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강당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 '제25회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

성정문화재단이 1994년부터 진행해 온 성정청소년열린음악회가 어느덧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24년 동안 경기도 내 104개 학교를 방문하며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음악의 감동을 전해 온 성정문화재단은 제25회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를 통해 지난 3일과 5일 여주제일중학교와 수원상촌중학교에서 공연을 마쳤으며 지난 18일 화성세정중학교에서 107번째 공연을 진행했다. 2022년 개교한 화성세정중학교는 수도권에 위치했지만 서동탄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공연을 자주 접하긴 힘든 여건이었다. 이런 상황에 세정중 교사들은 성정문화재단의 찾아가는 음악여행에 지원했고 107번째 학교로 선정돼 학생들에게 음악 선물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8일 오후 1시경, 이제 막 점심시간이 세정중학교 강당은 막바지 리허설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교내 방송반 학생들은 공연 스태프를 도와 마이크를 설치하고 동선을 점검했으며, 필요한 의자를 추가로 옮기며 원활하게 공연이 진행 되도록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선생님들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는 처음인데다 학생들이 낯선 분위기에 잘 적응하도록 주의사항을 공지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지난 25년간 성정청소년열린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해 온 송창준 성정문화재단 이사는 노련하게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공연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는 “경기도 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에 속하는 동탄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며 “전반부는 정통클래식, 후반부는 박수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준비돼 있으니 적극적인 호응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첫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이 비에냐프스키의 ‘폴로네즈 1번, OP.4’, 몬티의 ‘Czardas’ 등을 연주했다. 학교 강당 여건상 완벽하지 않은 음향과 환경 속에서도 프로다운 매너와 연주 실력을 선보였으며, 학생들은 다소 낯선 분위기에도 연주력과 흡인력에 압도된 듯 순식간에 고요하게 음악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총 4번의 공연이 진행되는 25회 공연 중 유일하게 남성 듀엣 프로그램이 진행된 세정중학교는 테너 주성중과 바리톤 황중철의 웅장하고 우렁찬 음색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이 음악 수업 중 한번쯤은 접해봤을 ‘오 솔레미오’,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 귀에 익은 이탈리아 민요를 함께 불렀으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맨오브라만차’의 메인 테마 곡과 오페라 ‘투란도트’, ‘카르멘’의 아리아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낯선 클래식 음악에 다소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마저 절로 환호하게 만드는 음색이었고,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음악에 빠져든 듯 앙코르를 부르며 음악회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무대의 백미는 금곽오중주 앙상블 ‘라온브라스’의 연주였다. 어느새 관객석에 내려와 있던 연주자들은 학생들 사이사이에서 나타나 무대로 향하며 자유롭게 연주했고 ‘도레미송’ ‘캐리비안의 해적’ ‘골든’ 등 학생들이 따라부를 수 있는 선곡에 한순간 클래식 공연의 벽을 허물었다. 한지숙 세정중학교 교장은 “개교 이래 학생들을 이런 문화 공연은 처음 진행한다”며 “양질의 공연으로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 준 성정문화재단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정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서윤 학생은 “공연 보는 걸 좋아하지만 기회가 잘 없어 아쉬웠는데 학교에서 클래식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며 “성악·기악 등 공연 구성이 너무 재미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눌 수 있어 두고두고 즐거운 추억이 도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성정문화재단의 제25회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는 24일 108번째 학교 용인백암중·고등학교를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은 “다가오는 2026년은 성정문화재단 창립 45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라며 “청소년이 문화예술 속에서 꿈을 키우고 세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따뜻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청소년 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의 존엄 회복하는 통로…안나의집 '함께 만드는 세상' 미술치료 전시회

