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 읽자마자 '오열'…10년 만에 역주행한 그림책 정체

“엄마가 자동차에 부딪쳐서 유령이 되었어. 나 죽은거야? 어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덤벙댄다니까!” # 워킹맘 10년 차인 기자가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쳤다. 첫 문장부터 ‘훅’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재미있게 읽어줄게!”라며 아이에게 큰소리쳤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이런 내용을 아이에게 읽어줘도 될까’ 하는 걱정과 함께 눈물이 터졌지만, 정작 아이는 싱글벙글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 “얼마나 슬프길래?”…‘그림책 역주행’ 출간 10년이 넘은 유아 그림책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가 최근 유튜브와 각종 SNS ‘숏폼 콘텐츠’를 타고 품절 사태를 거치며 역주행하고 있다. 이 책의 역주행을 이끈 건 유튜버 ‘오열맘’의 영상이 시작이었다. 오열맘은 ‘눈물의 책 육아 시리즈’를 콘텐츠로 올리면서 주목 받고 있다. 책이 소개된 영상 ‘F엄마가 오열하다 쓰러진 책’은 인스타그램 236만회, 유튜브 9.6만회를 기록했다. ‘오열맘' 김태리씨(38)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엉엉’ 울 정도로 감정이 크게 올라왔던 책”이라며 “그래서인지 영상 반응도 굉장히 빨랐다. ‘도대체 얼마나 슬프길래 저렇게 울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주문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MBTI ‘T 사고형’을 자랑하던 엄마도, 덩치가 큰 아빠도 이내 훌쩍이며 눈물을 쏟는 영상이 이어졌다. 여기에 자녀가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하나 둘 동참하며 이른바 ‘오열 챌린지’가 번졌다. 김씨는 “이 책이 이렇게 널리 읽힌 건 분명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컸고, 무엇보다 책을 읽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공유해 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참여하면서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훨씬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 도서 구매 급증 한때 품절…유아 베스트 1위 책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는 교보문고 온라인 1월 유아 도서 베스트 1위에 올랐다. 쇼츠 영상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실제 도서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 도서는 갑작스러운 주문 급증으로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길벗 출판사 관계자는 “11월 초 컨텐츠 노출 이후 부터 현재까지 5만부 이상 판매됐다”면서 “초기에 예상치 못한 판매량으로 인하여 품절 사태도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또, “재판 제작 회수는 회차별 수량은 차이가 있으나 현재 까지 9차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 1인 크리에이터 영향력 출판계까지…마케팅 변화 ‘주목’ 유아 그림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 역주행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책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는 죽음을 공포로만 그리지 않고 유머와 따뜻함으로 풀어낸 점이 부모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상실의 슬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성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좋은 내용의 책이 숏폼의 영향력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숏폼을 타고 시작된 도서의 인기를 통해 지금 독자들이 ‘설명’보다 ‘공감’에 먼저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길벗 출판사 마케팅 이사는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실제 사용 후기를 진솔하게 표현을 하기 때문에 소비력을 증대하게 하는 신뢰도가 높다”면서 “장황한 설명 대신 ‘오열을 하게 됐다는’ 결과를 보여주며 도서의 핵심 키워드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숏폼에 노출된다고 모든 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결국 콘텐츠 자체의 힘, 즉 도서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률적인 줄거리 소개 영상이 아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영상 기획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몸을 가진 AI 세계 입문서” 도서 ‘피지컬 AI 메가 트렌드’ [신간소개]

■ ‘피지컬 AI 메가 트렌드’(최홍섭·원미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화면 속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몸’을 지닌 채 행동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역행할 수 없는 기술 진보 앞에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술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다. 도서 ‘피지컬 AI 메가 트렌드’(위즈덤하우스)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입문자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안내서와 같다. 피지컬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 현장에서 활동해온 저자 최홍섭 마음AI 대표와 원미르 팀장은 “피지컬 AI의 진보는 얼마나 인간에게 유용하게 작동하는가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성능보다,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총 5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피지컬 AI의 개념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AI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고, 농업·국방·건설·물류·재난 대응 등 산업 전반의 활용 가능성을 소개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제조 강국이자 핵심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차지할 위치와 가능성 또한 주목할 만하다.

