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화려한 개막…주목할만한 상영작 4편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6일 개막했다. 메가박스 킨텍스,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에서 다음 달 2일까지 7일간의 축제가 펼쳐진다. 43개국 140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국제 경쟁, 한국 경쟁을 비롯해 베리테, 에세이, 기획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기후위기·청년·동물 등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농민 생존권·반 식민주의 등 시대를 초월한 의제를 다룬 국제 작품, 다큐멘터리의 본원적 의미를 해석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작품까지 풍성한 라인업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국제 경쟁: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알렉스 푸킨 감독) 스위스의 로잔 대학병원 훈련 센터에서 의료진과 돌봄 노동자들은 연기자, 투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연기하는 ‘가짜’ 환자들과 대면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환자들을 대면하는 방법에 숙달하기 위한 워크숍의 일환이며, 감독은 이들의 훈련과정과 대화를 기록했다. 영화는 의료진에게 전달된 조언과 방침이 현실과 극도로 대조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돌봄의 상호성·상대성으로 화두를 옮겨간다. 자유주의화 되는 병원 시스템에서 이 시스템이 의료진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할 때 이상적인 관계가 가능할까? 영화는 의료 현장에서 학습된 친절과 공감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 한국 경쟁: ‘1980 사북’ (박봉남 감독)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감시와 착취에 시달리던 광부 3천여 명이 사북을 장악하고 공권력과 충돌했다.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에 협상이 타결돼 유혈사태를 피했지만,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영화는 가혹한 노동 환경 아래 고통받은 광부들의 삶을 조명하고, 상처를 회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조명한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선이 굵은 시사적 다큐멘터리로 족적을 남겨 온 박봉남 감독은 오랜 인터뷰와 방대한 조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 베리테: ‘경쟁자’ (클레어 티틀리 감독) 1998년 개그맨 지망생 청년 나스비는 15개월 동안 작은 방에 감금돼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험에 든다. 나스비의 이 같은 곤경은 전파를 타고 1천700만명의 시청자에게 낱낱이 공개되지만, 나스비는 이를 전혀 모른다. 영화는 코로나로 출입이 봉쇄된 현재의 나스비가 20여년 전 감금의 기억을 회고하는 시간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흡사 ‘트루먼 쇼’(1988)처럼 전개되는 영화는 나스비의 주림과 고립, 혼란을 하강의 몽타주로 형상화했는데, 이를 통해 생존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애절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 베리테: ‘세 가지 약속’ (유세프 스루지 감독) 영화는 2000년대 초 이스라엘 군대가 서안 지구에서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에 대응하는 동안 한 어머니가 카메라에 담아낸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은 지하실에서 서로를 보호하며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감독은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 가족의 모습이 담긴 대량의 홈비디오를 발견하며 영화를 만들게 됐다. 전쟁의 공포, 그 속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희망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이 담겼다. 한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 회복력을 증언하며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간다.

