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내년만 전국 247조원 심의…광역의원은 '왜' 있어야 하나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⑤]

1人 2천668억 예산 쥔 광역의원, 내년도에만 전국 247조원 다뤄
막강한 권한있지만 공약은 실종, 주민들 ‘의원 책임성’ 확인 어려워
“유권자로서 철저한 감시망 필요”

image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전국 광역의원 870여명이 내년도에만 247조원 규모의 시·도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은 공약을 이행하는 수단이자 지역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인데, 정작 의원들이 제시했던 공약이 자취를 감춘 상태여서 주민들이 의원의 판단 기준과 책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광역의원 정수는 총 877명이다. 이 중 서울·부산·대전·세종·경기·충남·전남·경북·제주에서 1명씩 결원이 생겨 실제 현역의원으로는 868명이 활동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의원 정수’로만 표기했다.

 

지방의회 의원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으로 나뉜다. 지역주민과 밀접한 위치에서 시·군을 챙기는 게 기초의원이라면, 시·군과 함께 시·도 전반까지의 예산 심의 및 주민 대표 등 기능을 포괄하는 게 광역의원이다. 그래서 지방의원 중에서도 광역의원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52년 최초로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이뤄졌으나, 1961년 5·16군사정변을 이후로 지방의회가 해산됐다. 그 뒤 1991년 다시 부활하면서 제1기 지방의회가 문을 열었다.

 

현재 공식 자료가 있는 2기부터 9기까지 전국의 광역의원은 평균 705명으로 나타났다. 단 자료가 부재한 제2기 울산광역시의회 광역의원 수는 제외됐으며, 세종특별자치시의회 광역의원은 출범시기에 맞춰 제6기부터 포함됐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이 해마다 심의·확정하는 광역지자체 예산만 수백조원이다. 올해(2025년도 본예산안 기준)만 하더라도 877명이 전국 광역예산 234조207억원을 심의했다.

 

1인당 2천668억원의 예산을 심의할 정도의 막대한 권한이 있지만 정작 본연의 약속이던 ‘공약’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지역주민의이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철저한 감시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분권을 말하는 시대에 지방의원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헌법적·법률적 장치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지방의원 역할 중 가장 핵심은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인데, 지방 재정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예속돼 있고 지방의원 정보 역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이 실질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원은 주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만큼 그에 걸맞은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알 권리 보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이고, 유권자가 공약을 통해 후보의 능력과 책임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image

 

지방재정 이정표인 ‘공약’… 이행률 공개, 신뢰 회복 필요

내년도 지역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전국 광역지자체와 광역의회가 예산 심의로 분주한 시점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중심으로 광역의원의 역할을 다시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광역의원의 공약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방법은 없고,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도 공약 이행 여부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들의 의정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가 예산이라는 점에서다.

 

image

■ 전국 광역의원 정수, 2기 972명→9기 877명…평균 705명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정수(비례 포함)는 제2기 972명에서 제9기 877명까지 줄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 조정 및 통폐합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수별 편차는 있으나 그럼에도 광역의원은 기수별 통상 705명씩 존재해왔다. 평균적으로 경기도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11명), 경북(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32명), 충북(31명), 울산(20명), 세종(17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다만 제1기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일괄 제외했고, 울산의 제2기 수치는 부재하며, 세종은 제6기부터 출범해 단순 비교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역 재정 운용의 핵심인 ‘예산 심의·확정’을 담당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복지·산업·행정 전반의 정책이 예산 속에 담겨 있으며, 선거에서 제시하는 ‘공약’은 이 예산 우선순위를 글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따라서 공약의 내용과 이행 정도가 중요한 이유는 곧 ‘지방재정의 방향’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 해마다 증가하는 광역 예산… 내년엔 247조원 심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은 해마다 급증했다.

 

과거 10년을 비교해봐도, 5기(2008년) 당초예산 순계 기준 일반·특별회계 규모는 48조5천629억원이었지만, 7기(2017년)엔 121조7천589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215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의회가 확정·의결한 본예산을 제외한 ‘순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광역의원이 직접적으로 심의하는 규모를 파악하려면 본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2025년과 2026년 전국 광역지자체 본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234조207억원에서 내년도 247조1천261억원으로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기준으로 서울 광역예산이 51조5천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39조9천46억원 ▲부산 17조9천330억원 ▲인천 15조3천129억원 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인천 광역의원 196명이 내년도 55조2천175억원을, 대구·경북 광역의원 93명이 25조7천441억원을, 광주·전남 광역의원 84명이 20조3천846억원을, 대전·충남 광역의원 70명이 19조5천210억원을 각각 심의한다.

 

내년도 247조원의 본예산안을 전국 877명의 광역의원이 심의하는 것으로, 의원 1명당 약 2천817억원의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광역의회에 입성할 의원들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다루게 된다.

 

■ 광역의원의 ‘존재 이유’… 예산·공약·대표성

 

광역의원 존재 가치의 핵심은 결국 ‘주민 대표성’이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정활동이며, 이 방향을 미리 약속하고 제시하는 것이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에 대한 공개 검증 체계도 부재한 현 상황은 지방정치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때때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은 바로 이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방자치 활성화의 일환에서 지방의회는 필수불가결하다. 국가 전체의 행정·재정 구조에서 광역의회가 사라진다면, 지역별 정책 결정의 균형과 주민참여의 기초가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스스로도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공약·예산·의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인 만큼, 정당 또한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주민도 지역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 조례 제정, 집행부 감시 등 핵심 기능을 갖춘 지역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상당히 발전해왔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약 중심의 평가 체계가 미비하고 정당 공천이 의원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공약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당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원 스스로 대표자로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방의원 공약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중앙정치 구도에 매몰된 탓에 현실적으로 광역의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도한 공약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도 지방의회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정책은 지방의회에서 다뤄지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이 부족하고 공개 수준도 낮아 지방정치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공약과 이행 여부가 공개적으로 평가돼야 공천 과정에서도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지방선거 다가오는데… 현역의원 평가 ‘전무’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10580289

 

사라진 공약…지방의원 의정활동보고 ‘깜깜’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48

 

의정보고서 꼬박꼬박 내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은 ‘왜’ 안 할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1102580250

 

인천시의회, 내년선거부터 ‘공약’ 공개…‘깜깜이’ 관행 손본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1109580326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