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평단과 관객이 인정한 연극 ‘빵야’ 11월 7일 공연

성남문화재단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연극 ‘빵야’를 오는 11월 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다. 연극 ‘빵야’는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의 ‘올해의 신작’으로 초연한 이후, 제61회 K-시어터 어워즈 대상 수상, 월간 한국연극이 뽑은 ‘2023 공연 베스트7’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작품은 번번이 편성에 실패하는 한물간 드라마작가 ‘나나’가 소품 창고에서 오래된 소총 ‘빵야’를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1945년 인천 조병창에서 생산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역사의 현장을 목격해 왔으나 기록에서 지워진 낡은 장총 한 자루는 무대 위에서 인물로 등장해 자신이 지나온 한국 현대사를 관객 앞에서 생생히 증언한다. 극본은 연극 ‘뻘’, ‘뺑뺑뺑’, ‘썬샤인의 전사들’ 등 한국 근현대사 격동의 사건들과 반복되는 비극에 주목해 온 김은성 작가가, 연출은 뮤지컬 ‘팬레터’, 연극 ‘더 헬멧’, ‘히스토리 보이즈’ 등으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온 김태형 연출가가 맡았다. 드라마 작가 ‘나나’ 역에는 지난해 재연부터 함께해온 배우 전성민이 출연하고, ‘빵야’ 역에는 배우 김지온이 새롭게 합류한다. 또한 박동욱, 송상훈, 허영손, 이소희, 장희원, 박수야, 박서후 등이 ‘빵야’를 거쳐 간 인물들을 맡아 극의 밀도를 더한다. 여기에 군가와 민요, 작곡가 민찬홍의 음악, 배우들의 군무가 어우러져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및 예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성남문화재단 고객센터 및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탈 뒤편, 인간이 깨어났다” 수원문화재단 ‘조선유랑연희: 탈의 문, 산대의 혼’

탈과 그 탈을 쓴 얼굴 사이, 단 3㎝도 채 되지 않은 거리가 흔들린다. 하나라고 믿었던 탈과 얼굴 사이에 발생한 균열의 틈에서 수많은 얼굴이, 울고 웃고 때로는 기괴한 표정이, 삶이 쏟아져 나온다. ‘탈을 쓴 인간’이 아닌 ‘탈의 뒤편에 숨은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25일 오후 4시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리는 기획공연 ‘조선유랑연희: 탈의 문, 산대의 혼’은 조선 후기 ‘산대도감’의 유랑 정신과 전통 연희의 기예와 현대 무대예술을 결합한 ‘산대도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탈과 유랑, 연희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대도감 시리즈’는 수원문화재단과 수원을 기반으로 한 지역 예술단체 ‘청류’가 함께 만든 연작으로 잊혀진 연희의 ‘복원’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과거의 예술문화를 동시대성을 살려 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산대’란 과거 놀이 한 바탕이 벌어지던 무대였다. 큰 길가나 빈터에 마련된 무대 구조물인 ‘산대’에서 광대들은 탈을 쓰고 춤과 노래를 했다. 현대엔 양주 별산대놀이, 봉산 탈춤 등 ‘산대놀음’이 남아있으며 산대놀음을 하는 단체를 ‘산대도감’이라 불렀다. 연출을 맡은 임영호 감독은 지난 13일 정조테마공연장 연습실에서 열린 ‘조선유랑연희: 탈의 문, 산대의 혼’ 리허설 현장에서 “줄타기, 솟대, 환술 등 산대에서 펼쳐지던 연희는 서른 개가 넘는데 많은 것들이 사장되고 현재는 농악 정도가 남아있다”며 “이를 하나씩 꺼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산대도감 시리즈’는 “조선 후기 연행되던 산대가 수원화성에서도 펼쳐지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임 감독은 “우리의 전통 연희는 어쩌면 서양의 발레보다 더 강하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고 현대에 이르러선 행사에서 꽹과리 소리처럼 흥미를 돋우는 소모적 역할로만 소비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를 조금 더 고급스럽게 풀어내 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본질을 잘 살려낼 수 있는 원형 무대인 정조테마공연장은 이번 공연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무대는 기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방상시탈’은 궁중에서 나례나 장례 때 악귀를 쫓기 위해 사용하던 탈인데 이번 작품에선 무대의 중심이자 모든 판을 지켜보는 탈이다. ‘배우’는 탈을 쓰고 벗는 인물들로 작품에서 정체성의 전환을 보여주는 서사의 축이다. ‘자’, ‘축’, ‘을’이란 세 명의 배우가 중심이다. 이와 함께 죽방울, 버나(사발이나 대접 따위를 막대기 등으로 돌리는 묘기), 살판(광대가 몸을 날려 공중에서 회전한 후 바로 서는 재주), 판굿 등 다양한 기예가 펼쳐진다. 