미술치료는 미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의 마음과 몸 상태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일종의 치료법이다. 결과물보단 창작 과정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사회적·정서적 정신건강 증진을 목표로 해 단순히 예술활동이 아닌 전문적인 심리치료에 해당한다. 차의과학대학교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생들과 안나의집 노숙인들이 서로를 지지하는 집단 경험을 형성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함께 만드는 세상’ 미술치료 전시회가 22일부터 27일까지 안나의집(성남시 중원구 소재)에서 열린다. ‘함께 만드는 세상’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 집단 미술치료 형태로 진행됐다.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 참여자들이 무료 급식을 기다리며 일상적으로 머무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참여를 독려했으며 치료가 진행되는 날엔 안내 표지를 미리 부착해 당일 작업 주제를 알리고 개개인에게 참여 여부와 표현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안내했다. 차의과학대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진아씨는 “노숙인들의 노숙 경험은 단지 주거의 문제 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 상실, 수치심, 트라우마 등 여러 갈래의 감정이 연결돼 있다"며 “이런 감정은 말하는 순간 상처가 되지만 미술치료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 회복하며, 관계를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미술치료 과정의 첫 시작은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이었다. 임상미술치료학과 대학원생들과 봉사자들은 참여자들이 지나면서 즉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기 공간에 대형 캔버스를 설치해 벽지와 시트지를 부착했다. 짧게는 몇초에서 길게는 몇 분까지 머무르며 작업에 몰두했고 식사 이후 다시 돌아와 활동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이어갔다. 작품은 그달의 계절감과 노숙인들 마음에 내재된 상처와 희망을 어루만지는 주제로 피어났다. 4월23일 진행된 ‘나의 씨앗 심기'부터 11월24일 ‘따듯한 둥지’까지 큰 흐름을 갖고 참여자들이 삶 속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희망과 그 결실을 담아냈다. 마카, 색종이, 오일파스텔, 점토, 물감 등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위주로 제공했으며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표현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는 노숙인들이 전시 관람자가 아닌 작업의 주체로 참여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참여자들은 작품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했으며 어느새 서로를 지지하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숙인들은 정서적 환기와 더불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자신이 가진 문제를 고치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보단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김진아씨는 “함께 만드는 세상' 오픈 그룹 미술치료에서는 각각의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는 대상이나 보호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 타인과 나누며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주체적인 존재로 자리한다”며 “작품과 집단 경험을 통해 노숙인들은 자신의 존재를 찾고 존중과 의미를 되새기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용인문화재단, 제페토의 작업실 : 피노키오의 탄생…2026년 만원 조아용 시리즈 첫 선

용인문화재단은 내년 1월 13일부터 18일까지 용인문화예술원 전시실에서 이머시브 전시형 연극 ‘제페토의 작업실: 피노키오의 탄생’을 선보인다. 전시와 공연을 결합한 참여형 콘텐츠로, 어린이들이 제페토의 목공 작업실에서 피노키오가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페토의 작업실: 피노키오의 탄생’은 전시와 참여형 공연으로 진행된다. 전시는 13~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참여형 공연은 17~18일 이틀간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30분 총 3회 진행된다. 공연은 배우와 관람객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돼 어린이 관람객의 참여도와 몰입감을 높인다.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직접 보고 체험하는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해 창의성과 감수성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겨울방학 기간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기기 좋은 지역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람 가능 연령은 36개월 이상이며, 초등학생 이하는 보호자 동반이 필요하다. 관람료는 전시 3천원, 공연은 어린이 1만5천원, 보호자 5천원이며, 용인시 거주 어린이는 만원 조아용 혜택을 통해 1만 원에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예매는 용인문화재단 누리집과 NOL티켓에서 진행된다.

