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관리방법 A to Z

봄이 되면 소위 말하는 ‘비염인’들은 고통에 시달린다. 꽃가루에 미세먼지까지 코점막을 자극하는 대기오염 물질에 연신 재채기가 나고 코와 얼굴이 간지럽고 따갑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재민 교수는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만이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꽃가루 날릴 땐 하루 1~2회 ‘코 세척’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 등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계의 과민반응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15~20%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으며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진단율이 2012년에 비해 2022년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말한 특정 항원에 대한 반응 외에도 환경오염, 미세먼지 증가, 생활습관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알레르기 비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통년성과 계절성으로 나뉜다. 통년성 비염은 1년 내내 코감기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주로 집먼지진드기 같은 실내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인해 발생한다. 근래 들어 반려동물의 털이나 비듬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계절성 비염은 봄철 꽃가루, 가을철 급격히 낮아지는 기온, 겨울철에 겪는 감기 등 계절별 원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신재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의 증상이 가장 심한 시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라며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기온 차에 민감한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의 봄철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꽃가루뿐 아니라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오염 물질이 코 점막을 자극하면서 염증이 더 심해지곤 한다. 신 교수는 “꽃가루 및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봄철 알레르기 비염 증상에는 특히 코 세척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절한 횟수와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코 세척은 하루 1~2회, 생리식염수로 세척하면 코 점막의 염증을 줄이고 알레르기 항원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너무 자주 하거나 수돗물 등 정제되지 않은 물을 직접 사용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개인 위생 신경쓰고 카펫 사용 주의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한 비염은 코감기와 구분이 어려워 적절한 치료와 때를 놓치기도 한다. 비염의 주요 증상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 막힘, 코 가려움증 등이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며 콧물, 코 막힘, 재채기 외에도 발열, 근육통, 인후통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 감기가 1~2주 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것에 비해 비염은 발열이나 근육통은 없지만 특정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가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와 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는 있다. 무엇보다 개개인이 겪고 있는 알레르기가 발현되는 원인 물질(알레르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엔 창문을 닫고 외출 후 귀가하면 빨리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감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집먼지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침구를 60도 이상의 온수로 주 1회 이상 세탁하고 카펫이나 두꺼운 담요 등의 사용은 줄이는 것이 좋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털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자주 씻거나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적절한 약물 사용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처방에 의해 항히스타민제,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꾸준히 사용하면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알레르겐을 3~5년간 장기적으로 소량씩 체내에 투여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요법(알레르겐 면역치료)’, 약물치료로 조절이 어려운 심한 코 막힘이 있는 환자에게 고려되는 수술요법 등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 방법이다.

“드디어 생겼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지난해 10월 하남시 감일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일에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네 주민들은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없어지지 않게 자주 찾아가야겠다”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댓글을 연신 달았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2024년 10월 28일 감일동 유일의 책방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열었다. 책방은 물론이고 도서관도 없는 감일동에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연 것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었다. 이 서점의 주인 유지혜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엄마다. 육아로 인해 10년여 ‘경력단절’을 마주한 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자 자신이 살고 있는 감일동에 책방을 열었다. “하남 감일지구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좀 어수선하기도 한데요.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작은 서점은 동네의 등대같다’며 ‘작은 서점이 있는 골목은 안전하고 푸근해 보인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너무 공감이 되는 말이었고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동네의 유일한 서점이 된 ‘반가워동네서점’은 개장 초기부터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유씨는 서점이 상호명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반갑고 다정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나를 돌볼 새 없는 사람들에게 책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오며 가며 다정한 마음을 나누고 인사하고 지나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되고 싶어요.” 