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MRO(정비·수리·분해, Maintenance·Repair·Overhaul)는 인천의 숙원 산업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 화물 모두 세계 3위 공항이다. 그런데도 항공 MRO 단지가 없다. 매년 1조원 이상 해외로 유출된다.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항공 MRO를 경남에 몰아줬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 MRO 단지에 화물기 개조 초도기가 입고된다는 소식이다. 이달 말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에 보잉사의 B777이 들어온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IKCS 개조시설의 초도기다. 이 항공기는 180일의 개조 과정을 거쳐 10월 출고된다. 이 개조시설은 광동체(항공기 좌석 통로 2열) 2대와 협동체(통로 1열) 1대를 동시에 개조할 수 있는 2.5 BAY 규모다. 연간 최대 6대를 개조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인근에 3단계의 첨단복합항공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시작한 1단계 사업은 62만3천㎡(18만8천여평) 부지에 개조·정비 시설별 1개사 이상의 앵커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2032년까지의 2단계 사업은 글로벌 MRO 단지화가 목표다. 시설을 집적화해 해외 정비물량을 본격 유치한다. 개발면적은 90만7천㎡(27만4천여평) 규모다. 2040년부터의 3단계 사업은 원스톱 MRO 서비스의 배후 지원단지 개발이다. 공항공사는 현재 첨단복합항공단지의 격납 부지 7곳 중 3곳에 대해 개조·정비 분야 앵커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개조시설은 글로벌 P2F(여객기의 화물 개조·Passenger To Freighter) 선도기업 IAI사가 샤프TK와 합작으로 IKCS를 설립·운영 중이다. 또 H2 부지에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최초로 자체 격납고를 건립하는 티웨이를 유치했다. H3에는 통합 기단 300여대의 중정비를 준비하는 대한항공을 유치했다. 이 기업들은 각각 2028, 2029년 말 문을 연다. MRO 핵심 부문별 앵커기업 투자도 유치한다. 페인팅 격납고를 유치해 정비기능 완결성을 확보한다. 부품지원부지에는 엔진·부품 정비시설도 유치한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은 최근 항공산업의 뜨거운 블루오션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이 물동량을 키우고 있다. 퇴역하는 여객기의 수명을 10~15년 연장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번 초도기 입고가 K-항공산업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초도기 개조 사업을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세계 MRO 시장에 한국의 기술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정책 제안을 내놓았다. 6∙3 지방선거 출마 여야 인천시장 후보를 향해서다. 이번 제안엔 인천경제단체협의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함께 했다. ‘인천경제 이렇게 가꿔 주십시오’에 4대 목표, 71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만 메아리가 없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 늘 선거 때만 반짝 들먹이고는 만다. 그래서 십수년째 되풀이하지만 공염불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산업현장 인력난 해소 등이 최우선에 있다. 시간만 끌고 있는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문제도 담았다. 수도권 규제는 너무 촘촘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다. 500㎡(151평) 이상 공장 신설이나 대기업 공장의 신·증설은 안 된다. 일반대학 신설은 금지 사항이며 증원 총량도 규제 대상이다. AI나 로봇, 바이오 등 첨단기술인력도 지방에서만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좀 큰 규모의 개발사업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도 수도권엔 쉽지 않다. 세금 감면 혜택 등에서 차별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력(E–9) 규제 완화도 수도권 기업들엔 해당이 없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 지방선거 등 때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요지부동이다. 인천 산업현장 인력난 및 산업용지 부족 문제도 결국 수도권 규제로부터 비롯한다. 인천상공회의소는 2년 전 총선 때도 정책 제안서를 돌렸다. 제조업 근무 환경 개선, 인건비 지원, 외국인 고용 규제 완화 등이다. 지난해 대선 때도 고령인력 고용 지원 확대, 스마트 공장과 로봇 도입 등을 요청했다. 인천 산업 현장에서 그만큼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이번 제안서에는 동구 철강산업 위기와 전기요금 역차별 문제도 담았다. 