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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 끝” 아냐…유턴기업 정착 위한 ‘처절한 전쟁’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올해만 도내 6개 기업 지원했지만 인건비·규제 등 구조적 부담 여전
세법·행정 절차 변화도 또 다른 벽... 기업 “세밀한 장기적 추가 지원 필요”
경과원 “道, 복귀기업 가장 많지만, 정부 지원 비수도권 위주, 한계 있어”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돌아오지 않는 기업들⑤ 버티기 어려운 ‘현실 장벽’

정부가 유턴기업 확대를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돌아와도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에 둔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도모해도, 인건비·노동규제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한 데다 기존 지원사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정착’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복귀한 기업 수는 2021년 26개에서 2022년 24개, 2023년 22개, 지난해 20개로 감소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유턴기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음에도 실효가 낮다.

 

전국에서 유턴기업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16개 복귀기업에 26억8천만원 규모의 국내 복귀 지원사업이 제공됐다. 올해만 한정하면 6개 복귀기업이 제조자동화와 회계감정비용 등 직접 지원으로 복귀 이후 정착에 도움을 받고 있다. 컨설팅 용역비로 집행하는 중대재해 예방 안전진단도 함께 실행된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선 세밀하고 장기적인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꺼낸다.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웠다가 2023년 일부 라인을 안산으로 옮기며 단계적 유턴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으로 초기 부담을 줄였으나, 자동화 설비 구축만으로도 빠듯한 5개월이라는 짧은 지원 기간 탓에 대규모 전환에는 한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기술 작동력을 시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1997년 중국 위해에 진출했던 놋반안성방짜유기는 2018년 안성으로 복귀해 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 기반을 안정화했다. 하지만 세법과 행정 절차 변화에 적응이 어려웠고, 기술 인력 비자 제도 등 초기 정착 지원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경기도는 광역 지자체 중 복귀기업 선정 수로는 1위를 달성하는 등 도내 복귀기업 유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 방향이 비수도권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도내 복귀 기업 유치에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계감정비용과 제조자동화 지원 등은 경기도가 산업부 지원제도에 추가로 자체 인센티브를 발굴해 지원하는 항목”이라며 “기업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상호 소통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턴기업’ 모시기?… 현실은 ‘가시밭길’

국내 복귀는 해외 공장을 닫는 행정 절차로 끝나지 않는다. 설비 재배치와 공정 재설계, 인력 재편, 제도 적응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경기도내 유턴기업들은 “결심보다 돌아온 뒤 준비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세기콘트롤, 국제관계 리스크 벗어났지만…높은 인건비, 자동화 고난

 

안산의 전자부품 제조사 ‘세기콘트롤’은 전자 온도 제어장치를 생산한다. 열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연료를 차단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전류를 재공급하는 장치로 각종 기기 내부에 들어간다. 현재 국내외 50여 고객사에 납품하며, 수출국은 미국·일본·인도 등으로 다양하다.

 

세기콘트롤은 2002년 중국 옌타이에 조립공장을 세우며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가공하고, 중국에서 단순 조립해 국내로 들여와 검사·출하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20여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행정 리스크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균열이 생겼다. 고정우 세기콘트롤 대표는 “중국에서는 언제든 행정 점검이나 전력 차단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며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품질과 납기 대응 속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안산 세기콘트롤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온도 제어장치 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세기콘트롤 제공
안산 세기콘트롤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온도 제어장치 제조 작업을 하고 있다. 세기콘트롤 제공

 

결국 그는 2023년부터 일부 조립라인을 안산 공장으로 옮기며 자동화 라인 구축을 시작했다.

 

설비를 들여와도 끝은 아니었다. 공장 내부에는 조립기와 검수장비가 섞여 들어서 있고, 공정마다 새 소프트웨어가 붙으며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회사는 국내 기준에 맞춰 공정을 다시 설계했다. 고객사마다 다른 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정렬과 파라미터 조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테스트와 불량 데이터 축적을 거쳐야 라인이 비로소 안정화되기에 필연적인 작업이었다.