각 소품은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와 맞물리며 독창적으로 재해석된다. 대나무를 장구 형태로 만든 ‘죽방울’, 이를 두 막대 끝을 꿴 실로 쳐 올리는 놀이 속 ‘실’이 얽히고설키는가 하면 이번엔 상모놀이의 모자를 떼어내 손으로 원을 그려낸다. 끝없이 강조되는 ‘원’, 전통의 소리, 여기에 세련된 음악과 모델의 워킹을 떠올리는 현대무용이 어우러진다. 특히 4장에서 펼쳐진 탈의 혼합과 변검은 ‘지역성’을 중심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변검기법과 함께 하회, 봉산, 양주, 강령 등 각지의 탈은 교차하고 정체성은 해체된다. 임 감독은 “줄타기, 솟대, 환술 등 서른 개가 넘는 연희가 있다”며 “시리즈 2, 3편에선 지역성과 현대성의 조합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렬한 런던필, 우아한 손열음…18일 경기아트센터서 선보인 최상의 협연 [공연리뷰]

2011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한국의 날’로 불릴 정도로 한국 신예 음악가들의 수상이 줄을 이었다. 성악·바이올린 분야에서 3명의 한국인이 수상했고,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꽃’인 피아노 부문 2위에 당시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던 25세 손열음이 이름을 올렸다. 파이널 무대에서 연주한 곡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당시 손열음은 이미 국내외 무대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정상급 피아니스트였지만 좀더 많은 연주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선 차이콥스키 수상이 절실했다. 그런 그녀의 굳은 의지와 절실함이 응집된 연주였기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실연은 지금도 ‘레전드’ 영상으로 꼽힌다. 18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손열음의 터치는 20여년 전 자신을 보듬는 듯한 완숙하고 깊어진 음색이었다. 무대 위에서 언제나 당차고 여유있는 손열음이지만 20대의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능숙하게, 그러면서도 여전히 완벽한 음색과 터치, 연주를 선보였다. 세계 무대를 향해 마지막 도움닫기를 하듯 온 몸으로 피아노 위를 뛰어다니듯한 모습도, 폭발하는 에너지에 집중하기 보단 쉼 없이 전환되는 곡의 흐름에 올라탄 수를 읽는 고수처럼 변모했다. 2021년부터 런던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에드워드 가드너와 손열음은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서로를 배려하며 음량과 템포, 음색을 조절해나갔다. 런던필은 첫 곡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에서 보여주며 드라마틱한 시작을 알렸던 응집력과 음색은 잠시 넣어둔 채 협연자와 청중을 우선 순위에 둔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아껴둔 에너지는 마침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에서 단단하고 강렬하게 치솟아 올랐다. 차이콥스키 본인도 “이 성취는 저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작곡가 스스로 만족감을 드러낸 이 곡은 현존하는 교향곡 중 걸작으로 손꼽히며 연주회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다. 가드너와 런던필은 자칫 너무 슬프거나 격렬해서 감정적으로 지칠 수 있는 이 곡에 비장함을 넣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동력을 선사했다. 1부 서곡과 협주곡에서 못 다한 서사를 쏟아내듯 거침없이 그러나 섬세하게 관객을 이끌었다. 특히 첼로, 더블베이스 등 낮은 음역대의 현파트는 연주의 드라마틱함을 조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탕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으니 바이올린 파트는 물론 목관·금관도 제 소리를 마음 놓고 자신 있게 뽑아내고 있었다. 마침내 도달한 엔딩 이후 수차례 이어진 커튼콜은 무대 위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느낀 그 어떤 감동에 서로 환호하는 시간이었다. 앵콜곡으로 연주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중 오제의 죽음’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갖는 여러 감정 중 비장함, 그 하나 만으로 열기를 잠재웠다. 런던필의 연주를 듣는 내내 어떤 장면, 그림이 떠오르는 건 그들이 ‘반지의 제왕’ ‘호빗: 뜻밖의 여정’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배경음악 녹음에 참여한 단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리 자체만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었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천 문화위크 안양 ‘일상별곡’…25일까지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안양천을 중심으로 인접 6개 지역 문화재단과 연계한 ‘2025 안양천 문화위크’를 25일까지 개최한다. 