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성격과 정책결정 간 상관관계…‘윤석열이 쏘아올린 정치도박’ [신간 소개]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조해경 교수가 도서 ‘윤석열이 쏘아올린 정치도박’을 펴냈다. 저자는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이 지도자의 성격과 정책결정(leader's personality and decision making) 간의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성격에 대해 “모 아니면 도, 개와 걸은 없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윤석열이 정치도박을 일으키도록 원인을 제공한 한국의 보수와 진보의 역사적 기원’에서는 비상계엄의 발생원인에서 의회와 정부의 교착상태의 해결불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 삼권분립의 붕괴, 신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 등을 다룬다. ▲2장 ‘선진국형 민주주의의 의미’는 비상계엄 발생의 결과 의회와 진보의 승리하고 국민혁명권이 발동됐음을 지적한다. ▲3장 ‘의회와 정부의 갈등’에서는 민주화 과정에서 역주행한 민주주의, 정치발전의 단계적 상승, 국민의식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의 상승을 제목으로 시대의 변화에 주목한다. ▲4장 ‘탄핵발생 방지를 위한 장래 한국 정치가 극복해야 할 과제’에서는 비상계엄 발생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시한다. ▲5장 ‘초일류 국가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통해 현재 한국의 5년 대통령제 단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는 경우 발생할 장·단점 등을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하고 있다. 저자는 “윤석열 정부가 왜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내외적인 정치적 환경요인과 계엄의 결과, 향후 비상계엄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과 속면을 연구분석해 실체를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현상학적 정치철학을 적용해 윤석열이 일으킨 비상계엄의 근본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데 이 글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45년차 현역기자의 순애보…한영민 기자, 시집 ‘헤어지는 중’ 출간

“평생을 농축시켜 마음에 담아 둔 사랑의 시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봄 나들이’를 시작합니다” 45년 언론인 경력을 가진 한영민 기자가 사랑, 이별, 재회를 소재로 시집 ‘헤어지는 중’을 출간하고 내달 15일 경기아트센터 도움관 2층(컨벤션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오후 2시 사인회를 시작으로 간담회와 독자와의 대화 등으로 이어진다. ‘이별의 끝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될 사랑스러운 일’을 주제로 작가와 독자들이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한 기자의 호는 ‘소년’이다. 그렇게 정한 이유에 대해 “그 언젠가 얼굴이 하얗고 흰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가 서울로 떠나간지 반백년이 지나도록 소녀를 기다리고 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렸노라 말한다. ‘헤어지는 중’은 한 기자가 젊은 시절부터 최근까지 쌓아온 시어를 붉은 노을처럼 피어낸 시집이다. 한 기자는 “사랑하지 않는 삶은 꽃이 피지 않는 고목나무 같다”며 “인간은 숨쉬는 동안 늘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81년 언론계에 입문해 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한 기자는 일요신문 연예부 기자, 스포츠코리아 체육부 차장, 중부일보 문화체육부장, 일간경기 편집국장 등을 거쳐 현재 전국매일신문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인생 마지막 소원으로 “기자로서 취재현장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라며 “천상 기자였다고 새겨지는 것이 평생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생이 시가 되다"…인천 강화 어르신들 '아흔의 봄' 시집 발간

인천 강화노인복지관 인문학반 어르신들이 공동 시집 ‘아흔의 봄, 일흔의 노을’을 발간하고 22일 강화문학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시집은 인문학반에서 10여 년간 진행해온 ‘인생 이야기’ 프로그램의 결실로, 70대부터 90대까지 어르신 24명이 참여한 다섯 번째 공동문집이다. 표지 디자인과 삽화까지 전 과정을 참여자들이 직접 완성했다. 작가들은 시집에 노년의 삶을 돌아보는 기억과 감정을 담았다. 젊은 시절의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 세월 속에서 길어 올린 회한과 현재의 담담한 시선이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김정자(80) 시인은 작품에서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내려놓는 삶을 노래했고, 전원곤 인문학반 회장은 구순을 앞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차순복(95) 시인은 한국전쟁 당시의 기억과 뒤늦게 깨달은 사랑의 감정을 시로 표현했다. 출판기념회 사회를 맡은 이종남(73) 시인은 “삶의 결이 담긴 소박한 언어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시집 제자(題字)는 인문학반 지도교수인 김원수(75) 전 심도중 교장이 썼으며 어르신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했다. 윤심 강화노인복지관장도 “노년의 삶이 지닌 의미가 지역사회에 따뜻하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작시 낭송과 은빛중창단 공연이 이어졌으며, 가족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창작 활동을 축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시집이 지역의 삶과 문화를 담아낸 기록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책과 예술, 삶을 만나다’…‘시와예술’ 김정아의 서점 철학