읽던 책 ‘킵’해 두고 가세요 유씨는 서점 방문객들에게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카페는 아니지만 간단한 음료를 판매해 판매책 외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구비해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구매해 읽던 책을 ‘킵’해 놓을 수도 있다. “서점에 자주 오고 싶은데 올 때마다 책을 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일전에 산 책을 읽다가 두고 가시고, 다음에 와서 또 읽다가 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좋아하십니다.” 반가워동네서점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문학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과 친해지고 문턱 낮은 동네책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책,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선별해 들이는 것도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즐거움입니다.” 유씨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서점의 특징, 초등학생 엄마를 둔 장점을 살려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책을 완독하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초등윤독동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 필사 공간을 확장시켜 그림책테라피나 자유독서모임 등도 소규모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MZ세대를 타깃으로 개성이 강한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저희 서점은 동네서점다운 푸근하고 편안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책이 위로를 건넸던 저의 경험처럼 ‘반가워동네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 가고 책이 주는 기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문학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 이야기가 주는 힘

지난해 제13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은 “문학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문학작품은 만나본 적 없는 인물,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통로다. “문학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한강 작가는 지난해 12월 초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최초’라는 영예만큼이나 국내 출판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독자가 되는 계기가 됐고 인문‧사회과학 등 객관적이고 학술정보 위주의 비문학 책이 서점 상단을 차지하던 것에서 소설, 시집 등 문학작품 판매량이 늘면서 문학 장르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했다. ‘오직 두 사람’, ‘검은꽃’ 등의 저자 김영하 작가는 과거 강연의 연사로 나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현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숨겨둔 주제를 찾아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소설을 읽는 목적이 단순히 주제를 찾기 위함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저 ‘내가 이런 상황이 된다면?’ 하고 상상하고 여러 사람 입장에서 생생한 감정을 느끼는 간접 체험이 소설 읽기의 핵심이고 그렇게 주제는 자연스럽게 체화된다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지난해 말 2025년을 맞아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의 결과를 봐도 문학과 비문학의 선정 비율은 팽팽하다. 문학작가, 번역가,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과 관련된 추천인 106명을 대상으로 2000년대에 출간된 809권 중 최고의 책 10권 선정을 요청한 결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26권의 책 중 절반이 소설, 시 등 순수문학 13권이 리스트에 올랐다. 21세기 최고의 책, ‘소년이 온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였다. 이 책을 선정한 19명 중 정여울 작가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트라우마는 인류 공통의 끈질긴 화두”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1980년, 광주’라는 역사적 기억을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소환해 낸 걸작”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외에도 ‘채식주의자’(공동 9위‧5명 추천), ‘작별하지 않는다’(공동 14위‧4명 추천)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국내 작가의 소설 작품으로는 ‘파친코’(이민진 저‧공동 6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저‧공동 6위), ‘고래’(천명관 저‧공동 14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공동 14위) 등이 다수의 선택을 받았으며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5위),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공동 14위) 등 두 편의 시집도 순위에 올랐다. 해외 문학작품으로는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며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5명의 추천을 받으며 순위에 올랐으며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마르얀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작품인 ‘페르세폴리스’도 선정됐다. 한편 교보문고는 지난 1월부터 ‘21세기 클래식 5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6월까지는 소설 분야에서 매주 한 편씩 총 25권을 소개하고 나머지 50편의 테마와 선정 도서는 7월에 일괄 공개할 예정이다. 1월부터 소개된 소설 분야 도서는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저), ‘종이 동물원’(켄 리우 저), ‘노멀 피플’(샐리 루니 저), ‘레디 플레이어 원’(어니스트 클라인 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저) 등이다. ‘21세기 최고의 책’‧‘21세기 클래식 50’ 속 문학 ‘소년이 온다’/한강 지음/창비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담아냈다. 5·18 당시 중3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신을 수습하면서 말 없는 주검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풍기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광주시민들의 일상과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이 동호와 정대의 목소리로 대변된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날개 환상통’/김혜순 지음/문학과지성사 김혜순 시인은 ‘시하는 시인’으로 불리며 스스로 ‘시학’이 된 시인이다. 등단 40년이 되던 2019년 발표한 이 시집은 총 5부로 나뉘어 있으며 72편의 시가 실렸다. 표제작 ‘날개 환상통’에서 ‘나’와 ‘새’는 애도의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추방당한 채 ‘환상통’을 겪는 존재로 ‘나-새’가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수행하는 애도를 통해 권력을 저격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한편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은 지난해 3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에서 한국 문학 최초로 수상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엘리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 모음집으로 2004년 초판 발행됐으며 2016년 재발매됐다. 