행사 가운데 안양 지역 프로그램인 ‘안양 : 일상별곡’은 지난 18일 박달동 박석교 하부 잔디마당에서 열려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안양천 문화위크는 지난 2021년 안양천 명소화 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 ‘안양천 100리길 무무무’, 2024년 문화위크로 이어져 온 지역문화 협력 프로젝트다. 올해는 ‘흐르는 강, 춤추는 안양천’을 부제로 문화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안양천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자 했다. 연계 참여 기관은 광명, 구로, 군포, 금천, 양천, 영등포 등 6개 재단이다. 안양구간은 지난 18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가족 단위 프로그램과 친환경·자원순환 부스를 운영했다. 만안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환경축제 ‘ZERO MANAN’과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시민 참여를 통한 공동대응을 도모하기 위한 체험 부스가 준비됐다. 같은 시간 ‘서커스 오브 안양천’ 공연과 서커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후 6시부터는 개그맨 김정렬의 사회로 개막식이 진행됐다. 무대 프로그램은 재즈 인 더 무비(애쉬), 공동 커뮤니티 댄스 퍼레이드(안무 김호연), 트로트 공연(홍원빈), 윤일상 작곡가가 이끄는 뉴에이지 팝 밴드 ‘어느 일상’ 공연 등으로 구성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7개 도시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동 커뮤니티 댄스 ‘흐르는 강, 춤추는 안양천’은 지역 간 연대와 화합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행사 기간 동안 시민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된다. 친환경 체험 부스와 서커스 체험 참가 후 스티커 5개를 모으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정판 친환경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안내는 안양문화예술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용필 음악과 함께하는 ‘빛의 베아트리체’ 2년 만에 하남 무대

K-융합뮤지컬 ‘조용필 음악과 함께 하는 빛의 베아트리체’가 2년 만에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트필드(대표·예술감독 허성재)는 다음달 15일 오후 3시와 6시, 두 차례에 걸쳐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빛의 베아트리체를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빛의 베아트리체’는 지난 2023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문예회관 기획 제작 공모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당시 하남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하면서 지역 내 예술문화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왔다. 앵콜 공연 성격의 올해 공연도 일찌감치 조용필을 사랑하는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트필드는 무용인 허성재(무용협회 하남시지부장)을 중심으로 하남무용단 출신의 다재 다능한 무용인들이 모인 민간 예술단체다. 지난 2017년 출범, 지금까지 아프리카 공연을 비롯 국내외 공연 횟수가 무려 200여회에 달한다. 아트필드의 이번 공연은 2025 추석특집으로 가왕의 귀환-57년의 역사를 쓴 조용필의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에 이어 언제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조용필의 주옥 같은 명곡 14곡을 뮤지컬로 엮어 ‘빛의 베아트리체’로 재탄생 했다. 대한민국의 현대인 김민국이 1599년의 이탈리아로 돌아가 가혹한 운명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판타지 작품이다. 허성재 예술감독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조용필의 음악을 재해석, 새로운 K-융합뮤지컬을 선보인 작품”이라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획으로 공연관람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관객과 시민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능하며, 입장료는 R석 3만원, S석 2만원이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50% 할인과 지역 내 차상위 등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혜택 등도 반영될 예정이다.