인천 중구 문구거리는 인근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오랜 세월과 추억이 담긴 골목이다.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정아씨는 골목 어귀에서 독립서점 ‘시와예술’을 운영하고 있다. ‘시와예술’은 책 속의 문학, 예술, 사람을 만나는 곳을 지향한다. ■ 산책하듯 만나는 일상 속 예술 2021년 인천에서 문을 연 ‘시와예술’은 독립서점이자 갤러리를 표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진가이자 책방의 주인인 김정아 씨는 코로나 시기 미술관과 문화 공간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 ‘일상 속 예술’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향하며 서점을 열었다. “일상에서 산책하듯 예술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꼭 미술관을 가야, 공연장을 가야만 예술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길 바랐어요. 문학과 예술을 함께 담아내는 서점이 되고자 ‘시와예술’로 이름을 지었고 문학에서는 주로 시를 중심으로, 예술 전반의 도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자주 가던 익숙한 골목에서 책과 사람에 대한 경험을 쌓았고 보다 많은 독자와 전시 프로그램을 꾸리기 위해 지금의 인천학생문화회관 앞, 동인천 문구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제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한 이곳도 헌책방 골목 못지않게 70년 역사를 지닌 문구거리입니다.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는 서점과 문구사들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서점이 ‘사람의 삶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제 뜻과도 잘 통했습니다.” 시와예술은 김씨가 직접 고른 책들로 채운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리기 위해 책을 세분화해 분류하기 보단 각각의 책이 가진 생각의 결을 기준으로 선별하고 정리한다. 대중적인 기준에 익숙한 독자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책 자체를 사유의 결과물, 작가 그 자체로 이해하는 김씨의 뜻이 담겼다. 김씨는 “‘책을 읽는 과정은 한 명의 작가를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점 전체가 하나의 추천 서가인만큼 새로운 책, 낯선 작가와의 만남에 마음의 문을 열고,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사색하고 삶의 동력 얻는 공간 ‘책 속에는 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작가가 있다’. 서점을 운영하며 김씨가 마음에 품고 있는 이 문장은 한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결과물인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만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모습은 서점과 갤러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있는 시와예술의 구조와도 닮아있다. 작가는 갤러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으로 세상에 건네고, 독자는 책을 매개로 다시 작가에게 말을 건다. 김씨는 “시와예술에서 책을 보거나 잠시 머물고 천천히 사색하는 과정에서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시와예술’이라고 해서 현실의 삶을 잊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 뿐 아니라 금융 기초 강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봄에는 한국근대문학과 함께하는 책담회, 지역 도서관과 협력한 경제‧인문학 특강, 재즈와 해설이 어우러진 강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김씨는 “책과 예술, 삶은 각자 동떨어진 것이 아닌 유기적인 영역”이라며 “사람을 중심 다양한 분야를 편안히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무엇이 오래 읽히는가…‘세계 책의 날’에 다시 보는 한강, 유발 하라리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일상인 시대, 독서의 방식은 달라졌어도 책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지식과 정보를 전하며, 때로는 역사를 기록하고 현실을 고발하는 역할까지. 책이 지금도 그 의미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독자들의 선택에서 드러난다. 4월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이해 교보문고가 발표한 지난 10년간(2016년 4월∼2026년 4월)의 누적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양귀자의 ‘모순’ 등 소설이 상위권에 포진한 점도 눈에 띈다. 빠른 소비의 시대에도 인간의 내면과 기억을 다루는 서사가 꾸준히 읽혀왔다는 의미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책 가운데 ‘읽기’의 의미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증명한 국내외 도서 두 작품을 다시 살펴본다. ■ 기억을 견디는 힘…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개인의 기억과 감각을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를, 이 작품에서는 제주를 통해 폭력 이후의 시간을 응시해왔다.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이들의 감각과 침묵을 따라가며 기억의 무게를 드러낸다. 