현대제철 등 동구의 주력산업인 철강업체들 영업이익이 90%나 급감했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리는 중이다. 인천의 전력자립률은 전국 최고 수준의 192%다. 그러나 전기요금 권역화로 수도권에 묶이면 지방보다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한다. 인천 산업 현장이 수도권이라는 이름의 족쇄에 묶여 있다는 하소연들이다. 150평짜리 공장 하나 못 짓게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 묵은 체증을 이제는 풀어줘야 한다. 44년 동안 변함이 없는 시대착오적 규제다. 이번 선거 주자들은 이에 답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을 반세기 가까이 묶어 놓다니. ‘소는 누가 키우나’ 소리가 나올 만하지 않은가.
인천의 건설 공사 규모가 연간 20조원 넘는다.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광역도시를 압도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실속은 미미하다. 인천 지역업체 수주율이 고작 22.9%다. 8개 특·광역시 중 최하위권인 7위다. 서울은 지역업체 수주율이 68.8%나 된다. 대전, 대구, 부산 등도 40%대를 유지한다. 광주(37.8%), 울산(35.7%)과도 차이가 크다. 인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공사의 결실이 지역경제로 흐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그만큼의 과실이 외지로 유출되는 셈이다. 인천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으로 하는 조례도 마련했다. 그러나 ‘강제성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 건설업이 흔들리면 먼저 지역 일자리가 사라진다. 중장비, 자재 등 연관 산업으로 타격이 퍼져간다. 인천시가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인천 민간 발주 공사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원도급자가 지역 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공공입찰 실태조사 제도도 도입한다. 공공입찰 단계에서 시공 능력 없는 부적격 업체를 상시 단속한다. 건설공사의 품질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전담팀도 꾸린다. 1억원 이상 공공입찰 발주공사 수주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능력·자본금·시설·장비 등의 적정성을 확인한다. 지역 하도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형 건설사 본사 방문 계획도 있다. 30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와 265억원 이상 민간건설공사에 대해서는 하도급 상생협력 계획서를 제출 받고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유인책과 규제 카드를 병행하는 셈이다. 특히 원도급자가 지역 업체를 선정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보상 체계도 필요해 보인다. 지역 업체 참여율에 따른 용적률 차등 적용, 인허가 속도 단축, 취득세 감면 등이다. 인천 건설시장은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장단점을 함께 안고 있다. 공사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부산, 대구처럼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중견 건설사가 많지 않다. 오히려 인천에서 성장한 업체들이 더 큰 기회를 찾아 서울 등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의 실물 지표를 좌우하는 산업이다. 수주율을 높이기 위한 시장 개입도 무리하면 안 된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지역 건설업의 경쟁력 문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태동했다. 그간 자타 공인의 큰 발전을 이뤘다. 송도국제도시는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로 부상했다. 최근 들어 그 성장 탄력성이 떨어지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부지가 바닥난 것이다. 그 대안이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연 확장이다. 그러나 규제에 발목 잡혀 시간만 끌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강화 경제자유구역 지정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인천 바이오산업의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부지 공급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강화남단 지역을 하루빨리 자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미래 한반도의 경제 중심을 선점하는 전략이라고도 했다. 