‘원망과 용서’는 딱 한 끗 차이...경기도극단 트로트뮤지컬 ‘명랑가족’ [공연리뷰]

얼마 전 지인의 부음을 받고 화성에 있는 장례식장에 조문을 다녀왔다. 늦은 시간인지 한적한 빈소를 고인의 자녀 남매와 손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상복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에서 고인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얼굴과는 대비되었다. 고인과 가족에 대한 깊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표면상으로는 평범한 가족의 상갓집 분위기이었다. 경기도극단의 트로트 뮤지컬 ‘명랑가족’을 보고는 여러 생각이 떠 올랐다. 가끔 언론에서 돈 많은 기업 회장이 죽으면 후손들이 재산 가지고 소송전을 벌인다든가, 또 지인들 말이 누구네도 부모가 죽고 자식들이 유산 싸움으로 서로 원수가 되어 의절했다는 등. 정말 ‘가족’이란 서로가 한없이 아껴주는 식구이기도 하지만, 한번 틀어지면 돌이키기 힘든 남보다 못한 엉망진창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명랑가족’은 좀 파격적인 첫 장면으로 시작된다. 국민가수이자 유명 개그맨이었던 심해룡이 죽는다. 유언에 따라 빈소를 자신이 처음 데뷔한 나이트클럽에 차리고 고인의 분신과도 같은 밀납인형을 장례식장에 설치한다. 유언장의 내용은 이뿐 아니다. 장례식장을 슬픔이 아닌 행복과 평화가 가득하게 준비할 것. 네 자녀가 고인의 불후에 명곡인 ‘명랑가족’을 문상객들이 열광하도록 춤과 함께 부르고, 심사에 통과해야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다소 ‘골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네 자녀에 있었다. 어떤 속사정이 얽히고설켜 10여 년을 미움과 원망으로 지내왔다. 장례식장에서 만나지만 갈등과 불신은 지속된다. 네 자녀가 함께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유언을 알게 된 자녀들은 100억원의 재산 때문에 다투면서 그간 몰랐던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들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간다. 그 과정에 노래와 춤이 있고, 슬픔과 기쁨이 있다. 갈등과 후회로 얽힌 실타래를 용서와 화해로 이끌어 갔다. 관객들은 연출가의 놓은 유언장의 덫에 걸려 배우들과 함께 무대 속으로 빠져들고 빠져나오지 못했다. 간결하고 잘 읽히는 무대, 개성에 맞는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력. 트로트, 랩, 탱고를 넘나드는 춤과 노래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언장의 내용과 ‘명랑봉’도 참신한 이벤트였다. 원수가 된 이복남매를 화해시키기 위한 가족과 지인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관객들이 울고 웃게 했다.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역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야기는 고인의 첫 번째 부인이 등장하면서 반전과 함께 화해의 물꼬를 튼다. 지나고 보면 가족뿐 아니라 사람 사이에 원망과 용서, 갈등과 화해 사이는 딱 한 끗 차이다.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수가 되고 의절한다. ‘태풍이 와도 끄떡 없어…미울 때도 있지 짜증날 때도 있어…그럼에도 우린 하나야 명랑가족…’ 배우가 말한다. 모두 ‘명랑가족’ 가사 같은 가족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이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을까? 가족이라는 어쩌면 작은 공동체에도 무수히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기쁨과 행복도 있지만 갈등과 원망도 있을 것이다. 또 갈등과 원망을 평생 풀지 못하고 무덤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여우가 죽으면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首丘初心)’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감성의 동물 인간일 진데, 힘들고 외로운 때 ‘가족’을 먼저 떠올리며 눈물짓는 것은 우리의 숙명일 것이다. 모두가 노래한다. ‘내 품에 안겨라 내가 항상 여기 있으니 명랑가족, 두 손을 마주잡아봐 명랑가족 끝까지 함께 할 거야’ 글=김현광 작가·전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미술관에서 즐기는 디제잉, ‘힙’한 캐롤” 수원시립미술관, ‘뮤지엄 라디오’

미술관에서 무선 헤드폰을 착용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감상하는 이색 공연이 열린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연말을 맞이해 오는 20일 오후 1시부터 행궁 본관 로비에서 2025 SUMA 윈터 페스티벌 ‘뮤지엄 라디오’를 개최한다. 총 4부로 운영되는 ‘뮤지엄 라디오’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캐롤부터 재즈, 어쿠스틱 기타, 디제잉 등 다채로운 음악으로 구성된다. 공연은 무소음으로 진행되며 관람객은 무선 헤드폰을 착용 후 원하는 무대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 1부에선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춘천 공지천 재즈페스티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재즈 보컬리스트 송유림이 출연해 트렌디한 재즈 감성과 피아노를 곁들이며 축제의 문을 연다. 2부에선 수원 지역 바이닐(LP) 커뮤니티 ‘수중 발레단’의 DJ 딩기롱이 시티팝, 가요 등을 선곡해 디제잉을 펼칠 예정이다. 이어 3부에선 아름다운 노랫말로 사랑받는 인디 가수 안희수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로 개인 앨범 수록곡 및 대중에게 친숙한 가요를 들려주며 분위기를 더한다. 