작품은 최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작가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심사위원단은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상실 속에서도 진실을 향한 깊은 고찰”이라고 평가했다. 소설은 한 인물이 타인의 기억을 따라가며 과거의 사건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눈보라 속 고립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기억이 어떻게 전해지고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기억하는 일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 이야기를 통해 존재하는 인간…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 미래까지를 아우르는 인문 교양서다. 전 세계 수천만 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누적 베스트셀러 14위(교보문고)에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협력하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종교와 국가, 자본 등 우리가 공유하는 질서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위에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하라리는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라는 흐름 속에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재구성해온 과정을 짚는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기술의 시대에 이르러, 인간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저자는 “코딩보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피엔스’는 독서를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확장시킨다. 읽는 행위가 사라질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조건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소설 외에도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 과학서 ‘코스모스’ 등이 고르게 포함됐다. 국내 소설이 감정과 기억의 서사를 이끌었다면, 해외 도서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지식형 독서의 축을 형성했다.

“완성된 영웅은 없다”…‘21세기 무관’ 무예인문학자가 쓴 이순신의 시간

다가오는 4월28일은 이순신 장군의 탄신 481주년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불패의 영웅’으로 불린다. 조선군을 승리로 이끈 이 난세의 영웅은 처음부터 완성된 장수였을까. 신간 ‘진화하는 장수, 충무공 이순신’(민속원 펴냄)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 최형국(51)은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 상임 연출가이자 한국전통무예연구소 소장이다. ‘무예도보통지’를 번역하고, ‘정조의 무예사상과 장용영’(2015) 등 10여 권의 저서와 40여 편의 군사사 및 무예사 논문을 발표한 역사학 박사이기도 하다. 연구실을 넘어 무대와 현장에서 역사를 복원해온 그는 이순신을 ‘결과로써의 영웅’이 아닌 ‘과정에서 형성된 장수’로 바라본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임진왜란의 명량과 한산도가 아니라, 이순신이 처음 군문에 들어선 북방 변방으로 시선을 돌린다. 종9품 무관으로 부임한 ‘동구비보’(蕫仇非堡). 이름만 남아 있을 뿐 정확한 위치조차 불분명했던 이 공간을 저자는 사료와 지도, 위성 자료를 교차 검증해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첫 부임지가 정확히 어딘지는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라며 그의 ‘출발점’부터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복원해 낸 것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여진족과 맞섰던 북방 전투, 발포 수군만호 시절 바다를 익혀가던 과정,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섬이 아닌 녹둔도까지. 이순신이 어떻게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는지를 공간과 경험의 축적 속에서 따라간다. 이러한 시선은 저자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조선시대 군사 훈련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30여 년간 수련하고, 이를 현대 무대에서 재현해 온 연출가다. 정조의 명으로 1790년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익혔듯, 오늘날 무예24기 시범단 역시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민족의 기상이 담긴 무예 시연을 펼치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몸으로 익힌 전투 감각과 지휘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이순신에 관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무관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은 기록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접 몸으로 느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표현했다. 책 속 이순신은 단순한 전략가가 아니라, 군령을 세우고 병사를 이끌어야 했던 ‘지휘관의 인간적 고뇌’를 함께 품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해석은 정조의 시선과도 맞닿는다. 정조는 왕권 강화를 위해 친위 부대 ‘장용영’을 창설하고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군사 질서를 재편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수의 표상으로 불러낸 인물이 이순신이었다. 