'5일 황금연휴' 추석 명절, 취향 저격 ‘시네마 천국’ [추석특집]

주말을 포함해 추석연휴가 5일간 이어진다. 가족, 친척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남은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극장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혹은 온가족이 모인 소파에서, 나홀로 이불 속에서 OTT에 접속해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추석 연휴를 지루할 틈 없이 보낼 수 있는 영화 신작들을 모아봤다. ■ 9년만에 돌아온 열혈형사…‘베테랑 2’ 천만 관객에 성공했던 영화 ‘베테랑’이 황정민과 정해인을 내세운 속편으로 13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연휴엔 천만 영화, 화제작들이 줄줄이 개봉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지만, 올해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유일한 화제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9년 만에 돌아온 서도철(황정민)은 전작에서처럼 여전히 밤낮없이 범죄들과 싸우는 열혈 형사다. 장윤주, 오달수, 오대환, 김시후 등이 연기한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도 그대로다. 영화는 한 대학교수가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과거 제자를 성폭행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교수에 대한 사적 제재라는 점에서 여느 살인 사건과는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때마다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그렇게 지목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당한다. 그러던 중 정의감에 무술 실력까지 갖춘 젊은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하며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전작에서 서도철이 ‘조태오’라는 절대 악에 물러서지 않고 싸우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데 반해 신작에선 ‘사적 보복’을 거부하며 공권력과 정의에 대해 질문한다. 시원한 액션과 시대상을 반영한 전개, 새로운 빌런 정해인의 열연이 더해져 통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치열해진 안방극장…‘무도실무관’, ‘강매강’ 다양해진 OTT 콘텐츠들이 추석연휴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넷플릭스에선 김우빈과 김성균이 열연한 액션 영화 ‘무도실무관’이 13일 개봉한다. 특히 무도실무관이라는 소재가 참신해 눈길을 끈다. 영화는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의 제안으로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과 악이 분명한 구조라 따라가기 어렵지 않고, 김주환 감독이 자부한 것처럼 액션신 역시 공들인 티가 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3개월간 꾸준히 무술을 익혀 무도실력자로 완벽하게 분한 김우빈의 화려한 맨몸 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우빈·김성균 배우가 보여주는 환상의 호흡,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연휴엔 역시 코미디라고 했다. 디즈니+는 지난 11일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을 공개해 추석 연휴 안방극장에서 정주행 할 수 있도록 했다. 강매강은 전국 꼴찌 강력반에 엘리트 반장이 부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원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수사물이다. 강력반이 잠입 수사 현장을 망쳐버린 죄로 망한 어린이집으로 유배를 당하듯 이전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한다. 범죄자를 쫓는 형사들의 활약보다는 어딘가 허술한 형사들의 허당미에 집중하지만, 결국 매력적인 수사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동욱, 박지환 등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모였으며, MBC의 레전드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집필한 이영철 작가 등이 참여해 코미디에 모든 걸 걸었다는 평을 받는다. 매력적인 오합지졸 강력반의 이야기로 연휴를 꽉 채울 수 있다.

미국 독립영화 대배우 제나 롤런즈를 기억하며 [영화와 세상사이]