가을밤 수놓을 에드워드 가드너의 런던필, 그리고 손열음…경기아트센터서 18일 공연

열 한 번째 한국을 찾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8일 경기아트센터에서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다. 2023년에 이어 2년만에 내한하는 런던필의 이번 무대는 2021년 9월 런던필 수석지휘자로 부임한 에드워드 가드너(Edward Gardner)가 지휘봉을 잡는다.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발레단 음악감독이기도 한 가드너는 최근 런던 필하모닉과 2028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이날 런던필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손열음이 협연하며,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베토벤은 자신의 오페라 작품을 위해 네 개의 서곡을 작곡했다. 현재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은 ‘피델리오 서곡’이지만 ‘레오노레 서곡 1, 2, 3번’은 단독으로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자주 연주되는 편이다. 그중 3번은 장중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무대의 시작을 알리기에 더없이 적합한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웅장한 도입부와 드라마틱한 전개가 매력적인 곡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협주곡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로서 수없이 연주했을 이 곡을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를 구현해내는 손열음이 런던필과 만나 어떤 색채를 뽐낼지 기대를 모은다. 내한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런던필은 2019년과 2023년 내한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지난 2023년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에드워드 가드너가 다시 한번 깊이 있는 해석과 에너지 넘치는 리더십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특유의 역동적이고 생생한 사운드로 국내 관객들의 환영을 받는 런던 필하모닉, 지난 공연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열정적인 첫인상을 남긴 가드너, 한계 없는 테크닉으로 귀를 사로잡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함께 만들어 낼 특별한 앙상블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8. 용인 한국민속촌박물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장독대가 정겹다. 짚 멍석에 빨간 고추가 널려 있는 마당에 들어서면 빛바랜 초가지붕에 둥근 박이 여물고 장독대 옆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외양간에는 송아지를 낳은 암소가 느릿하게 여물을 먹고 있고 부엌에선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긴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사람처럼 정겨운 마을 풍경에 빠져든다. ■ 마당과 골목이 살아 있는 생활사 박물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자리 잡은 한국민속촌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국인의 풍속을 알려주는 역사의 공간이다. “197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전통 마을은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농경과 공동체의 질서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흩어졌고 가옥과 민속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지요. 이런 상황에서 1974년 개관한 용인 한국민속촌은 단순한 전통 체험 공간이 아니라 지방의 문화적 차이를 한자리에 모아 후대에 전하려는 선진적이고 실험적 시도였습니다. 한국민속촌에서 만나는 팔도의 농가는 지역의 성정과 풍토, 그리고 생활의 지혜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한국민속촌박물관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나형남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들으며 초가지붕을 바라본다. 짚으로 초가집의 지붕을 만드는 이엉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속학자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재미있다. 전통을 잇고 보존하는 전문가의 손길로 단장된 민속촌박물관에 들어서면 도시에서 자라난 신세대들도 이내 전통의 매력에 빠져든다. 굽은 골목을 기웃거리고 마루에 걸터앉아 기둥을 쓰다듬으면 한국인의 피에 흐르는 고유한 정서를 누구나 느끼게 마련이다. 물론 보여주는 것만큼 다양한 체험도 마련돼 있다. “천연 염료로 염색을 직접 해 보는 체험부터 짚공 놀이까지 18가지의 전통 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나이 지긋한 관람객들의 표정도 아이들처럼 밝고 활기차다. 가정을 지키는 성주신에게 집안의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는 ‘성주고사’를 비롯한 민속문화를 체험하는 가족들도 있다. 한국인의 뿌리가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은 듯 나이가 지긋한 흰머리의 관람객도 아이들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벼가 자라는 논이 보인다. 이제는 보기 힘든 담배밭과 목화밭처럼 전통 시대의 주요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자랑이다. 껍질이 터져 하얀 솜이 꽃처럼 예쁘다. “약초 30여종을 비롯한 전래작물 100여종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한국민속촌은 한국인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는 ‘생활사박물관’이다. ■ 옛 모습을 살려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다 용인 한국민속촌은 1974년 10월3 개천절에 개관한다. 한 해가 지난 1975년 12월에는 한국민속촌박물관을 개관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려 50년 전에 사라져가는 전통 민속문화를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99만㎡(약 30만평)의 너른 땅에 거금을 들여 야외에 민속박물관을 조성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민속촌에도 외국인 관람객들이 많이 보인다. K-­문화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겠다. 2010년대부터 한국민속촌은 우리 민속문화와 전통의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며 찾아내 관람객들에게 더욱 깊이 다가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9년 12월 한국민속촌은 연간 방문객이 150만명에 이른다. 한국민속촌박물관이 거둔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마을은 전국의 여러 지방에 있던 집을 통째로 옮기거나 복원한 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철저한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문화를 재현하고 있어 언제 찾아도 좋습니다. 