"시는 쉬워야 감동"…맹기호 시인, 수원 행궁동서 북토크 연다

수원 행궁로 시집 전문서점 ‘산아래 詩 다시공방’에서 3일 오후 5시에 맹기호 시인의 북토크가 열린다. ‘산아래서 詩 누리기’ 일곱 번째 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자리는 맹 시인의 시집 ‘그리워서 그립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1998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맹 시인은 한국문인협회와 수원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에서 활동하며 문학과 미술을 넘나드는 창작 세계를 꾸준히 펼쳐왔다.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매탄고 교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그는 교육 현장을 떠난 뒤에 시를 통해 인간과 존재, 인연을 향한 사유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워서 그립다’에는 사랑, 존재 탐구, 동무, 인연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7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그의 작품 ‘개망초’에서는 ‘그리움을/은하수처럼 뿌리면/님이 오실까’라며 기다림의 정서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담담하고 쉽지만 그 안에는 오래 머무는 울림이 있다. 이번 북토크는 정다겸 시인이 대담자로 나서며 시낭송에는 김경은·추교희·조경식·정윤희 시인이 참여한다. 맹 시인은 “요즘 시집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들이 넘쳐난다”며 “시는 읽는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도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쓰는 것이야말로 내가 시를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믈렛' 임유영…시인·편집자가 뽑은 '내일의 젊은 시인' 1위 선정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시인 80명과 시 편집자 14명이 선정한 ‘내일의 젊은 시인’ 1위에 임유영 시인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29일 알라딘에 따르면 시인과 시 편집자 94명은 2010년 이후 처음 시를 발표한 시인에 한해 참여자들은 추천하고 싶은 시인과 작품을 각 3~5편씩 추천했다. 1위에 선정된 임유영 시인은 총 20명의 추천을 받았다. 김소연 시인은 추천 글에서 “임유영은 이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호의를 드러내는 것이 시라고 믿어서 이런 시를 쓰는 것만 같다”고 말했으며, 오은 시인은 “임유영은 사과 한 알에서 죽음과 눈물을 발견하고 쑥냄새와 취냄새로부터 슬픔의 기척을 찾아낸다. 여음 혹은 여운. 다양성,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임유영의 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23년 시집 ‘오믈렛’을 펴낸 임 시인은 “선정 소식을 듣고 문단을 넘어 우리 너른 문학공동체의 추천이라는 사실로부터 무척 큰 격려를 얻었다”며 “'오믈렛'에 넘치는 사랑을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2위에는 14명의 추천을 받은 신이인 시인이 선정됐다.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검은 머리 짐승 사전’ 등을 발표한 신 시인에 대해 백은선 시인은 “신이인의 시를 읽으면 외계인, 영원한 비성년 등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화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며 “시가 가진 슬픔을 가까스로 외계인이라 불러보는 마음. 그 마음이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3위는 지난해 시집 ‘잉걸 설탕’을 펴낸 송희지 시인(13명 추천)이 선정됐으며, 4위는 ‘나의 모험 만화’의 김보나 시인, 5위는 ‘나도 기다리고 있어’를 펴낸 이새해 시인이 선정됐다. 알라딘 관계자는 “연중 기획으로 매장과 SNS,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내일의 젊은 시인’으로 선정된 시와 시인을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일의 젊은 시인’ 프로젝트를 통해 추천받은 136명의 시인 명단 시집 명단은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도구…시집 '마음또래' [신간소개]

■마음또래(이상탁 지음, 온북스 펴냄) 37여년 간의 경찰로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부산해운대경찰서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이상탁 전 경무관이 첫 시집 ‘마음또래’를 출간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계명대에서 경찰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총경시절 대구동부, 수성, 북부서장에서 근무했으며 경무관 승진 후엔 울산, 대전, 대구, 전북경찰청 부장직 등을 역임했다. 2014년 ‘국제문예’ 시 부문에 ‘초례봉 원단 해맞이’를 출품하며 등단한 작가는 현재 (사)국제문인협회, 순수문학 ‘신시각’ 동인으로 활동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집 ‘마음또래’는 인연, 꽃, 계절, 곳곳, 사찰, 가족, 경찰 등을 주제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존재와 마음의 결을 길어 올려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편 시인은 대구수성서장 재임 시절 동료 경찰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2015년 대구에서는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주민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밀도 있는 탐문과 판단으로 범인을 조기 검거한 안재경 형사과장에게 영감을 얻은 시인은 ‘형사’라는 시를 지었고 액자로 만들어 선물함으로써 안 과장의 노력을 치하했다. 시인은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언어로 구겨진 삶을 치유하고 보다 나은 삶으로 인도하는 도구"라며 "‘시’를 도구삼아 이제는 자연인으로서 국가와 경찰 발전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신간소개]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황필수 지음, 도서출판 등 펴냄) 감정과 태도, 소통과 건강이 현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기보다 건강하게 다뤄야 자신과 또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음 건강과 심리상담 관련 강의를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황필수 심리상담 전문가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도서출판 등)를 펴냈다. 책은 감정을 ‘알아차림’과 ‘이해’를 통해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담 현장에서 15년간 쌓은 경험과 심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인식되지 못한 감정이 결국 말투와 표정, 태도와 행동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풀어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선 개인의 감정 패턴과 그것이 인간관계 및 인생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2부에선 각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감정 일기 쓰기, 감정 이름 붙이기, 마음챙김 호흡 등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람은 생각해서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느낀 뒤에 이유를 붙이는 존재에 가깝다”며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판단과 선택은 이성보다 감정 반응이 먼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여기며 감정을 축소하거나 부정하지만, 인식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태도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감정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에 따르면 무심코 넘긴 짜증, 억눌린 분노, 처리되지 않은 불안은 직장에서는 소통 갈등과 업무 몰입 저하로 이어지고, 관계에서는 반복적인 오해와 거리감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감정 누적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낮출 뿐 아니라 조직 내 생산성 저하, 이직과 번아웃, 관계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슬픔, 분노, 불안, 우울, 죄책감, 질투 같은 감정이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고 다독인다. 스스로를 지키고 회복하려는 마음의 신호라는 것. 감정으로 인해 관계가 흔들리고 삶이 버겁다면 감정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잡이를 책을 통해 찾아볼 만 하다.

