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난 발생 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확히 한 ‘생명안전기본법’이 7일 국회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지 12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생명안전기본법의 기본틀은 국가의 생명안전보호 의무 명문화, 범정부 통합안전관리체계 구축, 예방 중심의 안전정책 전환,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및 지원 강화,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독립조사기구 설치, 시민이 참여하는 안전문화 확산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법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인 ‘안전권’을 명시한 것이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제36조 6항)에서도 보듯 국민의 안전보호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당연하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안전은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는 무한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안전을 기본권으로 명시한 법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은 5년 단위의 생명안전종합계획 수립, 정책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재원 확충, 안전 관련 기준 설정 및 기준의 적정성 평가 등 안전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담고 있다.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권리를 보장한 것도 생명안전기본법의 큰 의미다. 피해자를 ‘안전사고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피해자의 범위를 당사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고 목격자, 구조·수습·지원활동 참여자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의 권리는 신속하고 적절한 사고 수습을 요구할 권리, 사고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권리,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참여할 권리 등으로 구체화했다. 선진국은 천재(天災)에서도 인재(人災)적 요소를 찾아내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 반면 후진국은 인재적 요소가 분명한 사고도 천재로 치부해 버린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불가능해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데 우리 사회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어온 과정이 그러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갈등으로 얼룩졌던 참사를 뒤로하고 안전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의 의미가 가장 크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6-05-27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