총 8편이 수록돼 있으며 수록작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뇌 빌뇌브가 감독한 ‘컨택트’로 영화화돼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테드 창은 이 한 권의 책으로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 등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비채 교보문고가 소개한 ‘21세기 최고의 클래식 50’에 선정된 이 책은 인간을 격려하고 삶을 위해 건축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주인공 ‘나’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마쓰이에 마사시는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 ‘기노쿠니야’의 서점원들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다.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한길사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폐허 속 자라난 두 여인의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좌절을 느끼는 릴라와 그런 릴라의 영특함에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의 우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두 주인공을 통해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사적 사실에 사소한 진실성을 부여하는 두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3개 행정구역 아우르는 독립건물, '하남시위례도서관'

위례신도시는 경기 하남시와 성남시, 서울 송파구 등 3개 행정구역이 맞닿아 조성된 신도시다. 각 지자체의 특성을 갖고 함께 발전하고 있는 위례신도시엔 3개의 ‘위례도서관’이 있다. 성남시와 서울 송파구의 위례도서관이 행정복지센터의 일부 층을 활용한 복합도서관인 것에 비해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지상 3개 행정구역을 아우르는 층의 독립건물로 2021년 6월 28일 개관했다. 하남시 외에도 ‘위례 주민’ 누구나 정회원 올해로 개관 4년 차에 접어든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연면적 2천218.45㎡, 지상 3층 규모로 위례신도시 중간 지점인 근린5호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고 확대되던 시기에 한창 건립됐다. 개관식 여부도 불투명했지만 일부 대면과 유튜브 방송을 병행해 개관식을 진행해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예술특화도서관으로 ‘섬머타임 재즈(Summertime Jazz)’ 음악회 등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대 행사를 마련하는 등 하남시민이 하남시위례도서관을 각인했다는 평이다. 도서관 통창에 담아낸 자연 경관으로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주최 ‘대한민국 생태환경 건축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인근 남한산성공원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도서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도시로 많은 것이 갖춰져 있는 위례지역이지만 근방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영화관 외에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마땅한 공연장이 없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예술특화 주제의 공연을 자주 개최하고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해소하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위례신도시가 하남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원도심이나 미사신도시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부족해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위례지구 조성 초기부터 도서관 건립은 시급한 과제였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민들의 독서 생활화와 문화를 체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최고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건립됐다. 세 지자체가 인접해있는 지역의 도서관인 만큼 자칫 해당 지역 시민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에 따라 균형감을 잃을 수 있으나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 조례에 근거한 다자녀가정 도서 확대 대출 혜택 외에는 없다. 모든 시민을 똑같이 대하고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차별 없이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배경엔 2017년 위례지구 조성 당시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송파구, 하남시가 한자리에 모여 ‘위례신도시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위례 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지자체 상관없이 공동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이에 하남시위례도서관도 자료 이용 규정을 개정해 송파구 및 성남시 소속 위례 주민들도 하남시위례도서관의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독서문화 복지기관으로 정체성 확장 하남시위례도서관은 5만9천11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도서와 아동도서 외에 영어 원서와 저시력인들을 위한 큰 글자 도서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많은 위례지역 특성상 어린이 도서 소장 비율을 일반 도서의 45% 정도 배정했으며 대출량이 하루 평균 1천200권이 넘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어린이실 및 유아실, 종합자료실 외에도 가장 위층인 3층에는 H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하남(Hanam), 히브리어로 ‘토론’을 뜻하는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Havruta), 우연한 소통의 장(Happening Stage) 등을 모티브로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예술적 소양을 키우고 지역 예술작가로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의 예술특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트 인 위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민화, 캘리그래피, 사진, 드로잉에세이, 그림자연극 등 총 5개의 다양한 예술주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작품을 도서관 3층 아트월에 전시했다. 특히 ‘아트 인 위례’ 프로그램 중 ‘위례사진관, 스마트폰으로 위례를 담다’는 지역주민들이 위례도서관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하남시에 대한 애정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사진 기술만 습득하는 평범한 강의가 되지 않기 위해 강사 선정부터 커리큘럼까지 신중하게 접근했고 그 결과 수강생 대부분 사진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과 접근법,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됐다고 평가했으며 각자 본인이 바라본 위례를 사진으로 담아 보내 주기도 했다. 하남시위례도서관은 시 유일의 예술특화 공공도서관으로서 지난해부터 일반인 대상 자료실인 2층을 제외한 1, 3층 공간에 클래식 음악을 상시 송출하고 있다. 1층의 어린이자료실과 통합안내데스크는 워낙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인 데다 3층 H라운지도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다 보니 음악 송출 서비스는 오히려 기존의 소음을 백색소음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다 줬고 음악으로 인해 도서관 공간 자체가 좀 더 편안해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남시위례도서관 관계자는 “우리 도서관이 문화독서 복지기관으로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폭 넓은 서비스로 다양한 부분을 충족시키지만 무엇보다 복지 분야까지 아우르게 됐다는 것. 