저자는 “부국강병을 꿈꾸는 한편, 여러 정치적 상황에 놓였던 정조는 이순신처럼 나라에 헌신하는 장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조가 그를 영의정으로 추증하고 직접 신도비문을 남긴 것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간형’을 세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저자의 개인적 체험이다. 집필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를 잃는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저자는 “난중일기를 보며, 그 슬픔이 더 실감됐다”며 백의종군 시절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순신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관직을 잃고 평군으로 전장에 나섰던 시간, 장례를 채 마치기도 전에 다시 싸움터로 향해야 했던 순간들. 저자는 이를 ‘한 인간의 감정’으로 읽어낸다. 동시에 지휘관으로서 부하를 전장에 내보내야 하는 고통 역시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투 기록과 전략 분석에 머물지 않는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순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재구성됐는지’까지 통시적으로 추적한다. 저자는 지금 시대에도 이순신의 의미는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세계는 여전히 갈등과 전쟁 속에 있고, 우리는 정전 상태에 살고 있다. 이순신의 마음은 이 땅이 존재하는 한 계속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책은 이처럼 완벽해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단련했기에 위대한 장수를 말한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100가지 방법…‘거룩한 유산’ [신간 소개]

“사랑하는 얘야! 인생이란,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 같단다….”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모든 부모의 화두다. 돈과 물질, 기술이 만능인 시대이지만 그것만으로 자녀가 이 땅에서 발을 내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거룩한 유산’은 부모가 자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책이다. 가장 큰 특징은 진심이다. 글은 훈계나 교훈의 형식을 취하기보다 자녀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네는 편지처럼 적어 내려갔다. 책은 기자로 일했던 아빠가 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글로 엮었다. ‘돌아보면 우리가 한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면서도, 정작 삶에 양식이 되는 이야기는 별로 나누지 못한 것 같다’, ‘서두르지 말고 삶의 항해술부터 차근차근 익혀라’ 등 저자가 자녀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진심으로 와닿는다. 많은 이들이 재산과 조건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삶의 기준’을 100가지 메시지로 정리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인생을 바다를 건너는 항해에 비유한다. 순풍이 불어오는 날도 있지만, 거센 파도와 예기치 못한 폭풍을 만나는 순간도 있다. 그렇기에 인생에는 방향을 읽는 감각과 스스로를 지키는 기준이 필요하다. 나침반을 보는 법, 바람의 흐름을 느끼는 법, 흔들려도 다시 균형을 잡는 법과 같은 삶의 태도들이 이 책 전반에 담겨 있다. 성공을 강요하거나 경쟁을 강조하지 않고, 정직함과 성실함, 배려와 책임, 그리고 스스로를 믿는 힘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을 차분하게 전한다. ▲때를 아는 게 지혜 ▲어떻게 볼 것인가? ▲관계 속에 해답이 ▲결국은 마음 다스리기 ▲즐기는 자가 이긴다 등 큰 카테고리 안에 담긴 각 글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은 특정 연령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 등 모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마련한다. 가장 값진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힘’이란 것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사명감보다 생존’… 공직 30년의 현실 기록 담은 ‘철밥통 일기’ 눈길 [신간 소개]

최근 공직 사회를 둘러싼 통념을 되짚게 하는 책 한 권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필명 ‘공노비’가 펴낸 에세이 ‘철밥통 일기: 생계형 공무원의 미화되지 않은 생존기’는 30년 공직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안에서 치열하게 버티고 살아남았던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낸 기록이다. 책은 흔히 접하는 성공담 중심의 회고록이나 숭고한 사명감을 강조한 지침서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IMF) 당시 다니던 의류회사의 부도를 계기로 공직에 들어섰다. 그는 공직 입문의 출발점이 거창한 소명이 아닌 오직 ‘생존’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9급 말단 서기보로 출발해 시장의 그림자인 수행비서를 거쳐 한 부서의 과장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지나온 30년의 시간은 화려한 성취라기보다 정글 같은 조직에서 다치지 않고 견뎌온 생존의 시간에 가깝다. 책은 공직 사회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현직 공무원들이 마주할 복합적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문서 요약본인 ‘요지(要旨)’ 대신 이쑤시개를 챙겨온 신입 직원의 해프닝, 시장 수행비서 시절 꽉 막힌 도로 위 차 안에서 겪어야 했던 처절한 생리적 한계의 사투 등 공문서에는 남지 못한 ‘행정의 여백’을 과장 없이 풀어냈다. 