수년간 알츠하이머를 앓아 왔던 미국 배우 제나 롤런즈가 8월14일 세상을 떠났다. 종종 롤런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아이콘 존 카사베츠 감독의 아내로 소개될 때가 있지만 롤런즈가 남긴 궤적을 들여다본다면 그 소개 문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롤런즈가 없었다면 남편 존이 연출한 영화들이 지금까지 회자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창작의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롤런즈는 1930년 태어나 20대 때부터 영화와 연극, 텔레비전 등 매체 환경을 가리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카사베츠 역시 배우이자 연출자였기에 롤런즈는 남편이 만든 영화에서 때때로 함께 연기를 할 때도 있었다. 그는 남편이 연출한 ‘그림자들’(1959년), ‘얼굴들’(1968년), ‘별난 인연’(1971년), ‘오프닝 나이트’(1977년), ‘글로리아’(1980년), ‘사랑의 행로’(1984) 등 대부분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4년에는 아들 닉 카사베츠가 연출한 ‘노트북’에도 출연해 건재함을 알렸지만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투병생활 등으로 배우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롤런즈의 출연작을 유심히 살펴볼 때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연출자가 롤런즈가 맡은 배역의 캐릭터나 서사를 정교하게 구축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관객들은 인물 자체에 몰입할 기회를 얻는 대신 롤런즈라는 배우와 소통하게 된다. 결국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은 연기의 영역이 아닌, 현실 속 롤런즈의 개인적인 면모들이 어느정도 반영된 세계다. 남편 카사베츠가 연출을 맡았던 ‘글로리아’를 살펴보자. 이 작품에서 롤런즈는 마피아에게 부모를 잃은 소년을 보호하는 한 여인을 연기했다. 마피아 회계 담당이던 잭은 FBI에 조직의 정보를 흘린 뒤 마피아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사는 집에 마피아들이 들이닥칠 위기의 순간, 그의 아내 제리는 옆집 이웃 글로리아에게 어린아이만은 데려가 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카사베츠의 카메라는 벼랑 끝에 몰려 도망치는 여인과 소년을 어떻게 따라갔나. 쫓기는 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마냥 달라붙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구간에서 감독은 길거리든 방 안이든 그 어디든 간에 카메라를 떨어뜨려 놓고 망원렌즈로 줌을 조절해 가면서 이들을 관찰한다. 심지어 각본에서도 카사베츠는 글로리아의 서사를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관객들이 글로리아에 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된다. 사연 많아 보이는 과거를 간직한 채 내 옆에 달라 붙은 골칫덩어리 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한 여인. 그런 글로리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때 글로리아를 관객들과 가깝게 이어 붙여 주는 존재가 바로 배역을 소화한 롤런즈의 존재 자체가 아닌가.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길을 끄는 구간이 있다. 아빠의 생사를 걱정하는 여섯 살배기 소년에게 글로리아가 “그냥 꿈이라고 생각해. 자다 보면 꿈에서 죽을 수도 있잖니. 자고 일어나 보면 살아 있고 말이야”라고 둘러대는 장면이 떠오른다. 또 도망치다 묵게 된 숙소에서 글로리아는 소년과 함께 누워 대화하다 소년이 헛소리를 한다고 여겨 아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 밑으로 밀쳐 떨어뜨린다. 도무지 아이에게 정을 붙이려고 하지 않는 차가운 글로리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지만 롤런즈의 연기가 이 배역의 언행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셈이다. 관객들은 그의 연기를 보면서 신경질적인 말의 뉘앙스와 그리고 아이를 성가신 듯 바라보는 눈빛이 뒤섞여 있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나이대 중년 여성이 흔히 느낄 법한 모성의 본능 내지는 아이를 향한 연민도 함께 서려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신경쇠약 증상을 지닌 한 가정주부의 삶을 담아낸 ‘영향 아래 있는 여자’나 무대 안팎을 오가는 연극 배우의 고뇌를 조명한 ‘오프닝 나이트’에서 롤런즈가 맡은 인물들도 역시 비슷하다. 서사에는 깊이와 밀도가 없다. 그저 롤런즈에게 의지한 채 영화가 계속되는 것이다. 어쩌면 남편 존은 아내를 믿고 그에게 자유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반자인 남편은 롤런즈의 연기가 틀에 가둬 두기보다는 느슨하게 풀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롤런즈는 남편 카사베츠의 카메라에 여러 차례 담겼고 그 속에서 감정과 몸짓을 마음껏 표출했다. 때로는 정적이고 때로는 동적인 움직임에는 삶과 연기를 오갔던, 영화인으로서 그의 일상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결국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미국 독립영화계를 이끌었던 롤런즈의 필모그래피나 위업 따위가 아니라 스크린 속에서 미세하게 떨리던 그의 눈가주름이나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어야 한다.