인천공항과 강화, 개성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농업 생산지의 강화남단을 산업 자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화남단이 인천의 미래 먹거리 확장으로 부상해 있다. 인천시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풍부한 지역임을 강조한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글로벌 물류 접근성도 그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수도권 산업용지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규모 산업 입지 확보가 가능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하다. 이를 기반으로 인천시는 바이오·피지컬 인공지능(AI)·글로벌 복합관광 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공간적 한계에 다다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미래산업 중심의 성장 거점을 마련,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여러 규제에 막혀 있다. 강화남단 일대 84%는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으로 묶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절대농지인 만큼 대체 농지 확보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입주기업 확보 요건도 문턱이 너무 높다. 산업통상부는 용지 대비 175% 이상 입주 기업 선확보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정도 전에 이 정도 수준의 기업 유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정에 이어 단계적으로 입주 기업을 확보해 나가는 정책적 유연성이 아쉽다. 중앙정부의 전향적 시각 조정이 요청된다. 강화남단 개발은 첨단산업 국가경쟁력과도 닿아 있는 문제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도 규제 개선을 강조했다. 15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다. 첨단산업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면 안 되는 것 외에는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대규모 규제특구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규제특구의 최적지가 강화남단으로 보인다.
2021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다. 공직 수행에 있어 사적 이해관계 연루를 차단한다. 사적 이해관계를 알았으면 14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 직무 회피 신청도 해야 한다. 사적 이해관계자의 범위도 정해 놓았다.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이다. 최근 2년 이내 몸담았던 법인이나 단체, 고문·자문 등을 제공하는 업체도 포함한다. 인천시교육청이 이 법의 위반 조사에 나섰다. 이미 퇴직한 한 고위직이 이전에 몸담았던 민간 재단에 예산을 몰아준 의혹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통보해 왔다. 이 고위직은 과거 인천 한 교육재단의 외국어 체험 시설 원장직을 지냈다. 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인천시교육청의 개방형 고위직에 올랐다. 예산 편성 권한을 이용해 그 재단 사업 예산을 새로 만들거나 대폭 늘려준 의혹이다. 국민권익위는 인천시교육청의 ‘어학 체험 시설 활용방안 연구용역’과 ‘지역연계 어학 체험활동’ 예산을 들여다봤다. 그간 인천 학생들의 외국어 체험활동은 인천시 예산으로 이 재단이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24년 말 인천시는 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고 중요도가 낮다는 이유다. 그러나 인천시교육청은 5천만원 예산으로 이 시설 활용 방안 용역을 진행했다. 시설을 매입해 교육복합시설로 활용하려 했다. 특히 인천시가 전액 삭감한 예산 중 일부를 스스로 부담해 체험활동 사업이 이어지도록 했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예산 별도 편성이 부당한 편익 제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해당 시설 원장 경력의 고위 공무원이 관련 사업 예산을 별도 편성했기 때문이다. 사적 이해관계 개입 및 특정 민간법인에 대한 편익 제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인천시교육청이 ‘지역 연계 어학 체험 활동’ 예산을 대폭 늘린 점도 주목했다. 사업 효과 검토가 미흡하고 교육감 공약도 아닌 신규 사업이다. 2023년 인천시는 이 사업에 7억5천만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인천시 사업 종료 이후인 2025년 인천시교육청은 16억7천만원을 편성했다. 123% 늘어난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월 당사자가 퇴직해 징계는 어렵다고 한다. 누가 봐도 투명해 보이지 않는 사안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공공기관의 신규 사업으로 올려 예산까지 따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제 논은 아니어도 ‘사촌 논에 물대기’쯤은 돼 보인다. 그 물은 결국 인천시민 세금 아닌가.