관계자는 “이전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도서관은 책을 열람하거나 대출해 이용하고 개인 공부를 하며 독서 관련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주된 이용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물리적인 도서관 건물, 즉 공간 자체를 누리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책이 좋아 방문하는 아이부터 각자의 목적에 따라 도서관을 찾는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에게 도서관이 독서 외의 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체성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하남시위례도서관 주소 : 하남시 위례대로 230 위례도서관 운영시간 : 종합자료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목요일, 법정공휴일

‘소통’으로 읽는 ‘미키 17’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2월 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최신작 ‘미키 17’을 세상에 내놓았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를 뜯어보고 음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키 17’은 ‘봉준호 월드’의 최신 확장·개정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관객들이 ‘새로움’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것. 봉준호의 세계는 발전과 변주를 거듭해 왔다. 즉, 이제는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엔딩의 여운을 남겼던 ‘설국열차’에서 보여줬던 번뜩임과 궁금증은 다소 옅어졌고, 어느덧 안정 궤도에 접어든 익숙함과 반가움만이 맴돌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보며 떠올렸을 법한 궁금증이다. 과연 ‘봉준호 영화’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삑사리, 블랙코미디, 계급우화, 사회비판….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이런 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그건 바로 ‘소통’이라 정의하고 싶다. 즉, 봉준호의 영화는 어떻게 소통할지 방법을 찾고, 그 소통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따져보고, 이어지는 소통의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키 17’은 봉준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까. 직접 비교를 하면 ‘설국열차’와 ‘옥자’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좋겠다. 세 편의 작품 모두 한국인들이 한국어만 사용해 소통하지 않고 외부의 존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국적과 인종이 뒤섞이는 상황이었고 ‘옥자’에서는 여기에 더해 동물과의 소통 문제를 끌어들였고 ‘미키 17’에서 인간은 외계 행성에서 아예 다른 종족인 크리퍼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가 마미 크리퍼와 개선된 통역기로 소통하는 장면이 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서 마미 크리퍼는 자신들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다고 겁을 줬지만 사실 이게 전부 거짓이었다는 점이 이 구간에서 밝혀진다. 그러자 미키가 “너희 종족도 허풍을 떨 줄 안다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고 허탈감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른 종족 간의 차이와 접점을 인지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소통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봉준호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 역시 이런 소통 과정을 담아내는 데 있다. 앞서 ‘설국열차’에서도 봉준호는 이런 장치들을 십분 활용했다. 열차의 보안책임자인 남궁민수는 한국인이고 영어를 잘 모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와 서양인들이 대화할 때 서로 통역기가 필요했던 걸 기억해 보자. 이때 흥미로운 건 남궁민수가 커티스 일행을 향해 짜증을 냈다는 점이다. 커티스 에버렛이 자꾸 남궁민수를 향해 “냄, 남(Nam)”이러면서 부르니까 “야, 니네들 똑바로 알아라. 내 성은 남궁이고 이름이 민수다. 성이 남이 아니라고”라며 윽박을 지르는데 통역기는 남궁민수가 이렇게 내뱉은 말들을 번역하지 못하고 오류를 낸다. ‘옥자’에서도 ‘동물해방전선’(ALF) 리더 제이가 미자와 대화를 할 때 통역가가 동원된다. 이때 제이는 대기업의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자 슈퍼돼지 옥자를 활용하겠다는 플랜을 이야기한다. 이어 리더는 미자에게 “네가 싫다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각을 묻자 미자는 “난 싫다. 옥자를 데리고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 문제는 통역가 케이가 “미자가 작전에 동의했다”고 정반대로 바꿔 거짓 통역을 하면서 불거진다. 미자 입장에선 배신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대화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데 케이가 결국 “내가 작전 중단이 걱정돼 거짓 통역했다”고 자백하자 리더는 케이를 때리면서 “통역은 신성한 거다. 니가 우리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나무랐던 걸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소통 방식이 달라 이해를 완전히 못하면 필연적으로 오해가 생기고 왜곡이 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곧 인물들의 행위와 선택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 소통은 어떤 테마와 이어지는가. 바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소통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기택네 가족과 대저택에서 살던 동익네 가족이 서로 어떤 구도에 놓여 있었는지 뜯어 보는 작업 역시 테마와 연결된다. 또 ‘괴물’에서 정부가 괴생물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던 걸 떠올려 보자. 사실은 괴물이 문제였고 바이러스는 없었다. 정보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한쪽에선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데 그걸 모르는 다른 쪽에선 소통에 실패하니 자꾸만 부작용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개체들이 서로 소통에 시행착오를 겪게 될 때 관객은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관객들은 그들의 눈빛이나 몸짓이나 감정 따위의 비언어적 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더 집중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즉, 극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봉준호 영화에서 ‘소통’이라는 키워드는 극 중 장르적인 재미를 풍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영화가 품고 있는 지향점이나 목적지로 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미키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끌고 가다 보면 또 맞닥뜨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미키는 관객과 어떻게 교류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미키 17’이 선택한 형식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어떻게 시작했나.