적인 다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중국 식품점, 할랄 푸드코트, 태국, 인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의 요리와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발안만세시장 세계음식문화특화거리 선포식’은 이러한 변화를 공식화하며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지역 상권 활성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만세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모하마드 샤밈(42)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만세시장에 자리 잡은 이유를 묻자 그는 “시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활기가 넘친다. 시장 이름이 ‘만세’여서 기분이 좋았고, 국적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저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샤밈과 같은 외국인 상인의 존재는 이제 낯설지 않다. 실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 시장 내 외국인 운영 점포는 524개에 달한다. 이는 전통시장이 단순한 내수 공간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다문화 경제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생을 발안만세시장과 함께한 주민 조귀엽씨(80)는 시장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랑방’이라는 의미다. 그는 “야채도 싱싱하고 값도 좋지만, 동네 사람들하고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느끼는 시장만의 활기는 집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함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라며 “팍팍했던 옛날부터 지금까지 삶을 함께 해온 소중한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의 전통시장은 오랜 역사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양평 용문천년시장은 2019년 시설현대화 사업을 통해 고객 편의시설과 특화 상품을 강화했고, 안양 아크로상가 인근 시장은 올해 시설환경개선 공모사업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높일 예정이다. 과천 굴다리시장처럼 소규모라도 지자체 보호 속에서 주민 친화적 정서를 유지하며 활성화되는 시장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시장은 전통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 편의와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미래형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항구도시 인천의 자부심, 상인회와 꽃피우는 ‘국제시장’의 꿈 인천은 일찍이 개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 도시다. 항구와 공항을 모두 갖춘 이 도시는 전통시장조차도 국제적인 기운을 품고 성장했다. 항구도시라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 인천의 시장들은 태생부터 역동적인 국제성을 안고 발전해 왔다. 특히 상인회를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을 헤쳐나가며 항구도시 특유의 고유성을 살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자 1890년대 말 개설된 중구 신포국제시장은 그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곳은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개항 초기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신포시장에서 2010년 신포국제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국제적 위상을 더했다. 중국인 상인들이 새로운 채소를 팔고, 어시장과 닭전 거리 등 전문화된 상점이 몰리면서 시장은 새 모습을 갖춰나갔다. 닭강정, 공갈빵, 오색만두, 쫄면 등 다채로운 먹거리로 발길을 끄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신현기 인천신포국제시장 상인회장은 “신포시장이 개항의 역사와 함께한 시장에서 이제는 국제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천이 항만과 공항을 모두 갖춘 독특한 지역임을 설명하며 “이런 이점 덕분에 한국의 전통시장 중 외국인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이 바로 신포국제시장”이라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국제시장 타이틀에 걸맞은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는 그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25년째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며 시장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 신 회장을 비롯해 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50대에서 70대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시장과 함께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온 이들이다. 그는 “이곳 상인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여전히 부지런하게 손님들을 대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다”며 존경을 표했다. 신포국제시장이 위치한 중구는 2026년 7월 제물포구로 행정구역 개편을 앞두고 있어 상인회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한다. 신 회장은 “‘제물포구 상권발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상인들이 모여 더 큰 틀에서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찾고있다”고 밝혔다. 상인 개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시장의 운명을 공동으로 고민하고 책임지는 상인회의 집단적 움직임이 인천 전통시장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인천의 또 다른 대표적인 시장은 소래포구전통어시장이다. 1960년대 초 개설된 이곳은 2017년 대형 화재로 큰 아픔을 겪었지만, 현대화 사업을 거쳐 2021년 재개장하며 더욱 굳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곳의 역사는 1930년 염전 개발과 함께 시작된다. 일제가 소금 수탈을 위해 건설한 협궤열차가 인천과 수원을 오가면서 사람이 모여들었고, 포구가 발전하며 소형 어선들이 새우와 생선 등을 팔며 명성을 얻게 됐다. 소래포구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상인들의 끈끈한 공동체 정신과 어우러져 오늘도 인천의 싱싱한 바다 내음을 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경기도와 인천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광복 이후 80년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서민 경제의 든든한 기반으로 뛰어왔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불굴의 상인 정신과 공동체의 지혜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이 시장들은, 오늘도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미래를 향한 힘찬 개척의 길을 밝히고 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43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 정통 산업의 뿌리 ‘제조업’…경인지역 제조업 선구자 발자취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237 지역발전 동반자 ‘건설업’… 대한민국 역사를 짓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www.kyeonggi.com/article/20250429580267 사통팔달 ‘자동차 산업’… 경기·인천 꿈 싣고 달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57 불모지서 싹틔운 전자산업… ‘기술강국’ 꽃피우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8580432 국민경제 주역 식품업, ‘K-푸드’ 맛있는 기적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24580047 생활경제 지켜낸… 소상공인이 곧 ‘지역경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717580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