시리즈의 근간과 멀어져 버린 ‘에이리언: 로물루스’ [영화와 세상사이]

에이리언 시리즈의 최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이하 ‘로물루스’)가 지난 8월14일 국내 개봉했다. 1979년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을 내놓은 뒤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에이리언 프랜차이즈는 정식 4부작, 프리퀄 시리즈에 이어 프레데터 캐릭터를 동원한 외전 콘텐츠나 게임까지 외연을 넓혀왔지만, 2017년 개봉한 프리퀄 두 번째 영화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낸 이후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다. 이 시점에 등장한 ‘로물루스’가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로물루스’는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절대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 이유는 ‘로물루스’가 에이리언 세계관에 깔린 토대이자 근간을 은근슬쩍 간과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겉으로만 보면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헌사로 가득해보이지만, 정작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을 다루는 데엔 실패했다. ‘로물루스’는 1979년 리들리 스콧이 빚어낸 뒤 이어진 테마를 되살리는 방법을 모르는 결과물로 보인다. 오히려 그걸 도구로만 활용하기에 바쁘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뻔한 장르물의 틀에 가둬버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폭력과 번식력을 강하게 내뿜는 생명체 ‘제노모프’는 단단한 외피로 둘러싸인 덕분에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체내엔 산성 혈액이 흐르고 있어 자가 방어기제 역시 완벽하게 작동한다.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른 괴수·크리처물이나 호러·스릴러 장르물과 다른 노선에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명하게 각인된 제노모프의 존재감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이 생명체가 어떻게 우리들 눈앞에 나타나게 됐는지 따져보는 일이다. 이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제노모프가 자연 발생한 미지의 존재인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인지 판가름하자는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묘사된 요소들에만 집중해 보자. 이 미지의 생명체들이 어째서 다른 생명체에 의존해 태어나야만 하는지, 또 그 숙주로 채택된 존재가 인간이기에 과연 그들이 인류와 어떤 관계에 놓여야만 하는지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 서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영화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그로부터 출발한다. 결국 이 시리즈에선 생명체들 사이에 형성되는 현상을 어떻게 영화 언어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장르의 동력을 자아내는 공포 자체가 바로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각자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제노모프가 굳게 닫힌 투명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숨죽인 채 서로를 의식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통상의 장르물이라면, 장면을 자주 전환하고 기괴한 음악을 삽입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집중할 테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다. 숙주가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공포와 무력감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 그런 인간과 문 하나 사이의 거리만큼 가까워진 제노모프의 맹목적인 목표 의식이 빚어내는 잔혹함 말이다. 하지만 ‘로물루스’는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다루는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로물루스’의 후반부에는 주인공 레인이 쏟아지는 제노모프 무리를 퇴치하는 액션 신이 기다리고 있다. 에이리언 2편 속 인간들처럼, 레인은 펄스 소총을 들고 제노모프에게 사정없이 총알을 쏟아붓는다. 이 과정에서 레인은 선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중력 발생 장치의 주기를 활용해 위기를 영리하게 극복한다. 이 신에서 감독은 불리한 조건에서 인간이 어떻게 제노모프를 상대하는지 상세히 조명했다. 총기 액션, 무중력 상태와 중력 상태를 오가는 인간의 몸짓 등을 비롯한 장르의 쾌감 요소가 밀도 있게 나열된다. 하지만 핵심이 빠져 있다. 달려드는 여러 마리의 제노모프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게임 속 처리 대상인 유닛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인간에게 집착하는 면모나 그 경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와 상호작용하는 레인 역시 제노모프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묘사되지 않는다. 그저 액션의 스펙터클만 강조된 채, 이미지의 향연만 생산되는 셈이다. 게다가 감독 페데 알바레즈는 자신의 전작 ‘맨 인 더 다크’를 상당 부분 빌려와 이번 영화를 구성하는 데 활용했다. 이곳의 제노모프는 ‘맨 인 더 다크’ 속 눈이 먼 노인이고, 레인을 비롯한 주인공 청년들은 그 영화에서 눈 먼 노인의 집을 털러 들어간 좀도둑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로물루스’가 우주에서 벌어지는 ‘맨 인 더 다크’라고 한다면, 그것 자체로 문제다. 또 알바레즈는 리들리 스콧의 1편과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을 적절히 배합해 ‘로물루스’를 빚어냈다. 또 스스로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을 자처하는 감독은 한 편 안에 지금까지 이어져온 에이리언 영화 속 명장면이나 중요한 소재 등을 아낌없이 녹여냈다. ‘로물루스’에서 합성인간 앤디가 위기에 빠진 레인을 도와줄 때 내뱉는 대사 ‘get away from her, you bitch’가 2편에 등장했던 리플리의 대사였던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알바레즈의 ‘로물루스’는 감독의 전작들과 지금껏 공개된 에이리언 프랜차이즈를 버무린 결과물일 뿐이다. 모든 이미지와 레퍼런스들의 총집합체라는 점에서 안전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실패한 껍데기일 뿐이 아닌가. 재밌게도 ‘로물루스’는 프랜차이즈의 유산을 적극 활용했지만, 역설적으로 정작 시리즈의 근간을 제대로 파악해서 빚어낸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니 이 영화를 두고 “에이리언 시리즈를 태동하게 한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오히려 시리즈의 근간을 은근슬쩍 호러, 스릴러, 스페이스 오페라 따위의 장르 관습으로만 덮어버린 위장술처럼 느껴진다.