이날 공연의 마무리는 레코드 인플루언서로 잘 알려진 DJ 허니리바이닐이 캐롤, 가요 등을 디제잉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며 관객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할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선착순 50명 참여 가능하다. 원하는 프로그램 참여 후 헤드폰을 반납하면 잔여분에 따라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사전에 신청곡, 축하, 격려, 나누고 싶은 이야기 등을 ‘뮤지엄 라디오’ 신청 페이지에 보내면 추첨을 통해 미술관 기념품을 증정한다. 자세한 프로그램 안내 및 참여 신청 등은 수원시립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연말을 맞아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그램들로 따뜻한 시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과 인간 이은 천리길 동반자” 국립민속박물관 병오년 특별전 ‘말들이 많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지나 병오년 ‘붉은 말’의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온다. 예로부터 말은 개와 더불어 인류와 교감을 나눈 오랜 반려동물이자, 인간과 함께 천리를 내달리며 힘과 자유, 도전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선조들은 말을 단순한 승용(乘用)의 개념을 넘어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고 신을 태우거나 신의 뜻을 전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상상했으며, 말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실용’과 ‘수호’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말은 점차 일상에서 멀어졌고, 말과의 교감이 사라진 자리에 속도에 쫓기는 삶이 자리했다. 그럼에도 말은 수많은 속담과 일상의 표현 속에 남아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을 비추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16일부터 2026년 병오년 말띠해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사람과 말이 함께 걸어온 길, 우리 삶과 민속문화, 그리고 말에 담긴 꿈과 기운을 살펴본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말 민속으로 시선을 넓혀 다채로운 말 문화와 상징을 소개한다. 또한 대표적인 말띠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를 민속 유물을 활용한 4컷 만화 형식으로 선보여 관람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긴다. 1부 ‘신성한 말’은 말이 단순한 탈것을 넘어 신성한 존재로 인식된 문화를 조명한다. 십이지신도 속 오신(午神)을 비롯해 청룡도를 쥐고 말을 탄 백마신장, 무신도 속 말들은 말이 충성과 생명력, 공간 이동의 신비를 상징해 온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특히 시왕도에 등장하는 말과 저승사자가 탄 말은 죽은 이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드러낸다. 상여 장식물인 꼭두 속 말을 탄 인형은 이러한 신성한 이미지를 생활문화로 끌어오며, 이후 장난감 목마로 변주돼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말의 목에 달아 악귀를 물리치고 무사안녕을 기원했던 말방울 역시 전시돼 말이 지닌 벽사의 의미를 전한다. 2부 ‘우리의 말: 제주마’는 말의 고향 제주로 시선을 옮긴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처럼, 제주마는 우리 땅의 자연과 생활이 빚어낸 토속말이다. 편자가 필요 없는 조랑말과 하마의 중간형인 제주마의 생태적 특징과 역사적 역할을 살펴보고, 서양에서 행운의 상징이 된 편자 이야기와 대비해 제주마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형성한 고유한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그림 속 말의 모습, 말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의서와 수의서, 말과 사람 모두를 보호했던 말안장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말이 생활사와 국가 의례 속에서 차지했던 위상도 함께 살핀다. 3부 ‘말과 함께’에서는 역사에서 현대까지 우리와 함께해 온 말의 흔적을 따라간다. 88서울올림픽 포스터에 등장한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속 말은 고대의 생활과 군사 이미지를 현대 스포츠의 상징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암행어사들이 사용했던 마패는 국가 운영과 이동 시스템 속 말의 역할을 보여주며, 역참과 마방의 모습은 말이 국가 인프라의 핵심이었음을 전한다. 한국전쟁 당시 활약한 전설적인 군마 레클레스의 이야기는 말이 인간과 운명을 함께한 동반자였음을 상기시킨다. 네팔의 구마도와 말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현대 위스키 작품도 전시돼, 말의 상징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말띠 인물인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교유는 하피첩과 서예·전각 작품을 통해 소개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암행어사 마패 만들기,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함께하는 정열의 탱고를 콜라보한 공연, 닥종이로 복과 액막이 상징인 편자 만들기, 양모 말 장식 만들기 등 다채로운 관람객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말은 인간의 삶과 상상력을 확장해 온 동반자”라며 “이번 전시가 새해를 맞아 일상 속 말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2일까지다.