“염소 똥도 시가 된다”…어른도 울리는 2025년 동시, 종이책 넘어 ‘카톡’으로

‘나는 바람개비/ 바람이 등 떠미는 데로 가지 않을래// 나는 바람개비/ 풍선처럼/ 갈 곳 모르고/ 둥둥 떠다니는 건 싫어// 빙글빙글 나는 바람개비/ 어지러워 뱅뱅 제자리 맴돌지라도/ 저 바람 재우고/ 내 갈 길 가고 말 테야’.(곽해룡, ‘바람개비’ 전문) 지난 1년간 각종 지면에서 발표된 동시 중 58편을 선정해 책으로 엮은 출판그룹 상상의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시 중 하나다. 바람개비일지라도 바람에 떠밀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어지러워 뱅뱅 제자리 맴돌지라도’ 자기 위치를 스스로 선택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염소 똥이 주제인 시도 있다. 김성민 시인은 동시 ‘염소 똥’에서 ‘나는 염소한테 물려 갔던 풀입니다.//(중략) 나는 풀이었던 똥, 바라는 게 많지 않습니다/ 선량한 흙이 되면 좋겠습니다’. 생명은 소멸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임을 시인은 동시의 세계를 통해 알린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선정돼 수록된 작품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 이를 넘어 어른과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동시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출판그룹 상상이 26일 오후 2시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개최한 ‘올해의 좋은 동시 2025’ 출간기념회에서는 동시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오갔다. 3부로 이뤄진 행사는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시인들의 낭독, 선정위원에게 듣는 선정 경위 및 선정 소감 발표가 이어졌다. 자리에는 선정위원인 권영상·안도현·유강희·이안·임수현 시인, 김제곤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올해의 좋은 동시’에 선정된 시인 등 동시를 사랑하고 출간을 축하하는 이들이 모였다. 상상에서 지난 2021년 첫 출간한 ‘올해의 좋은 동시’는 매해 선정위원들이 좋은 동시를 선정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올해 선정된 58편 중 동시집을 내지 않았거나 첫 출간한 시인이 31명에 달할 만큼 젊은 시인들이 새로 진입했다. 그림책 작가 4명이 동시로 유입된 점도 눈에 띈다. 권영상 시인은 “2021년과 지금은 동시의 소재와 주제와 깊이가 굉장히 달라졌다. 요즘 동시를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김성민 시인의 ‘염소똥’을 그 예시로 꼽았다. 권 시인은 “인생의 깊이와 세계를 다룬 시로 ‘동시가 이런 경지까지 왔구나’ 하고 느꼈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시로, 이만큼 동시의 세계가 달라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임수현 시인은 “공동체 위기가 왔을 때 시인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염소 똥’과 ‘그림자 약속’, ‘바람개비’ 등의 시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고 답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동시의 새로운 향유 방식에 대한 논의도 기대를 모았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5’에 수록된 동시 58편은 모두 14개 지면에서 선정됐는데, 카카오톡으로 매주 동시를 보내는 레터링 서비스 ‘블랙’에서만 22편이 선정됐다. 김제곤 문학평론가는 “동시는 모두를 위한 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노인 혹은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지점들이 있다”면서 “올해 동시 1천500편 이상 발표될 예정인데, 지면은 부족하고 신인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발표하기는 매우 어렵다. 종이책이 힘을 잃어가는 조건에서 새로운 방향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선정위원들은 “창작 동시의 발표 지면을 온라인 미디어가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동시의 향유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며, “미디어의 변화가 동시의 대중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동시 등 아동문학을 가볍게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선 “동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 달리)갱신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를 맡은 이안 시인은 “동시를 다루는 매체와 동시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퀄리티를 높이고, 도시 한 복판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의 현재를 고민하는 등 동시의 모던함을 유지하고, 젊은 감각을 통해서 동시를 읽는 독자 전체가 갱신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재문 출판그룹 상상 대표는 “국내 케이 문화와 케이 바람의 원동력은 시에 있다고 본다. 한국처럼 시가 사랑받는 나라도, 시인이 존경받는 사회도 드물다”면서 “상상의 동시집 시리즈의 동시가 세상을 더 밝고 건전하게 만들었음 좋겠다. 여기 계신 시인 모두가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케이 컬처를 선도하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가 사랑한 보석’,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간소개]