[영상]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영화 '핸섬가이즈' [핫플체크 EP.22]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핸섬가이즈'가 지난 6월 26일 개봉해 170만 관객을 넘기며 장기 흥행 중이다. 재필과 상구는 이사 첫 날부터 물에 빠진 '미나'(공승연)을 구하려다 납치범으로 오해받고 동네 경찰들의 감시 대상이 된다.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집에서 죽어나가고 지하실에 봉인된 악령이 깨어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 영화는 2010년 개봉한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원작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잔인한 장면들을 코믹적 요소로 풀어내는 원작에 오컬트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낸다. 또한 강렬한 비주얼이 인상적인 재필과 상구의 캐릭터라이징에 배우들이 직접 참여했다. 재필의 꽁지머리 스타일과 구릿빛 피부와 상구의 러닝셔츠 속 부항 자국으로 거친 비주얼을 자랑한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다정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핸섬가이즈' 캐릭터들의 반전 매력을 더한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전국 극장에서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자료출처 ㅣ NEW

‘댓글부대’는 정말 존재하는가? [영화와 세상사이]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의 내레이션으로 출발하는 영화 ‘댓글부대’의 시작과 끝을 잘 살펴보자. 임상진은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이끌어냈던 ‘촛불시위’의 기원부터 시작해 거대 기업 만전그룹이 개입된 여론 조작의 연대기를 엮어낸다. 임상진은 “이것들은 내가 기자의 사명을 걸고 직접 취재해서 알아낸 것들”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 이야기가 한 중소 기술개발업체 대표의 제보로 시작된다고 덧붙이는 임상진의 말을 시작으로 영화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른다. 이제 관객들이 ‘댓글부대’를 음미하는 방법에 관해 말해 보려고 한다. 영화가 짜여 있는 방식을 살펴볼 때 그 매력을 더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론부터 짚어보자. 결국 관객들은 댓글부대의 모든 이야기가 결국은 해직 처분을 받은 전직 기자 임상진이 한 커뮤니티에 올린 ‘취재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말에 이르러 임상진은 “내 기사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지만 이제는 상관없다”며 “나는 온라인 여론 조작의 역사와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 기사에 담았다”고 털어놓으며 한 PC방에서 ‘전직 기자가 직접 쓴 취재썰’이라는 제목의 글을 업로드한다. ■ 진실과 거짓,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관객들은 영화 내내 신문사 기자로서의 임상진을 계속해서 봐 왔지만 그가 사실은 망상증 환자에 PC방을 들락거리며 늘상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백수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결국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감독이 영화 댓글부대에서 다루는 지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여론 조작에 가담했던 댓글부대 ‘팀 알렙’의 멤버 중 한 명인 찻탓캇(닉네임·본명 이영준)은 임상진에게 완벽한 거짓을 말했던 걸까? 임상진이 찻탓캇에게 속았다고 여긴 뒤 복잡한 심경을 부여잡으며 혼자서 읊조리는 대사를 떠올려 보자. “완전한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짜 같다. 완전한 거짓엔 진실이 없지만, ‘거짓에 진실을 섞었다’는 말은 진실에 거짓을 섞었다는 말이고, 완전한 거짓이 아니라면 진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것들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라는 소리다.”(극 중 임상진의 내레이션) 이후 임상진은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2년간 물밑에서 취재를 이어간다. 수소문 끝에 음지에 숨어 지내는 내부고발자인 만전의 전 직원을 만난다. 그가 바로 만전 내에 여론전담팀이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했던 사람인데, 그 제보자는 “제 기사가 어디까지가 진짜였는데요”라고 묻는 임상진에게 “거기 나온 내용 전부 가짜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 말을 듣는 임상진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임상진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때 재밌는 점은 과연 이 제보자의 말조차도 우리가 완전히 믿을 수 있느냐는 것. 이 제보자가 찻탓캇에 관해 말하는 내용 역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확언할 수 없지 않은가. 이는 임상진에게도, 또 관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임상진도, 관객들도 과연 진실과 거짓을 어떤 잣대로 구분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 대기업의 여론조작 실체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여론조작으로 누군가가 자살하거나 개봉작의 흥행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터진 게 댓글부대의 작업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 결국 관객들이 접한 모든 정보에 대한 진위가 도마에 오른다. 