안중근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 최초 국내 공개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보급 가치를 가진 안중근 의사의 유묵(붓글씨)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을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도는 20일부터 2026년 4월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안중근 의사를 조명하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특별전 개막식은 20일 오후 4시30분부터 경기도박물관 아트홀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같은 날 ‘안중근 통일평화포럼’도 열릴 예정이다. 도는 광복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안중근 정신의 현대적 의미를 도민과 함께 되새기고자 전시를 마련했다. 특별전에서는 제국주의 시대를 살았던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철학, 독립운동의 흔적을 다채롭게 구성해 소개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제국주의 쓰나미와 사대주의로부터 독립’, 2부는 ‘독립전쟁과 동양평화의 꿈’, 3부는 ‘조일과 광복,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주제다. 도는 최근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벌인 끝에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가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동안 일본에 있는 유묵을 확보하기 위해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힘을 모아왔다”며 “그 결과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국내로 들여왔고, ‘독립’ 또한 조국의 품으로 귀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장탄일성 선조일본’이란 8글자로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이다. ‘유묵(遺墨)’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남겨 놓은 글씨나 그림, 특히 붓글씨를 의미하며, 보통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필적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해당 유묵은 안 의사가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건넨 작품으로, 이후 그 관료의 후손이 보관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안 의사의 기개와 역사관·세계관이 담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최초 공개다. 관람은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박물관 누리집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박래혁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자리인 동시에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을 오늘의 평화와 통일 담론으로 연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는 문화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 제29회 보도사진전 개최

사진기자들은 결정적 한 컷을 위해 수십, 수백 번 셔터를 누른다. 이들이 담은 현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는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2025 경기지역 보도사진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전시에는 경기일보를 비롯해 경인일보, 기호일보, 인천일보, 중부일보,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등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 소속 사진기자 15명이 경기지역 곳곳에서 건져 올린 사건·사고의 진실과 사람 사는 이야기 등을 취재한 보도 사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제268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본보 김시범기자의 ‘화마 속에서 구조된 반려동물들…이들은 주인에게도 버림받았다’와 지난 6월 대선을 앞두고 붙은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와 공실 상가를 절묘한 시각으로 담아낸 조주현기자의 ‘경제대통령이 필요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제266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뉴스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윤원규기자의 ‘처참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용인 구간 교량 붕괴현장’과 홍기웅기자의 ‘블러드문 등장한 개기월식’ 등도 전시된다. 임열수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장은 “보도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그 이면에 있는 사건과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라며 “앞으로도 역사의 현장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다양한 전시와 활동을 통해 사진기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회식은 19일 오후 4시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열리며 이번 사진전 출품작은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 누리집에서도 볼 수 있다.