 

현재 세기콘트롤의 생산 비중은 국내 20%, 중국 80% 수준이다. 고 대표는 완전 복귀까지 최소 3년을 보고 있다. 그 사이 공정 자동화를 단계별로 확대해 사람이 적게 움직여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고정비다. 고 대표는 “국내 인건비는 중국의 3배 수준”이라며 “휴일제도, 노동 규제, 환경·안전 비용까지 더하면 자동화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하며 “결국 자동화가 생존 조건이지만, 그조차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원 사업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자동화 과제의 대부분이 5개월 내 완성을 요구하지만 라인을 설치하고 디버깅·튜닝을 거쳐 수율을 맞추려면 최소 1년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지원규모의 3~5년짜리 다년형 총량 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국내 생산은 품질관리·고객 대응 속도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하지만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정착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놋반안성방짜유기, 20년 만의 귀환…숙련 기술진 비자 ‘발목’

 

안성의 전통 방짜유기 제조업체 ‘놋반안성방짜유기’는 국내 복귀를 ‘재창업’이라고 표현했다.

 

1997년 중국 웨이하이에 진출해 최대 3곳의 공장을 운영하던 이 회사는 2018년 ‘전통 제품은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경쟁력’이라 판단하며 복귀를 결심했다.

 

20년만의 귀환이었지만, 한국은 이미 낯선 땅이었다. 이윤정 놋반안성방짜유기 대표는 “법인 설립부터 세무, 노무, 인허가까지 모든 게 새로웠다”며 “20년 전과는 제도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사실상 처음부터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구축은 더 큰 시련이었다. 사용하던 설비를 들여왔지만 UI와 코드가 모두 중국식이라 국내 기준에 맞춰 재세팅이 필요했다. 안전·전기 규격이 달라 인증 절차도 다시 밟아야 했다.

 

안성 놋반안성방짜유기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각종 금형과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놋반안성방짜유기 제공
안성 놋반안성방짜유기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각종 금형과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놋반안성방짜유기 제공

 

금속 온도와 타격 강도, 가열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유기 제작은 한 번 세팅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이 대표는 “공정마다 미세한 차이를 조율해야 해 튜닝과 반복의 싸움인 작업 속, 3개월 만에 기술을 옮기라는 건 불가능했다”고 복귀 초기를 회상했다.

 

비자 제약은 현장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그는 “기계는 들어왔지만 사람이 없었다”며 “중국 기술진을 온전히 데려올 수 없어 C-3 단기비자로 3개월 체류, 출국, 재입국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출입국 사무소가 없는 안성에서 매번 평택까지 이동하는 수고가 더해졌다.

 

이 대표는 “번호표를 뽑고 하루를 꼬박 기다린 적도 있다”며 “한 번은 ‘며칠만 더 있으면 공정이 완성된다’며 사정하다가 창구에서 울음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서류상 문제를 남기고 싶지 않아 불법체류자는 단 한 명도 만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숙련자 부재 속 회사는 국내 기술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해 공정을 다시 짰다. 하지만 초기에는 납기가 밀리고 불량률이 높았다. 그는 기술 전수에는 최소 1~3년 체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비 감각과 손맛이 몸에 배는 기간이 필요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의 제조자동화 지원사업에 연속 선정되면서 자동화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운전자금 대출보다 최대 70% 지원이 더해지는 설비 매칭 보조가 훨씬 현실적이었다”며 “1억짜리 설비면 7천만원 지원에 3천만원 자부담으로 바로 도입할 수 있었다. 단순히 돈을 넣는 게 아니라 공정을 바꾸는 지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오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기반을 다지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복귀 7년째인 지금, 회사는 공방과 쇼룸, 온라인몰, 전시회 협업 등으로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는 이 대표는 “기술은 결국 사람이 옮기는 것이기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정책의 무게, 이제는 ‘유치’보다 ‘정착’으로

 

두 기업의 목소리는 닮아 있었다. 돌아오라는 구호보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요구다. 세기콘트롤은 자동화와 품질 고도화를 위한 3~5년 장기 총량 지원제도를, 놋반안성방짜유기는 숙련자의 장기 체류 허용과 법·세무 입문 컨설팅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 정책의 초점을 단기 유치보다 지속 가능한 정착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로 돌아온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숙련 인력 확보”라며 “해외 기술자가 일정 기간 머물며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 개선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비자 절차 간소화와 현장 맞춤형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턴기업 정책의 무게 중심은 이제 ‘유치’보다 ‘정착’에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별기획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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