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미키가 화면 가득 잡힌 채 누워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미키가 내레이터로서 자신의 내면과 상황을 서술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봉준호가 이 영화에서 보이스 오버(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화자의 목소리가 표현되는 방식)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의 도입부에서 미키 반스는 자신의 심리를 직접 일인칭으로 서술한다. 그렇다면 영화도 소설의 구조를 아무 생각 없이 빌려온 것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미키 17’이 성장 영화라는 것. 이 영화는 미키 1에서 출발해 수없이 죽고 살아나는 평범한 복제품 인간이 미키 17과 미키 18이 마주하는 우연한 사건을 거쳐 고유한 존재인 미키 반스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려냈다. 시작점과 종착점이 정해진 성장 영화인 만큼 살아남은 그 존재가 수많은 복제품 사이에서 유일한 인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미키가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끄집어내 고백하고 토해내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미키의 성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미키가 직접 자신의 생각 및 감정을 관객과 나누고자 하니 관객 역시 그 여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대신 자연스레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날씨 변화에 무너지는 멘털, 계절성 우울장애

특정 계절에 몸이 무겁거나 나른해지고, 의욕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계절 탓이 아닌 계절 변화에 민감한 내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특히 봄철 우울증은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s)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조량 급감·급증에 따른 무기력함 계절에 따라 우울함과 무기력이 몰려왔다가 계절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주기가 반복되는 증상을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SAD)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일조량의 감소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우울증의 경우 식욕이 줄고 불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은 무기력하고 수면 시간이 과하게 늘어난 경우, 과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처럼 일조량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해 오전에 양질의 햇빛을 적절히 받으면 밤에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한다. 이렇듯 햇빛은 멜라토닌의 농도조절과 관련이 깊은데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 깨지면서 계절성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내 활동이 지나치게 많거나 밤 늦게까지 휴대폰, TV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악화된다. 하지만 계절성 우울장애가 꼭 해가 짧은 계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계절성 우울장애는 다른 말로 ‘계절성 정동장애’라고도 하는데 즉, 햇빛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심한 조증에 빠지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울감에 빠지는 식으로 계절의 변화에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통칭한다. 이런 날씨 변화에 민감할수록 혹독한 추위를 버텨낸 뒤 맞는 봄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률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봄철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자살률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일조량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우울증 환자는 급격한 감정 기복을 느끼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사로운 봄볕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봄철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해가 빨리 지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자살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봄철 자살률이 겨울철보다 20~30%포인트 높다. 일조량 증가와 그에 따른 기분 및 호르몬 변화, 미세먼지 등 계절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시작’을 뜻하는 ‘봄’은 상대적으로 더욱 심한 박탈감과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졸업, 입학, 취업, 이사 등 신변의 변화가 커질수록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칫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주변의 그런 상황과는 달리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고립을 느낄 수도 있다. 일조량 감소에 따른 우울증 치료로는 광치료가 가장 효과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루 일정 시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치료 방법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우울감을 완화시킨다. 또 야외에서 행하는 적당한 신체활동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활성을 증가시켜 봄철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유산소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재생 및 가소성이 향상돼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이 높아진다.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 가 활발해지고 생체리듬이 안정돼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합정꿈정신과 장승용 원장은 “‘봄철 우울증’에도 일주기성 리듬을 유지하도록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불면이 심해지더라도 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을 지양해 수면패턴을 원래대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 조절에 도움이 돼 장기적으로 수면의 질, 기분 상태까지 개선할 수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유지하거나 취미활동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통을 통한 합의, ‘일하는 민생 의회’ 만들 것”…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현재 여야 의원 수가 같다. 양당이 모두 교섭단체로 동일한 힘을 갖고 있다 보니 이를 조율하지 않으면 의사일정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후반기 경기도의회는 대립 속에서도 소통과 타협의 결과를 도출하며 한 발 한 발 도민의 삶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지만 강한, 4선 의원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한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시흥3)이 있다.