그렇지만 이들을 제대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믿을지, 믿지 않을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결국 영화 댓글부대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무엇을 어떻게 믿을지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 관객이 있어야 성립되는 영화 ‘댓글부대’ 결국 댓글부대라는 영화는 이를 감상하는 관객들, 즉 수용자가 없으면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작품이 된다. 댓글부대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단순히 작품 안에서만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음미하는 수용자들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야 영화의 가치를 곱씹어볼 수 있다. 영화는 ‘밈’, ‘가십’ 등 온라인 환경을 구성하는 콘텐츠 수용과 생산의 구조를 품고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바로 이 같은 정보를 향유할 수 있는 ‘수용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정보를 접하고 판단하는 주체가 없으면 콘텐츠는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러니 진실이든 거짓이든 무엇이 됐든 끊임없는 재생산과 재소환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선 관객들인 우리가 필요한 셈이다. 다시 영화를 둘러싼 구조를 살펴보자. 영화가 결말에 이르러 어떤 노선을 택하고 있나? 영화는 스스로가 영화라는 작품의 틀에 갇히는 길을 포기한다. 그 대신 밈, 루머, 가십의 총집합체로 변모하는 과정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결국 임상진이 겪은 이 모든 일이 완벽한 허구로만 구성된 한낱 ‘구라’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선택한 그 결말은 또 하나의 댓글부대를 만들어낼 테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가 반복될 테다. 러닝타임이 종료된 이후가 더 존재감을 강하게 남기는 작품들이 있다. 댓글부대 역시 그렇다.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이 아닌, 영화가 끝난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리들의 현실에서 댓글부대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들은 정말 존재할까?

[영상] 온라인에 올라온 글 다 믿으세요? 영화 "댓글부대" [핫플체크 EP.20]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지난 3월 개봉했던 영화 '댓글부대'가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보도했는데 오보로 판명되며 온라인에서 비난과 조롱의 댓글과 함께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인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김동휘)은 임상진에게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과 함께 기사를 자신들의 수법으로 조작했다고 언질을 준다. 어디서부터 조작이고 진짜인지 임상진의 취재가 다시 시작된다. 온라인 여론 조작의 과정이 영화 '댓글부대'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누리꾼들의 심리를 이용해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작은 바이럴 마케팅부터 큰 사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담긴다.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인지는 모른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여론을 움직이는 팀알렙의 교묘한 방법도 볼거리를 더한다. 점점 방법이 교묘해지며 온라인 속에서 움직이는 여론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더 커진다. 존재와 실체의 사이에서 영화 '댓글부대'는 사건의 현상들을 보여줄 뿐 진짜인지, 조작인지 각자의 해석에 넘겨 실체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재미를 남긴다. 영화 '댓글부대'는 넷플릭스와 VOD 서비스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자료 출처 ㅣ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상] 지뢰밭 길이여도 달릴 수밖에, 영화 '탈주' [핫플체크 EP.18]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영화 '탈주'는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이제훈)이 제대해도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남으로의 탈주를 꿈꾸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며 상황이 복잡해지며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은 '규남'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필사적인 추격을 시작한다.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이 출연하며 특별출연에 송강, 이솜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감독 이종필은 "이 영화는 단순한 탈북기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탈주'는 인간이 고정된 체계와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규남의 질주는 곧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와 맞닿아 있다. 