체험형 전시와 전통 방식을 계승한 생활공예, 절기별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고 이 분야의 전문인들이 재현하며 잊혀 가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가 깃든 전통문화를 만나기 위해 전통민속관을 둘러본다. “7개의 전시관에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 유물 860여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안내문처럼 전통민속관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얼핏 보면 같은 것처럼 보이는 항아리도 자세히 살펴보니 전라도와 충청도가 다르고 강원도와 경상도가 다르다. 가옥 구조도 따뜻한 남부와 겨울이 긴 북부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루와 부엌의 위치는 물론이고 장독대의 구조도 자연환경에 맞춰 발전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가구와 항아리 같은 일상의 생활용품도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른지를 비교하며 소개하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한국인이 빚어낸 고유한 문화의 특성을 9개 전시관에 3천여점의 흥미로운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세계민속관을 둘러보면서 다시 깨닫는다. ■ 닮았지만 다르다 조선시대 가옥을 둘러보며 옛사람들의 손길을 느껴보는 시간이 즐겁다. 안채와 사랑채, 부엌과 창고, 대청과 마루, 골방까지, 각 공간은 실제 생활에서 기능과 의미가 다르다. 부엌에서는 연기와 냄새, 불빛과 조리 도구의 배열이 마치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하는 순간처럼 생생하다. 대청과 마루에 앉으면 아이들이 놀고, 손님을 맞이하며, 가문과 마을의 이야기가 오갔을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집 안의 물건 중에서 소반을 주목해 살펴본다. 영남지역 소반은 장인 특유의 날카로운 선과 단단한 구조로 양반의 위엄이 느껴진다. 반면 전라도 소반은 둥근 모서리와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으로 한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나누는 정겨운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번에는 공방이다. 괭이와 낫을 만들었던 대장간을 비롯해 옹기, 죽기, 목기 등 공방이 아홉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공방을 담당하는 장인들이 직접 물건을 제작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목가구, 도자기, 농기구 등 전통 생활 도구가 무려 2만여점이라고 하니 널려 있는 것이 모두 문화유산인 셈이다. 전시된 물건 하나하나가 소리와 촉각, 온도까지 감각적으로 연결된다. 메주를 쌓은 장독대의 무게감, 떡살의 문양과 손으로 만졌을 때의 질감, 볏짚으로 엮은 지붕의 거친 촉감, 한지로 만든 등불의 은은한 빛까지 민속관은 오감을 통해 전통을 경험하게 만든다. 정문에서 가까운 옹기생활관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국의 멋과 정서가 듬뿍 담긴 옹기를 맘껏 감상할 수 있어 사랑받는 공간이다. 형제처럼 닮았으되 서로 모양이 조금씩 다른 700여점의 옹기를 찬찬히 살펴보며 지역의 특성을 찾아내는 시간은 각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 옛사람들의 지혜를 배우는 성찰의 공간 “정월 대보름에는 액운이 물러가고 만복이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달집태우기를 합니다. 봄바람 불어오는 영등날은 농사에 큰 바람을 관장하는 영등할머니가 오시는 날입니다. 농촌과 어촌에서는 매년 2월1일이 되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빕니다.” 한국민속촌박물관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과 물건과 시간을 함께 호흡하는 존재가 된다. 전통민속관을 천천히 걷다 보면 공간은 시간이 중첩된 장소가 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루와 골방, 부엌과 대청의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작은 소반 위에 놓인 물건 하나가 그날의 식사, 한 가족의 일상, 계절의 변화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전통민속관은 한국인들의 삶과 지혜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오늘 우리에게 전통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이어가야 하는지 질문하는 현장이다. 공간과 물건과 빛과 소리, 냄새와 촉감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가 된다. 한국민속촌은 물질이 넘쳐나고 소비가 권장되는 이 풍요의 시대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공간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평택미술의 흐름·성과 한 눈에… ‘평택아트브릿지: 잇는 예술, 여는 도시’ 16일 개막

평택시문화재단은 16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평택 남·북부문화예술회관과 평택시의회청사에서 기획전시 ‘평택아트브릿지: 잇는 예술, 여는 도시’를 개최한다. 평택시 통합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평택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시각예술 분야 구성원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마련됐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공동으로 기획·주관된 전시는 평택에서 나고 자랐거나 지역과 연관된 작가 30인이 참여해 지역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선보인다. 평택 남·북부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본전시에는 원로, 중년, 청년 작가가 7명씩 총 21명이 참여하며, 평택시의회청사에서는 평택시문화재단이 소장한 작품의 작가 9인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이 진행된다. 평택미술의 세대별 흐름과 성과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세계를 펼친 작가들이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낼 작품을 엄선했다. 40년 간 예술 작품을 통해 한국성을 풀어낸 이재복 작가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 ‘날 수 없는 연’ ‘영웅’ 등 ‘슬픈역사’를 주제로 했으나 현재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더 나은 내일의 희망을 품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조문자·김흥수·이수연·최필규·김근배·이상용·박선영·한효석·권혜정·윤수연·배춘효·김태형·김수나·김석환·차대영·이태용 등 한국 미술계에 큰 역할을 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16일과 23일에는 시민과 예술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교류회도 예정돼 있다. 이상균 평택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평택 시각예술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예술가간의 교류 환경 조성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앞으로도 평택의 소중한 문화예술 자산이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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