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3급 직제 신설과 정원 확대라는 지방의회 숙원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실현했고 합의하지 못하면 멈출 수 밖에 없는 동수 상황 속 갈등의 해결 끝에는 언제나 소통을 통한 합의점 제시라는 그의 리더십이 있었다. 올해는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일하는 민생 의회’를 완성하겠다는 김 의장을 만나 그가 그리는 도의회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 민생 공감대로 협치를 이루다 후반기 의장으로서 경기도의회를 이끄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던 건 단연 여야 동수라는 현실이다. 전반기에는 당 내부에서의 혼잡도 있었고, 초선 의원이 대거 영입됐던 도의회의 특성상 적응 기간 당 대 당의 대립보다는 현안 파악이 우선했지만 후반기는 달랐다. 의원들 모두 의정활동에 어느 정도 적응했고 점차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였던 만큼 대립은 더욱 극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의장의 경우 출발부터 예상을 깬 협치의 결과를 내놨다. 여야 동수 상황 속 전·후반기 대표단이 ‘의장은 민주당에서’라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의장 후보로 김 의장만이 출사표를 던졌던 만큼 사실상 김 의장을 추대하기로 합의한 셈이었다. 물론 그렇게 출발한 후반기 경기도의회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대립은 극렬했고 갈등은 빈번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한 가지 사실에 집중했다. ‘민생.’ 양당의 대립은 모두 민생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지향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알고 있던 그는 양당의 갈등을 조율하는 협상가로, 전국 최대 광역의회를 이끄는 리더로 적재적소형 의장의 면모를 보였다. 김 의장은 “여야와 집행부 간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일은 후반기 의회를 이끄는 데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쉽지는 않았지만 여야가 모두 도민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민생 의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으로서 의회가 도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민생을 위한 의정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여야가 도민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민생 의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합의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의장은 2024년이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협치와 조율의 가치를 되새긴 해였다면 올해는 이 과정에서 쌓은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눈에 띄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는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특히 경기도 집행부와의 소통이 원활한 협력과 정책 실행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의장으로서 이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그는 “의회와 집행부가 정기적으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이어가며 도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통은 단순히 말의 교환이 아니라 저마다의 정책과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 방침을 논의하고, 함께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의회와 집행부가 도민 삶과 직결된 현안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정책화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만큼 새해에는 집행부의 더욱 진전된 소통과 협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전문위원 정수 확대·3급 직제 신설…성과 연이어 경기도의회는 물론이고 전국 지방의회의 숙원 중 하나는 전문위원의 정수를 확대하고 3급 직제를 신설하는 등의 조직 강화였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광역의회임에도 관련 법상 상한선이 제한돼 있어 전문위원 수가 부족한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의회사무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역 중심의 자치행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김 의장 역시 그 길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정부 강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됐고 경기도의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김 의장은 “경기도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의 꾸준한 노력과 강력한 요구가 이룬 성과라 더욱 뜻깊다”며 “이번 성과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김 의장의 핵심 슬로건인 ‘일하는 민생의회 구현’의 초석을 마련한 점 역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는 “의정정책추진단을 활성화해 지역 현안과 신규 정책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검토했다”며 “‘조례시행추진관리단’ 구성과 운영 계획을 철저히 세워 관리단까지 출범시키는 것을 통해 도의회가 마련한 다양한 정책이 도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극한 대립을 겪었던 만큼 양당 대표의원과 총괄수석이 참석하는 회의를 지난해 말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는 김 의장은 올해에는 잠정 중단됐던 ‘여야정협의체’를 확대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또 단기적인 타협을 넘어 도민 삶에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협의체 안에 별도 기구인 ‘재정전략회의’를 신설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도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민주당 다수인 국회서 지방의회 강화 노린다 김 의장은 취임 이후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도민들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 제정’을 강조해 왔다. 현재 국회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인 상황인 만큼 이를 이룰 적기가 지금으로 평가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김 의장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지방의회법 제정 등 지방의회의 숙원과제 해결을 요청했다. 