영화 속 삽입된 노래 가사 '행복하자'위로 과거 규남의 서사가 나오거나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라는 표지판을 탈주의 과정에서 차로 '행복'이라는 단어가 깨지는 등의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 '몸을 빼쳐 달아남'이라는 뜻을 가진 '탈주'인 것 또한 '행복', '성공' 혹은 '탈출'이라는 결과보다 꿈을 꾸기 위해 달려나가는 행동에 더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지뢰밭 길이여도 달릴 수 밖에 없다. 영화 '탈주'는 지난 3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20만명을 넘기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자료 출처 ㅣ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AI가 만든 영화 어떤 모습일까”…AI로 중무장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창작의 세계에 인공지능(AI)이 상륙했다. 그림, 도서, 음악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다. 기술의 발전은 영화산업을 긍정이든 부정이든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평면에서 3D로 시대는 바뀌어갔다.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 전세계 영상 산업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한 AI를 다루며 인공지능이 가져올 창작분야의 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2024)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부천시 일대에서 11일간 이어진다.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영화제에는 전세계 49개국 25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AI 제작 영화에 관한 별도의 시상식, 워크숍 및 콘퍼런스 등을 마련하며 영상산업의 이슈로 떠오른 과학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국내 국제영화제 최초로 생성형 AI로 제작된 영화들만을 다루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영화제는 작품성, 예술성 등 서사와 텍스트(각본), 오디오, 비디오 부문 등에서의 기술 활용도 등을 종합해 ‘부천 초이스: AI 영화’ 총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해 영화제 기간 동안 관람객들과 만나게 된다. 이 중 한국영화로는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성원 감독의 ‘언더 더 사인 오브 문’, 배준원 감독의 ‘폭설’ 등 네 편이 선정됐다.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한 각본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관객과 시민, 창작자들이 미래산업에 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5~7일까지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는 AI 기술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주제로 한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기조연설자로는 칸영화제의 ‘칸 넥스트’ 책임자 스텐 크리스티앙 살루비어와 카이스트 최초 미술계 전임교수이자 초대 카이스트 미술관장을 역임한 뉴미디어 아트 선구자 이진준 교수 등이 나선다. 이에 앞서 2~4일까지 웹툽융합센터에서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강의 등이 포함된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이 진행됐는데, 30명 모집에 600여명이 지원하며 20대1의 높은 경쟁률로 AI에 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BIFAN 2024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막작으로는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 정 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이 각 선정돼 관객과 만난다. 영국의 떠오르는 감독 로즈 글래스 제작·크리스틴 스튜어트 출연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는 1989년 미국을 배경으로 체육관 매니저로 일상을 보내던 ‘루’와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잭키’ 두 여성이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이후 살인을 저지르며 펼치는 이야기가 담긴 범죄 로맨스 영화다. 정 바오루이 감독 제작·홍금보 출연의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1980년대 홍콩의 위험천만하고 불가사의했던 무법지대 구룡성채를 배경으로 갱단을 피해 그곳을 찾아든 ‘록쿤’의 이야기를 다룬다. 홍콩 영화 전성기의 향수와 화려한 액션이 매력으로 꼽히며 제77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공개 당시 극찬을 받기도 했다. BIFAN 2024는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손예진을 선정, 그의 연기 세계가 담긴 전시를 진행한다. 앞서 한국영화 대표 배우들과 함께한 BIFAN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는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최민식 등이 선정된 바 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앞서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번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공모를 통해 AI 영화제작이 가져올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었다”며 “BIFAN은 올해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최소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정보와 체험의 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