경기아트센터가 보내는 연말 공연 선물…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등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연말을 마무리 하기에 공연만큼 좋은 선물이 있을까. 설렘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경기아트센터의 12월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120년 전통의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17일 경기아트센터를 찾는다. 1907년 창단해 세계 3대 소년 합창단 중 하나인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은 아카펠라를 고수하며 정통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캐롤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 24명 합창단원의 맑고 청아한 음색 사이 오랜 기간 다져진 완벽한 앙상블과 절묘한 화음을 듣다보면 왜 이들의 공연이 해마다 연말이면 클래식 추천공연 순위에 오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주현미 데뷔 40주년 콘서트 ‘The Queen’ 우리나라 트로트 음악의 여왕 주현미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21일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히트곡들과 숨겨진 명곡을 모두 들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1985년 ‘비내리는 영동교’를 시작으로 ‘짝사랑’, ‘신사동 그 사람’ 등 수많은 명곡과 감동으로 대중과 호흡해 온 주현미의 40년 노래 인생길을 추억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명작 스토리 ‘TRACK’ 대한민국 대표 매지션(Magician)이자 일루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탁월한 스토리텔러 이은결의 29년 내공이 집약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화려한 쇼와 진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퍼포밍 일루션 등 놀라운 체험과 깊은 감동을 만날 수 있다. 6세 이상(2020년 12월 25일 이전 출생자) 관람가로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 2025 경기 청년예술 기회무대 경기아트센터가 청년예술인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경기 청년예술 기회무대’가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17일엔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표 발레 작품 ‘호두까기인형’을, 20일에는 ‘탈’을 통해 인간 내면과 감정을 탐색하는 한국무용 ‘탈, 탈 털어-얼굴 너머’를 선보인다. 26~27일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연극 ‘우리 읍내’(손톤와일더 작)를 만나볼 수 있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청년예술인들의 재능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이후 누군가의 기억에서 되살아나는 삶...'기억하고, 기억되다'

한 사람의 삶은 죽음으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억 속에서 다시 이어진다. 죽음을 고립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바라보고 나눌 수 있는 공동의 경험으로 전환하고자 기획된 소다미술관의 ‘기억하고, 기억되다’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을 삶과 죽음에 대한 시각을 풀어내기 위해 출발했다. 이달 20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지나온 삶에 대한 기억을 중심에 두고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를 묻는다. 삶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단계에서 출발해 관계 속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기억을 통해 공동체로 확장되는 방향을 차분히 제시한다. 전시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 ‘기억하다’는 사랑이라는 가장 따뜻하고 보편적인 기억에서 출발한다. 박혜수 작가는 30분짜리 단채널 비디오 작품 ‘Flower in Love’를 통해 노인들에게 ‘인생의 사랑’을 묻는다. 삶의 마지막에 가까이 선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지역의 노인들의 30분 남짓한 인터뷰를 통해 사랑과 상실, 기억의 지속성을 시적으로 드러내며 한 인간의 사랑이 지닌 시대적·정서적 무게를 사유하게 한다. 지역 어르신들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 기록과 인터뷰가 담긴 박혜수 작가의 ‘Goodbye Letter’ 또한 사진·텍스트·참여형 콘텐츠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경험에서 더 나아가 그 이야기를 공동체와 나누는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장 ‘기억되다’에서는 상실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하는 순간을 강운 작가의 회화 작품으로 만나게 된다. 강 작가는 아내와의 이별 이후 상실을 치유하는 과정을 색으로 기록하는 ‘마음산책’ 연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차분히 캔버스에 색을 쌓고 글자를 새겼다 덮응 과정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위로한다. 겹겹이 쌓인 색의 화면 속에 슬픔 뿐 아니라 아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고마움, 남은 이들을 향한 위로를 담아낸다. 박혜원 작가는 ‘사람의 영혼을 가진 식물’로 전해지는 ‘유츠프라카치아’를 통해 사랑과 기억이 지속되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살아가는 속성을 납골당을 찾는 유족과 고인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겹쳐냈다. 작가는 납골당의 이름패 형식을 빌려와 자주 돌봄을 받는 이름패와 점차 잊혀가는 이름패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구성했고 이를 통해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계와 기억의 단계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기억하고, 기억되다’는 죽음을 어둡고 두려운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보단 함꼐 나눌 수 있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전시다. 전시는 기억이 가져다주는 힘을 되새기며 죽음을 용기 있게 바라보고 위로와 공동체적 의미를 발견하도록 독려한다. 장동선 관장은 “이번 전시는 죽음을 두려움의 언어에서 기억과 관계의 언어로 바꾸어 바라보는 자리”로 “예술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순간, 관객은 죽음을 다른 결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전시는 20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