색동원은 인천 강화도에 있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지난해 9월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여성 장애인들에게 성폭력을 자행하고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일보 단독 보도다. 실태 조사 결과 여성 장애인 대부분이 피해를 진술했다. 경찰은 시설장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강화군은 지난달 23일 색동원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인천시가 최근 색동원 장애인 33명에 대한 자립욕구조사를 했다. 자립의사가 명확한 4명과 자립에 관심 있는 7명 등 11명이 희망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이 자립하려면 일정한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모두 중중발달장애를 가진 데다 일평생 시설이나 가족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시설 장애인이 완전한 자립으로 나아가려면 2단계를 거친다. 자립훈련주택과 자립생활주택이다. 단기 거주 자립훈련주택은 일상생활 기술을 가르친다. 전문 코치나 활동지원사가 상주한다. 스스로 식사 준비 및 장보기, 가전제품 사용법, 청소 습관 기르기 등이다. 2~4년 거주 자립생활주택에서는 실전 자립 준비를 한다. 개인별 자립 계획을 짜고 지역사회 취업 및 여가활동 등에 참여한다. 공공임대주택 신청 등 독립적 주거 마련도 준비한다. 그러나 현재 인천에는 당장 이용 가능한 자립훈련시설이 자립생활주택 네 자리뿐이다. 이에 인천시가 서울·경기도의 자립훈련시설 이용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서울 구로·서초구로부터 자립생활주택 두 자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희망자는 11명인데 시설은 여섯 자리뿐이다. 나머지 5명은 갈 곳이 없는 형편이다. 인천시는 곧 간담회를 열어 보호자 의견까지 확인한 후 최종 자립수요를 정할 예정이다. 시설 공급을 넘어서는 자립 수요에 대해서는 일단 다른 거주시설에 옮겨 대기시킬 방침이다. 자립훈련시설은 각 지자체가 비용 전액을 부담해 운영한다. 인천시나 정부 색동원TF가 나선다 해도 협조를 강제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여서 색동원 장애인이 다른 지역 시설을 이용할 때도 그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한다. 인천지역 자립생활주택의 경우에도 장애인 1인당 연간 1천700만~2천500만원이 들어간다.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큰 편이다. 2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수도권 자립생활주택 빈자리를 파악해 봤다. 서울·경기에 열 자리 정도가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인천시 협조 요청에는 두 곳만 응답했다. 이번 색동원 사안은 좀 심각하다. 색동원TF 등 정부가 적극 나서 이런 비용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 장애인 시설 ‘칸막이 행정’에 색동원 장애인들이 길을 잃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국 해안선에 철책이 있었다. 3면 해안 철책선이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의 여파다. 어촌 마을들 사이에는 군부대 경계초소가 들어섰다. 후방 예비사단도 1개 연대를 해안 방어에 배치했다. 동경사라 불리던 동해경비사령부도 1969년 창설됐다. 야간 해수욕까지 통제하던 해안 철책선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가시지 않은 접경지역은 여전하다. 인천 강화, 경기 파주·연천 등이다.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민북지역)을 오가려면 군부대 검문을 받아야 한다. 1953년 휴전 이래 73년간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제 그 대면 검문이 스마트 검문으로 바뀐다고 한다. ‘안보를 위한 불편’이 기술 혁신이라는 해법을 찾은 셈이다. 지난주 강화군과 해병대 제2사단이 업무협약을 했다. 민북지역 출입통제 체계 개선을 위한 협약이다. 그간 민북지역에서 이뤄지던 주민 대상의 군부대 대면 검문이 사라진다. 그 대신 폐쇄회로(CC)TV 기반의 비대면 스마트 출입관리로 바뀐다. 강화군은 이달부터 교동대교 입구와 평화전망대 검문소 등 네 곳에 대한 출입통제 개선에 나선다. 7억원을 들여 주요 출입 거점 10~12곳에 CCTV 30~40대를 설치한다. 강화군-해병2사단 통합 관제체계다. 종전 대면 검문은 순차적으로 폐지한다. 다만 해가 진 뒤에는 지금처럼 대면 검문을 유지한다. 이번 민북지역 출입통제 개선은 많은 기대를 모은다. 주민 불편 해소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다. 교동도나 평화전망대 지역의 접근성 향상으로 관광 경쟁력도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강화 민북지역은 해병대 검문소 운영으로 많은 불편을 감내해 왔다. 