보석은 선망의 대상이자 사랑과 욕망, 권력과 상실을 상징하는 시각 언어다. 생각해보면 영화에선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화 속 주얼리는 캐릭터와 함께 호흡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의 중심에 있다. 그 색과 광채는 수많은 영화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영화 ‘타이타닉’에선 블루 다이아몬드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 단서이자 주인공 로즈의 사랑과 자유를 상징하는 소재로 등장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선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파티복을 입은 채 ‘Tiffany’s’라는 보석 가게 앞에서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한다. 이처럼 영화에서 사용된 보석을 소품이 아닌 그 자체로 주인공 삼은 책이 출간됐다.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작가·보석감정사가 펴낸 ‘영화가 사랑한 보석’이다. ‘그림 속 보석 이야기’ 출간 이후 2년 만에 펴낸 이번 책에선 영화 속 보석이 주인공이다. ‘영화가 사랑한 보석’은 ‘소품’이 아닌, 보석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아 영화를 다시 읽는다. 주얼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진화 중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한 인물들을 마주하며 37편의 영화로 독자를 안내한다. 영화 속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보석 ▲스타일과 캐릭터를 입힌 보석 ▲권력과 지위의 화신이 된 보석 ▲보석이 이끄는 판타지와 모험의 세계 ▲시대와 유산을 말하는 보석으로 분류해 각각에 맞는 장면이 등장한다. 감독이 보석을 왜 이 영화에 차용했는지, 보석과 주얼리가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시키는지, 또 시대별로 나타나는 주얼리와 이 주얼리를 설명하는 이야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장면이 고스란히 복원되고 보석과 이야기가 다시 생생하게 재연돼 영화를 즐겼던 시대로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영화의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찾고 저작권을 사와 책에 싣는 등 “책 한 권을 명품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과 정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저자는 “일반 대중에게 주얼리는 사치품이나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되는 등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영화와 책을 통해 알리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이번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저자는 서울예고, 이화여자대학교 생활미술과를 졸업하고 Aalto University(구 헬싱키경제대)에서 EMBA를 취득했다. 까르띠에 코리아·티파니 코리아·샤넬 코리아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근무하며 명품 하우스의 헤리티지와 감성을 깊이 있게 체득했다. 보석학·주얼리사와 문화예술에 관한 연구와 취재를 바탕으로, 보석과 주얼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언론사 등에 칼럼으로 나누며 독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있다.

“지정학으로 해부한 글로벌 권력” 도서 ‘지오파워’ [신간소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 사태, 그린란드를 둘러싼 유럽과의 갈등 등 국제사회의 갈등은 에너지와 제재, 외교가 복잡하게 얽힌 오늘날의 세계 질서를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 간 정치·외교 문제를 넘어, ‘지정학’이 여전히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임을 드러내며 세계가 여전히 ‘힘의 논리’ 위에 작동함을 의미한다. 주목할 것은 최근 지정학 경쟁은 군사력과 영토를 넘어 기술과 산업, 데이터와 시스템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데이터정보사회연구소(KIDIS)는 핵심 축으로 부상한 기술 지정학 관점에서 세계 권력 구조를 해석한 신간 ‘지오파워(GEO-POWER)’를 출간했다. 책은 기술, 산업, 금융, 의료, 제도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 이슈를 개별 사건이 아닌 구조적 흐름 속에서 바라보도록 돕는 입문서다. 국가 간 경쟁이 무력 충돌이 아니라 기술 표준과 플랫폼,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짚는다. ‘지오파워’는 세계의 권력이 더 이상 국경과 군사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기술과 산업, 데이터와 플랫폼이 국가의 전략을 바꾸고, 그 변화가 기업의 판단과 개인의 일상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특정 국가의 부상이나 개별 이슈에 대한 예측보다는, 불확실한 시대를 읽기 위한 사고의 기준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복잡하게 흩어진 국제 뉴스를 하나의 맥락과 구조 속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KIDIS가 운영하는 싱크탱크 ‘KIDIS PBC’에서 축적된 토론과 연구를 토대로 집필됐다. 산업, 기술, 정책, 금융, 미디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을 기술 지정학이라는 공통 주제로 연결했다. 대표 저자인 이성배 KIDIS 이사장은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권력이 됐고, 기술을 둘러싼 선택은 국가와 기업,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다”며 “이 책이 세계를 읽는 기준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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