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지킨 교사가 학교와 갈등을 빚는다. 학교 측에서 일상 털기로 불이익을 준다. 조직 내에서도 따돌리기와 무시가 이뤄진다. 참다 못해 학교 측 비리를 상부 기관에 고발한다. 이후 학교 측 보복은 노골적이고 잔인해진다. 결국 해당 교사는 모든 걸 잃고 세상을 등진다. 사학 비리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장면이다. 이 상황을 옮겨 놓은 듯한 실제 사건이 생겼다. 아니, 영화보다 더 참담했던 현실이다. 지난 주에 발생한 어느 교사의 죽음이다. 전체 사건의 발단이 된 일을 살펴보자. 2011년 이천시 한 사립학교다. 학교에서 내려오는 암묵적인 관행이 있었다. 수능 준비생은 정규 수업에 빠져도 됐다. 그래도 수행평가는 만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A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업에 불참한 학생에게 원칙대로 최하 점수를 줬다. 학교가 말하는 현실적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분명한 게 있다. A교사의 선택이 옳고 바른 길이다. 그러나 현실은 탄압의 시작과 참담한 죽음이다. 초기에는 학교 측이 감봉 처분을 내렸다. ‘위치 이탈 및 의무 위반’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3년간 휴직을 했다. 복직했으나 학교는 A교사에게 업무를 주지 않았다. 참다 못한 A교사가 학교의 비리를 당국에 고발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수십억원대의 횡령을 밝혀냈다. 학교 측 인사는 징역 7년을 선고받기까지 했다.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학교 측이 꺼내 든 것은 무자비한 보복이었다. 책상 창고에 두기, 인터넷·사내 전화 끊기 등 조치였다. 도의적인 측면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감정적 대립을 평할 필요도 없다. ‘교사¯학교’ 갈등이 십수 년간 이어졌고, 불법에 대한 고발이 사실로 확인됐고, 도를 넘는 사력구제가 계속해서 벌어졌다. 무법 지대이고 치외법권 아닌가. 그런데 교육당국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사립학교 자율성이 보장되는 영역이다. 합법적 울타리를 친 것이 사립학교법이다. 15년간의 부당 대우, 감사권 남용 등에도 손댈 수 없었다. 종단에는 사람이 죽었다. 교육감선거가 한창이다. 교권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안민석 후보는 “무너진 교권 회복”을 말하고, 법적·제도적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임태희 후보는 “현장 안정 정책”을 말하고, 교권 보호 정책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다 좋은 취지다.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사학 감사권 확대”, “공익제보 교사 보호”, “교권 침해 시 교육청 직권조사권”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의향이 있나. 있다면 발표해야 한다. 15년을 고통받던 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교육감 후보들이다. 관심을 갖는 것이 도리이고, 대책을 내는 것이 의무다.
사설
경기일보
2026-05-28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