주민·관광객이 매번 차를 세우고 신분증을 확인하다 보니 통과에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차량 1대당 검문에 1~2분씩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차량 1대당 수초 정도로 단축된다. 차량이 검문소 진입로에 들어서면 차량 번호 자동 인식(ANPR) 시스템이 작동한다. 등록 차량이면 전광판에 ‘통과하세요’ 메시지가 뜨고 차단기가 올라간다. 도난·수배 차량에 대한 블랙리스트도 감지, 경보를 울린다. 이번 조치는 안보와 민생이 대립하는 가치가 아님을 보여준다. 군·민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도 좁혀질 것이다. 다만 스마트 검문 전환이 안보 공백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간의 대면 검문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합리적인 절충으로 보인다. 강화군도 이를 지역 발전으로 이어갈 후속 조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전 ‘새마을운동’ 시절에는 선거공약도 소박했다. 읍내로 나가는 흙길을 넓직한 포장도로로 바꿔주겠다. 비만 오면 바지 벗고 건너야 하는 하천에 콘크리트 다리 놓아주겠다 등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그 예산을 따오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에 예산이 다 돌아갈 수는 없는 법. 4년 후 선거 때는 “그 작자 한 일이 뭐 있다고” 소리를 듣곤 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자 공약도 만개했다. 군·구의원에 시·도의원, 시장·군수, 도지사·광역시장까지. 초기엔 그 체급에 걸맞은 공약들을 수줍게 내놓았다. 선거를 거듭하자 공약 인플레가 급가속했다. 이제는 기초의원까지 대심도 고속급행철도나 지하철 지하화를 거론한다. 권한 밖이지만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라면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역대 인천시장들 공약 이행률이 평균 54%라 한다. 시장 공약에 중앙정부 중장기 사업을 많이 담는 탓이다. 장밋빛 공약이다. 실현 가능한 실속 공약을 찾기 힘든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것이다. 민선 5기(2010~2014년) 53.97%, 민선 6기(2014~2018년) 46.88%다. 민선 7기(2018~2022년)는 62.86%, 민선 8기(2022~2026년) 50.56% 등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중앙정부 사업을 대거 시장 공약에 담은 때문으로 본다. 광역교통망, 철도, 공항 공약 등이다. 중앙정부 승인이나 국비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이다. 이들 대형 사업은 계획 승인—설계—시공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그런데도 4년 임기 인천시장들은 ‘추진’을 내세워 공약에 담는다. 2010년 민선 5기 공약인 송도노면전차는 이후 선거마다 등장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송도트램으로 이름만 바뀐 채 ‘추진’ 중이다. 영종~강화 간 연륙교도 평화도로로 이름만 바뀐 채 아직도 제자리다. 송도~청량리 구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도 최근에야 착공했다. 인천대 공공의대 신설이나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도 마찬가지다. 민선 7기에 시작했지만 결국 민선 9기로 넘어가게 됐다. 중앙정부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어 시민 여망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공약 이행률 저조는 ‘일단 던지고 보자’ 식이기 때문이다. 국비 확보 가능성부터 심도 있게 따져야 할 일이다. 착공·준공 등 사업 일정까지 제대로 제시해야 공약(公約)이라 할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이 수두룩하다. 손쉽게 정치권을 동원, 예타 면제나 요구할 일이 아니다. 지역 사랑과 지역 이기주의는 다르다. 선거 공약 역시 ‘참된 약속’을 가려내는 유권자 안목에 달려 있다.
교육감선거는 ‘단일화 선거’로 통한다. 정책보다는 단일화 눈치 싸움에 몰두한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다르지 않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단일화 파열음만 무성하다. ‘깜깜이’ 선거라고도 한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교육 소통령’ 선거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투표를 대충 한다. 10명 중 4명이 후보자 이름·정책을 모른 채 투표한다. 중앙선관위 조사다. 깜깜이 선거는 무효표를 양산한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무효표가 불어난다. 2014년 교육감선거의 무효표는 4만4천153표였다. 전체 투표수의 3.55%다. 2018년 선거 때는 4만5천21표(3.34%)의 무효표가 나왔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때는 4만8천135표(3.88%)가 무효표 처리됐다. 2022년 선거에서 도성훈 후보가 49만4천306표(41.46%)로 당선됐다. 