또 서울사무소 등 거점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활성화해 자치분권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의장은 “지방의회법 제정은 의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지방의회가 감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확보해야만 도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제도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지방의회법안의 국회 의결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는 것부터 결의대회 개최, 세 차례에 걸친 지방의회법안 의 견제출 등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자치분권의 역사를 새롭게 여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활동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지방의원과 정책지원관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1인1지원관제’ 역시 관철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정책지원관 한 명이 두 명의 의원을 관리하고 있다 보니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의안 발의나 발언, 행감, 예산·결산 등 다양한 의정활동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1인1정책지원관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며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정책지원 인력 확보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실효성 있는 의정 활동 약속 김 의장은 그동안 가칭 경기의정연구원과 의정연수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두 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중장기적 교육체계가 마련돼야 지방의원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전문성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두 기관은 지방자치제도의 효율적 발전을 이끄는 동시에 경기도를 넘어 전국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경기의정연구원은 자치분권 관련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해 경기도의 정책과 입법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기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설립 타당성과 예 산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는데 지방연구원법에 기관 설립 근거가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만큼 관련 법안과 시행령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의정협의회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 의장은 전국 최초로 의정연수원 설립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2030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개발 여건과 타당성 분석을 위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경기도의회의 새로운 도전이 전국 지방의회에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지방의회 발전의 이정표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11일 열린 도의회 제382회 임시회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가 도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마음으로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해 경기도의회는 실효성 있는 의정을 펼쳐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려 한다”며 “도민의 목소리와 기대를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일은 의장의 가장 큰 책임이자 의회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하는 민생의회를 실현하며 도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협치와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아 도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도민을 향해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김 의장은 “2025년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로 뱀은 예부터 현명함을 상징했다”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값진 기회의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푸른 뱀처럼 유연하고 강인한 힘으로 약속을 현실로 바꾸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며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변화의 시작을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 [공연리뷰]

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노스페라투’, 흡혈귀 고전을 이 시점에 불러낸 이유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1월 미국의 영화 감독 로버트 애거스의 ‘노스페라투’가 극장가를 찾았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동명의 영화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노스페라투’는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가 연출한 1922년작의 두 번째 리메이크다. 친숙하지만 고리타분한 흡혈귀의 현대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올록 백작, 즉 노스페라투는 흡혈귀다. 설화와 민담 속 흡혈귀는 그간 매체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영어로는 뱀파이어로 부른다. 그 이명(異名)인 드라큘라와 노스페라투 역시 이제는 흡혈귀 하면 떠오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대중에게 친숙한 흡혈귀 캐릭터는 여러 변주와 각색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살아 남았다. 드라큘라는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선보인 노스페라투는 영화화 작업에 있어 드라큘라의 판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작진이 몇 가지 특징을 손봐 만들어낸 존재다. 또 2000년대 이후 등장한 ‘트와일라잇’ 역시 뱀파이어들의 로맨스를 소설과 영화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다.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에서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파이어인 뱀파이어 헌터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가 뱀파이어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왜 흡혈귀 캐릭터인 노스페라투가 지금 이 시점에 왜 우리 곁에 다시 소환돼야만 했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22년작 ‘노스페라투’의 도입부는 어떠했나. “독일 위스보그(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극의 도입부와 실질적인 서사 사이 경계를 명확히 표현해냈다. 최신작은 어떠했나. 애거스 감독은 동시대 관객과 영화 속 배경을 연결 지으려 했다. 진보한 미술과 분장 기술을 통해 당대 시대상을 구현해낸 시도를 보면 그런 점이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1838년 독일’을 자막으로 띄우면서 시작하는 이번 ‘노스페라투’가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낼 생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선택으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액자식 구성을 포기한 덕분에 관객들은 이 고리타분한 흡혈귀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다 손쉽게 인식하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스페라투가 잊혀 가는 설화 속 존재로만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뤄볼 때 최신작 노스페라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바로 올록 백작의 손아귀 그림자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딴 성에 혼자 살던 노스페라투가 주인공 부부가 사는 마을로 진입한 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집 안에서 창밖을 향해 손을 든다. 