동시에 출산한 아내를 뒤로하고 사무실로 향해야 했던 젊은 날의 선택을 후회하며 훗날 교복 입은 딸 앞에서 눈물 흘렸던 가장의 고단함과 감정의 무게도 함께 비춘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공직은 제도로 남지만, 기억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기록이 이제 막 공직에 들어선 후배들에게는 현실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예고편이 되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동료들에게는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담백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덧붙였다. ‘철밥통 일기’는 공직 사회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얼굴에 주목한 책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은 물론, 조직 속 생존과 관계의 의미를 돌아보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휠체어 사용인이 여행하는 길…'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 外 [책소개]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담긴 책을 소개한다. 전동휠체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신만의 여행지도를 그려가는 전윤선 작가와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 두 사람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깔린 장애인에 대한 인식, 차별과 고통에 당혹해하지만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바퀴를 굴려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여행하고, 자신과 유사하지만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발견한다. ■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휠체어 타고 직접 확인한 바로 그 곳(전윤선 지음) 여행의 기본은 이동이다. 먹고, 자는 과정에 불편함이 없는 비장애인들은 알 수 없는 장애인들의 고충은 그들에겐 삶의 폭을 좁히는 또다른 장애물이다.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경우도 불편한데 휠체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렵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의 저자 전윤선씨는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의 대표이다. 2017년 설립된 이 단체는 장애인의 여행문화를 발전시키고, 장애인 관광진흥법 개정과 제정을 위한 활동, 국내 접근가능한 관광 콘텐츠 개발과 홍보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전씨는 이런 활동의 연장선으로 여행가이드북을 꾸준히 출간한다. ‘휠체어 타고 직접 확인한 바로 그 곳’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본인 역시 전동휠체어 사용자로 눈높이에 맞게 체험에서 우러나온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 여행객에게 여행지는 ‘가고 싶은 여행지’와 ‘가기 편한 여행지’로 구분되다 보니 관광자원이 빈약해도 ‘가기 편한 여행지’를 우선시 하게 된다.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기차에서 내려 다른 이동수단으로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곳이며, 관광자원까지 풍부한 곳이다. 그런 여행지는 국내에서 그리 많지 않지만 찾아보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작은 네 바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지, 쉴 곳과 먹을 곳은 어디인지,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위치부터 편의객실이 마련된 숙소까지 세세한 여행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의 정보는 전동휠체어 사용자 뿐 아니라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무장애 여행을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포천의 산정호수와 국립수목원, 제부도(화성), 동구릉(구리시), 수원 화성, 광명동굴, 인천 교동도 등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근교 여행 코스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여행지인지 깨닫게 된다. ■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이길보라 지음)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 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 시부터 청력을 잃은 두 부모는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했고, 저자 역시 말보다 수어를 먼저 배웠다. 저자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자라며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화가 나고 속상할 때도 있고 기쁘고 가슴 벅찬 날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경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유독 슬픈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한다며 눈물을 흘리거나 연민의 혀를 찼다. 그럴 때마다 저자가 ‘불쌍한 사람’이 아님을 알려준 것은 텔레비전과 책에서 접한 논픽션 작품들이었다. 반지하방에서 호떡 장사를 나간 부모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저자에게 좋은 작품들은 창문과도 같았다. 