최계운 후보는 47만870표(39.49%)를 얻었다. 득표 차 2만3천436표의 박빙 승부였다. 그런데 그 득표 차보다 무효표가 배 이상 많이 나왔다. 무효표가 교육감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였던 셈이다. 같이 치러진 인천시장선거 무효표에 비하면 3배 이상이다. 2014년 인천시장선거 무효표는 1만3천219표였다. 전체 투표수의 1.06% 정도다. 2018년 지방선거 2만435표(1.51%), 2022년 지방선거 1만5천334표(1.24%) 등이다. 군수·구청장선거와 비교해도 교육감선거 무효표 비율이 더 높다. 2022년 옹진군수선거의 무효표가 3.46%였다. 이어 강화군 2.75%, 동구 2.38%, 미추홀구 2.29%, 부평구 1.96% 등이었다. 교육감선거 무효표는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 때문이다. 후보를 잘 모르다 보니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다. 선택을 해도 여러 후보를 찍는 등 결과적으로 무효표를 만든다. 교육감선거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만 달랑 적힌다. 정당은 물론 진보·보수 구분조차 알 수 없다. 교육감 후보자 이름이나 정책, 성향 등에 대한 정보도 관심도 없다. 그러니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교육감선거를 하고 나와서는 이렇게들 말한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기호도 없어 헷갈린다”. 유권자가 무관심하니 후보들은 단일화에 매달린다. 그러나 유권자가 외면하는 사이 전국에서 ‘진영 싸움’만 벌어진다. 교육계가 4년마다 선거로 몸살을 앓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 방식 등 손을 좀 봐야 한다. 미래 세대 교육이 달린 선거의 파행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오늘의 삼성전자를 일군 고 이건희 회장이 말했다.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이제는 그 10만명을 100만명, 1천만명으로 고쳐 말해야 한다. 반도체, AI, 로봇,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이 지구촌을 휩쓴다. 고약하지만 전쟁도 기술력이 좌우하는 시대다. 그러니 ‘인재 패권’ 얘기도 나온다. 전 세계 최상위 AI 인재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멀찌감치 앞섰다 한다. 최상위 AI 인재 중 중국 출신 비율이 압도적이다. 중국 AI 딥시크 개발을 주도한 ‘천재 소녀’ 뤄푸리(31)도 그 중 하나다. 인천은 신기술 산업을 지탱할 첨단산업 뿌리기업들이 위기라 한다. 연구개발 투자가 빈약한 데다 인재도 빠져나간다.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기초 공정기술 기반의 산업이 뿌리산업이다. 이 중에서도 자동화·지능화를 통해 고부가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뿌리기업은 첨단산업 뿌리기업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면 금형 기반 스마트폰 부품 생산업체 등이다. 2024년 말 기준 인천 첨단산업 뿌리기업의 이직률은 10%대다. 전국 평균 8.4%보다 높다. 이 중 19~34세 청년층 이직률은 15.2%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로봇 분야가 31.6%로 가장 높다. 자율주행 자동차(커넥티드카)에서 필수적인 센서 분야 이직률도 30.1%다.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에서도 이직률이 26.6%다. 이 밖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분야도 13.8%에 이른다. 반면 주조·열처리 등 인천의 전통 제조 뿌리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한다. 이들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21.6%다. 이를 청년층으로 압축하면 41.1%에 이른다. 첨단산업 뿌리기업을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이나 인력도 턱없이 빈약하다. 2024년 인천의 R&D 예산은 3조6천억원이다. 서울시 19조9천억원, 경기도 72조원에 비해 차이가 크다. 전국 평균 7조7천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천은 R&D의 주체도 기업(83.2%)에 쏠려 있다. 대학 9%, 공공연구기관 7.6%에 그쳐 기초연구 기반이 취약하다. 인천은 원래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그러나 최근 첨단산업 관련 분야에서 서울·경기로 인재가 빠져나간다. 산업 전반의 불균형은 물론 첨단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 첨단 뿌리기술에 대한 R&D 투자 확대도 시급하다. 그래야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맞물리는 산업혁신 생태계가 작동한다. 첨단 뿌리기술 R&D 투자가 전국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니. 복지성 예산 지출이 과한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