뻗친 손의 그림자가 칠흑이 내려앉은 마을 전역을 덮어 까맣게 물들인다. 이 장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올록 백작의 존재가 전설 속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하는 위협으로서 마을에 당도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또 주인공 부부뿐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도 언급할 만하다. 사실 손아귀를 뻗치는 이 장면은 원작을 향한 오마주에 가깝다. 원작에서도 노스페라투가 대상에게 접근할 때나 누군가에게 공포로서 자리매김할 때 항상 그의 육신이 아닌 그림자가 돋보이는 방식으로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번 영화가 원작의 흔적에 머무른 채 그 후광에 기대려는 작품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고전을 빌려와 각색과 변주를 줄 때 창작자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알 수 있는 척도여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영화는 감독의 고민이 치열하게 묻어나는 산물이다. 그는 캐릭터의 유명세에 편승하거나 게으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영화에 들어차 있는 요소는 동시대 관객과 고전을 어떻게 하면 연결지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안을 탐색하는 시도들이다. 변치 않는 고전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 이 고민이 묻어나는 중요한 구간은 바로 엔딩이다. 올록 백작의 최후가 어떠했나. 우리가 아는 흡혈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동틀 무렵 닭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햇빛을 받아내는 흡혈귀는 고통스러워하며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노스페라투의 몸이 소멸하는 대신 육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토해내며 뻣뻣하게 말라비틀어진다. 사라지지 않고 그의 껍데기는 엘렌의 몸 위에 포개진 채 그대로 있다. 엔딩에서 감독이 포개진 두 존재의 몸을 부감(수직으로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구도)으로 담아냈다는 데 주목해 보자. 악마로부터 흡혈당해 결국 생을 마감한 엘렌. 그 위에서 피를 토하며 역시 생명을 다한 올록 백작의 육체. 재밌게도 이 구간에서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측면에서 응시하지 않고 마치 신의 시점으로 내려다보길 선택했다. 이 영화가 고전을 빌려와 엘렌의 주체적인 면모를 강화한 재해석 버전이라는 점을 미뤄 보면 이 선택은 바로 엘렌의 행위와 결단으로 벌어진 사건의 경위를 순수한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의지의 산물처럼 비친다. 엘렌의 마지막 선택이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등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을지, 남편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을지, 정말 자기희생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구하기 위함이었을지, 순전히 본능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관계를 나누기 위함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영화 역시 그에 대한 명확한 단서나 가치 판단은 보류한 채 엘렌의 선택을 부감으로만 응시하는 것이다. 즉, 영화는 지금 이 시점에 고전을 빌려온 데 대해 관객에게 검증 내지는 판단을 받고 싶어하고 있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고전의 내용은 바뀌지 않고, 재해석과 각색이 들어가더라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같은 엔딩의 묘사에서 감독이 선택한 연출법은 고전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창작자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삶의 감각 깨우는 책 찾는 당신께'... 동네 책방지기의 감각적인 '큐레이션'

책과 나무는 닮은 구석이 많다. 나무는 책의 뿌리이자 시작이요, 책은 나무에서 비롯된 물성으로 그 위에 새겨진 이야기다. 나무 공방이자 책방인 ‘니어바이북스’는 나무가 자연의 이야기를 품듯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의 시간을 담는 공간이다. 삶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 니어바이북스는 2년 전 나무 공방 ‘니어바이’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던 1층을 책방으로 단장하며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지안씨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위로와 깨달음을 경험했다.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최근에 이뤄진 셈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니어바이북스를 열었습니다. 디자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저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이죠.” 지안씨는 나무 공방에서 책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에디터 싱아, 인생을 굽듯 정성스럽게 빵을 굽는 가윤과 함께 책 큐레이션을 논의하고 책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돼 주며 책을 중심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산 지 10년이 넘은 지안씨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며 컴퓨터로 하던 디자인을 나무로 옮겨 작업하고 있다. 배우자와 나무 공방을 준비하며 우연히 우드카빙을 경험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우드카빙은 어느새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됐고, 그 과정에서 손의 철학을 담은 책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습니다. 책은 나무 공방의 여정에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돼 줬습니다. 나무와 책은 공간에 따뜻함과 깊이를 더해 주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는 ‘나의 서점’ 니어바이북스의 서가는 세 명의 책방지기의 취향과 개성, 전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과 철학, 예술과 디자인, 자연, 음식, 환경, 그림책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책들을 큐레이션한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두고두고 볼 책들,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책들, 생각의 틀이 바뀌고 눈과 귀가 트이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니어바이북스가 제안하는 108권의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 책방지기 셋이 머리를 맞대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니어바이북스는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책 모임으로 지역 이웃들과의 연대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니어바이북스 고전 108’ 프로젝트 외에도 정기 모임 ‘책걸음’, 비정기 책 모임 ‘책한잔’, 청소년 북클럽 ‘B613’, 그림책 모임 ‘그림숲 산책’ 등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새로운 마을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서점이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양평의 작은 동네 책방이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서점’이 될 수 있도록 니어바이북스가 더 깊고 풍성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