자신과 유사하게, 그러나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고통을 납작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1부 ‘나를 만든 세계’, 2부 ‘나와 우리가 만드는 세계’로 나눠 장애의 의미를 사유하는 작품들과 확장된 시야로 미래를 그리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장애운동가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장애는 없다’, 도시 인구의 25명 중 1명이 농인인 마서스비니어드섬에 관한 책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등 장애가 상실이나 결여, 손상이 아니라 그저 또 하나의 다름임을 보여준다.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들을 탐험하다 보면 타인의 경험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우리는 서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길 위에서 만난 인연, 걷고 사유하는 통로 '제주 올레 여행' 등 [책소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23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완주하며 고향 제주를 떠올린 그녀는 제주도에 ‘길’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설립했다. 제주도 전역에 꾸려진 스물 일곱 개 코스, 437km의 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엔 걷기여행길, 둘레길 등 걷고 사유하는 통로가 늘었다. 그녀가 2024년 펴낸 책 ‘제주 올레 여행-놀멍쉬멍’과 그녀에게 ‘길’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은 스페인 산티아고 관련 도서를 소개한다. ◇ 제주 올레 여행(서명숙 지음) 시사주간지 최초의 여성편집장을 역임한 저자는 어느 날 홀연 걷기 여행을 떠났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산티아고 길 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자신의 고향 제주에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07년 9월8일 제주서귀포 시흥초등학교~수마포해안을 걷는 제1코스를 개장했고 2022년 6월 추자에 18-2코스를 끝으로 437km의 제주올레길을 완성한다. 서씨는 ‘집에서 거리길로 나가는 골목’을 뜻하는 단어 ‘올레’를 제주와 육지를, 제주와 세계를 잇는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였다. 바당올레, 하늘올레, 제주올레길은 시간에 쫓기고 일에 지친 이들이 걷고 쉬며 생각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길이다. 올레 길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손으로 일일이 돌을 옮겨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평탄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30여 년 동안 사라졌던 길을 복원해내기도 했다. 자동차 네 바퀴로는 볼 수 없는 데, 두 발로는 볼 수 있는 것. 차량으로 스쳐가면서 차장 너머로 본 풍경이 아닌 제주 속 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올레길은 제주의 오름과 바다, 나무와 들꽃, 하늘과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길을 지향한다. 2024년 발간한 이 책에는 제주에 길을 만드는 여자의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가 걷기에 중독된 사연과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록, ’제주올레'길을 완성하기까지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된 사연, 올레 길에 사는 멋진 제주인들과 올레를 찾는 올레꾼들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가슴 찡하게 펼쳐진다. ◇ 지금 산티아고에 가도 될까요(정명희 지음) 한 여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연령별 분포 1위는 45~65세로 나타났다. 40.5%를 차지한 중년들은 인생의 전환기, 은퇴 전후로 ‘나를 위한 시간’을 찾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여행을 마칠 즈음 “진작 올걸” 탄식한다. 막상 수백 킬로미터를 걷는다는 생각에 체력과 비용 걱정,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그들은 걸음으로써 얻는 성찰에 마음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지금 산티아고에 가도 될까요’의 저자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의 여성이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800km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역사를 전공하고 10여년 시민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다. 걷고, 먹고, 자고, 일어나 또 걷는게 전부인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인연, 걷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전세계인이 모인 산티아고 길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름을 묻고 그 인연을 떠올리며 오늘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마침내 34일을 걷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걷기 여행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순례객들에게, 독자들에게, 저자 자신에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현재를 살아갈 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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